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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미리내. 정확히는 미리내의 언덕. 추위를 많이 타던 자신으로서는 그다지 많이 오지 않았던 곳. 그러나 오늘은 평소와 똑같지만 솜이 들어간 두툼한 옷차림과 목도리까지 하여 완전무장한 모습으로 혼자, 그것도 어두운 밤에 미리내로 찾아왔다. 왜냐하면...
"...별 씨가 보고 싶어요."
그동안은 분홍색의 벚꽃잎들만 봐오거나 반딧불이의 희미한 빛을 환각 능력으로 만들어내어 즐기던 자신이었지만, 오랜만에 밤하늘에 가득히 반짝이는 별빛들이 보고 싶었다. 물론 환각 능력으로 만들어내던 집 안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겠지만... 실제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를 테니까. 더군다나 실제로 별빛들을 본다면, 그만큼 환각도 더욱 실제처럼 잘 만들어낼 수도 있을테니.
"...하아..."
하지만 역시 춥기는 추웠다. 살짝 바들바들 떨며, 숨이 흰 입김으로 변하여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천천히, 꾸준히, 느릿하게 언덕 위를 걸어올라가 그 위에 도착했다. 그리고 하늘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자신의 한 시야에 들어오는, 밤하늘을 가득히 수놓은, 아름답게 빛나는 수많은 별들.
"와아...!"
그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순수하게 감탄의 소리를 내었다. 추위에 떨던 빨간 얼굴마저 기쁜 듯한 미소를 가득히 지었다. ...그러나...
그 애. 여전히 헐렁해 보이는 하얀 티셔츠 한 장과 품이 넓어 보이는 반바지 하나로 미리내를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본다면 웬 어린애 하나가 보호자도 없이 이 추운 미리내를 어슬렁거린다고 이야기하겠지만, 그 애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그 애가 안쓰러워 보인 다른 이들에게 약간의 원조를 받기도 했습니다. 돈이 없는 이로 보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애는 어스름이 넘어가는 불빛의 노을이 지고, 완연한 밤하늘이 피어오르자 성큼, 걸음을 옮겼습니다. 언제나의 언덕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그 애는 조막만 한 키로 성큼성큼 언덕 위를 올랐습니다. 얼떨떨하게 받은 손수 짠 목도리라던가, 모자를 들고 그 애는 완만한 언덕을 제집인 양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언덕 위로 올라온 그 애는 금방 다른 이의 기척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혹여 미리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인물이라면 바로 공격할 수 있도록 만발의 준비를 한 채였지만, 언젠가 보았던 인물이 그 애의 시리도록 푸른 시야에 맺혔습니다. 그 애는 작달한 키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습니다. 맨발에 소복소복 밟히는 보드라운 하얀 눈의 촉감은 언제나 좋았습니다.
"...저기..."
그 애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습니다. 왠지 분홍빛으로 빛나는듯한 모습이, 빛을 가리는 밤하늘이라도 잘 보이는 것 같않았습니다. 그 애는 어쩐지 추워하는 상대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불쑥 말을 걸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라는 진부한 인사는 눈인사로 대신하기로 한 모양입니다.
"추워요?"
그 애는 받은 목도리라던가 모자는 별로 필요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애는 차가운 눈송이 바닥에 구르고 싶어하는 이였습니다. 그 애는 손에 든 목도리와 모자를 불쑥, 상대에게 내밀었습니다. 그 애는 순진한 듯, 차갑게 빛나는 청청한 눈동자로 상대를 보고 있었습니다.
한 번 나오기 시작한 재채기는 쉽게 끊기지 않았다. 너무 오랜만에 이런 미리내의 추위를 느껴서일까, 몸이 조금 놀란 것 같기도 했다.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하고 왔는데도 말이예요... 이러다가 또 한동안 앓아 눕는 것은 아닐까, 싶긴 했지만, 가지 말라는 론의 말을 들을 걸 그랬나봐요... 싶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오늘은 꼭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보고 싶었기에 나름대로 고집 아닌 고집을 부려 결국 다행히도 별을 보는 데에는 성공했다. ...너무 춥기는 했지만.
