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유저들에 의해 지정된 공식 룰을 존중합니다. ※친목&AT필드는 금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금지입니다! ※모두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다른 이들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어서 상판을 찾았다는 점을 잊지말아주세요! ※지적할 사항은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해주세요. 날카로워지지 맙시다 :) ※스레에 대한 그리고 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환영합니다. 다만 의미없는 비난은 무시하겠습니다. ※인사 받아주시고,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있답니다. ※17세 이용가를 지향합니다. 그렇다고 수위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굉장히 편한 사람입니다. 질문하는 것 그리고 저라는 사람을 어렵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XD
>>12 파랑색 우비로군요! 약간 경찰 느낌이 날 것 같기도 한데요! >>13 오베론ㅋㅋㅋㅋㅋ 상상해 보니까 뭔가 웃기면서도 귀여운데요ㅋㅋㅋㅋㅋ 하긴 오베론은 하반신이 기니까요!(끄덕) >>14 예-아 같은 장우산파로군요! 사실 유페미아에게 장우산을 골라준건 장우산이 왠지 영국신사 지팡이같은 분위기여서였는데, 생각해 보니 검같은 분위기도 나는군요!
콜트는 아무래도 데미휴먼의 권리 문제에 관심이 많거나, 유베리드에게 개인적인 악감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혹은 둘 다거나. 점점 격화되려는 분위기에 어떤 말이 적절할지를 생각하려던 찰나, 키아라가 상황을 중재했다. 결론 비슷한 것도 났다. 데미휴먼은 사람이고, 유베리드가 처벌당해야 한다고. 그는 이 의견에 대해 덧붙일 말이 많았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얌전히 입을 다무는 게 최선이었다. 그는 의식적으로 입을 우물거리다 만들어낼 수 있는 한의 가장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도 괜한 말을 했네요. 죄송해요." 사과의 말도 덧붙이며. 상황은 그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듯했다.
"저희 소장님이 워낙 흔적이 깔끔하신 분인데다가 보호소까지 싹 갈아엎으려면 힘들겠지만요. 언젠가는 원하시는대로 될 거라고 믿을게요."
……그렇게 넘어가는 '듯'했다. 그는 곧바로 낯빛을 바꾸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는 긍정적인 관점으로. 좋게 본 내용조차도 딴지를 거는 것에 가까웠지만, 근본부터 비관적인 긍정주의자인 그로서는 나름대로 노력한 셈이었다. 박수를 치듯 가볍게 손을 맞부딪치며 그가 다시금 만면에 유쾌한 웃음을 내걸었다. 그는 키아라에게로 대화의 흐름을 돌렸다.
"거의 10년쯤 됐어요, 여기서 지낸지는." "그리고 저도 물어봐도 될까요? 그 데미휴먼이랑은 어떻게 링크하게 됐어요? 보호소 문의를 통해서 만났나요?"
설령 그렇다 해도 짐승처럼 굶주리며 갇혀 지내던 그 시절이나, 바깥을 구르던 그때보다야 못할까. 비록 타인에게 철저하게 부정당할지언정 그에게 유베리드 패밀리는 그간의 삶에서 가장 실질적인 안전을 제공해준 '보호소'가 맞았다. 만약 그가 지금보다도 더욱 낙관적인 성격이었더라면, 그곳을 고향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물론 그는 정이라는 자상한 씀씀이가 말라붙은 사람이었으므로 성립되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는 조금 전보다는 수용적인 태도로 말을 받았다.
"아, 그때 거기요?"
다만 이번만큼은 표정이 떨떠름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철창 안의 동족, 몇 푼의 돈에 운명을 달리하는 상품들. 데미휴먼을 향한 현 사회의 불합리를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부하는 그라지만, 함께 연상되는 나쁜 기억마저도 가벼이 넘기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는 잠시간 이맛살을 찌푸리며 허공을 노려보았다. 스멀스멀 떠오르려던 옛 시절의 객려들이 점차로 흩어져갔다. 어렵잖게 주의를 되돌린 그가 다시금 단순한 답을 내놓았다.
"어쨌든 잘된 일이네요. 그 일로 인연이 생겼으니."
상품들도 구했고, 링크도 맺고. 그러고보니 경매장에서 구조된 데미휴먼들 중 몇이 유베리드에 들어왔다고 했었나. 말을 마치고선 슬금슬금 자리를 옮겨 콜트의 옆으로 갔다. 그러고선 저 혼자 팔짱을 끼고, 남자에게로 은근슬쩍 몸을 기울이며 채근하듯이 말하는 것이었다.
"서로 사과했으니까 화해한 거 맞죠?"
지적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면서도 우선 하나만 지적하자면, 처음부터 싸운 적도 없었다. 그가 또다시 얄밉게 히죽거렸다.
하반신이 사슴이라면…… 아. 확실히 침식이 위험한 수준에 이른 건 맞다. 중화제 주기가 어긋나기라도 하면 큰일이고. 그는 이야기를 듣다 흘끗 제 팔을 내려다보았다. 손을 들어 변이가 일어나지 않은 팔뚝 위를 가만히 쓸어보았다. 이질적인 살가죽의 감촉이 피부를 스쳤다. 아직 그리 걱정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얘기를 듣자 조금쯤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그는 팔을 쓸던 자세 그대로 자연스레 팔짱을 끼었다.
"키아라는 친절하시니까요,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거예요."
좋은 말을 하면서도 표정은 묘하게 어중간한 느낌이 있었다. 좋은 의도는 무조건 의심하고 보는 악습관이 도지려다, 그래봤자 어차피 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불신을 내려놓는다. 그러면서- 화해의 종용. 그는 이쪽을 지키보는 키아라에게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치다 퍼뜩 몸을 바로 세웠다. 콜트가 생각보다도 적극적으로 장난을 받아주어서다.
"아직 우리 사이에 포옹은 이른 것 같고, 대신에 이거 어때요?"
그는 주먹을 쥐고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고개를 조금 기울이며 주먹을 슬쩍 두어 번 흔들었다. 아마도 피스트 범프를 말하려는 걸 거다.
스칼렛은 고개를 끄덕이며 위험한 세상이야. 하고 덧붙였다. 데미휴먼이니 조심해라 - 라는 말에는 그저 미소로 화답했다. 위험하기야 할 것이다. 달려오는 것들이 있다면 싸우면 될 것이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데미휴먼의 전투력이라면 모두가 알아주니까. 허나 스칼렛은 싸움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아니, 되려 걸려오는 싸움도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편이었다.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목숨이 걸려있다면 죽자고 싸우는것이야 당연하겠지만은. 갑자기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지자 스칼렛은 부 - 하고 죽는 소리를 내며 다시 창문에 머리를 내놓았다.
" 확실히 데미휴먼으로 태어나는건 일종의 저주니까요. 그러니까 그렇게 모든 생명에게 미움받고 있는거에요. "
하루에도 몇 명씩 죽고있고, 몇 명씩 행방불명 되고있어요. 몇 명씩 크토니안이 되어가고 있고요. 막을 수 있다면 막아야지요. 바꿀 수 있다면 바꿔야지요. 그저 데미휴먼이라는 이유로 생명에게 미움받을 이유는 없는 거거든요. 저주받아 태어났다고 한들,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이렇게 태어난 건 아니거든요. 그건 누구에게나 맞는 사실이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이해는 해요. 언제 갑자기 괴물이 되어버릴지 모르고, 맘만 먹으면 사람 하나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사람들하고 같이 살라고 하면 뭐.. 확실히 위험하니까 저도 이해는 하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모든 생명에게 미움받는다고 해도요.
스칼렛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말하고는 너무 주제넘었나요? 하고 덧붙이고는 헤실헤실 웃으며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빨간색 딸기맛.
주먹이 부딪치고, 콜트가 입으로 폭발음까지 내자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마냥 딱딱해보이는 첫인상과는 달리 분위기를 풀 줄도 아는 사람이다. 재미있다고 해야 할까. 주먹을 풀고 손등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살살 가렸다.
"저한테 이 정도로 해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친절하신 거죠. ……아, 미안해요. 방금 말은 못 들으신 걸로 하기."
둘이 데미휴먼에게 너그러운 사람이라 그랬을까, 평소보다도 말이 생각을 거치지 않고 나오고 있었다. 그는 문제가 또다시 생기기 전에 내버린 말을 재빨리 주워담았다.
"아직 정식으로 링크를 완료하지도 않았잖아요. 무거운 걱정은 조금 더 나중에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리고 가벼운 생각이 또 한 번 치고 나온다. 얼핏 콜트의 의견과 비슷해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안에 든 고민의 경중이 전혀 달랐다. 어차피 크토니안이 되면 예전의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될 텐데, 그 시점에서 이전의 '나'는 죽은 것과 다름이 없게 된다. 그러니 죽이든 살리든 알아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서다. 크토니안의 숨을 끊게 될 이니시에이터의 고뇌나, 크토니안이 될 데미휴먼의 고통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는 대목에서 특유의 무념한 사고방식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자캐는_멘션온_캐의_거짓말에_어디까지_속아주는가 리코! 난 미래를 볼 수 있어: 으응, 리코는 그렇구나(국어책 읽기 톤) 나 애인 생겼어: ....누군지 알려줄수 있니? ㅍㅍ (잡아서 족칠 것이다) 아니, 몰랐는데: (ㅍㅍ 표정으로 보다 이대로 넘어가면 안되겠다 싶을 땐)(몸 낮추고 눈 맞추고) 리코, 솔직하게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까마귀 원래 흰색이야: 어떻게 보면 그럴 수 있지만 겉으로 보기는 아니야, 리코.(과학책 보여줌) 산타는 정말로 있대: 음...그럴 수도 있지.(끄덕)(국어책 읽기)(동심보존의 차원에서) 그냥 넘어진 거야: 응, 리코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국어책 읽기) 상처 좀 보자 ㅍㅍ 괜찮아: 괜찮은 건지 안 괜찮은건지는 사람에 따라 달라. ㅍㅍ 언니한테 말해주면 같이 생각하자. 안 울었어: ...리코, 눈 부었어. ㅍㅍ 얼음주머니로 가라앉히자. 아무것도 아니야: (대충 괜찮다는 말과 반응이 비슷합니다) 사랑해: 그건 신중하게 말해야 하는 단어야. 하지만 나도 리코를 많이 좋아해. 정말 싫어해: ...그럴 수도 있지. (ㅍㅍ(마무룩)
데미휴먼으로 태어나는 것은 일종의 저주이다, 모든 생명에게 미움받고 있다까지의 말을 듣고는, 유페미아는 잠시 스칼렛의 말에 끼어든다.
"나는 말이지, 스칼렛 군의 '저주'란 단어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네. 일단, 과학자로서 그런 미신적인 단어사용은 지양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점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데미휴먼은 저주받았다'라는 명제 자체에 이의를 제시하고 싶구먼."
"저주는 당사자가 뭔갈 잘못하거나, 누군가의 앙심을 품어서 받는다는 느낌이 강하질 않나. 하지만 데미휴먼은 무언가를 잘못한것도, 누군가의 앙심을 품을 만한 일을 한 것도 아니네. 그저 그렇게 태어났을 뿐이지. 또한, 저주란 해결할 수 없다는 암시가 강하지만, 데미휴먼은-그래, 현재로서는 완벽한 치료제가 없다는 것은 인정하네, 하지만, 언젠가는 크토니안화를 완벽하게 치료할 치료제가 나올 수 있지 않겠나! 게다가 지금도 중화제라는 훌륭한 지연제가 있어, 꾸준히 맞아주기만 한다면 평생동안 크토니안화하지 않고 살 수 있고 말이야. 마지막으로, '저주'라면 당사자에게 부정적인 영향만 끼쳐야 하네. 그런데 데미휴먼들을 보게! 일반인을 훌쩍 뛰어넘는 능력들을 가지고 있지 않나! 이걸 어떻게 저주라고 할 수 있겠는가!"
"너무 저주받았다고 스스로 자책하지 말게나. 데미휴먼은.. 그래, '증후군'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네."
유페미아의 말이야말로, 데미휴먼이 겪는 차별을 하나도 겪어보지 않고서, '저주가 아니다'라는 말이나 쉽게 해대는 점이 주제넘게 느껴졌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이 유페미아의 진심이었다. 그 안일함마저 포함해서도.
"...흠, 흠. 말을 하는데 끼어들다니, 이거 실례했구만. 미안하네 스칼렛 군."
유페미아는 뒤늦게 스칼렛의 말에 끼어들은 것을 사과하고는, 스칼렛의 말을 마저 듣고 나서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스칼렛이 하는 말은, '저주'라는 말을 사용했을 뿐 유페미아의 생각과 크게 다를 게 없는 모양이었다. 한 가지만 빼면.
"...위험하지 않다네."
"중화제만 꾸준히 맞아준다면, 전혀 위험할 게 없다네."
"데미휴먼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은, 데미휴먼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무지하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있는 거라네!"
애초에 크토니안을 봐도 호기심에 눈을 빛내며 다가가는 시점에, 유페미아에게 있어서 무엇이 위험하게 느껴지랴-는 쉬운 반박이 있겠지만, 상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그~럼! 잘 생각했네 스칼렛 군."
미움을 받아도 살아가야 한다는 말에 대한 대답이다.
스칼렛이 주머니에서 사탕을 하나 꺼내 물자, 유페미아는 동지를 만났다는 생각에 내심 반가워하며, 자동차의 계기판과 유리창 사이에 괴어놓은 막대사탕 통에서 콜라맛 사탕을 하나 꺼내 입에 문다. 시큼하면서도 찌르르한 맛이 속을 풀어준다.
#자캐는_멘션온_캐의_거짓말에_어디까지_속아주는가 마망! 난 미래를 볼 수 있어: ㅍ-ㅍ(물끄러미)(대충 얼토당토않은 소리인데 상대가 마망이라 약간 의심함) 나 애인 생겼어: 축하드려요.(국어책 읽기)(하지만 마망 마음에 스크래치를 내면 잡아서 족칠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몰랐는데: 으음...(속으로 좀 고민하지만 마망이 모르는척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까마귀 원래 흰색이야: (갸웃) 속살 기준으로 말씀하시는 건가요, 깃털 기준으로 말씀하시는 건가요? 산타는 정말로 있대: 산타가 정말 과학적인 속도로 움직이면 지구가 다시 멸망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나름 부드럽게 반박) 그냥 넘어진 거야: ...그래도 다치지는 않으셨나 살펴보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괜찮아: (더 물어봐야 하나 깊게 고민하다 고장난다.) 안 울었어: 네.(나름대로 믿는 척 발연기) 얼음은 냉동실에 새로 얼려 놓았으니까 목마르시면 쓰세요.(눈 부으시면 쓰시라는 의미) 아무것도 아니야: (역시 깊게 고민하다) 아무것도 아닌 상태는 주관적인 거라고 배웠어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라도 있나요? 사랑해: 음....네? 정말 싫어해: ...네.(마무룩)(좀 상처받았지만 마망이라면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
#자캐는_멘션온_캐의_거짓말에_어디까지_속아주는가 에피! 난 미래를 볼 수 있어: 음...(어이없는 소리지만 상대의 직업 때문에 좀 고민한다) 과학적 근거가 있나요? 나 애인 생겼어: 축하드려요.(국어책 읽기지만 나름대로 축하를 담아 말한다) 아니, 몰랐는데: ...제가 몰라야 하는 일인가요?(모른척을 준비하며) 까마귀 원래 흰색이야: 근거가 있는 말씀이시네요.(납득) 산타는 정말로 있대: 근거가 있으신가요...?(갸웃)(상대 직업 때문에 조금 고려해 본다) 그냥 넘어진 거야: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그냥 넘어진 상처가 아닌 것 같아요, 에피.(응급처치해줌) 괜찮아: ...제가 처리할 수 없는 영역의 감정인 것 같지만, 대체로 괜찮지 않은 사람들의 패턴이 보이는 것 같아요.(나름대로 신경써줌) 안 울었어: (거짓말은 못 들은 척) 우는 건 필요한 감정의 배출이라고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아무것도 아니야: ...제 의견은 넘기셔도 되지만, 다른 분들과 고민을 공유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직접 캐묻기는 힘들지만 그냥 넘어가긴 좀 그런 상황이다) 사랑해: 음...모성애적, 친애적 감정 말씀하시는 거군요.(이상한 방향으로 믿음) 정말 싫어해: 물론 감정은 주관적이지만, 이유가 없으신 발언 같아요.(그래서 반쯤 안 믿음)
스칼렛은 피식 웃으며 당신은 좋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데미휴먼이 안 좋은 의미로 다르다는 건 인정하시네요? 하고 놀리듯 말했다. 뭐, 인정하고. 이해하는 부분이니까 괜찮아요. 하고 말하며 창밖으로 뻗은 손을 움켜쥐었다 폈다. 아까처럼, 손톱이 길게 늘어났고 스칼렛은 잠시 제 손을 바라보면서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쏙, 하고 손톱을 집어넣고는 사탕을 권하는말에 아, 감사합니다. 하고 말하며 고개를 살짝 숙여보였다.
