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유저들에 의해 지정된 공식 룰을 존중합니다. ※친목&AT필드는 금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금지입니다! ※모두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다른 이들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어서 상판을 찾았다는 점을 잊지말아주세요! ※지적할 사항은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해주세요. 날카로워지지 맙시다 :) ※스레에 대한 그리고 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환영합니다. 다만 의미없는 비난은 무시하겠습니다. ※인사 받아주시고,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있답니다. ※17세 이용가를 지향합니다. 그렇다고 수위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굉장히 편한 사람입니다. 질문하는 것 그리고 저라는 사람을 어렵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XD
지루하구만. 지루해.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자신을 감시하겠답시고 바뀌는 사람들을 보고있으며 지낸게 얼마나 됐는지 이젠 기억조차 안난다. 슬슬 몸을 움직이기도 괜찮아졌으니 스스로 나가볼까 - 했지만 그랬다간 귀찮은게 한 둘이 아니다. 귀찮은건 싫으니 그러지 말아야겠네. 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귀찮은게 싫을 뿐. 그리고 다른 이유는, 분명 데리러 올걸 알고 있으니까. 루르는 병상에 누워서 한 손으로 총탄을 만지작 거리며 손장난을 치고 있었다.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또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짐작조차 안갈만큼 멍한 표정을 짓고 허공을 응시하던 루르는 제 옆을 감시하던 사람이 나가자 또 다른 사람이 오겠구나. 하고 생각하곤 일전에 다른 데미휴먼이 주고 간 마카롱을 까서 입에 넣었다. 우물거리고 있으면 퍼지는 달콤한 맛이 너무나도 좋았다. 오래먹고 있으면 혀가 아릴정도지만, 그런 점이 좋았다.
" 어라.. "
이번엔 좀 늦네? 혹시 까먹은걸까. 아니면 뭔가 일이 생긴걸까. 확 그냥 지금 나가버릴까? 총이 없어도 이런 곳을 탈출하는 것 쯤은 쉽다. 혹시 나가는 길에 우연히 권총 한자루라도 줍는다면 쉬운 정도가 아니라 내 전문분야가 되는거고. 해볼까, 말까. 귀찮기야 하겠지만 성공한다면 더 이상의 지루함은 없고 앞으로는 좋은 미래만이 기다릴것이다. 그리고 나가면서 이 지루함을 타파해줄 스릴은 덤이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해보자.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언젠가 블랑슈가 그런말을 했다. 너는 조금 더 과감해지고, 과격해질 필요가 있다고. 그거야, 폭력의 재능과 함께 태어난 사람이나 하는 말이지 나는 아니라고. 루르는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침대를 빠져나왔다.
침대에서 나오긴 했다. 다행힌것은 아무도 날 신경쓰지 않는다는것. 이대로 밖으로 나가버릴까. 이대로 밖으로 나간다음 언니에게, 혹은 시카에게 연락할까. 이대로 들키지 않고 나간다면 정말 좋겠다고 루르는 생각했다. 슬며시 이리저리 둘러보던 루르는 제 왼쪽 눈꺼풀 위에 있는 십자가를 손으로 한 번 슥- 만지고는 몸을 숙여 그대로 문으로 향하다가 제 앞을 가로막고 선 남자를 보곤 고개를 기울였다가 다시 누워있어라는 말과, 째려보는 눈빛에 딸꾹, 하고 딸꾹질을 하고는 살살 떨리는 눈동자로 자신을 째려보는 눈을 마주보았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할까. 밀치고 밖으로 도망칠까 아니면 얌전히 자리에 누워있을까. 루르는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렸다. 이쪽을 신경쓰지 않는 의사. 그리고 누워있는 환자. 그리고 간호사. 루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알겠어. 너무 무서운 표정 짓지마. 하고 말하고는 쭈글쭈글 자리로 돌아가 눕고는 이불을 덮었다.
" 저기, 잠깐 정도는 나가도 괜찮지 않아? "
하루종일 소독약냄새 맡고있으면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여기 있으면 생명이 빨려나가는 느낌이야. 어때? 나랑 나가서 산책이나 하고올래? 루르는 세상 좋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마카롱 하나를 더 꺼내 입으로 가져갔다.
멸균구역이라지만 오래 있으면 머리가 아파온단 말이야. 특히나 나는 몸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서 더더욱 그래. 주기적으로 환기를 해주거나, 바깥바람을 쐬주지 않으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와. 루르는 그렇게 말하며 관자놀을 꾹 눌러보였다. 정말 나가게 되어서 틈이 난다면 탈출을 감행할지도 모르지만, 이 남자는 지난번의 경험에 미루어보면 피지컬이 뛰어나다. 그 말인 즉슨, 어설프게 탈출했다간 다시 잡혀와서 좋은 꼴은 못볼거란 말이지. 의자를 끌어 침대 가까이 두고 앉자 루르는 저도 모르게 자석에서 밀려나듯 뒤로 슬슬슬 밀려났다. 그건 나중에, 얘기좀 하고. 라는 말에 한숨을 폭 내뱉은 루르는 결국은 같은 루틴이네. 하고 말하며 다시 마카롱 하나를 꺼내 입으로 가져갔다.
