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유저들에 의해 지정된 공식 룰을 존중합니다. ※친목&AT필드는 금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금지입니다! ※모두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다른 이들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어서 상판을 찾았다는 점을 잊지말아주세요! ※지적할 사항은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해주세요. 날카로워지지 맙시다 :) ※스레에 대한 그리고 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환영합니다. 다만 의미없는 비난은 무시하겠습니다. ※인사 받아주시고,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있답니다. ※17세 이용가를 지향합니다. 그렇다고 수위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굉장히 편한 사람입니다. 질문하는 것 그리고 저라는 사람을 어렵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XD
태연의 자그마한 손은 유난히 따뜻하게 감겨들어왔다. 태연은 키아라의 손을 꼭 붙잡고, 가볍게 위 아래로 흔들어주었다.
"헤, 사준다면야 사양하진 않을게요. 사실 좀 전에 날아다니느라 배가 좀 고파졌거든요."
태연이 픽 웃으며 자신의 배에 왼손을 올려 가볍게 두드렸다. 굉음이 울릴 정도로 빠르게 날갯짓하다보면, 체력 소모가 극심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보통은 비행을 마치고 바로 식당으로 날아가는 일이 많았다. 다만 이번엔 키아라와 이야기를 하다보니, 때를 어느정도 넘긴 상태였다.
비행은 역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행위일까요, 태연이 배를 통통 두드리자 키아라는 실소를 흘리며 벤치에서 일어납니다.
“그럼 가자.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있거든.”
키아라는 태연을 데리고 자리를 옮겼습니다. 둘이 향한 곳은 보호소 근처에 자리한 고즈넉한 분위기의 양식집으로, 키아라가 종종 마리아와 함께 오기도 했던 곳입니다. 조금 이른 저녁때라 그런지 사람이 몇 없는 식당 내부는 한산했습니다. 자리를 잡은 키아라는 메뉴판을 대충 훑어보고, 태연에게 건네줍니다. “나는 괜찮으니 사양 말고 맘껏 시켜.”라고 덧붙이면서요.
키아라가 선뜻 밥을 사주겠노라고 하자, 태연은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태연이 날갯짓하며 벤치에서 일어나고는 키아라의 옆에 나란히 서서, 키아라를 따라갔다. 보호소 바깥의 어딘가로 갈때, 태연이 걷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날아가면 한순간이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동행이 있으니, 걸어보기로 했다. 키아라와 함께 향한 곳은 언젠가 여러번 본 적은 있지만, 들어가 보긴 처음인 양식집이었다. 태연은 키아라와 함께 자리에 앉고, 키아라가 건네주는 메뉴를 받아들었다.
"진짜로 맘껏 시키면 방금 그 말 후회하게 될걸요?"
태연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장난스레 씨익 웃었다. 평소라면 종류별로 하나씩 시켜서 다 먹어치웠겠지만, 지금은 그 정도로 배고프진 않았다. 얻어먹는 신세기도 하고. 태연은 알리오 올리오 한 접시만을 주문했다. 다만, 디저트는 큰 걸로 골랐다.
"뭐어, 특별히 곤란하거나 심각한 질문은 아니니까 걱정 마요. 이니시에이터 일이 곤란한게 아니라면 말이지만... 그냥 이니시에이터로 활동하는게 어떤지, 직접 들어보고 싶었거든요."
CPA 산하기관에서 받은 의뢰비를 고이 챙겨, 식료품점으로 향하는 길. 유페미아는 길 어귀에 웅크려 앉아있는 아이를 발견한다. 주변에 보호자도 보이지 않는데, 길을 잃은 아이일까. 하지만 곤란하게도, 유페미아는 아이를 잘 다루지 못한다. 딱히 친척이랄 게 없는 유페미아의 어린 아이에 대한 경험은, 자신의 어린 시절밖에 기억에 없고, 그건 벌써 40년 전의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홀로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일.
