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라온하제 공용 게시판 - http://linoit.com/users/ho3fox/canvases/Houen3
"......" [칫.] 공격이 전부 막히자 활을 더 꽈악, 힘주어 잡았다. 무표정한 표정은 흔들림이 없었지만. 그러나 다시 반격할 생각으로 활을 든 바로 그 순간, 다시 붉은색 번개가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피하려 했지만 피할 수도 없게.
"...!!"
그에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며 털썩,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활은 절대 놓지 않았고, 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도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려 했다. 그리고 구슬을 빛내어 다른 모두를 빛으로 치료해주려 했다. 그리고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적호도. 아랫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 [저 쓰레기 같은 자식. 정말로 분노를 이끄려는구나. 가소로운 것.] 후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한 손을 들어 누리를 향했다. 그리고 누리 님께 환각을 걸어 적호의 목소리를 들리지 않게 지우려 했다. 동시에, 텔레파시로 말을 걸려고 했다. 직접 누리 님께 가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것이 더 빠른 최선일 것이었기에.
[누리 님, 누리 님! 정신 차리셔야 해요! 누리 님은 저희가 꼭 지켜드릴게요! 저희는 다치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저희를 믿고 제발, 정신을 차려주세요...! 지금 누리 님만이 백호 님을 깨우실 수 있어요! 그래야... 그래야 라온하제를, 누리 님께서 아끼시는 이 곳, 라온하제을 지킬 수 있어요...!]
그리고는 다시 적호를 바라보며 차가운 무표정. 화살을 여러 개 만들어 다시 활 시위에 걸어 적호를 향해 겨누었다. 만약 이 공격마저도 통하지 않는다면... 그 때에는... [진짜 무기를 써보자. 이런 간지러운 공격 말고.] / 후후... 공격 모드 리스는 비밀입니다. :) 아무튼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하려 했는데 어장이 터져서 당황했어요...8ㅁ8
리스야...?! 리스야..?! 숨겨진 메시지가..!! (동공지진) 아...아무튼..죄송합니다..! 리스주...!! 8ㅅ8 제...제가 죄인입니다..! 흑흑...아무튼..시간도 시간이니... 여기서 킵하고 토요일에 또 이어서 하겠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어요..!! 적호와의 결전..! 과연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합니다! (끄덕) 누군지는...뭐 상상에 맡기는 것으로 하고... 아무튼..극장판 시나리오를 한 달 분량으로 늘려서 그런지..생각보다 스케일이 커졌습니다. 원래라면...그냥 인연 이야기 조금 하고 흑호를 같이 물리치는 전개로 가려고 했습니다만... 어쩌다보니..전 지역 정화 버전으로..(??
붉은색 번개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리스의 신통술은 모두를 회복시켰다. 그것은 어떻게든 모두를 다시 일으키게 하기에는 충분한 일이었다. 그리고 아사와 리스의 말에 누리는 가만히 둘을 바라보았다. 벌벌 떠는 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이 침을 꿀꺽 삼켰다.
"...무서워..."
"..누리 님..."
무섭다고 이야기를 하는 누리를 바라보며 가온은 누리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상당히 걱정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곧 누리는 제대로 적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모두를 향해서 강경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나를 만든 존재.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존재. 적호는...역시 나에게 있어서는 무서워. 하지만...모두가 있는 라온하제를 잃고 싶진 않아. 그러니까... 나도... 모두들...조금만 시간을 끌어줘.. 부탁이야!"
이어 누리는 신통술을 모으기 시작했다. 곧 그녀를 주변으로 은색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적호는 피식 웃어보였다.
"끝까지 해보겠다는거냐? 뭐가 가능하지? 하나는 나의 피조물. 나의 명령에 따라야만 하는 존재이고 다른 이들은 하찮은 신들 뿐. 고위신인 이 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냐!!"
"누리님을 더 이상 모욕하지 마라! 적호!! 누리님은 너에게서 태어난 존재일지도 몰라. 하지만 누리님은 자신의 의지로 너에게서 벗어났고, 라온하제의 지배자, 은호님의 딸로서 살아가고 있어. 누리님이 아끼는 이 땅,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이 땅. 너희 따위에게 더럽히게 두진 않아!!"
이어 가온은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단번에 발톱으로 할퀼 생각인 것일까. 하지만 적호는 피식 웃으면서 가온을 바라보았다. 그대로 지져버릴 생각인 것일까?
안타까운 눈빛으로 누리 님을 지켜보았다. 역시 누리 님께서는 두려우신 걸까요...? 물론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 역시도 두려웠으니까. 모든 것들이. 하지만...
"......"
이어진 누리 님의 강경한 목소리를 가만히 들으며 누리 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곧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역시 누리 님께서는 정말로 대단하신 '신' 님이세요.
[...네, 알겠습니다. 누리 님. ...저희 모두가 누리 님과 함께 할테니... 부디, 부디 힘내주세요...!]
자신 역시도 텔레파시를 통하여 강경한 목소리를 전해보았다. 그러나 다시 고개를 돌려 적호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감정 없는 무표정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희미한 비웃음 같아 보이기도.
"......" [거 참. 아까부터 쫑알쫑알 시끄럽네. 가소로운 것. 자신에게서 떠나간 존재를 인정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우러러보는 모습 좀 보라지. 참으로 우습기 짝이 없구나.] 다시금 활을 만들어내어 손에 쥐었다. 그러나 화살을 만들어내어 쏘기 전, 적호의 비웃음을 눈치채며 그 앞에 있는 가온을 바라보았다. 무표정이 살짝 변한 것 같기도 했다.
"......" [활로 손을 쏘아 맞히거나 후에 치료하는 것보다야 이게 더 빠르겠지. ...귀찮게 구네.] 활을 들고 있는 손 대신 다른 쪽의 손을 들어 가온과 소아를 향했다. 그리고 신통력 구슬을 빛내어 방어막, 정확하게는 공격을 반사시켜 버리는 방어막을 가온과 소아의 주변에 둘러주려고 했다. [어디, 네 꾀에 네가 넘어져 보려무나.] / 오신 분들 다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XD 그리고 소아가 공격을 할 지, 안 할 지 잘 모르겠어서... 일단 둘 다에게 모두 다 일종의 버프...? 방어막을 걸어볼게요! :D
그 애는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비틀비틀 거리던 몸이 정상적이 되어가는걸 느꼈습니다. 그 애는 발그란 혈액을 타고 흐르는 따뜻한 신통술에 금방이라도 움직일만큼 힘이 났습니다. 더 이상 그 애는 비틀거리지 않았습니다. 그 애의 작은 얼굴이 누군가를 찾는듯 두리번거리다가 고마운 마음을 담아 리스님께 고개를 꾸벅 숙였습니다.
언뜻 여유로워 보였지만 그 애는 이내 누리님과 가온님, 적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언뜻 보았을때 밝게만 보였던 신에게 아픔이 있다는 사실을 안 그 애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습니다. 그 애는 그저 가만히 무서워하는 누리님을 보았습니다. 공포와 억압을 그저 수직적인 관계로 찍어누르는 적호의 행태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 애는 작은 고개를 한 번 기웃거리다가 공격을 감행하는 가온님을 따라 재빠르게 적호의 앞으로 튀어나가려고 했습니다. 작은 체구의 그 애는 작은 체구와 걸맞게 재빠른 움직임으로 적호의 대각선 앞에 서서 적호의 발을 노리려고 할 것이었습니다. 강철보다 단단한 그 애의 주먹과 바람을 타고 가로지르던 스피드를 담은 발차기가 작열하면 적호도 조금이라도 비틀거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왠지 먼저 적호의 공격에 당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겁이 많다던 그 애는 오늘만큼은 거리낌이 없어보였습니다.
>>343 앗...! 정신 없이 틈틈히 쓰느라... 정확하게는 공격을 반사시켜 그대로 적호에게 되돌려주는 식의 방어막이랍니다...! 물론 이게 될 진 모르겠지만, 일단 가온이도, 소아도 공격을 할 것 같아서 리스는 일단 방어 쪽을 선택해봤어요! :) 그리고... 숨겨진 메시지는 스포니까요.ㅋㅋㅋ
가온에 이어서 소아는 빠른 속도로 공격에 나섰다. 적호의 발을 노리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적호를 넘어뜨릴 생각인 것일까. 발차기를 하려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적호는 피식 웃으면서 번개를 더욱 강하게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 리스의 방어막이 가온과 소아에게 쳐졌고 붉은 번개와 제대로 충돌했다. 베리어는 산산조각 나버렸지만 번개의 일부는 다시 적호에게 되돌아갔다. 그것에 적호는 조금 당황한 표정을 보였고 그와 동시에 가온의 발톱 공격과 소아의 발차기 공격을 허용해버리고 말았다.
얼굴에 발톱자국이 생기고, 그대로 앞으로 살짝 넘어졌고, 번개까지 맞아버렸지만 적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비웃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마라."
이어 적호는 팔 한쪽을 뒤의 석상으로 향했다. 그 손에는 번개가 모이고 있었다. 그대로 방출된다면 석상은 힘없이 산산조각 나버리지 않았을까? 그렇게 위협을 가하면서 적호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너희같은 하찮은 것들이 아무리 꾀를 부린다고 한들..이 석상은 지금 내쪽에 있다는 것을 잊고 있는 거 아닌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대로 부숴버릴테니까 그렇게 알아라."
"큭!!"
확실히 석상은 지금 적호의 뒷쪽에 있었다. 말 그대로 적호가 마음만 먹으면 석상을 부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사신, 백호를 부활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가리의 정화가 불가능한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순간 속에서 가온은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뭔가 빠르게 샤샥하는 느낌으로 석상으로 빠르게 접근하는 모습이 모두의 눈에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 움직임은 어쩌면...모두가 알고 있는 이의 모습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전에 한번 체험한 이도 있었을테니까. 적어도 적호는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그 애는 적과의 싸움에 있어서는 앞뒤 안가리고 달려나가는 성정의 소유자이긴 하였습니다만, 역시 조금은 아플지도 모를 일입니다. 번개는 찌릿찌릿하니까요. 하지만 그 애에게 먹힌 데미지는 어쨌든, 광전사를 표방한 그 애에겐 아픔 따윈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거기다가 깨지긴 하였지만 리스님의 방어막까지 완벽했습니다. 방어막이 적호에게 공격을 일부 되돌려주기도 하였으니 너무나 완벽한 방어막이었습니다.
적호는 얼굴에 발톱 자국이 생기고 꼴사납게 앞으로 살짝 넘어진데다 번개까지 맞아버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듯 툭툭 털고 일어나 호기롭게도 움직이지 말라고 말했습니다만, 그 애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석상을 인질로 잡는것도 비겁하긴 하였지만 그 애에겐 크게 빗나간 예상은 아니었습니다. 비겁자는 무슨 술수든 쓰는 법이니까요. 그 애는 가만히 멈추어서서 재빠르게 푸른 눈을 굴렸습니다.
누군가가 그 애의 눈에 스치듯 보였습니다. 동체 시력이 뛰어난 그 애의 눈엔 느릿느릿한 움직임 하나였습니다. 그 애는 적호를 보면서 재빨리 머리를 굴렸습니다. 지금 적에게 주어야 할 것은 두 개. 이길 수 있을거란 자신감과 인질이 있다는 안도감입니다. 그 애는 치사한 전술을 쓰긴 싫었지만, 적호의 몸 여러 군데를 노리며 치고 빠지는 전술을 채택했습니다. 일명 깔짝깔짝 전술이었습니다. 적당히 맞아주면서 재빨리 치고 빠지는 그 애는 참으로 비겁해보였습니다.
"......" [꼴 좋구나. 아둔한 것.] 방어막은 깨졌지만 결국 공격을 맞게 된 적호의 모습을 무표정으로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자신 역시도 다시금 활을 들어 화살 여러 개를 적호에게 겨눈 바로 그 순간, 들려오는 적호의 말. 석상을 인질로 삼아 위협하는 그 모습을 조금의 미동 없이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무런 말도 없이.
"......" [...힘이 딸리니 이젠 인질을 잡으시겠다? 끝까지 치졸한 놈이구나.] 어떻게 할 지 생각하며 흘긋, 석상 쪽을 바라본 그 순간,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누군가의 빠른 움직임. 그 모습을 본 순간, 무표정했던 표정이 약간 풀리더니 살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이내 곧 희미한 미소로. [......] "......"
그러나 다시 적호를 바라보며 천천히 겨누었던 활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치 굴복하는 것처럼, 항복하는 것처럼, 아래로 푸욱 숙인 고개. 그러나 적호의 위치에서는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의 입가에 걸린 희미한 미소를. 죽어버린 시각 대신 청각을 활짝 열어놓으며, 조용히 기다렸다. 반격의 순간을. [......본능이 말해주는 사냥이지. 자, 기다려. ...모든 것이 확실해지는 순간까지.] / 일단은 적호가 방심하도록 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서... 리스는 일단 이렇게 행동하겠습니다!
마치 굴복하고 항복한 것처럼 리스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고 가온 역시 내밀었던 발톱을 내리면서 괜히 분한 척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소아는 계속 깔짝거리기 시작했고 적호는 그게 마음에 안 드는지 소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검은 번개를 내리치면서 소아를 공격하려고 했다. 아무래도 상당히 약이 오르고 열이 받는 모양이었다.
"건방진 설표놈이 어디서...!!"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석상의 뒤쪽에서 하얀 빛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뒷편에서 느껴지는 무수히 많은 인기척들. 그것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었다. 이어 석상의 뒤에서 샤베르가 튀어나왔고 그는 적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야기했다.
"신 여러분! 우리의 고향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저 녀석을 혼내줍시다!!"
뒤이어 석상 뒷편에서 정말로 많은 신들이 튀어나왔다. 박쥐, 곰, 토끼, 낙엽, 코스모스 등등. 수많은 수인 신과 화인 신이 튀어나와서 적호에게 달라붙었고 팔과 다리, 그리고 몸을 붙잡았고 생각도 못한 일에 적호는 바둥거리면서 그들을 떨어뜨리려고 했다.
"뭐, 뭐냐! 갑자기 어디서?! 이...이런 건방진 놈들...!! 너희같은 것들이 뭉친다고 한들...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시끄럽습니다! 이 석상으로 향한다는 말을 듣고 혹시나 해서 따라왔는데 이런 추악한 힘을 가진 신이 누리님을 포함해서 다른 이들을 공격하다니! 이 가리에서 당신의 존재를 용납하는 이는 없습니다! 없고요! 우리 가리의 저력을 보여주는 겁니다. 네! 네!"
이어 발톱을 꺼내서 적호를 할퀴려고 하면서 샤베르는 다른 신들과 함께 적호를 붙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대는 고위신.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건방지다라. 그 애는 그 말을 잠깐 생각하긴 했지만 그저 흘러들어버렸습니다. 어쨌든 적의 말을 듣고 그 말에 말려들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건 정말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보다 방금 맞은 검은 번개가 조금 아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 애는 그게 아픈지 안 아픈지 모를 정도로 열중해있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다른 신들이 적호를 붙잡고 있는 틈을 잘 주시해야 했거든요. 그 애는 수많은 신들이 적호를 붙잡고 있는 틈을 잘 비집고 적호를 공격하려 했습니다. 다른 신들은 다치지 않게 말이죠. 그 애는 깔짝거리던 공격에 힘을 실어 한 방 한 방을 대단히 힘을 주어 빈 틈을 공격하려 했습니다. 그 애의 작은 체구가 다행히 도움이 되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 애는 푸른 눈으로 때릴 곳을 집중하면서도 급소를 노리려 했습니다. 어쨌든 그 애의 적은 적호이며, 석상은 다른 신들이 알아서 잘 해줄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적호와 끝장을 봐야했습니다.
소아 님께서 계속해서 적호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며 작게 몸을 움찔, 했다. 무표정했던 모습이 살짝 사라지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소아 님을 바라보던 중, 적호가 공격을 하려는 듯한 모습을 눈치 채고는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려던 바로 그 순간, 석상의 뒤쪽에서 솟아오르는 하얀 빛. 그리고... 나타난 수많은 신들.
"...?!"
그에 순간 정말로 깜짝 놀란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멍하니, 그 '신' 님들을 바라보았다. 적호에게 달라붙어 나름대로 공격을 가하려는 '신' 님들을. 수인 '신' 님, 화인 '신' 님, 할 것 없이 모두가 각자의 힘을 발휘하여 어떻게든 라온하제를 지키려는 그 모습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금이야.]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머리보다도, 이성보다도, 몸이 먼저. 순식간에 생겨난 활은 바로 적호를 겨냥했고, 무표정이 되어버린 화살 여러 개를 '신' 님들을 피해서 적호를 향해 쏘려고 했다. 하지만... [......] "......"
이내 곧 멈칫. 무표정이 살짝 슬픈 듯한 표정으로 변하더니 이내 결심한 듯이 활을 없앴다. 그리고 대신 두 손을 뻗었다. 여기에 등장하신 모든 '신' 님들을 향해. 그리고... 그 '신' 님들에게 전부 다 방어막을 주변에 쳐드리려고 했다. 적호의 공격이 날아와도 막아낼 수 있도록. 만약 누군가가 다친다고 한다면, 곧바로 공격보다는 치료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리스가 방어막을 치고, 소아가 급소를 노리면서 공격을 시작했고, 아사는 찰싹찰싹을 시도했고 가온 역시 다리를 잡아서 넘어뜨리려고 시도했다. 수많은 신들의 공격에 적호는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고 몸을 바둥바둥거리다가 단번에 힘을 주었다. 이내 곧 모두에게 엄청난 압력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면 단번에 날아갈지도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들은 절때로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강하게 붙으려고 했다. 온 몸에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운 기운이 모두에게 감돌았고 그것은 모두에게 고통을 주기 딱 좋았다.
"감히...감히...!! 감히...이...하찮은 것들이..!"
