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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론과 함께 은호 타워에 가보려고 한 날. 가고 싶지 않다는 론을 조르고 졸라 간신히 품에 안아들고 집을 나서서 은호 타워를 향해 날아갔다. 기대감에 가득찬 얼굴은 라온하제에서 제일 높은 곳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는 기쁨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었다. 그러나...
"...어...?"
은호 타워 가까이에 다가가자 보이는 것은 왠지 모르게 평화로움과는 거리가 먼 분위기였다. 그에 동물적인 본능으로 뭔가 이상함을 직감하고, 천천히 땅으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론을 품에 꼬옥 끌어안은 채 조심스럽게 은호 타워의 입구 쪽으로 다가가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검문을 하고 있는 가온 님의 모습?
"...가온 님...?"
일단 허리를 꾸벅 숙이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올렸다. 왠지 모르게 매의 눈... 아니, 늑대의 눈 같은 느낌에 괜히 몸을 살짝 움츠리며.
"...은호 타워 씨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 물론 진짜로 죽은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회복하기까지엔 시간이 걸렸었답니다. 그리고... 일단은... 네, 알겠습니다. :)
검문을 시작하는 와중에 입구 쪽으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당연히 경계하는 눈빛으로 가만히 그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일단 다가오고 있는 이는 리스 씨의 모습이었다. 일단 나는 손에 쥐고 있는 붉은색 검문봉을 이용해서 리스 씨의 근처에 천천히 흔들어보았다. 봉에서는 딱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나는 그제야 봉을 아래로 내릴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리스 씨! 그게... 조금 일이 생겨서 검문 중입니다. 괴도 마파람을 기억하십니까? 그 괴도 녀석이 은호님에게 이 타워에 있는 백은의 다이아를 훔치겠다고 도전장을 보냈습니다."
도전장 자체를 이곳으로 가지고 온 것은 아니었기에, 그곳을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튼 그렇다고 해도 상황 설명 자체는 충분히 가능했기 때문에 나는 긴장한 표정으로 리스 씨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리스 씨는 누군가가 변장을 하거나,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군요. 들어가셔도 됩니다!"
은호 타워에 놀러왔다고 한다면, 그것이 수상한 이가 아니라고 한다면 입장을 허락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기에 안으로 들어가도 좋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다른 신을 바라보았다.
//반응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8시 50분까지! 그리고...확실히...리스는 죽었다고 생각을 했었으니..그럴 수도 있겠군요! 회복되어서 정말로 다행입니다! 리스야!!
은호 타워의 입구 근처에 있는 가온 님께 다가가 인사를 드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가온 님의 경계하는 눈빛과 붉은색 검문봉의 검사였다. 왠지 모르게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검문봉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하면서 작게 바들바들 떨며 가온 님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 그 자리에 바들바들거리며 서있다가 가온 님께서 검문봉을 내리자 그제서야 긴장을 살짝 풀었다.
다시 일에 들어가려는 순간, 리스 씨에게서 질문이 들어왔다. 도와드릴 일이 없냐는 물음이었다. 그 물음에 나는 고개를 돌려 리스 씨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나 혼자서 지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고 힘든 일에 가까웠다. 내가 이렇게 한다고 해도, 다른 곳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무엇보다 지금 다이아를 제대로 지키는 이가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은호님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카드 키를 건네주었다.
"그렇다면 도움을 좀 받겠습니다! 리스 씨! 이 카드 키를 이용해서 엘리베이터... 그러니까 화장실 근처에 있습니다. 아무튼 그곳으로 간 후에 45층으로 향해주세요. 그곳에 박물관이 있는데, 그 제일 안쪽에 '백은의 다이아'라는 하얀색 보석이 있습니다. 그 근처에 서서 누군가가 다가오지 않도록 막아주겠습니까?"
일단 나는 이 입구를 지켜야 했기에 어떻게 발을 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리스 씨에게 부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면서 나는 리스 씨를 바라보았다.
"특별히 신들을 감시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냥 그 다이아의 근처에 있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누군가가 다가오지 못하게 말입니다."
