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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유람선 갑판 위. 불어오는 미리내의 바람은 조금 쌀쌀하게 느껴져 살짝 몸을 움츠렸지만, 그럼에도 홍학 특유의 고개 도리도리를 하면서 여기저기를 바라보았다. 반짝반짝, 신기함에 빛나는 눈동자를 하고선.
"...와아아...!"
...정말로 신기해요...! 이 유람선 씨! 사실 '유람선'이라는 것이 뭔지도 잘 모르던 자신이었지만, 은호 님께서 주신 선물이었으니 한 번쯤 올라타보고 싶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 거대하고도 거대한 배 위로.
유람선 안에는 여러 '신' 님들과 다양한 음식들이 가득했고, 다행히 따스한 온도의 공기가 자신을 맞이해 주었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것들을 즐기러 왔다기보다는 그저 한 번쯤 둘러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기에, 이 갑판 위에까지 나오게 된 것이었다. ...물론 여기는 쌀쌀한 공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지만.
하지만... 정말로 신기한 걸요. 바다를 가로지르며 천천히 나아가는 유람선 씨도, 그 아래에 펼쳐진 푸른 바다 씨도, 그 투명한 바닷속에 보이는 다양한 물고기 씨들도. 아예 갑판 난간의 제일 끝에까지 다가가선 그 아래에 쪼그려앉아 바닷속을 내려다보았다. 푸른 바닷물을 바라보는, 색이 다른 멍한 두 눈동자는 반짝반짝였고, 불어오는 바람에 분홍빛 계열의 머리카락이 부드러이 흩날렸다.
은호님이 우리에게 내려주신 보물, 유람선은 미리내의 바다를 뚫고 앞으로 항해하고 있었다. 이대로 유람선은 쭈욱 항해해서 몇 시간 후면 아라에 도착할 것이다. 다만 아직은 미리내의 영역이었기에 주변 바람이 조금 쌀쌀했다. 물론 이것도 항해를 하다보면 점점 풀리게 되겠지. 아라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온도는 조금씩 올라갈테니까.
아무튼 유람선이 제대로 항해를 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곧 낯이 익은 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단 신과를 하나 먹고, 다른 신과 하나를 신통술로 손에 옮겨놓은 뒤에 나는 그 분홍빛 신을 향해서 천천히 나아갔다.
"여기서 뭐하고 계십니까? 리스 씨?"
갑판 끝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거기에서 무엇이 보이는가 싶어 덩달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물고기들이 보이긴 했지만, 뭔가 맛있어보이는 물고기들이 보이기는 했지만...그 이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어보였다. 물론 리스 씨에게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리스 씨가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는 궁금했기에 그렇게 질문을 하면서 나는 손바닥 위에 올려진 신과를 내밀었다.
밑에 내려다보이는 푸른 바닷물은 너무나도 투명하여 그 속에 있는 물고기들이 다 비쳐보일 정도였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들. 그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한 박자씩 늦게 두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쫓아가다, 갑자기 누군가의 인기척과 목소리가 들려오자 몇 박자 늦게서야 "...앗."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려보았다.
"...안녕하세요, 가온 님. 그게... 바닷물 씨 아래에 물고기 씨들이 놀고 계셔서 구경하고 있었답니다. 모두 엄청 즐거워 보이세요! 막 이~만한 물고기 씨들도 계시고..."
헤실헤실, 희미하게 웃으며 두 팔을 느릿하게 벌려 설명을 이어나갔다. 물론 홍학의 먹이에는 물고기도 있었지만... 자신은 이제 물고기를 봐도 먹고 싶은 생각은 절대로 없었다. 애초에 식성이 변해버리기도 했고... 이제는 먹는다고 해도...
그러다 가온 님께서 신과를 하나 내밀자 잠시 신과와 가온 님을 느릿하게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두 손으로 천천히 그것을 공손히 받아들였다.
"그렇...습니까? 리스 씨에게는 신기한 광경인 모양이로군요. 저에게는...어흠. 쿨럭. 아무것도 아닙니다." (소아주를 위한 설명 - 이전에 가온은 미리내만 갔다하면 바다에 빠져서 꽁꽁 얼어붙은채로 은호나 누리에게 회수된 적이 있답니다.)
여러모로 미리내의 바닷물에는...조금 안 좋은 기억이 많아서 그런 것일까. 나도 모르게 헛기침 소리만이 나왔다. 물론 그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내가 미숙한 탓이었다. 비나리의 관리자이자 은호님의 보좌인만큼, 좀 더 정진해야겠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아무튼 리스 씨는 내가 건네주는 신과를 받아들였다. 이어 나는 내가 먹던 신과를 먹으면서 그 과즙을 마음껏 즐겻다. 역시 이 달콤한 맛은 그 어떤 과일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기른 애들이라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과즙을 즐기는 와중 리스 씨에게서 질문이 들어왔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대답했다.
