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8623243> [1:1/HL] 용의 둥지에 놓인 새 - 1 :: 1001

아우로라주 ◆3scJmbT6XU

2019-05-23 23:53:53 - 2020-11-29 22:47:00

0 아우로라주 ◆3scJmbT6XU (573614E+60)

2019-05-23 (거의 끝나감) 23:53:53

내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후광이 비치지도
꽃이 날리지도 않았다
| 사랑에 빠지는 순간, 이지혜

53 솔로몬 - 아우로라 ◆Bj1236PsRA (8164943E+6)

2019-05-26 (내일 월요일) 19:22:23

생각보다 빠르게 응접실에 도착한 공작은 조용히 응접실의 문을 열었고, 책장 앞에서 웬 조그마한 소녀가 책장 위에 위태하게 놓인 책을 잡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았다.
저러다가 다치겠군.

공작은 위태로워 보이는 책과 아우로라, 그리고 덩달아 조금씩 흔들리는 책장을 보고 성큼성큼 걸어가 책장에 손을 대 고정시키며 아우로라의 머리 위로 떨어질 뻔한 책을 잡아챘다.

급하게 움직이다 보니 책장과 공작 사이에 아우로라가 있는 상태가 되기는 했지만.
넘어져도 다칠 일은 없어졌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 도움이 필요하면 종을 울리라는 얘기 못 들었나? "

그렇게 이야기하며 공작이 문 바깥에 선 사자 수인을 흘겨보자 사자 수인이 고갤 숙였다.
공작은 쯧, 하고 혀를 찬 뒤 책에 앉은 먼지를 털어내고 아우로라에게 내밀었다.

"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아가씨는 후작 대신 이 곳에 온 것이오. "

54 솔로몬주 ◆Bj1236PsRA (8164943E+6)

2019-05-26 (내일 월요일) 20:10:58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영 레스의 질이 별로네..ㅠ 미안해ㅠㅜ
내일은 좀 늦게 올 수도 있을 거 같아, 6시쯤부터일까... 일찍 오게 되면 갱신해둘게.
레스 쓸 때 시간을 좀 더 들여서 써야겠지만 성의껏 쓸테니까 잘 부탁해!

55 아우로라 - 솔로몬 (9671402E+5)

2019-05-26 (내일 월요일) 21:40:56

조금만 더 닿으면 될 것 같은데. 아우로라는 팔을 최대한 길게 뻗다가 작게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뒤로 넘어가는 느낌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제 몸이 예상 외로 아무렇지도 않자 고개를 뒤로 돌렸다. 이윽고 아, 하는 짧은 감탄사와 함께 아우로라는 몸을 빙글 돌려 책장에 등을 딱 붙였다. 머리 한 구석이 새하얘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 그, 그러니까..."

얼굴조차 본 적이 없었지만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폭군이라 불리던 공작. 아우로라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눈을 굴려 주변을 살폈다. 그러니까, 언제 오신거지? 아우로라는 이어지는 말에 어깨를 움찔 떨더니 시선을 옮겼다. 사자 수인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죄..죄송합니다..혼자 할 수 있을 줄 알고..그러니까, 사자님은 아무런 잘못도 없으세요.."

아우로라는 책을 받아들곤 책을 살살 올려 제 얼굴을 반쯤 가렸다. 이렇게 하면 눈을 마주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안일한 생각이었다만. 아우로라는 눈을 살짝 들어 솔로몬을 바라보다 눈을 질끈 감았다.

"..면목이 없사와요. ㅈ,저는 혼내시더라도 사자님은 혼내지 말아주세요."

책을 쥔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 으아악 늦고 짧아 ㅠㅠㅠㅠ...컨디션이 안 좋다니 푹 쉬고 낫길 바라구...응응, 6시! 기다리고 있을게! 나도 잘 부탁해, 솔로몬주! :>♡

56 솔로몬 - 아우로라 ◆Bj1236PsRA (8572136E+5)

2019-05-27 (모두 수고..) 17:00:01

책을 받아들곤 덜덜 떨면서도, 사자 수인은 질책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는 아우로라를 내려다보던 공작은 사자 수인을 보며 이야기했다.

" 아가씨가 다치지 않았으니 이번엔 그냥 넘어가겠다, 그만 가 보거라. "

낮게 깔린 공작의 목소리에 사자 수인은 조금 놀란 듯한 눈을 보이다가 고갤 숙여 감사를 표하고, 아우로라에게도 감사를 표한 뒤 응접실 문을 닫으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공작은 응접실 문이 닫히자 몸을 돌려 주인을 위해 마련된 소파에 앉았다.
그 움직임은 공작의 구릿빛 피부와 왼눈의 흉터 덕에 투박한 느낌이었고, 입고 있는 예복도 수수한 편이었으나, 그 정도로는 가려지지 않을 만한 기품이 은은하고 자연스레 풍겼다.

" 앉으시오, 그만 떨고. "

쉽지 않은 주문이다, 그를 앞에 두고 떨지 않은 자는 손에 꼽았으니.
더군다나 저 소녀는 본인이 잘못을 했다는 생각인지 불안해 보였다.
어쨌거나 공작은 부드럽게 손짓해 그의 맞은편에 있는 손님용 소파를 가리켰다.

" 썩 좋은 첫 만남은 아니지만, 당분간은 이 곳에서 지내게 될 테니, 진부하기 짝이 없는, 내 소개부터 하겠소. "

공작은 아우로라가 자리에 앉든, 앉지 않든 말을 이어나갈 생각인 모양이었다.

" 내 이름은 솔로몬, 아도니엘 제국의 대귀족 중 한 명이자, 황가의 성씨를 하사받은 자, 솔로몬 루인 아젤 공작이오, 황가의 열렬한 지지자이기도 하지. "

겉으로나, 속으로나 말이오.
이를 슬쩍 드러내며 웃음을 흘린 솔로몬은 아우로라를 응시하며 손짓했다.
그러자 그의 손짓을 따라 찻주전자에 담긴 물이 끓고, 아우로라와 그의 앞에 찻잔과 티스푼, 각설탕이 담긴 자기가 놓인다.

" 자, 그대 차례라오, 스노우디아 후작가의 영애여. "

스노우디아의 답을 기다리면서, 그는 찻주전자에서 우려낸 홍차를 찻잔에 채우며 이야기한다.

" 홍차는 좋아하는지? 단 게 좋다면 각설탕을 넣으면 된다오. "

//얍!!

57 아우로라 - 솔로몬 (9947849E+5)

2019-05-27 (모두 수고..) 18:16:14

다행이다. 사자님은 아무런 벌을 받지 않으셨어. 아우로라가 속으로 안도한다. 자신에게 감사를 표하며 응접실을 나서는 사자 수인을 흘끔 바라본 아우로라가 책을 쥔 손가락을 꼼질댔다. 그래도 자신 때문에 혼날 뻔 했으니까, 그건 나중에 꼭 사과해야겠다 생각했다.

솔로몬이 자신에게서 멀어져 제 소파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아우로라는 그나마 정신을 차린다. 아직도 머리가 새하얗긴 하지만 이정도면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기품이 몸에 자연스레 배어있었다.
아우로라의 시선이 솔로몬을 향했다. 마냥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닌걸까, 아니, 여전히 아우로라는 가늘게 떨고 있었다. 앉으라는 말을 듣고 아우로라가 잠시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끼더니 뻣뻣하게 제가 앉아야 할 소파를 향해 걸어갔다. 솔로몬이 제 소개를 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무례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겨우겨우 움직인 것이다.

손님용 소파에 앉자 푹신한 감각이 몸을 타고 전해져왔다. 아우로라는 책의 커버를 손가락으로 잠시 쓸어내다 한 구석에 조심스럽게 내려두고, 조용히 시선을 피했다. 썩 좋은 첫 만남은 아니었지. 응. 솔로몬. 솔로몬 루인 아젤 공작. 아우로라가 자신에게 와닿은 시선에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렇게 대단한 사람 앞에서 첫 만남이 실수로 시작됐으니.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실수는 해선 안 됐는데. 아우로라는 눈을 도르륵 굴려 그가 손짓하는 것을 살짝 바라보았다. 자기가 테이블 위에 놓이고, 찻주전자의 물은 끓기 시작한다. 저렇게 숨쉬듯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음에 속으로 감탄하던 아우로라는 자신의 차례라는 말에 어깨를 움찔 떨었다.

"...아우로라..."

작게 종알거리던 아우로라가 드레스 자락을 조심스럽게 손으로 쥐었다. 자신의 소개를 해야했다. 심호흡을 하자. 가볍게 숨을 들이마신 아우로라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자 그대로 굳는 듯 싶다가도,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눈꼬리를 휙 휘어내리는 것이었다. 이 상황에서 웃으려 함이 참으로 가상하기도 하였다. 아직 뻣뻣하긴 했지만서도.

"..제국의 눈송이가 공작님을 뵙습니다. 아우로아 시아 스노우디아라고 합니다."

찻주전자 사이로 흐르는 홍차에서 따뜻한 김이 피어올랐다. 아우로라는 "..네, 좋아합니다." 라고 겨우 입술을 떼어 말하곤 각설탕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각설탕. 단 게 좋다면 넣어도 된다지만..아우로라가 머뭇거렸다. 넣고 싶다. 그렇지만 어린아이처럼 보이지 않을까. 아우로라가 겨우 고개를 돌렸다. 유혹에서 이겨내라도 한 것마낭 아직은 새하얗게 질려있던 표정에 뿌듯함이 어려있었다.