"...모두들..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하압!!"
한편 뒤에서 힘을 모으고 있던 누리는 자신의 힘을 단번에 방출했다. 곧 주변으로 은색 빛이 모든 것을 감싸기 시작했고, 적호의 몸에서 무언가가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생명력'. 이전에 누리가 한번 보여준 적이 있는 바로 그 힘이었다. (주 - 100일 극장판 이벤트때의 일입니다.)
".....!"
순간적으로 적호는 몸을 비틀거렸고 가온은 누리를 바라보면서 크게 외쳤다.
"누리님! 지금입니다!"
"응!"
이어 누리는 빠르게 뛰어서 가리의 색. 주황색으로 빛나는 구슬을 조심스럽게 석상 앞 제단 위에 끼워넣었다. 그와 동시에 하늘을 향해 주황색 빛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적호는 순간 당황하면서 누리를 바라보았다.
"네..네 녀석..!!"
이어 다른 지역에서처럼, 주황색 빛은 하늘에서 땅으로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생명력을 잃고 죽어가던 나무들의 모습이 다시 평소의 붉은 낙엽이 가득한 생명력이 넘치는 숲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황폐했던 풍경은 곧 풍성한 풍경으로 바뀌었고, 나무에는 풍성한 열매가 주렁주렁 다시 열리기 시작했으며, 시원한 가을바람이 곧 주변에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어째서냐..어째서..어째서...내가...!! 이런 하찮은 신들 따위에게..!! 어째서...!!"
곧 가리의 주변에 결계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 결계에서 버티기 힘든지 적호는 괴로운 표정을 지었고 크게 괴성을 지르면서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 애는 압력에도 굴하지 않았습니다. 압력에 굴하는것은 광전사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 애의 푸르른 눈은 더없이 빛났고, 그 애의 공격은 압력에 굴하지 않고 더없이 빨라졌습니다. 단번에 방출된 누리님의 힘에 몸을 비틀거리는 적호에도 굴하지 않고 여전한 공격이었습니다. 그 애는 적의 마지막을 확실히 보는 애였습니다. 만약이나 설마라는 생각은 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만약 적호가 이겨낸다면, 설마 적호가 살아난다면, 이라는 예고는 그 애에겐 너무 가혹한 일이었습니다. 그 애는 확실히 적호를 끝장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난듯 누리님이 석상 앞에 구슬을 끼워넣자 괴로워하는 적호에 그 애는 조금 거리를 벌려두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투태세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 애는 재차 물어보는 적호를 향해 굳게 다문 발그란 작은 입술을 오물오물 열었습니다.
"...평화가 좋거든요..."
소아는요... 평화가 좋아요. 싸움 없는. 왠지 결론만 나온것 같지만요. 적호에게 한 일에 비해 흘러나온 곱고 작은 목소리는 왠지 행동과 상반된 말이었습니다. 광전사가 할 말은 아닌것 같았지만, 사실이었습니다.
모두의 힘을 믿고, 자신 역시도 신통력으로 방어막들을 만든 두 손에 힘을 주어 버텼다. 그리고 이내 곧 누리 님께서 구슬을 끼워넣음과 동시에 솟구치기 시작하는 주황색 빛. 그 빛에 의하여 다시금 생명력을 찾기 시작하는 가리의 모습을 지켜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예요, 정말...
그러나 계속해서 들려오는 적호의 목소리. 괴로운 듯한 그 모습을 바라보는 표정은 어느새 다시 그 무표정으로 변해있었다. [끝까지 제 분수도 모르는 너 같은 것에게 들려줄 대답 같은 건 없어.] "......" [끝까지 그런 자세라면 평생 모르겠지. 그 이유를. 불쌍한 것. 여전히 제가 제일 하찮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구나.] 적호의 괴로운 듯한 목소리를 끝까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지켜보았다. '신'과도 같은 모습으로.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똑바로 선 채.
약해빠진 소리라고요. 하지만 그 애는 움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것밖에 보지 못 하는 상대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 줄 필요도 없습니다. 그 애는 불그스름한 입술을 꾹 닫은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긴 말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고위신이라고 자신을 억압하려고 하는 적호에 작은 연민을 느꼈지만 그저 그것뿐이었습니다. 어쨌든 우리의 목숨을 위협한 적은 모두 배제할 뿐입니다. 그러나 누리님의 말씀에 전투태세는 갖추었으나 전투는 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그 애도 중요하긴 하지만 다른 신들도 중요하니까요.
적호가 모습을 감추고, 백호가 모습을 드러내 환하게 반짝이는 모습은 정말로 아름다웠습니다. 그 애는 조그만 입술을 오물거리다 살짝 웃었습니다. 그 애는 어쨌든 지금 이순간이 기쁜듯 보였습니다.
"지금 상황을 봐. 누가 네가 이겼다고 할 수 있어?" 너랑 같이 있던 검댕이도 너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지 않을까? 네 부하 퍼랭이 보기 부끄럽지 않아? 그래도 걔는 우리를 몰아붙이기는 했는데 말이지. 라고 무척이나 부드럽게 속삭이려 합니다. 고위신인데 그러면 고위신 망신이야. 어설프게도 나빠라 라고 말하려 합니다. 나쁘려면 확실하게 나쁘던지. 라고 말하려 하고는 도망친 자리를 보면서 인연의 조각을 바라봅니다.
무척이나 희미하고 차가운 웃음을 짓습니다. 아사는 다른 이들을 보면서 수고했어. 라고 말하려 합니다.
기억이 끝이 나자, 곧 빛은 사라졌고 주변은 어느새 모두가 평소에 알고 있던 바로 그 가리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풍요롭고 시원한 가을의 기운이 돌고 있는 바로 그 가리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리에 살고 있는 신들은 크게 환호성을 질렀고 샤베르는 더욱 기쁜 표정을 지었다. 다시 마음껏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그리도 기쁜 것일까?
ㅡ너희들의 용기. 그것을 이곳에서 잘 보았다. 축복의 여우가 맡긴 인연의 조각은 돌려주도록 하겠다.
ㅡ상대가 고위신이라고 하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용기를 내서 싸우는 모습.
ㅡ그것이 바로 너희가 가지고 있는 '인연'의 힘이다. 그 인연의 힘을 이끌어서 위기를 넘어보도록 해라.
모두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면서 말을 전한 백호는 크게 울부짖으면서 위엄을 뽐내기 시작했고 뒤이어 모두를 바라보면서 한 가지 이야기를 더 전했다.
ㅡ절대로 너희들의 탓이 아니니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면 죄책감을 버리거라! 나쁜 것은..일을 꾸민 재앙의 여우니까.
그 말을 끝으로 백호는 정말로 크게 울부짖으면서 단번에 뛰어올라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아무래도 다른 사신들처럼 이 근방을 수호하려고 하는 것일까? 백호가 사라지자 누리는 자신의 손에 쥐어져있는 빛나는 구체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했다.
"이제..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어. 미리내. 그곳으로 가자. 거기에 있는 현무를 깨우고 모든 인연의 조각을 찾고.. 정화하자."
"알겠습니다! 누리님...!!"
이어 가온은 워프를 하기 위해서 신통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샤베르는 면목없다는 듯이 천천히 다가오면서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아무래도..미리내로 가려는 모양이군요. 그곳도 분명히 이곳처럼 되어있을 것 같은데...가능하면 힘을 빌려주고는 싶지만..보다시피..저..요리사라서..여기에 있는 신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고 기력을 회복시켜줘야해서..같이 갈 수가 없습니다. 네. 네.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그래도 이건 제가 드릴 수 있습니다!"
이어 샤베르는 자신의 신통력을 사용해서 정말로 맛있게 구워진 사과구이를 모두에게 내밀었다.
다행히 가리는 정화되었다. 그럼 남은건 미리내. 그리고 역시나 미리내가 대상인듯 했다. 혹독한 겨울의, 그러나 당사자는 알지 못하는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애는 싸움이라면, 온화한 그 모습을 던지더라도 광전사의 면모를 보일것이 분명했다. 모든 이와 인연이며 그것이 사명이라면 맞서주는게 인지상정이었다. 그 애는 물러설 이유를 찾지 못했다. 죄책감은 전혀 없었다. 그 에에게 재앙은 적이었고, 재앙은 곧 적이므로. 미리내를 관리한다면 더욱더 마지막까지 싸울것이었다.
샤베르님의 사과구이를 받고 감사함의 표시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 애는 피할수없은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것이었다. 드디어 그곳으로, 그 애의 본거지로 향하고 마는 것이었다.
다시 론을 천천히 품에 안아들고, 풍요로워진 가리의 모습을 조용히 둘러보다가 이내 곧 들려오는 백호 님의 말씀에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백호 님을 바라보았다. ...'인연'. 조용히 론을 더욱 꼬옥 끌어안았다. ......'죄책감'.
어디론가로 뛰어올라 사라지신 백호 님의 뒷모습에 다시 한 번 더 느릿하게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공손히 올렸다. 그리고 미리내를 정화하기 위하여 다시 가온 님께로 걸어가던 중, 샤베르 님께서 자신들에게 다가와 사과구이를 내밀자, 잠시 사과구이와 샤베르 님을 멍한 표정으로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곧 조용히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내밀어 그것을 받아들었다.
[......정말로 고마워요, 샤베르.]
잠시였지만, 호칭이 변화하였다. 부드럽게 눈웃음을 지으며 샤베르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마치 한 명의 '신'과도 같이.
[...여기에 있는 모두를 잘 부탁할게요. 오직 샤베르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
여전히 목소리를 내지 못하여 텔레파시를 통한 말이었지만, 적어도 이 텔레파시를 들을 수 있는 샤베르에게는 전해질 것이었다. 자신의 진심을.
"......"
그리고는 다시 가온 님의 근처에 섰다. ...마지막 장소. 미리내. 이제, 그 곳에서 현무 님만 깨우면... 그런다면 그 때에는...
그 애의 기억 속에서 그 애는 언제나 혼자였습니다. 처음엔 울고 떼를 써봤지만 결국 알아주는 이 하나 없이 그저 세월은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새하얀 눈밭, 어스름한 하늘이 지나고 까만 하늘에 총총히는 별이 떠오르는 것을 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외톨이인 그 애에겐 수없이 많은 친구가 생기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수히 반짝이는 별이 밤하늘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후에 그 애는 거리낄 것이 없었습니다. 낮이든 밤이든, 이제 그 애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다시는 외톨이가 아니었습니다. 그 애는 남들보다 작은 몸집으로도 꿋꿋하게 살아나갔습니다.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가끔 걸려오는 시비를 정리하며, 밤에는 친구들을 가까이서 보며 시간을 보내어, 그리곤 새하얀 눈밭 위에서 포근한 눈송이들을 이불 삼아 잠을 청하는, 그런 일상적인 나날들을 그 애는 소중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그 애는 소중한 친구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총총히 떠 있는 별들을 바라보는 촘촘한 새하얀 속눈썹은 별빛에 반짝였습니다. 밤하늘보다 밝게 빛나는 푸릇한 눈동자는 별빛보다 더 없이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애는 자그만 몸을 폭신한 눈밭 위로 뉘였습니다. 그리곤 그 폭신한 눈들을 이불 삼아, 베개로 삼으며 고요히 지나가는 미리내의 바람을 동그란 귓가로 듣고 있었습니다. 차분하고도 고요한 밤이었지만, 그래도 그 애에겐 너무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그 애의 조그만 입술은 더없이 편안하게도, 저 높이 떠 있는 초승달처럼 휘어져 갔습니다. 이토록 찬란하고 눈부신 날을 평화롭다고 하지 않으면, 어느 날이 평화로운 날이 될까요.
마침내 도착한 미리내. 하지만 그곳은 역시나 모두가 기억하는 곳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고요하고 평온한 느낌이라기보다는 정말로 가혹하고 매서운 눈보라가 가득 몰아치고 있었고, 모든 물이 꽁꽁 얼어붙어, 바다 위를 걸어도 될 정도로 추위가 보통 극심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가온이가 가리에서 막을 쳐주지 않았다면 바로 얼어버렸을지도 모를 정도로 그곳은 앞을 보기도 힘들 정도로 가혹하고 매서운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었다.
"...미리내가 이렇게..."
도저히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누리는 멍한 표정으로 눈앞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미리내의 명소인 별이 반짝이는 언덕은 밤이 되면 참으로 아름답게 별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지금 이곳은 별은 커녕 하늘조차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득 감싸고 있었고 매서운 겨울 바람이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하고 있었다.
"엄청나게 춥군요. 일단 저는 괜찮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늑대 수인 신이기에 겨울 추위는 익숙한 것일까. 가온은 조금 떠는 것 이외에는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누리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이제 마지막이야. 현무가 잠든 곳에 대한 단서를 찾자. 지금까지처럼... 탐색하고 찾아보면 어떻게든 단서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 분명히 명소 어딘가에 있을테니까!"
드디어 도착한 미리내는 역시 이상하게 변해버렸습니다. 역시 미리내의 관리자인 그 애가 자리를 뜨는 것은 좋지 않았던 일이 아니었을지, 하는 걱장이 들었습니다. 그 애의 푸른 눈은 시리도록 차갑기만 했습니다. 신발을 신지 않은 그 애의 작은 발 밑에 느껴지는것은 보드라운 눈이 아닌 딱딱한 얼음밭이었습니다. 그 애는 무심코 몸을 숙여 땅에 엎드려선 뒹구르기 시작했습니다. 응, 역시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마치 딱딱한 돌침대 위에서 구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애에게 이정도 추위는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평소보다 좋을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물론, 하늘에 박힌 아름다운 별빛들을 보지 못 하게 되었다는건 슬픈 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별빛을 보기위해서라도 현무님을 찾아 다시 되돌려 놓아야 했습니다. 미리내의 명소는 그 애가 꿰고 있습니다. 그러나 먼저 할 일은 역시 그 애의 친구를 찾는 일이겠습니다. 여기서도 하늘은 잘 보였지만, 언덕 위로 올라가는 것만큼 하늘이 잘 보이진 않을겁니다. 그 애는 곧장 일어나 늘어진 흰 티를 툭툭 털고 언덕 위로 쏜살같이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언덕 위로 내달리던 소아는 그 언덕 위까지 도착하긴 했지만 역시 별이 보이거나 하진 않았다. 마치 무언가로 막혀있는 것처럼 구름은 하늘을 막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 이 상태로는 별을 보거나 하는 것은 힘들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이전에, 당장 눈앞의 풍경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지만... 그러는 와중, 저 편, 정확히는 얼어버린 바다 위에서 누군가가 도망치고 그 누군가를 쫓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복면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고양이 수인 신이었고, 다른 하나는 가리에서 맞붙었던 적호의 모습이었다. 거기서 분명히 크게 타격을 입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물러서진 않은 것일까?
무슨 상황인진 알 길이 없었지만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아보였다. 점점 둘의 거리는 좁혀져가고 있었고, 고양이 수인 신은 금방이라도 붙잡힐 것처럼 숨을 허덕이면서 지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적호의 손에는 번개의 힘이 모이고 있었다. 물론 가리에서 만났을 때보다는 확실히 약한 힘이었지만, 그럼에도 번개를 쏠 힘 정도는 아직 남아있었던 모양이었다.
역시 별이 보이지 않아 그 애는 조금 시무룩해졌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눈을 돌려, 어둠에 익숙해지고나서 보이는 풍경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누구에게 쫓기는 추격전같은 모습. 그 애는 쫓아가던 이의 모습에서 익숙한 누군가의 행동을 보았습니다. 그 애의 적이자 일의 원흉인 이었습니다. 일단 가온님과 다른 이들에게 먼저 보고하는게 좋겠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해 보였습니다. 그 애는 다른 생각은 일순간에 지워버리곤 그 애만의 재빠른 스피드로 한번에 언덕 위에서 얼어버린 바다까지 내달렸습니다. 쉴새없이 내달리던 그 스피드와 그 애의 목적에 부딪히면 가해지는 충격이 여러모로 어마어마하겠지만, 그 애는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쫓기고 있는 이를 구하고, 쫓아가는 이를 배제하는 것이 그 애의 목적이었습니다. 그 애의 작은 몸이 내달리던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싣고 적호에게 부딪히려 했습니다.
자신을 부르는 아사에게 시선을 옮기는 순간, 그의 몸에 소아가 정확하게 충돌했다. 생각도 못한 공격에 적호는 그대로 얼음에 미끄러지면서 땅에 엎어졌다. 아무래도 가리에서의 일 때문에 힘이 많이 떨어지 모양이었다. 그때처럼 강력하고 위압적인 신의 기운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곧 반대로 이야기를 하자면 그만큼 타격이 심하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적호는 다시 제대로 일어서서 둘을 강하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고양이 수인 신은 멍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너희들! 아사와 미리내의 관리자?!"
고양이 수인 신은 복면으로 자신의 얼굴을 더욱 감추려고 했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급한 목소리로 아사와 소아를 향해서 외쳤다.
"너희들! 이 미리내를 어떻게 하려고 온 거지?! 나도 비나리의 그 동굴에 있었기 때문에 알아! 물론 난 바로 여기로 왔고 나름대로 조사를 했고... 그 사신 현무인지 뭔지를 깨우는 방법도 알아냈어! 이거야!"
뒤이어 고양이 수인 신은 자신의 품 속에서 제법 크기가 있는 하얀색 별 모양의 돌멩이를 꺼냈다. 그 가운데에는 구슬을 끼울 수 있는 홈이 있었다. 그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면서 고양이 수인 신은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저 붉은 여우가 확보해서 숨겨두고 있던 것을 어떻게든 훔쳐서 나오는 길이야! 그러니까 도와줘!! 이게 파괴되면 현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단 말이야!!"
그 말을 믿어도 좋을까? 확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호는 그 고양이 수인 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모두가 워프해온 그 방향에서 쾅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에는 파란색 번개가 떨어지고 있었다.