" 그런데, 데미휴먼에 너무 깊게 관여하지 않는 게 좋아요. 물론 유페미아씨는 좋은사람이지만 그래도 데미휴먼중에는.. 그런 사람들도 있어요.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면서 주는 동정은 필요없다-라고. "
너무하죠? 스칼렛은 그렇게 덧붙였다. 누가 되었던 우리를 생각해준다면 좋은 사람일텐데 말이에요.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착한것과 정의로운 것만을 따라가며 살아가는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픈 사람도, 슬픈 사람도, 다치는 사람도 없이 다 같이 행복하게 지낸다면 좋을텐데요. 스칼렛은 그렇게 말했다. 정의로운것. 정의로운 것이 다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보편적으로 정의롭다-라는 것은 대부분 옳은 것을 의미하니까.
>>156 선관...(무작정 제안해 버려따...!) 두사람이 정반대 방향으로 합리성을 따지니까 둘이서 그 부분을 의식할 수 있는 관계가 재미있을거 같아요! 감정적 교류가 많은 사이라면...막역한 친구라던가 구애인(이 경우 지금은 친구에 가깝고 별 감정없음) 사이라던가요...? 전 후자가 재미있을 거 같은데 원하시는 관계 생각나시면 말씀해 주세요 ;D
앗 그러게요 합리성을 따지는 방법을 의식할 수 있는 선관이라니 마냐주 천재....! 친구도 좋지만 저도 구애인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문제는 그럴싸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쳰위가 절대로 연애를 하지 않을 것 같아서... 누군가와 내기를 했다던가, 개인적인 호기심이 들어 시작한 게 아닌 한 누군가와 관계맺길 시도할 생각이 전혀 없는지라... :ㅁ 마냐주가 괜찮으시다면 내기나 호기심 같은 가벼운 이유로 시작한 관계라도 설정해도 될까요??
>>203 하아....정화된다...마망 너무 아름다워요(녹아내림) 리코주 역시 금손이셨어 >>186 마냐는 태도나 성격(감정에 무딘 점이라던가 말투) 등을 로판소설 솔라 레메게톤의 주인공 솔라에서 따왔어요! >>183 으악 저야말로 늦게 보아서 죄송합니다 ㅠㅠ 내기나 호기심에서 시작된 관계 너무 좋아요! 같이 내기하면 마냐는 처음에는 뚱하다 나중에는 앞뒤없이 달려들면서도 본인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거 같아요! 그러고보니 쳰위는 마냐의 어디에 호기심을 가질 지 궁금해지네요! (개인적으로 마냐는 매사에 합리를 따지면서도 기본적인 가치의 우선은 애정에 두고 있어서 쳰위가 그 부분을 의식하는 걸 보고 싶은데 이 부분은 쳰위주가 어려우시면 스루해 주세요!)
스칼렛은 흐응 - 하고 콧소리를 내더니 미소를 띈 채로 유페미아를 바라보다가 정면을 바라보았다. 까드득, 소리와 함께 사탕을 부순 스칼렛은 다 먹고 난 사탕막대를 주머니에 넣어두곤 허수지구는 없다는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있어요. 허수지구는. "
보지 못한다고 없는건 아니거든요. 분명히 존재해요. 단지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알면서 부정하기 때문에 없다고 취급되는 거죠. 수많은 버려진 아이들이 그곳에 있어요. 하루하루를 죽음과 싸우면서, 크토니안과 싸우면서 살아가요. 그 아이들도 그렇게 살아가니까 저도 살아가지 않으면 안돼잖아요? 아무리 힘들어도 그 아이들보다 힘들진 않을테니까.
그렇게 말하는 스칼렛은 어딘가 쓸쓸한 눈망울을 하고있었다. 분명히, 존재한다 허수지구는. 스칼렛은 그렇게 말했다. 하루에도 몇명씩 사라지고, 크토니안으로 변하는 버려진 도시. 저주받은 도시. 허수지구는 분명히 존재했다.
앞뒤 없이 달려드는 마냐 조 아....!!! :ㅇ 쳰위는 일단 시작하면 처음부터 연인관계에서 흔히들 하는 다정한 '행동' 만큼은 잘 해줄 것 같아요. 시간을 할애하고 배려하고 신체적 접촉을 한다든지....하지만 애 성격이 성격이고, 계기도 계기다보니까 어디까지나 쌍무적 계약을 이행한다는 느낌으로만 움직일 것 같네요() 야오쳰 진짜 뭐가 문제인가~!
원칙과 합리성을 따지는 모습에 호기심을 가져요! 본인은 이성에 따른 합리보다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직감과 기분, 장/단기적인 이익을 보고 행동하니까요. 자기와는 상반되는 판단 방식을 신기하게 여길 것 같네요. 그리고 마냐의 가치 우선이 애정에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면 자주 그걸 주제로 얘기를 할 텐데... 마냐의 가치관에 따른 행동 하나하나에 의문을 가지거나 가벼운 논쟁을 하게 될 것 같아요. 네 생각이 잘못되었으니 바꿔주겠다는 다툼까지는 아니고, 본인의 사고방식 역시 절대로 굽히지 않는 식으로.
앗 그렇다면 처음 내기연애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어떻게 정해야할까.... 우선은 서로 처음 만났을 시기를 언제로 잡을까요??
>>224 아악 또 늦었다...물론이죠 모쪼록 캡틴 원하시는 방행으로 편하게 써주세요 ^3^ >>225 처음 만났을 시기는 2-3년 전으로 잡으시는 게 어떠세요? 이때는 유베리드 패밀리에 안 들어가셨다면 기간 조정하셔도 되구요! 쳰위랑 마냐랑 어떤 계기로 우연히 마주쳐서 협동하게 되었다는 느낌 어떠신가요? 그때 마냐 성향을 알게 되어서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던가...! ㅋㅋㅋㅋㅋㅋㅋ 마냐도 연애란게 뭔지 체험이나 해 보자 ㅍㅍ 느낌으로 연애 시작한 거기 때문에(뭐가 문제냐) 아예 사전에 둘이 계약서 같은 거 작성해놓고 비효율적인 일은 하지 않기로 합의 봤을거 같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 뭔가 데이트 중 논쟁과 서로에 대한 고찰도 루틴이 되어버릴 것 같네요.
그때도 유베리드 소속이었으니까 문제 없어요! 어떠한 계기로 의한 협동이라면…… (두뇌풀가동!)(그아않...) 어떤 일이 있었다고 하면 좋을까요... 형사 사건 판결의 증인이 되었다든가...??(???)
연애 체험ㅋㅋㅋㅋㅋㅋㅋㅋ쳰위도 마냐 개인에 대한 호기심+ 2~3년 전이라면 사랑에 대한 탐구욕이 있었을 시기라 이유는 서로 비슷했네요! 계약서 어떡하냐 백퍼 썼다… 연락 가능 시간이랑 행동 허용범위 같은 거 명시해서 지키기로 할 것 같고…
깨진 이유도 둘의 합리가 내린 결론이 일치해서 이뤄진 결과일 것 같아요. 혹은 쳰위 쪽에서 요청했거나? 궁금해서 해봤는데 딱히 달라진 것도 없고, 더 얻을 유의미한 결과도 없는 것 같고. 쳰위의 경우엔 연애라는 형식을 유지하는 데 질리기도 했을 거예요. 어차피 서로에 대한 고찰이 주를 이룰 거라면, 연인 관계로 있는 건 다방면에서 낭비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서요.
연애사정이라는건 복잡하면서도, 듣고 있으면 언제나 즐거운 법이지. 미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호록 - 하고 차를 마셨다. 꿀을 조금 더 넣을 걸 그랬나. 하는 잡생각과 함께 가만히 하는 말을 듣고 있던 미호는 그렇구나. 그러네. 하고 적당히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
"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야. "
뻔하디 뻔한 이야기지만 사랑이라는건 불장난도 해보고, 오래 만나보기도 해야 진짜가 뭔지 알게되는 법이거든. 다 거쳐가는 법이야.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거지. 굳이 붙잡지 않아도 괜찮아. 서로 좋게 헤어졌으면 그게 운명인거지. 솔직히 말하면 나는 답이 뭔지 모르겠네. 다른 누구에게 물어봐도 똑같을거야. 아무도 정답을 몰라. 그런데 마냐는 이게 답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한거잖아? 아무도 모르는 답을 혼자 알고있으면 그게 정답인거지. 잘했어.
미호는 그렇게 말하곤 눈가를 접어 웃고는 가만가만 머리를 쓰다듬어 주다가 꼭 끌어안고는 잠시간 토닥이며 다시 한 번 잘했어. 하고 덧붙였다.
붙여진 이름: 꽁치 특기: 인간의 음식 먹기 갈색 눈의 카라칼. 최근 비싼 도자기를 깨트리곤 같은 집 개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웠다. 주로 「냐아」하고 웁니다. https://kr.shindanmaker.com/chart/867646-68b76d9d69d21a665a7286a308dd973880bc8ca0 #고양이가된당신 https://kr.shindanmaker.com/867646
아니 카라칼이 언제부터 고앵이었죠 비만도 높은 건 납득하기 어렵지만 멍뭄이한테 죄를 덮어씌운 건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
붙여진 이름: 꽁치 특기: 인간의 음식 먹기 갈색 눈의 카라칼. 최근 비싼 도자기를 깨트리곤 같은 집 개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웠다. 주로 「냐아」하고 웁니다. https://kr.shindanmaker.com/chart/867646-68b76d9d69d21a665a7286a308dd973880bc8ca0 #고양이가된당신 https://kr.shindanmaker.com/867646
아니 카라칼이 언제부터 고앵이었죠 비만도 높은 건 납득하기 어렵지만 멍뭄이한테 죄를 덮어씌운 건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
붙여진 이름: 키티 특기: 그루밍하기 아름다운 밥테일. 처음부터 고양이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잘 적응중. 주로 「먀옹- 먀옹-」하고 웁니다. https://kr.shindanmaker.com/chart/867646-4f8d7b40a10f5fa4a4e66d5922c24eac8954570a #고양이가된당신 https://kr.shindanmaker.com/867646
붙여진 이름: 짤랑이 특기: 같은 집 개 괴롭히기 푸른 눈의 러시안블루. 최근엔 집사로부터 「너무 시끄러」라는 말을 듣고 대 쇼크! 주로 「으르렁~」하고 웁니다. https://kr.shindanmaker.com/chart/867646-fdded0e5d4a469a3ad2f80119eb28f190b9540d8 #고양이가된당신 https://kr.shindanmaker.com/867646
268 EP 03 : 시카의 딸 - 神算鬼謀の狙撃兵 ◆ndsNYm2fsg
(6592753E+5)
2019-09-07 (파란날) 19:13:01
" 시카의 딸 - 神算鬼謀の狙撃兵 " DAY 2 - 19 : 01 : 27 A "알파" 지구
대범하게도 CPA의 연구2팀의 팀장을 노린 저격사건은 금세 모두의 이슈가 되었습니다. 뉴스에서도 연일 떠들어댔고 중태에 빠진 연구팀장의 회복을 기원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결국은 사망하고 말았다는 뉴스가 올라왔고, 뒤이어서 지나번의 CPA난동사건때 사용된 라푸아 매그넘과 같은 탄환이라는게 밝혀져 동일범의 소행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습니다. 사용된 탄에는 일련번호가 아예 없었기에 누가 구매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고 820m라는 비상식적인 거리에서의 저격이라는 점 외에는 밝혀진 점이 없었습니다.
몇 번이나 큰 사건들이 터지고 있었기에 코르포데이는 물론 비상에 걸렸습니다. 왜 코르포데이냐, 주변에 수소문을 해본 결과 이 사건 역시 시카의 딸이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가 속속 잡히기 시작했고 문제의 그 저격범이 데미휴먼이라는 증언또한 계속해서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태스크포스 총괄본부에도 지원을 요청해놓은 상태이지만 수사에는 진전이 없었습니다. 결국 코르포데이는 각지의 이니시에이터를 불러모았습니다.
초대장에는 시간과 장소가 적혀있었고 시간이 되는 이니시에이터라면 전원 참석해주길 바란다. 안건은 최근의 문제가 되고있는 '시카의 딸'이다. 그리고 사건의 저격범을 확보하기 위한 이니시에이터들의 도움을 바란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써 있었습니다. 이니시에이터뿐만 아니라 아무래도 데미휴먼의 조직인 시카의 딸이 연루돼있었기에 데미휴먼들에게도 초대장은 돌아갔습니다.
듣자하니 또 다른 저격 사건이 발생한 모양입니다. 하루종일 뉴스에서 떠들어대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나요. 이 또한 지난번 CPA 테러 사건과 동일인의 범행이라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사용된 탄환이 같다나요. 키아라는 티비를 끄고, 자신에게로 날아온 초대장을 들어 다시 읽어봅니다. 코르포 데이에서, 이니시에이터의 소집을 요청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시카의 딸. 이젠 듣기만 해도 이골이 나는 데미휴먼 집단이었습니다. 데미휴먼의 인권을 위해 싸운다지만 키아라는 그들을 단순히 테러리스트 혹은 팩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았고 그에 대한 증오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단체야말로 데미휴먼의 온건한 권리 쟁취를 방해하는 것이란 생각에서요.
키아라는 대충 옷을 갖춰 입고, 항상 소중히 지니고 다니는 권총을 챙긴 후 집을 나와 집합 장소를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신문을 읽던-유페미아는 통신기술이 발달된 요즘 세상에서도 종이신문을 고집했다-유페미아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지난 번의 CPA 테러 사건에 이어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온 것이다. 피해자는 이번에도 연구 팀장. CPA에서 연구하고 있는 것 중에, 시카의 딸은 무엇을 그렇게 막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유페미아는 지난 번 연구팀장이 연구하던 인체개조 기술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러던 찰나, 신문 페이지 사이에서 한 쪽지가 팔랑거리며 떨어졌다.내용을 보아하니 코르포 데이에서 리코와 자신의 도움을 요청하는 모양이었다.
유페미아는 코트를 챙겨입고, 마취총과 마취탄을 정비한 뒤에, 리코를 부른다.
"리코 군, 지난 번에 만났던 마일리 군 기억하나? 마일리 군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양이네. 같이 가겠나?"
유페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리코는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준비라고 해 봤자 별 거 없었다. 그저 하던 것을 정리하고 쪼르르 문 앞으로 달려가는 것뿐이었다.
유페미아와 함께 코르포데이에 도착한 리코는 주변을 슬쩍 둘러봤다. 오가는 사람들 다들 바빠 보인다. 근래 큰 사건들이 연이어서 터지는 바람에 바빠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바빠 보이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리코는 유페미아의 옆에 딱 붙은 채로 집합 장소로 향했다.
또 다시 시카의 딸들이다. 아직 추정뿐이니 공개적인 추측은 하면 곤란하지만 그럴 거라는 심증이 충분히 있었다. 1km에 육박하는 저격을 할 수 있는 상대라면 높은 확률로 데미휴먼일 것이고, 데미휴먼 중 CPA에 직접적인 테러를 가할 만한 상대는 그렇게 많지 않았으니. 마리야는 같은 데미휴먼의 입장으로서 그들의 사고과정을 머리로는 이해하는 편이었지만, 동시에 그들이 끼치는 이익보다는 그들을 수습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었다. 더군다나 시카의 딸과는 충돌이 있었으니 공익을 위해서나 사적으로나 코르포데이에 협조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이 나왔다.
동시에 마리야는 그 터무니없는 저격을 실행한 장본인이 상당히 궁금했다.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저격은 답답하고 운이 크게 작용하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근접전에 비해서는 투자를 덜 했지만, 싸움꾼으로서 엄청난 실력을 자랑하는 상대라면 궁금해지는 게 당연한 법이다. 일종의 감정적인 판단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저격에는 식견이 없어 무어라 떠오르는 소견도 없다. 듣자하니 엄청나게 먼 거리에서 저격을 했다 하더라. 그렇다면 집중력이나 시력이 초월적인 수준에 이른 데미휴먼일지도 모르지, 그런 짧은 생각만 스쳤을 뿐이다. 이른 저녁, 흘러가던 이야기를 듣던 그는 제게로 발송된 초대장을 꺼냈다. 시카의 딸 관련 문제로 참석해 달라. 초대장은 이니시에이터에게는 시간이 된다면, 이라는 조건이 달린 권고의 말을 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데미휴먼은 의무 참석인가? 그는 잠시 곰곰하게 생각하다 결정을 내렸다. 가서 나쁠 것도 없다. 타뷸라의 늑대 건을 생각하면 그들이 자신의 안위에도 해가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이런저런 잡념과 함께 움직이던 걸음이 어느 순간 멈춰섰다.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한 것이다. 사사로운 생각의 끝을 맺은 문장은 이것이다.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노력할까? 최악을 피하고 만족한다면 지금 세상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데.
