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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마중을 나온 사람이 있었다. 리코는 내심 안도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딘가로 향했다. 아까의 건물이 아니라 좀 더 걸어가야 나오는 컨테이너 박스. 신기한 듯 이리저리 둘러보던 리코는 자신의 앞에 놓인 오랜지쥬스 캔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잠시 오렌지쥬스에 정신이 팔렸지만 곧 마일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시선은 오렌지쥬스에 가 있었지만 귀는 마일리를 향해 있었다.
“네. 할게요.”
답은 간단했다. 간단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데미휴먼이 하는 말이라면 부탁이지만, 사람이 하는 말은 명령이니까. 리코 안에 자리잡은 그런 사고방식이 있는 이상, 마일리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키아라는 자리에 앉아 주스를 내오는 마일리를 보다, 주스를 집어 가볍게 캔을 따 마십니다. 집에서부터 코르포 데이 본청,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이곳 컨테이너까지 쉴 새 없이 걸어왔으니 목이 타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조용히 마일리의 말을 듣습니다. 또 데미휴먼 인신매매장이 열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놈들의 꼬리를 잡을 수 있는 걸까요, 키아라는 내심 기대되었습니다.
내가 들었던건 이니시에터는 데미휴먼과의 페어로 괴물들을 잡는것이라고 들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었다. 모두 이런것에 이의는 없어 보였다. "이 일은 범죄 조직과 관련 됬습니다." 그렇게 말한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범죄 집단을 상대하는 사람으로는 조금 멀다고 생각했다.
"크토니안 처럼 이성 없이 돌아다니는 괴물을 상대하는게 아닌 사회에 섞여 있는 괴물을 상대 하는겁니다. 경찰이 상대해야 하는 일인건 아닙니까?" 불법적인 시장과 그 시장에서 벌어진 큰 사고들.
마일리는 그렇게 말하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부족한가, 하는 한 마디를 하고는 권총을 만지작 거리다가 홀스터에 집어넣고는 캐비넷을 열어 기관단총 하나를 꺼내고는 장갑을 끼고, 전술조끼에 연막탄 두 개를 더 꽂고는 음. 이정도면 충분해. 하고 혼잣말을 뱉었습니다. 레오는 별다른 준비없이 몸만 풀어줄 뿐이었고 시간 그만 끌고 가자. 하고 보충만할 뿐입니다. 마일리는 먼저 밖으로 이동하며 필요한 내용은 나가면서 설명하겠다 말합니다.
" 장소는 외벽 근처에 있는 폐공장이라고합니다. 숲 속에 위치한데다가 외벽과 가까워서 사람의 왕래도 없으니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겠죠. 시간은.. 슬슬 출발하면 늦지는 않을겁니다. 이건 확실하지 않은 정보인데.. 저번처럼 암호가 있을거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암호의 답은 '침묵'이라고 합니다만.. 확실한게 아니라서요. 만약 여기서 틀어진다면 저랑 레오가 밀고 들어가겠습니다. 잡진 못하더라도 안에 잡혀있는 데미휴먼만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그걸로 참아야지요. "
마일리는 그렇게 말하며 밴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운전석에는 레오가 위치합니다.
" 자. 이니시에이터 분들은 이 무전기를 받아주세요. 귀에다 꽂아놓으시고 머리카락으로 안보이게 가려주시면 되겠습니다. 아니면 후드티 같은걸 쓰셔도 상관없구요. "
사실 1.눈치가 없고 2.아이를 다루는데 서툰 에피가 리코가 쥬스를 마시고 싶은 걸 알아채 쥬스를 건네주는 건 살짝 캐붕이지만... 리코가 쥬스를 힐끔힐끔 바라보는 게 상상돼서 잠시 오너빙의 좀 했습니다;;; 리코주 제가 너무 치근대는(?) 것 같으시면 바로 말해주세요...!
" 암호가 아니라면 위험해지겠지만, 그걸 방지하기위해 저와 레오가 있는겁니다. 명확한 목표..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그 자리에 잡혀있는 데미휴먼의 신병확보. 두 번째. 이 미친 경매를 열고있는 사람의 신병확보. 마지막으로 이 경매장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 "
본청에서는 따로 쫓고있는 사건 때문에 인력을 보충해줄 수 없다해서 어쩔 수 없이 이니시에이터분들께 부탁드린겁니다. CPA는 워낙 미온적이고 아홉꼬리는 소장님께서 데리고 있는 아이들이 위험해지는건 원치 않는다고, 차라리 본인이 직접 나서겠다 하시는데 그러다 잘못되면 피해가 무지막지하고..
마일리는 유베리드 패밀리는 언급조차 않고 리코를 바라보며 그러고보니 여긴 어떻게 온거지? 하고 혼잣말을 하고 있을 때 밴이 멈춰섰고 도착했다. 하는 레오의 말 한마디와 함께 마일리는 먼저 차에서 내려 마지막으로 장비를 점검하곤 저 쪽에 보이는 공장이 바로 그 장소다. 라고 말하곤 행운을 빌어요. 하고 덧붙이고는 다시 차로 들어갔습니다.