"크크큭... 그래. 너희들이 여기로 올 거라고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청호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지. 청호는 아무래도 저쪽을 때리는 모양이군. 뭐 좋아. 죽고 싶지 않으면 어서 그 돌을 이리 내놔! 어서!!"
춥진 않지만 뭔가 추운 기분인 건 달라서 깃털은 아직 그대로인 듯 싶습니다. 그리고 고양이 수인 신이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라는 말을 내뱉지는 않고 빼돌려서 숨겼다는 말에
"...괴도 뭐였지.. 그거였나." "어쨌거나 붉은 여우라고 하면 세계의 붉은 여우들이 다 항의할 거야. 저거에게는 빨강이도 아까워.." 음. 맞는가.. 아닌가. 라고 중얼거며 어쨌거나. 그것을 부수면 망하는 거일지도 모르겠네. 라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생각난 건데. 그거 신통술로 복제나 가짜 만드는 거 가능해?" 농담이긴 하지만. 이라 말하며 파랭이가 저기 있다는 것에
"아 그나마 머리를 좀 쓰는구나." 드디어 너희들의 머리속에 양동 작전이라는 게 들어가다니. 감격스러워. 근데 그거 넣느라고 다른 거 다 또 비워버리면 못쓰는데.. 라면서 타격이 있는 것을 보면서 빙글 웃으면서 눈 찔린 건 좀 나아졌는지. 라고 말하려 합니다. 몸 하나는 튼튼하셔서..
"일단 음.. 그걸 우리에게 줄 수 있어?" 원래 어디 있었으려나.. 라고 말하려 합니다. 으음.. 원래 있던 곳이 가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해도 되는 건지 잘 모를 일입니다.
후우. 그 애는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며 똑바로 서서 손을 탁탁 털었습니다. 하지만 그 애의 푸른 눈동자에 복면을 쓰고, 거기다 그 복면을 더더욱 깊숙이 눌러써 얼굴을 가리려 하는 고양이 수인신이 보였습니다. 그 애는 정말로 빤히 그 얼굴을 보면서도 묵묵부답이었습니다.
혹여 저 고양이 수인신이 거짓말을 하는 나쁜 이라고 해도 배제하면 될 일입니다. 적호와 같이. 그뿐인 일이었습니다. 그 애는 일단 고양이 수인신의 말을 믿고 따르기로 했습니다. 일단 적호를 붙잡아두고 고양이 수인신은 도망치게 하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혹은 아사님이 있으니 그쪽은 그쪽대로 어떻게든 될지도 모를일입니다. 이쪽도 어쨌든 2명입니다.
"그렇게는 안 돼요."
그 애는 단호하게 말하고서 적호를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일단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적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없애기 위해 그 애는 적호를 꽈악 붙잡아두기로 했습니다.
아사의 괴도 거론에 고양이 수인 신은 순간적으로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더욱 더 자신의 얼굴을 복면으로 가리려고 애쓰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적어도 그 고양이 수인 신의 얼굴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아사의 질문에 고양이 수인 신은 고개를 저 편으로 돌리면서 헛기침 소리를 내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하,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변장이 더 주특기인데... 그리고 싫어! 이걸 줬다가 날 버리고 도망치면 어떡해!! 아직 난 잡히기도 싫고 죽고 싶지도 않아!"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고양이 수인 신은 거부 반응을 보이면서 별 모양의 돌멩이를 자신의 품 속으로 쏘옥 숨겼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소아의 말을 들으면서 적호는 몸을 풀기 시작했다.
"내가 비록 많이 힘이 떨어지긴 했지만...그래도 너희들 정도는 없앨 수 있다는 것을 잊은 모양이군. 방금 전에는...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되었지만...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잊은 모양이지?"
이어 적호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소아를 붙잡고 단번에 집어던지려고 했다. 만약 별 다른 도움이 없다면 아마 소아는 하늘 높게 치솟아 올랐다가 땅에 충돌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괴도... 괴도라고 하면... 그 애는 스윽. 괴도라 불려 몸을 움찔거리며 절대 별 모양 돌멩이를 뺏기지 않으려는듯 품 안에 숨기는 앙탈을 부리는 고양이 수인신을 보았습니다. 흐음.
"그럼 또 예상치 못 한 일을 해봐야겠네요."
그 애는 다시 적호를 보고서 싸늘하게 비웃었습니다. 어쨌든 엉겁결에 된 미리내의 관리자, 사실은 언덕 위에 누워 별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할뿐인 어린 아이일지 몰라도, 그 애는 관리자라는 직함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생각이었습니다. 가족을, 집을, 울타리를 지키는 일 말입니다.
적호가 그 애를 붙잡아 집어던지자 그 애는 화려하게 하늘을 날아올랐습니다. 하지만 그 애가 눈표범 수인신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모양입니다. 그 애의 강점은 빨리 달리는것 이외에 높은 곳으로의 도약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조금 미끄러운 곳이라 이대로 바닥에 착지한다면 그 애의 힘에 의해 바다가 깨질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사님의 신통술로 다행히 그건 면한 모양이었습니다. 그 애의 작은 발에 매끈하게 얼어붙은 바다의 촉감이 느껴졌습니다.
안절부절거리는 고양이 수인신은 누군가 도움을 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애는 오직 적호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 애는 다시 재빨리 달려나가 스프링처럼 튀어올라 적호를 향해 발차기를 날리려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되돌아와 이번엔 뒤에서, 그 다음엔 옆에서, 그 다음엔 밑에서, 변칙적인 공격을 감행해야 했습니다. 하나하나의 공격 모두에 한 방 한 방, 온 몸의 힘을 실어서 말입니다. 정면으로는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겐, 확실히 숨통을 끊을 방법을 택해야 했습니다.
...괴도 마파람 님...? 이미 예전에 만난 적이 있었기에 그 정체를 알고 있던 자신으로서는 놀란 듯이 마파람 님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떻게든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럼, 괴도 마파람 님을 은호 님께 데려가드려야... 그러나 적호 역시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소아 님을 집어던지려는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곧바로 두 손을 소아 님을 향해 뻗었다. 그리고 방어막을 주변에 쳐드리려고 했다. 혹시 모를 부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리고 곧바로 고개를 돌려 마파람 님을 바라보며 텔레파시로 말을 걸려고 했다.
[마파람 님, 저희를 믿어주세요. 저희는 마파람 님을 버리고 도망치지 않을 거예요, 절대. ...다만... 지금은 도망을 친다고 하더라도, 적호가 저희를 순순히 보내주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부디, 경계심을 우선 멈춰주세요. 저희는 함께 서로를 도와야 해요.]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대신하여 마파람 님을 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저희들은, 하나니까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라온하제를 지키겠다는, 하나니까요. 그리고는 다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적호를 바라보았다. 적호를 바라보는 표정은 다시금 감정 없는 무표정이 가득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싸늘한 그런 무표정이.
"......" [꺼져. 상황 판단조차 하지 못하는 자식과는 말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보면 모르겠냐? 지금 누가 누굴 없앨 수 있는지.] 활을 만들어내어 손에 쥐었다. 그러나 소아가 공격을 가하는 것을 흘끔 보고는, 천천히 다른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신통력 구슬을 빛내며, 소아의 공격이 좀 더 강해질 수 있도록 힘을 더해주려고 했다. [......귀찮게 구네.] / 밸린주 어서 오세요! XD 와아아! 다 같이 싸우게 되었어요! 기뻐요!ㅎㅎㅎ
하늘 위로 솟구친 소아의 몸에 방어먹이 쳐졌고 아사의 신통력으로 인해 정말로 안전하게 소아는 착지할 수 있었다. 뒤이어 소아는 변칙적으로 발차기 공격을 가하려고 했고 적호는 성가시다는 듯이 공격을 막으면서 가만히 틈을 노리기 시작했다. 한 손에는 붉은 번개가 천천히 모이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 아사는 고양이 수인 신, 마파람에게 달라고 이야기를 했고, 리스는 그런 마파람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 행동과 말을 들으면서 마파람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조심스럽게 품 속에서 돌을 꺼낸 후에 아사에게 내밀었다.
"그거, 절대로 깨뜨리지 마. 알겠지? 정말로 힘들게 훔친거니 말이야! 아..아무튼..아디오스..!!"
이어 마파람은 품 속에서 또 뭔가를 꺼냈고 그것을 힘껏 땅으로 던졌다. 그러자 곧 엄청난 연기가 사방을 덮었다. 순간적으로 모두의 시야가 가려졌고 그 때문에 모두의 움직임이 제약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적호도 순간적으로 당황하며 방어를 멈추었고 공격을 몇 대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연기가 걷히자 마파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고, 그 대신에 거기에는 가온이 서 있었다.
"모두들 괜찮아?!"
뒤이어 가온은 모두를 바라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뒤이어 그는 아직도 번개 소리가 들리는 저 편을 바라보면서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여긴 내가 시간을 끌테니까 너희들은 어서 저쪽으로! 축복의 여우님이 있는 곳으로 가! 어서!!"
이어 가온은 빠르게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볍게 적호의 머리를 치면서 마치 자신 쪽으로 유도하듯이 도망치듯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호는 그런 가온을 바라보면서 이를 빠드득 갈았다.
마치 재미있는 공연을 보는듯 그녀는 동료들과는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싸우려 하는 이들 도망치는 괴도, 나타난 늑대신. 상대는 적호, 전에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던 녀석들과 한패였다. 그녀의 곁에서 얌전히 서있던 시종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정말로, 저들을 도와야만 하냐며. 왕녀는 무언가 이상한 것이 있냐는 듯한 얼굴로 물어보았다.
"저들에게는 아라에서 큰 도움을 받았으니까요. 아틀란티스의 왕이 되는자, 은혜는 갚아야 할테지요."
그녀는 짧게 웃어보이고는 그들을 향해 뛰쳐나갔다. 조금이라도 가온씨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며 손끝에서 얼음의 창을 뿜어냈다.
아무리 버거운 상대라도 그 애는 끈질겼습니다. 평소라면 조금은 신중할지도 모를 일이었겠지만, 리스님의 버프 덕분에 그 애는 좀 더 아무런 생각 없이 공격을 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애의 눈에도 조용히 손에 붉은 번개를 모으는 적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애는 손을 부러뜨릴것 같은 강한 힘을 두 손에 주고선 교차하듯 위 아래에서 적호의 손을 박살내려고 했습니다. 야생동물의 세계에서의 사냥 중에서도 목숨이 아니라 팔을 노리는건, 배가고파 먹이를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미를 위한 수단처럼 보일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연기가 피어올라 시야가 막혀도 그 애는 순간적으로 적호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려고 했습니다. 마파람이 사라지고 가온님이 나타나자 그 애는 적호와 거리를 조금 벌렸습니다. 그리고 가온님의 말을 들었습니다. 가온님을 따라 도망가는 적호를 따라가 담판을 지을 것인지, 혹은 미리내를 지키기 위해 다른 이들과 함께 축복의 여우님이 있는 곳으로 갈지 정해야할 순간이었습니다.
적호의 손에 붉은 번개가 모이기 시작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확인했다. 그러나 곧바로 활을 치켜들고 적호를 겨냥한 화살은 마파람이 만들어낸 연기로 인하여 잠시 멈칫, 할 수밖에 없었고, 그에 작게 콜록콜록, 기침을 하면서 동작을 멈추었다. 그러나 연기가 걷히고 보이는 것은... 가온 님...?
"...!"
그러나 이상했다. 이상함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저 분은... 가온 님이 아니예요...! 자신이 이미 예전에도 경험해본 적 있는 모습. 이미 본 적이 있는 모습. 감히 '신' 님을 의심해요...? 그러나, 저 분은...! [...또다시 시작이구나. 의심이야.] "...!!"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내 보지만, 여전히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면서 곧바로 활을 치켜들어 적호를 조준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여러 개의 화살을 소환해내어 그대로 적호를 향해, 정확하게는 적호의 손을 향해 쏘려고 했다.
그리고 동시에 공격을 반사시키는 방어막을 달리는 가온, 아니, 마파람의 주변에 둘러주려고 했다. 혹시 모를 적호의 공격에 대비하여. [...정말 귀찮게 구네. 오로지 공격만 해버리고 싶었는데.] / ...뭔가 말투가 아무리 봐도 가온이가 아니라서 마파람 같아서 이렇게 썼는데... 아니라면 미리 쥐구멍 예약이군요... 후후...
아사는 누리가 있는 곳으로 향하려고 했고 소아는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리스는 뭔가 의아함을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가온을 도우려는 듯이 방어막을 쳐주었고, 아사의 신통술과 겹쳐져 가온의 움직임을 더욱 빠르게 해주고 있었다. 한편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밸린은 바로 모두와 합류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하게 리스는 적호의 손을 향해서 화살을 쏘았다. 그리고 그것은 적호의 손에 명중했고 순간적으로 적호의 움직임을 멈칫하게 하기에는 충분한 일이었다.
".....이것들이..."
"어딜 보는거야! 나는 여기거든?!"
이어 가온이 적호를 바라보면서 단번에 달려든 후에 날카로운 발톱을 끄집어내서 적호의 얼굴을 할퀴었고 적호는 그대로 큰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다시 가온을 쫓아서 점점 다른 이들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한편... 저편에서는 푸른 번개가 계속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 방향에서 누리와 가온이 함께 후퇴하듯 다른 이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그 둘을 따라오듯이, 온 몸에 상처가 있는 청호가 이를 빠드득 갈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당신들... 당신들 때문에 저와 적호님은...더 이상 용서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 정말로 죽어주셔야겠습니다."
다행히도 자신의 화살이 적호의 손에 명중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할 것이었다. 계속해서 도발하는 가온, 아니, 마파람 님을 바라보면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가득했다. 점점 멀어지는 적호와 마파람 님을 보면서 쫓아가려던 바로 그 순간, 등장하신 누리 님과 가온 님과 청호. 적호와 싸울 것인지, 아니면 청호와 싸울 것인지를 선택해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두 쪽 모두 다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자신은 한 명. ......한 명.
[저는 마파람 님을 도와드리기 위해서 먼저 적호 쪽으로 가볼게요! 그리고... 누리 님!]
텔레파시를 통하여 적호와 청호를 제외한 모두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더 말하지 않고, 그저 누리 님을 바라보며 어서 구슬을 끼워야 한다는 것을 간절한 눈빛으로 전하려 했다. ...아사 님을 믿어요, 저는. ...아사 님께서 잘 전해주실 거라고 믿어요.
그러니, 자신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곧바로 날개를 펼쳐내어 순식간에 적호의 뒤를 쫓아 날아가려 했다. 그와 동시에, 활을 겨누어 적호를 향해 마구 쏘려고 하면서. 순식간에 다시 무표정하게 변한 얼굴에는 자비심 따윈 없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 앗...! 소아주, 밸린주, 두 분 다 안녕히 주무세요! XD 벌써 월요일이라니... 내일도 화이팅이예요!
"......" [감히라니. 누가 누구에게 할 소리를 하는 거냐? 가소로운 것.] 무표정, 아니, 어쩌면 희미하게 비웃는 듯한 표정을 하고서도 적호를 향한 화살 세례는 멈추지 않았다. 재빠르게 비행하면서 활을 쏘아대는 그 모습은 평소의 그 느릿느릿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오로지 공격, 공격 뿐.
그러나 그렇게 마구 퍼붓던 공격은 이내 곧 마파람이 변신을 풀자, 순간 멈칫, 했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바뀌어 적호에게 달려드는 마파람 님을 당황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들려오는 마파람 님의 목소리에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고는, 곧바로 텔레파시를 사용하여 마파람 님께 말을 걸려고 했다.
[구슬 씨는 금방 끼워질 거예요! 저는 누리 님을, 아사 님을 믿으니까요! 마파람 님께서는 혼자이시니까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었어요...!]
그리고 텔레파시가 끊기기가 무섭게 다시 돌변한 무표정. 공중에서 중심을 잡으며 여러 개의 화살로 적호를 겨냥하였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대로 다시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마파람을 피해서, 오직 적호에게만 명중하도록. [너 같은 것에게 베풀 자비 따윈 없어. 어서 꺼져.] / 구슬 쪽은 아사를 믿습니다! XD
리스의 텔레파시에 마파람은 조금 퉁명스럽게 이야기를 했고 적호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꼬가 잡으려고 했다. 적호는 그에 저항하듯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곧 리스의 화살이 날아왔고 적호의 움직임을 확실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많이 약해진 탓에 적호도 쉽게 저항을 하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그 둘은 적호를 확실하게 붙잡아둘 수 있었다.
그와는 별개로 청호 쪽에서는 아사가 돌을 꺼내서 누리에게 건네주었다. 그 돌을 바라보면서 청호는 당황하며 다시 누리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그 앞을 가온이 제대로 막아섰다.
"큭...!! 비키십시오! 이...천박한 늑대 같으니!"
"누리 님을 방해하게 둘 순 없지!!"
"고마워! 가온아! 그리고 모두들! 지금 현무를 깨울게!"
돌을 받은 후에 누리는 침을 꿀꺽 삼키고 마지막 남은 구슬, 미리내의 색이 담겨있는 푸른색 구슬을 별 모양의 돌 가운데에 꾸욱 끼워넣었다. 그러자 별 모양의 돌은 마치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했고 하늘 높게 솟구쳤다. 검은 구름이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하늘에서는 정말로 아름답게 빛나는 푸른 빛가루가 솔솔 떨어지며 미리내의 전역에 떨어졌다.
점점 주변을 감싸던 가혹한 바람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황폐했던 겨울의 풍경이 점점 아름답고 고요한 풍경으로 바뀌어갔다.
".......!"
"........!!"
이내 다른 지역에서처럼 미리내의 전역에 결계가 펼쳐지기 시작했고 적호와 청호는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둘 다 나름대로 저항해보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이 쉽지 않았던 것일가. 온 몸에서 검은색 연기를 내뿜으며 둘은 괴로워하며 울부짖었다.