" 이름? "
마카롱을 오물거리던 루르는 안개에 싸인 눈송이와 'Snowdrop'이라는 제 이름의 타투가 그려진 손등을 들어 보여주곤 '루르 스노드롭'하고 말했다. 콜트. 콜트라. 옛날에 유명한 총기사가 있었어, 콜트라고.. TMI를 쏟아낼뻔한 루르는 간신히 꾹 참고는 콜트라고하는구나. 하고 중얼거렸다. 아니, 그나저나 저 헬멧은 대체 뭘까. 고개를 갸웃하고는 혹시 나도 물어봐도돼? 하고 말하곤 큼큼,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여기서까지 찐따로 보일 순 없다. 젤러시였나, 블랑슈였나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기들 앞에서 찐찐거리는건 이해하지만 남들앞에서도 찐찐거렸다간 무사하지 못할거라고.
아니면 루르 브라운도 괜찮을 것 같은데. 하고 중얼거리던 루르는 헬멧을 톡톡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두 가지중 한 가지만 알려주겠다는 말에 되게 불친절하구만. 하고 말하고는 마지막 남은 마카롱을 꺼내 입으로 가져갔다. 일단 첫 번째, 헬멧 그 자체. 헬멧 자체야 뭐 그냥 헬멧이겠지. 전투용이라던가 아니면 신원을 가리기 위해서라던가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궁금한 건 그쪽이 아니었다. 궁금한건 두 번째. 헬멧을 쓰고다니는 자신의 이야기. 뭐, 남이야 어떻게 살던 상관없는 루르였지만 오랜만에 흥미가 동하는 이야기였다.
" 그럼 두 번째로할래. 쓰고 다니는 이야기. "
시시콜콜한 이야기라면 실망이 클거야~ 하고 말한 루르는 경청하겠다는 자세인지 자세를 고쳐잡았다.
아내가 자살하고 그렇게 한 범죄자를 찾아 죽이려 했으나 실패했다는 꽤나 불행한 스토리에 루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그렇군, 그런데, 그래서? 로 이어지는 의미없는 질문 3박자를 뱉을것만 같은 시큰둥한 표정의 루르는 '그랬구나' 하고 한 마디를 뱉을 뿐이었다. 누가 더 불행한지 겨뤄보자 - 라고 말한다면 자신도, 자신의 자매들도 만만치 않은 스토리를 안고 살아가고있었다. 20대가 되기도전에 사형대로 올라간 젤러시나, 빵 한조각에 눈을 잃을뻔하고 객사할뻔한 블랑슈, 이용은 당할대로 당하고 데미휴먼이라고 살처분당할뻔한 나. 그 외에도 두 명이나 더 있었지만 거기까지 생각하진 않기로했다.
" 그래서, 그게 무슨 상관이야? "
아내가 죽은거랑 헬멧이랑 어떤 연관이 있는지 전혀 감이 안잡히는데. 물론 루르는 제 나름대로 머리를 써보긴했다. 속죄의 의미로 쓴다던가, 이 엿같은 세상에 얼굴 보여주기 싫어서 쓴다던가. 하지만 정확히 딱 떠오르는 답은 없었을뿐이다.
짝짝짝. 루르는 무미건조하게 박수를 쳤다. 이번에도 그렇군, 그런가, 그래서?로 이어질수 있는 멍한 표정이었지만 나름대로의 신념이 있다는 점에는 칭찬을 줄 수 있었다. 그 왜, 우리도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니까. 언젠가는 데미휴먼이 일어설 수 있고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 누구보다 위에 서있는, 그래. 이상향을 만들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신념은 무서운 법이다. 강한 신념과 올곧은 정신만 있다면 해내지 못할것이 없다. 뭐든지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무식한 이들이 신념을 가지면 무서운 법이라고 하는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틀려먹은 신념을 가지고 믿고 행동한다면 그 파급은 엄청날테니.
" 그렇게 될지 안됄지 모르겠지만 응원을 해줄게. "
반쪽짜리 응원이지만. 사격을 배웠다는 말에 루르는 호오- 하고 또 조금 흥미가 동하는 듯 했다. 사격도 이쪽이라면 엄청나게 배웠거든, 죽지 않으려고. 남들은 연필잡고 공부할때 총을 다루는 법을 배웠지. 권총부터, 맨패즈까지 내가 다루지 못하는 총은 이 세상에 없어. 루르는 그렇게 말하며 나름대로 자부심을 내비췄다. 분명 기억속에서 지우고싶고 인생의 오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과거였지만 그래도 배워온 것고 남겨온 것은 있었다.