/ 안녕!! :>!!

58 솔로몬 - 아우로라 ◆Bj1236PsRA (8572136E+5)

2019-05-27 (모두 수고..) 18:48:59

자신의 말 한 마디마다 크진 않지만 반응을 계속해서 보이는 아우로라를 보며 솔로몬은 피식 하고 웃음을 흘렸다.
아버지와는 딴판이로군.
집안에선 어떨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와 만난 공적인 자리에서 그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했으니.

자신의 시선에, 아우로라가 멈칫거리다가도 미소를 띄우며 스스로의 소개를 시작하자 솔로몬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흐응, 하는 소리를 냈다.
흡족한 것인지, 아니면 무엇일지.
솔로몬은 아우로라가 홍차를 좋아한다며 조그마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그녀가 각설탕을 빤히 쳐다보다가 고갤 돌리고 짓는 표정에 어린 뿌듯함을 보았다.

" 꽤 씁쓸할 텐데, 괜찮겠소? "

솔로몬은 아우로라를 응시하면서 손가락을 움직였고, 자연스레 마법으로 각설탕 두어 개를 자신 몫의 홍차에 넣고 티스푼으로 저어 녹였다.

" 난 달콤한 게 좋다오, 다른 것을 신경쓰이지 않게 만들어 주거든. "

그렇게 이야기하며 솔로몬은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달콤한 맛과 함께 느껴지는 홍차 향이 썩 마음에 들었다.

" 그나저나 제국의 눈송이라, 꽤 감수성 넘치는 별명이로군, 누가 지어준 건가? 아니면 스스로 생각한 것이오? "

꽤나 무례한 말이었으나 그는 개의치 않는 듯했다.

" 뭐... 좋소, 그러면 아우로라 양, 여기에 온 이유는 알고 있소? "

/안녕!
아우로라 귀여워!

59 아우로라 - 솔로몬 (7106629E+5)

2019-05-27 (모두 수고..) 20:12:12

으아악 날렸다 8ㅁ8..!!

60 솔로몬 - 아우로라 ◆Bj1236PsRA (8572136E+5)

2019-05-27 (모두 수고..) 20:24:14

헉 8ㅁ8 괜찮아 천천히 해!
어차피 9시 되면 가봐야하거든 ㅠㅜ

61 아우로라 - 솔로몬 (7106629E+5)

2019-05-27 (모두 수고..) 20:33:17

아우로라는 가만히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도 잠시였다. 뜨거운 것은 금방 가시고, 어느정도 마실만한 온도가 된 것이다. 아우로라의 눈이 찻잔에 집중하는 듯 싶다가도 씁쓸할 것이란 말에 도르륵, 각설탕을 향해 시선이 돌아갔다. 그리고 솔로몬이 각설탕을 넣는 것을 바라보았지.

"..괜, 찮습니다."

괜찮을거야. 어른의 세계로 가는 거잖아? 곧 있으면 진짜 성인이기도 하고. 아우로라는 이어지는 솔로몬의 말을 애써 흘려보냈다. 아, 혹시 여기 위에 있는 초콜릿과 사탕은 공작님이 좋아하셔서 둔 걸까? 싶은 생각도 잠시 스쳐지나갔다. 아우로라가 찻잔을 들었다. 별 다른 과장된 몸짓 없이도 우아함이 은은히 배어있는 행동이었다.

"..황태자님께서 하사하신 별칭입니다."

아우로라는 차를 마시기 전, 솔로몬의 이야기에 대답하며 잠시 찻물에 비친 자신을 마주보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엔 굉장히 부끄러운 별명이었지. 사실 별명이 하나 더 있긴 했지만.

오목눈이.
낯부끄러운 그것은 절대 듣고 싶지 않은 별명이었다. 오목눈이라니, 오목눈이라니! 아우로라와 친했던 영애들도 기함하는 별명이었다. 아우로라는 떠오른 상념을 지우기 위해 홍차를 한 모금 입에 담았고, 그 상태로 몸을 움찔 떨었다.

쓰다.

그래도 퍽 용했던 것이다. 표정을 애써 찡그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니. 찻잔을 우아하게 테이블 위로 내려두며 애써 미소를 지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차를 입에도 대지 않은 것 처럼. 그리고 아우로라는 천천히 얼굴에서 표정을 지워갔다. 이 사안은 웃으며 이야기 할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께 이야기를 듣긴 했습니다."

아우로라는 감히 공작을 쳐다볼 수 없다는 듯 눈을 내리깔았다. 풍성한 속눈썹에 두 눈이 언뜻 가려졌다. 아우로라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가듯 작아지는 것 같았다.

"...아버지께서 죄를 지으셔서, 가문의 명예를 대신할 것을 공작저에 바쳐야 한다고.."

아, 그것이 자신일줄은 몰랐겠지만.

62 아우로라주 ◆3scJmbT6XU (7106629E+5)

2019-05-27 (모두 수고..) 20:50:40

핫, 그렇구나..88....늦게 줘서 미안해!! 그리고 솔로몬 넘 멋지다..ㅠㅠ..!! 자상해!!

63 솔로몬 - 아우로라 ◆Bj1236PsRA (8572136E+5)

2019-05-27 (모두 수고..) 21:02:11

" 본인이 괜찮다면 딱히 더 권할 이유는 없겠군, 단 걸 싫어하는 이는 내 기억에는 몇 없었는데. "

혹시 단 것을 싫어하오?
물론 그건 아니리라 짐작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각설탕을 앞에 두고 고민한 것부터, 솔로몬이 각설탕을 넣는 것을 응시하는 눈까지.
단 걸 저렇게나 먹다니, 같은 느낌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은, 지금까지 보여 준 아우로라의 태도를 보자면 상대를 깔보거나 까내리는 등, 쉽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만한 이는 아니었다.
그런 고로.
단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싫어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런데 왜 먹지 않는 걸까.

모종의 이미지 관리일까.
그게 왜 필요할까 생각하자니 솔로몬 스스로도 꽤 충실히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이다 라는 것까지 생각이 미친 듯했다.

" 호오, 그러고 보니 황태자님과 면식이 있었군 그래, 별 이유 없이 뵌 것은 아닐 테지. "

귀족가의 여식이 황가의 자손을 만난다는 것은 평범한 일이 아니니...
단순히 사교계 데뷔를 위해서일 수도 있으나.
이미 아우로라의 가문이라면 굳이 그런 수고를 할 이유는 없으리라.
그렇다면, 황가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구축하려고 했던 흔적인가?

다른 이도 아니라 황태자라.

" 그건 아무래도 좋소, 내가 그대를 그 별명으로 부를 일은 없을 것 같으니, 아우로라 양이라 부르는 것이 나으리라 생각하오만. "

이미 그렇게 불러놓긴 했지만서도.
그는 옅은 미소를 띄우며 소파의 팔걸이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자연스레 괴었다.

홍차를 마신 아우로라가 잠깐이지만 쓴 맛에 놀랐음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퍽이나 재미있는 아가씨로군, 좀 더 지켜봐도 좋겠어.

" 가족에겐 꽤나 솔직한 모양이로군, 어디까지 이야기했는지는 몰라도. "

솔로몬은 아우로라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미소를 지웠다.
그녀가 분위기를 파악했듯이, 이 사안은 가벼운 게 아니었으니, 어찌 되었든 그녀는 후작가를 누르기 위해 손에 쥔 존재였다.

" 아마 나에 대해 꽤 많은 험담을 늘어놓았겠지, 나와 대척점에 선 후작이니 좀 더 심하게 말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아마 대부분은 세간의 평과 비슷할 것이오, 무자비한 폭군이며, 제 내키는 대로 일을 일으키는 괴물 같은 자, 이종족 주제에 황제의 총애를 등에 업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문제 그 자체라고 말이오. "

그는 꽤나 정확하게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을 늘어놓으며 미간을 구겼다.

" 자, 그대는 이런 내가 두렵소? "

적어도 그대의 아비는 두려웠던 모양이지.

" 그대를 내게 볼모로 보냈으니. "

//얍!! 오늘은 이만 가볼게!!

64 아우로라 - 솔로몬 (7106629E+5)

2019-05-27 (모두 수고..) 23:27:05

아우로라는 찻잔을 매만졌다. 단 걸 싫어할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이것은..그래, 이미지 관리였다! 아이처럼 보이면 어쩌나 싶었던 것이다. 아이처럼 보여서 혹여 좋지 않은 인상이라도 사게 된다면 난처해지니까. 아우로라는 입술을 오물거리다 결국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우로라의 양 뺨이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예. 황궁에 머문 적이 있었습니다."

주제가 돌아간 것 같아 다행이었다. 만약 이 분위기를 계속 유지했더라면 아우로라는 분명 각설탕을 세 개나 넣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아우로라가 그 장면을 상상했는지 눈동자를 도르륵 굴렸다. ...그건..조금 싫다. 그러니까, 아까부터 변명아닌 변명을 계속 하는 것 같지만, 처음 보는, 그것도 공작님께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어떤 호칭으로 부르시더라도 영광일 따름이지요."