이내 둘은 마치 소멸하듯 어디론가 팟하고 사라져버렸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해서 도망친 것일까... 이어 미리내에 아주 큰 지진이 일어났고, 얼어붙은 바다의 가운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곧 모두의 몸에 푸른색 막이 쳐지고 안전한 지대로 자동으로 옮겨졌으며, 깨진 얼음 속에서 아주 거대하고 거대한 거북 모양의 신, '현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온 몸에서 푸른색 광채를, 푸른색 빛을 내뿜는 현무의 앞으로 빛나는 구체가 떨어졌고...그것은 곧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퉁명스러운 마파람 님의 대답에도 그저 희미하게 배시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물론 그것도 잠시, 이내 다시 공격 모드에 들어갔지만. 청호 쪽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사 님께서 쳐주신 듯한 방어막에 힘 입어 더욱 열심히 공격을 가했다. 물론 화살로는 큰 타격을 입히기는 힘들었지만, 적어도 적호를 붙잡아 놓을 수는 있을테니까.
그렇게 버티고, 또 버티던 중,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 푸른 색의 빛 가루들.
"...!"
...구슬 씨를 끼우는 데에 성공하셨나봐요...! 그에 무표정했던 표정이 풀려 안도감 가득한 표정으로 변화하였다. 평소와도 같은 멍한 표정으로. ...정말로 다행이예요.
그리고 괴로워하기 시작하는 적호와 청호. 안쓰러운 듯한, 어쩌면 비웃는 듯한 묘한 눈빛으로 그 둘을 지켜보며 이내 사라지는 적호와 청호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곧 등장하는 현무 님을 바라보며 천천히 땅에 내려와 앉았다. 예의를 지키려는 듯이. ...제가 감히 그 위에 날아올라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내 앞으로 떨어지는 푸른색의 빛나는 구체를 바라보았다. ...마지막 인연의 조각.
하얀 여우 신은 은색 여우 신을 바라보면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확히는 하얀 여우 신이 바라보는 것은 은색 여우 신의 품에 안겨있는 또 다른 작은 은색 여우 신의 모습이었다. 8살 정도 되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 은색 여우 신은 정말로 곤하게 몸을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그녀의 존재가 영 꺼림칙한지, 곧 하얀 여우 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조금 꺼려하는 느낌의 말이었다.
"은호 님. 그 신은... 적호가 은호 님을 죽이기 위해서 탄생시킨..."
"알고 있느니라."
"알고 있는데도... 그 신을 정말로 딸로 삼을 생각이세요?!"
"어쩌겠느냐. 내 털에서 태어난 이다. 내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 결국 따지고 보면 나 때문에 태어난 이가 아니더냐."
"하지만...!!"
하얀 여우 신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지만 은색 여우 신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어린 신을 꼬옥 안으면서 하얀 여우 신에게 이야기를 했다.
"...역시 납득이 가지 않느냐?"
"가온이도 마찬가지겠지만..저 역시..."
"그래도..부탁이니라. 내 고집을 들어주도록 하라. ...이 아이를 너 역시도 지켜줬으면 하느니라. 가온이도 설득을 해줄 수 없겠느냐. ...가장 믿을 수 있는 너이기에..이런 부탁을 하는 것이니라."
은색 여우 신의 부탁. 그것을 들은 하얀 여우 신은...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숨을 크게 내쉬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은호 님. 저는 은호 님의 편이 되기로 했으니까요. 그러니까..그 아이도.. 확실하게 돌보고 지키도록 할게요."
"고맙다. 고마우니라."
정말로 고맙다는 듯이 은색 여우 신은 하얀 여우 신을 바라보면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하얀 여우 신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저는 언제나 당신의 편. 그러니까...저를 믿어주는 당신에게 저 역시 신뢰로 답할게요. 은호님." "...아니. 언니. ...태어날때부터 언제나 함께였던 저의 하나 뿐인 언니."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고 미리내는 곧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어느새 손에 붙잡혀있는 빛나는 구체는 곧 그 전의 3개의 구체와 합쳐졌고 하나의 빛나는 구체로 합쳐졌다. 그것이야말로 백호가 가지고 있는 인연. 강제로 끊어졌던 인연이었다. 그 구체 속을 가만히 바라보면 지금까지 백호와 있었던 일들을 영상처럼 보는 것이 가능했다. 먹방을 했던 것도, 그저 잡담을 나눈 것도...혹은 라온하제에서 있었던 일들 속에서 함께 했던 것들도.. 그 모든 것이 그 구체 속에 담겨있었다.
ㅡ축복의 여우가 나에게 맡긴 인연의 조각. 그것을 돌려드리죠. ㅡ다솜, 아라, 가리. 그리고 이어 미리내까지 수복한다고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ㅡ하지만 아직 쉴 때가 아닙니다. 여러분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역, 비나리. ㅡ그곳을 수복하지 못하면..머지 않아 그곳에서 흐르는 재앙의 힘으로 인해 다시 전 지역은 오염되고 말 겁니다. ㅡ자. 용기 있는 신들이여. 어서 비나리로 가세요. 황룡님이 계신 그 폭포. 그곳에서 우리들은 여러분들을 돕겠습니다. ㅡ당신들의 용기가... 즐거운 내일을, 축복을 이어갈 겁니다.
말을 마친 현무는 크게 울부짖으며 물 속으로 자신의 몸을 감추었다. 방금전까지 존재했던 거대한 거북인 현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어느새 고요하고 서늘한 겨울 풍경만이 보일 뿐이었다.
한편, 모두와 함께 안전한 곳으로 이동되었던 마파람은 다시 복면을 뒤집어 쓴 후에 리스를 바라보다가 흥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따, 딱히 도와달라고 한 적 없어! 아무튼..아디오스!"
이번에는 정말로 사라질 생각인지 마파람은 연막탄을 터트렸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모든 것을 집어삼켰고, 그 연기가 사라졌을 무렵에는 더 이상 마파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마파람 녀석...다음에는...꼭..!"
"그래도 잘은 모르겠지만 도와준 모양이니까... 이번엔 그냥 봐주자. 응?"
"....누리님이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면.."
어쩔 수 없다는 듯 가온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 누리는 두 손을 모은 후에 환하게 웃었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다시 이야기했다.
"비나리로 가야겠지? 분명히 비나리에선 흑호가...그리고 어쩌면 백호 언니도 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정말로 위험할지도 몰라. 그래도..나는 역시 모두와 함께, 모두와의 추억이 있는 이 라온하제를 되찾고 싶어. 그러니까...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지 않을래?"
천천히 론을 다시 품에 안아들고, 현무 님의 말씀을 가만히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마지막으로 가야할 곳은 바로, 비나리. ...황룡 님. 그 분을 만나게 된다면... 정말로 구할 수 있는 걸까요? 이 라온하제를. 모두가 지금까지 이렇게 힘내왔는데...
생각에 잠기면서도 사라지는 현무 님에게 천천히 두 손을 모아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올리는 것은 잊지 않았다. '신' 님께 예의를 갖추는 것은 당연했으니까. 그리고 마파람 님께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자, 천천히 고개를 돌려 마파람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곧 툴툴거리다 사라지시는 마파람 님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뒤늦게 희미한 미소를 배시시 지어보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마파람 님께서 나쁜 분이 아니시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자신이었으니까. ...다만... '의심'. 그것은. "......"
가온 님께서는 마파람 님을 붙잡지 못한 것이 여전히 분한 듯 싶었지만, 자신 역시도 누리 님의 말씀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오늘만큼은,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리고 이어지는 누리 님의 말씀을 가만히 경청하여 듣다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백호 님과는 이런저런 일들을 정말로 많이 겪으며, 여러 가지 추억을 쌓았었던 자신이었으니. 더군다나 라온하제 역시도. ...자신이 살아온 이 곳을 어떻게 버릴 수가 있을까. 자신이 처음으로 자신의 집을 만들어 살아갈 터전을 만든 곳을.
"......"
...반드시, 함께 할게요, 누리 님. ...제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대신한 눈빛은 강인했다. 서로 다른 두 눈동자 역시 굳건한 다짐을 내보이며.
비나리에서 있을지도 모르는 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흑호와 백호. 그 둘의 존재는 아주 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없는 노릇. 누리는 리스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강인한 눈빛과 굳건한 다짐을 바라보며 힘을 얻은 것일까. 누리는 리스에게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좋아! 가온아! 그럼 비나리로 가자! 무지개가 피어나는 폭포로!"
"알겠습니다!!"
이어 가온은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나리로 돌아가기 위한 워프에 필요한 신통력을 회복하자마자 모두를 비나리로 워프시켰다. 라온하제의 가장 중요한 심장부. 축복의 힘이 흘러야만 하는 그 곳. 비나리를 향해서...
라온하제와 인연을 되찾을 수 있을 지에 대한 결말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가자. 모두들..! 우리들의 라온하제를 되찾자! 우리들의 인연의 힘으로!!"
//이렇게 오늘자 이벤트는 끝입니다!! 다음 일요일에...아마 결말이 날 듯 하네요. 아무튼...모두들 이벤트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웹박수로 들어온 메시지. 아주 잘 받았습니다. 사실 저로서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사안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지적이 나왔다면 그것을 모르는 척 넘겨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일단 원문을 올릴까 하다가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기에 중요한 문구만 올려두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내 착각일까봐 오래 지켜봤는데 내가 보는게 틀린거 같지는 않았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왜 리스주는 스레주를 대할때만 싸해짐? 다른 레스주 대할 때는 온갓 괄호체 느낌표 이모티콘 다 가져오면서 좋은말만 쓰면서 왜 리온주를 대할때만 매번은 아니지만 그게 다 사라지고, 묘하게 비꼬는 말을 적음? 이모티콘 그게 뭐 대수냐, 싶겠지만 사람마다 대하는 태도가 그렇게 노골적이면 안되지, 가끔은 스레주한테도 살갑게 말하지만, 정말 가끔이고, 다른 사람한텐 일체 싸하게 안말하더라고.]
[혹시 사람이 처음의 비해 별로없어서 텐션이 낮아진걸까 싶은거였음, 근데 사람들이 어느정도 돌아온 지금도 딴 사람한텐 최고로 열심히대해주면서 북적거리는게 끝나면 스레주한테만 또묘하게 대하는게 보여서 그건 아닌거같더라.]
[이 지적글이 합당하면 난 리스주한테서 다른것보다 우선 "해명"이 듣고 싶음, 왜 그랬는 지, 굳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는 지, 얼버무리지 말고 제대로 해명해주기를 바람.]
차후 리스주는 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만... 일단 그와는 별개로 저 자신은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겠습니다. 이전에 리스주와 함께, AT필드 관련으로 지적을 받은 적도 있는만큼... 거리감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으니까요. 일단 지적글이 올라온 이상 그것을 그냥 묻어둘 수는 없기에 이렇게 올려둡니다. 하지만 저 개인으로서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있으며 마음고생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하겠습니다.
저도 단도직입적으로 솔직하게 말씀 드리자면, 저번에 AT 필드로 지적이 들어왔던 이유도 컸고, 사람이 처음에 비해 별로 없어서 텐션이 낮아진 것도 맞고, 현생의 일이 힘들어서 그랬습니다.
분명 예전에는 리온주에게도 온갖 괄호체, 느낌표, 사진 및 짤 첨부 등을 했었지요. 그러나 AT 필드 지적을 보고 나서 이 방식이 잘못된 건가, 싶어서 최대한 리온주와 거리를 두고 조심하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그나마 가끔씩 사람들이 와주시지만, 그 때에는 정말로 거의 리온주와 저 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후로도 계속 리온주에게 살갑게 대했다가 또 그런 지적을 받을까봐 두려워 일부러 더욱더 공적으로 대하려 했습니다. 그런 지적이 다시 안 나오게 말이예요. 그 때의 지적을 잘 숙지하고 있다는 일종의 이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께 더욱더 살갑게 대하려 하는 것도 이것의 연장선이기도 합니다. 안 그래도 거의 리온주와 저, 둘만 지키고 있던 스레. 심지어 이벤트를 저 혼자 참여했던 적도 종종 있었지요. 일종의 '전투' 비슷한 것이 있는데도 말이예요. 그래서 다른 분들께서 가끔씩 와주시는 게 정말로 반갑고 고마워 더 자주 와주셨으면, 싶은 마음과 스레가 북적였으면, 아니, 최소한 북적여 보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 그리고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리온주와 AT 필드 형성이 아니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 더욱 그랬었습니다. 초기의 북적였던 분위기를 다시 내보고 싶어 일부러 오버 반응하면서까지 텐션을 높이려 노력했던 겁니다. 실제의 저는 매우 우울하고 어두운 사람인데도 말이예요. 그런데 텐션이 낮으면 사람들께서 스레에 안 와주실까봐... 두렵고 슬퍼서 일부러 더 밝은 척, 말 그대로 최고로 열심히 대해드리려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저는 라온하제 스레의 정말로 초기부터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지금까지 거의 매일매일을 리온주와 만나왔습니다. 그러면서 리온주가 편하게 느껴져, 현생이 지쳐가니 마냥 좋은 모습만 보이는 게 힘들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는 최대한 힘들다는 말이나 그런 것들을 스레에 말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그러고 싶어요. 굳이 말해봤자 스레의 분위기만 무겁게 만들고... 다른 분들께서도 힘드신데 괜히 거기다 대고 힘들어요, 징징징하고 싶지 않아서 말이예요. 저보다 훨씬 더 힘든 분들이 많으시기도 하고... 그런데 그 앞에 대고 징징징하고 싶지는 않고... 그런데 초기의 저와 다르게 지금의 저는 정말로, 정말로, 많이 지쳤습니다. 바로 위에서만 봐도 계속 일한다, 일을 도와드리고 있는 중이다, 를 계속 말하고 있고, 일상을 돌리고 싶어도 돋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사실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건강과 체력, 정신력 또한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해, 잠들기 직전까지 기침하고, 병원에 가도 나아지지 않고, 아침을 먹어도 다 토하고, 저녁을 먹지 못하고,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해 계속 깨거나 매우 적은 시간을 잠자거나 하는 식의 생활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텐션도 낮아지고, 집과 가정에도 문제가 생기고, 감정 쓰레기통 취급 당하고, 삶의 모든 것들이 다 우울해져 무기력하게 멍 때리는 날이 잦고, 마냥 밝은 모습만 보이고 싶지 않아, 상대적으로 자주 만나서 스레 내에서 더 편하게 느껴졌던 리온주에게 일종의 투정을 부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도...
이것이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었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리온주께서는 딱히 신경을 쓰지 않으신다고는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사과를 드리는 것이 맞겠지요. 죄송합니다. 리온주께도, 저 웹박수를 보내주신 분께도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지적글이 합당하느냐, 안 하느냐, 신경을 쓰느냐, 안 쓰느냐의 문제를 다 떠나서, 이렇게 지적이 들어왔다는 것은 분명히 제 행동에, 저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서 깊이 고개 숙여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이제는 리온주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편하게 대하면 AT 필드, 공적으로 대하면 편파 반응... 사실 AT 필드 지적 이후로 공적으로 대해도 그런 이모티콘 같은 말투 이외의 것들은 예전과 똑같이 행동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벤트에도 최대한 다 꼬박꼬박 참여하려고 하고, 리온주랑 일상도 정말로 가끔이지만 돌리고, 오너가 아니라 최대한 캐릭터 잡담 쪽으로 넘어가서 이것저것 썰도 풀고... 그런데 이제는 어떻게 해야 좋은 걸까요? 너무 혼란스럽고 두렵습니다...
...지금 결국 일하느라 밤을 새서 잠을 거의 못 자고, 계속 울면서 쓴 글이라서 많이 횡설수설 할테지만... 일단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그리고 제 이유가 어떻든과 상관 없이, 다시 한 번 더 거듭 리온주와 저 웹박수를 보내주신 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저의 이 말씀들이 얼버무리지 않는 "해명"이 되었을까요? 그랬다면 정말로 좋겠습니다.
하이하이에요! 리스주! 일단 긴 글을 쓰신다고 수고 많았습니다. 딱 제가 예상하고 있던 이유들이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군요. 저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냥 리스주가 대하고 싶으신대로 대하면 됩니다. 저것은 틀림없는 설명이며... 라온하제 레주는 더 이상 이 관련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미 저런 이유들을 추측하고 있었기에 저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으니까요. 기분이 나쁘냐고 물으면 전혀요. 오히려 AT 필드 관련의 지적이 나왔기에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제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생각 이상으로 리스주가 힘든 현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인데... 어떻게 쉬라고 해도 쉴 수가 없는 상황이겠지요.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고생하는 것도 절로 느껴지고요.
일단 울음을 그치시고... 조금 찬 바람을 쐬면서 쉬었으면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신경을 쓰지 않으며, 오히려 저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다 지적글이 올라왔으니 그냥 넘길 순 없을 것 같아 올리긴 했습니다만... 이제 설명이 되었으니 더 이상 이 관련 지적글은 받지 않겠습니다. 제가 낼 수 있는 의견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러니까 리스주는 그냥 저를 대하고 싶은대로 대하시면 됩니다. 굳이 억지로 이렇게 저렇게 컨셉을 정하지 마시고...그냥 대하고 싶은대로 대하시면 됩니다. 리스주 또한 라온하제에 찾아오신 분이고... 저는 라온하제에 찾아온 이들을 모두 품어주고 싶으니까요. 일단 핸드폰을 내려놓으시고 조금 머리를 식히시고 울음을 그치셨으면 해요. 이 일로 제 눈치를 보지 마시고 그냥 리스주가 하고 싶으신대로 하시면 됩니다. 라온하제는 그런 곳이니까요.