도착한 홀은 지난번을 고려한 것인지 창문은 없었고 그저 내부에 형광등을 다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내부에는 의자들과 단상 그리고 빔프로젝터와 큰 스크린이 있는 등 전형적인 강의장의 모습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모인 이니시에이터와 그 이니시에이터들과 링크한 데미휴먼들이 어느정도 모이자 단상에는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올라왔습니다. 자신을 코르포데이 본부소속이라 밝힌 남자는 고개를 꾸벅 숙였고, 무대의 오른쪽에는 마일리가 혼자 서 있었습니다. 빔프로젝터가 켜지고 스크린에는 '시카의 딸'이라고 적힌 글과 족보가 나와있었습니다.
현재로써 총원은 6명으로 확인되었으나, 존재가 밝혀진 것은 두 명. 블랑슈 로미소프와 젤러시 슈피첸뿐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용의자또한 시카의 딸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저런 잡다한 배경지식을 말하던 남자는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본론을 말하겠다는듯 주목을 요구했습니다.
" 상대는 녹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코르포데이뿐 아니라, 노련한 이니시에이터 분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잘 들어주십시오. 시카의 딸은 이번에 A지구의 지도자인 총리를 암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저희 쪽으로 은밀히 들어온 연락이라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
이후의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총리의 디코이를 만들어 차에 태우고 일정대로 움직인다. 오늘은 태스크포스본부를 시찰할 계획이고 그 계획마저 이미 넘어간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니 원래 계획대로 총리의 디코이는 차량으로 정해진 길을 따라 이동한다. 그리고 그렇게 간다고 했을때, 여태까지의 저격 거리를 감안했을 때 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건물은 이 세 곳이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화면에 띄운 지도의 건물중 세 곳에 빨간색으로 하이라이트를 쳤습니다.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시카의 딸이다. 그러니, 이니시에이터들의 협력을 요구한다. 코르포데이도 출동하겠지만, 상대가 상대이다보니 우리측 인력이 많을수록 좋다는 말을 끝으로 질문이 있는지 묻는 남자였습니다.
지구정부의 총리까지 위협하다니, 시카의 딸도 점점 대범해지는 모양이었다. 유페미아는 이 변화가 달갑지 않았다.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는 유페미아가 지금 총리에 가지고 있는 감정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에 수렴했지만, 분명 총리가 암살, 특히 데미휴먼의 손에 암살당한다면 엄청난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유페미아는 교수님의 강의에 질문하는 모범생같은 자세로 한 손을 높이 들고, 질문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세 가지 건물에 잠입하여 저격수를 잡으면 되는 겐가?"
창문이 하나도 없다, 이번에 들어선 홀에는 창문이 하나도 없었다. 저번에 갔던 CPA의 강당과는 다른 느낌. 리코는 창문이 없는 게 신기하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다 스크린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카의 딸, 그 중에서도 젤러시라는 이름을 가진 늑대는 저번에 만났었다. 리코는 저번에 만났던 늑대를 떠올리고 꼬리를 작게 저었다.
대충 정리하자면 미끼를 차에 태우고, 정해진 길로 보냈을 때 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총 세 군데. 그 세 군데 중 하나를 골라서 가면 되는 걸까? 리코는 가만히 유페미아의 의견을 기다렸다. 유페미아가 간다고 하면 리코도 가는 거고, 가지 않겠다고 하면 리코도 가지 않으니까.
총원 6명으로 지금까지의 사태를 만들어내는 게 가능한 일일까? 어쩌면 조사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그게 아니라면 시카의 딸의 소속원들이 그만큼 대단하단 거겠지만. 아무튼간에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라니 반발심은 전혀 들지 않는다. 진중한 이야기들을 이리저리 흘리며 자리에 모인 이들의 면면을 살핀다. 그는 간간히 고개를 끄덕이고, 총리를 암살하려 한다는 대목에서 와, 하는 감탄사를 참는 정도로 명백하게 기본적인 자제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생각이 없는 그라도 데미휴먼의 손에 총리가 죽을 시 벌어질 사회적 혼란 정도는 어렵잖게 예상할 수 있었다. 질문이 있냐는 말에, 그는 손을 드는 대신 고개를 쭉 빼며 목소리를 내었다.
사방 일대를 알게모르게 포위중에있고 총리의 디코이에도 경호를 붙여놓았습니다. 연락이 함정일 가능성도 배제는 할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코르포데이가 함께 출동하는 것입니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그럼 다음은.. 하고 말하며 슬라이드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조잡하다면 조잡할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지나가고 마일리가 고개를 들었을 때, 심장이 세번 정도 뛸 수있는 찰나의 순간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날아가고 문과 함께 문을 지키던 두 명의 사람이 안으로 날아왔습니다.
" 내가 그리웠던 사람? 없냐? "
눈에 길게 난 흉터와 토끼 귀, 블랑슈 로미소프는 씨익 미소를 지었습니다. 신고 있던 검은 부츠에서 한 줄의 파란 빛이 일었고 그 길로 앞으로 뛰쳐나가 의자와 몇 명의 이니시에이터를 발로 걷어차 눕혀버리곤 주변을 둘러보고 상황을 파악하는가 싶더니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배를 걷어차여 바닥에 쓰러진 마일리는 어느샌가 일어나 두 발의 총을 쏘았고 다시 소리쳤습니다.
시카의 딸이 총리마저 위협한다는 말에 눈썹을 꺾어 올린다. 어렴풋이 생각해 왔지만 역시나 폭력으로 차별을 해결하는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든다. 데미휴먼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도 한 정권이 무너졌다 재구축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지나친 희생을 필요로 했다. 그 과정에서 데미휴먼들이 겪을 고난과 차별은 과연 정당할까, 라는 문제를 둘째 치더라도. 마리야는 고개를 갸울이다 손을 든다.
"총리님의 경호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물론 저격 사건이 있었고 살해 위협이 있었던 만큼 저격총이 닿을 수 있는 장소에 총리를 두진 않으리라고 보지만, 마리야는 문득 젤러시 슈피첸의 강함을 떠올린다. 시카의 딸은 단 둘이서 CPA에 들어갔다 탈출할 만한 능력이 있는 집단이다. 키아라의 질문대로 양동 작전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옳았다.
사방 일대를 알게모르게 포위중에있고 총리의 디코이에도 경호를 붙여놓았습니다. 연락이 함정일 가능성도 배제는 할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코르포데이가 함께 출동하는 것입니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그럼 다음은.. 하고 말하며 슬라이드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조잡하다면 조잡할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지나가고 마일리가 고개를 들었을 때, 심장이 세번 정도 뛸 수있는 찰나의 순간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날아가고 문과 함께 문을 지키던 두 명의 사람이 안으로 날아왔습니다.
" 내가 그리웠던 사람? 없냐? "
눈에 길게 난 흉터와 토끼 귀, 블랑슈 로미소프는 씨익 미소를 지었습니다. 신고 있던 검은 부츠에서 한 줄의 파란 빛이 일었고 그 길로 앞으로 뛰쳐나가 의자와 몇 명의 이니시에이터를 발로 걷어차 눕혀버리곤 주변을 둘러보고 상황을 파악하는가 싶더니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배를 걷어차여 바닥에 쓰러진 마일리는 어느샌가 일어나 두 발의 총을 쏘았고 다시 소리쳤습니다.
" 쪼,쫓아가요! "
이미 밖으로 뛰쳐나간 블랑슈는 홀의 정문앞에 서서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접근하는 코르포데이를 걷어차서 날려버리곤 뒤를 슥 보곤 자신을 쫓아 이니시에이터들과 데미휴먼이 나오는걸 보곤 퉷, 하고 침을 뱉었습니다. 그리곤 다시 앞으로 뛰어가며 제 앞을 막는 주차된 차를 힘껏 걷어차서 날려버리곤 다시 빌딩 숲으로 뛰어들어갑니다.
문이 날아가는 것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지만 아무리 빠르다손 쳐도 토끼 데미휴먼의 도약력을 따라잡을 순 없었다. 블랑슈가 혼란을 일으키고 나가는 것에 생각이 많아져서 잠시 멈추곤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전체적인 상황이 너무 수상하다. 총리의 목숨이 위협당하고 있는 마당에 분란을 일으킨 데미휴먼 하나를 쫓아가도 되는 것인가? 블랑슈의 출현 자체가 함정인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일단 명령이 있었고 데미휴먼의 처리는 데미휴먼이 하는 것이 제일 편하다. 더군다나 이 공개적인 상황에서 데미휴먼이 움직이지 않으면 무슨 악담이 오가게 될지 모른다. 마리야는 이를 악물고 블랑쉬를 쫓아서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질문을 위해 쭉 빼들었던 목을 곧바로 아래로 수그린다. 제게로 날아오는 의자를 휙 피한 그가 옆자리에 있던 사람에게로 시시덕거리며 말을 붙였다. 좀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앉아있던 옆자리 사람은 의자를 피하지 못해 뻗어버린 상태였다. 대답이 없자, 그는 아쉽단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고 쓰러진 사람을 발로 밀어 한구석에 치워두었다. 쫓아가란 말에 뒤늦게 블랑슈가 도망친 방향을 보았지만, 이리저리 도망가는 폼을 보니 쉽게 따라가기도 힘들 것 같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 제자리에 서서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얼마 전 키아라와 콜트를 만났을 때와 같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블랑슈!!!!! 너네 가족들 머저리 같단 거 아냐!!!!!!"
……패드립을 날렸다. 어차피 못 잡을 거 열이나 받으라는 심보였다. 열 받아서 발 꼬이면 더 좋고.
조잡하다고는 해도 리코의 눈에는 신기해 보였기에, 리코는 오오- 하는 감탄을 작게 흘리면서 화면을 응시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쾅-하는 큰 소리와 함께 또 사람이 날아갔다. 어쩌면 사람은 정말 쉽게 날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벌써 몇 번이나 사람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는 건지. 그리고 벌써 두 번째로 토끼를 만났다. 리코는 꼬리를 빳빳하게 하고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사람을 잔뜩 걷어차고-이니시에이터로 보이는 사람들을 걷어찰 때, 유페미아를 걷어차는 건 아닌지 리코는 경계하고 있었다-나서 토끼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길을 막는 사람들을 걷어차면서.
“…에피, 가도 돼요?”
마일리의 ‘쫓아가라’는 말에 리코는 곧바로 뛰쳐나가려다 멈칫했다. 이제는 유페미아가 자신의 주인이니 명령의 우선순위 역시 유페미아 쪽이 더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리코는 눈으로 계속 토끼를 쫓으며 유페미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은가, 하고 물으며 마일리의 안위를 살피려 했지만, 마일리가 자력으로 바닥에서 일어나고, 총까지 두 방이나 쏘는 것을 보아하니 중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다고 판단한다. 다행이었다.
마일리는 모인 사람들에게 블랑슈를 쫓아가려 했지만, 유페미아는 다른 생각이 있었다. 하필이면 이런 때, 시카의 딸의 계획을 막으려는 회의가 있는 순간에 쳐들어오는 것은 너무 속이 뻔하지 않나? 여기서 블랑슈를 쫓아가느라, 총리의 암살을 막기 위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고, 또 제대로 전략을 세우지 못한 오합지졸이 되는 것이 시카의 딸이 원하는 바일지도 몰랐다. 눈치가 없는 유페미아였지만, 여하튼 유페미아가 생각해 보기엔 그랬다.
"잠깐만, 잠깐만 기다리게, 리코 군."
리코의 질문에 대답하고는, 리코가 방금 전의 사단에 놀라지는 않았을까 손을 꼭 잡아주었다.
유페미아는 강단에 올라가, 빔프로젝터와 연결되어있던 노트북을 클릭해 슬라이드를 끝까지 읽어나간다. 혹시라도 미처 전달 받지 못한 추가 정보가 있을까 싶어서였다.
고요하던 장내. 분위기가 돌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요란한 소리가 들리고 키아라가 반사적으로 반응해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곳에는 익숙한 이가 있었습니다. 시카의 딸의 블랑슈.
이 상황은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하고, 작위적이었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총리의 암살 계획 대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지 않았습니까. 그런 타이밍에 딱 좋게 습격, 그리고 도주라니. 더군다나 토끼 데미휴먼인 블랑슈를 인간인 키아라가 쫓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입니다. 그랬기에 키아라는 마일리의 외침에도 블랑슈를 섣불리 쫓아가지 않고, 자리에 서서 어수선해진 장내를 지켰습니다.
안따라나오네, 블랑슈는 근처 건물 옥상으로 몸을 피한후에 다음의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계획은 전부 세워놨으니 상관없지. 블랑슈는 귀에 손을 가져다대곤 무어라 중얼거렸습니다. 블랑슈는 튀어나가던 와중에도 제 가족을 모욕하는 말을 듣자 멈칫하고 뒤를 돌아보며 목을 슥 - 긋는 시늉을 하며 넌 다음에 죽이겠다.고 표현했습니다.
" plan B "
응. 알겠어. 하고 작고 몽롱한 목소리가 인이어 스피커에서 들려나왔습니다.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건지조차 감이 안잡힐때 홀 밖으로 따라서 움직이려던 이니시에이터가 돌연 풀썩 쓰러졌고, 2초 뒤에 탕 - 하는 격발음이 들렸습니다. 쓰러진이는 허벅지에 총탄을 맞아 피를 흘리고 있었으며 그 이니시에이터를 끌고 들어오려고 다른 이니시에이터가 나가자 마찬가지로 허벅지에 총을 맞고 쓰러지고 2초뒤 탕 - 하는 격발음이 들려옵니다.
애초에 블랑슈를 따라나가던 나가지 않던, 그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저 위에 있는 사냥꾼이 밖에 있는 먹이를 잡을것이냐, 아니면 안에 숨어있는 먹이를 잡을것이냐 하는 것 뿐이었죠. 밖으로 조금만 몸을 내밀어도 총탄이 날아들었고 결국 대부분의 이니시에이터는 건물안에 갇혀버린 신세가 되었습니다.
블랑슈는 자신을 따라온 쿠보타와 마냐를 보고는 옥상에서 조금씩 낮은 건물로 내려와 두 사람이 있는 골목으로 안착했습니다. 끝까지 쫓아오는 애들이 있긴 있네. 휴, 하고 숨을 고른 블랑슈는 다시 안쪽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잠깐만 기다리라는 유페미아의 말에 리코는 언제든 달려나갈 수 있게 자세를 잡았다.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사족보행을 위해 손을 땅에 짚고, 언제 달려가라는 말이 내려올까- 귀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어느새 아득히 멀리 사라진, 토끼가 뛰어간 방향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탕-하는 총소리가 울린 것은.
“총이…! 에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들리는 총성은 밖으로 나가는 이니시에이터의 허벅지가 뚫리는 것과 함께 들려왔다. 건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쏘고 있는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한 리코는 당황한 눈빛으로 유페미아를 보았다.
블랑슈를 쫓아서 달리다 총성을 듣고 멈칫한다. 뛰쳐나온 건물에서 나온 소리다. 그런즉슨 건물 안의 사람들이 노려지고 있고 건물 밖에 있건 안에 있건 함정이라는 소리였다. 이제 이 공간에서는 쿠보타와 자신만이 유일한 전력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미간을 ㅁ모은다.
블랑슈는 너무 투명하게도 미끼였지만 지금 잡아두지 않으면 골치아파질 공산이 크다(그런데 어차피 젤러시 슈피첸이 빼낼 텐데 잡는 데 의미가 있을까? 이 국가의 안보체계에 조금 의구심을 가지는 마리야 야코바였다). 반면 자신이 나온 건물에서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최악의 상황으로는 저격수가 대기하고 있어서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상황일 지 모른다.
잠시 멈추어서 건물의 상황을 보러 갈 지 블랑슈를 쫓아갈지 고민해 본다. 이제 어쩌죠? 그런 눈빛으로 쿠보타를 보며.
그에게 가족은 이름뿐인 말에 불과하고, 무의미하기론 허무와 같다. 가족을 모욕당하면 성을 내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저를 죽여버리겠다며 목 긋는 시늉을 하는 블랑슈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번 일 끝나면 보호소에 틀어박혀 있어야겠다.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 살아서, 사지 멀쩡하게 달고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거 어떡하죠?"
처음 세워뒀던 계획이고 뭐고, 시작도 못할 것 같은데. 일단 멀쩡한 사람을 추려야 하나? 그 다음엔? 고개를 기울이고 잠시간 고민을 하자니 불쑥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곧바로 생각이 말로 이어졌다.