애써 목에 두른 목도리를 두 손으로 붙잡지만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어찌하지는 못할 무렵,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한 박자 늦게 움찔, 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마주친 푸른 눈동자와 잿빛의 긴 머리카락의 한 '신' 님. 자신보다도 훨씬 더 작은 그 '신' 님을 서로 다른 색의 멍한 두 눈동자로 바라보다가 몇 박자나 늦게서야 뒤늦게 ...핫, 하고 정신을 차렸다.
"아, 안녕하세요, '신' 님...!"
황급히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허리를 꾸벅, 숙여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추위 때문인지 빨갛게 물든 얼굴로, 고개를 느릿하게, 작게 끄덕끄덕였다.
"......네, 조금... ...제가 받아도 괜찮으신가요?"
자신에게 내밀어진 목도리와 모자와 '신' 님을 번갈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두 손을 내밀어 그것들을 받아들었다. 꾸벅, 다시 허리를 숙이며.
"...정말로 감사합니다, '신' 님. ...저는 리스라고 하는 평범한 홍학이예요. ...'신' 님의 성함을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으며 공손히 자기 소개를 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갸웃했다. 가끔씩 스쳐지나가듯 뵌 적은 있던 '신' 님이셨지만, 제대로 만나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호기심과 알고 싶다는 마음이 멍한 두 눈동자에 희미하게 반짝였다.
>>802 아니예요, 소아주! 소아주의 필력이 얼마나 대단한데요! 위에 독백들도 그렇고, 늘 감탄하고 있다구요! XD(야광봉) 그리고 낭만적이죠! 그래서 좋아요! XD 뭔가 소아의 홈그라운드로 놀러간 느낌...! 심지어 소아는 미리내의 관리자 님이시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소아의 귀여움이예요! XD 그리고 오타는 괜찮아요! 저도 오타 많이 나니까요...ㅎㅎㅎ
그 애는 받아도 괜찮으냐 묻는 상대의 질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조그만 손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그 애는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목도리와 모자를 내밀고 있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대로 받지 않는다고 해도 그 애로서는 아무렇지 않을 테지만, 역시 받아주는 쪽이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찬찬히 받아들여 주는 상대에 그 애도 자연히 일자로 무표정이 펴져 있던 입가를 조금은 위로 호선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그 애는 상대의 자기소개에도 시퍼런 안광을 멍하니 띄우고 있다가 금방 고개를 갸웃거리고 말았습니다.
"평범...?"
그 애는 멍한 표정으로 금방이라도 다른 세계로 들어가버릴 것 같았습니다. 멍한 표정을 짓던 그 애는 금방 정신을 차린 듯, 이름을 조그맣게 말하였습니다. 소아, 라고 자신의 이름밖에 말하지 않은 그 애는 멍하니 리스를 한 번, 하늘에 떠 있는 별빛을 한 번 보았습니다.
"...리스님도,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그 애는 문득 발그란 입술을 열고 물었습니다. 무수한 별을 보던 그 애는 어느새 리스에게로 시선을 옮긴 채였습니다. 싫어한다고 해도 어쩌진 않을 테지만, 이렇게 추운 곳의 별을 일부러 보러오는 `평범한` 신은 없을 것이었습니다. 그 애는 그만, 앞에 있던 리스를 상당한 괴짜라고 문득 생각해버린 걸지도 모릅니다.
"...저도 평범한 눈표범이에요."
그렇게 그 애는 늦은 자기소개를 문득, 띄엄띄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애의 푸르른 눈동자가 다시금 쏟아지는 별빛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헐렁한 하얀 반팔 티셔츠는 모른척하며, 불어오는 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