음...음... 일단은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할게요. 지금은 완전히 지쳐버려서, 뭔가 감사하다는 말을 더 적고 싶어도 저 해명글을 적었더니 기운이 완전히 빠져버려서... 우는 것도 기운이 딸리네요.ㅋㅋㅋㅋㅋㅋ 멍한데 눈물만 계속 나와서...
아무튼... 저는 일단 가족들이 오기 전에 집안일도 좀 하고! 세수도 좀 하고! 그러고 오겠습니다! XD 일상 돌려서 각종 티켓들도 사용하고, 다른 캐릭터들 많이 만나고 싶은데 이러다가 나중에 급하게 멀티 일상 엄청 돌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ㅋㅋㅋㅋㅋ 물론 저는 팝그작도 좋아하지만요!
무엇이건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자신의 몸에 맞춰서 하는 것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리스주. 힘들때는 조금 쉬셔도 좋고, 굳이 계속해서 지키지 않아도 되니까 자기 자신을 좀 더 소중하게 여겨줬으면 해요. 앞으로 남은 한 달. 그 한 달 동안 리스주에게 있어서 라온하제가 펼쳐지길 바라겠습니다. 일단 바람도 쐬고..세수도 좀 하시고...그리고 기운도 내시고..! 아무튼..결론은 다녀오세요!
갱신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상처 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럼에도 괜찮습니다. 이해합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저를 거의 매일매일 봐오셨던 리온주께서도 제가 살아가고 있는 사정의 힘든 정도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말씀하실 정도였으니까요. 그만큼 제가 일부러 스레를 어둡게 하고 싶지 않아 제 이야기나 사정을 말하지 않았고, 그 탓에 웹박수를 보내주신 분께서도 충분히 그런 오해를 하실만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저의 업보일지도 모르고 말이예요. 그리고 저 역시도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상처 입혀왔기에 그로 인한 죄송함을 가지고 있고, 그러므로 이해할 수 있어 괜찮습니다. 살아가는 것은 필연적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사실 그만큼 저보다도 더 라온하제 스레를 아껴주시는 것 같아서 오히려 감사하기도 합니다. 사실 진정한 사과문은 자기 사정을 구구절절하게 적지 않는 거라고 봤는데, 어제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너무 궁지에 몰려서 마구 적어버린 것 같아서 죄송스럽고 또 부끄럽네요...ㅋㅋㅋㅋ 징징거리고 싶지 않았는데... 오늘도 글을 보자마자 울어버려서... 죄송합니다.
다만... 당분간이라고는 해도, 눈치를 안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편하게’ 혹은 ‘공적으로’ 하는 식으로 컨셉을 정해놓는다면 그대로 반응하면 되는데, 어느 쪽으로 행동하든 똑같이 지적을 받으니 솔직히 너무 혼란스럽고 제 말이나 행동이 어떻게 보일지 너무 두렵습니다. 삐걱거리는 인형이 된 기분이예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 레스를 끝으로, 저의 이런 혼란스러움이나 두려움이나 슬픔을 티내지 않을 테니까요. 리온주께서도 더 이상 이 관련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하셨으니, 여기서 말을 멈추겠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 음... 음... 사실 글을 보면 계속 우니까 오지 않으려 했는데... 그래도 답은 해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러니 웹박수를 보내주신 분께서도 즐거운 상판 생활 하시고, 좋은 나날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XD
하이하이에요! 리스주...! 어서 오세요...그리고 다시 우시는군요. (토닥토닥) 울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리고...정말로 그냥 리스주가 하고 싶은대로 하시면 됩니다. 눈치를 볼 필요는 더욱 없어요. 놀려고 오는 건데 그렇게 눈치를 보면 되나요.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되고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되고 좋은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되니까...그냥 편하게 쉬기 위해서 오셨으면 해요!
>>572 >>574 안녕하세요, 스레주! XD ㅋㅋㅋㅋ저는 괜찮습니다! 늘 울기도 했었고... 익숙하니까요! :D 그리고 사실 저는 이모티콘도, 괄호체도,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ㅋㅋㅋㅋ 역시 사용하는 게 더 나은가봐요. :) 그리고 음...음... 편하게 쉬기 위해서라도... 지킬 건 지켜야 좋을테니까요! XD 아무튼 먹을 거예요! 수박 화채! 사실 일상을 돌리게 된다면 NMPC들이랑은 은호 타워에 가보고 싶고, 아사랑은 '시간' 도서관에 가보고 싶고, 밸린이랑은 티타임을 가지고 싶고, 소아랑은 미리내에서 별을 보고 싶거든요! XD
>>575 늘 이야기하지만 그냥 편한대로 하시면 됩니다. 스레는 놀려고 온 곳이지. 일을 하기 위해서 오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냥 편한대로 하시면 되고... 그것에 익숙해질 필요는 없어요. 그런 것에 익숙해지는 것은 너무 슬프니까요. 아무튼...ㅋㅋㅋㅋㅋ 하고 싶은 것이 많으시군요. 그것들을 전부 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래봅니다. 그보다 NMPC들과 은호 타워에... 누구랑 뭘 하고 싶으신가요?
>>576 음...음... 저는 그냥 여기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요. 더이상 이야기하는 것도 보기에 좀 그러니까요. :) 아무튼... 일단은 감사합니다. :)
아무튼 이렇게라도 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놓아야 무기력이 사라지니까요!ㅋㅋㅋㅋㅋ XD 저는 NMPC들 아무나 다 좋아서 상관 없습니다! 그냥 은호 타워 일상을 한 번도 안 돌려봤는데, NMPC들이라면 그 내부라든가를 잘 알고 있을 것 같기도 해서... NMPC들이 은호 타워 내에서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따라가고 싶네요! :)
식사 준비를 마치고 슬슬 식사를 하려는 도중에 레스가 보여서 응답을 드리겠습니다. 웹박수는 이미 확인했습니다. 다만 여기에 더 쓸 내용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과거에 자신은 이런 의미로 이야기를 했다고 이야기를 하는건데 지금 와서 굳이 그것을 여기에 더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이미 다 끝난 이야기고 그 관련은 더 이야기를 받을 마음이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그 대화를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 (호기심) 여담이지만 가온이는 오늘도 열심히 신과가 안 떨어지게 비닐을 덮어주고 있는 중이고 백호는 파전을 먹고 있으며, 누리는 은호 품에 안겨서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눈을 감고 있고, 은호는 그런 누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고 있답니다!
아라. 그곳은 그 애에겐 아주 혹독한 장소였습니다. 그러나 그 애는 지금, 다른 애들과 비슷한 복장을 한 채 서 있었습니다.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는 챙이 넓은 짚으로 엮은 모자는 여자애 것인 듯 큼지막한 리본이 달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애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것을 쓰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언제나 입는 헐렁한 흰 윗옷에 까만 반바지를 입고 손에는 전에 보지 못한 물건을 들고 있었습니다. 기다란 막대처럼 생겨 끝엔 촘촘한 그물망이 매어진 잠자리채가 하나, 다른 손엔 무언가 담을 것인지 푸른 양동이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애는 다른 애들과 발맞추어, 아니, 조금은 뒤처질 듯 말 듯한 걸음걸이로 다른 애들을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맴- 매앰. 울리는 매미 소리를 뒤로하고, 청명한 하늘빛이 쏟아져 내리는 푸른 나뭇잎이 가득한 숲을 지나 도착한 곳은 산속 깊은 곳의 연못이었습니다. 하늘 가득한 나뭇잎이 햇빛을 적절하게 가려주고, 시원한 산바람이 실컷 불어오는 곳에 그늘진 연못에 그 애의 시리도록 푸른 눈도 반짝거렸습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은 아니었지만, 깊은 연못은 투명하고 맑았습니다. 그곳에 유유히 헤엄치는 통통한 물고기들은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듯 유영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애가 호기롭게 먼저 시범을 보이는 것을 보고 다른 애들도 앞다투어 물고기 사냥을 시작했습니다. 그 애도 그것을 엉거주춤 보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잠자리채를 잡고 떠다니는 물고기를 유심히 보았습니다.
다른 애들이 양동이를 아예 채우지 못하거나, 몇 마리만을 채웠을 때 그 애는 벌써 양동이를 가득 채운 후였습니다. 눈표범의 본능적인 동체 시력 덕분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애는 사냥감을 보는데 익숙해져 있어서 물고기 낚기쯤은 식은 죽 먹기였습니다. 어느새 그 애의 주위로 다른 애들이 와글와글 모여들었습니다. 그 애는 부끄러운 듯 새하얀 얼굴을 딸기처럼 빨갛게 물들이고서 모자의 챙을 잡고 얼굴을 가리려 애쓰고 있었습니다.
그 애는 양동이 가득 잡은 물고기 몇 마리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다른 애들한테도 조금 나누어주었습니다. 혹시나 실망하지 않도록 하는 그 애만의 배려였습니다. 우글우글 떠들던 다른 애들은 그 애를 남겨둔 채 떠나버렸습니다. 혼자 남겨진 그 애는 나머지 물고기들을 다시 연못을 돌려 보내 주었습니다. 혼자선 이 물고기들을 다 먹지 못하거니와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거기다 물고기도 잡아먹히는 것보다 원래 살던 곳에 돌려보내 주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더워."
쭈그려 앉아 가만히 유영하는 물고기를 보던 그 애는 결국 잠자리채와 양동이를 놓고 그대로 연못 속으로 풍덩 빠져버렸습니다.
가리의 살랑살랑한 바람이 그 애의 하얀 얼굴을 살며시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애는 아라에서 썼던 모자를 쓰고 잠자리채와 노오란 채집통을 손에 꼬옥 쥐고서 산 위로 오르는 중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가을 산의 청취는 그 애가 느끼기에도 고요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미리내의 혹독하고 춥지만, 그럼에도 느껴지는 포근한 아름다움과는 다른 모습이 그 애에겐 새롭게 다가왔을지도 모릅니다.
그 애는 반듯하게 나 있는 산책로를 지나 숲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혹여 살랑이는 가을바람에 소중한 모자가 떨어질까 걱정하듯, 꼬리처럼 내려온 기다란 리본 끝을 꼬옥 붙잡은 채였습니다. 그 애는 아무도 없는 가을 산을 가로지르며 동그란 귀를 쫑긋거렸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는 그 애의 푸르른 눈은 빨갛고 노란 단풍잎들 사이에서도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그 애는 잠자리채를 높이 들었습니다. 아라의 연못에서 즐겼던 잠자리채 낚시와는 달리, 정말로 잠자리를 잡으려고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그 애는 목을 쭈욱 빼곤 하늘을 바라보며 잠자리를 찾았습니다.
"...있다!"
그 애는 침착하게 잠자리채를 휘둘렀습니다. 그 애는 조그만 다리로 폴짝폴짝 날렵하게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채집통에 잠자리가 가득 차버렸습니다. 그 애는 가득 찬 채집통을 열어 다시 잠자리들을 풀어주고, 멀리 날아간 잠자리들을 다시 잡는,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지간히 심심했던 모양이었습니다. 그 애는 지친 기색도 없이 채집통을 가득 채우고 풀어주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빈 채집통을 들고 뿌듯한 표정으로 그늘진 나무 밑으로 향했습니다. 잠시 쉬려는 모양인지 나무 밑에 풀썩 주저앉아서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감은 눈 위로 부드러운 가을바람이 스쳐 지나가며 그 애를 포근하게 감싸주었습니다. 이대로 잠에 빠져들 것만 같은 기분에 그 애는 흐르듯 몸을 맡겼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애에게서 차분하고도 고요한 숨소리만이 들려왔을 뿐이었습니다.
이 곳은 미리내. 정확히는 미리내의 언덕. 추위를 많이 타던 자신으로서는 그다지 많이 오지 않았던 곳. 그러나 오늘은 평소와 똑같지만 솜이 들어간 두툼한 옷차림과 목도리까지 하여 완전무장한 모습으로 혼자, 그것도 어두운 밤에 미리내로 찾아왔다. 왜냐하면...
"...별 씨가 보고 싶어요."
그동안은 분홍색의 벚꽃잎들만 봐오거나 반딧불이의 희미한 빛을 환각 능력으로 만들어내어 즐기던 자신이었지만, 오랜만에 밤하늘에 가득히 반짝이는 별빛들이 보고 싶었다. 물론 환각 능력으로 만들어내던 집 안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겠지만... 실제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를 테니까. 더군다나 실제로 별빛들을 본다면, 그만큼 환각도 더욱 실제처럼 잘 만들어낼 수도 있을테니.
"...하아..."
하지만 역시 춥기는 추웠다. 살짝 바들바들 떨며, 숨이 흰 입김으로 변하여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천천히, 꾸준히, 느릿하게 언덕 위를 걸어올라가 그 위에 도착했다. 그리고 하늘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자신의 한 시야에 들어오는, 밤하늘을 가득히 수놓은, 아름답게 빛나는 수많은 별들.
"와아...!"
그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순수하게 감탄의 소리를 내었다. 추위에 떨던 빨간 얼굴마저 기쁜 듯한 미소를 가득히 지었다. ...그러나...
그 애. 여전히 헐렁해 보이는 하얀 티셔츠 한 장과 품이 넓어 보이는 반바지 하나로 미리내를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본다면 웬 어린애 하나가 보호자도 없이 이 추운 미리내를 어슬렁거린다고 이야기하겠지만, 그 애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그 애가 안쓰러워 보인 다른 이들에게 약간의 원조를 받기도 했습니다. 돈이 없는 이로 보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애는 어스름이 넘어가는 불빛의 노을이 지고, 완연한 밤하늘이 피어오르자 성큼, 걸음을 옮겼습니다. 언제나의 언덕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그 애는 조막만 한 키로 성큼성큼 언덕 위를 올랐습니다. 얼떨떨하게 받은 손수 짠 목도리라던가, 모자를 들고 그 애는 완만한 언덕을 제집인 양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언덕 위로 올라온 그 애는 금방 다른 이의 기척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혹여 미리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인물이라면 바로 공격할 수 있도록 만발의 준비를 한 채였지만, 언젠가 보았던 인물이 그 애의 시리도록 푸른 시야에 맺혔습니다. 그 애는 작달한 키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습니다. 맨발에 소복소복 밟히는 보드라운 하얀 눈의 촉감은 언제나 좋았습니다.
"...저기..."
그 애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습니다. 왠지 분홍빛으로 빛나는듯한 모습이, 빛을 가리는 밤하늘이라도 잘 보이는 것 같않았습니다. 그 애는 어쩐지 추워하는 상대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불쑥 말을 걸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라는 진부한 인사는 눈인사로 대신하기로 한 모양입니다.
"추워요?"
그 애는 받은 목도리라던가 모자는 별로 필요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애는 차가운 눈송이 바닥에 구르고 싶어하는 이였습니다. 그 애는 손에 든 목도리와 모자를 불쑥, 상대에게 내밀었습니다. 그 애는 순진한 듯, 차갑게 빛나는 청청한 눈동자로 상대를 보고 있었습니다.
한 번 나오기 시작한 재채기는 쉽게 끊기지 않았다. 너무 오랜만에 이런 미리내의 추위를 느껴서일까, 몸이 조금 놀란 것 같기도 했다.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하고 왔는데도 말이예요... 이러다가 또 한동안 앓아 눕는 것은 아닐까, 싶긴 했지만, 가지 말라는 론의 말을 들을 걸 그랬나봐요... 싶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오늘은 꼭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보고 싶었기에 나름대로 고집 아닌 고집을 부려 결국 다행히도 별을 보는 데에는 성공했다. ...너무 춥기는 했지만.
애써 목에 두른 목도리를 두 손으로 붙잡지만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어찌하지는 못할 무렵,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한 박자 늦게 움찔, 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마주친 푸른 눈동자와 잿빛의 긴 머리카락의 한 '신' 님. 자신보다도 훨씬 더 작은 그 '신' 님을 서로 다른 색의 멍한 두 눈동자로 바라보다가 몇 박자나 늦게서야 뒤늦게 ...핫, 하고 정신을 차렸다.
"아, 안녕하세요, '신' 님...!"
황급히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허리를 꾸벅, 숙여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추위 때문인지 빨갛게 물든 얼굴로, 고개를 느릿하게, 작게 끄덕끄덕였다.
"......네, 조금... ...제가 받아도 괜찮으신가요?"
자신에게 내밀어진 목도리와 모자와 '신' 님을 번갈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두 손을 내밀어 그것들을 받아들었다. 꾸벅, 다시 허리를 숙이며.
"...정말로 감사합니다, '신' 님. ...저는 리스라고 하는 평범한 홍학이예요. ...'신' 님의 성함을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으며 공손히 자기 소개를 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갸웃했다. 가끔씩 스쳐지나가듯 뵌 적은 있던 '신' 님이셨지만, 제대로 만나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호기심과 알고 싶다는 마음이 멍한 두 눈동자에 희미하게 반짝였다.
>>802 아니예요, 소아주! 소아주의 필력이 얼마나 대단한데요! 위에 독백들도 그렇고, 늘 감탄하고 있다구요! XD(야광봉) 그리고 낭만적이죠! 그래서 좋아요! XD 뭔가 소아의 홈그라운드로 놀러간 느낌...! 심지어 소아는 미리내의 관리자 님이시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소아의 귀여움이예요! XD 그리고 오타는 괜찮아요! 저도 오타 많이 나니까요...ㅎㅎㅎ
그 애는 받아도 괜찮으냐 묻는 상대의 질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조그만 손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그 애는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목도리와 모자를 내밀고 있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대로 받지 않는다고 해도 그 애로서는 아무렇지 않을 테지만, 역시 받아주는 쪽이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찬찬히 받아들여 주는 상대에 그 애도 자연히 일자로 무표정이 펴져 있던 입가를 조금은 위로 호선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그 애는 상대의 자기소개에도 시퍼런 안광을 멍하니 띄우고 있다가 금방 고개를 갸웃거리고 말았습니다.
"평범...?"
