"붐비는 곳을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 경계는 하지만 심하게 그러진 않아요. 우리가 낯선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하죠. 가금씩은 정말 사람같다니까요. 우리 슈비는 누가 버린 아이를 데려왔는데 전 주인한테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똘똘하고... 아, 이런, 또 자랑으로 흘러가네."
자식 자랑이군요!
"평소에 줄을 이갈이용으로 쓰거나 하진 않아요. 별로 관심도 없는 것 같았고요. 그러게요. 왜 그랬을까..."
이상한 일입니다. 슈비는 왜 줄을 물어뜯었을까요? 본인, 아니, 본견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네요.
기사님과 휴미는 안타깝게도 큰 성과는 얻을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가 기억하기엔 줄 색이 너무 흔했습니다. ...대신 저쪽에, 저쪽 전봇대에 튀어나온 못에 같은 색을 띤 조각이 보입니다. 못에 뜯긴 걸까요? 그런데 저쪽으로 가면 나오는 건 산 뿐인데...?
"그렇군요~ 혹여나 슈비 씨의 전 주인에 관련하여 아시는 바가 있나요? 후후, 아끼고 사랑하는 대상이라면 늘상 이뻐하여 자랑하고 싶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다른 사람이라면 별 신경 쓰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녀는 전 주인이라는 의뢰인의 언급에 굳이 물어보았습니다
"평소에는 없을만한 행동, 그리고 별반 다를 게 없는 거리. 그곳에서 그러한 행동을 했다면 슈비 씨에 강렬한 욕구와 동기에 영향을 줄 무언가가 당시에는 있었다는 것이겠죠. 이것이 무엇이냐 에 따라선 일이 쉽게 풀어 질 수도 아닐 수도 있겠네요 그나저나 차를 더 드시겠나요? 서비스이니 부담 가지실 필요도 없답니다~"
"공격성을 드러내는 소리는 없었으니까 아마 아닐 겁니다. 하지만 만약 그거라면... 어디까지나 강아지를 유기한 전주인 잘못이니 찾아가서 한 대 쳐주고 싶군요. 외모도 성별도 모르지만요."
느와르의 말에 의뢰인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슬슬 나가서 합류할 것 같으니 차는 그만 마셔도 되겠지요.
"그 거리에 특별한 건 없었는데... 동물병원이 하나 있긴 하지만 병원 간다고 탈주하는 아이는 아니라서요. 나가서 수색하던 분들이 뭔가 찾으셨기를 바라야겠네요. 아, 그럼 짐 좀 내려둘게요. 들고 다니기에는 무거워서요."
그리고 의뢰인은 신발을 고쳐신습니다.
산 입구에 강아지 발자국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강아지는 산으로 올라갔거나 그 주변에 있을 것 같네요. 높은 곳을 좋아한다 했으니 멋모르고 계속 올라가다 정상까지 갔을지도 몰라요. 그 말은 우리도 정상까지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의뢰 하다가 등산까지 하게 생겼군요! 산 입구에서 합류한 여러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맘때쯤 산은 서늘해지는 기온에 맞추어 슬슬 단풍으로 갈아입으려는 잎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만 지금은 확실히 그런 걸 볼 여유가 없습니다. 그러네요. 개가 새를 쫓아다니는데 지금은 새 둘이랑 뱀 하나가 같이 개를 쫓고 있네요. 재미있는 상황입니다.
"종은 모르겠어요. 아마 믹스가 아닐까요. 털은 그냥... 평소에도 많이 빠져요 하하하하......"
저런, 의뢰인은 그만 털 생각에 정신이 지쳐버렸군요. 그래도 슈비의 털이 하얀 색이고 많이 빠져서 다행입니다. 눈에 잘 띄네요.
"슈비야아아아아!!!"
다같이 대답 없는 슈비를 찾으면서 결국 정상까지 오르고야 말았습니다. 아,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립니다.
"여기는 지구. 여기는 지구. 나는 6호선의 생존자다. 응답 바란다."
굉장히 굵은, 나이 든 아저씨 목소리가 들립니다.
"여기는 지구. 들리나? 그쪽은 몇 호선이지?"
......정상에 있는 커다란 돌 위에 올라간 슈비가, 목걸이에 달린 동그란 기계를 향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네. 말을 하고 있었어요.
"슈비야!!" "......!"
그리고 눈이 마주쳤습니다. 슈비는 돌처럼 굳어버렸습니다.
같은 시각, 사장님은 앉기 좋아보이는 나무둥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개미가 좀 있겠지만, 도마뱀 아니마에게 개미는 큰 걱정거리가 안 될 겁니다. 그런데 저 구름... 아까부터 계속 반짝거리는데, 대체 뭘까요? 잠깐, 저 구름 아까보다 좀 가까워진 느낌이 들지 않나요?