총성이 들린 것은 피격자들이 총을 맞은 때와 미세한 차이가 났습니다. 자세한 거리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나 먼 거리에서 저격한다면 저격수는 분명 CPA 팀장들을 저격한 이들과 동일인이 분명합니다. 즉, 그 자 또한 시카의 딸의 일원이라는 말이 되겠네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하등 쓸모없는 정보입니다. 그들은 이니시에이터들을 이 안에서 발만 동동 구르게 만들어놓고, 자기들은 유유히 총리를 암살할 계획인 걸까요. 지구의 총책임자인 총리가 데미휴먼에게 살해당하면 상황은 불 보듯 뻔합니다.
어쩌면은 총리 총살 계획은 다 함정이었고, 시카의 딸의 원래 목적은 이니시에이터들을 처리하려는 것은 아니었을지...하는 음모론까지 유페미아의 머릿속에서 스멀스멀 고개를 쳐든다.
"리코 군, 괜찮네. 괜찮아. 이 방 안에만 있으면, 누구도 해치지 못할 거네."
유페미아는 리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인다. 아이를 달래기 위한 실없는 소리가 아니라, 유페미아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 방은 창문이 없는 밀실. 스나이퍼가 벽을 총알로 뚫을 수 있는 재주라도 없는 한 방 안에 있으면 안전한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복도에 나가 노출되어있는 저 두 명의 이니시에이터들인데...
"이보게! 괜찮나!"
유페미아는 자신을 포함한 방에 있던 몇몇의 외투를 빌려, 길게 묶어 임시 밧줄을 만들고는, 한 쪽 끝에 추 역할을 할 신발을 묶어 허벅지에 총상을 입은 이니시에이터들 쪽으로 던진다. 문 밖으로 자신의 머리도, 팔도 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말이다. 이니시에이터들이 밧줄을 붙잡으면,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잡아당겨 그들은 비교적 안전한 방 안으로 들여보내줄 생각이다.
블랑슈는 잡힐듯 말듯 거리를 유지하며 도망치다 멈추곤 뒤를 돌아 마리야에게 말했습니다. 더 이상 따라오면 당신 목숨 보장못한다는 말과 함께요. 다른 것들은 갈아서 씹어먹어도 시원치않지만 그래도 같은 데미휴먼은 죄가 없다고 말하는 블랑슈는 내 손으로 족치지 못하는게 한이네 씨x, 하고 침을 퉤 - 하고 뱉었습니다. 자꾸 뛰어다닌 탓에 숨이 차는지 헉헉 거리던 블랑슈는 앗, 잠깐. 하고 마리야에게 손가락을 세워 잠시만. 하고 말했습니다.
" 응. 응. 혼자서? 아, 알겠다. 그르치지만 말고, 계획대로만해. 응. 믿으니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말하고. "
블랑슈는 귀에 손을 대고 인이어로 누군가에게 말하는가 싶더니 너희 운 좋다. 하고 말하며 마리야와 쿠보타에게 말했습니다. 더 이상 날 쫓아오는건 의미가 없을거야. 하고 말한 블랑슈는 그럼 난 다음으로 가볼까 - 하고 점프에 점프를 거듭해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사라졌습니다.
" 그러면.. 죽는데.. "
밖에 총을 맞은 두 명의 이니시에이터에게 줄이 닿았고 부상자가 그 줄을 잡자마자 두 발의 총성이 더 울리곤 줄을 잡은 이니시에이터의 양 손목에 정확히 명중했습니다. 마치 그러지 말라는 듯 경고를 주는 듯한 사격이었습니다. 이후로도 상황은 대치적이어서 밖으로 조금만 나온다면 바로 총탄이 날아왔습니다.
" 1초..2초... 3... "
마일리는 총탄이 날아온 시간과 총소리가 들리는 시간을 가만히 세다가 850m라고 소리치곤 지도를 펼쳐 850m 근방의 건물중 이 위치에서 쏠 수 있는 건물을 찾아내기 시작했습니다.
" 안에 계신 분들은 이쪽으로 모여주세요! 문으로만 가지 않으면 괜찮아요. "
능숙하게 지휘를 맡은 마일리는 핸드폰을 꺼내들어 밖으로 나간 쿠보타와 마리야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 마일리입니다. 850m안에 있을거에요. 이 근방에서 여기로 쏠 수 있는 건물은 이거 하나뿐이니까, 한 번 찾아봐주시겠어요? "
블랑슈가 말하는 것에 눈썹만 꺾고 그가 교신하는 사이 차후 향방을 고민한다(매번 포기하라고 경고하는 게 이제는 가상할 지경이다. 포기하지 않고 덤비는 모습을 봤으면 이제는 그냥 죽이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도약을 거듭해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이를 악물지만 어차피 건물 상황도 확인해야 했으니 선택지가 줄어든 셈 치자.
"확인했어요."
마일리에게서 연락이 오는 것을 받고 이번에는 확연하게 인상을 쓴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저격인가. 그것도 850m 거리에서? 교신 내용이나 저격 능력 등등을 고려했을 때 이쪽도 데미휴먼일 공산이 크다. 어쩌면 과거 저격 사건의 범인일 수도. 짧게짧게 생각하며 전속력으로 마일리가 알려준 건물에 도착한다. 최대한 빠르게 복도와 계단을 달려가며 저격수가 있을 만한 위치는 다 찾아본다.
허벅지에 더해 손목에 총을 맞았는데 살 수 있을까? 구조는 어림도 말라는 듯 총탄이 빗발치는 바깥쪽을 쳐다본다. 쓸모없게 된 구조용 로프가 처량하게 널려 있었다. 바깥에 있는 사람이 죽는 건 어쩔 수 없고, 구할 방법도 없으니 일찌감치 신경을 끈다. 지시에 따라 한쪽에 모여서는 몸을 기울여 추리의 흔적을 훑어보았다. 펼쳐진 지도, 위치를 파악했다는 발신. 한참 정신 없을 상황에 그것만은 반가운 이야기였다. 그는 마일리의 통신이 끊어질 때까지 기다리고선 말을 던졌다.
"음……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다리고 있으면 되나? 그는 머쓱하니 왼뺨을 긁었다. 별달리 생각나는 방법이 없어서 하는 말이었지만, 듣기엔 참 태평한 소리였다.
유페미아가 던진 밧줄을 잡으려던 사람들은 손목에 총을 맞았다. 던진 사람에게 경고를 하는 듯한 느낌.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노려지는 느낌은 썩 유쾌하다고 할 수 없었다. 리코는 초조한 듯 밖을 둘러보려고 했지만 이곳은 창문이 없었고, 밖으로 나가기엔 위험했다. 무엇보다 유페미아도 나가라는 말을 하지 않았기에 움직일 수 없었다. 괜찮냐는 질문에 괜찮다고 답한 리코는 마일리의 말을 듣고 문에서 한 발짝 더 물러섰다. 이미 충분히 거리를 벌린 상태였지만, 혹시 모르니까.
“안에서는 아무것도 못해요…?”
//앗 응응 캡틴 어여 쉬어 ;ㅁ; 손가락 찧은게 보통 아픈게 아니니까... 멍까지 들 정도면... 얼음찜질 계속하구... 푹 쉬어.. ;ㅁ;
때는 이른 저녁, 키아라는 막 병원에 갔다오는 길이었습니다. 눈가에 있던 멍자국도 어느새 가라앉았고, 의사가 말하길 손목 골절도 어느정도 나아졌기에 붕대를 풀어도 된다 하였습니다. 이로써 뒷골목 같은 곳에서 구르고 온 것 같은 몰골은 벗어났습니다. 키아라는 내일 마리아나 보러 갈까 생각하면서 길을 걸어갑니다. 물론 내일까지 또 다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요. 수많은 사람들을 스쳐지나가며, 키아라는 집에 가는 길에 있는 공원 쪽으로 향합니다. 공원은 조용하고 한적했습니다. 일행과 대화하며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습니다. 키아라는 그곳에서, 의외의 익숙한 인영을 발견하곤 그에게 서서히 다가갔습니다. 언제나 헬멧을 푹 눌러쓴 모습.
허수지구가 있다고 단언하는 말에, 유페미아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 눈동자가 달빛을 받아 초록색으로 형형히 빛난다. 그래, 자신은 과거의 탐사동안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허수지구가 정말 존재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 가능성이 유페미아의 왕성한 호기심을 자극해, 구미를 돋운다.
"이크! 조심하게나!"
길가에 포트홀을 밟고 전속력으로 지나치자, 차체가 한번 덜컹거린다. 유페미아는 스칼렛에게 고정했던 시선을 다시 도로로 옮긴다. 그러면서도 속도를 늦추지는 않는다-유페미아에게는 의외로 속도광 기질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스칼렛이 허수지구의 끔찍한 생활환경을 이야기하는 것을, 유페미아는 조용히 듣는다. 사탕을 물고 있는데도, 뒷맛이 씁쓸해지는 이야기다. 유페미아는 입에 물고 있던 콜라사탕을 입 안에 한번 굴린다. 달큰하면서도 인공적인 향이 유페미아의 구강을 감싼다.
"...확실히, 허수지구에 대한 소문이 반이라도 사실이라면, 그 생활상은 참담할 것으로 예측되네."
주제넘었냐는 질문에 유페미아는 껄껄 웃으며, "전~혀!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의 토론이 지적 가치가 있는 것이라네!"하고 대답한다.
붙여진 이름: 하늘 특기: 사냥 놀이하기 농장에 사는 히말라얀. 처음부터 고양이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잘 적응중. 주로 「냐아~!」하고 웁니다. https://kr.shindanmaker.com/chart/867646-5bea683a1f3d652ff3279202062a48288b14b454 #고양이가된당신 https://kr.shindanmaker.com/867646
D&D 성향표는 캐릭터의 준법정신/권위를 수용하는 정도와 도덕심/양심을 따르는 정도의 두 축으로 이루어진 성향표입니다!
<질서~혼돈> 질서-권위와 질서를 중시 중립-그때 그때 달라요 혼돈-권위와 질서를 중요시하지 않음
<선~악> 선-이타적임. 자신의 양심을 따름. 중립-그때 그때 달라요 악-이기적임. 양심보다 이익을 따름.
이 두 축으로 해서 세 가지 성격이 나오는 거죠!
질서 선 - 중립 선 -혼돈 선 질서 중립-절대 중립-혼돈 중립 질서 악 - 중립 악 - 혼돈 악
이렇게 말이죠!
예시를 들자면 질서 악은 악하지만 질서와 권위는 중시하는 독재자나 대마왕같은 성격일 것이고, 반대로 혼돈 선은 선하지만 규칙을 지키지 않는 로빈 훗 같은 캐릭터, 질서 선은 질서와 정의를 수호하는 동화속의 기사님 같은 캐릭터, 혼돈 악은 자신의 양심에도 사회의 법도에도 제약받지 않는 조커같은 캐릭터이겠네요!
>>227 우연히 같은 크토니안을 처리하다 만났다는 건 어떠세요? ㅋㅋㅋㅋㅋㅋ 가뭄같은 관계인 것이 포인트 아니겠어요! 헤어진 건 마냐 쪽도 이유가 비슷했을 거 같아요. 헤어져도 안 헤어져도 상관없으니까 쳰위가 원하는 쪽으로 해주자 뭐 그런 생각 아니었을까요. 그래도 마냐는 쳰위를 나름 아끼는 사람 범주에 넣었고 지금도 그럴거 같아요! 지금도 때때로 같이 놀러다니고 그런 친구 비스무레한 사이면 재미있을 거 같네요.(그냥 제 생각이긴 하지만 두 사람 다 구애인 사이라는 거...그닥 신경쓸거 같지 않아서...그냥 이름만 변했지 관계도 그대로일거 같구요)
476EP 03 : 시카의 딸 - 神算鬼謀の狙撃兵 ◆ndsNYm2fsg
(6403049E+5)
2019-09-08 (내일 월요일) 19:58:28
" 시카의 딸 - 神算鬼謀の狙撃兵 " DAY 2 - 19 : 01 : 27 A "알파" 지구
일전에 있었던 CPA연구 2팀장의 저격사건은 세간을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했습니다. 누가 노렸느냐 부터 시작해서 동기는 무엇이냐 까지 하고많은 이유가 넘쳐났지만 정확히 이렇다고 말할만한, 그리고 납득갈만한 것은 아무도 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2팀장은 데미휴먼으로 실험을 하려고했다, 알려지지 않은 암살조직의 사주를 받았다, 2팀장을 시기한 누군가가 청부살인을 의뢰했다까지 허다한 소문만 무성할 뿐이었습니다. 저격범을 잡는것은 경찰의 일이고, 데미휴먼이 관련돼 있다면 코르포데이의 일이겠지요. 이니시에이터가 해야할 일은 크토니안을 잡고, 지구를 지키는 것 뿐이었습니다.
여느때와 다름없는 날이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업무를 보고있을 때, 도시 외벽쪽에 아웃월드를 잇는 창이 발현했다는 경보가 울렸고 근처에 위치한 이니시에이터는 해당 위치로 모여달라는 알람이 함께 떴습니다. 창의 규모가 꽤 큰지 보호소장들에게까지 연락이 닿아서 확실한 보수를 약속할테니 여유가 있으면 도움을 요청하는 알람까지 떴고 CPA와 유베리드는 당연하다는듯이 데미휴먼을 파견보냈지만 아홉꼬리에서는 극구 사양했습니다. 아직 링크도 하지 않은 아이들을 보낼수는 없다-라는 것이었습니다.
" 하지만 너희가 가고 싶다면, 그리고 무사히 돌아오겠다고 약속한다면 보내줄게. "
전적으로 자신이 데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맡긴 미호였습니다. 사건현장까지는 지구 중심에서 약 2시간정도 거리였습니다. 늦으면 늦을수록 피해는 커질것이고, 외벽에 손상이 가서 벽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벽 외부에 있는 것들이 넘어오게 됩니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빠르게 움직여야합니다.
다급하게 옷을 챙겨입고 집 밖으로 나온 키아라는, 도로 한켠에 놓여있는 검은 승용차의 운전석을 열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능숙하게 차의 시동을 겁니다. 요 근래엔 손도 대지 않던 자가용의 도움을 빌리게 된 이유는 다름아닌 긴급 호출 때문이었습니다. 도시 외벽 쪽에 ‘창’이 열렸다는 경보. 사건 지점이 도시 중심으로부터 약 2시간 거리라 하였나요. 그러고 보면, 최근 아웃월드를 잇는 창을 여는 것은 시카의 딸이라고 했던가요. 그러면 이번 사건도 시카의 딸의 소행인 걸까요? 시카의 딸. 듣기만 해도 이골이 나는 이름입니다.
키아라는 빠르게 차를 몰아 도시 외곽 쪽으로 향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지금은 일단 창을 넘어오는 것들을 처리해야 할 때입니다.
아웃월드의 창이 열렸다고 한다. 이 소식에 A지구에 있던 그 누구보다 흥분한건, 아마도 바로 유페미아 불스트뢰드일 것이다. 그도 그럴게, 아웃월드에서 막 넘어온 순수 크토니안을 대량으로 만나볼 수 있다! 순수 크토니안을 태깅해서 아웃월드에 돌려보낸다면, 돌아오는 GPS 신호로 아웃월드에 분명 산재해있을 산란장들을 찾아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유페미아에게 있어서 이번 사건은 위기라기보다는 기회로 느껴졌다. 머리로는 이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깨달음이 가슴까지 내려오지는 못한탓이다.
유페미아는 집안을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크토니안에 대해 모아왔던 자신의 자료집과, 현재까지 알려진 아웃월드에 대한 정보, GPS 마이크로칩과 트래킹 장비, 현장을 기록하기 위한 캠코더와 카메라, 마취총과 마취탄, 그리고 산탄총 등을 챙겨 지프차에 싣는다. 내내 먹잇감을 발견한 고양이처럼, 눈을 초록색으로 형형히 빛내며 말이다. 유페미아와 함께 살게 된 이래로 이런 격정적인 유페미아를 아마도 볼 일 없었을 리코는, 조금은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미세 크토니안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방호복을 뒤집어 쓰면서 유페미아는, 그녀가 거기 있었다는 것도 깜박 잊었다는듯, 리코를 보고서야 아하! 소리를 내며 말을 건다.
"리코 군! 일생일대의 찬스일세! 나와 함께 가겠는가!"
"아, 물론 좀 위험할 수도 있다네! 사실은 매우 위험하지! 하지만 이 정도의 모험도 없다면 인생을 무슨 재미로 살겠는가!"
하면서 약간은 정신 나간듯이 껄껄 웃는 것이다. 만약에 리코가 '네'라고 답한다면, 어린이 사이즈의 방호복은 집에 없기에 리코에게는 너무 클 방호복을 겹겹이 접은 다음 고무줄로 고정해 입혀준다음, 리코를 지프차에 태우고 전속력으로 달려갈테다. '창'이 열렸다는, 그 현장으로 말이다.
