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유저들에 의해 지정된 공식 룰을 존중합니다. ※친목&AT필드는 금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금지입니다! ※모두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다른 이들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어서 상판을 찾았다는 점을 잊지말아주세요! ※지적할 사항은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해주세요. 날카로워지지 맙시다 :) ※스레에 대한 그리고 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환영합니다. 다만 의미없는 비난은 무시하겠습니다. ※인사 받아주시고,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있답니다. ※17세 이용가를 지향합니다. 그렇다고 수위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굉장히 편한 사람입니다. 질문하는 것 그리고 저라는 사람을 어렵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XD
늦은 저녁, 키아라는 A지구 도심의 한 카페에 있었습니다. 키아라는 투명한 잔에 놓인 카푸치노를 몇 모금 들이켰습니다. 커피 본연의 씁쓸한 맛과 우유의 부드러운 맛이 어우러져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갔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커피뿐만 아니라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치즈 쿠키 한 접시도 있었지요. 카페 안의 다른 이들은 각자 책을 읽거나 혹은 무언가를 쓰거나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저마다의 일에 열중이었습니다. 카페 내부가 도란도란 울리는 말소리에 조용하게 북적일 정도였죠. 키아라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만 조용히 커피의 맛을 음미할 뿐이었습니다. 독서와 기록은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일은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키아라는 커피를 유독 좋아했기에 틈만 나면 늘 이렇게 카페를 찾아와 평온한 한 때를 보내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카페 문이 열리며 종이 청명한 소리를 내었습니다. 종업원은 새로 들어온 손님에게 꾸벅 인사를 했고, 키아라는 다시 한 번 커피잔을 쭈욱 들이켰습니다.
음... 목걸이에 그렇게 막 큰 의미가 있고 그런 건 아니라... 벗기면 벗기는 대로 가만히 있을거야~ 속으로는 '새 목걸이를 주는 걸까'라는 생각은 할지도 모르겠다! 가져가서 안 돌려주거나 새 목걸이도 없거나 하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별 말 없이 무덤덤하게 넘겨버리고~
유페미아는 이니시에이터가 된 이후로 모은 (아직은 빈약한) 연구 데이터를 담은 랩탑을 팔에 끼고 카페를 찾았다. 연구에 임할 때는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데다 다른 사람이 방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유페미아에게는, 자료정리를 하기 위해 카페를 찾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교수였을 당시에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지금은 방 한 켠에 마련해둔 "연구 구석"에서, 데이터 해석에 임했을 테다. 어디까지나 평상시에는, 말이다.
윗 층에서 뭔가 공사를 하는 모양이었는데, 땅땅땅 울리는 그 소리를 막아내기에는 교수직에서 물러난 뒤 이사한 싸구려 1.5룸의 방음시설은 너무나도 빈약했다.
해서, 그런 연유로 카페를 찾은 것이다.
카페를 둘러보며 최대한 사람이 없는 구석을 찾으려 하는데, 굉장히 특징적인 빨간 머리가 보인다.
반쯤 마신 커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정문 쪽을 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습니다. 지난번 테러 현장에서 마주쳤던 중년의 여성이었습니다. 이름이 유페미아, 라고 했었던가요. 유페미아도 키아라를 알아차린 듯 이쪽으로 와 인사를 건넵니다. 키아라 또한 반가운 얼굴로 마주 인사합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유페미아 씨. 아닙니다."
그렇게 말을 끝내고 상대를 보는데, 유페미아가 옆구리에 낀 랩탑이 눈에 띄었습니다.
"여긴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그러고 보니 유페미아는 연구직에 있었다고 했는데 그럼 저건 연구 관련 데이터일까요. 키아라는 의문을 품으며 유페미아에게 질문했습니다.
유페미아는 나쁜 일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우물거렸다. 이 랩탑 컴퓨터와 에피의 집에 있는 테이블탑 컴퓨터에는, 유페미아가 마취한 후, GPS 태깅(tagging)을 마치고 벽 너머로 방생한 순수 크토니안의 위치추적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1. 크토니안을 즉시 사살하지 않고 마취한 점, 2. 허락 없이 벽을 넘은 점, 3. 크토니안을 살려둔 채로 방생한 점. 이 모두가 일반적인 상식인이라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느낄 일인 것이다. 에피도 그건 어느 정도는, 은연중에서는-알고 있었다. 때문에 키아라가 자신이 '어떻게' 연구 데이터를 얻었는지는 너무 깊이 질문하지 않기를 바랬다.
유페미아의 랩탑에 대해서는 키아라의 예상이 맞았습니다. 키아라는 유페미아가 적당히 데이터를 정리하려 여기에 왔겠거니 했습니다. 조용히 제 할일 하기엔 카페만큼 적당한 장소가 없으니까요. 키아라는 유페미아가 연구 데이터에 대해 우물쭈물거리는 것에 의문이 들었으나 일일히 캐묻지는 않기로 합니다.
"아, 좀 앉으시죠. 계속 서계시면 좀 그렇지 않습니까."
키아라는 자신이 앉은 자리 맞은편의 빈자리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커피잔을 들고 있다 문득 생각난 듯이 입을 열었습니다.
"유페미아 씨는 정확히 무슨 연구를 하고 계십니까?"
생각해보니 상대방의 전문 분야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연구직에도 여러 분야가 있죠. 가령 생물학이라던지 심리학이라던지.
키아라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쿠키를 집어먹으며 말했습니다. 옛말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였나요. 그만큼 크토니안 연구는 현 인류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키아라는 그런 유페미아가 개인적으로 매우 존경스럽달까, 아무튼 그러했습니다. 원래 의도가 어찌 되었건 인류의 승리에 기여를 해주고 있는 셈이니까요. 그러다 키아라는 문득 한 가지를 떠올립니다. 저번에 마주쳤을 때 분명히 유페미아 본인도 이니시에이터라고 했습니다.
"그럼 이니시에이터가 되기로 하신 것도 혹시...?"
그야 이니시에이터가 되면 가까이서 크토니안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나기 때문이 아닐까요. 연구자로선 훌륭한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키아라의 감염 경로를 물어봤던 유페미아의 행동은 그녀의 학구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것도 이해가 가는 듯 합니다. 유페미아는 한때 교수직에 있었다가 어떤 이유로 일자리를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유감입니다."눈 앞의 간식을 집어먹으며 상대의 말을 경청하던 키아라는 그에 유감을 표합니다.
"그럼 이니시에이터 일이 힘들진 않으신가요?"
물론 크토니안은 위험하기 그지없는 괴물입니다. 키아라 같은 경력자조차 힘들어하는 것이 이니시에이터 일인데, 평생을 공부만 했을 유페미아에겐 어떨까요? 아까부터 잔을 조금씩 홀짝이던 키아라는 어느새 비어버린 커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습니다.
유페미아는 키아라의 농담에 껄껄 웃는다. 실제로도 그녀가 이니시에이터로 활동할 수 있는 데에는 그녀의 강운이 큰 몫을 하고 있다. 50대에 이니시에이터 일에 처음 뛰어들어서 그래도 어느 정도 활동울 할 수 있다는 건 그 강운과, 그녀가 크토니안의 습성을 잘 알고 있고, 비록 전투경험은 별로 없더라도 크토니안을 다루는 경험은 충분하다는 것의 합동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