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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에, 키아라는 부스스 눈을 떴습니다. 며칠 전 크토니안과의 교전에서 다친 몸이 아직도 풀리지 않았고, 때문에 피로도 더욱 강하게 몰려와 며칠 내내 휴식만을 계속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키아라는 반쯤 뜨인 눈으로 손을 뻗어 핸드폰을 집어듭니다. 문자가 한 통 와있습니다. 며칠 전 있었던 데미휴먼 경매에 관해 일이 있다는 모양입니다.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키자 이때만 기다렸다는 듯 온 몸 이곳저곳이 마구 쑤셔옵니다. 키아라는 그 자리에서 대충 몸을 풀고는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합니다.
바깥 바람은 선선했습니다. 간만에 바람을 쐬자 숨통이 트이는 기분입니다. 키아라는 주변을 둘러보며, 코르포 데이 본청으로 가는 길을 찾아 걸어갔습니다.
사람이 많아, 짤막한 감상을 품고 리코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미호가 갈 곳이 있다며 알려준 장소로 가야 한다고 했다. 심부름일까? 아직 글씨를 잘 모르는 자신을 위해 적어준, 거의 대부분이 그림으로 되어 있는 쪽지를 들고 리코는 천천히 길을 나섰고, 다행히 아무 일 없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코르포데이 본청에 들어선 리코는 이리저리 오가는 사람들을 조심스럽게 보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오긴 왔는데, 어디로 가서 누구를 만나야 할 지 정확하게는 모르는 상태였다. 하수도 안에서 있었던 일은… 미호를 닮은 여우를 밀쳐낸 후로 기억이 끊겨 있었고, 눈을 떴을 땐 이미 보호소였다. 마일리라는 사람을 찾으라고 했지만 누구인지 모르니까… 결국 발은 다시 멈췄고, 리코는 복도 벽에 붙어 우물쭈물거리며 주변을 보고 있었다.
마일리에게서 연락이 왔을 때, 유페미아는 지구 남부에서 순수 크토니안을 마취총으로 사냥하는데 성공해, 마이크로칩으로 태깅(Tagging)만 하면 되는 상태였다.
"여보시게나."
"-마일리 군 아닌가! 그럼, 가야지, 가야지! 그런 충격적인 범죄는 내 생에 처음이었네. 그런 범죄를 뿌리뽑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 한 몸 당연히 돕겠네!"
온 세상이 포스트 아포칼립스인 상황에 충격적인 범죄가 남아있을까 싶지만, 평생을 CEI에서 보호받으며 살아온 유페미아 입장에서는 충분이 충격적인 일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마취시킨 크토니안을 어떻게 한다? 마일리의 일을 돕고 돌아올 때까지 크토니안이 기절해 있도록 마취시켜 놓는건... 아직 무슨 일인지도, 일이 얼마나 길어질 지도 모르는데, 그정도로 강력한 마취제 따위 있을 리 없다. 그럼 코르포 데이 본청에 가기 전에 '벽'에 들러 크토니안을 방생해주고 오는 건...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게다가 아직 야심하지 않은 이런 시간에는 들킬 위험이 너무 크다. 그냥 크토니안을 집에 가둬 놓는 건... 혹시라도 빠져나온다면 인근 주민들이 위험해진다.
"에잉, 드물게 찾은 순수 크토니안인데 아쉽게 됐구만."
유페미아는 마취돼 반항할 수 없는 순수 크토니안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고, 자신의 지프를 몰아 코르포 데이 본청으로 향했다.
본청앞에는 이미 마일리가 나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일때까지 기다리다가 전부 모인 것을 확인한 마일리는 좋아요. 갑시다. 하고 별다른 구연설명없이 바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10분정도 걸어갔을까, 도착한 곳은 컨테이너 박스였습니다. 마일리는 들어오라 말하며 내부의 불을 켜고는 '본청에서는 이 사건을 맡는데 인력을 붙여주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임시로 구매한 컨테이너를 나름 본부로 쓰고있다 말하며 머쓱한듯 웃었습니다.
내부에는 '레오'라고 불리는 데미휴먼-마일리와 링크한 사자의 데미휴먼-이 있었습니다. '집에 강아지 배변패드 떨어졌어'하고 한 마디를 남긴 레오는 의자에 앉은채로 몸을 돌려 말했고 마일리는 마실거라도 드려야하나. 하고 중얼거리며 냉장고에서 오렌지쥬스 한 캔씩을 꺼내 자리에 놓고는 '별 건 아니지만..'하고 웅얼거리며 말했습니다.
