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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따라붙은 쿠보타가 리코쪽에 응급처치 도구를 던져주며 말했다. 하여튼 호불호는 확실한 녀석들이군. 총 구멍에서 피 줄줄 흘리는 녀석이 한 둘이 아닌데 말이지. 이걸로 상황은 일단락인가. 어쨌든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쿠보타는 고통을 감수하고 올빼미의 옆에 무릎을 굽혀 앉는다.
"가져간다... 비싼거니까."
아니, 아예 주저 앉는다. 너무 무리했다. 그렇게 말하는 쿠보타가 손에 박힌 수리검에 손을 가져가 그대로 빼내어 회수한다. 이제 맘 편히 잘 수 있겠군...
"하나 묻지..."
소매 속에서 붕대를 꺼내어 총상 당한 환부를 둘둘 둘렀다. 결국 크토니안은 없었나. 돌아가면 병원비부터 왕창 깨질게 분명했다.
풀썩, 하는 소리에 리코는 감았던 눈을 조심스럽게 떴다. 누군가가 던져준 건지, 응급처치 도구가 근처에 떨어져 있었다. 시선을 슥 돌려서 저편의 상황을 살핀다.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모여있고… 마무리 된 걸까. 오른팔을 조심스레 뻗어서 가져온 응급처치 도구를 한 손과 입으로 어떻게든 들어서 유페미아에게 내밀었다.
“에피… 이거…”
이제 괜찮아요, 아니면 이제 끝났나봐요 같은 말을 길게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이미 눈 앞이 빙글빙글 도는 상태였다. 너무 아파서 머리가 띵하게 울리는 느낌. 리코는 그대로 다시 풀썩 엎어졌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말 그대로 기절해버린 것이었다.
곤두선 신경에 소란스러운 소음이 잡힌다. 나무에서 뛰어내려 그리로 곧장 달려가니, 자신들을 교란했던 데미휴먼의 손이 날붙이에 꿰뚫려 있는 광경이 보였다. 사실 다수를 상대로 지금껏 붙잡히지 않고 이동했던 게 대단한 일이다. 비록 사전준비가 철저했고, 몇 번쯤은 경고성의 공격만 날렸다지만. 그는 쪼그리고 앉아 데미휴먼의 얼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나이를 짐작하진 않았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어리네요. 몇 살이세요? 저랑 동갑인가?"
일이 해결됐다 싶으니 또 쓸데없는 소리가 나온다. 실없게 웃으며 데미휴먼에게로 이런저런 말을 건네던 그는, 표결을 요구하는 듯한 콜트의 말에 좌중을 가볍게 둘러보았다. 조금 생각하니 결론이 나온다. 늘 그렇듯 생각은 길지 않다. 그는 낮춘 자세 그대로 목만 빼들어 발언했다. 완곡하게 돌린 반대표였다.
"죽이면 이 사람이 속한 조직이 눈 돌아가서 일을 더 크게 터뜨리지 않을까요?"
인질 하나 구하겠다고 CPA까지 털어먹은 사람들인데, 죽이면 더 크게 일 벌리지 않겠어요. "그렇죠?" 그가 저격수와 눈을 맞추며 희소를 지었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허벅지에서 작열하는 고통에 눈앞에 새하얘지진다. 하지만, 위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압박이, 누군가 부르는 자신의 애칭이-
'에피'라, 어렸을 때 이후론 이 애칭이 불린 적이 없었는데. 아니다, 최근에 다시 이 애칭을 부르는 사람이 생겼다. 그게... 누구였더라...?
"리...코...?"
-정신을 차리게 도와주었다.
유페미아는 남아 있던 붕대로 상처를 지혈하고, 리코에게 했듯이 토니퀘트를 만들어 허벅지 위 관절에 씌운 다. 그리고는 어느 정도 고통이 가시고,(어쩌면 그냥 피가 통하지 않아 무감각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숨이 가다듬어지자, 다리를 절뚝거리며 리코를 데리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올빼미 데미휴먼이 쓰러진 곳)으로 향한다.
