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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토니안을 잡고 돌아오다, 한낮에 성인 남성이 보호소를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든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눈을 가늘이다, 왜 저러고 있는지 생각하다, 생각하는데 의미가 없다는 사고과정을 거친 결과였다. 보호소 사람들은 가족이고 가족을 보호하려면 의혹은 우선 위협으로 가정하고 접근해야 하는 법이다.
"아까부터 계속 여기 서 계셨어요."
무슨 용건이 있어서 오신 건가요? 그러면 도와드릴 수 있어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억양은 평소처럼 고저없이 건조하다. 지금 나는 견제를 하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굳이 그렇지 않게 보일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제 이름은 마리'야'이고 보호소에 마리'아'라는 아이가 또 있어요. 저는 20대이고 그 아이가 어린애니까 보호소에 있는 아이를 찾고 계신 거라고 생각해요. 차분히 덧붙이며 설명한다.
"하지만 마리아를 어떻게 알고 계신 건지는 아직 대답을 못 들었어요."
고저없이 말하지만 검 손잡이를 만지작거린다. 이유를 모르는 이상 지금은 정체모를 성인 남성이 보호소 앞에서 서성거리며 어린아이를 찾는 구도이다. 마리아의 가족으로서 그리고 보호소에서 가장 나이 많은 일종의 보호자로서 대답은 꼭 듣고 이 남자를 야찌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그가 마침 적당한 때에 이곳을 지났던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만약에 눈앞의 상대가 이런 형태로 미리 주의를 받지 못하고, 실수로라도 비관계자에게 누설했다면…… 여혹을 바탕으로 한 상정들이 순차적으로 그의 머리를 스쳤다. 아무래도 좋은 꼴은 못 보겠지. 여러 방면으로. 하지만 그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어떻게 되었든간에 일어나지 않은 일을 탓할 필요는 없다. 그는 엉성한 결과주의를 신봉하는 자로서 더이상의 만약을 가정하지 않기로 했다. 즉, 실답지 않게 웃으며 여자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손 잡아도 괜찮겠어요?" 허락의 청을 행동 뒤에 도치하면서.
"저는 야오쳰위라고 해요."
부르기 어렵다면 야오라고만 부르셔도 되고요, 덧붙이며 손아귀에 힘을 뺀 채 손을 위아래로 약하게 흔들었다. 인사가 오가는 잠깐의 순간에 그는 상대의 몸상태를 대략적으로 살폈다. 팔은 우선은 멀쩡해보지만 다리에 비하여 상대적인 걸지도 모른다. 나이도 많아 보이고, 툭 치면 부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페미아에게로 내민 손에 든 힘이 더욱 약해지다, 자연스럽게 손이 풀리며 악수를 거두었다. 접촉은 자제해야겠다. 혹여라도 나이 많은 환자를 다치게 해서 배상금을 무는 불상사가 없었으면 한다는, 다분히 속물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그 사람들을 이해하신다고요? 신기한 분이시네요."
데미휴먼인 자신도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그는 의문어린 표정을 짓다 적당히 납득했다. 결론은 좋게 생각하기 힘들다는 거니까. 그는 유페미아가 열변을 끝내기까지 잠자코 말을 귀담아듣고선 손으로 턱 언저리를 짚으며 고민의 제스처를 취해본다. 그러면서도 표정에는 진지한 기색이 전혀 읽히지 않았다. 과연 평생에 심각할 때가 있기는 할지 모르겠다. 검은 손톱이 박힌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며 그가 맞장구를 쳤다.
"부상이라니까 생각났는데요. 그래도 데미휴먼에게는 그나마 온건한 것 같긴 해요. 그래도 조심해야겠네요. 너무 방해했다간 죽일지도 모르고. 사실 피하려고 해도 그쪽에서 저흴 끌어들이는 것 같지만요."
졸리다는 말을 입에 달면서도 정확한 사격을 가하고, 제압당한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사격을 가했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런 총잡이가 지근거리에서 오발하는 실수를 할 확률은 낮았다. 그는 본인의 추측이 틀리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시카의 딸이 내세우는 철칙이나, 유령도시에서 본 블랑슈의 행동을 고려하면 마냥 허황한 소리는 아니었으니까.
마리야는 눈을 가늘인다. 처음 보는 사람이 부모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면 보통 아는 척 하지 않는 것이 정석 아니던가. 하지만 이 이상 캐묻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나쁜 의도가 있다면 유베리드 같은 곳에서 데미휴먼을 '살 수 있는데' 아홉꼬리 보호소까지 와서 특정 데미휴먼을 지목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그리고 뭐, 위험할 것 같으면 미호 소장님이 중간에 차단해 주시겠지. 정말 수가 틀려도 역시 소장님께서 그렇게 만든 사람의 뼈와 살을 친히 분리해주실 것이다.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죄송하지만 미성년자가 주제인 만큼 충분히 경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상대방에 지적에 작게 뚱한 표정을 짓는다. 물론 검 손잡이에 손을 댄 건 다분히 충동적인 기준에서 비롯되었지만 더 수상했으면 주저없이 공격했을 것이다. 가족이라는 건 몇 안되게 감정적인 가치를 지닌 독보적인 존재이므로 그만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지론이었다.
"첨언하자면 굳이 검을 뽑지는 않았겠지만요."
칼집 째로 때린다던가 그 다음 체술을 쓴다던가. 엄마가 가르쳐준 방법들은 무궁무진하다. 더군다나 이쪽은 데미휴먼이라서 신체적인 조건이 더 유리하지 않던가. 애초에 베는 게 아니라 때리는 거라도 길거리에서 누군가를 공격하면 안되는 거지만 가족을 위해서라고 뻔뻔하게 합리화를 하는 마리야 그레고로브나였다.
논리적인 충고에 기분이 상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이유 없이 아무에게나 적대감을 가지지도 않고요. 조금은 어린아이같이 다박다박 대답한다. 물론 이유 없이 적대감을 가지지 않는다는 부분이 객관적으로 얼마만큼 사실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그리고 싫어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만큼 수비를 공고히 하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아주 조금은 해 본 마리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