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유저들에 의해 지정된 공식 룰을 존중합니다. ※친목&AT필드는 금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금지입니다! ※모두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다른 이들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어서 상판을 찾았다는 점을 잊지말아주세요! ※지적할 사항은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해주세요. 날카로워지지 맙시다 :) ※스레에 대한 그리고 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환영합니다. 다만 의미없는 비난은 무시하겠습니다. ※인사 받아주시고,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있답니다. ※17세 이용가를 지향합니다. 그렇다고 수위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굉장히 편한 사람입니다. 질문하는 것 그리고 저라는 사람을 어렵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XD
마을에서 적당히 쉴만한 술집이나 음식점을 찾고자 거리를 걸어가는데 작은 서점이 보였다.이런 삭막한 세상이어도 그래도 책은 어느정도 팔리는 모양인지 어느정도의 손님이 책장에 나란히 정렬되어 있는 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이후로 줄어든 인세를 생각하며 과연 내 작품들은 제대로 있는것인지 궁금해 서점 안으로 들어섰고, 나의 작품들은 조금 걸어서 돌아야 할 정도로 구석진 자리에 배치되어 있었다.
"하아.."
이래서야 인세로 차고 시원한 맥주를 항상 마시는건 꿈같은 이야기다. 작게 한숨을 쉬고 뭐 재미있는 책이라도 있을까 하고 둘러보는데 나보다 어려보이는 데미휴먼이 내 작품을 사려고 카운터에 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아, 저런 사람들 덕분에 내 풍족한 생활이 어느정도는 유지되는거겠지. 혼자 감격에 겨운 생각을 하는데 '너 같은 데미휴먼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냐?' 라는 낮은 목소리가 들렸고 조금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 걸 보니 아무래도 그 데미휴먼은 책을 사지 못한 듯 했다.
"내 팬이 늘어날 기회를 찰 수는 없지."
이제와서 또 출판사에서 내 책을 출판하려고 하지는 않겠지만 그건 그거다. 곧바로 그 데미휴먼이 사려던 '달리는 거북이의 고뇌' 를 사다들고 그 데미휴먼에게 달려가 말했다.
"이봐! 이 책을 사 주지 않겠어? 재미있어서 사려고 했는데 내가 생각하던 내용과는 좀 다르더군."
아, 또 내려오는 시선. 온 사방에서 꽂히는 시선과 목소리. 감히 제 위치가 어디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일단 눈 앞에 보이는게 조금 약해보이고, 조금 어려보인다면. 그저 보편적으로 해당하는 사항에 따라서 자신이 더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일단 꽂히고 보는 저 목소리, 저 시선, 온 사방에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불쾌한 분위기. 영 싫지만은 않아.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뭘 해야하는지도 상기시켜줄뿐더러 더러운 일에 죄책감도 덜 들거든.
" 아, 미안. 역시 나 같은 애는 무리려나 "
피식, 하고 미소를 지은 분홍머리의 여자는 제 머리위에 쫑긋 솟아있는 하얀색 늑대귀를 앞뒤로 움직이다가 마찬가지로 하얀 털이 돋아있는 꼬리를 살랑거리며 뒤를 돌아 빠져나갔다. 두 명 보낸게 엊그젠데 한 번 더이려나. 아니, 싫지는 않아. 오히려 너무 즐거울 지경이야. 진짜로.
휘파람을 불며 골목으로 사라지려던 찰나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책을 쥐어주더니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내용이 다르다며 사 주지 않겠느냐는 말에 고개를 갸웃한 분홍머리의 여자는 어깨를 으쓱하곤 한 손으로 책을 받아들고는 휘리릭, 하고 책을 펼쳐보더니 눈을 들어 에네드를 바라본다.
" 글쎄, 네가 실수한 걸 왜 내가 사야하는지 모르겠는데 "
눈 앞에서 책을 떨어트렸고 책은 바닥에 더러운 물이 고여있는 웅덩이에 빠져 검고 냄새나는 물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어머, 실수.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톡톡 치곤 바빠서 이만 하고 말하는 여자의 목에는 굵은 줄에 걸려서 생긴 듯한 보기 좋지 않은 흉터가 있었다. 그리고 하나 더. 방금 톡톡 쳤던 어깨에 검붉은 피가 묻어있었다.
떨어지는 책을 보고는 받아내려고 양 손을 내 밀어보지만 노력이 무색하게 책은 떨어져 버렸다. 이게 정말! 하고 화가 났지만 고작 책이 떨어진 일 이다. 일반적인 물 웅덩이에 떨어졌으면 괜찮았겠지만 더러운 물에 적셔버렸으니 이 책을 사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아니, 너 이 책을 사려고 했었잖아. 안 그래?"
어이없음과 당황이 섞인 표정으로 더러워진 책을 집어들며 그 데미휴먼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깨끗한 물에 세척한 후, 드라이하면 어떻게든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지. 이 책은 내가 가져가서 읽도록 하자. 어떻게 썼는지 보고 고쳐야 할 방향을 볼 수도 있을테고. 하지만.
"그냥 줄게! 잘 씻어서 말리면 분명 읽을 수 있다니까? 이 책 종이 재질이 제법 쓸만해서 말려도 괜찮아! 신경 많이 썼다니까?"
실제로 재판때 종이재질을 좋은걸 쓸 수 없냐고 제안하기도 했었다고! 실수여도 그렇지 책을 그렇게 내팽개치냐! 진짜 너무하네!
