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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정부의 총리까지 위협하다니, 시카의 딸도 점점 대범해지는 모양이었다. 유페미아는 이 변화가 달갑지 않았다.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는 유페미아가 지금 총리에 가지고 있는 감정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에 수렴했지만, 분명 총리가 암살, 특히 데미휴먼의 손에 암살당한다면 엄청난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유페미아는 교수님의 강의에 질문하는 모범생같은 자세로 한 손을 높이 들고, 질문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세 가지 건물에 잠입하여 저격수를 잡으면 되는 겐가?"
창문이 하나도 없다, 이번에 들어선 홀에는 창문이 하나도 없었다. 저번에 갔던 CPA의 강당과는 다른 느낌. 리코는 창문이 없는 게 신기하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다 스크린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카의 딸, 그 중에서도 젤러시라는 이름을 가진 늑대는 저번에 만났었다. 리코는 저번에 만났던 늑대를 떠올리고 꼬리를 작게 저었다.
대충 정리하자면 미끼를 차에 태우고, 정해진 길로 보냈을 때 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총 세 군데. 그 세 군데 중 하나를 골라서 가면 되는 걸까? 리코는 가만히 유페미아의 의견을 기다렸다. 유페미아가 간다고 하면 리코도 가는 거고, 가지 않겠다고 하면 리코도 가지 않으니까.
총원 6명으로 지금까지의 사태를 만들어내는 게 가능한 일일까? 어쩌면 조사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그게 아니라면 시카의 딸의 소속원들이 그만큼 대단하단 거겠지만. 아무튼간에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라니 반발심은 전혀 들지 않는다. 진중한 이야기들을 이리저리 흘리며 자리에 모인 이들의 면면을 살핀다. 그는 간간히 고개를 끄덕이고, 총리를 암살하려 한다는 대목에서 와, 하는 감탄사를 참는 정도로 명백하게 기본적인 자제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생각이 없는 그라도 데미휴먼의 손에 총리가 죽을 시 벌어질 사회적 혼란 정도는 어렵잖게 예상할 수 있었다. 질문이 있냐는 말에, 그는 손을 드는 대신 고개를 쭉 빼며 목소리를 내었다.
사방 일대를 알게모르게 포위중에있고 총리의 디코이에도 경호를 붙여놓았습니다. 연락이 함정일 가능성도 배제는 할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코르포데이가 함께 출동하는 것입니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그럼 다음은.. 하고 말하며 슬라이드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조잡하다면 조잡할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지나가고 마일리가 고개를 들었을 때, 심장이 세번 정도 뛸 수있는 찰나의 순간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날아가고 문과 함께 문을 지키던 두 명의 사람이 안으로 날아왔습니다.
" 내가 그리웠던 사람? 없냐? "
눈에 길게 난 흉터와 토끼 귀, 블랑슈 로미소프는 씨익 미소를 지었습니다. 신고 있던 검은 부츠에서 한 줄의 파란 빛이 일었고 그 길로 앞으로 뛰쳐나가 의자와 몇 명의 이니시에이터를 발로 걷어차 눕혀버리곤 주변을 둘러보고 상황을 파악하는가 싶더니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배를 걷어차여 바닥에 쓰러진 마일리는 어느샌가 일어나 두 발의 총을 쏘았고 다시 소리쳤습니다.
시카의 딸이 총리마저 위협한다는 말에 눈썹을 꺾어 올린다. 어렴풋이 생각해 왔지만 역시나 폭력으로 차별을 해결하는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든다. 데미휴먼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도 한 정권이 무너졌다 재구축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지나친 희생을 필요로 했다. 그 과정에서 데미휴먼들이 겪을 고난과 차별은 과연 정당할까, 라는 문제를 둘째 치더라도. 마리야는 고개를 갸울이다 손을 든다.
