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유저들에 의해 지정된 공식 룰을 존중합니다. ※친목&AT필드는 금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금지입니다! ※모두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다른 이들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어서 상판을 찾았다는 점을 잊지말아주세요! ※지적할 사항은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해주세요. 날카로워지지 맙시다 :) ※스레에 대한 그리고 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환영합니다. 다만 의미없는 비난은 무시하겠습니다. ※인사 받아주시고,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있답니다. ※17세 이용가를 지향합니다. 그렇다고 수위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굉장히 편한 사람입니다. 질문하는 것 그리고 저라는 사람을 어렵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XD
콜트의 말에 쿠보타의 분위기가 변한다. 어느샌가 버킷햇의 넓은 모자 챙 사이로 날카롭게 가라앉은 눈이 콜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건 그 녀석들 팔자다. 내게 묻지마."
총상이라면 이쪽도 당했고, 사경이라면 매번 투입 될 때마다 해매고 있다. 죽은 자. 그들의 수고에 경의를 표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명복이라면 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신한다. 이 업계에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 설치는 녀석은 바보나 다름없다. 다들 제 나름의 이유로 싸우고, 필사적으로 부딫히고 있는 거다.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이 오히려 쿠보타에겐 더욱 덧없어보였다.
"너희들에게 나서달라고 한 적은 없어... 싫다면 내버려 둬. 오히려 네 녀석들이 이러는 건 방해니까..."
다만 막으면 벤다. ...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겠지. 모자를 푹 누르고 시야를 덮는다.
"이게 너의 개인적인 일이면 이러지 않아. 우리가 널 도와 한 일도 아니고." 책상을 내리치며 일어 섰다.
"이게 '우리' 일 이었으니까! 이 일 때문에 그때 거기 있던 이니시에이터가 모두 범죄자 은닉 혐의를 받게 됬다는거다!"
"...거기 있던 사람중, 특히 총에 맞은 사람중 하나는 한 아이의 어머니다. 남편도 없이 아이를 키우기 위해 돈을 벌려고 이런 시궁창 같은데서 죽을 상처 입어가며 싸운다고!" 어느날 그 어머니가 크게 다쳐서 돌아온다면, 아니면 그 어머니가 죽었다는소식을 아이가 듣게 된다면. 그 때 그 아이는 어떻게 되겠는가?
아니면 이 일의 혐의로 잡혀가거나 구속된다면... 그 아이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이 살아가야 할텐데?
"다들 아무말 없으니 나는 이렇게 말 하는것 이상은 하지 않겠어. 그렇지만 이 일이 큰 사태로 커지면..."
"너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할거다. 그건 알아둬. 주변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네가 변호 받을거란 생각은 하지 마라." 그대로 병실 문으로 걸어갔다.
총알이 2cm만 옆으로 빗겨갔어도 영영 걸을 수 없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의사는 말했다. 유페미아에게는 다행히도 총알은 2cm 옆으로 빗겨가지 않았고, 지금 유페미아는 보행기에 의지하면 문제 없이 걸을 수 있는 상태이다. 앞으로 몇 주만 더 재활치료를 하면, 문제없이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의사의 소견이었다.
"이 나이에 보행기라니... 이제 정말 할머니 꼴이구만."
나이가 많다 해도 유페미아의 나이 51세. 보행기를 쓰기엔 아직 너무 이른 나이이다. 이건 그동안 자기 자신을 '할머니'라고 칭하며 농담했던 것에 대한 업보인가, 하는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유페미아는 병원 로비에 있는 자판기에 동전을 집어 넣는다.
짤깡, 소리를 내며 음료수 캔 두 개가 배출구로 떨어진다.
유페미아는 음료수를 꺼내려 하지만... 이런, 지금 허벅지에 깁스를 한 상태로는 아직 다리를 쭈그리고 앉는 자세는 불편하다. 하는 수 없이 유페미아는 옆에 있던 처음 보는 사나이-아마도 원숭이? 데미휴먼-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유베리드 패밀리 보호소에서 제대로 된 링크 절차를 마치고, 자신의 링크 상대에게 집 주소를 알려주며 나중에 보자고 했었던가요. 자신은 먼저 준비를 하고 있을테니 찾아오라고. 유베리드 소장과의 만남은 그다지 좋은 경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키아라는 링크 자체에 의의를 두었습니다.