'어른이나 아이나 뭐 그리 크게 다르겠나. 그냥 키 작은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대하면 될 일이지.'
마음을 정한 유페미아는 리코에게 다가가 -어른에게 하듯이!-말을 걸었다.
"자네, 아까 전부터 이 곳에 있던데, 혹시 길을 잃은겐가?"
"자네 부모님은 어디 계신가?"
무더위에 맞춰 늘어진 티셔츠와 츄리닝, 슬리퍼 차림인 유페미아는 아마도 이니시에이터 같이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라이플도, 마취총도 들고 있지 않은걸.
리코가 길 어귀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것은 크게 뭔가 이유가 있던 건 아니었다. 덥기도 하고, 잠깐 앉아서 쉬다 가려는 생각이었다. 다가온 사람이 말하듯 길을 잃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타고난 후각 덕분에 길을 찾는 것은 쉬웠으니까. 리코는 가만히 시선을 올려 말을 걸어온 상대를 보았다. 귀도, 꼬리도 없고 특별한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아마 그냥, 사람이지 않을까, 그렇게 짐작한 리코는 일단 질문에 대답했다.
“…아니요. 길 찾을 수 있어요.”
“…부모…님?”
길은 찾을 수 있으니 괜찮지만, 부모님이 어디 계시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웅크리고 있던 몸을 일으켜 가능한 한 반듯한 자세로 선 리코는 다시 말했다. 모르는 거니까, 모른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잘 모르겠어요.”
웅크리고 있던 바람에 감춰져 있던 꼬리가 살랑, 가볍게 좌우로 흔들렸다. 털이 복슬복슬한 팔과 다리도, 일어서 있는 지금은 아마 상대의 눈에 훤히 보이리라.
길을 찾을 수 있는데, 부모님이 어디 계신 지는 모르겠다라... 부모님이 아이 없이 외출이라도 한 것일까, 이에 대해 추가 질문을 할 생각이었지만, 리코의 꼬리와 팔다리를 목격한 지금은 질문이고 뭐고 까맣게 잊고 말았다.
"오..오오! 자네, 대단하구만!"
크토니안의 신비-데미휴먼의 동물적인 특징들도 결국엔 다 크토니안의 능력에 의한 것이니-에 완전히 매료된 유페미아는, 이를 좀 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실례란 것도 잊고 리코를 자신의 눈높이로 번쩍 들어올린다. 실례란 것을 잊었다기 보다는,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했다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흥미로워... 아주 흥미로워!"
"자네, 직요골이 길-게 늘어났군 그래! 경골은 짧게 줄어들었고 말이야!"
"고양잇과 동물인 것은 확실한데... 고양이, 아니 호랑이인가?"
//리코주 에피가 이렇게 무례하고 무섭게 다가와서 죄송합니다... 첫인상이 이게 뭐야....
갑자기 시야가 높아졌다. 스스로 점프한 것은 아니고 앞에서 말을 걸어왔던 사람이 자신을 들어올린 것이었다. 리코에게는 꽤나 흔하게 있었던 일이다. 이럴 때 반항하거나 빠져나가려고 몸을 뒤틀면 엄청 혼나곤 했었다. 그러다 주인이었던 사람의 손이나 팔에 생채기라도 냈다간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 일어나곤 했었고. 그렇기에 리코는 들어올리는 손에 별 반항이나 저항을 하지 않았다. 그저 얌전히 번쩍 드는 대로 들려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
직요골? 경골? 잘 모르는 말이 쏟아진다. 리코는 아주 잠깐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가, 호랑이냐는 물음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귀부터 꼬리 끝까지 가만히, 그야말로 인형이 된 것처럼 들린 리코는 가만히 눈 앞의 사람을 보고 있었다. 그 사람의 눈하고는 다른 느낌이다. 신기하게 보는 시선은 같아도 무언가가 다른 느낌.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