"총리님의 경호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물론 저격 사건이 있었고 살해 위협이 있었던 만큼 저격총이 닿을 수 있는 장소에 총리를 두진 않으리라고 보지만, 마리야는 문득 젤러시 슈피첸의 강함을 떠올린다. 시카의 딸은 단 둘이서 CPA에 들어갔다 탈출할 만한 능력이 있는 집단이다. 키아라의 질문대로 양동 작전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옳았다.
사방 일대를 알게모르게 포위중에있고 총리의 디코이에도 경호를 붙여놓았습니다. 연락이 함정일 가능성도 배제는 할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코르포데이가 함께 출동하는 것입니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그럼 다음은.. 하고 말하며 슬라이드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조잡하다면 조잡할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지나가고 마일리가 고개를 들었을 때, 심장이 세번 정도 뛸 수있는 찰나의 순간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날아가고 문과 함께 문을 지키던 두 명의 사람이 안으로 날아왔습니다.
" 내가 그리웠던 사람? 없냐? "
눈에 길게 난 흉터와 토끼 귀, 블랑슈 로미소프는 씨익 미소를 지었습니다. 신고 있던 검은 부츠에서 한 줄의 파란 빛이 일었고 그 길로 앞으로 뛰쳐나가 의자와 몇 명의 이니시에이터를 발로 걷어차 눕혀버리곤 주변을 둘러보고 상황을 파악하는가 싶더니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배를 걷어차여 바닥에 쓰러진 마일리는 어느샌가 일어나 두 발의 총을 쏘았고 다시 소리쳤습니다.
" 쪼,쫓아가요! "
이미 밖으로 뛰쳐나간 블랑슈는 홀의 정문앞에 서서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접근하는 코르포데이를 걷어차서 날려버리곤 뒤를 슥 보곤 자신을 쫓아 이니시에이터들과 데미휴먼이 나오는걸 보곤 퉷, 하고 침을 뱉었습니다. 그리곤 다시 앞으로 뛰어가며 제 앞을 막는 주차된 차를 힘껏 걷어차서 날려버리곤 다시 빌딩 숲으로 뛰어들어갑니다.
문이 날아가는 것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지만 아무리 빠르다손 쳐도 토끼 데미휴먼의 도약력을 따라잡을 순 없었다. 블랑슈가 혼란을 일으키고 나가는 것에 생각이 많아져서 잠시 멈추곤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전체적인 상황이 너무 수상하다. 총리의 목숨이 위협당하고 있는 마당에 분란을 일으킨 데미휴먼 하나를 쫓아가도 되는 것인가? 블랑슈의 출현 자체가 함정인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일단 명령이 있었고 데미휴먼의 처리는 데미휴먼이 하는 것이 제일 편하다. 더군다나 이 공개적인 상황에서 데미휴먼이 움직이지 않으면 무슨 악담이 오가게 될지 모른다. 마리야는 이를 악물고 블랑쉬를 쫓아서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질문을 위해 쭉 빼들었던 목을 곧바로 아래로 수그린다. 제게로 날아오는 의자를 휙 피한 그가 옆자리에 있던 사람에게로 시시덕거리며 말을 붙였다. 좀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앉아있던 옆자리 사람은 의자를 피하지 못해 뻗어버린 상태였다. 대답이 없자, 그는 아쉽단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고 쓰러진 사람을 발로 밀어 한구석에 치워두었다. 쫓아가란 말에 뒤늦게 블랑슈가 도망친 방향을 보았지만, 이리저리 도망가는 폼을 보니 쉽게 따라가기도 힘들 것 같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 제자리에 서서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얼마 전 키아라와 콜트를 만났을 때와 같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블랑슈!!!!! 너네 가족들 머저리 같단 거 아냐!!!!!!"
……패드립을 날렸다. 어차피 못 잡을 거 열이나 받으라는 심보였다. 열 받아서 발 꼬이면 더 좋고.