아우로라가 내려놓은 찻잔은 딱 한 모금의 분량만 사라져 있었다. 작은 생쥐가 열심히 마신 흔적에 가까울 정도로 미세했지만. 아무것도 넣지 않은 홍차의 맛에 익숙해지기는 한참이 걸릴 것 같았다. 아주 오래오래. 아우로라는 입안이 더 씁쓸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솔로몬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전부 사실이었으니까.
아버지는 황제파와 대척점에 있었기에, 그들의 험담을 하곤 했다. 그중에서도 유달리 공작에겐 날카로웠다. 공작은 세간의 평을 줄줄 늘어놓는다. 폭군, 괴물, 이종족, 문제 그 자체...전부 들어본적이 있는 말이었다. 아우로라가 고개를 숙이고 드레스 자락을 작은 손으로 꾸욱 쥐었다. 공작은 이 말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한걸까?

아.
아우로라는 심장이 쿵 내려앉기라도 한듯이 몸을 크게 떨었다. 공작은 자신이 두렵냐고 물었지만, 자신은 의중을 짐작해보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되었다. 어째서일까. 후작가 때문일까? 자신은 후작가의 명예였고, 두려움은 후작가의 굴복일지도 몰랐다. 아우로라가 한참동안 말을 잇지 않는 것 처럼 보이다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타파이트빛 눈동자가 가늘게 떨리나 싶더니만 공작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가상한 용기였다.

아, 어쩌지. 이 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하지? 아우로라의 머리가 새하얘진다. 눈을 마주쳤는데, 다음엔 무슨 말을 해야하지? 아우로라는 겨우내 공포를 삼키듯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다.

"..만일 공작님께서..세간의 평과 완벽하게 같으셨더라면, 이미 저는 공작저로 오는 길에 저를 호위해주신 기사님께 살해 당했을지도 모르지요.. 진정 무자비한 폭군이시라면 아버지의 간절한 제안도 듣지 아니하셨을테니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 그게.."

아우로라가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을까.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아예 기어들어가듯, 점점 작아지다 못해 끝이 가늘어져갔다.

"ㅇ, 아직 공작님을 완벽히 알지 못해 두려운 것은 사실이지만...제가..공작저에 있는 동안 떨쳐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65 솔로몬 - 아우로라 ◆Bj1236PsRA (0106828E+5)

2019-05-28 (FIRE!) 08:59:39

" 영광이라. "

솔로몬은 아우로라의 말을 곱씹듯 중얼거리면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어느새 반 정도 줄어든 그의 홍차와는 달리, 아우로라의 찻잔에 담긴 홍차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써서 그렇겠지, 관리가 철저하다고 해야 할 지, 아니면 괜한 고집일지.
솔로몬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자신의 질문에 아우로라가 고갤 숙이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곤 과연 어떤 대답을 할까 내심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침묵을 깨기 전, 아우로라가 숙였던 고개를 들고 솔로몬의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고, 공작은 별다른 반응 없이 자신과 마주한 눈을 그 역시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잠시간의 침묵이 끊길 듯 끊기지 않으며 이어졌고, 이윽고 아우로라의 입에서 공포를 삼키는 듯 묘하게 눌린 목소리가 새어나오자 자신의 턱을 어루만지며, 흐음. 하는 소리를 내었다.

" 그러한가, 내가 정말 세간의 평과 같았다면 그대를 진즉에 죽였을 거라고? "

그 직후 조금 망설이던 아우로라가 간신히 이어나가는 말은, 공포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이야기, 혹은 다짐일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끝에 가서는 목소리가 작아져 흐지부지되기는 했지만, 그녀의 이야기가 끝이 나자, 솔로몬은 턱을 어루만지던 손을 떼고 웃기 시작했다.

" 후하하하하하하! 꽤나 재미있군, 용기를 쥐어짜는 것이 꽤나 재미있어, 그래, 그대 말처럼 내 진짜 모습은 직접 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오, 그러나 이것은 알아두시오, 나에 대한 평을 내린 이들 역시, 나의 어떠한 모습을 보고 그런 판단을 내렸을 것이고, 외려 그대보다 나에 대해 아는 게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을. "

엄연히 이야기하자면.
죽일 생각이 있었다면 진즉에 죽였겠지.
어디까지나 볼모였고, 최근 심심하던 차에 심심풀이도 되리라 생각했으니...

" 그대가 나에 대해 가지는 공포는 미지에 대한 공포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대가 이야기한 것이 최선의 방법이겠지, 지금 그 기회를 줄 테니, 나에 대해 궁금한 것을 질문해보시오. "

66 아우로라 - 솔로몬 (2351704E+5)

2019-05-28 (FIRE!) 17:56:55

이렇게 보니 눈이 굉장히 아름다우시다. 새겨진 흉터로 인한 공포심이 몸을 짓누르긴 했지만 꼭 진짜 보석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머리를 스쳤다. 아우로라의 두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눈동자가 아름답다는 건 아름다운 것이고, 지금 이 문제는 다른 것이니.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었으니.

아우로라는 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알더라도 드문드문 기억하겠지. 어떻게 보면 무모했고, 어떻게 보면 대단했다. 그 상황에서도 어떻게라도 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단 것이니. 아우로라는 말을 끝마치며 소리없이 숨을 들이켰다. 솔로몬의 웃음소리가 들린 것은 그 뒤였다.

"...."

아우로라는 말을 삼킨다. 용기를 쥐어짜는 모습이 그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킨건지 그가 웃었다. 아우로라는 뒷말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지어냈다. 만약 그러하였더라면, 아. 두려운 것이다. 분명 그가 죽일 생각이라면 죽였겠지. 아우로라가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한 것.
아우로라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떤 질문을 해야할까? 아우로라는 각설탕을 빤히 쳐다보았다.

"...단 음식, 좋아하시나요..? 아, 아니..이게 아니라..그러까..."

제 나름대로 머리에 공작에 대한 무해한 이미지를 심어보려 했던걸까. 퍽 우스운 질문을 한 것을 깨달은 아우로라의 양 뺨이 발갛게 물들었다. 부끄러워. 옷자락을 잡은 손가락이 꼼질거리다 소파 한 구석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책에 시선이 닿자 움직임을 멈췄다.

"ㄱ, 공작님은 공작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세간의 평과는 다르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던 것이지.

// 갱신할게~ 힝 오늘 너무 바빴어...ㅠㅠ

67 솔로몬 - 아우로라 ◆Bj1236PsRA (7374513E+6)

2019-05-28 (FIRE!) 18:22:24

솔로몬은 자신의 이야기에 고갤 끄덕인 아우로라가 던지는 질문에 흐음? 하고 의아함을 표했다.
단 것을 좋아하시나요? 라는 질문이라니, 꽤 친근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어진 아우로라의 목소리로 보았을 때, 아마 경황이 없어서 던진 질문이었던 모양이었다.

아우로라의 양 뺨이 물든다,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렇게 이리저리 옮겨가는 아우로라의 시선을 따라가자니, 솔로몬이 건넸던 책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인가 떠오른 듯, 말의 시작을 조금 더듬으며 조심스레 건네는 질문은.

공작 자신에 대한 공작 스스로의 평가였던가.
솔로몬은 꽤 흥미로운 듯 흐음, 하는 소리를 내면서 아우로라를 쳐다보았다.

" 그런 걸 진지하게 생각해 본 기억이 없군, 이 생활을 어느 정도 하기는 했어도 소위 말하는 인간관계라는 것이 협소해서 말이오, 그래도 질문을 종용한 건 이쪽이니 성의껏 답해야겠지, 잠시 기다리시오. "

생각해 볼 터이니.
솔로몬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눈을 지그시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 자신에 대해서 나는 무어라 평가를 내릴 수 있는가.
이윽고 솔로몬은 눈을 떠 자신의 손을 보았고, 침묵은 곧 깨졌다.

"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무엇보다도 즐거워하지, 허나 옛 친우와의 맹세를 위해 온전한 자유를 포기한 멍청이로군. "

그렇게 이야기하는 솔로몬의 표정은 예의 신경질적인 표정이 아닌 담담한 느낌이었다.

// 어서와! ㅠㅜ 고생했어!

68 아우로라 - 솔로몬 (5257868E+5)

2019-05-28 (FIRE!) 19:49:30

아우로라는 괜히 시선을 앞으로 고정시키곤 눈을 내리깔았다. 손에 잡힌 드레스 자락이 보였다. 사용인들이 아우로라가 공작저로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로, 일주일동안 고심하여 골라준 드레스였다. 아우로라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흰색과, 하늘색이 섞인 것. 과하지도 않고 너무 밋밋하지도 않은 그것은 작은 주름이 져있었다.

평소엔 주름은 커녕 얼룩도 생기지 않는데.
오늘따라 많이 겁을 먹었구나. 아우로라는 스스로 생각하며 입술을 꾹 다물다가도 고개를 들었다. 이 질문이 공작의 흥미를 불러일으킨걸까. 아우로라가 흘긋 솔로몬을 쳐다보았다. 공작은 인간관계가 협소하다 하면서도, 제 질문은 진지하게 생각해 본 기억이 없다고 하였다. 아우로라는 잠시 기다리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솔로몬이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기는 모습에, 아우로라는 조심스럽게 솔로몬을 바라보았다. 공포에 질려 제가 앞으로 신세를 져야 할 공작의 얼굴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건 큰 실례일테니. 아우로라가 짧은 시간동안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그렇게 무섭지는 않구나.
물론 인상이 부드러운 분은 아니시지만, 상상속의 공작님과는 달라서 다행이라 해야할지. 쇠를 씹어드시고, 무지막지하게 크면서도 나 나쁜 사람입니다. 라는 모습을 가지지 않으셨으니까. 그렇지만 흉터는. ..어쩌다 생기신걸까? 아우로라는 솔로몬이 눈을 뜨자 핫, 하곤 시선을 돌렸다. 궁금해도 물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흉터는 민감하다고들 하니까.