이 정도 일이면 리스 씨가 체력을 크게 쓸 필요도 없을테니, 맡길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나는 리스 씨의 대답을 기다렸다.
가온 님께서 혼자 고생하시는 게 안타까워 조심스럽게 혹시 자신이 도와드릴 일은 없는지 여쭤보자, 가온 님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듯한 모습을 보이셨다. 그에 혹시 거절하시면 어쩌나, 걱정하며 조용히 기다리고 있자, 이내 곧 가온 님의 부탁 하나가 들려왔다. 그에 은호 님의 그림이 그려진 네모난 무언가를 두 손으로 건네받으면서 그 설명을 열심히 경청했다.
"...화장실 씨 근처에 엘리베이터 씨... 45층의 박물관 씨... 그리고 '백은의 다이아'..."
가온 님의 설명을 기억하려는 듯, 조용히 따라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카드 키를 두 손에 꼬옥 쥐고 론과 같이 품에 소중하게 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꼭 지킬게요! 백은의 다이아 씨!"
무려 '신' 님께서 맡기신 일. 절대로 실수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두 눈을 의지로 반짝반짝였다.
리스가 45층의 박물관, 그리고 그 안쪽으로 들어가자 틀림없이 '백은의 다이아몬드'를 전시하는 듯한 공간이 나왔다. 근처에 '백은의 다이아몬드'라는 안내문구도 쓰여있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텅 비어있는 상태였다.
그 대신에 누군가가 남겨놓은 카드가 바로 그곳에 있었다.
[내가 말했지? 이거 가져갈거라고 말이야! 하지만 이대로 가져가버리면 너무 재미가 없으니까 지령을 잘 수행하면 돌려줄 수도 있어! 자... 내가 있는 곳을 잘 찾아봐. 알았지? 지금 나는 깊고 깊은 해저에 있어. 하지만 물 안에 있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그럼에도 내 머리 위에는 바닷물이 있어. 정말로 어둡고 어두운 해저. 이곳이 어디인지 나를 찾을 수 있겠어?]
그것은 명백하고 명백한 도전장이었다. 어서 찾아오라는 듯이 도발을 하는 문구가 그 곳에 남아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적용하겠습니다..!! (끄덕) 그리고...으윽...지워져라..! 스포일러..! (청소 시작) 아무튼.. 9시 45분까지 받겠습니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족관이 있다고 적힌 15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곳의 입구로 들어가려는 순간 마주친 건... 급히 뛰어오는 가온 님?
"...?! 가, 가온 님...?"
정말로 급하게 뛰어왔는지 가온 님께서는 이내 힘들게 숨을 골랐고, 그런 가온 님께로 급히 다가갔다.
"...저는 괜찮아요, 가온 님! 그러니까... 우선 천천히 숨부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로 끔찍한 일이었으니까. 가온 님을 우선 진정시켜드리려 천천히 앞에서 심호흡을 똑같이 해드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온 님의 말을 들었다.
"...가온 님께서도 그러셨군요. 저는 갔더니 '백은의 다이아' 씨는 이미 사라지셨고 대신 이 카드가 계셔서..."
가온 님께 아까 가져왔던 카드를 두 손으로 내밀어 보여드렸다.
"...여기에 '지령을 잘 수행하면 돌려줄 수도 있다.'고 하셔서... 그 말씀을 믿고, 왠지 여기에 괴도 마파람 씨께서 계실 것 같아서 이 수족관 씨로 온 거랍니다. 그러니까... 저는 들어가보려고 해요, 가온 님. 가온 님께서 맡겨주신 일, 반드시 성공해서 되찾아올게요."
이미 결심을 굳힌 두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고, 만약 정말로 함정이라도 하더라도 헤쳐나갈 의지로 가득했다.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에요? 그럼 저도 같이 가요. 고위신의 지령을 따르지 못한 책임을 져야하거든요."
리스가 가져온 카드를 바라보며, 그리고 수족관으로 들어가려는 그녀를 바라보며 가온은 자신도 함께 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일단 수족관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정말로 넓고 넓은 수조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바다 생물들의 모습이었다. 펭귄, 물개, 수달 등등.. 참으로 편안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보였을 것이다.