아웃월드를 잇는 창이 발현한 것은 이념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큰 문제이다. 또한 크토니안 사냥에 가장 적합한 수단은 데미휴먼이므로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데미휴먼이 나서는 것이 당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홉꼬리 보호소만 몸을 사리면 빈축을 살 것이다. 더군다나 미성년자인 아이들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자신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전적인 결정권을 가진 성인이었다. 가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미호 소장님은 무사히 돌아오겠다 약속하자고 하셨지만 마리야는 그 조건에 대해 꽤나 회의적이었다. 무엇도 아니고 아웃월드와 크토니안하고 관련된 문제이다. 누가 봐도 큰 싸움이 예상되는 상황인데-그래서 정부에서도 이렇게 도움을 청하고 미호 소장님도 극구 거절하지 않으셨던가- 부상이 없을 수가 있나. 하지만 이미 거론했다시피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사히 돌아오려고 열심히 노력할게요."
그래서 마리야는 최대한 솔직한 약속을 하고 도시 외곽으로 향했다. 어차피 공익을 위한답시고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일은 아빠가 세워준 준거에도 맞지 않는 일이었다.
유페미아의 물음에 리코는 당연히 ‘네’라는 대답을 돌려줬다. 그 후에 방호복을 겹겹이 접어 고무줄로 고정해 입힐 때도 얌전히 따랐고, 덜컹거리는 지프차에서도 얌전히 있었다. 타고난 반고리관 덕분인지 멀미를 하는 일은 다행히 없었다. 리코는 창 밖을 보다가 현장에 도착한 지프차가 속도를 줄이는 것과 함께 유페미아 쪽을 보았다. 아까 외출 준비를 할 때도, 운전을 할 때도 굉장한 인상이었다. 마치 사냥을 하기 전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포식자란 느낌이었다.
“…크다…”
외곽에 위치한 도시의 외벽을 올려다보며 리코는 중얼거렸다. 몸에 맞지 않는 방호복 때문에 걸음이 조금 어정쩡한 감이 있었다. 마치 처음으로 신발을 신는 고양이처럼 이상한 걸음걸이로 리코는 유페미아를 따라 걸어갔다.
창이 열렸다고 하는 현장까지는 아직 조금 더 걸어가야했습니다. 걸어가는 와중에 이미 해는 저물고 달이 뜨고 별이 떴으며 하늘은 구름이 껴서 앞길이 보이지도 않는 정도였습니다. 더구나 외벽근처의 숲에 있었기에 나무가 울창하여 보이지 않는앞이 더욱 보이지 않아 으스스한 분위기마저 내고 있었습니다. 얼마간 걸었을까요, 도착한 현장은 아웃월드의 창이 열렸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깨끗했습니다. 본디 아웃월드의 창이 열렸다면 순수 크토니안이 쏟아져나와 주변 일대는 쑥대밭이 되고 그 현장이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창이 열린 곳의 모습이었습니다. 허나 도착한 현장은 아웃월드의 창이 열린게 맞나 싶을정도로 깨끗했습니다. 혹시 잘못온게 아닌가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보자 창이 열렸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으나, 무언가 있었던것만은 확실해 보였습니다. 처음으로 보인 것은 피가 묻은 칼. 아마 칼을 사용하는 이니시에이터의 무기였겠지요. 무언가를 밟는 느낌에 발을 들어보자 바닥에는 이미 사용한 탄피가 굴러다녔습니다. 그 앞에는 반으로 부숴진 소총이 쓰러져있었습니다. 무언가가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고 말하고 있는 듯한 것들을 지나서 앞으로 더 들어가자 여덟구의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이니시에이터였던듯 저마다 가까운 곳에 무기가 떨어져있었고 목에는 이니시에이터의 명찰과, 신분증을 주변에 떨어트린 이도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무엇인지 확실친 않지만, 무언가 있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숲에 도착하곤 현장이 너무 깨끗한 것에 고개를 갸울인다. 현장을 살펴보고 무기와 시체를 발견하자 다시 고개를 갸울이게 된다. 총체적으로 수상한 상황이다. 배경지식을 모르고 그냥 왔다면 분명 크토니안의 가능성은 생각조차 못하고 저 시체들은 지능이 있는 누군가의 소행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흐음, 이 일을 하면서 크토니안 시체보다 인간 시체에 더 익숙해지면 곤란한데. 막연하게 부모님이 원할 바람직한 삶(?)의 준거를 가늠하던 마리야는 이윽고 한 치의 동요나 비위 상함도 없이-지극히 마리야 그레고로브나 다웠다- 시체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신원을 알면 단서가 될까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사인을 알기 위한 의도도 컸다. 죽은 이유를 알면 누구의 소행인지 대강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정어정 걷던 리코는 무언가 이상한 걸 밟은 감촉에 발을 크게 떼었다. 바닥에 굴러다니던 무언가를 밟은 것 같았다. 그 앞쪽에는 부숴진… 총으로 보이는 것도 있었다. 그럼 이건 총알인가? 탄피에 대해 잘 모르는 리코는 막연히 저 부숴진 총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하고 조심조심 다시 발을 내딛었다. 좀 더 앞으로 나아가보니 그곳에는 쓰러진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
하나, 둘, 셋… 여덟 명의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자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그런 막연한 느낌이 든다. 누가 보더라도 이건 사이좋은 낮잠시간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니까. 리코는 조심스럽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건드려 봤다. 어깨를 잡고 흔들흔들, 일어날까?
의문을 담은 눈짓이 주변의 정경을 훑었다. 시체 여럿, 널브러진 무기와 신분증 등. 일대는 기이할 정도로 고요하고, 시체들은 이상하게도 한 곳에 모여있다. 본능적인 긴장감에 꼬리를 꼿꼿이 세운 것도 잠시, 그의 시선이 주변을 한 차례 둘러보았다. 시체를 뒤적거리는 일은 굳이 그가 나서지 않아도 인원이 충분해 보인다. 그는 두리번거리며 주변에 남은 흔적을 찾아보았다. 발자국이나 핏자국이나,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이런저런 자취들을. 밤눈이 더 밝았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일이다.
키아라가 사건 현장에 도착하자, 일반적인 창이 열린 곳이라곤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보통 난장판이기 마련인데 이것은 마치... 을씨년스러운 숲 속의 살인사건 현장 같군요. 군데군데 무기와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확실히 정상은 아닌 상황이었습니다.
한참을 걷다보니, 드디어 무언가 나타난다. 평상시의 유페미아였다면 자신의 눈 앞에 놓인 게 시체라는 걸 알아챘다면, 리코의 눈을-정확히는 리코의 눈 위로 닾힌 방호복의 창이었겠지만-가려주려 했겠지만, 지금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것도 잊고 시체가 있는 쪽으로 달려나갔다.
"흐음... 어딜 보자....!"
유페미아는 혹여나 감염되지 않도록, 등에 짊어지고 있던 커다란 스포츠 배낭에서 집게가 달린 지팡이를 꺼내, 엎드려 있던 시체를 바로 눕힌다. 혹여나 순수 크토니안의 공격 흔적이나, 감염 흔적을 시체에서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누군가(쿠보타)가 빛이 없냐고 묻자, 시체-지금 유페미아에게는 시체가 시체가 아니라, 흥미로운 크토니안의 흔적!으로 보인다-에서 눈을 떼지 않은채, 허리춤의 벨트에 걸어놓았던 손전등을 풀어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대충 던져준다.
시체들은 하나같이 깔끔하게 죽어있었습니다. 어디 하나 과도하지 않고 깔끔하게 가슴에 두 발, 머리에 한 발. 한 사람에 세 발이상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게 옷에 나있는 구멍은 모든 사람이 두 개였고 마지막으로 머리에 한 발을 맞았다는 것은 그냥 맨 눈에 봐도 알 수 있었거든요. 이 야밤에 이렇게 정확하게 사격을 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신원을 확보하고, 뭔가 단서가 될 만한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쓰러진 이니시에이터를 만졌을때 ‘찰칵’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리야가 뒤적거린 이니시에이터는 뒤적거림과 동시에 몸에서 연기가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부비트랩으로, 연막탄을 깔아놓았던게 시체를 뒤적거림과 동시에 발화했고 뒤이어 새하얀 연막이 일대를 뒤덮어 한치앞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리코가 흔들었던 이니시에이터는 쾅 -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을 일으켰습니다. 마찬가지의 부비트랩으로 폭탄을 깔아두었던게 흔들리는 충격에 폭파한 모양입니다. 다행히, 아예 몸을 뒤집은게 아니라 터진 폭탄은 이미 바스라진 이니시에이터가 몸으로 전부 막아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페미아가 뒤집은 이니시에이터도 마찬가지로 뒤집어짐과 동시에 불꽃이 치솟으며 폭발을 일으켰습니다. 몇개의 부비트랩이 더 있는지는 모르지만 총 두 개의 폭탄와 한 개의 연막탄이 터졌습니다.
안그래도 어두웠던 숲에 하얀 연막이 깔리자 말 그대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는지, 누가 다쳤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되었을 때 탕 - 하는 시원한 격발음이 울렸고 동시에 총탄이 날아들었습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걸로 보아 첫 발이 빗나간 듯 했고, 뒤이어 다른 곳에서도 격발음이 울렸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여러 곳에서 동시에 격발음이 울리며 총탄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흔들흔들, 어깨를 흔들었을 뿐인데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리코는 저도 모르게 폴짝 뛰어올라 뒤로 물러섰다. 뭐지? 큰 소리가 났어, 뭐지? 눈을 동그랗게 뜬 리코가 주변을 둘러보자 한 쪽에서는 불길이 솟고, 한쪽에서는 피어 오르는 새하얀 연기가 모든 것을 뒤덮고 있었다. 연기는 곧 이 일대 전부를 뒤덮었고, 상황파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연기로 뒤덮이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총성이 들려왔다.
“어? 뭐야…?!”
여기서 들리나 싶더니 이번엔 저기서, 동시에 여러 곳에서 울리는 총성에 리코는 일단 그 자리에 납작 엎드렸다. 어디로 피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디로 총탄이 날아가는지도 모르겠는 상황에서 최대한 머리를 굴린 것이었다. …사실 무서워서 그 자리에 웅크리는 거나 다름없었지만.
두 번의 폭음이 연달아 일어나는 그 찰나의 순간, 주변이 순식간에 하얀 연기로 뒤덮혔습니다. 누군가가 연막탄을 건드린 모양입니다.
“누구 다친 곳은 없습니까?”
연막 속에서 연이어 총소리가 울리자 키아라는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려 했습니다. 방금 전의 폭음도 있었고요.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면 상대의 표적이 될 수 있으니, 키아라는 그 자리에 꼿꼿히 서 있는 채였습니다. 그런 키아라의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혹시나 이 상황 자체가 함정은 아닐지. 창이 열렸다고 했건만 지금 이곳에 크토니안이라곤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모든 것이 온전한 채였습니다. 창이 열렸다는 말을 빌미로 일행들을 꾀어낸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젠장.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에 뒤늦게 함정임을 깨닫고 아빠의 말버릇이 옮겨져 나온다. 뒤이은 총알 세례에 몸을 낮추곤 이를 악문다. 보통때라면 이 상황에서 제일 약자인 누군가를 보호하거나 달려들어 총잡이부터 제거하겠지만, 연막탄이 터진 상황에서라면 그런 것도 불가능하다.
일단 몸을 땅에 바짝 낮추고선 자신이 뒤적거렸던 시체를 들어올려 그 뒤 혹은 아래로 비집고 들어간다. 일종의 방패로 삼는 셈이다. 고인에게는 미안하게 되었지만 일단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자신의 코앞에서 폭발-크토니안과는 관련이 없는 자극!-이 일어나자 그제서야 유페미아는 지나친 학구열이 불러왔던 일종의 황홀경에서 빠져나온다. 유페미아는 리코를 붙잡고 뒹굴어 리코를 지키려 했지만, 리코는 데미휴먼의 빠른 반응속도로 이미 바닥에 엎드린 뒤였다. 유페미아 역시 그 옆에 리코를 감싸듯이 바짝 엎드려, 아이의 귓전에 속삭인다.
"리코 군, 아무래도 이건 함정이었던 것 같네. 아무런 소리도 내지 말게나."
이 정도로 두꺼운 연막이면 상대도 자신들을 보지 못할 테니, 조용히만 한다면 안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사항에 가까운 추측이었다.
막 발소리를 죽이고 아래를 살폈던 때, 거센 폭음이 울렸다. 뒤이어서는 연막이 퍼진다. 사태가 정확히 어떻게 전개되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폭탄이 터질 동안 저곳에 있지 않았던 것만은 옳은 판단이었나 보다. 그는 시야가 더 흐려지기 전에 몸을 돌려 처음의 자리로 돌아갔다. 시야가 차단된 자리에 뛰어드는 것만큼 궁지에 몰리기 쉬운 상황이 없다지만, 총성이 울려대는 상황에서 연막 밖의 눈에 띄는 자리에 서 있고픈 마음 역시 전무했던 탓이다.
함부로 움직여서 좋을 게 없다는 의견에는 그도 동의한다. 아마도 키아라의 것이라 추정되는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는 우선은 몸을 숙이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한참동안 총탄이 퍼부어졌습니다. 아마 여기까지 오는 와중에 보였던, 숲속에 널브러져있던 탄피들은 여기서 나온것들이었겠지요. 그런 생각이 주마등을 스쳐갈때 쯤 사격이 거두어졌고 잠시간 조용해진 후에, 그리고 연막이 어느정도 사라져서 조금 정도는 앞이 보이게 됐을 때 보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엄청난 사격소리가 있었으니 분명 여러명이 있는 것이 기본일터인데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주변이 잠잠해지고 나서야 돌아봤을 때 총탄을 쏟아부은 것은 사람이 아니고 총 자체였다는 것을 아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네 정의 기관총이 수풀 여기저기에 숨겨져 있었고 무선조종으로 총을 쐈는지 옆에는 작은 안테나도 달려있었습니다.
아직 명령이 끝나지 않았는지 기관총은 찰칵,찰칵, 하고 빈 총의 소리를 내고 있다가 명령이 끊긴 시점으로부터 조용해졌습니다. 세찬 바람이 불었고 바람이 연막을 씻어가자 드디어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달빛이 비춰들어오기 시작했고 확인한 주변의 상태는 말 그대로 엉망진창. 온 사방에 총탄이 꽂혀 땅이 파이고 나무가 부숴졌고 이니시에이터들의 시체는 이미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아직 무슨일이 더 있을까 싶어 움직이지 않았던게 잘한 일이었을까요. 나무 위에서 누군가가 툭, 떨어졌고 사박사박 하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이쪽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천천히 보이기 시작한 모습은 은회색 머리에 한 쪽 뿐인 날개를 가진 데미휴먼이었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기관단총 하나를 메고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clr darkgary lightgray>" 정말로 다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clr>
이대로 계속 쏟아지는게 아닐까, 그런 착각이 들 정도로 퍼붓던 총탄이 그쳤다. 아직도 귀가 멍해. 쫑긋거리던 리코의 귀에 찰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라지고, 그 뒤를 이어 누군가가 걸어오는 듯한 사박사박,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오고 있다. 하지만 에피가 아무런 소리도 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으니까. 리코는 가만히 숨을 죽인 채 엎드려 있었다. 귀 끝이나 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것 까지는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
최대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능한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면서, 가만히. 풀숲에 웅크리고 숨은 호랑이처럼. ...호랑이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지금은 리코 쪽이 사냥을 당하는 쪽이라는 것이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수풀에 숨겨진 기관총들을 보고 얼핏 인상을 찡그린다. 정말 작정하고 끌어들인 모양이다. 이쪽으로 걸어오는 데미휴먼의 모습을 보고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어서 움찔거리는 것을 억지로 참아낸다.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 잡아서 족쳤지만 아까 전 시체를 뒤적거리다 배웠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시신 아래에 엎드려서 미동도 않고 상황의 추이를 살핀다.
차박- 나무 뒤에서 목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남자가 있다. 쿠보타다. 발걸음은 느릿했지만 사야(검집)에 손을 얹은 것이 긴장을 풀지 않은 것을 뜻했다. 당장이라도 총을 맞고 누울 수 있는 상황. 아무 생각 없이 이러는 것은 아니다. 연막이야 걷혔고, 주변에 심어진 총의 탄도 떨어져있다. 시체 폭탄이야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기 생존자가 하나 있으니까."
뭔가를 한다면 카드가 드러난 지금이 좋다. 허나 문제라면 저 총이다. 연사로 갈겨댄다면 아무리 나라도 전부 피해낼 자신은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확인 사살이라도 나선다. 그땐 정말로 끝장일테다. 우려하는 것은 그거다.
"변명치곤 실 없지 않냐... 레드 오션을 만들어놓고 '다 죽일 생각'은 없다니."
차라리 이목을 끌어 양동 작전을 하는 것이 낫다. 너희도 이니시에이터잖냐... 뭐든 해봐.