"...그러시군요.."

아우로라가 순한 미소를 지었다. 담담한 솔로몬의 표정도 한 몫을 했지만,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 아니란 인상이 박히자 서서히 새하얗게 질린 표정도 풀어져갔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즐거워하나 온전한 자유는 포기하였다. 아우로라가 문득 장난도 즐기실까? 하는 실없는 생각도 해보곤 금세 포기했다. 그리고, 아우로라가 머뭇대다 작게 뻐끔댔다.

"혹시..제가 지금 공작님 기준에서 잘 하고 있는걸까요..?"

아우로라가 제가 했던 질문이 마냥 멋쩍었는지 작게 웃었다. "너무 바보 같은 질문이었을까요..?" 라며 시선을 흘긋 돌리며 수줍게 볼을 붉히는 모습이 마냥 그 나이의 영애들이 하는 행동과 똑같았다.

69 아우로라주 ◆3scJmbT6XU (5257868E+5)

2019-05-28 (FIRE!) 19:55:04

고생하기는 ㅠㅠ 솔로몬주야말로 늘 고생하는 것 같아! 88 힘내구, 응응! (부둥부둥

70 솔로몬 - 아우로라 ◆Bj1236PsRA (7075889E+5)

2019-05-28 (FIRE!) 20:27:32

솔로몬은 자신이 눈을 뜨자 시선을 급히 돌리는 아우로라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 심심하지는 않겠어, 라는 생각을 한 것이었을까.

어찌 되었든, 아까보다는 덜 경직된 듯한 아우로라의 표정과 모습을 보며 공작은 거의 다 식은 홍차를 마셨다.
그리고 잔을 내려놓을 즈음 들려온 아우로라의 질문에 다시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와 아우로라를 빤히 쳐다보았다.

" 무얼 말이오? 무례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거라면 그렇소, 아우로라 양은 무례하지 않았소만. "

가정교육이 잘 된 덕분일지, 아니면 천성이 그랬을지.
그는 아우로라의 반응을 살피며 덧붙인다.

" 기죽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해보려는 것이 썩 괜찮았소, 내가 무섭지 않은 것인지, 그대가 지금은 후작을 대신하는 것을 알기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소. "

그리고 바보 같은 질문이었을까요 라며 시선을 돌리고 볼을 붉히는 것을 보자 별 생각 없다는 듯 덧붙인다.

" 괜찮소, 호기심은 당연하지, 공작저 내에서의 일이 새어 나갈 일은 없으니 굳이 궁금증을 누르지 않아도 좋소, 내게 호기심을 풀고 싶다고 이야기만 한다면 그게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알려주겠소, 그저 독단적으로 이것저것 캐고 다니지만 않으면 안전할 것이오. "

그렇게 이야기하며 솔로몬은 잠시 침묵하다가 문득 생각이 난 것인지 입을 열었다.

" 좀 전에, 플라우로스를 감쌌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소? 이종족의 취급이 어떤 지 알고 있을 텐데, 혹 내가 이종족일지도 모른다 여겨서 그 녀석을 감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

플라우로스, 아마도 사자 수인의 이름인 모양이었다.

//나야 뭐 ㅎㅎ...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어버렸네...짧긴 했지만 오늘도 즐거웠어! 내일 또 보자!

71 아우로라주 ◆3scJmbT6XU (5257868E+5)

2019-05-28 (FIRE!) 20:32:39

즐거웠다니 다행이야 ;>!!! 내일 또 보자, 오늘 하루 수고 많았어!

72 아우로라 - 솔로몬 (9956463E+5)

2019-05-29 (水) 00:04:27

아우로라는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오는 솔로몬을 보며 혹시 자신이 잘못 질문한 게 아닐까, 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말 실수를 한 걸까? 다행히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무례하지 않았다는 말이 안심이 되었다. 아우로라의 옅은 눈썹이 축 내려가고 입술이 올라갔다.

참 알기 쉬운 여자였다. 표정을 숨기는 것엔 그렇게 재주가 없었기 때문일까. 아우로라는 이어지는 말에 그나마 가지고 있던 걱정마저 내려놓은 것 같았다.

공작님께 앞으로 이것저것 물어봐도 괜찮은 걸까?
아우로라는 맨 마지막의 말을 듣고 '이것저것'까지는 가지 말아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괜히 이것저것 다 캐보다 호기심이 발동해 안된다는 일까지 건드려 큰일을 당하면 안 될테니까. 음, 열심히 참아봐야지.

"아. 그게.."

아우로라는 플라우로스가 사자 수인의 이름인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이종족의 취급이 어떤지는 알고 있었다. 아우로라가 습관적으로 소파 위의 책을 손으로 집더니 무릎 위에 올려놓고 커버를 매만졌다.

"생명은 무엇이라도 귀하니까요.. 이종족이라고 박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후작가에서도 그 부분만큼은 별나다고 들었던 것 같다. 예전에도 그런적이 있었다. 길가에서 졸부의 자랑거리마냥 끌려다니던 엘프를 충동적으로 사들여 자유롭게 풀어주었던 것. 그 일로 아우로라가 없는 티타임은 한동안 영애들의 입방아를 찧게하기 충분했던 것 같다. 아우로라가 손가락을 꼼질댔다.

"그리고, 그 분은 정말 잘못하신게 없으니까요.."

73 아우로라주 ◆3scJmbT6XU (9956463E+5)

2019-05-29 (水) 16:53:16

얍, 끌어올리기!

74 솔로몬 - 아우로라 ◆Bj1236PsRA (9372057E+5)

2019-05-29 (水) 18:50:37

호기심에 대해 보인 긍정적인 반응이 아우로라에게서 걱정을 상당 부분 덜어낸 모양이었다.
어느새 풀어진 표정을 짓는 아우로라를 보면서 후작이 상당히 절박했음을 다시금 느낀 솔로몬은 플라우로스를 감싼 것에 대한 자신의 질문에 답하는 아우로라의 목소리를 들었다.

대답을 하며 아우로라가 무릎 위에 올린 책의 표지는 옅은 적갈색이었으며, 별다른 장식 없이 제목만이 쓰여 있었다.
별로 팔리지 않았으려나, 싶은 그 책은 꽤 오래된 듯, 표지 색 역시 예전엔 더 짙었던 모양이었다.

아무튼, 생명은 무엇이라도 귀하니, 이종족이라고 해도 박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는 말에.
솔로몬은 흐음, 하고 소리를 내며 생각했다, 이 이야기만 들어서는 잘 모르겠군, 단순한 이상주의라기에는 이종족을 떠받들지도 않으니.

" 그러한가, 아우로라 양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의도가 어떻든 그런 생각이라면 이 곳에서 지내기 무난할 것이오, 인간들을 주로 붙여주긴 하겠지만 이종족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이종족을 꽤 자주 마주할 테니 말이오. "

그렇게 이야기하며 아우로라를 바라보던 솔로몬은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다가 탁자에 놓인 은빛 종을 흔들어 울렸다.

그러자 곧 응접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들어오라는 솔로몬의 말이 끝나자 문이 열리며 토끼 귀의 쌍둥이 남매 수인이 종종걸음으로 들어와 솔로몬의 의자 옆에 섰다.
둘 다 키는 130cm정도로, 파란 색과 흰 색이 섞인 예쁜 예복을 입고 있기는 했으나 아직 아이들인 모양.

" 공작님 공작님! 이 아가씨는 누구세요? "
" 오빠! 딱 봐도 공작님의 손님이잖아, 죄송합니다 공작님, 손님... "

곱슬거리는 새하얀 머리카락 사이로 긴 귀를 쫑긋거리며 오빠로 보이는 토끼 수인이 아우로라를 붉은 루비색 눈으로 빤히 쳐다보며 이야기하자, 비슷하게 생겼지만 얌전해보이는 누이 토끼 수인이 솔로몬과 아우로라에게 고갤 숙이며 사과했고, 붉은 눈으로 오빠를 흘겨본다.

솔로몬은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 오세, 네 누이 말대로 저 분은 내 손님이다, 후작가의 영애님이니, 무례하게 굴지 않도록 해라, 아이니, 오라비가 들떠서 실수하지 않도록 잘 볼 수 있겠지? "

오세와 아이니, 두 아이의 이름인 듯 했다.
솔로몬의 손길이 기분 좋은 듯 눈을 감고 있던 두 아이는 솔로몬의 이야기에 고갤 끄덕였다.
그제야 솔로몬은 아우로라를 보며 이야기했다.

" 여기까지 오느라 피곤했을 텐데, 충실히 이야기를 나눠 주어 고맙소, 이제 조금 쉬는 것도 좋겠지, 식사가 준비 되면 따로 사용인을 보낼 테니 이 둘을 따라가도록 하시오, 아우로라 양이 지낼 방으로 안내하고, 짐을 정리하는 것을 도와줄 것이니. "

말이 끝나고, 두 아이의 어깨를 두드려주자, 오세와 아이니는 어느 새 아우로라의 양 옆에 섰고, 오세는 아우로라의 손을 덥썩 잡았다.
그러자 아이니가 오세를 노려보았고, 오세는 배시시 웃으며 슬쩍 손을 떼었다.