일단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여기서 쏘는 게 맞다. 총을 겨눈 남자의 말대로 여기는 위험한 지역이고 엄호 겸 생포한 상대까지 달고 있다면 험난한 여정이 될테니까. 그리고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기를 시카의 딸이 여기에 관여되어 있다면, 그들이 구하러 올테니 구금의 의미가 낮기는 하다.
하지만 아빠가 별로 좋아할 것 같지 않아. 조금 어린애같은 생각이 쏙 튀어나온다. 그리고 데미휴먼이란 기본적으로 다 누군가의 자비 하에 태어난 사람들이니까, 그런 입장에서 남을 쏘는 건 조금 월권처럼 느껴졌다. 다분히 감정적인 판단이었다.
"쏘고 가건 가지 않건 이 구성원으로는 알파 지구까지 위험할 것 같은데요."
공리적으로 생각하면 저 데미휴먼을 데려가서 심문을 받게 하는 게 장기적으로 좋지 않을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갸울인다.
"물론 반항을 못하게 부상을 좀 더 입혀놓는 게 전략적으로 옳을 것 같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침착하게 칼을 겨누며 상대에게 유감이라는 시선을 보낸다. 이미 다친 상대를 더 다치게 하는 건 인도적으로 유감이지만 멀쩡한 시체보단 목숨을 건지는 편이 낫지 않을까?
>>656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허벅지에서 작열하는 고통에 눈앞에 새하얘지진다. 하지만, 위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압박이, 누군가 부르는 자신의 애칭이-
'에피'라, 어렸을 때 이후론 이 애칭이 불린 적이 없었는데. 아니다, 최근에 다시 이 애칭을 부르는 사람이 생겼다. 그게... 누구였더라...?
"리...코...?"
-정신을 차리게 도와주었다.
유페미아는 남아 있던 붕대로 상처를 지혈하고, 리코에게 했듯이 토니퀘트를 만들어 허벅지 위 관절에 씌운다. 그리곤 허억 허억, 가쁜 숨을 가다듬는다.
리코가 응급처치 도구를 건네주자, 유페미아는 잠시 멍하니 바라본다. 출혈이 심해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탓이다.
하지만, 이내 리코가 기절하자, 정신을 차리고는 재빨리 지혈제를 자신이 아닌 리코에게 놓아준다. 진통제도 리코에게 놓아주려 생각하지만, 리코는 이미 기절했으니 자신이 맞는게 둘의 생존을 위해 더 능률적이다,는 생각에 손을 멈추곤, 진통제를 자신에게 놓는다.그리고는 어느 정도 고통이 가시고,(어쩌면 그냥 피가 통하지 않아 무감각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숨이 가다듬어지자, 다리를 절뚝거리며 리코를 소중한 것을 들듯이(들듯이, 가 아니고 리코는 소중한 것이 맞다, 고, 우뇌가 소리친다) 안아들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올빼미 데미휴먼이 쓰러진 곳)으로 향한다.
손에서 수리검이 뽑혀나가자 아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지른 루르는 손을 들어 피가 뚝뚝 흐르는 손을 덜덜 떨었습니다. 생각보다 엄청 아프네. 하고 중얼거리고는 바지 주머니에서 진통제 하나를 더 꺼내 그 작은 주사기를 그대로 허벅지에 꽂아 주사하고는 하 - 하고 조금 나아졌다는듯 눈이 조금 몽롱해졌습니다. 바닥에 쓰러져있는 자신을 둘러싼 데미휴먼과 이니시에이터를 보며 눈을 가늘게 뜨다가 쳇, 하고 혀를 차고는 그냥 더 자고 할 걸 그랬는데.. 하고 아쉽다는듯 후 - 하고 숨을 뱉었습니다. 사람건 없냐는 쿠보타의 말에 앗, 그러게, 너희 건 없네. 하고 놀리는건지 아니면 진짜 몰랐던건지 애매한 표정으로 말하곤 움직이면 쏘겠다는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습니다.