" 데미휴먼의 언어는 뭐지? "
공장의 문은 열리지 않았고 옆에 달린 스피커에서는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동시에 감시카메라가 움직여 여러분을 바라봅니다. 암호는 무엇이었죠?
유페미아가 건넨 오렌지쥬스에 리코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 뿐이랴, 저도 모르는 사이에 구르륵, 푸르륵 하는 소리를 내며 기뻐하고 있었다. 오렌지쥬스를 다 마셔갈 무렵 차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빈 캔을 손에 꼭 쥐고 차에서 내린 리코는 공장 문 앞으로 향했다.
키아라는 가만히 앉아 두 손을 꼭 그러모아 쥐고, 밴이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립니다. 긴장되는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데미휴먼들이 저 안에서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을지 생각해보면... 이내 밴은 목적지에 멈춰섭니다. 외진 곳에 위치한 한 공장이었습니다. 문 앞으로 다가서자 문이 열리는 대신 스피커에서 묵직한 음성이 흘러나옵니다. 암호가 무엇이냐는 목소리에 키아라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읊습니다.
다분히 리코를 저격하는 말투였습니다. 오래된 고철문이 비명을 지르며 열렸고 들어선 내부는 퀴퀴하고 습했습니다. 아직 날이 풀리지 않았음에도 이상하리만치 스산한 느낌까지 드는 내부를 지나쳐 걸어가자 지난번과 비슷한 형태로 단상이 있었고 그 앞은 임시로 놓아놓은듯한 의자들이 늘어져 있었습니다. 지난번의 사건에서도 느끼는게 없는 듯 이번에도 꽤나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얼굴을 가리고 자리에 위치해있었습니다.
" 쉬, 이봐. 중화제좀 사가겠나? 아직 정제를 거치지 않는 물품이라 효과는 죽여줄텐데 "
걸어가는 와중에도 이런저런 어두운 호객행위를 거쳤고 적당한 자리에 앉았고 이미 경매는 어느정도 진행이 됐는 듯 서너명의 아이들이 무대아래로 내려갔습니다.
" 말하지말고 들어요. 무사히 들어간걸 확인했어요. 주변을 잘 둘러봐주세요. 주최자는 귓볼이 없다고 했어요. 그게 가장 큰 특징이라니까 이걸 단서로 주변을 둘러봐주세요. "
마일리의 무전이었습니다. 이후 마일리는 찾았다면 아무말도 하지말고 그저 무전기의 프레스 버튼을 눌러달라고만 합니다. 그럼 찾았다는 신호로 알고 자신이 다음 행동을 지시하겠다고 말합니다.
" 자! 다음 상품입니다! "
다시 서너명의 아이들이 위로 올라옵니다. 건장한 신체의 남자 데미휴먼은 도마뱀인지 뱀인지 알 수 없지만 몸의 곳곳에 비늘이 덮혀있었습니다. 그 옆에 서있는 여자는 새의 데미휴먼인듯 어깨에 날개가 달려있었고 그 옆의 여자아이는 이제 10살이 조금 넘어보이는 북극여우의 데미휴먼으로 이상하게 눈에 안대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스피커에서 나온 말에 리코는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숙였다. 맞아, 조용히 있어야 했는데... 뒤늦게 후회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쨌든 다행히 안으로 들어갈 수는 있었다. 이런저런 호객행위가 있었지만 풀죽은 리코에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무대에서 내려가는 서너명의 아이들이 보인다. 좋은 주인님을 찾은거면 좋겠다. 리코는 작게 속으로 바라면서 다음으로 올라오는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탐내는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귀를 긁는 소리를 내면서 문이 열린다. 초장부터 죽 쑤지 않아서 다행인가. 쿠보타가 생각하면서 발을 들였다.
"지겹군... 오랜만에 맡는 냄새야."
콧 속으로 음침하고 습한 냄새가 습격해 들어왔다. 단순히 곰팡이 슨 냄새가 아니다. 이건 죄악의 냄새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자신도 분명 이러한 냄새를 풀풀 풍기고 다녔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도. 날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쿠보타는 무전에 반응한다. 아마 신호음이 갔을것이다. 그 때 들려오는 촌스러운 나래이션에 시선이 빼앗긴다. 데미휴먼 매매의 현장... 순간 과거가 눈 앞에 오버랩 되어 지나갔다.
"...지겹다고."
정말 옛날생각 새록새록 나게 해주는 곳이군 여기는. 쿠보타는 눈살을 찌푸리며 더욱 그저 이 곳에서 귓볼없는 사람을 찾으려 신경을 쏟아 부었다.
공장 내부는 기분나쁜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키아라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그 사이를 거닐었습니다. 안으로 더 들어가자, 곧이어 펼쳐지는 불쾌한 광경에 키아라는 눈살을 찌푸렸다가 다시 인상을 폅니다. 일단 마일리가 말했던 주최자인가 뭔가 하는 인간을 찾아야겠지요. 키아라는 태연하게 팔짱을 끼고 주변을 둘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