" 책은 선물이니, 가지고 싶다면 가져가시오. "

아무래도 솔로몬은 제 마음대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모양이었다.

//얍 갱신이야!!

75 아우로라주 ◆3scJmbT6XU (9956463E+5)

2019-05-29 (水) 19:13:22

어서와 솔로몬주! :D!!

76 솔로몬주 ◆Bj1236PsRA (9372057E+5)

2019-05-29 (水) 19:21:45

웅 안녕 아우로라주!!

77 솔로몬주 ◆Bj1236PsRA (4060491E+5)

2019-05-29 (水) 20:56:24

핫 벌써 시간이...! 8ㅁ8
오늘도 이만 가볼게! 내일 보자 아우로라주!

78 아우로라 - 솔로몬 (9956463E+5)

2019-05-29 (水) 23:00:15

처음 본 책은 옅은 적갈색의 표지에, 제목만 쓰여있었다. 별로 팔리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책이 꽤 오래 됐는지 표지가 바래있었다. 아우로라가 책의 겉을 쓸었다. 낡은 책의 감촉이 여실히 느껴졌다.

이종족은 박대 받을 존재가 아니다. 그들에게서 배울 것이 있고, 그들도 인간들에게 배울 것이 있을텐데. 아우로라가 이종족의 비율이 높다는 말에 웃음을 입가에 그려냈다.

"그렇군요.."

다들 친하게 지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지, 아우로라의 양 뺨이 발그레 물들었다. 은빛 종을 흔들자 응접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윽고 들려온다. 아우로라는 눈을 깜빡였다. 작은 아이들, 토끼 귀를 가진 귀여운 아이들이네. 아우로라가 눈웃음을 지었다. "아니에요." 라고 사과를 받아낸 아우로라가 생각했다. 귀여운 친구들이네.

오세와 아이니. 두 아이의 이름이겠지.
아우로라는 솔로몬을 마주하며 고개를 숙였다. "오히려 이리 환대하여주시니 황공할 따름이어요, 공작님." 라고 가벼운 인사를 한 뒤, 아우로라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세가 손을 덥썩 잡자 아우로라는 놀란 기색도 없이 눈을 마주치며 부드럽게 웃었다. 아이니가 오세를 노려보는 것 같았지만.

"...감사합니다."

아우로라는 책을 받았다는 사실이 내심 기쁜듯 하다가도,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 같았다. 한 손에 책을 들면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지 못할텐데. 아우로라가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여 허공에 작은 마법진을 그려내었고, 마법진은 책을 감싸 아우로라의 머리 위에 둥실 떠올랐다. 아우로라가 드레스 자락을 잡고 살짝 들어올리며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이만 물러나보겠습니다, 공작님. 귀한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우로라는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갈까요, 오세, 아이니? 저는 아우로라 라고 한답니다. 잘 부탁드려요."

// 아고고 너무 늦었다..ㅠㅠ 응응 내일보자! :)

79 솔로몬 - 아우로라 ◆Bj1236PsRA (9340788E+5)

2019-05-30 (거의 끝나감) 18:14:08

자신에게 거듭 감사를 표하는 아우로라를 보며, 솔로몬은 말 없이 손짓했다.
오세와 아이니는 아우로라가 자리에서 일어선 뒤 하는 말에 긍정적인 답을 한다, 오세는 고갤 끄덕였고, 아이니는 " 네, 혹시...손을 잡아도 괜찮을까요..? " 하며 아우로라를 쳐다보았다.
그 모습을 보던 오세는 다시 덥썩 아우로라의 한쪽 손을 잡았고, 아우로라가 허락한다면 아이니 역시 자유로워진 아우로라의 나머지 한쪽 손을 잡을 것이다.

" 얼른 가요! 아우로라 아가씨! "
" 잠깐 오빠! 잡아끌지 마! 공작님, 그럼 이만... "

오세는 아우로라의 손을 끌어당기며 솔로몬을 보고 미소지었고, 아이니는 아우로라의 손을 잠시 놓은 뒤 솔로몬에게 공손히 인사한 뒤 다시 아우로라의 손을 잡았다.
응접실의 문을 오세가 열자, 아이니는 아우로라의 예복을 밟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레 걸어나간다.

세 사람이 응접실에서 빠져나가자 응접실 문은 닫혔고.
홀로 남은 솔로몬은 찻잔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을지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얍! 갱신!

80 아우로라 - 솔로몬 (1947341E+5)

2019-05-31 (불탄다..!) 02:02:29

솔로몬의 손짓과 더불어 아우로라는 오세와 아이니를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오세와, 손을 잡아도 괜찮을지 묻는 아이니. 예의도 바르고 귀여운 아이들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당연하지요. 못 잡을 이유가 있겠나요?"

아우로라는 아이니에게 친절하게 대답했고, 이후 자신의 손을 덥썩 잡는 오세와 자신의 손을 잡는 아이니를 번갈아 쳐다보고 옅게 웃었다.

"네, 네, 빨리 가자구요."

이종족의 손을 거리낌 없이 잡는것도 모자라서 무례까지 용서한다라. 스노우디아 후작이 본다면 분명 길길이 날뛸 모습이었지만, 아우로라는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았다. 아이들의 미소와 예의를 뒤로하고, 아우로라는 아이들의 손을 잡으며 응접실의 밖으로 향했다.

썩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아우로라가 그 점을 위안삼았고, 오세와 아이니에게 이끌려 자신이 머물게 될 방을 향했다. 책이 둥실둥실 셋의 뒤를 쫓았다.

// 넘 짧다...ㅠㅠ...그리고 넘 늦었구...이제 집에 왔어. 힝...슬슬 다음 상황으로 가볼까? :> 더 이을게 있다면 이어도 돼!

81 솔로몬주 ◆Bj1236PsRA (3901917E+5)

2019-05-31 (불탄다..!) 13:03:05

갱신! 어제 고생했어 아우로라주ㅠ 2시에 들어왔다니 바빴던 모양이네..
으음..다음 상황으로 가는 걸로 하자! 어떤 상황으로 하는 게 좋으려나..

82 아우로라주 ◆3scJmbT6XU (3450999E+5)

2019-05-31 (불탄다..!) 14:58:09

힝힝 현생 넘모 바빠 ㅠㅠ....으으음..어떤 상황이 좋을까..(고민고민

서로 식사를 한다던가..는 너무 식상할거구...본격적인 공작저 생활? 도 그럴까...음....:3333333...마을구경?! (뭔

83 솔로몬주 ◆Bj1236PsRA (1520816E+5)

2019-05-31 (불탄다..!) 17:32:42

오구오구 고생했어ㅠㅜ

흐음...마을구경도 괜찮겠다! 선레는 누가 할까!

84 아우로라주 ◆3scJmbT6XU (4975247E+5)

2019-05-31 (불탄다..!) 18:49:36

앗 늦었다...ㅠㅠ...부탁해도 될까? :>

85 솔로몬주 ◆Bj1236PsRA (1520816E+5)

2019-05-31 (불탄다..!) 18:56:36

알았어~
써올겡!

86 솔로몬 - 아우로라 ◆Bj1236PsRA (1520816E+5)

2019-05-31 (불탄다..!) 19:21:56

아우로라가 공작저로 온 지 며칠이 지난 오늘.
유난히 화창한 날씨를 보자니 바깥으로 나가 보는 게 어떨까 싶다.
솔로몬에겐 별 감흥이 없는 일인 듯, 집무실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요 며칠 솔로몬과 아우로라가 마주친 횟수는 손에 꼽았다, 양쪽 다 상대를 그닥 부르는 성격은 아니었으니.
식사 때이거나, 아주 가끔씩 복도에서 마주치는 정도가 만남의 전부였다.

이런 상황은 두 당사자만큼은 아니겠지만, 둘을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사용인들이 모여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집사장 위치에 있는 플라우로스가 공작에게 한 가지 제안을 전하러 가기로 했다.

" 하지만 공작님께서 받아들이실지 모르겠군요, 오세, 아이니, 아가씨껜 조금 죄송스럽지만 아가씨가 원한다면 확실하리라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부탁하지요. "

오세와 아이니에게 부탁한 뒤, 플라우로스는 솔로몬의 집무실로 향했고.
오세와 아이니는 종종걸음으로 아우로라가 지내는 방으로 향했다.

동시에 두 곳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솔로몬의 방문은 저절로 열리며, 정면에 머리를 푼 채 양피지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솔로몬의 모습이 보였다.

" 어서 와라, 할 말이 있나 본데... "
" 방해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허나... 요 며칠간 외출을 하지 않으시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강인하시다고는 하나 몸의 건강만이 건강은 아닌 법입니다, 가끔은 바깥 공기도 쐬는 것이... "

플라우로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솔로몬이 앉은 의자가 뒤로 밀리는 소리가 들렸고, 솔로몬은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 귀찮다, 안 그래도 최근 벌인 일로 바깥에서 나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황제께 누가 될 수도 있다. "

" ......그렇다면 아우로라 양과 함께 외출하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

" ! 네놈... "

솔로몬은 플라우로스를 노려보았다.