예, 그건 바로 ufo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원반형태는 아니었지만 미확인 비행 물체니까 ufo겠지요! 그것은 사장님 근처에 잠시 멈춥니다. 그리고 사장님쪽으로 이상한 빛 같은 걸 쏘아보내더니, 산 정상쪽으로 날아갑니다. 몸에 딱히 이상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냥 아마 뭔가를 확인하려고 했던 것 같네요. 사장님은 원하시면 근처 나무를 이용하여 ufo에 달라붙을 수 있습니다.
"아니 슈비야! 세상에 여러분 우리 아이가 말을 해요!"
의뢰인은 상황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뇌가 상황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기절하고 말았네요. 기절한 의뢰인 대신 슈비......? 가 말을 시작합니다.
"지구인이 장난으로 그럴 일이 아니다. 놀리는 건 그만둬."
일단 휴미에게 말해둡니다. 생존자 입장에서는 조금 불쾌했던 모양이지요.
"나는 '어떠한 것'이 아니야. 나는 슈비다. 원래 이름은 그게 아니었지만."
슈비는 설명을 시작합니다.
"나는 본디 다른 별에 살고 있었다. 이 행성의 '개'와 닮은 건 우연일 뿐이야. 우리 별은 어느 순간부터 죽어가고 있었고, 우리들은 우주선들을 만들어 거기에 나눠타고 이주할만한 다른 별을 찾아 항해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순조로웠지. 소행성 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말이야. 내가 타고 있던 6호선은 소행성지대에서 그만 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탈출포트는 인원수만큼 있었지만 거기까지 도달한 이는 몇 없었고, 나는 다행히 탈출포트 하나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슈비는 의뢰인을 쳐다봅니다.
"내가 탄 탈출포트는 지구에 떨어졌다. 다른 우주선과 통신하려고 해도 거리가 너무 멀어서 닿지 않았고, 통신기를 제외한 다른 것들은 이미 쓸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 있었지. 나는 망연자실하게 통신기를 문 채로 근처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니 그가 나타나 날 주워가더군. 통신기는 장식품 정도로 알았는지 목걸이에 걸어주고 말이야."
목걸이는 너덜너덜합니다. 오면서 여기저기 뜯긴 것 같습니다. 다만, 통신기라 불린 기계는 여전히 빛을 잃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거부했지. 우리 종족은 우리 별에서 너희들, 인간과 비슷한 생태적 지위에 있는 종족이니까. 너희들은 길러지는 삶을 상상할 수 있나? 하지만 결국 거기에 익숙해지게 되더군...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그 세월동안 나는 '개'로 살아왔지. 어제 밤, 통신기가 다시 작동할 때까지는. 처음에는 환상인 줄 알았다. 하지만 통신기는 정말로 작동하고 있었고, 잘 되지 않는 통신 속에서 나는 단편적인 정보를 몇 개 얻어낼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몇 호인지 모를 우주선이 오늘 지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오게 될 거라는 것."
슈비는 하늘로 고개를 돌립니다. ...저 너머에서, 은빛을 띤 무언가가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에 맞추어 슈비의 통신기에서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들리십니까? 이쪽은 8호선. 그쪽으로 회수기를 보냈습니다. 그걸 타고 돌아오세요."
은빛을 띤 무언가는 슈비 근처로 날아갑니다. 사장님이 ufo에 붙었다면 여기까지 날아서 올 수 있습니다! 높은 나무를 타고 다시 내려오시면 됩니다.
"흠~ 그런가요 그런 기구한 사연이 있었네요. 외계인을 직접 만나게 되다니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인 것 같네요. 아, 그리고 가기 전에 그대가 사용하는 함선이 초광속 항법을 이용하는 것인지 아광속에 한정되는지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이렇게 보는 것 만으로 초광속 항행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증명인 셈이 되겠지만 그래도 확실한 것이 좋죠."
기절한 의뢰인은 무시한 채로 그녀는 슈비에게 어떻게 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내보이면서 물어보았습니다 꽤나 즐거워 보입니다
우주선에 들어간 의뢰인이 정보나 맛있는 음식 대신 무언가를 꺼내어 던집니다. 동그란 구슬 같네요.
"당신들이 무슨 일을 하는진 잘 모르겠지만, 기분 나쁜 놈들과 엮였거나 엮일 느낌이 드는군. 특히 그... '판도라'라고 하던가? 거기서 나온 배터리는 냄새가 아주 지독했어. 마치 죽어가는 모성의 냄새 같았지. 몸에 나쁠 것 같아서 물어뜯고 버렸더니 글쎄 다음날 또 사오지 뭔가."
추억이군요.
"그러니 조심하게. 지금 준 구슬은 부수면 부순 사람을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장소'로 이동시켜주는 물건이니 소중하게 사용하고."
아니마 능력이 아닌 순간이동이군요. 능력을 봉인하거나 무효화 하는 능력이 나와도 이건 쓸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ufo는 저 먼 하늘로 사라집니다. 언젠가 우리가 우주 밖을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는 기술이 생기면 다시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