지금 키아라는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지금은 쓰지 않는 방의 케케묵은 먼지를 털어내기도 하고, 방 한켠에 놓인 짐들을 옮기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편히 쉴 수 있도록 푹신한 이불도 펼쳐두고 발굽 소리가 크게 울리지 않도록 부드러운 매트도 깔아두었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서야 키아라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냈습니다. 그저 그 친구가 집을 잘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언제 오려나 싶어 괜히 문 밖을 기웃거려 보기도 합니다.
난전은 모두에게 공평한 상처를 남겨주었다. 크게는 총격에 의한 관통상과 창상, 소소하게는 이리저리 뒹굴며 입은 찰과상 등. 소동의 주요원인이나 다름없었던 그 데미휴먼(이름이 루르라고 했었나?)을 병동에 밀어넣자 상황은 겨우 일단락 되는 듯했다. 곧 터질 폭탄처럼 긴박하게 돌아가던 사태가 끝을 보이자마자 다른 이들 역시 줄줄이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더라. 하기야 총격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부상 없이 멀쩡하게 나온 이가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가 그 이상한 일을 실현시킨 이상한 놈이었고. 어느 정도는 운이 있었다지만 결과만을 본다면 여하튼 그랬다. 그는 다친 곳 하나 없는 말끔한 모습으로 병원을 이리저리 활보하고 있었다. 문병을 온 것도 아니고,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에게도 이곳에 머무를 용건이 있기는 했었다. 지난밤의 논의 끝에 내려진 결정, 교대로 루르를 감시하기로 한 합의를 지키기로 해서다. 지금은 아직 제 차례가 오지 않아 빈둥거리는 중이었고. 무료하게 이곳저곳을 나돌아다니던 그가 불현듯 걸음을 멈추고 무언가에 시선을 고정했다. 자판기 앞에 선 중년 여자의 뒷모습이었다. 다리를 다친 듯 보행기를 끌고 있고, 그 외에 특별한 점은 전혀 없다. 그렇지만 어쩐지 눈이 가는 모습이다. 낯이 익다기엔 애매하고, 낯설지만도 않은. 직감에 이끌려 어느샌가 여자의 곁으로 다가간 그는, 제게 던져진 요청에 늘 그렇듯 장난스런 웃음부터 내보였다.
"꺼내드리면 한 캔은 저 주실래요?"
상대의 대답이 들려오기도 전에 그는 무릎을 굽혀 캔을 꺼내었다. 서늘한 금속성의 감촉, 그새에 고인 물방울이 바닥으로 몇 방울 떨어져갔다. "농담이에요. 여기."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한 손으로 겹겹이 음료캔을 쌓아서 내밀었다. 그는 잠시간 여자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눈치였다. 고민의 순간은 짧다. 그는 곧장 질문을 던진다.
장난삼아 꺼낸 말이었는데, 여자는 생각 외로 호방하게 말을 받아주었다. 새로이 떨어진 캔을 잠시간 멀뚱히 바라보던 그가 뒤늦게 몸을 숙여 배출구에 손을 집어넣었다. 평소보다 행동에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자판기에서 꺼낸 물건이니까 문제 없겠지. 그는 곧장 캔을 따지 않고 차가운 캔을 손 안으로 굴리기만 했다. 당장 마실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처음부터 목이 마르지 않았기도 했고.
"고마워요."
그는 짧은 감사를 남기고선 제 질문의 답을 들었다. 못된 속임수? 그 부분에서 의아해지려던 찰나, 이어지는 말에 대강의 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 맞네. 터지려던 감탄사는 속말로 밀어넣었다. 여자의 뒷모습에서 느꼈던 익숙함에는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그는 상대가 말을 다 끝내기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의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다 대화의 맥이 잠시 끊긴 순간에야 불쑥 말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시점에서 한참은 때늦어 불필요해진 지적이었다.
"그런데 이 얘기는 비밀로 해야 하는 거 아녔어요? 만약에, 음…… 그쪽 분이 상대를 잘못 알아봐서, 제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아니었다면 큰일이었을 텐데."
어차피 저도 공범이 맞고, 그러니까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요. 말하고선 또다시 어깨를 으쓱한다. 상대의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진 않았으나 긍정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 대답을 조금은 난감해할지도 모를 상대를 배려하기라도 하듯-물론 정말로 배려한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막 새로운 주제가 떠올랐을 뿐이었으니까.- 그가 논제의 갈피를 슬며시 비틀었다. 완전한 우회는 아니고, 약한 선회 쯤 되는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