그 시각, 아우로라의 방문을 두드린 오세가 문에 대고 목소리를 냈다.

" 아우로라 아가씨~ 놀러 나가요! "
" 오빠! 그게 아니야! 저어... 아가씨 안에 계신가요? "

87 아우로라 - 솔로몬 (4124555E+5)

2019-06-01 (파란날) 01:53:28

공작저에 오게 된 지 며칠이 지났다. 별 다른 일은 없었고, 그녀가 할 일도 없었다. 아우로라는 어머니가 써보낸 편지의 답장을 쓰고 있었다. 공작님은 자신을 친절하게 맞이해주었고, 자신은 지금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며, 공작님은 후작가에 해를 끼치지 않으실 분이니 부디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벌써 두 페이지의 종이가 검은 잉크로 채워졌고, 세 번째 페이지도 끝자락에 다다르고 있었다.

아우로라는 잉크가 촉촉하게 묻은 깃펜을 잠시 종이에서 떼더니 고개를 빼꼼 뒤로 내밀었다. 창문새로 비치는 햇빛이 반짝반짝하니 예쁘다. 그러고보니 공작님은 이런 날씨에 산책을 나가실까? 음, 생각해보니 공작님을 뵙는 횟수가 손에 꼽는 것 같다. 가끔 복도에서 마주치거나, 식사 시간에만. 그러고보니 식사 도중에도 대화를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
어..입맛에 맞는가에 대한 질문은 대화가 아니었나..?

무언가 고민을 하던 아우로라의 손길이 바빠진다. 아우로라의 머리도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잽싸게 편지를 마무리하며 종이를 접고, 편지 봉투에 종이를 넣은 뒤, 펄이 들어간 왁스를 녹여 봉투 위에 뚝뚝 떨어트렸다. 그리고 그 위에 압화를 올린 뒤 공작저로 올 때 챙겨온 가문의 상징이 박힌 스탬프를 들어 꾸욱 눌렀다. 능숙한 손길이었다.

아우로라는 뿌듯한 표정으로 편지를 바라보았다. 티타임에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공작저에 오기 전까진 이 방식이 유행하고 있었다. 왁스에 펄을 추가하고, 압화도 추가하는. 의외로 이런 부분에서는 유행이 더디게 바뀌니 아직 유행을 따르고 있는게 맞겠지.

이제 은쟁반 위에 편지를 올려두면 이 편지를 후작저에 전달해주겠지. 아우로라가 이제 막 은쟁반 위에 편지를 올려두었을 즈음. 아우로라는 방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오세의 명랑한 목소리, 핀잔을 주는 아이니의 목소리에 작게 쿡쿡 웃었다. 여전히 남매의 우애가 좋은 것 같아서였나? 아우로라가 들어오라는 말 대신 직접 문을 열어주며 눈웃음을 지었다.

"물론 있답니다. 오세, 아이니. 음, 어떤 용무로 찾아왔는지는 안 봐도 알 것 같지만요.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가만히 볼 수는 없겠지요?"

준비를 해야겠네요. 라며 아우로라가 다시금 고개를 돌려 창 밖을 쳐다보았다. 정말 날이 화창했다. 어떤 리본이 좋을까? 오늘도 파란색이 좋을까? 드레스는? 음, 준비를 해야겠지. 치장을 도울 사람을 불러달라고 해야할까?

88 솔로몬 - 아우로라 ◆Bj1236PsRA (1717108E+5)

2019-06-01 (파란날) 08:26:26

플라우로스는 솔로몬의 시선에 고갤 숙였다.
그러나 입은 멈추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으니.

" 대외적인 모습이 문제라면 아우로라 아가씨와 함께 외출하는 모습은 썩 좋게 비춰지리라 생각합니다. "

" 내가 그런 것까지 생각 못할 멍청이로 보이느냐, 네놈이 그런 이유로 사람을 이용하는 것을 내가 숱하게 보아왔지만 이번엔 그게 아닌 게 분명하다. "

그렇게 이야기하는 솔로몬이었지만, 그러면서도 플라우로스의 말처럼 손해 볼 일 없는 선택이었다.
일단 아우로라는 대외적으론 후작가와 공작가 간에 문제가 없다는 증거이며, 동맹의 증거이기도 했다.
최근 수면 위로 조금씩 불거지려 하는 황제파와 귀족파 간의 반목을 잠재우기에 딱 좋은 모습을 연출할 수 있을 테니까.

덧붙여서, 어쨌든 제 사용인들에게 호감을 산 모양이니, 한번쯤은 사용인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생각했다.

" 하지만 공작님... "

" 알겠다, 다만 아우로라 양이 원한다면 외출하겠다. "

플라우로스는 솔로몬이 이야기하자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곤 덧붙였다.

" 분명 원하실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셨으면 합니다. "

그 시각.
아우로라가 방문을 직접 열고 맞이하자 오세는 함박웃음을 지었고, 아이니가 깜짝 놀라 몸을 굽혀 인사하자 그제야 오세 역시 동생을 따라 몸을 굽혀 인사했다.
어린 아이들이었지만 꽤나 능숙한 모습이었다.

" 네 맞아요! 그런데 아가씨한테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요! "
" 죄송하지만...공작님이 요 며칠 바깥 구경을 안 하셔서요...아가씨께서 권해 주시면 외출하시지 않을까...해서.. "

오세가 부탁이 있다며 손을 들었고, 아이니는 조심조심 아우로라의 표정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대강 아우로라가 함께 가서 솔로몬이 외출할 수 있도록 유도해달라는 이야기.

" 해주실 수 있죠? "
" 그...불편하시면 거절하셔도 괜찮아요! 저희끼리 나가도 되긴 해서.. "

89 아우로라 - 솔로몬 (4124555E+5)

2019-06-01 (파란날) 16:32:58

오세의 함박웃음과 아이니의 인사. 오세 또한 아이니를 따라 몸을 굽혀 인사하는 모습이 꽤 능숙했다. 교육 받은걸까? 아우로라가 의문을 품는 것도 잠시였다. 부탁이 있다는 말에 귀를 기울이자 들리는 것은 공작님께서 요 며칠 바깥 구경을 하지 않고 계신다는 말이었다.

"공작님께서요?"

아우로라가 무언가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공작님께서 일이 바쁘신걸까? 아니면 그냥 나가지 않고 계신건가? 아이들의 말은 자신이 외출을 함으로 인해 솔로몬 또한 외출하도록 함인데. 공작님이 과연 같이 가주실까가 의문이었다.
음, 의문도 잠시였다. 아우로라가 생각을 마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간절히 부탁하는데 제가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요?"

공작님과 외출을 할 경우 대외적으로는 후작가와 공작가는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겠지. 황제파와 귀족파의 냉랭한 분위기가 가장 고조되어있는 지금, 좋은 효과를 심어줄지도 모르겠다.
이 화창한 날씨엔 반드시 나가야만 한다는 마음이 가장 컸던 탓도 있지만.

"오세, 아이니. 몸단장을 도와줄 시녀를 불러주시겠나요? 나갈 준비를 해야겠네요."

아우로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작저의 밖 마을은 과연 어떨까? 공작저로 오는 길에 언뜻 보고만 말았지 실제로 본 적은 없었기에 기대가 되었다.

// 갱신.. 좋은 오후!

90 아우로라주 ◆3scJmbT6XU (9883736E+5)

2019-06-02 (내일 월요일) 00:18:01

끌올~!

91 솔로몬 - 아우로라 ◆Bj1236PsRA (6961757E+5)

2019-06-02 (내일 월요일) 09:33:55

" 네! 금방 다녀올게요! "

하며 오세는 호도도도 달려 방을 나갔고, 아이니는 오세의 뒷모습을 보다가 아우로라를 돌아보면서 수줍게 미소지었다.
아무래도 시녀가 오기 전까지 함께 있을 생각인 듯.

" 실례가 아니라면 아가씨가 몸단장하는 걸 도와드려도 되나요...? "

여자아이답게 꾸미는 데에 묘한 관심이 있는 모양이었다, 공작저 내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느낌만 보면 수습이나 견습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그 때 복도에서 호도도도 하는 발소리가 들려오며 아우로라의 방문이 열리고 오세의 밝은 표정이 보였다.
그 뒤에는 아우로라와 같은 인간 시녀 두어 명이 서 있었고, 조심스레 아우로라에게 인사한 뒤 방으로 들어섰다.

그 모습을 본 아이니는 오세의 등을 떠밀어 내보내고 문을 닫은 뒤, 아우로라와 시녀들을 조용히 쳐다보았다.
수줍어하는 얼굴이었지만 붉은 보석빛 눈은 반짝반짝하다.

그 시각 공작의 집무실에서는.
플라우로스가 자리를 비운 뒤, 깃펜을 만지작거리던 솔로몬은 한숨을 내쉬며 펜을 내려다놓았다.
귀족의 삶은 고달팠다, 제국의 시작부터 이어진 삶이긴 했지만 그 전에 누렸던 자유로움이 그리웠다.
외출을 하는 데도 수십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삶은 솔로몬을 지치게 만들었다.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니는 것에는 정치적인 목적이 가장 컸지만, 그의 무료함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어쩌면 아우로라도 그런 행동으로 인해 생긴 어떠한 과제일지 몰랐다.