그 애는 멍한 표정으로 금방이라도 다른 세계로 들어가버릴 것 같았습니다. 멍한 표정을 짓던 그 애는 금방 정신을 차린 듯, 이름을 조그맣게 말하였습니다. 소아, 라고 자신의 이름밖에 말하지 않은 그 애는 멍하니 리스를 한 번, 하늘에 떠 있는 별빛을 한 번 보았습니다.
"...리스님도,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그 애는 문득 발그란 입술을 열고 물었습니다. 무수한 별을 보던 그 애는 어느새 리스에게로 시선을 옮긴 채였습니다. 싫어한다고 해도 어쩌진 않을 테지만, 이렇게 추운 곳의 별을 일부러 보러오는 `평범한` 신은 없을 것이었습니다. 그 애는 그만, 앞에 있던 리스를 상당한 괴짜라고 문득 생각해버린 걸지도 모릅니다.
"...저도 평범한 눈표범이에요."
그렇게 그 애는 늦은 자기소개를 문득, 띄엄띄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애의 푸르른 눈동자가 다시금 쏟아지는 별빛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헐렁한 하얀 반팔 티셔츠는 모른척하며, 불어오는 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말입니다.
'신' 님께서 살짝 미소를 짓자 기쁜 마음에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던 것도 잠시, '신' 님께서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시자 한 박자 늦게 똑같이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제가 잘못 말씀 드린 걸까요...? 조금은 불안한 마음에 살짝 눈치를 보며 고민하던 중, '소아'라는 말이 들려오자 느릿하게 두 눈동자를 깜빡였다.
"...소아... 소아 님이셨군요. 만나뵙게 되어서 정말로 영광이예요, 소아 님."
기쁜지 작게 배시시 웃으며 다시 한 번 더 소아 님께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소아 님의 질문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별 씨들이 보고 싶어서... 다솜에서 열심히 미리내로 찾아왔답니다. ...환각으로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진짜 별 씨들이 보고 싶어서..."
그리고 다행히도 그렇게 고생한 보람이 있는 풍경이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밤하늘에는 쏟아질 듯한 별들이 가득히 빛나고 있었으니까. 어둠과 빛들이 대비되는 그 아래에 서있는 분홍색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다 이어진 소아 님의 말씀에 깜짝 놀라며 다시 소아 님을 바라보았다.
"...소아 님께서도... 이신가요? 하지만 소아 님께서는 '신' 님이시지 않나요? '신' 님들께서는 결코 평범하신 분들이 아니신데..."
약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멍하니 소아 님을 바라보다가 문득 겨울 바람이 불어오자 살짝 몸을 떨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하지 않았던 소아 님의 목도리와 모자를 들고, 소아 님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소아 님께서는 춥지 않으신가요? 마음은 정말로 감사하지만... 저보다는 소아 님께서 하시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이 목도리 씨와 모자 씨..."
그 애는 높게 묶인 머리카락 사이로 아무것도 없는 휑한 자신의 가느다란 목덜미를 살며시 만졌습니다. 머리를 묶은 채로, 거기다, 바람이 숭숭 들어 올 것만 같은 반팔에, 짧은 반바지라면, 역시 `평범` 이라는 범주에는 들어가지 않을 모양입니다. 그 애는 그러나, 리스의 말에 다시금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리스님도 `신`이시잖아요?"
어째선지 맞물리지 않는 대화였습니다. 그 애는 그저 상대의 말에 따라 자기소개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 방법은 좋지 못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 애는 걱정스러운 리스님의 말에 그저 대답했습니다. 담백하고, 상냥하지는 못한 몸짓이었습니다.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보라, 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그 애는 직은 두 손의 주먹을 꼬옥 쥔채 양팔을 벌려 자신이 하는 복장을 보라는듯했습니다.
"...저는 이 날씨가 좋아요."
그리고 당당히도 이렇게 매섭고 추운 바람과 날씨가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역시 평범한 신들은 기함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애는 아직도 그 애가 준 목도리와 모자를 들고 재채기를 할 듯 말 듯한 분홍색 동그라미에 시선을 던져두었습니다.
소아 님의 말씀에 대한 대답은 한참만에야 머뭇거리며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벽한 문장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야 '저는'이라는 말 뒤로는 그 어떠한 말들도 더 덧붙여지지 않았으니.
예전 같았으면 곧바로 "저는 '신' 님이 아니예요, 소아 님." 하고 대답했겠지만... 지금까지 너무나 혼란스러운 일들이 많았기에. ...저는... 어째서 곧바로 '신' 님이 아니라고 대답할 수 없는 걸까요? 이것조차, 진짜 '신' 님에 대한 무례가 될 수 있는데...
"......"
그러나 여전히 대답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자연스럽게 흐지부지 말을 넘어가게 되었다. 그 대신 소아 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감탄하듯 순수한 눈동자을 반짝반짝 빛내었다.
"...소아 님께서는 겨울 씨의 날씨가 좋으신가요? 대단하세요, 소아 님! 역시 '신' 님께서는 강하신 거군요...!"
두 손까지 꼬옥, 주먹 쥐어 동경과 존경 어린 두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자신은 추위에 버티는 것도 고작이었는데. 그렇기에 결국 참지 못하고 재채기를 작게 하다가, 잠시 고민을 하곤 소아 님의 말씀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목도리 위에 또 목도리를 하고 모자까지 머리에 살짝 썼다. 얼굴이 반 이상 가려졌지만, 덕분에 추위가 조금은 가시는 듯한 느낌이었다. ...따뜻해요.
>>824 >>827 소아주의 상냥함과 소아의 귀여움에 역으로 제가 반해버릴 것 같아요...8ㅅ8(???) 그리고 아니예요, 소아주! 아직 괜찮아요!ㅋㅋㅋㅋ 어차피 주말이니까 불태울 거예요! XD >>826 아니면 은호 님께서 수고하시지 않게 리스가 환각으로 보여줄 수도 있지요! :)
그리고 소아의 엄마는 은호 님, 소아의 아빠는 가온이가 되는 거군요! :D(깨달음)(???)
>>832 소아 너무 귀엽죠! XD(야광봉) 사실 보고 싶은 장면이라든가 그런 게 있다면 리스에게 말씀해주시면 보여드릴 수 있답니다! 단, 환각들은 리스의 기억과 상상에 의존해서 그것들을 벗어나면 조금 어렵지만요... 그리고 족보가 꼬여도 재밌지 않나요? 엄마 은호 님, 아빠 가온, 이모 백호, 딸 누리, 아들 소아! 완벽하네요! :D(???)
그 애의 시리도록 푸른 눈동자는 무구히 빛나며 별빛에 반짝이는 홍학을 보고 있었습니다. 어떤 대답이 나올지도, 혹은 나오지 않을 그 분홍 입술에 파란 시선이 맞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애는, 길고 긴 대답을 기다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애는 듣지 않아도 괜찮고, 들어도 괜찮을, 그런 행동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네 맘대로 해라.` 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아뇨, 저는 그저 눈표범이기에 이런 날씨도 끄떡없는 거랍니다. `신` 이라서 강한 게 아니라요."
그 애는 담담히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날씨와 상관없는 이들이야 있겠지만, 그 애는 좀 더 본능적인 면을 강하게 타고난 아이였습니다. 거기다, 다른 이들과 같이 자란 경험이 없다 보니 돌려 말하기도 할 줄 몰랐습니다. 그저 그 애는 순수히 그 애의 감정을 상대에게 쏟아부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린애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애는 얼굴 반이 가려지는 목도리를 보며, 역시 저 목도리는 자신이 쓰면 안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리스님이 저 정도라면, 그 애가 썼다면 아예 앞이 안 보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애는 따뜻하다며 기쁜 표정을 짓는 리스님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높다랗게 묶인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끄덕였습니다.
"네, 별씨들을 보러 왔어요. 항상 오는 곳이에요."
그 애는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리스님과 조금 떨어져 곧바로 푹신한 눈밭 위로 몸을 내던졌습니다. 이렇게 누워서 보는 별빛이야말로, 그 애의 하루의 마무리에 제격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애는 멍하니 빛나는 별 무리를 보다가, 리스님께 말했습니다.
"...리스님도 누워보세요. 등은 차가울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누워서 보면 별씨들이 더 많이 보여요."
조용히, 멍한 표정으로 소아 님의 말씀을 따라서 중얼거려 보았다. 마치 이 혼란스러움을 대변이라도 해주듯이, 그 말씀을 몇 번이고 반복하고 난 후에야 중얼거림이 멈추었다. 자신과 홍학. 소아 님과 눈표범. 그리고, '신' 님. 어딘가 공통점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것만 같은, 그 혼란스러움. 푸르디 푸른 소아 님의 눈동자의 색이나 소아 님의 색은 자신에게는 전혀 없는 것들이었기에 멍한 눈빛으로 소아 님을 바라보다가, 결국 희미한 미소를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혼란스러움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보다도 훨씬 더 작고 어려보이는 작은 '신' 님의 모습이 마치 어린 아이를 보는 것 같아 그 순수함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나왔을 뿐. 다만...
"...그래도 역시 멋지세요, 소아 님. 이런 날씨에도 끄떡 없으신 것도 말이예요."
...이런 찬양 어린 마음은 자신 역시도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아무튼 이어지는 소아 님의 말씀에 다시금 밤하늘을 천천히 올려다보려고 했던 바로 그 순간, 소아 님께서 아예 눈밭 위로 눕는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란 듯이 멍했던 두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이어지는 소아 님의 제안 하나. 그에 고민하듯 잠시 머뭇거렸다. ...날개... 괜찮을까요?
자신은 등 부분이 바로 옷이 아니라 날개였으니. 그렇기에 더욱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큰 결심을 하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소아 님의 옆 눈밭 위에 조심스럽게 앉곤, 그대로 뒤로 천천히 누워보았다. 차가운 눈이 날개에 닿아오자 그 추위에 작게 몸을 떨었지만, 그렇게 밤하늘을 본 순간, 모든 추위를 잊을 수 있었다. 그야, 그만큼 밤하늘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으니.
"와아...!"
그에 진심으로 순수한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두 눈동자를 반짝반짝였다.
"소아 님, 저기 좀 보세요! 정말로 별 씨들이 밤하늘 씨에 가득해요! 엄청 많으세요! 와아아...!"
아주 순간적이었지만 신난 듯이 선명하게 활짝 웃으면서 두 손을 밤하늘을 향해 뻗어보았다. 별들이 손에 잡힐 것만 같았다. ...환각으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선명한 느낌. 별자리를 그려보는 듯이 작은 손가락이 천천히 밤하늘을 가로질렀다.
>>835 리스는 아닙니다. 그리고 리스에게 있어서 나름대로의 키워드...? 개성...?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요, 환각은. :) 그리고 완벽합니다! 아무튼 안녕히 주무세요, 스레주! :)
>>836 >>838 ㅋㅋㅋㅋ하지만 이미 반할 것 같은걸요...!(???) 앗, 리스가 고모면 가온이의 여동생이 되어서 고모가 될게요! :D(안됨) 그리고 소아가 보고 싶다면 얼마든지 만들어줘야죠! 언제든지 말씀만 해주세요! XD 그런데 소아가 소아주에게 너무 가혹해요...8ㅅ8
사실 지금도 조금 졸리긴 해서...ㅠㅠㅠ 아마 다음 답레까지 잇고 기절할 것 같아요...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소아주께서도 너무 무리하시지는 마세요...!8ㅅ8
그 애는 눈표범이기에 이런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고, 빠르게 달리기도 가능하지만, 분명 리스님은 그 애가 하지 못하는 일도 잔뜩 할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애는 그것에 질투하지 않습니다. 그저 조그마한 독려를 보낼 뿐이었습니다. 어째선지 갈팡질팡, 곤란해 하는 작은 분홍 홍학에게 말입니다.
역시 밑에 깔 게 있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목도리라던가, 모자라던가, 몇 개라도 더 있었다면 리스님의 날개도 차갑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 애는 차가운 눈밭 위로 닿는 날개를 힐끔 보고서 다시 푸른 눈을 돌려 가만히 별빛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들려오는 순수한 감탄사에 그 애는 다시금 리스님께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곤 조용히 따라 웃었습니다.
"네, 항상 이렇게 가득 넘쳐요. ...조금 차가워도... 누워서 보길 잘했죠? 그냥 고개를 젖히면, 절대 이런 광경은 못 보거든요."
분명 누군가와 같이 여기 이 언덕에서, 이렇게 누워서 별빛을 보는 것은 처음일 텐데도, 그 애는 어딘가 편안해 보였습니다. 별들을 손에 다 그러모을 듯 팔을 뻗는 리스님에, 그 애는 가만히 눈으로 별빛들을 쫓고 있었습니다. 분명 어제와 같은 자리일 테지만, 오늘 보는 이 풍경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진짜 별씨들을 본 느낌은 어떠세요?"
조금 더 이렇게 있어지고 싶다던가, 역시 그런 반응이 나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애는 자못 궁금하다는 듯 묻고서, 두 손으로 눈을 한 움큼 집어 올렸다 내리며, 놀고 있었습니다.
소아 님의 말씀에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지만 떠오르는 것은 고작해야 하늘을 나는 것, 물고기나 새우 등을 잡는 것 정도밖에 없었다. ...아니면, 자라면서 색이 변하게 된다는 것이라든가. 한 때는 회색으로 가득했던 과거의 어렸던 자신을 떠올려보다가 작게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냈다. 그리고 그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소아 님께 살짝 허리를 꾸벅, 숙였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소아 님."
그저, 감사 인사를 공손히, 조용히 전하면서. 그래도 자신의 혼란스러움과는 별개로 누워서 보는 밤하늘은 정말로 더욱 아름답게만 보였고, 그러한 풍경에 감탄하며 밤하늘을 향해 뻗은 손을 느릿하게 휘저어보다가 이어진 소아 님의 물음에 한 박자 늦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로 너무 예뻐요. 사실 조금 춥긴 하지만... 그래도 소아 님의 말씀대로 누워서 보길 잘한 것 같아요. ...이런 예쁜 풍경을 알려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소아 님."
누운 채로 고개를 살짝 돌려 소아 님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배시시, 웃어보였다. 하얀 눈밭과 어두운 밤하늘과는 전혀 섞이지 않는 분홍색과 빨간색의 머리카락이 눈밭 위에 흩어졌다. 그 상태로 이어진 소아 님의 물음에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다시금 고개를 돌려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무 예뻐서 숨이 막히는 것만 같아요. 뭔가... 뭔가, 저 작은 별 씨들이 마음을 가득히 채워주시는 느낌이예요. ...꼭 하얀 반딧불이 씨들이 밤하늘에 소풍을 가신다면, 저런 모습일 것 같아요."
조금 더 이렇게, 아니, 된다면 조금 더 오랫동안 이렇게 있고 싶을 정도로. 그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땅에는 반딧불이들이 있다면, 하늘에는 별들이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여전히 눈밭 위에 누운 채, 두 손을 천천히 구슬에 가져다대었다. 그리고 구슬을 빛내며, 두 손을 천천히 펼쳐보았다. 환각 능력으로 만들어낸 작은 노란색의 반딧불이들의 빛들이 손바닥 안에 가득했다가 주변에 살짝 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과 소아 님의 주변에 노란색의 작은 빛들이 살짝씩 움직이며 별빛과도 같은 빛들을 비추게 하였다. 반짝반짝, 마치 별빛이 대지에 내려온 것과도 같은 광경. 별빛과 반딧불이 빛에 비춰진 분홍색이, 푸른색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846 앗, 소아는 민폐가 아니예요! 그런 반전매력이 얼마나 귀엽고 멋진데요, 소아가! XD 그리고 소아주 때문이 아니니까 괜찮아요, 소아주!(토닥토닥) 저도 오랜만에 또 일상 돌려보는 것이기도 하고 주말이라 불태우고 싶었거든요.ㅋㅋㅋㅋ 소아는 처음 만나는 것이기도 했으니까요. :) 답레는 천천히 주셔도 되니까 소아주께서도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편하게 생각해주세요! :D
그 애는 곰곰이 생각하는 분홍 홍학을 차분히 기다려 주었습니다. 그 애는 조용히 리스님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다가 다시 조그만 입술을 오물거렸습니다. 세찬 겨울바람에 날릴 듯 조그만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하늘도 못 날고... 날개도 없어요. 눈표범이니까요. 그러니까... 너무 조급할 필요는 없어요... 누구나 못 하는 게 있는 걸요."
완벽해 보이는 누군가라도 누구나 하나쯤은 결점을 가지고 있다고, 그 애는 리스님을 격려해주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바람에 불면 날아갈 듯한 작은 목소리라 격려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애는 감사 인사를 건네는 리스님에 얼떨떨하게 같이 감사인사를 하듯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 애는 리스님의 말을 차분히 듣고 있다가 반딧불이라는 말에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문득, 예전 일을 떠올리고선 시린 밤하늘처럼 얼굴을 새파랗게 물들였습니다. 저번, 다른 곳에서 반딧불이를 보았을 때, 몸에서 빛을 내는 것이 너무나 예뻐 무심결에 쫓아가 잡아보았더니 심각한 악취로 코끝이 찡했던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리스님이 신통술로 만들어준 반딧불이는 다행스럽게도 잡히진 않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빛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는 것 만으로는 심각한 악취도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었습니다. 그 애는 지상을 날아다니는 반딧불이의 빛과 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빛들의 아름다운 협업을 만들어내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준 리스님을 보았습니다. 가벼운 감사인사라도 할까 싶어, 그 애는 푸른 눈동자를 곱게 휘어 접어 웃어 보였습니다.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네... 리스님의 말대로, 소풍을 떠나는 모습이에요. 저는 절대로 하지 못할 일이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하고 싶다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리스님이 보여주셔서 더욱 예쁜 밤하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쏟아지는 빛 무리와 하늘로 올라가는 반딧불이의 조화는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 애라면 절대 하지 못할 일이었으며, 잊지 못할 평생의 단 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더욱 소중히, 더욱 마음속 깊이 간직할 추억이 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일단 예정대로라면 내일 이벤트가 끝이 날 예정이고 남은 3주는 정말로 여러분들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돌릴 수 있는 시간으로 할 거예요! 서로 합의하에 AU를 하던지, 본편을 하던지 그건 자유롭게 말이에요. 그래도 마지막 기간인데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게 해야죠. 썰을 풀던지 일상을 마음껏 돌리던지 저는 터치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대신 소아 님께서는 그만큼 대지를 빠르게 달리실 수도 있고, 높이 점프를 하실 수도 있지요. ...그래도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소아 님."