조잡하다고는 해도 리코의 눈에는 신기해 보였기에, 리코는 오오- 하는 감탄을 작게 흘리면서 화면을 응시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쾅-하는 큰 소리와 함께 또 사람이 날아갔다. 어쩌면 사람은 정말 쉽게 날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벌써 몇 번이나 사람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는 건지. 그리고 벌써 두 번째로 토끼를 만났다. 리코는 꼬리를 빳빳하게 하고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사람을 잔뜩 걷어차고-이니시에이터로 보이는 사람들을 걷어찰 때, 유페미아를 걷어차는 건 아닌지 리코는 경계하고 있었다-나서 토끼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길을 막는 사람들을 걷어차면서.
“…에피, 가도 돼요?”
마일리의 ‘쫓아가라’는 말에 리코는 곧바로 뛰쳐나가려다 멈칫했다. 이제는 유페미아가 자신의 주인이니 명령의 우선순위 역시 유페미아 쪽이 더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리코는 눈으로 계속 토끼를 쫓으며 유페미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은가, 하고 물으며 마일리의 안위를 살피려 했지만, 마일리가 자력으로 바닥에서 일어나고, 총까지 두 방이나 쏘는 것을 보아하니 중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다고 판단한다. 다행이었다.
마일리는 모인 사람들에게 블랑슈를 쫓아가려 했지만, 유페미아는 다른 생각이 있었다. 하필이면 이런 때, 시카의 딸의 계획을 막으려는 회의가 있는 순간에 쳐들어오는 것은 너무 속이 뻔하지 않나? 여기서 블랑슈를 쫓아가느라, 총리의 암살을 막기 위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고, 또 제대로 전략을 세우지 못한 오합지졸이 되는 것이 시카의 딸이 원하는 바일지도 몰랐다. 눈치가 없는 유페미아였지만, 여하튼 유페미아가 생각해 보기엔 그랬다.
"잠깐만, 잠깐만 기다리게, 리코 군."
리코의 질문에 대답하고는, 리코가 방금 전의 사단에 놀라지는 않았을까 손을 꼭 잡아주었다.
유페미아는 강단에 올라가, 빔프로젝터와 연결되어있던 노트북을 클릭해 슬라이드를 끝까지 읽어나간다. 혹시라도 미처 전달 받지 못한 추가 정보가 있을까 싶어서였다.
고요하던 장내. 분위기가 돌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요란한 소리가 들리고 키아라가 반사적으로 반응해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곳에는 익숙한 이가 있었습니다. 시카의 딸의 블랑슈.
이 상황은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하고, 작위적이었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총리의 암살 계획 대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지 않았습니까. 그런 타이밍에 딱 좋게 습격, 그리고 도주라니. 더군다나 토끼 데미휴먼인 블랑슈를 인간인 키아라가 쫓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입니다. 그랬기에 키아라는 마일리의 외침에도 블랑슈를 섣불리 쫓아가지 않고, 자리에 서서 어수선해진 장내를 지켰습니다.
안따라나오네, 블랑슈는 근처 건물 옥상으로 몸을 피한후에 다음의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계획은 전부 세워놨으니 상관없지. 블랑슈는 귀에 손을 가져다대곤 무어라 중얼거렸습니다. 블랑슈는 튀어나가던 와중에도 제 가족을 모욕하는 말을 듣자 멈칫하고 뒤를 돌아보며 목을 슥 - 긋는 시늉을 하며 넌 다음에 죽이겠다.고 표현했습니다.
" plan B "
응. 알겠어. 하고 작고 몽롱한 목소리가 인이어 스피커에서 들려나왔습니다.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건지조차 감이 안잡힐때 홀 밖으로 따라서 움직이려던 이니시에이터가 돌연 풀썩 쓰러졌고, 2초 뒤에 탕 - 하는 격발음이 들렸습니다. 쓰러진이는 허벅지에 총탄을 맞아 피를 흘리고 있었으며 그 이니시에이터를 끌고 들어오려고 다른 이니시에이터가 나가자 마찬가지로 허벅지에 총을 맞고 쓰러지고 2초뒤 탕 - 하는 격발음이 들려옵니다.
