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죠? 뭔가 수상한 거 맞죠. 제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용.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나름 큰 공장인데 사람도 별로 없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같은 것도 생각외로 그렇게 시끄럽게 들리지 않고. 아이스크림 생산이 중단된 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발걸음을 옮긴다.
"아! 아이스크림 연구실! 헉, 너무 궁금한데요..!"
사장님, 조금만 보고 가면 안 돼요? 창 너머라도! 애타는 간절한 눈길로 사장님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아, 혹시 주사기 모양 아이스크림? 웃으며 주사기를 들어 보였지만 손 끝에 느껴지는 선연한 감촉이... 이건 분명히 아이스크림은 아니라고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어쩐지, 보면 안 되는 것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몸을 조금 떤다. 일단 중요한 증거품이 될 수도 있으니 하나를 들고 가기로 결정하곤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이를 안 닦아도 괜찮은 아이스크림.... 유행할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마치 찰리와 초콜릿공장 실사판같네요. 그러면 가장 중요한 맛은 어떻게 되는 거지? 치약 맛? 아리송하면서도 영 찝찝한 얼굴로 다시금 방 안을 살폈다. 이제 더 조사할 만한 건 없을까.
무슨 비밀 통로같은 거라도 있나? 혹시 몰라 책상 밑을 슬쩍 살폈다. ....음, 뭔가가.. 있나? 긴가민가한 얼굴. 수상하네용, 사장님!
"조금 조사를 해 보는게... 낫지 않겠어요?"
혹시 누가 듣고 있을라, 목소리를 낮추어 사장님을 향해 소곤거린다. 그건 그렇고 규약서라. 혹시 신체포기 조항같은 게 있을 지도 몰라. 일단 주변을 찾아보기 전에, 규약서를 꼼꼼히 읽어 보기로 했다. 그런 극단적인 게 아니더라도, 충분히 불리한 사항은 있을 수 있으니까. 무언가에 관계되어있지 않아도 혹시 모르니 읽어 두면 좋겠지요. 흘러내려간 안경을 고쳐 썼다.
천천히 규약서를 읽어 나가던 이비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피? 치과 의사? 새까만 무언가? 어? 9번 규약? 10번과 9번 규약을 한순간 번갈아 보다가, 사장님, 눈 감고 엎드리래요! 외친 뒤 후다닥 눈을 감은 뒤 쭈그려 앉는 이비였다. 비명? 비명같은 뭔가라고? 헉, 귀도 막아야 하나? 주춤거리는 두 손.
급하게 몸을 수그리느라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로 눈 앞에 나타난 벽을 바라보았다. 아니, 사장님, 이게 가능해요..? 저희 홀린 건 아니겠죠. 어딘지 넋이 나간 것 같은 목소리
"아까 규약에, 체리맛 아이스크림 라인에서 피가 나오면 어쩌구.. 하는 건 있었는데요."
설마, 설마 이게 피겠어요~? 애써 태연한 체 하며 조심스레 벽으로 다가가 손가락을 들이밀어 본다. 으앗! 챠! 흐짜! 손 끝에 닿자마자 호들갑을 떨며 떼어내기를 몇 차례, 충분한 양의 시럽(이길 바라는 것)이 손가락에 묻자, 엄지와 검지를 비벼 끈적이는 정도를 확인해 본다.
앗, 혹시 이거 만졌다고 저주받고 이런 거 아니에요?! 사장님, 저 버리시면 안 돼요! 울망한 눈으로 사장님을 간절히 바라본다. 앗, 찝찝해. 손 닦을래요. 잠시 휴지를 찾아 사무실을 헤메었다.
"들어가고 싶지 않아도 들어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인데요!"
아앗~, 순순히 열리는 게 더 싫어! 문 반대편에 벽에 잠시 찰싹 달라붙어 있다가, 사장님의 이야기에 주머니에 든 주사기를 더듬어 잘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음, 주사기는 다행히 잘 있어용. 천천히 걸어 사장님의 곁으로 다가간다. 사장님, 토끼로 변해서 잠깐 매달려 있어도 돼요? <:I
"그러니까 말이다..." 차라리 피라고 한다면 더 괜찮았을지도. 라고 말하면서 토끼로 매달려 있어도 된다고 말하려 하네요. 생각해보니까 우리 지금 수인 상태였지. 통통한 꼬리에 매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어필한다면 허락해 줄 지도!
로 허락받아서 꼬리에 매달리면 뭔가 푹신한 것 같으면서도 시원한 느낌일지도요? 그리고 문을 열면...!
-침입자. 침입자. 침입자아아야!!! 오... 아이스크림 기계를 아예 잠식한 무언가입니다. 식물 같은데 식물이 아니라 기계같은데요? 기계식물? 촉수? 엄청난데? 아이스크림을 흡입하는 기계입니다! 아이스크림은 만들어지는데 저거 안에 들어가느라 안되는 모양입니다.. 저걸 어떻게 해야 하지요.(진지)
혹여나 사장님의 마음이 바뀔까, 후다닥 토끼로 변해서는 떨어진 주사기를 입에 문 채, 꼬리에 살며시 매달려 보았다. 앗, 도마뱀이라 딱딱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푹신해! 그리고 시원해! 사장님의 꼬리는 안정감을 주는 꼬리구나! 꼬리에 매달려 흔들리고 있으려니 무서운 게 조금 누그러지는 기분이 든다.
"앗... 어히 을힌 어혀, 이흠..? (저희 들킨 거죠, 지금..?)"
분명히 저희가 들어오자마자 침입자라고 외쳤지..? SF영화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외계생명체 비스무리하게 생긴 기계식물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니, 근데 기계식물이 아이스크림을.. 먹어....?
공장이 움직이는데요, 사장님! 아니, 침입자는 안에 들어있는 우리인데 왜 바깥에서 팔다리가 나와서 걸어다니는 거야~! 밖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야! 거대 아이스크림 공장 괴물의 습격이야! 혼란스런 머릿속을 애써 휘저으면서, 매달렸던 꼬리에서 떨어져 나와 바닥에 배를 붙여 몸을 낮추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그마한 네발짐승 상태가 흔들림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하다는 점일까. 조금 잠잠해지자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입에 물었던 주사기를 빼냈다.
"일단, 저희가 얼른 진정시켜야 바깥 피해도 덜할 것 같으니.. 얼른 구조도를 살펴 볼까요!"
세상에나, 아이스크림 먹으러 와서 갑자기 이리 스펙타클한 모험을 즐기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웅얼거리며 구조도를 외우려는 듯 눈에 담았다.
"그..그러게 말이다..." 구조도를 보면.. 생각보다 직선적 경향을 보입니다. 다만 아이스크림이 돌아다니는 중이란 게 문제죠. 이빨을 찾아다니는 걸지도.. 아니. 일단 중요한 건 시민들은 액체질소와 아이흐크림에 기뻐한다는 점입니다. 근데 사실 기계 돌리는 데 전기를 쓰지 석유를 쓰지 않아서 공장매연은 의외로 잘 안 나올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