공작저의 이들을 대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확실한 주종관계에다가...
그가 손수 거둔 이들이었으니까.

그러나 아우로라는..
그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플라우로스의 자신감에 찬 말이 떠올라서였다.
분명히 외출할 거라고 했었지... 그럼 미리 준비해두는 게 좋을까.

집무실 한쪽에 선 전신거울을 보며, 솔로몬은 제 머리를 묶어 정리한다.

//얍!

92 아우로라 - 솔로몬 (9883736E+5)

2019-06-02 (내일 월요일) 12:15:59

다녀오겠다며 방을 달려 나서는 오세와 기다리는 아이니를 보며 아우로라는 잠시 작은 의문을 품었다. 아이니는 자신을 기다리는 걸까? 시녀가 오기 전까지 함께 있는다면 본인이야 좋지만...아. 그렇구나, 제 치장을 도와주고 싶었구나. 여기엔 그런 아가씨가 없었을테고....

"물론이죠, 아이니가 도와준다면 저는 굉장히 기쁠 거예요."

아우로라가 방긋 웃었다. 아이니도 치장을 도우며 여러가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자신도 치장을 받으면서 몇가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있었으니까.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제 방문이 열린다. 밝은 표정의 오세를 보자하니 아무래도 시녀를 데려왔나보다.

"어서오세요. 드레스부터 외출용으로 갈아입을까 하는데 도와주시겠나요?"

수줍어하는 아이니의 얼굴과 달리 눈은 반짝한 걸 보았는지, 아우로라는 아이니에게 옅게 웃어보이고, 그 다음 빗과 아우로라가 골라야 할 장신구를 들고있는 시녀를 바라보았다.

"아이니에게도 역할을 하나 주실 수 있을까요? 머리를 빗는 것을 도와주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시녀 하나가 아우로라의 드레스를 정하고 갈아입는 걸 돕기 위해 아우로라에게 다가섰고, 시녀 하나는 아이니에게 빗을 쥐어주려 하며 "아가씨께서 드레스를 갈아입으신 뒤 머리를 빗겨드리면 됩니다." 라고 짧게 일렀다. 아우로라가 잠시 드레스 두어벌을 바라보다 하나를 가리키자 시녀가 능숙한 손길로 아우로라의 착복을 돕는다.

"어떤가요? 어울리나요?"

아우로라가 거울을 바라보며 빙글 돌아본다. 옅은 분홍색의 천이 겉을 포장한 드레스는 목이 어느정도 파여있고 남색의 레이스와 작은 리본이 장식하고 있었다. 하단의 분홍색 천이 벌어져 틈새로 보인 속 드레스는 새하얬다.

"아이니, 머리 빗는 것을 도와주실래요?"

93 솔로몬 - 아우로라 ◆Bj1236PsRA (6961757E+5)

2019-06-02 (내일 월요일) 15:17:39

아우로라의 허락에 아이니는 눈을 반짝거리면서 아우로라를 쳐다보았다.
이야기책에서만 나오던 귀족 영애를 본 게 이런 느낌이었을까, 그런 점에서 아우로라는 아이니가 키워 온 상상을 깨트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오히려 아이니는 책이 꼭 맞다고 중얼거리면서 아가씨라고 불리려면 저렇게 행동해야 하는 걸까 하고 고민했다.

그런 고민도 잠시, 아우로라의 부탁에, 아우로라의 치장을 돕기로 한 시녀가 아이니에게 빗을 쥐어주었고, 아이니는 시녀의 말을 들은 뒤 고갤 끄덕이며 " 알겠어요. "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눈 앞에서 아우로라가 선택한 드레스가 시녀의 능숙한 손길로 아우로라의 몸에 입혀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아이니는, 옷을 다 입은 뒤, 거울을 보며 한 바퀴 빙글 돌면서 질문하는 아우로라의 목소리에 꿈에서 깬 듯 놀라며 고갤 끄덕였다.

" 정말 예뻐요... 아, 굳이 드레스를 입지 않아도 예쁘시지만.. "

그렇게 손에 쥔 밧을 조물거리며 고갤 숙이던 아이니는, 이어진 아우로라의 부탁에 고갤 들고 조심스레 아우로라의 뒤로 가 섰다.
시녀는 아우로라가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가져왔고, 아이니는 떨리는 손을 보며 심호흡하다가, 조심스레 머리를 빗기 시작했다, 곁에 선 시녀가 결을 따라서 빗어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자, 고갤 끄덕이고는 조금 서툴지만 충실히 머리를 빗어주었다.

그렇게 잠시 머리 빗는 소리만 작게 들려오는 방 안, 아이니가 조용히 중얼거린다. " 보드라워라... "
양털 같아, 까지 중얼거리던 아이니는 입을 합, 하고 막고는 죄송하다며 덧붙인다.

" 저기... 다 되었어요, 아가씨... "

빗을 손에 쥐곤 뒤로 몇 걸음 물러선 아이니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아우로라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 때 바깥에 나가 있던 오세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문에 기대 있었는데, 저만치에서 누군가가 다가오자 눈을 작게 뜨다가 깜짝 놀라서 방문을 두드렸다.

" 오빠! 준비 중이야! "
" 잠깐만! 살짝만 열어봐! "

94 아우로라 - 솔로몬 (9883736E+5)

2019-06-02 (내일 월요일) 19:41:51

아우로라는 아이니가 책이 꼭 맞다고 중얼거리는 이야기에 눈을 휘었다. 이야기책 속에서나 보이던 아가씨가 자신인걸까? 무언가 뿌듯하면서도 좋은 기분이었다. 적어도 나쁜 인상을 심어주지 않은 것 같으니. 아우로라는 시녀가 입혀준 옷을 잠시 바라보았다. 이런 옷에는 파란 리본이 어울리지 않겠지. 아우로라가 화장대 위에 가지런히 접혀 놓인 파란 리본을 흘끔 쳐다본다.

"칭찬 고마워요, 아이니."

아우로라가 맑게 웃었다. 이런 옷 어느 장신구가 어울릴까. 시녀들이 보여줄 장신구에 어울릴만한 것이 있을까? 이러저러한 고민을 하며 아우로라는 시녀가 가져온 의자에 다소곳이 앉았다. 아이니가 머리를 빗겨주어야 했으니까. 서툴지만 머리를 빗기는 것이 마냥 기특한지 아우로라가 눈을 샐쭉 휘다가도, 다른 시녀가 가져온 상자를 가만히 바라본다.

상자를 열자 보이는 것은 여러 장신구였다.
후작가에서 가져온 그것들은 아우로라의 취향에 맞지 않는 것도 몇 있었다. 누구 취향이겠나. 안 봐도 뻔하겠지. 아우로라는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화려한 머리핀 옆의, 깃털로 장식된 소박한 머리핀을 골랐다. 보드라워, 양털 같아. 아우로라는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순수하게 웃었다. 귀엽다고 생각했겠지. 아우로라는 머리를 다 빗겨주었다는 아이니의 말에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로 돌아 아이니를 마주했고, 아이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려 했다.

"정말 잘 했어요, 아이니. 덕분에 머리가 비단처럼 부드러워졌어요."

그렇죠? 라며 다른 시녀에게 질문을 한 아우로라는 마지막으로 시녀가 보닛을 씌워주자 틈새로 빠져나온 머리에 장식을 달려 했다.

"무슨 일이 있는걸까요?"

그리고, 아우로라는 마침 손이 빈 시녀에게 문을 열어달라 하였다.

95 솔로몬 - 아우로라 ◆Bj1236PsRA (6961757E+5)

2019-06-02 (내일 월요일) 23:07:07

자신의 칭찬에 고맙다며 답해 주는 아우로라에게 아이니는 수줍게 미소지었다.
어찌어찌 머리를 빗는 게 끝난 뒤에는 아우로라의 손길을 피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으면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썩 좋은 듯이.
거기에 칭찬까지 덧붙여주자 얼굴이 붉어진 아이니는 애꿎은 빗만 만지작거리면서 시선을 아래로 내리꽂았다. "감사합니다..." 하고 작게 중얼거리면서.

그리고 아우로라의 치장이 마무리 될 즈음, 바깥에서 오세가 문을 두드리자 아이니가 핀잔을 주는 것을 본 것인지.
아우로라가 시녀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하자, 그 시녀는 문 쪽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젖히다가 깜짝 놀라 몸을 굽히고는 문을 당기면서 뒤로 물러섰다.

열린 문으로 복도의 공기가 들어왔고, 오세가 들어온... 게 아니라 묵직한 구두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수수하지만 기품 있는 태도와 복장, 그리고 문고리를 쥔 구릿빛 손과 얼굴, 은빛 머리칼.

" 이거 실례했군, 문이 바로 열릴 줄은 몰라서 말이오. "

솔로몬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란 아이니는 입을 가리고 눈을 크게 뜨다가 정신을 차리곤 고갤 숙여 솔로몬을 맞았다.
솔로몬의 뒤에는 미안한 듯 눈썹 끝이 내려간 채 어색하게 미소짓고 있는 오세가 빼꼼 모습을 보였다.
솔로몬은 아우로라를 잠시 바라보다, 가까이 선 아이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말을 이었다.

" 들은 바가 좀 있어서 왔는데, 뭔가 준비하느라 바쁜 모양이로군, 방해해서 미안하오, 급한 일은 아니니 바깥에서 기다리겠소. "

그렇게 이야기하며 솔로몬은 뒤로 돌아서 방문을 닫고 나가려고 했다.