"아닙니다! 궁금해서 왔다기보다는 그냥 저는 은호님의 보좌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유람선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탔습니다! 아무래도 유람선이 고장이 나거나 하면 제가 대처를 해야할테니 말입니다! 물론 조금 신기하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이런 거대한 배를 타본 적은 없다보니, 조금 신기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일을 하러 왔다는 느낌이 더 크기 때문에 그 일쪽을 좀 더 설명하면서 나는 리스 씨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전에 비나리 과수원에서 일을 한 후에 몸살을 앓았다고 들었습니다만...사실입니까?"
아무래도 이 사실은 확인을 해야만 했다. 아이온 씨와 약속한 것도 있었고,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사과를 해야할테니까. 내가 시킨 일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면 더욱...
가온 님의 말씀을 따라서 느릿하게 중얼거리다가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헛기침 소리를 듣고는 더 깊숙히 여쭤보지는 못 했지만.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알 것도 같았다. 그러니까, 가온 님께서는 얼음 동상 씨가...
생각은 거기까지만 하고 애써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떨쳐냈다. 그리고 그 대신 가온 님께서 주시는 신과를 공손히 받아들였다. 한 입 천천히 베어먹자 느껴지는 달콤한 딸기 맛. 그에 기분 좋은 듯이 작게 배시시 웃다가 가온 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군요. 가온 님께서는 또 일을 하시려... ...언제나 정말로 바빠보이세요, 가온 님. 가온 님께서도 때로는 그냥 마음 놓고 노시는 날도 있으시면 좋을텐데..."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유람선의 상태 확인까지 하신다니. ...가온 님께서도 아사 님처럼 너무 많이 일하셔서 쓰러지실까봐 걱정 돼요... 유난히 일을 많이 하시던 두 관리자 님. 그러나 걱정 가득한 생각을 품고 신과를 천천히 베어먹다가 이어지는 가온 님의 물음에, 순간 멍한 표정으로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몇 박자 늦게서야 황급히 쩔쩔매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앗, 그, 그게...! 모, 몸살 씨까지는 아니고, 그, 그냥 몸이 조금 안 좋아져서... 며칠 잠깐 누워있었을 뿐인데..."
그걸 어떻게 아셨을까요...? 괜히 자신이 죄를 지은 것 마냥 두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손가락들을 꼼지락꼼지락거렸다. 옆으로 피한 시선처럼 말 끝도 점차 흐려지며.
"......그, 그렇지만 가온 님께서 일을 맡겨주신 것 때문에 그런 건 절대로 아니예요, 가온 님! 믿어주세요...! 제가... 원래 몸이 조금... 약해서 그런 것이라서..."
...이건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조금 어두워진 표정으로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두 날개도 시무룩하게 아래로 처졌다.
"관리자로서 마냥 놀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라온하제의 가장 중요한 심장부인 비나리의 관리를 맡고 있고, 은호님의 보좌이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쉬는 시간은 확보하고 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정말, 이 홍학 신은 마음이 약하다고 해야 할 지, 착하다고 해야 할 지. 관리자의 휴식을 신경 쓰는 신은 그다지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 얼마 본 적이 없는 신 중에 리스 씨가 포함이 된다. 물론 덕분에 감사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표현을 하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사실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니까. 기분이 안 좋을래야 안 좋을 수가 없었다. 걱정을 해주는데 어떻게 안 좋을 수가 있을까.
아무튼 리스 씨는 내 질문에 대해서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사실이라는 것을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몸이 안 좋아져서 며칠 누워있었다면서 쩔쩔매면서 몇 박자 늦게 대답하는 모습과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거리는 모습에 나는 난감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일을 한 후에 몸이 안 좋아졌다. 그런 상황이면 그 누가 들어도, 일을 시켰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다솜의 관리자인 아이온 씨도 똑같이 생각할 겁니다. 아무래도 제가 시킨 일 때문에 몸이 안 좋으셨던 것은 사실인 모양이군요. 사죄하겠습니다. 리스 씨."
어찌되었건 그 일을 시킨 것은 다름 아닌 나. 그리고 이후에 몸이 안 좋아진 리스 씨. 이건 누가 봐도 내가 사과를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확실하게 사과를 하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때 시킨 일은 시키지 말아야겠군요. 또 몸이 아파서 앓아누우면 곤란하니까요. 대신에 다른 일을 좀 생각해보겠습니다."
