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유저들에 의해 지정된 공식 룰을 존중합니다. ※친목&AT필드는 금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금지입니다! ※모두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다른 이들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어서 상판을 찾았다는 점을 잊지말아주세요! ※지적할 사항은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해주세요. 날카로워지지 맙시다 :) ※스레에 대한 그리고 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환영합니다. 다만 의미없는 비난은 무시하겠습니다. ※인사 받아주시고,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있답니다. ※17세 이용가를 지향합니다. 그렇다고 수위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굉장히 편한 사람입니다. 질문하는 것 그리고 저라는 사람을 어렵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XD
619Ep 2. 보호와 억압은 종이 한 장 차이◆ndsNYm2fsg
(5043241E+5)
2019-08-18 (내일 월요일) 19:28:59
"보호와 억압은 종이 한 장 차이" DAY 3 - 20 : 25 : 32 A "Alpha" 지구 - 27
흉흉한 소문이 계속 돌고 있었습니다. 데미휴먼을 잡아서 사고파는 경매장 즉 데미휴먼 인신매매가 일어난다.경매장도 비밀, 누가 참여하는지도 비밀, 누가 주최하는 지 마저 비밀이라는 그야말로 암시장이었습니다. 소문이 어쩌다 거리로 흘러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골목길이나 술집의 구석 한 자리에서는 '너 그거 알아?'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거리로 올라온 소문은 뒤이어 당연하다는 듯 지구 전체를 뒤집어 삼킬듯 퍼졌습니다.
" 이봐, 아직 링크한 데미휴먼이 없나보지? 여기. 좋은 기회일 수도 있으니 찾아가봐 "
이니시에이터들에게 흘려가는 말을 전하는 수상한 사람이 건네 준 쪽지에는 하수도 지하를 통해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그려져있었고 핀 없는 넥타이라는 암호를 말하면 경매장으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 적혀있습니다.
" 데미휴먼! 좋은 일거리가 있어. 슬슬 링크할 이니시에이터를 찾고싶지 않아? "
데미휴먼에게 접근한 남자는 마찬가지의 내용이 적힌 쪽지를 건네주었습니다. 재미삼아 와봐도 좋은 경험이 될 거다. 너희가 좋아할 만한 걸 준비해놨다. 그런 감언이설로 꼬드김을 마친 남자는 어느샌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쪽지에 맞춰진 날짜가 되었고, 초대장을 받은 이들은 하나 둘 어두운 경매장 앞으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 경매장 앞에서 서로서로 만나주시고, 가능하면 2인 이상의 페어로 같이 다녀주시길 바랍니다!
사람-정확히는 데미휴먼이지만 유페미아에게 있어서 그들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사람이었다-을 사고 파는 경매가 있다. 유페미아는 이러한 소문을 이니시에이터들 사이에서 전해 들었다. 이니시에이터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인맥이랄 게 없는 유페미아의 귀에까지 들려온 것을 보면, 이미 이니시에이터들 가운데에서는 쫙 퍼져있는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도시괴담으로 취급했다. 자극적인 헛소문은 따분한 진실보다 전달력이 빠르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도시괴담이라고 생각했던 비밀경매의 초청장이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이다. 유페미아는 인신매매를 해서까지 링크를 맺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이런 상황이 정말이라면 코르포 데이에게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은 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뜬소문 취급해 버리면 어떡하지? 왠만한 사안이라면 연구에 관련된 일도 아니니 그냥 모른 척 넘어갔겠지만, 인신매매는 너무나 큰 범죄다. 증거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의식의 흐름으로 인해 유페미아는 지금 배낭 속에 카메라를 숨긴 채, 쪽지에 경매장이라고 표시된 장소에 나와있다. 왠일로 연구가 아닌 일에 용기를 낸 셈이다.
그런데.. 경매장 앞에 서성이는 사람, 그것도 어린아이가 한 명 보인다. 유페미아는 이 아이를 알고 있다.
"...리코 군? 여기서 뭘 하는 겐가?"
데미휴먼, 거기다가 어린 아이가 있기에는 위험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매장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겐가? 여기는 혼자 다니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네."
"안 되겠네! 오늘은 나와 같이 다니세!"라고 말하며 유페미아는 리코의 손을 잡는다.
정말로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더라면 아이를 경매장에서 멀리,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겠지만, 유페미아는 그런 상식인은 못 된다. "아이가 혼자 있으면 위험하니 어른이 있으면 괜찮겠지,"까지 밖에 생각이 미치지 못한 셈이다. 이처럼 유페미아는 자주 의도는 좋지만 어딘지 2%가 부족한, 안일한 친절을 베풀곤 했다.