" 아,안움직일게.. 알겠어.. "
약간의 찐따미가 보이는 올빼미는 몇 살이냐는 말에 아직 멀쩡한 반댓손을 브이모양으로 만들어 대강의 나이를 짐작시키고는 일을 더 크게 터뜨릴거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마 약속한 시간까지 내가 안오거나,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면 가만히 있을 사람들은 아니지. 하고 말했습니다. 더 부상을 입혀서 대려가는게 옳을거라는 마리야의 말에 화들짝 놀라서는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습니다.
" 그, 어차피 이런 꼴이니까.. 반항같은건.. 그, 못하는데.. "
분명 CPA로 끌려간다면 이전의 블랑슈와 같은 꼴을 면하지는 못할 겁니다. 루르는 자신의 처지를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아니면 진심으로 조금의 미안한 감정이 있는지 입을 열었습니다.
" 내가 이런말..할 처지는 아닌것 같지만.. 뭐든 빨리 결정을 내리는게 좋을거야. 언니나, 시카가 오면 정말로 다 죽어. "
그리고 그걸 본 나는 며칠동안 제대로된 식사는 못할지도 모르고. 루르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은 이미 패배했고, 저항이란걸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어떻게 하든 그 처분에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요. 만일 날개가 온전했다면 날아서 도망쳤을텐데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한쪽밖에 남지 않은 날개탓일지도 모릅니다.
"..." 격한 감정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어쩌면 반대로 단순한 느낌이기도 했다. 감정에 따라 그대로 하는것으로 단순할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되는걸 알고 있다.
"...그래. 분명 보복을 하겠지. 우리는 처단자도 아니고. 체포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사살하지 않는것도 맞아."
"어째서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보복할까봐 두려워 범죄자를 제대로 처분 할수도 없는건지." 분함에 이를 으득이며 올빼미 데미휴먼을 쳐다봤다.
"그러면 어서 이 녀석을 데리고 돌아가자. 여기중에서 크게 다치지 않은 내가 이녀석을 지켜보며 돌아가도 되겠지?" 다친 사람이 많다. 다친 사람이 지켜보며 돌아갔다가는, 돌발 상황이 일어나기 쉬울거다. 다친 사람이 가까이 있다면 이녀석은 기회를 엿보다가 다친사람을 공격하거나 느슨해진 틈을 타서 도망칠지도 모른다.
올빼미의 이야기를 듣고선 다른 사람들에게 나름대로 강하게 건의한다. 크토니안이건 시카의 딸이건 위협이 뭐건 여기 있으면 목숨이 온전치 않으리란 사실 하나는 뻔했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지만 상대를 대할 때마다 우유사탕을 베어문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호감이 느껴져서 그런가?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인 상대인데도?
"저도 같이 지킬게요. 제가 덜 다치기도 했고 데미휴먼이 지키면 더 수월할 거예요."
정말 안될 것 같으면 기절시켜서 데려가도 되구요. 올빼미를 바라보며 하는 말이 조금 수정되어서 나오는 게, 올빼미의 의견을 반영한 것 같기도 해서 기분이 묘하다. 어쨌든 감정적인 판단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이쪽은 다리와 몸이 꿰뚫린 사람이 한 가득이다. 시체라면 더 많다. 그리고 마침 그 문제로 주변이 시끄럽다. 각자의 신념이 충돌하는 순간인가. 싸움은 언제나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쿠보타'가 태어난 뒷세계에서도 언제나 그런 식이었지. 그때마다 나는- ...
"...내가 데려가지."
쿠보타의 입에서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이기적인 말이라 미안하지만... 이쪽은 '답'을 찾고 있는 중이거든."
그것에 대한 실마리를 이 녀석이 가져다 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안다. 이건 막무가내에 가깝다. 하지만 CPA에 구금해도 헛짓거리인건 매한가지다. 그럴바엔 차라리 뭔갈 얻고 가는 편이 나았다. 저번의 토끼... 그 면회장에서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뭐가 그렇게 무서운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