골목의 어두운 저 편으로 들어갔던 여자가 다시 나오는 데에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 끝에서 작은 불씨가 보이나 싶더니 나온 것은 입에 담배를 물고 있는 아까 그 데미휴먼 여자였습니다. 주머니에 손을 꽂고 나온 여자는 아직도 서 있는 에네드를 보고는 엥? 하고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는 웅덩이에 쳐박힌 책을 보곤 피식 미소를 짓고는 사뿐이 책을 즈려밟고 앞으로 나아가며 옆에 서 있던 에네드의 얼굴에 담배연기를 후 - 뱉고 지나쳤습니다.
" 에이, 이 쪽이 아니었네. "
단순히 길을 잘못 들었던 모양인지 퉷, 하고 침을 뱉은 여자는 잠시 걸어다가다 아 맞네. 하고 멈춰서서 뒤를 돌았습니다.
그리곤 주먹을 쥐고 아까 그 검붉은 피가 묻었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여자의 눈이 멈춘 건 아까 자신에게 너 같은 게 책을 읽을 수 있겠냐,고 막말을 뱉은 인간들. 여자는 씨익 미소를 짓고는 이 이상은 목숨이 아까우면 안 따라왔으면 좋겠네. 하고 말하곤 자세를 낮추고 그들을 따라갑니다.
진짜. 또 책을 밟네. 아, 읽고싶어서 사려고했으면 왜 책을 밟는데? 성격 진짜 이상하네. 보통이라면 목숨이 아까우니 그냥 가겠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이 성격 이상한녀석한테 한 마디 해줘야 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뭘 웃고있어. 안 웃겨.
"동정심 아니다."
동정심 아니다. 이거 정말이다. 타박타박, 다시 조금 빠르게 걸어나가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외쳤다.
"동정심 아니다! 이 책은 에네드 슈나이저의 4번째 작품이고 그 사람이 공원에서 느릿느릿 걸어다니는 중년 아줌마 아저씨들을 보며 '운동도 별로인데 왜 저렇게 매일 공원에서 저러는걸까?' 라는 의문을 품으면서 그 모습을 두 달간 바라보며 구상한 작품이라고! 그런만큼 이 작품에는 그러한 사람들의 느긋함이 가미되어있는 웰ㅡ 메이드 작품이라고! 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주인공은 공원에 있을만한 느긋한 사람이 아니고 그로인해 생겨나는 느긋함 속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이 확실하게 전달되게 한 충분히 잘 신경 쓴 작품이야! 두번째 재판부터 확실하게 잘 팔린데다가 그 덕분에 세번째부터는 재질도 제법 좋은걸 썼고! 당시에는 한정판본도 있었다고! 그것뿐만이 아니라.."
피식 웃은 여자는 그럼 이만, 하고 사라졌습니다. 사라져가는 방향은 방금 그녀에게 험담을 내뱉었던 두 세명의 무리의 사람들이 가는 방향과 동일했습니다. 따라가는 것인지, 몰래 뒤를 밟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들키지 않게 뒤를 밟고 있다는 점 정도일까요. 우연히 가는 방향이 겹쳤는지는 모르지만 늑대아가씨는 그건 아닌지 미소를 지우고 지우고 또 지우며 뒤를 밟습니다. 꼬리가 제 멋대로 붕붕거리는 것도 잊어버린 채로요.
그냥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술집에서 들었던 여러가지 소문들.
- 이니시에이터가 죽었다더라. - 죽은 사람 목에 늑대에 물린 자국이 있었다는데? - 분홍머리였나, 흰머리였나.. 아, 흰머리에 분홍귀던가? 아니면 분홍머리에 흰 귀? - 한 두명 죽은 것도 아니라는데.
술집에서 들었던 소문들. 단지 소문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개연성이 잘 맞아떨어지는 이야기. 그 알 수 없는 불안감은 늑대아가씨를 향하고 있었지만, 늑대아가씨는 이미 자리에서 떠나고 사라진 뒤 였습니다.
기분 나쁘면 말해달라는 말에도 리코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었다. 귀든 꼬리든 앞, 뒷발이든 누군가가 만질 땐 인형처럼 가만히 있는 것이 습관이자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이 당연한 일에 따르지 않으면 버릇없다고 맞거나, 밥의 양이 더 줄어들거나 했으니까. 그러니까 이럴 때 싫다고 손을 빼거나 움직이는 건 분명 나쁜 일이고 해서는 안 될 일이겠지, 그런 확고한 생각을 가진 리코는 정말로 얌전히, 어떻게 보면 멍하니 있었다.
“…? 왜?”
어째서 사과를 하는 걸까, 의아함을 가득 담아 리코는 반문했다. 어째서? 아프지 않았는데 왜 사과를 하는지, 리코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답을 들을 생각까진 없었는지 리코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다시 뒤돌아 걸어갔다.
“차가운 물 있어. 바로 저기야.”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다. 아주 잠깐 나왔다가 오베론과 마주쳤던 거라, 조금만 되돌아 가도 바로 보호소가 나올 거리였다. 그 증거로 리코가 가리키는 곳 바로 앞에 아홉꼬리보호소가 있었다. 빠른 속도로 성큼성큼 걸어, 그야말로 한달음에 보호소 앞에 도착한 리코는 잠시 멈칫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