저번에 어떤 남자에게서 한 쪽지를 받아들고, 멍하니 그걸 쳐다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가 말하길 링크할 데미휴먼을 찾을 수 있는 기회라나 뭐라나요. 쪽지에 그려진 약도는 복잡한 하수도를 이리 꺾고 저리 꺾어 도착하는 장소였습니다. 누가 보아도 불법적인 경로로 링크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라고 어림짐작할 수 있었죠. 합법적인 링크를 돕는 곳이라면 이렇게 은밀한 장소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키아라는 그 자리에서 받은 쪽지를 찢어버리려다 말았었습니다. 요새 도는 험한 소문의 근원지인 데미휴먼 인신매매장이 그곳에서 열리는 건 아닐까요? 그곳을 발견해 주동자를 잡아낼 수만 있다면 이는 분명 큰 수확이 될 겁니다. 이런 이유로, 키아라가 그곳에 가보기로 한 것입니다. 땅거미가 짙게 내려앉은 어느 여름날 밤입니다. 쪽지에 적힌 날짜의 시일이 다가왔습니다. 키아라는 쪽지를 꺼내 다시 한 번 펼쳐보고, 나갈 채비를 합니다. 외투 안에 권총을 한 정 숨겨가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경매장 앞에 사람이 몇 모이기 시작합니다. 키아라는 그 주위를 기웃거리며 주변을 살핍니다. 한 데미휴먼이 그녀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허리 아래로, 하반신 전체가 사슴의 몸통인 이였습니다.
좋은 일거리가 있다, 링크할 이니시에이터를 찾을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받은 쪽지. 리코는 가만히 쪽지를 들여다봤다. 무슨 말인지 잘 몰라서 이걸 건네준 사람을 빤히 보고 있었더니 아무튼 좋은 거라며 한 번 가보라는 말이 돌아왔었지. 일단 가보기로 정한 리코는 쪽지에 그려진 그림대로 하수도 지하를 통해 나아갔다. 하수도 냄새에 잠시 코를 잡으며 찌푸린 표정을 지었지만, 금방 익숙해져 다시 무덤덤한 얼굴로 걸었다.
“…여기?”
정말로 아까 그 사람의 말대로 ‘핀 없는 넥타이’라는 말을 하자 들어가도 좋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선뜻 혼자서 들어가기엔 조금 무서웠기에, 리코는 경매장 앞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뒤에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리코는 흠칫 놀라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에피? 여기 좋은 게 있다고 했어요.”
다행히 아는 사람이었다. 내심 안도하며 리코는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거냐고 물은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혼자 다니기엔 위험하니 같이 가자는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그렇게 말했으니 그래야 하겠지. 조심스럽게 유페미아의 손을 잡은 리코는 경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과연 좋은 게 뭘까, 먹는 걸까- 하는 기대를 담아서.
그렇게 말하자 문 뒤의 사람은 문에 나있는 작은 틈으로 한참을 노려보다가 드르륵- 하고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이니시에이터만 혼자 온 사람에게는 환영한다고, 데미휴먼을 데려온 사람에게는 팔려고 가져왔느냐고, 데미휴먼 혼자만 경우에는 잠시간 비릿한 미소와 함께 쳐다보며 이쪽으로 들어오라 말합니다. 내부는 당연하단듯이 굉장히 어두웠고 중앙에 커다란 단상이 있는게 마치 CPA를 보는 듯 합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니, 복면이니 하는 것들로 얼굴들을 가리고 있었다는 점일까요. 아마도 이런 어두운 곳에 드나들고 있으니 스스로를 알리고싶지 않은 건 당연한거겠지요.
" 실례, 앉아도 될까? "
얼굴을 알 수 없는 남자는 이니시에이터의 옆에 앉습니다. 그리곤 그 옆에 같이 있는 데미휴먼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합니다.
" 팔려고 데려온건가? 잠깐 봐도돼? "
그렇게 의미없는, 어쩌면 기분나쁜 대화를 하고있을 때 조명이 켜졌지만 어두운 건 여전했습니다. 장내가 웅성이기 시작했지만 이내 조용히 해달라는 사회자의 말에 장내는 침묵을 되찾았습니다.
" 엥, 자네 처음인가? "
옆에 앉아있던 남자는 다시 말을 겁니다. 아마도 이런 곳에 오는게 익숙한듯 자리에 눕듯이 앉아있었으며 얼굴을 가리고 있는 복면은 반쯤 흘러내렸습니다. 남자는 선심쓴다는 듯이 자세를 고쳐앉곤 거들먹거리며 말합니다.