>>662 아무래도 관전을 하시는데 잘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고개가 갸웃할테니까요!! 덧붙여서 '신과'라는 과일은 비나리에 있는 신과 과수원에서 주로 재배하는 과일인데....사과처럼 생겼습니다. 다만..이 신과는 먹은 사람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달콤한 맛을 낸다는 특징이 있답니다. 그래서 먹은 이마다 느끼는 맛이 달라요. 가장 좋아하는 단맛으로 나니까요!
"몸이 약한 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몸이 약한 것이 문제라고 한다면 이 세상 모든 몸이 약한 이들은 문제가 되는 것이겠습니까?"
리스 씨가 황급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내 생각을 굽힐 마음이 없었다. 어찌되었건 그것을 미리 파악하지 못하고, 일을 부탁해서 눕게 만든 것은 나의 책임이자 미스였다. 만약 아이온 씨가 이야기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평생 몰랐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나는 조금은 단호하게 이야기를 했다.
이어 리스 씨는 죄송하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날개가 축 늘어진 모습을 보였지만 나는 생각을 굽힐 마음은 없었다. 리스 씨는 앓아눕지 않겠다고 했지만...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이란 말인가. 아이온 씨를 생각해서라도, 리스 씨를 위해서라도 그 일은 다시는 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다시 한번 도리도리 저었다.
"제가 곤란한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한번 앓아 누웠는데 또 앓아 눕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습니까? 원래 신과를 재배하는 일은 체력이 많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다음에 또 하게 되면 또 앓아 눕게 될 겁니다. 리스 씨가 도와주고 싶어하는 마음은 잘 알겠지만...그래도 전 리스 씨가 그것 때문에 앓아눕는 것은 싫습니다!"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로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묶어내린 내 머리카락을 손으로 만지면서 천천히 정리했다. 그리고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애초에 제가 하는 일은, 신과 재배 말고도 많습니다. 다른 일을 하면 되지. 굳이 신과 재배 일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축 쳐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런 좋은 유람선에 타셨는데 그런 축 쳐진 표정을 지으면 복이 다 달아나게 됩니다!"
가온 님의 단호한 말씀에도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그저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시선은 여전히 아래로 떨군 채. ...몸이 약한 것이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아니다. ...정말로 그럴까요...? 정말로 그런 걸까요...? 저의 '신' 님, 부디 저에게 대답을 들려주세요. ...정말로 그것은... 죄악이 아닌 걸까요...?
자신의 '신' 님의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대신 가온 님의 말씀을 귀담아 들을 뿐. 여전히 가온 님의 단호한 목소리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 단호함이 결국 자신을 걱정해주셔서, 라는 것 때문임을 알 수 있었기에 마음 한 구석이 왠지 모르게 아프도록 찡해오는 것만 같았다.
"......"
그에 그저 침묵을 지키고 있자, 가온 님께서는 이내 곧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달래주듯이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그에 그제서야 천천히 시선을 들어올려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또다시 침묵. 그렇지만 이내 곧 그것을 깨고 느릿하게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가온 님. 그렇게 걱정해주시고 배려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네, 가온 님의 말씀대로 축 쳐지지 않을게요. 무려 은호 님의 보물 씨이신 유람선 씨에 있으니까요...!"
흐읍...! 두 손을 꼬옥, 주먹까지 쥐어가면서 힘을 주입했다. 고개까지 몇 번이고 끄덕끄덕여가며. 복 씨를 지킬 거예요...! 그리고는 이내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가온 님께서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혹시 신과 씨를 재배하는 것 말고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내 말이 끝나자 리스 씨는 침묵을 지키고 계셨다. 조마조마한 마음이 사라지고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다시 기운을 내시게 된 것 같았기에.. 그렇기에 정말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축 쳐진 리스 씨의 모습은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마치 하늘의 태양처럼 참으로 밝고 다정한 신인만큼, 축 쳐진 모습보다는 밝게 웃는 모습이 그녀에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지금처럼 두 손을 꼬옥 쥐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하게 웃는 모습이 언제까지나 쭈욱 이어지길 바라면서 나는 리스 씨의 말에 바로 대답했다.
"하하하! 그건...저도 확실하게 이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하는 일이 경우에 따라서 조금 달라지다보니... 가끔 비나리를 순찰하기도 하고, 비나리 주민들의 고충을 들어주기도 하고, 그냥 산책을 하기도 하고, 재배한 신과를 분류하기도 하고... 그런 느낌입니다! 그때그때 무슨 일을 해야 할지는 아무래도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과 과수원이야 이전부터 하던 것이었으니까 예외로 치더라도, 그 외의 일들은 그때그때 따라서 다른 편이다. 은호님이 호출해서 일을 시킬 때도 있고, 누리님이 부탁을 할 때도 있기에.. 정확하게 이거라고 말을 하긴 힘들었다. 그런 면목없는 상황에 머리를 긁적이다가 팔을 내리면서 나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정말로 매일매일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봉사활동을 해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리스 씨! 그러면 아마 다른 신들에게 봉사를 하면서,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잘 찾아보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있을터. 그런 곳을 찾아보는 것도 그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나는 리스 씨에게 그렇게 제안했다.
