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굳이 저랑 진행 안 해도 '~를 했다! 오늘의 성과는 어떤 것 같다!'라고 간단하게 올려주시기만 해도 됩니다! 그래도 진행하면 카나리아 교수님을 만날 수 있어요! 하지만 다른 걸 할 수도 있죠. 예를 들면 오늘 신문에 나온 수인 시체 사건 수사라든지...? 어떻게 할까요!
노래! 노래 연습을 해야 한다! 어쩐지 큰 일이 된 것 같지만, 그래도 내가 벌인 일이니 어떻게든 해야 한다! ....라며, 새장(이라 쓰고 카나리아 선생님의 집이라고 읽는다)으로 향하고 있는 이비였습니다. 평소에 자신이 노래를 잘 한다고는 손톱만큼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이비였지만, 어쨌든 자신의 목소리에 뭔가 있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니 도전해 볼 수 밖에요.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이 참에 노래 실력도 길러 보면 좋잖아요!
잠시 새장 앞에서 두 주먹을 꽉 쥐고 기합을 넣으며 의지를 다진 이비는, 초인종을 누르기로 했습니다.
앗! 소리가 나지 않아! 부잣집 초인종 소리(붸에에에-하는 그거) 기대했었는데! 소소한 실망감과 멋쩍음, 난처함이 뒤섞여 괜히 머리를 긁적이다가, 뒤늦게 카드키를 긁는 곳을 발견했다. 앗, 맞다. 저번에 카드키 받았었지! 시간이 좀 지나서, 깜빡 잊고 말았네용. 민망함에 아무도 듣지 않을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가방을 뒤져 카드키를 꺼냈다.
스피~릿! 레볼루션! 아니 이게 아니고. 이비는 평범하게 카드를 긁으며 확인 신호음이 들리기를 기다렸다.
어라? 어쩐지 저번보다 조금 더 깔끔해진 느낌인데요. 주위를 둘러보던 이비는 문득 카나리아 한 마리가 바쁘게 날아다니며 정원을 다듬는 상상을 했습니다. ....귀여워. 하긴, 선생님은 카나리아의 몸이 더 편하다고 하셨으니. 아니 그런데.. 카나리아 부리로 모종삽 따위를 들진 못 했을 거 아니에용.
뭐, 어떻게든 하신 거겠지용! 아니면 의외로 사람을 고용한 걸지도 모르고! 그래도 여전히 집은 예쁘게 잘 꾸며져 있네요! 이리저리 정원을 둘러보며, 천천히 집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234 자세히 본다면 흙에 찍힌 발자국이나 나무에 있는 부리 자국 같은 걸 포착할 수 있겠습니다.
집 안은... 흠, 여긴 지난번에 왔을 때랑 똑같네요! 다만 목소리가 들어 있는 병은 몇 개 늘어났습니다. 어떤 목소리기에 수집까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교수님의 기준을 충족시켰기에 저기 있는 것이겠지요. 당신은 큰 쇼파 한가운데서 자고 있는 작은 카나리아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집에 카나리아가 둘 있을리는 없으니 아마도 교수님이겠지요. 깨워볼까요?
이비는 목소리가 들어 있는 병을 신기하게 바라봅니다. 대체 저건 어떻게 추출해서 모으는 건지? 순간 매드사이언티스트스러운 상상이 스쳐 지나갔지만, 에이, 설마요! 그런 위험한 일이 이렇게 평화로워 보이는 장소에서 일어날 수 있을 리가... 있을.. 있을 리가....? 아하하, 있을 리가 없겠지요!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터무니없는 상상을 머릿속 저 너머로 넘겨버린 채, 이비는 슬그머니 방 안을 살핍니다. 교수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거든요.
앗, 소파에서 자고 계시네. 이렇게 큰 쇼파에.. 소중하게 자고 있는 카나리아.. 귀여워. 잠시 그것이 교수님이라는 것도 잊은 채 이비는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공유하면 안 되는 걸까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이내 교수님의 체면과 초상권에 대한.. 여러가지 복잡히 얽힌 것들을 떠올리고는 이제 그만 교수님을 깨우기로 했습니다. 교수님, 일어나세요!
>>243 이건 노묘나 노견이 귀여워보이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 겁니다. 귀여운 동물은 나이가 있어도 귀엽지요. 물론 이쪽 동물은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지만 말입니다.
"괜찮습니다. 떨어져도 바닥이 특수 재질이라 아프지 않습니다."
그러고보니 바닥이 다른 평범한 바닥과는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약간 푹신한 것 같기도 하고... 하기야 새는 뼈가 약하다고 하니까요. 추락에 대비해둔 것이겠지요.
교수님은 녹음실로 들어갑니다! 안은 정말 평범한 녹음실이군요. 이런저런 장비들이 새의 부리나 발톱, 혹은 날개로 조작하기 쉽게 되어 있다는 걸 빼면 다른 녹음실과 다른 점은 그다지 없습니다. 이비는 녹음을 해야 하니 아마 마이크 앞으로 가야겠지요? 그 전에 교수님이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미리 녹음실로 옮겨둔 악보입니다.
"'달과 별이 빛나는 노래'는 지금까지 완창한 사람이 없으며, 노래를 불렀다는 사람은 많지만 부분부분 부른 것에 불과합니다. 그걸 이어둔 것이 있으니 한 번 들어보시죠."
교수님은 부리로 버튼을 쿡, 누릅니다. 그러자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목소리는 중간중간 바뀌지만, 같은 곡을 부르고 있다는 건 알 것 같습니다. ......무지하게 어려운 노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