루르는 콜트가 다가오자 우왓, 하고 짧은 소리를 내며 한발짝 더 물러섰다가 침대에서 떨어질 뻔 했다. 그 이상 다가와주지 않았으면 하는데.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대로 쭈그러들어 말이 나오지는 못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적이지만 나를 위해주었다 - 라는 것이다. 루르는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왜?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떤 감정에서 생각이 나와서 이런 행동을 했을 터인데 한 번 감정이 쓸려나가고 남아 있는 것들이라고는 입에 담을 수 없는 것들만 남아버렸으며 감정표현이라는 것은 남을 흉내내기밖에 해보지 못했고 이제와서 시카와 자매들에게 조금씩 조금씩 잃어버린 감정을 배워가고 있는 루르에게는 정말로, 이해하기 힘든일이었다. 너와 같이 이야기하고싶을 뿐이다 - 라는 말에 루르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 어.. 그게.. 왜? "
이해할 수 없어. 아니, 이해가 안돼. 이해하고싶지도 않아. 루르는 그렇게 말하며 불안한듯 손으로 총알을 만지작거리며 손장난을 쳤다. 속도는 점점 더 빨라져 어느순간 팅, 하고 손에서 놓쳐버려 바닥에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나뒹구는 소리에 앗. 하고 정신을 차린 루르는 도망가지 않고 왜 여기 있는거냐는 말에 어.. 어.. 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아직은 도망칠 때가 아니다. 물론 잠깐 너무 답답해서 도망칠 생각도 했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조금 더 정보를 모은 다음에 돌아갈 생각이었다. 만에하나라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시카가 했던 말은 반드시 데리러 갈테니 갈 때 까지 기다리고 있어라. 였다. 스스로 나올수도 있지만 기다리라는 말은 그간에 뭔가 준비할 게 있다는 이야기였고 덤으로 요즘들어 계속해서 마주치고 일을 방해하는 녀석들의 정보를 모을 수 있다면 모으라는 이야기였다. 물론 CPA로 끌려가서 블랑슈가 당했던 험한 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바였고 그래서 급하게 젤러시가 구하러 간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CPA로 끌려간다면 이송 도중에 구해올 계획까지 세워놓았으니까.
" 내가 탈출하려고 하면.. 그래, 네 말대로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겠지. 응. "
그런데, 그걸 내가 왜 신경써야해? 일순 멍해보이던 루르의 눈이 반짝 빛났다. 감정이 쓸려나가고 그 빈자리를 채운것. 삶에 대한 열정과 동시에 내가 빼앗긴 것과 내가 가지지 못한 걸 가지고 있는 이들에 대한 분노. 내가 가지고 있던 단 하나의 소중한 것 마저 모조리 빼앗아간 이들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그 남은 자리를 채웠고, 결국 종국에 남은것은 시카와 그 자매들 뿐이었다. 그 외에 것들이 죽어나가던 어쩌던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 있지. 사람들은 참 웃겨. 그 사람들이 나한테, 우리 가족한테 한 일은 신경쓰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해. 그래서 - 나도 당한대로 돌려주겠다는데 뭐가 나쁘다는건지 모르겠네. 있지, 그 많은 사람들이 내가, 젤러시가, 블랑슈가,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죽어나갈때 신경이나 써줬어? 정답은 아니야. 그런데 왜 나는 그걸 신경써야해? "
"난 너가 나쁘다고 말하진 않았다." "아무도 몰랐지... 가족이 죽어갈때. 아무도 신경 안 썼어."
내 아내가 죽었어도 유산 했어도 세상은 아무도 신경 안 썼다.
"그럼 누가 신경 썼으면 어땠을까. 누가 그 옆에서 도와줬으면... 누가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게 해줬으면."
"누가 밤하늘에 펼쳐진 수많은 별빛중 하나가 꺼진다고 신경이나 쓸까?" 누군가가 신경 썼으면... 꺼지지 않을거야.
"너는 예전 임무에서 만난 우리들의 머리를 쏘지 않았어. 그저 제압할 뿐이었지."
"거기에 있는 데미휴먼은 물론 인간도 죽지 않았어. 게다가..." "너가 쏜 인간중 하나는 어머니 였다. 그것도 데미휴먼의 어머니."
"너가 죽이지 않는 다는 선택은, 어머니를 잃은 데미휴먼을 만들지 않았다는거다. 너가. 너가 '선택'을 해서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는 병실 문쪽으로 걸어갔다.
"너에게는 더 쉬운길이 있어. 너는 이제 힘도 있고 너는 선택도 할수 있다." "선택이 없고 힘이 없는 사람은 너같이 힘있는 사람만 구할수 있지."
"이번에 너가 내릴수 있는 선택은 그거야. 감시가 없는 여기서 그저 나간다. 아니면 그냥 여기서 올때까지 기다린다야."
"전자는 위험은 전혀 없다. 내가 있지만 나는 그저 넘어갈거다. 그냥 나가서 너의 가족에게 연락해 만나면 넌 돌아간다. 이 주변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는다." "후자는 위험이 있다. 네 가족들은 여기 오고 여기 사람들은 다치고 위험해 지며 가족들은 위험한 작전을 펼치고 이니시에이터들은 또 여기로 와서 싸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