"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봐, 내가 다 알려줄게. 거기 데미휴먼! 너도 뭐 궁금한거있냐? 알아봤자 도움이 되겠느냐만은 "
다들 얼굴에 뭔가를 쓰고 있거나, 가리고 있었다. 리코는 그런 사람들이 신기한지 흘끔흘끔 보다가, 이따금 이쪽으로 향하는 눈과 마주치면 고개를 푹 숙이기를 반복했다. 가운데에 커다란 단상은 요전번에 갔던 강당과 비슷해 보였다. 힐끔힐끔 이리저리 둘러보던 리코는 팔려고 데려왔냐는 말에 슬쩍 유페미아를 올려다 보았다. 팔아? 하지만 지금 자신은 보호소에 있었고, 돌봐주는 사람─즉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에피가 아닌 미호였다. 미호는 자신과 같은 귀랑 꼬리가 달린 쪽이긴 하지만. 어쨌든 거래를 한다면 에피가 아닌 미호에게 말을 해야 할 거라고 리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키아라는 데려온 데미휴먼 좀 봐도 되냐는 남자의 말에 능청스럽게 연기를 해냅니다. 물론 속으론 남자의 태도에 역겨워하고 있지만요. 데미휴먼을 사고 판다니 이 무슨 비인간적인 현장입니까. 남자가 한눈을 파는 사이 키아라는 같이 온 사슴 데미휴먼에게 당신을 절대로 팔아넘길 생각 없으니 안심하라고 귀엣말로 속삭였습니다. 지금은 그저 단순히 연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요.
“그게 말이야, 데미휴먼을 사서 정확히 어디에다 쓰는 거지?”
키아라는 이 불법적인 일이 단순히 링크를 목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라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뒤에 더 검고 은밀한 무언가가 있겠노라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곤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습니다. 중앙 단상에는 어울리지 않는 정장을 차려입고 얼굴엔 웃고있는 오페라 가면을 쓴 누군가가 올라왔습니다. 목소리는 변조되어 위에 달린 스피커에서 나왔고 과장된 몸짓은 보는 사람도 불편하게 만들 지경입니다.
" 환영합니다! 신사숙녀 여러분! 오늘 밤도 무사히 뵙게되어 정말 기쁘군요! "
키아라의 옆에 앉은 이는 정말 처음이냐? 하는 식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입을 엽니다.
" 여기저기 나가지. 링크할 수 없는 이니시에이터..한테 팔리는 건 정말 운 좋은 경우고 집사, 좋게 말해 집사지 결국은 노예나 다름없어. 아니면 실험체로 나가던가 수집하는 녀석들도 있고.. 밤에 쓰려고 사가는 녀석들도 있고 데미휴먼을 빌미로 중화제를 얻으려는 녀석들도 있지. "
덧붙여서 난 중화제. 하고 덧붙이고는 다시 앞을 바라봅니다. 남자의 팔에 이상하리만치 많았던 주사자국는 중화제를 투여한 자국인가봅니다.
" 뭐? 그럼 여긴 왜 온거야? 좀 수상한데 "
에피의 옆에 앉은 남자의 말이었습니다. 남자는 가드를 부르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신중합시다. 한 번의 소란으로 모두가 죽을지도 모릅니다. 주변에 있는 가드들은 전부 총을 한 자루 혹은 그 이상으로 들고 있었고 매의 눈으로 관중들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 자! 오늘도 마찬가지로 좋은 상품들이 준비돼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올라옵니다! "
키아라는 애써 침착한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데미휴먼에게 가해지는 박해는 생각보다 더욱 뿌리깊게 박혀있었습니다. 키아라는 남자의 말을 듣고 치가 떨리고 화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다행히도 겉으론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요. 키아라는 심호흡을 내뱉고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경매장 곳곳에 배치된 경비들은 각자가 총을 하나씩 들고 있었습니다. 신중해야 합니다. 이곳은 사방이 적이니까요. 이 연기가 들키는 순간, 끝입니다. 키아라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사회자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어떤 불쌍한 이들이 무대에 올라올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들을 구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좋은 게 뭐냐는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리코는 조용히 납득했다. 최근에는 사람에게 맞는 일이 드물어서 잠시나마 잊고 있었지만, 원래는 말을 아끼는 게 올바른 것이었다. 그도 그럴게, 에피도 저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리코는 에피의 말에 ‘네.’하고 대답한 다음 쥐 죽은 듯 조용히 있었다.
“…”
어쩐지 아슬아슬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를 유페미아가 어떻게든 얼버무리려 하고 있었다. 리코는 가만히 에피가 데려온 데미휴먼을 슬쩍 보다가, 에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에피의 생각대로 조금 소란스러운 곳이었지만 리코에게는 충분히 들리고도 남을 정도의 목소리였으니. 이쪽은 어떻게든 된 것 같다고 생각한 리코는 시선을 단상 위로 돌렸다. 좋은 상품, 분명 쪽지를 주던 사람이 좋은 게 있다고 했으니까 그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