자신보다도 더 작은 몸집과 작은 목소리. 그럼에도 소아 님의 그 진심 어린 마음이 전해졌기에, 그저 감사한 마음을 담아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역시 소아 님께서도 마음 따뜻하신 '신' 님이세요, 정말로.
그렇기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자신도 작은 보답 하나를 소아 님께 보여드렸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능력인 환각 능력을 이용하여, 밤하늘의 별빛과도 같은 반딧불이의 빛을 대지 위에 만들어 내었으니. 소아 님의 얼굴이 새파래지는 것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갸웃했지만, 그럼에도 자신들의 주변을 맴도는 작은 반딧불이의 빛들은 아름답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행히 소아 님께서도 이렇게 자신이 만들어낸 광경이 마음에 드시는 듯 했다. 그야, 소아 님께서는 이내 곧 자신이 지금까지 봐왔던 표정들 중 가장 밝게 웃어보이셨으니. 그 모습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자신 역시도 배시시 미소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니예요, 소아 님. 소아 님께서 먼저 이렇게 아름다운 밤하늘 씨를 보는 법을 알려주셨는 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것밖에 없어서... 그래도 소아 님께서 좋아하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정말로 기뻐요!"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신' 님께서 '행복'해 하신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이 살아갈 이유는 충분했으니. 잠시 고개를 돌려 밤하늘과, 별빛과, 반딧불이의 빛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다시금 천천히 고개를 돌려 소아 님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혹시... 밤하늘 씨로 소풍을 가시고 싶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소아 님. 물론 진짜로 밤하늘 씨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 애는 리스님의 칭찬에 살며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그리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끝없이 서로 칭찬하고 있다간, 입이 아픈 것도 모자라 밤하늘이 지고 해가 떠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애는 조그만 입술을 꾸욱 다물고서 여전히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는 별빛들과 반딧불이에 시선을 던진 채였습니다.
"오늘, 여기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네요."
어제까지만 해도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보지 못할 새로운 풍경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그 애는 문득 입을 열었습니다. 그 애로 인해서 기뻐하는 리스님을 향해, 그 애는 고개를 살짝 돌렸습니다. 애써 리스님의 분홍빛 눈동자에 시선을 두려 하면서 말입니다. 그 애의 청명한 푸른 눈동자는 조금 따뜻한 빛을 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리스님이 기쁘시다면, 저도 기쁜걸요."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시 시선을 옮겨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다시금 들려오는 리스님의 말에 그 애도 다시 리스님에게 시선을 맞추어두었습니다. 그리곤 그 애는 눈을 동그랗게 떠버리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좋은걸요. 물론... 리스님이 보여주시는 풍경도 아름답지만... 역시 진짜 밤하늘이 더 좋아요. 다음엔... 미리내가 아니라, 다솜에서도, 비나리에서도... 가리나 아라에서도 이렇게 밤하늘을 보고 싶을 정도로..."
그 애는 자그마한 웃음꽃을 틔웠습니다. 리스님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를 일이겠지만, 그 애는 별빛들이 떠 있는 시간에만 있는 밤하늘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리스님이 보여준 반딧불이는 오늘의 작은 선물로 남겨두고자 했습니다. 역시 너무 자주 선물을 받으면, 그 선물은 선물이 아니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도... 정말로 가끔... 부탁할지도 몰라요."
그 애는 종달새처럼 작고 수줍은 미소를 내비쳤습니다. 작은 욕심이라면 욕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애는 잠깐 말을 멈추었다가 리스님을 관찰하듯 리스님을 빤히 보더니 살짝 상체를 일으켰습니다.
"춥지 않으세요...?"
시간이 시간인지라, 목도리와 모자만으로는 한계일지도 모릅니다. 거기다 누워 있던 시간도 길었으니, 더 추워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여 리스님의 몸이 차가워졌을세라, 그 애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리스님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려 얼굴을 들이밀었습니다.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으며 소아 님의 말씀을 따라 대답했다. 지금 이 순간은 언제나 흘러갔다. 매 순간순간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과거로 넘어가 버렸으니. 그러므로 이렇게 별들과 반딧불이들이 빛나고 있는 지금의 이 풍경은, 소아 님의 말씀대로 오늘, 여기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소아 님의 푸르른 눈동자를 자연스럽게 마주 바라보며, 그 속에 담긴 조금은 따뜻한 빛과 이어서 들려오는 소아 님의 말씀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배시시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것으로도 충분할 것이었다. 자신의 표정은 이미 기쁘다는 감정을 드러내주는 따스한 분위기였으니.
그러다 소아 님께서 자신의 제안에 해주시는 대답을 가만히 듣고는, 이내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네, 얼마든지요, 소아 님. 소아 님께서 원하실 때, 언제든지 저에게 말씀해주세요. 바로 보여드릴게요!“
의지가 반짝반짝이는 눈빛으로 두 손을 작게 꼬옥 주먹 쥐었다. 정말로 가끔이라고 할 지라도 좋았다. 자신이 조금이나마 기쁨을, ‘행복’을 드릴 수만 있다면.
그러다 소아 님께서 자신을 빤히 보다가 그대로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시자, 멍하니 있다가 한 박자 늦게 깜짝 놀란 듯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ㄴ, 네! 저는 괜찮아요, 소아 님. 이렇게 눈밭 씨 위에 눕는 것은 처음이긴 한... 에, 에취...!“
그러나 말과는 다르게 결국 다시 두 손으로 입가를 가리곤 작게 재채기를 해버렸다. 차가운 겨울 바람에 목도리와 모자로 반쯤 덮인 얼굴과 맨 손이 빨개졌다. 살짝 몸을 떠는 와중에도 자신은 괜찮다는 듯이 소아 님께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드디어 그들은 비나리에 도착했다. 도착한 비나리는 역시 황폐한 느낌 그 자체였다. 평소에는 무지개가 피어나는 폭포지만, 지금은 폭포도 힘없이 흐르고 있었고 그 어디에서도 무지개는 보이지 않았다. 주변의 나무들도 황폐해졌고, 저 멀리 보이는 신과 나무들 역시 시들시들, 말라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가온은 순간적으로 쓴 표정을 지었지만 애써 마음을 다 잡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튼 비나리에 도착했지만 주변은 생각보다 훨씬 조용했다. 마치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한산하고 고요한 분위기는 이질적으로 느끼기 딱 좋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누리는 품 안에 빛나는 구체, 인연의 결정체를 꼬옥 끌어안았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무도 없는걸까? 일단 엄마가 있는 안으로 들어갈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누리는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려고 했다. 그 와중에도 주변은 정말로 고요하고 조용했다. 정말로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마치 이 근처에 위험요소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고요하고 조용한 바람 소리만이 조용히 울릴 뿐이었다.
도착한 비나리 역시 황폐하기 그지 없는 풍경이었다. 어두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도 모르게 품 안에 안은 론을 더욱 꼬옥 끌어안았다. 여전히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잘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곳이 너무나도 조용하다는 것을.
"......"
불어오는 바람 소리마저 고요하기 그지 없는 가운데, 그 바람조차도 뭔가 불길했다. 정확하게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들이 전부 다 불길했다. 그렇기에 앞으로 걸어가는 누리 님을 쫓아 들어가면서도 주변을 경계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언제든지 반격할 준비를 하려는 듯이, 론을 한 팔로 꼬옥 끌어안고 다른 손으로는 활을 쥐었다. 어쩌면 곧바로 방어막을 펼칠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그 애는 도착한 비나리를 둘러보았습니다. 조용한 비나리 주변부를 살피다가 금방 그만두었습니다. 그 애는 조금 시무룩한 듯, 푸르른 눈동자를 살며시 내리깔았습니다. 하늘부터 땅까지, 그 애가 알고 있던 비나리가 아님을 안 순간, 그 애는 그저 눈을 깜빡이다 심호흡을 몇 번 했습니다. 이전 지역처럼 그 애가 다른 이들을 도와 원래대로 돌려놓으면 될 일입니다.
엄마? 그 애는 누리님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 애는 한 박자 늦게 그 의미를 알고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섰습니다. 이럴 땐 몇몇이 들어가고, 몇몇은 남아 있는 방법을 택하는 게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 애는 밖에서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대비하는 쪽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만약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바로 달려갈 생각이었습니다. 그 애는 헐렁한 흰 티셔츠를 몇 번 팔랑팔랑하다가 인기척도 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리스와 소아는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 때문에 좀처럼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것일까?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가온 역시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킁킁, 냄새를 맡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가온은 폭포 뒤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모두에게 이야기를 했다.
"모두 조심해주십시오! 흑호의 냄새입니다! 그리고...이건..."
또 다른 냄새를 포착했는지 가온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와 동시에 하늘 위에서 검은색 번개가 몰아쳤고 땅에 연쇄적으로 떨어졌다. 곧 하얀 연기가 모두의 시야를 가렸다. 뒤이어 연기가 사라지자 보이는 것은 사악하게 웃고 있는 흑호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언니..?!"
"백호 선배!"
참으로 차갑고 무표정하게 모두를 바라보고 있는 백호의 모습이 있었다. 모두와의 인연을 잃은 지금, 그녀의 시선은 정말로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가온과 누리의 말에는 전혀 대답을 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차가운 시선만을 보내며, 흑호는 웃으면서 한걸음 다가왔다.
"네 지역에 잠들어있는 사신을 깨워서 되찾는다고 한들...뭐가 달라지지? 그 땅이야 다시 오염시키면 되고, 다음에는 사신과 너희들의 인연 또한 끊어버리면 되는 일이지. 아니면...지금 당장 여기서 너희들의 인연을 끊어주면 되겠느냐?"
늙은 목소리가 주변에 강하게 퍼졌고 흑호는 손을 뻗었다. 그 손에는 정말로 불길한 느낌의 붉은색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명백히 모두를 겨냥하고 있었지만 어디로 날아갈지 알 수 없었다.
"모두들 피해!! 엎드려!!"
뒤이어 누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그곳에 크게 울렸다. 그에 따를지, 아니면 다른 행동을 취할지는 자신의 자유였다.
역시 개과의 능력은 대단했습니다. 흑호의 냄새를 맡은 가온님의 말을 따라 그 애는 시선을 옮겼습니다. 그 애는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흑호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경악과 당황 사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백호를 보았습니다. 그 애는 미리내에 박혀 살다 보니 소문으로 알음알음 알았을 뿐,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그것은 마치 인형과도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얼굴에 빛도 사라진, 차가운 얼음과도 같은 인형이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이 아닌 살아있는 어떤 것은 모두 인연을 갖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것이 끊어진 이는 과연 살아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맺은 것은 어려우나, 끊기는 쉽다던가요. 그 애는 흑호가 모으는 꺼림칙한 붉은 에너지에 시선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보이며 어디로 튈지 모를 그 에너지에 집중하면서도, 누리님의 말을 들으면서도, 피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차하면 바로 튀어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경계를 하며 앞으로 조심스럽게 나아가던 중, 가온 님께서 뭔가를 알아차림과 동시에 검은색 번개가 여기저기에 내리쳤다. 그에 깜짝 놀라 몸을 웅크리면서도, 반사적으로 경계를 늦추지 않고 활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하얀 연기가 사라지자 보이는 것은... 흑호와 백호 님...?
"...!!"
차갑게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백호 님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듯이 멍한 표정으로 백호 님을 바라보았다. 그렇기에 흑호가 하는 말 따위 들려오지 않았다. 자신의 눈에는 그저, 백호 님의 차가운 표정만이 보일 뿐. ......배, 백호 님...
그러나 정신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백호 님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은 정신을 차려야 했다. 그렇기에 누리 님의 다급한 목소리에 ...핫, 정신을 차리며 곧바로 바닥에 엎드렸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여, 구슬을 빛내며 모두의 주변에 거대한 방어막을 치려고 했다. 화살로 흑호의 손을 맞춰버릴까, 도 잠시 생각했지만 겨우 자신의 화살 따위로는 막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몰랐으니까. 그렇기에 일단은 방어에 집중하려고 했다. 오로지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며. 방어막이 더욱더 강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누리의 말에 가온은 물론이고 리스도 바닥에 엎드렸다. 하지만 소아는 엎드리지 않았고 피하려는 듯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번개는 정말로 날카롭게 주변을 감싸듯이 빠르게 스쳐지나갔고 그것은 피하기도 힘들 정도로, 마치 자유로운 의지가 있는 것처럼 주변을 감싸면서 소아를 압박하려고 했다. 하지만 리스의 방어막이 쳐졌고 그로 인해서 어떻게든 방어막이 깨지는 것으로 상쇄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꽤 엄청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상대의 공격은 강력했으니까.
"적호와 청호를 어떻게든 몰아낸 모양이지만, 거기까지다. 애송이들."
"누가 거기까지라는거냐! 이 라온하제를...반드시 너의 손에서..!!"
"입 다물어라. 늑대여. 너 같은 것이 고위신인 나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은호조차도 압도한 나의 힘을 너무 얕보는구나."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당장 은호만 해도 상당히 다친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던가. 힘의 차이는 그만큼 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만큼 분위기는 긴박하게 흘러갔고 그것은 곧바로 터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바로 그곳에 강한 돌풍이 불어닥쳤다. 그리고 은색의 빛이 주변으로 강하게 퍼져나갔다. 바람의 중심에는 상처를 회복한 것으로 보이는 은호가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흑호는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이 피식 웃었고, 백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은호를 바라보았다. 그 둘의 모습을 바라보며, 특히 백호를 좀 더 길게 바라보던 은호는 다시 시선을 흑호에게 돌렸다.
뒤이어 은호는 빠르게 흑호에게 달려들었고, 흑호는 피식 웃으면서 은호에게 달려들었다. 두 고위신이 충돌하고 하늘에선 은색 번개와 검은색 번개가 연쇄적으로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무표정한 상태로 바라보던 백호는 손을 높이 들었다. 손 끝에서 하얀색 에너지 덩어리가 모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겨냥하고 있는 것은 흑호와 싸우고 있는 은호였다.
그 애로선 튀어나가지 않은게 잘 된 이야기였습니다. 그 애는 숙였던 몸을 바르게 세우고서 작은 손에 주먹을 꼬옥 쥐고선 자세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은호님이 등장하면서 흑호와 싸우는 것을 보고 백호에게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고위신끼리의 대결은 정말이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보였습니다.
그 애는 백호를 보고 있었습니다. 다른 이들은 어쩐지 백호님이라며 아우성을 치고 있었지만, 솔직히, 그 애는 소문만 무성히 들었을 뿐, 실제로 본 적은 제로에 가까울 정도였기에, 다른 이들이 왜 저러는지 이해는 못 했습니다. 그러나 은호님이 잘 부탁한다며 다른 이들과 그 애에게 맡겨두었기 때문에, 그 애는 생각보단 몸을 먼저 움직였습니다.
그저 강요가 아니라 부탁이었기에, 그 애는 몸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은호님을 향하는 게 분명한 백호의 하얀 에너지 덩어리를 보고 생각보단 몸이 먼저 나간 것은, 그 애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애는 신통술로 바람보다 재빨리 백호에게로 달려나가며, 백호의 팔을 잡아채 공격의 궤도를 바꾸려고 했습니다. 그 애가 맞는다고 해도, 그 애는 그다지 상관 없는 듯 보였습니다. 그 애는 오로지 은호님의 부탁을 이행하기 위해 움직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은호님이 다치지 않는 것도 중요했기 때문에 백호에게 생기는 '작은' 상처는 용서해주리라 믿었습니다.
다행히 자신의 방어막이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았다. 물론 당연하게도 방어막은 깨져버렸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일단은 지켜내는 데에 성공했다. 아무도... 아무도 다치시지 않게 할 거예요...!
그리고 최고의 방어는...
이어지는 긴박한 분위기 속, 고개를 아래로 푸욱 숙였다가 이내 들려오는 강한 돌풍 소리에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은호 님의 모습.
"...!"
은호 님을 부르려던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는 문제 없었다. 은호 님께서 하시는 말씀도, 백호 님의 차가운 무표정도, 전부 다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은호 님과 흑호가 싸우기 시작하는 것을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백호 님께서 손을 들어올려 하얀색 에너지를 모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지금까지와는 달리, 차가운 무표정으로 변하지 못했다. 활을 든 손을 치켜올려 화살을 겨누기는 했지만, 그 손조차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으니. 지금까지 나타났던 비웃는 듯한 차가운 표정 대신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만 같은 표정으로, 백호 님의 손을 겨냥했다. ...하지만...
"......" [......멍청한 것.] 저는... 저는... 백호 님...
자신이 쏜다면 백호 님께서 다치실 것이고, 자신이 쏘지 않는다면 은호 님께서 다치실 것이었다. ...하지만...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어 울음을 참아내며, 결국 당겼던 활 시위를 놓았다. 그러나 자신의 화살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백호 님의 하얀 에너지 덩어리 쪽. 흡수하는 화살을 이용하여 그 에너지를 최대한 흡수시켜 다른 '신' 님들께서 다치시지 않게 상쇄시켜 버리려는 목적으로, 그런 화살을 쏘려고 했다.