96 아우로라 - 솔로몬 (2921664E+5)

2019-06-03 (모두 수고..) 00:24:31

아이니가 눈을 지그시 감자 아우로라는 능숙하게 아이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어릴때 소네타의 머리를 이렇게 쓰다듬어주곤 했는데. 소네타는 잘 지내고 있을까? 설마 저번처럼 기사 지망생인 학생에게 무모하게 모의 전투를 신청했다가 지팡이로 있는 힘껏 때린 건 아니겠지. 상념을 접어두게 만드는 아이니의 수줍은 행동이 마냥 귀여운지 아우로라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시녀에게 문을 열어달라 한 직후. 아우로라는 시녀가 문을 열다 깜짝 놀라 몸을 굽히며 뒤로 물러나는 모습에 문가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아우로라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추듯 양 손으로 드레스 자락을 가볍게 잡아 들어올리며 허리를 숙였다.

"공작님을 뵙습니다."

아직 리본을 묶지 못한 보닛이 흘러내릴까, 인사를 마친 시녀 하나가 조심스럽게 아우로라에게 다가가 턱가에 리본을 묶어주었고, 아우로라는 솔로몬의 말에 눈을 깜빡이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그를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이 든 것인지, 아우로라는 재빨리 장식을 옆 머리에 매달곤 양산을 곱게 쥔 두 손을 다소곳이 모았다.

"저, 공작님..그러니까..전혀 방해하지 않으셨답니다. 마침 제 준비도 다 끝났으니, 굳이 바깥에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그리고 아우로라는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마냥 해맑게 웃어보이다가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눈을 내리까는 것이다. 오세와 아이니가 부탁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오늘 날씨가 참 좋아서 밖에 나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요...혹여 공작님께서 하실 말씀이 오늘은 제가 안에 있어야 하는 것이라면 조금은 아쉽겠지만요..."

말 끝을 늘이며 눈꼬리를 축 내리는 것이, 작은 강아지 같기도 했다.

97 솔로몬 - 아우로라 ◆Bj1236PsRA (075605E+55)

2019-06-03 (모두 수고..) 08:41:23

보닛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리본을 묶어 고정시킨 아우로라가, 방을 나서려던 솔로몬에게 말을 건다.
전혀 방해하지 않았고, 마침 준비도 끝났으니 바깥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좋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에 솔로몬은 고갤 돌려서 아우로라를 응시했다.
꽤나 화사하게 차려입은 모습을 보며, 화창한 바깥 날씨를 생각하던 솔로몬은 이어진 아우로라의 목소리에 모노클을 잠시 벗어 부드러운 천으로 닦았다.

바로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오세는 뺨을 긁적이며 솔로몬의 옆에 서 있었고, 아이니는 아우로라의 옆에 서서 솔로몬의 반응을 기다렸다.
잠시간의 침묵이 지나가고, 솔로몬은 모노클을 다시 걸치고 숨을 짧게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 나가봐도 괜찮소, 내가 찾기 어려운 곳으로만 가지 않으면. "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솔로몬은 아우로라의 표정을 보고 미묘한 듯한 표정을 짓다가 말을 이어갔다.

" 요 근래 신경써주지 못해 미안하오, 창문을 통해 햇살이 들어온다고는 하나 직접 햇빛을 쬐는 것과는 다르겠지, 보아하니 오세와 아이니가 따라 나갈 모양인데, 나가서 먹을 간식거리를 준비하라고 일러두겠소, 혹시 원하는 게 있다면 이야기하시오. "

98 아우로라 - 솔로몬 (2126283E+5)

2019-06-03 (모두 수고..) 10:55:32

아우로라는 보닛의 리본을 만지작대며 다듬었고, 솔로몬은 모노클을 벗어 부드러운 천으로 닦았다. 잠시간의 침묵은 시녀들에게 있어 불편하게 다가오겠지. 준비도 다 끝냈겠다, 아우로라는 손짓을 하여 시녀들을 물리려 했다.

찾기 어려운 옷으로만 가지 않으면 나가도 괜찮다. 아우로라는 그 말에서 의문점을 품었다. 오세와 아이니가 한 부탁은 공작님께서 밖에 나가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는데. 아우로라의 눈썹이 축 내려가 여덟 팔자를 만든다.

"...괜찮아요. 바쁘셨을테니까요.."

신경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에 그렇게 답하며 눈을 낮게 내리깔았다. 오세와 아이니가 따라나가면 공작님은 나가지 못하실텐데. 아우로라가 슬쩍 눈을 들었다. 긴 속눈썹에 가려졌던 타파이트빛 눈동자가 여실히 드러났다.

"..혹시..공작님은 오늘도 바쁘신건가요...?"

괜히 양산을 만지작대며 아우로라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고양이마냥 솔로몬을 올려다보았다. 조금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지만, 사용인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은 것이었다. 황태자에게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그런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갔다.

"저요, 그게..공작님과 함께 나가고 싶었는데..역시 안 되는 걸까요...?"

99 아우로라주 ◆3scJmbT6XU (2126283E+5)

2019-06-03 (모두 수고..) 10:55:53

얍, 좋은 아침이야, 솔로몬주! :>

100 솔로몬 - 아우로라 ◆Bj1236PsRA (075605E+55)

2019-06-03 (모두 수고..) 17:19:11

솔로몬은 자신의 말에 아우로라가 보이는 반응을 보고 의아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외출을 허락해줬으니 이제 즐겁게 나가보면 될 텐데, 저 모습은 그렇게 기쁘기만 한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낮게 내리깔았던 눈을 뜨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우로라를 보면서 솔로몬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하는 듯했다.

그리고 들려온 말은 혹시 오늘도 바쁜 것이냐는 이야기와, 공작 자신과 함께 외출하고 싶었다는 이야기.
솔로몬은 흐음, 하고 소리를 내면서 아우로라를 내려다보다가 곁눈질로 오세와 아이니를 살짝 보았다, 오세는 평상시 그대로의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었고, 아이니는 적잖이 긴장한 모양이었다.

" 나와 함께 외출을? 의외로군, 거절할 이유는 없지, 안 그래도 집사에게 잔소리를 들어서 말이오. "

솔로몬은 눈을 깜빡이면서 손에 낀 반지를 만지작거리고 이야기했다.

" 그러면 너희 둘은 어떻게 하려느냐? "

솔로몬은 오세와 아이니를 보면서 물었고, 쌍둥이는 조금 고민하는 듯 했지만 웃으며 대답한다.

" 플라우로스 님을 졸라볼래요! 두 분을 방해할 수는 없으니까요! 대신 맛있는 간식은 저희도 먹고 싶어요! "
" 그러니까...즐겁게 다녀오세요! 저희는 따로 나갈 수도 있을 거에요. "

//핫! 챠!

101 아우로라 - 솔로몬 (2921664E+5)

2019-06-03 (모두 수고..) 19:47:49

외출을 허락해주어도 정작 그가 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다. 사용인들이 많이 걱정하는데,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무엇이냐면, 공작에게 불쌍하고 가련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제 기준에서. 아우로라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런 용기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건지.
아, 아니면 혹시, 이젠 슬슬 익숙해졌나?

"정말요..?"

아우로라의 표정이 밝아진다. 양산을 쥔 손이 꼼질거리기를 멈추고, 아우로라는 오세와 아이니를 바라보았다. 쌍둥이는 플라우로스를 졸라 따로 나갈 생각인걸까? 이런, 제 자신이 혹시 쌍둥이가 나갈 기회를 뺏은 건 아닐까.

"다음에 같이 나가요, 오세, 아이니."

약속이에요. 라고 덧붙이며 아우로라는 상냥히 웃은 뒤 둘을 바라보다, 잠시 공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창문을 바라보았다. 새가 지저귀다 포르르 날아간다. 다음에 날씨가 좋으면, 플라우로스와 아이니, 오세, 그리고 공작님과 함께 나들이를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귀족 영애가 요리를 하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지만, 주방장을 도와 샌드위치 정도는 만들어도 괜찮겠지. 아우로라가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나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다음 나들이 생각이라니.

102 아우로라주 ◆3scJmbT6XU (4346904E+6)

2019-06-04 (FIRE!) 00:24:56

얍, 끌올!

103 솔로몬 - 아우로라 ◆Bj1236PsRA (3044663E+6)

2019-06-04 (FIRE!) 08:28:26

솔로몬은 정말이냐며 되묻는 아우로라에게 고갤 끄덕이고, 아우로라의 표정이 밝아지자 그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아우로라가 쌍둥이를 보며 하는 말에 쌍둥이를 돌아보며 이야기했다.

" 둘 다 고생했다, 주방장에게 가서 간식거리를 준비해 달라고 한 뒤에 플라우로스에게 가 보거라, 뜸 들이다가는 시간이 늦을 테니. "

그 말을 듣고 쌍둥이는 솔로몬과 아우로라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오세는 손을 흔들며 아이니에게 이끌려 방을 빠져나간다.
복도에 두 사람의 발소리가 멀어져 가고, 솔로몬은 아우로라를 쳐다보다가 이야기했다.

" 그러면 나도 준비를 해야겠지, 잠시 뒤에 홀에서 만나는 것으로 하지, 어떻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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