" 부른건 다른것 때문이 아닙니다. 얼마전에 있던 경매장 사건. 그게 다시 열린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그게, 오늘입니다. "
마일리는 말하는 와중에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전술조끼와 권총을 차고, 총알을 확인하고 'Corpo Dei'라고 적힌 검은색 캡모자를 머리에 썼습니다. 그리곤 다시 자리에 앉아 계획을 설명합니다.
" 다시 안으로 들어가야해요. 그런데 저는 이미 얼굴이 알려진 코르포데이라 들어가긴 힘들 것 같으니.. 여러분이 도와주셨으면 해요. "
밖에서 레오와 준비하고있다가 신호를 받는데로 들어가서 모조리 잡아넣고, 쓸어버리겠다.라고 말하는 마일리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어찌보면 뻔하디 뻔한 작전이고 뻔한 전개였지만 오히려 그런 뻔한 것에 쉽게 당하는 법이라고 마일리는 설명합니다. 더 준비기간이 있었으면 좋겠다지만 이쪽에서도 이래저래 정보수집으로 바빠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고 덧붙입니다.
다행히 마중을 나온 사람이 있었다. 리코는 내심 안도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딘가로 향했다. 아까의 건물이 아니라 좀 더 걸어가야 나오는 컨테이너 박스. 신기한 듯 이리저리 둘러보던 리코는 자신의 앞에 놓인 오랜지쥬스 캔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잠시 오렌지쥬스에 정신이 팔렸지만 곧 마일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시선은 오렌지쥬스에 가 있었지만 귀는 마일리를 향해 있었다.
“네. 할게요.”
답은 간단했다. 간단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데미휴먼이 하는 말이라면 부탁이지만, 사람이 하는 말은 명령이니까. 리코 안에 자리잡은 그런 사고방식이 있는 이상, 마일리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키아라는 자리에 앉아 주스를 내오는 마일리를 보다, 주스를 집어 가볍게 캔을 따 마십니다. 집에서부터 코르포 데이 본청,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이곳 컨테이너까지 쉴 새 없이 걸어왔으니 목이 타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조용히 마일리의 말을 듣습니다. 또 데미휴먼 인신매매장이 열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놈들의 꼬리를 잡을 수 있는 걸까요, 키아라는 내심 기대되었습니다.
내가 들었던건 이니시에터는 데미휴먼과의 페어로 괴물들을 잡는것이라고 들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었다. 모두 이런것에 이의는 없어 보였다. "이 일은 범죄 조직과 관련 됬습니다." 그렇게 말한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범죄 집단을 상대하는 사람으로는 조금 멀다고 생각했다.
"크토니안 처럼 이성 없이 돌아다니는 괴물을 상대하는게 아닌 사회에 섞여 있는 괴물을 상대 하는겁니다. 경찰이 상대해야 하는 일인건 아닙니까?" 불법적인 시장과 그 시장에서 벌어진 큰 사고들.
마일리는 그렇게 말하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부족한가, 하는 한 마디를 하고는 권총을 만지작 거리다가 홀스터에 집어넣고는 캐비넷을 열어 기관단총 하나를 꺼내고는 장갑을 끼고, 전술조끼에 연막탄 두 개를 더 꽂고는 음. 이정도면 충분해. 하고 혼잣말을 뱉었습니다. 레오는 별다른 준비없이 몸만 풀어줄 뿐이었고 시간 그만 끌고 가자. 하고 보충만할 뿐입니다. 마일리는 먼저 밖으로 이동하며 필요한 내용은 나가면서 설명하겠다 말합니다.
" 장소는 외벽 근처에 있는 폐공장이라고합니다. 숲 속에 위치한데다가 외벽과 가까워서 사람의 왕래도 없으니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겠죠. 시간은.. 슬슬 출발하면 늦지는 않을겁니다. 이건 확실하지 않은 정보인데.. 저번처럼 암호가 있을거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암호의 답은 '침묵'이라고 합니다만.. 확실한게 아니라서요. 만약 여기서 틀어진다면 저랑 레오가 밀고 들어가겠습니다. 잡진 못하더라도 안에 잡혀있는 데미휴먼만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그걸로 참아야지요. "
마일리는 그렇게 말하며 밴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운전석에는 레오가 위치합니다.
" 자. 이니시에이터 분들은 이 무전기를 받아주세요. 귀에다 꽂아놓으시고 머리카락으로 안보이게 가려주시면 되겠습니다. 아니면 후드티 같은걸 쓰셔도 상관없구요. "
사실 1.눈치가 없고 2.아이를 다루는데 서툰 에피가 리코가 쥬스를 마시고 싶은 걸 알아채 쥬스를 건네주는 건 살짝 캐붕이지만... 리코가 쥬스를 힐끔힐끔 바라보는 게 상상돼서 잠시 오너빙의 좀 했습니다;;; 리코주 제가 너무 치근대는(?) 것 같으시면 바로 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