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클럽'을 아시나요? 차가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다 랜덤한 위치에 멈춰서 주변을 작은클럽으로 만들었다가, 그날 밤에 다시 주변을 원상복구 시켜두고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소문도 있는데... 가끔, 클럽에 들어갔던 사람들 중에서 성격 등이 약간 바뀌어 나오는 사람이 있다고 하네요.
저녁. 해가 지평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시간. 오늘 이동식 클럽은 사무소에서 조금 떨어진 광장에 있다고 합니다. 조사할 가치는 있겠지요?
클럽에 도착한다면, 여러분은 종업원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배경음악으로는 겁나 흥겨운 음악이 울려퍼지고 있네요. 뿜! 빰! 뿜! 빰! 플로어에서 사람들은 춤을 추고, 테이블 위에는 음료나 간식거리가 가득하고, 담배를 핀 사람은... 경비원이 쫓아내고 있습니다. 여긴 금연 구역인가봅니다.
"몇 분이신가요? 자리로 안내해드릴까요? 지금 1번이랑 5번 테이블이 비어 있어요. 아니면 바에 앉으셔도 되고요."
웨이터 복장을 한 종업원이 말합니다. 1번은 입구 가까운 자리고, 5번은 플로어와 바에 가깝습니다. 바에는 '수요일은 칵테일 한 잔을 무료로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는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해리가 정신을 차리고 이사벨을 구하러 앞으로 달려나가는 동안, 주변에선 아니마 매매단 그룹 138의 조직원들과 해리의 동료 조직원들끼리의 난투극이 한창이었다. 맨주먹과 무기가 오가고 고함과 비명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개판이 한창일 무렵, 해리의 눈엔 특제 기타를 휘두르며 주변을 압도하던 아리에스의 뒤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려는 매매단 조직원의 모습이 보였다.
"얌마! 뒤통수가 비었잖냐!!"
"이 건방진 양 새끼!"
해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매매단 조직원이 휘두른 쇠파이프가 아리에스의 뒷통수를 가격했고 아리에스가 씩 웃으며 기타를 휘둘러 매매단 조직원을 쓰러트리고 연이어 기타를 가격하며 소리쳤다.
"Hahaha! 데크레센도! 크레센도!! 포르티시모!!!"
"...잘하고 있구만. 뭐 쟤는 내버려 두고...!"
자길 친 조직원을 곤죽으로 만들고 실실거리며 다른 매매단 조직원에게 달려드는 아리에스를 보고 해리는 자신의 앞을 막아선 매매단 조직원의 손목을 꺾은 뒤 발차기로 날려버리고 소리쳤다.
"이사벨을 돌려줘 이 새끼들아!!!"
그렇게 소리치며 앞으로 달려가던 해리는 아까 자신을 구타한 간부가 이사벨을 끌고 어디론가로 가려는 걸 보고 곧장 그쪽으로 향하며 외쳤다.
"당장 그 더러운 손 떼 이 새끼!!"
"해리 씨!"
"뭐하고 있어! 당장 저 새끼 잡아!!"
해리가 쫓아오는 걸 보고 다급하게 외친 매매단 간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쇠파이프를 든 매매단 조직원 여럿이 해리에게 달려들었고 해리는 그들이 휘두르는 쇠파이프를 이빨로 씹어 부러뜨리고 그 파편을 조직원 얼굴에 뱉어 시야를 가리고 주먹질을 하며 조직원들을 때려눕히고 그대로 간부에게 향했다.
"내가 미처 얘기를 못했구만. 날 건드는 건 상관없는데 날 잡겠답시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건들면... 내가 좀 많이 빡치거든?"
"하! 이제 와서 왕자님 행세 하겠다는거냐? 기껏 해야 깡패 새끼인 주제에!"
"맞아. 난 분명 구원의 여지가 없는 깡패 새끼이긴 해. 그렇지만..."
이사벨을 밀친 매매단 간부가 품에서 나이프를 꺼내 해리의 목을 노리고 휘두른 순간, 해리는 그 나이프를 입으로 물고 그대로 부러뜨린 뒤 칼날을 뱉고 매매단 간부의 얼굴에 박치기를 날리며 말했다.