아무튼 안으로 계속 들어가다보니 보이는 것은 깊고 깊은 해저를 표현하고 있는 수조의 근처에 놓여있는 카드였다. 그 카드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있었다.
[너무 늦게 온 거 아니야? 그래서 다른 곳으로 옮겨버렸지!! 이 라온하제에서 제일 거대한 여우의 머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포기할거면 포기하던지!]
"...마파람!!"
캬릉, 하는 소리를 내면서 가온은 화를 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리스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리스. 지금부터는 제가 할게요. 리스는 위험하니까 돌아가세요. 마파람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제 말 뭔지 알죠?"
잠시 가온 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고위신의 지령을 따르지 못한 책임. 그렇다는 것은... ...은호 님의 지령이실까요? 가온 님께서 충성을 맹세하시는 고위신 님들은 은호 님과 누리 님이었지만 이 곳은 은호 타워이니까...
아무튼 가온 님과 함께 수족관 안으로 조심히 들어가보자 긴장했던 것과는 다르게 의외로 평화롭고 행복한 바다 생물들이 가득히 보였다. 정말로 푸르디 푸른 곳. 정말로 '행복'해보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잠시 긴장이 풀리고 희미하게 화아, 웃었다. 물론 그것도 잠시, 이내 계속 안으로 들어가다보니 발견한 카드의 내용에 다시 또 생각에 빠졌지만.
"...!"
가온 님께서 캬릉, 하는 소리를 내며 화를 내시자 순간 깜짝 놀라 몸을 움츠리고 바들바들 떨었다. 그리고 그렇게 겁을 먹은 상태로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하, 하지만... 가온 님... 그 말씀은 가온 님께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뜻이잖아요..."
자신보다는 그것이 훨씬 더 중요했다. 그렇기에...
"......아니예요, 가온 님. 저도 함께 갈게요. 가온 님 혼자만 위험하시게 할 순 없어요. 저도... 저도 뭔가 조금은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을만한 게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저도 가고 싶어요, 가온 님."
거의 부리지 않던 고집마저 부리는 두 눈동자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책임감과 의지가 가득했다.
비나리의 광장에 있는 얼음동상, 이 타워의 꼭대기. 두 개를 생각하며 가온은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그 와중에 꼬리를 바짝 세운 것이 참으로 미묘한 느낌이었다. 아무튼 일리가 있다고 가온은 생각한 모양이다.
"둘 중 하나라면 꼭대기가 아닐까요? 리스. 얼음동상보다 여기가 더 크거든요. 아마 그럴 거예요."
뭔가 불확실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어서 올라가자는 듯이 이야기를 하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은호 그림이 그려진 카드 키를 꺼낸 후에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그 카드키는 리스에게 줬던 그 카드키와 똑같은 디자인과 형태였다. 그리고 그 카드 키를 다시 주머니 속에 집어넣으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이 카드키가 없으면 여기에 있는 이 비상용 엘리베이터는 이용할 수 없거든요. 이 세상에 딱 두 개밖에 없어요. 하나는 제가 가지고 있고, 다른 하나는 1층 사무실에 보관되어 있어요."
아무튼 엘리베이터는 쭈욱 위로 올라갔고 머지 않아 전망대에 도착했다. 그곳이 꼭대기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탐색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는지 가온은 리스에게 이야기했다.
바로 옆에 망원경이 보였지만 지금은 그것을 사용할 때가 아니었다. ...조금은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우고, 다시금 전망대를 돌아다니며 탐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창가 하나하나, 망원경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자, 이내 곧 어느 망원경 근처에서 또다른 카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혼란스러운 두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고, 론은 카드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제 힌트도 성의없어졌네. 웃기는 놈이야.]
론은 비웃을 뿐이었다. 잠시 그렇게 카드를 읽고, 읽고, 또 읽다가 결국 고개를 들어 저 편에 있는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죄송해요, 가온 님. 지금은... 죄송스러운 마음을 안고, 가온 님에게 천천히 다가가보았다.
"...저기, 가온 님. 카드 씨를 또 발견했어요. 그런데 저는 도저히 무슨 말씀이신지 전혀 모르겠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