오랫동안 총탄이 빗발쳤다. 과한 소음에 총성이 멎은 후에 귀가 먹먹해졌다. 포격과도 같던 소리가 잠잠해지자 귀를 막고 있던 손을 떼어내었다. 잔울림이 남은 귓가를 두어 번 두드리며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연막이 걷히고 드러난 풍경에 조금, 불쾌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완전 죽이려고 작정했네. 입 밖으로 나오려는 불만은 집어삼킨다. 빈 총의 발사음만이 울려대는 소리마저 잠잠해지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내내 희뿌옇기만 하던 시야에 인영이 잡힌다. 한쪽뿐인 날개를 단 데미휴먼이었다. 다 죽일 생각이 없었다고 말하는 걸 들으면, 여기 있는 인원이 모두 죽었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보나마나 이 사태에 연관되어 있을 테고. 그는 조용히 손을 뻗어 제 옆에 널브러져 있던 권총을 집어들었다. 죽은 이니시에이터의 물건인지, 소란을 피하던 와중에 떨어진 물건인지는 알 방법이 없다.
"저희 아직 안 죽었는데요."
그는 몸을 일으켜서는 총구를 정체 모를 데미휴먼에게로 돌렸다. 언제고 상대에게 달려들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표정만은 평소처럼 실없게도 실실거리고 있었다.
한 손으로 눈을 부비적대던 데미휴먼은 쥐고있는 총을 만지작 거리다가 옆에 널브러져있는 이니시에이터의 시체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으 - 하고 싫은 표정을 지으며 투두두둑 하고 몇 발을 쏘고는 다시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느리게 눈을 꿈뻑이다가 누구지..? 하는 키아라의 물음에 흠칫한듯 뒤로 한걸음 물러서서 총을 바로잡고는 아직 안죽었나? 하고 희망인지 절망인지 하는 목소리로 말한 뒤 천천히 일어서는 쿠보타와 쳰위를 보며 아 .. 하고 조금 감탄한 듯 말했다.
<clr darkgary lightgray>" 아직 다 안죽었구나.. "<clr>
다행인가? 하고 다시 하품을 하고는 천천히 왼쪽으로 움직이다가 발로 바닥을 꾹 밟자 다시 새하얀 연막이 피어오릅니다. 사라진 연막 사이로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미소를 짓는 데미휴먼이었습니다. 연막이 전부 퍼져 다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지속력이 짧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연막이 걷히고 난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는요. 작은 총소리, 아무래도 소음기를 끼운 듯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아온 총탄이 쿠보타의 다리에 명중했고 쳰위를 위협하듯 선 자리 주변으로 몇 발의 총탄이 더 박힙니다.
<clr darkgary lightgray>" 엎드려도, 숨어도 보여 "<clr>
사라진 자리에 남아있던 종이였습니다. 어딘가로 숨어 저격중인것 같은 데미휴먼을 찾아내야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그저 사냥감이 될 뿐입니다.
//
다이스 1~100 45이하일 경우 발자취 발견, 이상일경우 랜덤한 신체부위에 피격. 아, 그리고 리얼라이프 소음기는 엄청 큰 소리가 나지만 우리는 디스토피아 퍼레이드 보정을 받은걸로 합시다 XD
한 손으로 눈을 부비적대던 데미휴먼은 쥐고있는 총을 만지작 거리다가 옆에 널브러져있는 이니시에이터의 시체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으 - 하고 싫은 표정을 지으며 투두두둑 하고 몇 발을 쏘고는 다시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느리게 눈을 꿈뻑이다가 누구지..? 하는 키아라의 물음에 흠칫한듯 뒤로 한걸음 물러서서 총을 바로잡고는 아직 안죽었나? 하고 희망인지 절망인지 하는 목소리로 말한 뒤 천천히 일어서는 쿠보타와 쳰위를 보며 아 .. 하고 조금 감탄한 듯 말했다.
" 아직 다 안죽었구나.. "
다행인가? 하고 다시 하품을 하고는 천천히 왼쪽으로 움직이다가 발로 바닥을 꾹 밟자 다시 새하얀 연막이 피어오릅니다. 사라진 연막 사이로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미소를 짓는 데미휴먼이었습니다. 연막이 전부 퍼져 다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지속력이 짧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연막이 걷히고 난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는요. 작은 총소리, 아무래도 소음기를 끼운 듯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아온 총탄이 쿠보타의 다리에 명중했고 쳰위를 위협하듯 선 자리 주변으로 몇 발의 총탄이 더 박힙니다.
" 엎드려도, 숨어도 보여 "
사라진 자리에 남아있던 종이였습니다. 어딘가로 숨어 저격중인것 같은 데미휴먼을 찾아내야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그저 사냥감이 될 뿐입니다.
//
다이스 1~100 45이하일 경우 발자취 혹은 조준경의 빛반사 발견, 이상일경우 랜덤한 신체부위에 피격. 다이스먼저 돌려주시고 해당하는 상황의 레스를 적어주세요! 아, 그리고 리얼라이프 소음기는 엄청 큰 소리가 나지만 우리는 디스토피아 퍼레이드 보정을 받은걸로 합시다 XD
나올까 말까 고민하던 사이 연막탄이 다시 터지고 데미휴먼이 사라진다. 종이에 적힌 내용이 보이지만 이미 날아온 총탄을 보았기에 시체를 내려놓고 재빨리 다른 엄폐물을 찾아 숨는다. 나무 뒤에서 다른 나무 뒤로 튀어오르며 조준이 가능할 만한 위치나 발자취를 찾아 보지만 단서가 보이지 않자 머릿속이 어지러워진다.
"젠장!"
방심했던 사이 총알이 옷을 찢고 팔을 스쳐 지나간다. 날카로운 아픔에 다시금 욕설을 뱉고선 나무와 덤불 사이를 달려 다시 몸을 숨긴다. 그리고 검집에서 검을 빼낸 뒤 나무 뒤에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지켜본다. 혹시 단서를 찾아낸 누군가가 있으면 반응을 보았다가 달려들려고.
무언가 오싹했다. 감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쎄한 느낌에 리코는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어딘가로 피해야 한다는 오싹한 예감과,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이 서로 상충되어 나온 머뭇거림이 만들어낸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번에는 예감 쪽이 들어맞은 것 같았다.
“─으, 카학... 으그...긋...”
왼팔에 타는 듯한 아픔이 덮쳐왔다. 아파, 아파, 너무 아프다. 한동안 겪지 않아서인지 몸이 통증에 더 취약해진 것 같았다. 아니면 전 주인이 때리던 것보다 이게 훨씬 더 아픈 거라서 그런가? 울컥거리며 피가 나오는 팔의 상처는 찢어졌다기 보다는 움푹 패였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악문 이빨 사이로 소리가 새어나올 것 같다. 리코는 한층 더 턱에 힘을 주어 이를 꽉 물었다. 소리를 내면 안 돼. 조용히 있어야 해… 후-욱, 후-욱 하는 거친 숨소리마저 참기는 어려웠다. 어쨌든 리코는 납작 엎드린 채로 바들바들 떨며 통증을 견뎌내고 있었다.
제 처지에 가능할 리는 없겠지만 돈지랄이라든가? 싱거운 소리와 함께 방아쇠를 당기려다, 일순 멈칫한다. 그러고보니 적당히 눈에 띈 것을 주운 터라 탄이 남아있는지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았었다. 어떡할까, 아쉽게도 그에게 고민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잠시 행동을 늦춘 사이 또다시 연막이 퍼지고 말았다. 백막에 휩싸인 전야. 곧장 몸을 움직이려던 순간, 총탄이 주변을 훑고 지나갔다. 경고성이 다분한 행동이었다. 그렇다 해서 얌전히 서 있기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빠르게 달려 자리를 피했다. 엎드려도 숨어도 보인다면 차라리 움직이는 표적이 되는 쪽이 낫다. 무작정 달리던 그가 어느 순간 속도를 늦추었다. 누군가의 발자취를 발견한 것이다. 단순히 도망쳐 다닌 것과는 양상이 다른 형태. 그는 흔적을 쫓아 뜀박질을 이었다. 한쪽 팔은 뒤로 당긴 채, 상체를 앞으로 향해서. 무엇인가 눈에 띈 듯해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상대가 누구인진 몰라도 일단은 패버릴 생각이었다.
자신들을 노리는 저격수가 타다다다닥, 옆에 있던 이니시에이터의 시체에 총알을 박아넣자, 온 몸에 있던 털이 곤두선다. 확인사살인가, 그렇다면 가만히 있겠다는 유페미아의 선택은 자신 뿐만 아니라 리코 군까지 굉장한 위험에 빠뜨리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순간이지만 자괴감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자신들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리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저격수의 정신이 그들에게 팔린 사이, 유페미아는 재빨리 마취총을 등에서 뽑아들고 장전한다.
하지만 마취총을 쏘아 보기도 전에 한 차례 연막탄이 터졌다 가시고...
피융, 총소리라고 하기엔 너무나 작은 소리가 옆을 스쳐지나간다. 그에 따라 고개를 돌린 유페미아는, 왼팔에 왈칵왈칵 피를 쏟아내고 있는 리코를 발견한다.
"리코 군! 괜찮나!"
피를 지혈할 수 있도록 응급조치를 해 주어야 한다. 리코와 같은 작은 몸집의 어린아이에게는 지금 흘린 피라도 위험하다. 하지만 총격전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엄폐물도 없이 응급처치를 하는 건 자살시도나 마찬가지인데....
유페미아는 리코를 안아들고, 근처의 수풀로 몸을 던지듯이 달려나간다. 피융, 조용한 소리가 다시 한번 울리고, 총알이 유페미아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데미휴먼은 죽이지 말 것. 피해를 입히는 것이 가장 좋지만 불가능하다면 최소한의 제압만을 할 것. 그 외의 교전 규칙은 없음. 전부 사살하고 돌아올 것. 가만히 입으로 기도를 되내이며 한 발 한 발을 쏘아내는 속도는 볼트액션의 저격총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될만큼 빨랐고, 빗나가는 것은 빗나가는 것대로 명중하는 것은 명중하는 것 대로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총알을 박아넣었습니다. 한 날개의 데미휴먼에 키아라는 총을 쏘았고 그 덕에 잠시간 탄이 멈췄습니다. 쿠보타의 말대로 나무 저편으로 달려간 쳰위의 공격에 맞고 쓰러진 것은 X_X하는 표정을 하고 있는 인형이었습니다.
" 또한 주여, 만약 오늘이 진실로 당신이 저를 부르시는 그날이라면... "
다시 한 발, 설표의 가슴을 노렸지만 방아쇠에 손을 걸고 주저하는 틈에 놓치고말았다. 데미휴먼을 죽일 수는 없어. 총알이 궤적을 그리고 적을 바라볼 때에는 신이 함께 바라보신다. 그러니 빗나갈 수 없다. 다시 한 발, 총을 쏘고 있는 키아라에게 총탄이 날아가 옆구리를 맞췄다.
" 탄피 더미에서 저를 죽게 하소서. "
다시 한 발, 팔을 맞은 호랑이 데미휴먼을 치료하려는 이니시에이터에게 날렸다. 건드리지말라고, 나중에 내가 다 알아서 할거니까. 총탄은 유페미아의 허벅지를 향해 날아갔다. 다음 위치로 이동까지 남은 시간은 3분. 지금 접고 다음 위치로 이동해야 한다.
//
다이스 1~100 20이하 이동중인 ?? 발견 21이상 40이하 이동한 장소 발견 41이상 실패
총성이 울리고, 키아라는 외마디 신음소리와 함께 바닥에 풀썩 쓰러졌습니다. 한쪽 손으로 총탄이 파고든 자리를 붙잡았습니다. 옆구리에서 배어나온 피가 손을 적시고, 땅을 적셨습니다. 도저히 몸을 가눌 수 없었습니다. 움직이려 하면 격렬한 통증이 일어 쉬이 움직일 수 조차 없었습니다. 쓰러진 채, 바닥에서 거친 숨소리만 내고 있었지만 그 눈은 쉬지 않았습니다.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던 사냥꾼의 시야는, 곧이어 한 인영이 스쳐지나가는 모습을 포착해냅니다. 키아라는 필사적으로 기어가 그 이의 발목을 잡고 넘어뜨리려 했습니다.
유페미아는 의사가 아닌 생물학자다. 하지만, '벽' 밖으로 탐사를 나갔을 당시, 총기교육의 일환으로 실수로 총을 맞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분명 배운 적이 있었었다. 일단, 왈칵왈칵 쏟아나오는 피에 손수건을 대 지혈하고는, 리코의 움푹 패인 상처에 같은 손수건을 대 파인 곳을 매꾼다(정말로 요즘은 손수건으로 피를 지혈하는 데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이건 더이상 기분이 아니다!). 다음은, 스포츠 배낭에서 붕대를 꺼내-붕대를 싸 왔기를 망정이지-투박한 토니퀘트(tourniquet, 지혈대)를 만들어 상처보다 5cm올라간 리코의 상완에 잡아당겨 묶는다.
"조금 아플 수도 있네, 리코 군!"
두시간 이상 토니퀘트를 씌워 놓는다면, 피가 통하지 못해 팔을 잃을수도 있지만, 지금은 일단 과다출혈로 인한 사망을 막는 게 최우선이다. 이 싸움이 부디 두 시간 전에는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응급처치에 신경쓰느라 유페미아는 저격수가 어디에 있는지 살필 시간 따위 없었다. 따라서 저격수의 총알이 허벅지 뼈에 박히자 그대로 허벅지를 움켜쥐고 고꾸라지는 것이다.
무엇인가가 손에 닿음과 동시에 맥없는 타격음이 들렸다. 가짜다. 짜증나게도 한 방에 때려눕힐 요량으로 타격한 보람은 있었다. 인형은 충격을 버티지 못해 속을 줄줄 흘리며 터져버렸다. 그는 인형을 아래로 내던지고서 혹시라도 이 근처를 떠돌고 있을지 모를 다른 인원들에게 크게 외쳤다.
"여긴 가짜예요!"
빠르게 손을 쥐었다 편다. 얼마나 준비를 철저하게 한 건지 모르겠다. 눈을 가늘게 좁히며 나무 위에서 주변을 샅샅이 살핀다.
번쩍 들어올려서 어딘가로 향하는 유페미아에게 반응할 틈이 없었다. 리코는 지금 팔에서 느껴지는 격통을 참는 데에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악문 이 사이로 거친 숨이 새어 나오고 몸이 덜덜 떨린다. 아파, 아파, 너무 아파요. 상처를 보면 더 아플 것 같아서 눈을 질끈 감았다. 너무 아파서 소리지르고 싶어, 하지만 소리를 지르면 더 아픈 일이 생겨. 항상 그랬으니까, 참아야 해… 상처를 후비는 듯한 느낌, 통증이 한층 더 강해졌다. 강해진 통증에 맞춰 리코는 이를 더 악물었다. 아플 수도 있다는 유페미아의 말에 덜덜 떨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어떻게든 격통을 참아내었다.
유페미아가 고꾸라진 건 그야말로 한 순간에 벌어졌다. 허벅지를 움켜쥔 유페미아의 모습을 본 리코는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통증에 흐릿해진 시야로는 적을 찾기는커녕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에…피…”
어째서인지 지금 이 상황에서 예전의 기억이, 괴물이 되어버린 친구에게 찢기기 전, 전 주인이 새된 소리로 외치던 것이 떠오른다. 주인인 자신을 지키라고 했었다. 그래, 에피는 내 주인이니까…
리코는 기어서 어떻게든 유페미아의 위를 덮듯이, 그 위로 엎드렸다. 유페미아를 덮어 가리기엔 리코의 몸은 턱없이 작았지만 그걸 생각하기엔 지금 리코의 뇌는 상당히 과부하가 걸려 있었다.
3분. 남은 시간 1분 23초 더 이상 지체하긴 위험해 바로 움직인 데미휴먼은 필사적으로 발목을 잡는 키아라에 의해 자리에 엎어지고 파란색의 두 눈이 키아라와 마주쳤습니다. 이거 안 놓으면 너 죽어. 하고 말하는 것은 위협이라기보다는 죽이고싶지 않으니 제발 놓아달라고 부탁하는것처럼 들린 것은 착각이었을까요. 두 세번 정도 발길질을 날렸고 그럼에도 놓지않자 손을 움직여 기관단총을 잡아 쏘려는 순간 마냐의 칼질에 총을 놓쳤고 간신히 피했다지만 손목에서 주륵, 하고 붉은 피가 흘렀습니다. 키아라가 발목을 잡은게 시작이었는지 뒤이어 날아온 수리검에 땅을 짚고 있던 손이 박혀 그대로 땅에 손이 고정된 데미휴먼은 다른 손을 저격총으로 옮겼으나 거리가 멀어 닿지 않았습니다.