애초에 블랑슈를 따라나가던 나가지 않던, 그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저 위에 있는 사냥꾼이 밖에 있는 먹이를 잡을것이냐, 아니면 안에 숨어있는 먹이를 잡을것이냐 하는 것 뿐이었죠. 밖으로 조금만 몸을 내밀어도 총탄이 날아들었고 결국 대부분의 이니시에이터는 건물안에 갇혀버린 신세가 되었습니다.
블랑슈는 자신을 따라온 쿠보타와 마냐를 보고는 옥상에서 조금씩 낮은 건물로 내려와 두 사람이 있는 골목으로 안착했습니다. 끝까지 쫓아오는 애들이 있긴 있네. 휴, 하고 숨을 고른 블랑슈는 다시 안쪽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잠깐만 기다리라는 유페미아의 말에 리코는 언제든 달려나갈 수 있게 자세를 잡았다.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사족보행을 위해 손을 땅에 짚고, 언제 달려가라는 말이 내려올까- 귀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어느새 아득히 멀리 사라진, 토끼가 뛰어간 방향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탕-하는 총소리가 울린 것은.
“총이…! 에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들리는 총성은 밖으로 나가는 이니시에이터의 허벅지가 뚫리는 것과 함께 들려왔다. 건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쏘고 있는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한 리코는 당황한 눈빛으로 유페미아를 보았다.
블랑슈를 쫓아서 달리다 총성을 듣고 멈칫한다. 뛰쳐나온 건물에서 나온 소리다. 그런즉슨 건물 안의 사람들이 노려지고 있고 건물 밖에 있건 안에 있건 함정이라는 소리였다. 이제 이 공간에서는 쿠보타와 자신만이 유일한 전력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미간을 ㅁ모은다.
블랑슈는 너무 투명하게도 미끼였지만 지금 잡아두지 않으면 골치아파질 공산이 크다(그런데 어차피 젤러시 슈피첸이 빼낼 텐데 잡는 데 의미가 있을까? 이 국가의 안보체계에 조금 의구심을 가지는 마리야 야코바였다). 반면 자신이 나온 건물에서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최악의 상황으로는 저격수가 대기하고 있어서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상황일 지 모른다.
잠시 멈추어서 건물의 상황을 보러 갈 지 블랑슈를 쫓아갈지 고민해 본다. 이제 어쩌죠? 그런 눈빛으로 쿠보타를 보며.
그에게 가족은 이름뿐인 말에 불과하고, 무의미하기론 허무와 같다. 가족을 모욕당하면 성을 내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저를 죽여버리겠다며 목 긋는 시늉을 하는 블랑슈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번 일 끝나면 보호소에 틀어박혀 있어야겠다.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 살아서, 사지 멀쩡하게 달고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거 어떡하죠?"
처음 세워뒀던 계획이고 뭐고, 시작도 못할 것 같은데. 일단 멀쩡한 사람을 추려야 하나? 그 다음엔? 고개를 기울이고 잠시간 고민을 하자니 불쑥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곧바로 생각이 말로 이어졌다.
총성이 들린 것은 피격자들이 총을 맞은 때와 미세한 차이가 났습니다. 자세한 거리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나 먼 거리에서 저격한다면 저격수는 분명 CPA 팀장들을 저격한 이들과 동일인이 분명합니다. 즉, 그 자 또한 시카의 딸의 일원이라는 말이 되겠네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하등 쓸모없는 정보입니다. 그들은 이니시에이터들을 이 안에서 발만 동동 구르게 만들어놓고, 자기들은 유유히 총리를 암살할 계획인 걸까요. 지구의 총책임자인 총리가 데미휴먼에게 살해당하면 상황은 불 보듯 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