"-!! -!!"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최대한 쥐어짜내어 백호 님의 이름을 부르면서. 울먹이는 표정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백호가 은호를 향해서 공격을 가하려고 하자 소아는 정말로 빠르게 백호에게 달려들어 팔의 궤도를 바꾸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하얀 에너지 덩어리를 향해서 리스의 화살이 날아갔고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저 멀리 멀리 날려버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래봐야 공격 하나를 막은 정도. 고위신 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에 가까운 신의 힘은 절대로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이어 차가운 백호의 시선이 모두를 향해서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의 입이 열리자 들리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무감정한 목소리였다.
"...방해를 한다면, 너희들부터 제거해주겠어."
"그만해! 백호 언니!!"
이어 누리가 모두를 가로막듯이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백호를 바라보면서 필사적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제발 그만해! 백호 언니! 엄마를...엄마를 정말로 쏠 거야? 인연을 잃어서...정말로 모든 것을 잊어버린거야?"
"은호는 나의 적. 재앙의 여우의 일족으로서 나는 배신한 은호를 제거할 뿐이야. 인연. ...그런 것은 나에게 처음부터 없었어."
"백호 선배!!"
백호에게 달려들면서 가온이 백호를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힘을 주었다. 자연스럽게 백호와 가온의 힘싸움이 시작되었다. 백호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한다면 지금이 딱 적기였을지도 모른다.
//이럴 때 설득빔을 날리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본 것들을 떠올리면서요. 고로 9시 40분까지 반응레스를 받겠습니다.
다행히 소아 님과 함께 백호 님의 공격을 막는 것은 성공했다. 물론 그래봐야 이제 겨우 하나 정도였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무감정한 백호 님의 목소리에도, 결국 자신들이 해내야 하는 목표는 단 하나 뿐이었으니까.
누리 님과 가온 님의 저지에도 백호 님께서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멈출 생각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반응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었으니. 자신들이 맡은 일이었으니.
"......"
그러나 여전히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쇳소리같은 소리 마저 나오지 않는 목을 부여잡으며 아랫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울음 가득한 표정으로. 그러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직접 전해드리는 수밖에.
[...백호 님! 백호 님! 제발,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텔레파시를 이용하여 백호 님의 머릿속에 직접 목소리를 내어보려고 했다.
[백호 님! 제발 정신을 차려주세요...! 은호 님은 백호 님의 적이 아니예요! 백호 님의 가족이시자, 언니이시자... 백호 님과 가장 깊은 인연을 맺고 계셨던, 언제나 서로가 서로의 곁에 있었던, 그런 존재이시란 말이예요!]
처절한 표정만큼이나 처절한 목소리였다. 적어도 백호 님께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바로 앞에 계신 누리 님도 모르시겠나요...?! 은호 님의 따님이시자, 은호 님께서 죄를 뉘우치시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시기로 결심하셨던 계기이시기도 하신 '신' 님이세요! 그리고 백호 님 역시도 은호 님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가시기로 하셨었다구요...! 정말로, 정말로... 하나도 기억나지 않으시는 건가요...?!]
머릿속으로 울리는 리스의 텔레파시에 백호는 순간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연의 조각 속에서 본 모습들을 거론하는 그 모습에 백호는 계속해서 움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머리를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흑호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작게 혀를 찼고 손을 백호 쪽으로 뻗었다. 그 모습에 은호는 순간적으로 당황하면서 흑호를 향해 소리쳤다.
"뭘 하려는거냐! 흑호!"
"꽤나 저 녀석이 소중한 모양이군. 너나 저 애송이들도. 그렇다면..보는 앞에서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없애버리면 어떨까?"
이어 흑호는 단번에 검은 에너지 덩어리를 모은 후에 백호를 향해서 쏘았다. 그 에너지 덩어리는 정말로 빠르게 날아갔고 무자비하게 백호를 날려버릴 기세로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가온과 누리는 백호를 대피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백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그 에너지 덩어리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필요없는 존재. 그래서 제거. 그렇다면 운명을..."
뒤이어 아주 큰 폭발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연기가 모든 것을 감싸 시선을 가렸지만, 곧 그 연기는 바람에 의해서 사라졌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온 몸으로 흑호의 공격을 방어한 은호의 모습이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온 몸이 심하게 그을린채로 기침을 하는 은호는 순간적으로 몸을 비틀거렸다.
"엄마!!"
"은호님?!"
이어 가온과 누리는 빠르게 은호에게 달려가서 그녀를 부축하려고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백호는 멍한 표정으로 은호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자신의 말들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았다. 그야 백호 님께서는 움찔하시는 모습을 보이셨으니. 그러나 그 모습이 흑호에게는 별로였는지 흑호는 그대로 백호에게 검은색 에너지 덩어리를 쏘아버렸고, 그것을 바라보며 나오지 않는 비명을 지르며 자신 역시도 백호 님께 방어막을 둘러드리려 두 손을 뻗었다.
그러나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커다란 폭발 소리가 들려왔으니. 검은색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멍하니, 충격 받은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상하고도 어두운 감정이 스멀스멀 마음을 장악해버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그거야. 차라리 그게 더 나을지도 몰라.]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곧 바람에 의해서 사라진 연기 속에는 백호 님이 아닌 은호 님의 모습이 보였다. 온 몸이 심하게 그을린 채, 기침을 하는 은호 님의 모습이.
"...!!"
그에 깜짝 놀라 은호 님께 달려갔다. 그리고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두 손을 은호 님께 뻗었다. 그리고는 구슬을 빛내며 은호 님을 신통술로 치료해드리려고 했다.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듯한 표정으로.
[백호 님. 이런데도 아직도 모르시겠나요? 백호 님께는 소중한 인연을 가지고 계세요...! 은호 님께 백호 님이 소중하시지 않다면, 이렇게 온 몸을 던지시면서까지 백호 님을 구해드리셨을까요? 이렇게 다쳐가시면서까지, 백호 님을 위해 드리셨을까요? 그러니, 그러니, 제발 정신을 차려주세요...! 똑바로 앞을 바라봐주세요! 백호 님께서 소중히 가지고 계셨던 '인연'들을, 부디 똑바로 기억해주세요...!]
쯧. 그 애는 보기 드물게 혀를 차고서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은호님에겐 가온님과 누리님이 달려갔으니 그 애는 백호에게 달려갔습니다. 설득에 실패한 것인지, 혹은 성공한 것인지, 아니면 반쯤 걸쳐진 것인지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 애는 멍한 표정만 짓고 있는 백호의 어깨를 덥석 잡으려 했습니다. 꽤 강한 힘으로 말입니다.
"당신이 제대로 된 결단을 내려주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다칠 거예요."
솔직히 지금 여기서 적이 되든, 아군이 되든 상관은 없었습니다. 적이 되면 그 애는, 그 애가 죽더라도 결국 끝까지 쫓아가 팔 하나라도 부러뜨려놓을 생각이 가득했고, 아군이 되면 이 상황을 끝내고 단 하나만의 목표만 바라보면 됐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은호님이 당신을 지킨 이유. 당신은 지금 기계적으로 흑호의 말을 믿고 있지만, 사실은 알 수 있을 거예요. 그걸 떠올려요. 멍하니 있지 말고."
제 3자인 그 애는 결국 은호님과 가온님, 누리님, 리스님쪽에 작은 인연만 있을 뿐, 냉정하게 보자면 백호와 관련이 없는 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역시 다른 이들이 슬퍼하는 모습은 그 애로서도 보고 싶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래! 언니!! 언니는...언니는... 엄마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존재란 말이야! 언제나 함께 하기로 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항상 서로의 편이 되어주기로 맹세도 했었잖아! 그것을 전부 잊어버린거야?! 정말로 잊어버린거야?!"
"제가 은호 님을 모시기 전부터, 은호 님의 옆에서 은호 님의 보좌로서 함께 했던 존재가 바로 백호 선배입니다!! 백호 선배!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주십시오!!"
모두의 메시지에 이어 누리와 가온 역시 필사적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한편 치료를 받고 있던 은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리스의 힘으로 회복은 되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상처가 생각보다 컸기에 쉽게 회복은 되지 않았는지 그녀는 비틀거렸다. 이어 그녀는 뒤로 돌아서 백호를 바라보았다.
"...다치지 않았으면 그걸로 되었느니라. 네가 어떤 모습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네가 나에 대한 모든 기억을, 인연을 잃었다고 하더라도...나는 너의 편이니라. 그러니까...다치지 않았으면 그걸로 되었느니라."
이어 은호는 정말로 다행이라는 듯이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 모습에 백호는 순간적으로 뒷걸음질을 치려고 했다. 물론 소아가 어깨를 잡고 있었기에 몸을 뒤로 완전히 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난....난...."
"백호. ...나를 잊어도 좋다. 저들을 잊어도 좋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때 한 맹세는 절대로 거짓이 아니니라. 너는, 나와 동시에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 나의 동생이자, 언제나 나와 함께였던 신으로서...나는 네가 무사하면 그걸로 되느니라. 그러니까..적어도 흑호 영감에게서는 떨어지도록 하라."
"...아...아아...아아아..."
순간적으로 백호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이들은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은호 님'이라고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를....
그 순간, 누리가 품 속에 안고 있는 구체가 녹아내리기 시작해서 빛의 형태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것은 백호의 몸 속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빛이 흡수되면 될수록 백호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달려가 은호를 꼬옥 안았다.
"죄송해요. 죄송합니다...은호 님...저...저...저...대체...무슨 짓을..."
"...너는 특별히 한 것이 없지 않느냐. ...그러니까 괜찮다...괜찮느니라.."
백호가 자신을 안자 은호 역시 그녀를 꼬옥 안아주면서 등을 토닥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분명히 훈훈한 장면이었다. 하지만...그 훈훈한 장면을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이도 있는 모양이었다.
"신파극은 끝났느냐?"
저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다름 아닌 인연을 끊는 신, 흑호의 것이었다. 천천히 저벅저벅 다가오면서 그는 피식 웃으면서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인연을 다시 기억해냈다고 한들... 다시 끊어버리면 되는 일. 고작 그런 것에 목숨을 걸고 몸으로 방어를 하다니. 정말로...물러터졌구나. 은호. 그리고 너희들도 마찬가지. 그렇게 인연을 되찾았다고 뭐가 달라지지? 그런 것은 다시 끊어버리면 될 일이지."
백호의 일은 일단락된 것 같았습니다. 그 애는 백호의 어깨를 붙잡고 있던 손을 떼고선 다른 이들의 주변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존재감을 지우고 다른 이들의 그림자에 섞여들어 가는 건, 그 애가 꽤 잘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애는 숨죽여 저벅저벅 다가오는 흑호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 애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 것도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물러터진 것 같습니다. 한 번 끊어진 인연이 어떻게 되어 결과로 나타났는지 눈으로 보고서도 저런 말을 하다니, 조금 한심하다고 생각할 뻔했습니다. 그러나 그 애는 그 말을 입 밖에 내진 않았습니다.
모두의 메시지가 백호 님을 향했다. 그리고... 은호 님 역시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는 은호 님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야, 자신이 상처를 치료해드리려고 해도 기본적인 힘의 차이가 있으니 만큼, 완벽한 치료는 불가능 했으니까.
하지만 다행히 이어지는 은호 님의 말씀에 백호 님께서는 서서히 기억이 돌아오시는 듯 했고, 누리 님께서 안고 있던 구체가 녹아내려 만들어진 빛이 백호 님의 몸 속에 흡수됨에 따라서 백호 님께서는 무사히 원래대로 돌아오셨다. ...정말로 다행이예요...
은호 님과 백호 님께서 서로를 꼬옥 안아주는 모습을 안도감에 울먹이는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물론 그것도 잠시, 이내 곧 들려오는 목소리에 멈추었지만.
"......" [...거 참 시끄럽네. 그딴 질문에 대답해줄 것 같냐?] 자신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흑호를 바라보는 표정은 울먹임 따윈 전혀 존재하지 않는, 다시금 평소답지 않은 무표정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다시 활을 만들어내어 화살 여러 개를 걸어 시위를 당겼다. 정확하게 흑호를 겨냥한 그 화살에는 흔들림 따윈 없었다. 차갑다 못해 냉정하기까지 한 그 모습은 한 명의 '신'과도 같은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끊어지는 건 네 목숨이야. 우습구나. 그 간단한 사실조차도 알지 못한다니.] 끼기긱, 팽팽한 활 시위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차가웠다. 정말로 평소의 자신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분위기와 온기였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적대하는 듯한 리스와 소아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흑호는 피식 웃어보였다. 그리고 들려오는 것은 다름 아닌 누리와 가온의 목소리였다. 둘의 목소리는 평소와는 다르게 상당히 매섭고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다시 되찾으면 될 일입니다. 당신이 아무리 인연을 끊는다고 해도, 그 인연이 쉽게 끊어지지 않고 회복된다는 것은 직접 보지 않았습니까?!"
"더 이상...엄마와 백호 언니를 괴롭히지 마! 엄마와 백호 언니의 인연을, 그리고 우리들의 인연을 뺏기진 않을 거야! 라온하제도... 모두의 라온하제도 확실하게 되찾을 거야! 이 땅과 우리들의 인연. 그것은 절대로 끊을 수 없어!"
그 순간이었다.
비나리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각각의 방향에서 각 지역의 색과 일치하는 빛기둥이 치솟아올랐다. 그리고 폭포 안에 숨겨진 동굴 부근에서는 보라색 빛이 하늘 위로 치솟아올랏다. 그리고 머지않아 보이는 것은 동굴 속에서 모습을 보이는 황색의 커다란 용 모습의 무언가였다. 그 무언가를 바라보며 은호는 작게 중얼거렸다.
"..황룡..."
황룡. 그것은 동굴 안에서도 이야기를 나눈 신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곧 그들의 머릿속으로 사신들의 목소리와 황룡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ㅡ라온하제. 즐거운 내일. 그 내일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
ㅡ그 인연을 지키고자 하는 너희들의 마음.
ㅡ분명히 잘 전달이 되었습니다.
ㅡ오래전부터 이 땅을 지키던 우리들의 힘.
ㅡ지금 여기서 해방하여, 너희들에게 나눠주겠노라. 직접 지켜보아라! 너희들이 지키고자 하는 '라온하제'를.
ㅡ이 땅에서 살아가는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인연. 그리고 그 땅을 수호하고 있었던 우리들의 인연을 너희들에게 맡기마.
이내 하늘 위에서 하얀색 빛이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 빛은 모두를 천천히 감싸기 시작했다. 각 지역을 수호했던 사신들의 힘이 모두에게 스며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시적으로 신통술을 강화시켰다. 은호를 포함해서 모두가 가지고 있던 자잘한 상처는 온데간데 없이 회복이 되었다. 빠르게 움직이고자 하는 이는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고 치료의 힘은 더욱 강화되어 많은 것을 치료할 수 있었고, 방어를 하고자 하는 이는 더욱 강력한 공격을 방어할 수 있었다.
".....뭐냐?! 뭐인거냐?! 이건?!"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흑호는 당황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의 몸에서 풍겨오는 강력한 신통력 때문에 당황이라도 한 것일가. 순간적으로 흑호는 뒷걸음질을 쳤다.
ㅡ자. 남은 일은 너희들에게 맡기겠다. 우리들은 이 땅을 다시 덮으려는 재앙의 힘이 다시 덮치지 않도록 막아보이겠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러니까 모두가 파워업 했습니다! 덤비진 말고 흑호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힘을 얻은 듯한 모습을 묘사해주면 되겠습니다! 다들 수고하셨고 반응레스 부탁하겠습니다!
모두 다 같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흑호를 적대하며 대치하던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라온하제의 각 지역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하는 색색의 빛기둥들. 그 순간, 무표정이 사라지고 깜짝 놀란 듯한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자, 이내 곧 자신의 한 시야 속에는 황룡 님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
그리고 머릿속에 들려오기 시작하는 황룡 님과 사신 님들의 목소리. 그 끝에, 하늘 위에서는 하얀색의 빛들이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자신 역시도 그 빛에 감싸여 멍한 표정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느껴지는 강렬한 힘.
"......"
이것은... ...사신 님들의 힘...? 모든 상처들이 회복되면서 신통력이 강화될 것만 같이 힘이 넘쳐흐르는 느낌이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약했던 자신으로서는 이렇게 넘쳐흐르는 힘이 너무나도 낯선 느낌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라온하제를 지키기 위한 힘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두 손을 꾸욱, 주먹 쥐었다. 놓치지 않기 위해. 헛되이 이 힘을 쓰지 않기 위해.
"......"
그리고 이어지는 황룡 님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 의지가 빛나는 눈동자로. 그리고 고개를 돌려 당황한 듯한 흑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나 차가운 무표정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저, 평소와도 같지만, 그럼에도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는 표정으로. 그런 모습으로.
"......"
여전히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기에 뭔가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상관 없었다. 지금의 자신에게는 열 마디의 말보다 이 한 번의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을 테니. 그렇기에 서로 다른 눈동자 속에 강한 의지를 담으며, 천천히 활을 다시 만들어내어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흑호를 향해 다시 화살을 겨누었다.
'신'의 심판. 죄를 뉘우치지 않는 죄인에게는 그 죄의 무게를 느끼게 할 '신'의 심판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애가 하고 싶었던 말을 해주는 가온님과 누리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그 애가 입이 아프기 전에 모든 게 끝나버려 다행인 느낌이었습니다. 또 한 번 싸움이 일어날까 싶어 자세를 잡고 있던 그 애는 갑작스러운 주변의 변화에 두리번거렸습니다.
갑자기 떠오른 빛기둥에 그 애도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이어 무언가가 가득 들어차듯 들어오는 힘에 그 애는 몸을 움찔거렸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애를 해칠 일도 없이 순식간에 그 애의 신통술을 강화시켜주었습니다. 그 애의 푸릇한 눈동자에 흑호의 뒷걸음질치는 모습이 가득 들어왔습니다. 그 애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