의외로 덤덤히 상황을 받아들인것처럼 보이는 날개 하나의 데미휴먼은 그대로 자리에 누워 이를 악물고 수리검에 박힌 손에서 밀려오는 고통을 참는듯 보였습니다. 달빛이 비추고, 이제야 앞이 환하게 보이게되자 눈에 들어온 것은 이제 막 성인이 된듯한 앳된 모습이 남아있는 은회색머리의 데미휴먼. 그 데미휴먼은 제 바지 주머니에 진통제와 지혈제가 있으니 가져가서 팔을 맞은 데미휴먼에게 주라고 말했습니다.
어느샌가 따라붙은 쿠보타가 리코쪽에 응급처치 도구를 던져주며 말했다. 하여튼 호불호는 확실한 녀석들이군. 총 구멍에서 피 줄줄 흘리는 녀석이 한 둘이 아닌데 말이지. 이걸로 상황은 일단락인가. 어쨌든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쿠보타는 고통을 감수하고 올빼미의 옆에 무릎을 굽혀 앉는다.
"가져간다... 비싼거니까."
아니, 아예 주저 앉는다. 너무 무리했다. 그렇게 말하는 쿠보타가 손에 박힌 수리검에 손을 가져가 그대로 빼내어 회수한다. 이제 맘 편히 잘 수 있겠군...
"하나 묻지..."
소매 속에서 붕대를 꺼내어 총상 당한 환부를 둘둘 둘렀다. 결국 크토니안은 없었나. 돌아가면 병원비부터 왕창 깨질게 분명했다.
풀썩, 하는 소리에 리코는 감았던 눈을 조심스럽게 떴다. 누군가가 던져준 건지, 응급처치 도구가 근처에 떨어져 있었다. 시선을 슥 돌려서 저편의 상황을 살핀다.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모여있고… 마무리 된 걸까. 오른팔을 조심스레 뻗어서 가져온 응급처치 도구를 한 손과 입으로 어떻게든 들어서 유페미아에게 내밀었다.
“에피… 이거…”
이제 괜찮아요, 아니면 이제 끝났나봐요 같은 말을 길게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이미 눈 앞이 빙글빙글 도는 상태였다. 너무 아파서 머리가 띵하게 울리는 느낌. 리코는 그대로 다시 풀썩 엎어졌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말 그대로 기절해버린 것이었다.
곤두선 신경에 소란스러운 소음이 잡힌다. 나무에서 뛰어내려 그리로 곧장 달려가니, 자신들을 교란했던 데미휴먼의 손이 날붙이에 꿰뚫려 있는 광경이 보였다. 사실 다수를 상대로 지금껏 붙잡히지 않고 이동했던 게 대단한 일이다. 비록 사전준비가 철저했고, 몇 번쯤은 경고성의 공격만 날렸다지만. 그는 쪼그리고 앉아 데미휴먼의 얼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나이를 짐작하진 않았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어리네요. 몇 살이세요? 저랑 동갑인가?"
일이 해결됐다 싶으니 또 쓸데없는 소리가 나온다. 실없게 웃으며 데미휴먼에게로 이런저런 말을 건네던 그는, 표결을 요구하는 듯한 콜트의 말에 좌중을 가볍게 둘러보았다. 조금 생각하니 결론이 나온다. 늘 그렇듯 생각은 길지 않다. 그는 낮춘 자세 그대로 목만 빼들어 발언했다. 완곡하게 돌린 반대표였다.
"죽이면 이 사람이 속한 조직이 눈 돌아가서 일을 더 크게 터뜨리지 않을까요?"
인질 하나 구하겠다고 CPA까지 털어먹은 사람들인데, 죽이면 더 크게 일 벌리지 않겠어요. "그렇죠?" 그가 저격수와 눈을 맞추며 희소를 지었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허벅지에서 작열하는 고통에 눈앞에 새하얘지진다. 하지만, 위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압박이, 누군가 부르는 자신의 애칭이-
'에피'라, 어렸을 때 이후론 이 애칭이 불린 적이 없었는데. 아니다, 최근에 다시 이 애칭을 부르는 사람이 생겼다. 그게... 누구였더라...?
"리...코...?"
-정신을 차리게 도와주었다.
유페미아는 남아 있던 붕대로 상처를 지혈하고, 리코에게 했듯이 토니퀘트를 만들어 허벅지 위 관절에 씌운 다. 그리고는 어느 정도 고통이 가시고,(어쩌면 그냥 피가 통하지 않아 무감각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숨이 가다듬어지자, 다리를 절뚝거리며 리코를 데리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올빼미 데미휴먼이 쓰러진 곳)으로 향한다.
일단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여기서 쏘는 게 맞다. 총을 겨눈 남자의 말대로 여기는 위험한 지역이고 엄호 겸 생포한 상대까지 달고 있다면 험난한 여정이 될테니까. 그리고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기를 시카의 딸이 여기에 관여되어 있다면, 그들이 구하러 올테니 구금의 의미가 낮기는 하다.
하지만 아빠가 별로 좋아할 것 같지 않아. 조금 어린애같은 생각이 쏙 튀어나온다. 그리고 데미휴먼이란 기본적으로 다 누군가의 자비 하에 태어난 사람들이니까, 그런 입장에서 남을 쏘는 건 조금 월권처럼 느껴졌다. 다분히 감정적인 판단이었다.
"쏘고 가건 가지 않건 이 구성원으로는 알파 지구까지 위험할 것 같은데요."
공리적으로 생각하면 저 데미휴먼을 데려가서 심문을 받게 하는 게 장기적으로 좋지 않을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갸울인다.
"물론 반항을 못하게 부상을 좀 더 입혀놓는 게 전략적으로 옳을 것 같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침착하게 칼을 겨누며 상대에게 유감이라는 시선을 보낸다. 이미 다친 상대를 더 다치게 하는 건 인도적으로 유감이지만 멀쩡한 시체보단 목숨을 건지는 편이 낫지 않을까?
>>656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허벅지에서 작열하는 고통에 눈앞에 새하얘지진다. 하지만, 위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압박이, 누군가 부르는 자신의 애칭이-
'에피'라, 어렸을 때 이후론 이 애칭이 불린 적이 없었는데. 아니다, 최근에 다시 이 애칭을 부르는 사람이 생겼다. 그게... 누구였더라...?
"리...코...?"
-정신을 차리게 도와주었다.
유페미아는 남아 있던 붕대로 상처를 지혈하고, 리코에게 했듯이 토니퀘트를 만들어 허벅지 위 관절에 씌운다. 그리곤 허억 허억, 가쁜 숨을 가다듬는다.
리코가 응급처치 도구를 건네주자, 유페미아는 잠시 멍하니 바라본다. 출혈이 심해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탓이다.
하지만, 이내 리코가 기절하자, 정신을 차리고는 재빨리 지혈제를 자신이 아닌 리코에게 놓아준다. 진통제도 리코에게 놓아주려 생각하지만, 리코는 이미 기절했으니 자신이 맞는게 둘의 생존을 위해 더 능률적이다,는 생각에 손을 멈추곤, 진통제를 자신에게 놓는다.그리고는 어느 정도 고통이 가시고,(어쩌면 그냥 피가 통하지 않아 무감각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숨이 가다듬어지자, 다리를 절뚝거리며 리코를 소중한 것을 들듯이(들듯이, 가 아니고 리코는 소중한 것이 맞다, 고, 우뇌가 소리친다) 안아들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올빼미 데미휴먼이 쓰러진 곳)으로 향한다.
손에서 수리검이 뽑혀나가자 아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지른 루르는 손을 들어 피가 뚝뚝 흐르는 손을 덜덜 떨었습니다. 생각보다 엄청 아프네. 하고 중얼거리고는 바지 주머니에서 진통제 하나를 더 꺼내 그 작은 주사기를 그대로 허벅지에 꽂아 주사하고는 하 - 하고 조금 나아졌다는듯 눈이 조금 몽롱해졌습니다. 바닥에 쓰러져있는 자신을 둘러싼 데미휴먼과 이니시에이터를 보며 눈을 가늘게 뜨다가 쳇, 하고 혀를 차고는 그냥 더 자고 할 걸 그랬는데.. 하고 아쉽다는듯 후 - 하고 숨을 뱉었습니다. 사람건 없냐는 쿠보타의 말에 앗, 그러게, 너희 건 없네. 하고 놀리는건지 아니면 진짜 몰랐던건지 애매한 표정으로 말하곤 움직이면 쏘겠다는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습니다.
" 아,안움직일게.. 알겠어.. "
약간의 찐따미가 보이는 올빼미는 몇 살이냐는 말에 아직 멀쩡한 반댓손을 브이모양으로 만들어 대강의 나이를 짐작시키고는 일을 더 크게 터뜨릴거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마 약속한 시간까지 내가 안오거나,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면 가만히 있을 사람들은 아니지. 하고 말했습니다. 더 부상을 입혀서 대려가는게 옳을거라는 마리야의 말에 화들짝 놀라서는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습니다.
" 그, 어차피 이런 꼴이니까.. 반항같은건.. 그, 못하는데.. "
분명 CPA로 끌려간다면 이전의 블랑슈와 같은 꼴을 면하지는 못할 겁니다. 루르는 자신의 처지를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아니면 진심으로 조금의 미안한 감정이 있는지 입을 열었습니다.
" 내가 이런말..할 처지는 아닌것 같지만.. 뭐든 빨리 결정을 내리는게 좋을거야. 언니나, 시카가 오면 정말로 다 죽어. "
그리고 그걸 본 나는 며칠동안 제대로된 식사는 못할지도 모르고. 루르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은 이미 패배했고, 저항이란걸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어떻게 하든 그 처분에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요. 만일 날개가 온전했다면 날아서 도망쳤을텐데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한쪽밖에 남지 않은 날개탓일지도 모릅니다.
"..." 격한 감정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어쩌면 반대로 단순한 느낌이기도 했다. 감정에 따라 그대로 하는것으로 단순할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되는걸 알고 있다.
"...그래. 분명 보복을 하겠지. 우리는 처단자도 아니고. 체포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사살하지 않는것도 맞아."
"어째서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보복할까봐 두려워 범죄자를 제대로 처분 할수도 없는건지." 분함에 이를 으득이며 올빼미 데미휴먼을 쳐다봤다.
"그러면 어서 이 녀석을 데리고 돌아가자. 여기중에서 크게 다치지 않은 내가 이녀석을 지켜보며 돌아가도 되겠지?" 다친 사람이 많다. 다친 사람이 지켜보며 돌아갔다가는, 돌발 상황이 일어나기 쉬울거다. 다친 사람이 가까이 있다면 이녀석은 기회를 엿보다가 다친사람을 공격하거나 느슨해진 틈을 타서 도망칠지도 모른다.
올빼미의 이야기를 듣고선 다른 사람들에게 나름대로 강하게 건의한다. 크토니안이건 시카의 딸이건 위협이 뭐건 여기 있으면 목숨이 온전치 않으리란 사실 하나는 뻔했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지만 상대를 대할 때마다 우유사탕을 베어문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호감이 느껴져서 그런가?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인 상대인데도?
"저도 같이 지킬게요. 제가 덜 다치기도 했고 데미휴먼이 지키면 더 수월할 거예요."
정말 안될 것 같으면 기절시켜서 데려가도 되구요. 올빼미를 바라보며 하는 말이 조금 수정되어서 나오는 게, 올빼미의 의견을 반영한 것 같기도 해서 기분이 묘하다. 어쨌든 감정적인 판단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이쪽은 다리와 몸이 꿰뚫린 사람이 한 가득이다. 시체라면 더 많다. 그리고 마침 그 문제로 주변이 시끄럽다. 각자의 신념이 충돌하는 순간인가. 싸움은 언제나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쿠보타'가 태어난 뒷세계에서도 언제나 그런 식이었지. 그때마다 나는- ...
"...내가 데려가지."
쿠보타의 입에서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이기적인 말이라 미안하지만... 이쪽은 '답'을 찾고 있는 중이거든."
그것에 대한 실마리를 이 녀석이 가져다 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안다. 이건 막무가내에 가깝다. 하지만 CPA에 구금해도 헛짓거리인건 매한가지다. 그럴바엔 차라리 뭔갈 얻고 가는 편이 나았다. 저번의 토끼... 그 면회장에서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뭐가 그렇게 무서운거냐.
이게 두려움이라는건가. 새로운 무언가를 학습해나가는듯한 표정을 지어보인 루르는 두려움. 두려움. 하고 잠시간 되내이다가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때 탕 - 하는 총소리가 울렸고 총소리의 발원지는 죽은줄로만 알았던 이니시에이터. 마지막 호흡을 짜내 쥐고있던 권총으로 루르를 맞췄고 루르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곤 손을 뒤로 넣어 권총을 꺼내 탕탕탕 - 하고 정확히 세 발을 머리에 박아넣었습니다. 권총을 꺼내고, 조준을 하고, 완벽한 세 발을 쏘는데 걸린 시간은 4.5초. 아마 루르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이들을 죽이려고 마음먹었다면 애진작에 죽여버리지 않았을까 - 하고 생각할 수 있을만한 대목이었습니다.
" 이,이래서 내가.. 졸릴 땐 안한다고.. "
울컥하고 총에 맞은 복부에서 피가 끓어올랐습니다. 졸리면 귀찮아진단 말이야. 그러면 당연히 해야할 확인사살도 괜찮겠지 - 하고 넘어가게 돼. 그러다보면 이런 일이 생기는거야. 그러니까 내가 졸릴 땐 안한다고 했잖아. 안한다고 했잖아 졸릴때는. 사실, 그래도 내가 아니면 못할 일이니까 한다고 나섰지만. 블랑슈언니가 실패했기에 뭐, 그럼 내가 해줄게! 하고 나선 일이었지만, 그냥 그 때 잘까말까 할때 잤어야 했어.
" 미안하다는 말은 안해. 애초에 그런 감정이 뭔지도 모르고.. "
죽이려면 죽이던가, 그런데 그렇게 했다간 너희들 어떻게 되도 난 모른다? 루르는 그 말을 뱉고는 낮은 신음을 뱉으며 손에 쥐고있던 권총을 던졌습니다. 어차피 이니시에이터들 다 죽여도 너희가 나 죽일거잖아. 루르는 그렇게말하며 눈짓으로 제 주위의 데미휴먼을 가리킵니다.
잠깐의 언쟁이 있었고 그러는 동안 루르는 뭐가됐든 빨리 정했으면 좋겠는데 - 하고 중얼거리며 피가 울컥하는 배와 구멍이 난 손을 들어보고는 다른 사람 몸에 구멍내다가 내 몸에 구멍나보기는 오랜만이네. 하고 실없는 소리를 뱉었습니다. 결국 나온 절충안은 우선은 링크를 했다고 위장시키고 병원으로 입실을 시키자. 그리고 그 이후에 감시하며 상태를 지켜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가 끝나자 행동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차에 실어서 지구 내부로 옮겼고 바로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병원에서는 링크한 데미휴먼이 전투중에 부상을 입었다-고 말하자 별다른 절차없이 데미휴먼 병동으로 입실되었습니다. 직후에 수술이 있었고 그리 큰 부상은 아니었는지 수술을 금방 끝났습니다. 이후에는 입실과 안정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군요.
" 이게 끝나면 죽이는거야? 아니면 뭐.. 다른데로 넘길거야? "
잠시간 이런저런 질문을 뱉던 루르는 마취가 덜 깼는지 '그러면, 그러면,'하고 말하다가 몽롱한 눈을 하고선 얼마안가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삐- 삐- 하고 몸과 연결해놓은 기계가 심박을 세주고 있었고 한쪽 뿐인 날개는 옆으로 빼놓아서 자리를 꽤 많이 차지한다는 것을 빼면 그냥 평범한 데미휴먼이나 다름없어 보였습니다.
진상조사결과, 아웃월드의 창이 열렸다는 소집알람은 CPA도, 코르포데이도, 태스크포스 총괄본부도 보낸 적이 없으며 해당 알람은 외부에서 주소를 하이재킹해서 보낸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근원지를 따라갔지만 시시각각으로 주소가 바뀌어 찾을 수 없었고 실마리를 잡았다 싶었을 때 마지막 남은 단서인 호스트 주소가 문자 그대로 소멸하여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시카의 딸의 소행이 아니냐는 소문아닌 소문만이 돌고있었습니다.
>>744 음. 그런 얘기를 하자면 온갖 TMI를 꺼내면서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듯한 기분이 드는군요... ㅋㅋㅋ 쿠보타는 현재 '답'을 찾고 있습니다. 데미휴먼을 베어도 되는지 어떤지에 대해서... 과거의 자신과 닮아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단순히 시카네들이 이뻐서 그런걸수도 있지요. 호호.