"적어도 니들처럼 아니마를 매매하거나 애꿎은 사람 인질로 잡으며 살진 않았다고 이 쓰레기 새끼가!!"
해리의 박치기에 코뼈가 부러진 간부가 패닉에 빠져 도망치려하자 이사벨의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어딜 도망가세요!"
"비, 비켜!"
"못 비켜요! 자기가 싸움을 붙여서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해놓고 이제 와서 본인만 도망가려 해요?! 그건 비겁하잖아요!"
"비키라고 했잖아!!!"
끝까지 자길 막으려는 이사벨과 흉흉한 표정으로 자길 향해 걸어오는 해리를 보고 패닉에 빠진 간부는 되는대로 손에 잡힌 뭔가를 휘둘러 이사벨을 치고 말았다. 이사벨이 쓰러짐과 동시에 그 모습을 본 해리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들었고 곧바로 간부의 오른쪽 손목을 씹어버렸다. 거의 끊어지다 시피한 오른손을 붙잡고 비명을 지르던 간부를 마운트 자세로 덮쳐 그대로 두들겨패던 해리는 대충 상황을 정리하고 달려온 아리에스가 자길 뜯어말리는대로 계속해서 간부를 두들겨패려 했다.
"Hey! 이제 그만해!"
"놔! 이 새끼가 이사벨을...!! 이제와서 쓰레기 몇놈 죽인다고 달라질 것도 없어!!"
"그만하라고 You Fool!!"
참다못한 아리에스가 기타로 해리를 후려쳐 쓰러트린뒤 땅에 널부러진 반쪽짜리 각목과 어느새 정신을 차려 각목을 맞은 왼쪽 뺨을 문지르고 있는 이사벨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는 멀쩡하다고 해리. 하필이면 부러진 각목으로 쳐서 별 효과를 못 준 모양이야. 그니까 적당히 하고 얼른 그녀에게 가."
"...이사벨! 이사벨!"
"해리 씨... 전 괜찮..."
멋쩍게 웃으며 말하는 이사벨에게 달려간 해리는 그녀를 꽉 안고 미안하다며 연신 사과를 했다.
"미안해. 날 만나서 네가 이런 꼴을... 이제 다신 네 곁에 얼쩡거리지 않을께. 난 그럴 자격이 없는 놈이야. 그러니까..."
"...해리 씨. 이제 와서 제 곁을 떠나실려구요?"
"하지만..."
"전 해리 씨를 한번도 원망한 적 없어요. 앞으로도 그럴꺼구요. 뭐가 어떻게 된 건진 아직도 잘 모르지만... 괜찮아요. 저에게 있어 해리 씨는 언제나 무뚝뚝하지만 다정한 사람이니까요. 그럼 다시 말해주실래요? 뒷 부분만요."
피와 눈물로 엉망이 된 해리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한 이사벨을 본 해리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그녀를 안고 울며 속삭였다.
"이젠 놓치지 않아... 두 번 다시 놓치지 않을꺼야...!"
"...고마워요 해리 씨."
그 모습을 보고 코를 훌쩍이던 아리에스가 해리에게 두들겨 맞아 움찔거리는 간부를 기타로 밀어 옆으로 치운 뒤 해리의 어깨를 툭툭치며 말했다.
호오, 수요일은 그런 이벤트가 있는걸까. 그렇다면 다소 시끄럽긴 해도 술이 땡긴다면 다들 자주 올만 하겠지. 그런 점을 이용해서 뒤가 구린 일을 하고있는지도 모르겠다. 바텐더가 내준 술을 받아 일단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사장과 건뱌라도 하려고 기다리는데, 안주를 주문하지 않겠냐는 질문이 들어온다. 나는 질문을 듣고 사장에게 바로 눈빛을 쏜다. 대충 해설하자면,
' 술에는 뭐가 없는 것 같으니 일단 시켜보자'
였다. 사장이 그걸 알아들을지는 미지수지만... 아무튼 사장은 바텐더에게 말을 걸고있으니, 알아들었다면 대충 좋은걸로 시켜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