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렇게 뭔가 던지기도 합니다. 지난번에 한 의뢰가 어떻게 되었는지, 오늘 날씨는 어떤지, 뉴스에서 뭐가 나오는지 등등 여러가지를 보내드립니다. 진행이라고 붙어 있는 건 다른 마땅한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서예요! 심심하시면 받아서 뭔가 하셔도 되고 아니면 그냥 스루하셔도 문제는 없습니다.
해가 슬슬 넘어가고 있는 오후 5시, 해리는 투덜거리며 사무소 근처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 들어가 있었다. 사무소에 덜컥 붙은 건 좋았으나 말 그대로 덜컥 붙은 거라서 뭘 해야할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제대로 감도 안 오는 상황이여서 일단은 아내에게 통보만 해놓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딱히 햄버거를 먹을 생각도 없이 가게에 죽치고 앉아 있던 것도 단지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였고 곧 어느 정도 몸이 식자 가게 밖으로 나간 해리는 더위가 어지간히 마음에 안드는지 이빨을 까드득거리고 있었다.
"더운 건 질색이야. 이대로 강이나 바다에 뛰어들면 30분 정도는 바닥에 처박혀 있고 싶을 정도군."
그렇게 혼자 세상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해리는 문득 사무소가 생각났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사무소 1층에 있는 음료 자판기 앞에 서서 어떤 걸 마실지 노려보기 시작했다.
>>100 아무리 구름이 껴서 조금 서늘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름은 여름인지라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를 정도로 덥습니다. 강이나 바다라, 이번 휴가는 그쪽으로 갔으면 좋겠군요. 다행히 사무소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아 굉장히 시원하고 좋네요. 과장 좀 보태서 꼭 냉장고 속에 있는 느낌입니다.
음료 자판기를 봅니다! 보리차, 사이다, 콜라, 오렌지 주스, 비타민 음료, 물, 그리고 신제품 '치즈팡팡'이 있습니다. 치즈맛 탄산음료라고는 하는데... 치즈맛 음료... 음... 왜 이런 물건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는지 의문입니다...
음료를 고른 다음에는 2층으로 올라가 지난 의뢰들을 슥 훑어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오기 전에도 해결사는 돌아가고 있었으니까요. 여기서 대충 무슨 일을 했었는지 알아둔다면 어쩌면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지요.
이렇게 시원하게 에어컨을 튼 곳은 정말 드물다고 생각한 해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한결 편한 마음으로 음료수를 보다가 치즈맛 탄산음료를 보곤 오만상을 찌푸리고 그냥 만만한 오렌지 주스를 선택해 단숨에 캔을 비우며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내가 오기 전에 이 사무소가 어떻게 돌아갔는지도 봐두는게 좋겠지? 선배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알아야 나도 적응이 빠를테니까.'
주저없이 2층으로 올라간 해리는 자신이 오기 전에 어떤 의뢰들이 있었는지를 살펴보았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쉬운 의뢰에서 뭔가 어처구니 없을 정도의 스케일을 한 의뢰까지 각양각색의 의뢰가 있었던 걸 본 해리는 자신이 상상한 것 보다 이 사무소는 훨씬 재미있는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재밌구만. 정말로, 정말로 재밌어. 이 정도면 아내 때문이 아니더라도 여길 떠날 이유가 없겠는걸?"
기껏 붙은 사무소였지만 만약 자신이 보기에 마음에 안든다 싶으면 주저없이 떠날 수도 있었던 해리는 사무소가 받았던 의뢰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는지 킥킥 웃다가 이내 다시 1층으로 내려와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102 이 해결사 사무소는 허름한 외관 치고는 생각보다 복지가 좋은 곳이었습니다. 사장님이 로또 당첨자라던데 아마 그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2층에서 의뢰들을 살핍니다. 어디 보자... 하얀 까마귀 사진 찍으려다 수상한 상자를 발견하고 공원에 묻은 의뢰가 있네요. 그 다음에는 불법 도박장 깽판치고 성과급 잔뜩 챙긴 의뢰도 있고... 아, 이 의뢰는 의뢰인이 아니마네요. 집에 있는 아버지의 유품인 회중시계를 찾아달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또 이건 목장을 도우러 갔던 의뢰군요! 덕분에 지금 사무소에는 답례로 받은 유제품으로 가득한 냉장고 하나가 있습니다. 그 다음 의뢰는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으러 인천의 외딴 섬으로 갔다가 창조주를 감금하고 세계를 정복하려던 기계 문명을 박살낸 의뢰네요. 이 이야기는 조만간 영화로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 가장 최근 의뢰가 있습니다. 대학교에 동물 모델로 갔다가 옆 강의실에서 석고상으로 위장된, 흡혈귀가 한 것처럼 피가 모두 빨린 시체가 발견된 사건이었죠. 이 사건은 대학교가 덮어버려 수사 진행중에 중단되었습니다. 사실 최근 흡혈귀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아서 사람들의 관심도 멀어진 상태입니다.
기이한 의뢰를 많이 받은 사무소군요... 확실히 재미는 있을 것 같습니다.
1층에서 스트레칭을 합니다. 저어기 가상 현실 게임용 캡슐 다섯 개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게임 기기까지 있어요. 정말 이 사무소는 대체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