그리고 선관이 대충 형태가 잡혔으니 약속드렸던 쳰위의 해시! #자캐는_멘션온_캐의_거짓말에_어디까지_속아주는가 난 미래를 볼 수 있어: (눈 가늘게 뜨고)증명해 봐.(안 속았다) 나 애인 생겼어: 오.(ㅍoㅍ) 표정 짓곤 짝짝 박수치며 나름대로 감정을 실어 축하해. 라고 말해줍니다. 아니, 몰랐는데: (눈 가늘게 뜨지만 모른척해줌) 까마귀 원래 흰색이야: 어떤 관점에서는 맞는 말이야.(수긍) 산타는 정말로 있대: 거짓과 진심을 따지기 전에 그런 말이 진짜 나올 경우의 수는 상상해 본 적이 없어. 그냥 넘어진 거야: 인도적으로 이 말은 속아줄 수 없어.(응급처치) 괜찮아: (속은척 넘겨주며) 안 울었어: (쳰위가 울 수 있었나 싶어서 잠시 고장나지만 이내 속은척) 아무것도 아니야: (안 속았다는 티 내지만 모른척 넘어가준다) 사랑해: ....? 네가?(납득이 안돼서 고개를 갸울임) 정말 싫어해: (아무래도 수긍보단 의심하며)네가 감정으로 움직이는 건 알지만 역시 합당한 동기가 없는 말이라고 생각해.(갸웃)
>>465 !!!!!!! 아 마냐주 천재!!! 그럼 크토니안을 누가 먼저 잡을지 쳰위 쪽에서 장난삼아 내기를 걸었다고 할까요? 내용도 딱 장난식으로 '제가 이기면 저랑 사귈래요?' 같은 식으로 해서요. 마음에 안 드신다면 내기 내용이랑 승패는 마냐주 임의로 정하셔도 돼요!
ㅋㅋㅋㅋㅋㅋ사실 가뭄같은 관계 저도 좋아요.... 원하는 쪽으로 해주자<< 라니 마냐 착해....ㅠ 이전 관계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거 너무 완벽하게 정답이에요... 이름만 바뀌었지 그대로인 것도요. 쳰위라면 사랑 역시 (다른 관계보다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 같지만) 무수히 많은 관계 유형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관계 청산 후에 어색해할 이유를 찾지 못해서 그럴 것 같네요! 아끼는 사람 범주에 넣어준 건 너무…… 너무 좋은데………… 쳰위는 워낙 정감 없는 놈이라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 진짜 야오쳰 나쁜놈아……() 마냐와는 교류하며 속내를 가장 솔직하게 털어놓은 사이인 만큼 가장 주의깊게 경계해야 할 상대라고 생각할 거예요. 자기를 배반할 시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경계심과는 별개로 같이 있는 게 재미있어서 친구처럼 지내는 건 변함 없겠지만요.
아니 말이 왜 이렇게 길어졌어... 그럼 교제 기간은 얼마 정도로 잡을까요? 6개월 쯤이면 괜찮을까요?
>>760-763 허허. 어느정도 쿠보타의 생각과 맥락은 비슷하군요. 허나 콜트처럼 법률적으로 사고가 뻗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글쎄요... 쿠보타도 범죄자였기 때문일까요. ㅋㅋㅋ 쿠보타에게 있어서 데미휴먼은 외계인입니다. 어떠한 '존재'라고 자신 안에서 정의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베는걸 주저하고 있습니다. 음. 결국은 아직 쿠보타가 주저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군요 ㅋㅋㅋㅋ... 아무튼 쿠보타에게 있어서 0순위는 '답'입니다. 하루빨리 그걸 찾는 것에 혈안하고 있습니다.
>>775 멀다- 기보다는 음~ 말했듯 무어라 확실히 안다고 하기엔 애매한 아직 정의되지 않은 존재입니다. 크토니안은 확실히 사회 악이지만 데미휴먼은 범죄도 일으키면서 그렇지 않은 녀석도 많으니까요. 그렇다고 사람이냐고 하면 또 그렇게 취급받는 것도 아닌 세상입니다. 범죄 쪽에서 살고있던 쿠보타에겐 아리송한 것들 뿐일겁니다... 그리고 또, 그런 요소들은 이리저리 얽혀서 최종적으로 자신의 검에 망설임을 두게 됩니다. 그러면 자신의 밥줄인 '검'으로서도 실격인 것이지요. 따라서, '들어오면 벤다'. 답을 찾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들어오는 데미휴먼 말고는 베지 않는 것이 현재 상태입니다.
#자캐는_멘션온_캐의_거짓말에_어디까지_속아주는가 쿠보타 난 미래를 볼 수 있어: 응, 그렇군요 ㅍㅍ(이 아저씨가 또 장난치는구나 표정) 나 애인 생겼어: ㅍㅍ (이사람이 누굴 사귈 의사는 있었나 잠시 고민함) ...사실이 맞다는 가정하에 일단 축하부터 할게요. 아니, 몰랐는데: (거짓말인거 같아서 눈썹 꺾어올린다) ...진짜요? 까마귀 원래 흰색이야: ㅇㅇ 속살이 하야니까요 ㅍㅍ(납득) 산타는 정말로 있대: 이 나이인 상대에게 하기에는 거짓말에 메리트가 없다는 생각 하지 않으세요? ㅍㅍ 그냥 넘어진 거야: 그냥 넘어졌어도 응급처치는 해야죠.(응급처치) 괜찮아: (잠깐 고장났다가 옆에 앉아서) 객관적으로 괜찮을 상황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자세한 건 묻지 않을게요. 안 울었어: ㅍㅍ 그렇군요. (모른척) 아무것도 아니야: 뭔가 숨기는 게 있어보이시는데요, 사적인 일이면 넘어가 드리는 게 당연하고 불법적인 거라면 일단 보고 고민해 볼게요 ㅍㅍ 사랑해: 친애의 표현이라기에는 너무 과장됐어요. ㅍㅍ 정말 싫어해: (생각해보아도 그럴 이유가 없어서 갸웃. 안 믿는다는 티 내면서) 쿠보타는 그런 걸 참다 말할 스타일이 아니라고 보고 있었는데요.
루르의 다음 감시 역으로 쿠보타가 도착한 것이다. 대퇴부에 총을 맞고도 여기까지 걸어왔다. 의료측 말로는 운이 굉장히 좋다고 2-3일이면 완치라고 한다. 총알에 뼈가 아작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검사에겐 다리가 팔만큼이나 중요하니까. 그런 와중에 와줬건만, 칼을 보고 쫄질 않나 신원조사를 하지않나. 내가 그렇게 수상해 보이는거냐... 병원놈들. 내참.
"피곤하군..."
적당히 의자에 앉아 테이블에 발을 올리고 눕다시피 자세를 전환한다. 아무래도 그 때 괜한 짓을 한 건가 싶다. 역시 이 녀석 말대로 현장에서 쏴 죽이는 편이 더- ...아니, 됐다. 눈이나 붙일까.
콜트의 말에 쿠보타의 분위기가 변한다. 어느샌가 버킷햇의 넓은 모자 챙 사이로 날카롭게 가라앉은 눈이 콜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건 그 녀석들 팔자다. 내게 묻지마."
총상이라면 이쪽도 당했고, 사경이라면 매번 투입 될 때마다 해매고 있다. 죽은 자. 그들의 수고에 경의를 표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명복이라면 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신한다. 이 업계에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 설치는 녀석은 바보나 다름없다. 다들 제 나름의 이유로 싸우고, 필사적으로 부딫히고 있는 거다.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이 오히려 쿠보타에겐 더욱 덧없어보였다.
"너희들에게 나서달라고 한 적은 없어... 싫다면 내버려 둬. 오히려 네 녀석들이 이러는 건 방해니까..."
다만 막으면 벤다. ...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겠지. 모자를 푹 누르고 시야를 덮는다.
"이게 너의 개인적인 일이면 이러지 않아. 우리가 널 도와 한 일도 아니고." 책상을 내리치며 일어 섰다.
"이게 '우리' 일 이었으니까! 이 일 때문에 그때 거기 있던 이니시에이터가 모두 범죄자 은닉 혐의를 받게 됬다는거다!"
"...거기 있던 사람중, 특히 총에 맞은 사람중 하나는 한 아이의 어머니다. 남편도 없이 아이를 키우기 위해 돈을 벌려고 이런 시궁창 같은데서 죽을 상처 입어가며 싸운다고!" 어느날 그 어머니가 크게 다쳐서 돌아온다면, 아니면 그 어머니가 죽었다는소식을 아이가 듣게 된다면. 그 때 그 아이는 어떻게 되겠는가?
아니면 이 일의 혐의로 잡혀가거나 구속된다면... 그 아이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이 살아가야 할텐데?
"다들 아무말 없으니 나는 이렇게 말 하는것 이상은 하지 않겠어. 그렇지만 이 일이 큰 사태로 커지면..."
"너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할거다. 그건 알아둬. 주변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네가 변호 받을거란 생각은 하지 마라." 그대로 병실 문으로 걸어갔다.
총알이 2cm만 옆으로 빗겨갔어도 영영 걸을 수 없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의사는 말했다. 유페미아에게는 다행히도 총알은 2cm 옆으로 빗겨가지 않았고, 지금 유페미아는 보행기에 의지하면 문제 없이 걸을 수 있는 상태이다. 앞으로 몇 주만 더 재활치료를 하면, 문제없이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의사의 소견이었다.
"이 나이에 보행기라니... 이제 정말 할머니 꼴이구만."
나이가 많다 해도 유페미아의 나이 51세. 보행기를 쓰기엔 아직 너무 이른 나이이다. 이건 그동안 자기 자신을 '할머니'라고 칭하며 농담했던 것에 대한 업보인가, 하는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유페미아는 병원 로비에 있는 자판기에 동전을 집어 넣는다.
짤깡, 소리를 내며 음료수 캔 두 개가 배출구로 떨어진다.
유페미아는 음료수를 꺼내려 하지만... 이런, 지금 허벅지에 깁스를 한 상태로는 아직 다리를 쭈그리고 앉는 자세는 불편하다. 하는 수 없이 유페미아는 옆에 있던 처음 보는 사나이-아마도 원숭이? 데미휴먼-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유베리드 패밀리 보호소에서 제대로 된 링크 절차를 마치고, 자신의 링크 상대에게 집 주소를 알려주며 나중에 보자고 했었던가요. 자신은 먼저 준비를 하고 있을테니 찾아오라고. 유베리드 소장과의 만남은 그다지 좋은 경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키아라는 링크 자체에 의의를 두었습니다.
지금 키아라는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지금은 쓰지 않는 방의 케케묵은 먼지를 털어내기도 하고, 방 한켠에 놓인 짐들을 옮기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편히 쉴 수 있도록 푹신한 이불도 펼쳐두고 발굽 소리가 크게 울리지 않도록 부드러운 매트도 깔아두었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서야 키아라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냈습니다. 그저 그 친구가 집을 잘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언제 오려나 싶어 괜히 문 밖을 기웃거려 보기도 합니다.
난전은 모두에게 공평한 상처를 남겨주었다. 크게는 총격에 의한 관통상과 창상, 소소하게는 이리저리 뒹굴며 입은 찰과상 등. 소동의 주요원인이나 다름없었던 그 데미휴먼(이름이 루르라고 했었나?)을 병동에 밀어넣자 상황은 겨우 일단락 되는 듯했다. 곧 터질 폭탄처럼 긴박하게 돌아가던 사태가 끝을 보이자마자 다른 이들 역시 줄줄이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더라. 하기야 총격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부상 없이 멀쩡하게 나온 이가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가 그 이상한 일을 실현시킨 이상한 놈이었고. 어느 정도는 운이 있었다지만 결과만을 본다면 여하튼 그랬다. 그는 다친 곳 하나 없는 말끔한 모습으로 병원을 이리저리 활보하고 있었다. 문병을 온 것도 아니고,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에게도 이곳에 머무를 용건이 있기는 했었다. 지난밤의 논의 끝에 내려진 결정, 교대로 루르를 감시하기로 한 합의를 지키기로 해서다. 지금은 아직 제 차례가 오지 않아 빈둥거리는 중이었고. 무료하게 이곳저곳을 나돌아다니던 그가 불현듯 걸음을 멈추고 무언가에 시선을 고정했다. 자판기 앞에 선 중년 여자의 뒷모습이었다. 다리를 다친 듯 보행기를 끌고 있고, 그 외에 특별한 점은 전혀 없다. 그렇지만 어쩐지 눈이 가는 모습이다. 낯이 익다기엔 애매하고, 낯설지만도 않은. 직감에 이끌려 어느샌가 여자의 곁으로 다가간 그는, 제게 던져진 요청에 늘 그렇듯 장난스런 웃음부터 내보였다.
"꺼내드리면 한 캔은 저 주실래요?"
상대의 대답이 들려오기도 전에 그는 무릎을 굽혀 캔을 꺼내었다. 서늘한 금속성의 감촉, 그새에 고인 물방울이 바닥으로 몇 방울 떨어져갔다. "농담이에요. 여기."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한 손으로 겹겹이 음료캔을 쌓아서 내밀었다. 그는 잠시간 여자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눈치였다. 고민의 순간은 짧다. 그는 곧장 질문을 던진다.
장난삼아 꺼낸 말이었는데, 여자는 생각 외로 호방하게 말을 받아주었다. 새로이 떨어진 캔을 잠시간 멀뚱히 바라보던 그가 뒤늦게 몸을 숙여 배출구에 손을 집어넣었다. 평소보다 행동에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자판기에서 꺼낸 물건이니까 문제 없겠지. 그는 곧장 캔을 따지 않고 차가운 캔을 손 안으로 굴리기만 했다. 당장 마실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처음부터 목이 마르지 않았기도 했고.
"고마워요."
그는 짧은 감사를 남기고선 제 질문의 답을 들었다. 못된 속임수? 그 부분에서 의아해지려던 찰나, 이어지는 말에 대강의 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 맞네. 터지려던 감탄사는 속말로 밀어넣었다. 여자의 뒷모습에서 느꼈던 익숙함에는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그는 상대가 말을 다 끝내기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의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다 대화의 맥이 잠시 끊긴 순간에야 불쑥 말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시점에서 한참은 때늦어 불필요해진 지적이었다.
"그런데 이 얘기는 비밀로 해야 하는 거 아녔어요? 만약에, 음…… 그쪽 분이 상대를 잘못 알아봐서, 제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아니었다면 큰일이었을 텐데."
어차피 저도 공범이 맞고, 그러니까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요. 말하고선 또다시 어깨를 으쓱한다. 상대의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진 않았으나 긍정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 대답을 조금은 난감해할지도 모를 상대를 배려하기라도 하듯-물론 정말로 배려한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막 새로운 주제가 떠올랐을 뿐이었으니까.- 그가 논제의 갈피를 슬며시 비틀었다. 완전한 우회는 아니고, 약한 선회 쯤 되는 방향으로.
유페미아는 이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입을 툭툭 친다. 입이 방정이지,라는 듯이. 그 올빼미 데미휴먼과 관련된 사건 때문에 현재 허벅지 부상이라는 불편을 겪고 있던 유페미아로써는, 그 사건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을 수 있는 상대를 만났다는 생각에, 이 사내가 그때 봤던 사내가 아니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엿들을 가능성은 까맣게 잊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도 자네가 내가 생각했던 사람이 맞아서 다행이네."
"아직 통성명도 안했지? 유페미아라고 하네. 유페미아 불스트뢰드."
이렇게 말하며 유페미아는 쳰위에게 악수를 건넨다.
"그들의 사상을 어느 정도는 이해는 하겠네만...."
시카의 딸이 이상하다는 말에는 잠시 생각하다가 운을 뗸다.
"나에게 이런 부상을 입힌 이상 좋게 생각할 생각은 없다네. 그 뿐인가, 그들은 어린 아이에게도 부상을 입혔다네! 아무 잘못도 없는 어린 아이에게 말이야!"
쏴아아- 요즘따라 선선해진 바람이 머리칼을 훑고 지나간다. 지루한 병실의 공기를 참지 못하고 옥상으로 나온거다. 감시라고 해봤자 무장도 없는 데미휴먼 하나를 지키고 있는 것 뿐이고. 무엇보다 녀석은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결국 꾸벅꾸벅 졸다가 박차고 나왔다. 혹자는 이걸 보고 정신 나갔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 알바냐..."
캔을 기울여 오렌지 주스를 삼킨다. 뭐지. 이 인공적이지 않은 맛은... 자판기 음료 아니었나.
오렌지 주스 캔이 없어졌다. 나름대로 원액 함량이 제일 높은 상표로 원래는 루르더러 먹으라고 가져온 건데. 정작 당사자는 자고 있으니 그런즉슨 지키는 사람이 먹으려고 가져갔다는 말이렸다.(그 부분에 마리야는 눈을 가늘였지만 어차피 주스는 사람이 먹으라고 있는 것이니 누군가에게 섭취된 것으로 의의를 다했다고 치자.)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지금 병실을 지키고 있어야 할 쿠보타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지 않은가. 분명 병실 안은 답답하니 루르가 자고 있는 틈을 타서 어디 나간 거겠지. 동기는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핸드폰을 꺼내서 쿠보타에게 통화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