>>685 축축하고 습한곳은 그냥 기분이 나쁜거예요! 그러니까 들어가시면 안 되요! 사악하신 리스주가 정화되어버리면 안 되는거 아니예요? ㅎㅎㅎ 그럼 선한 리스주만 남게 되어 버리는거군요! 잘됐다! :D 이미 몇 번 읽으며 탈고 작업을 마쳤기에 더 고칠게 없었어요... ;)
아마 리스 씨에게 있어서 가장 잘 맞는 활동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남을 돕고 싶다고 한다면 역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신들을 도울 수 있을테니까. 그녀의 성향에는 정말로 잘 맞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권유를 해봤는데 리스 씨는 상상 이상으로 관심을 가진 모양이었다.
밝고 선명해진 목소리도 그렇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눈동자도 그렇고... 누가 봐도 좋아하는, 말 그대로 호감적인 느낌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그에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바로 이야기했다.
"물론 라온하제에도 봉사활동 단체가 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봉사를 하고자 하는 신들은 리스 씨 말고도 여럿 있습니다. 그리고.. 리스 씨가 만들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만든다고 한다면... 제가 홍보를 도와주겠습니다! 비나리에 소식을 전하는 것 정도가 되겠지만...그래도 조금은 도움이 될 겁니다!"
아무래도 특정 누군가를 위해서 움직이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런 단체가 세워졌다...라고 소개를 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소개를 하는 것이었으니까.
"하하하! 그건 그렇고 그렇게 관심을 보일 줄은 몰랐습니다! 리스 씨는 정말로 자상하고 따뜻한 분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봉사를 한다는 것에 눈을 빛낼 정도로 관심을 보일리는 없겠지. 적어도 내 생각은 그러했다.
가온 님의 말씀을 한 박자 늦게 따라하며 외쳤다. 한결 밝고 선명해진 목소리와 의지로 가득찬,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 그 모든 것들이 전부 다 좋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었다. 애초에 '신' 님 앞에서 거짓을 고할 수 없는 자신이었다. '신' 님의 말씀에 대하여 어떻게 거짓으로 반응할까.
"...역시 '신' 님들께서는 다들 자상하시군요. '신' 님이시면서 다른 이들에게도 봉사를 해드리려는 '신' 님들... 전부 다 정말로 존경스러우세요."
진심 어린 미소가 희미하게 배시시 지어졌다. 하지만 역시 조금 고민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미 만들어져있는 봉사활동 단체 씨에 들어갈까요? 아니면 제가 새롭게 만들어볼까요? 으음... 으음... 그런데... 이미 '신' 님들께서 만드신 봉사활동 단체에 제가 감히 들어가도 되는 걸까요...?
자신은 '신' 님이 아닌데도. ...진짜 아닌 걸까요...? 하지만, 전... 예전에... 저는... 혼란스러움을 애써 뒤로 하며, 가온 님께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그럼... 저는 새롭게 하나 만들어보고 싶어요. 물론 라온하제의 봉사활동 단체 씨처럼 엄청 대단한 일은 해드리지 못 하겠지만... 작고 사소한 일들이라도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는 봉사활동 단체 씨를요. ...홍보를 도와주신다고 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가온 님. 저도 열심히 해볼 거예요!"
두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가온 님께서 홍보를 도와주신 이상, 더더욱 대충 해서는 안 될 것이었기에.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가온 님. 하지만 가온 님께서야말로 정말로 자상하고 따뜻하신 '신' 님이시랍니다. 지금만 하더라도 이렇게 저를 도와주시고 계신 분은 가온 님이신 걸요."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리스 씨가 하고 싶은대로 하시면 됩니다! 단체를 만들고 싶다면 만들고,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돕고 싶다면 도우시면 됩니다. 리스 씨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으니까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그것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도움을 준다고 한다면 말릴 이유는 없었다. 리스 씨가 무리를 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리스 씨가 잘 조절해줄 거라고 믿고 싶었다. 일단 홍보를 도와주기로 했으니 조만간에 홍보 방식을 조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았다. 게시판에 전단지라도 붙여볼까.
그런 와중에도 주먹을 불끈쥐며 눈동자를 초롱초롱 빛내는 리스 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그저 소리없는 미소만이 흘러나왔다. 정말로 열심히 하려는 열의가 느껴지기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하하하!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할 나름입니다! 그저 리스 씨는 모르는 이도 아니고, 알고 있는 이기도 하고, 전에 도움을 받기도 했으니 도움을 주는 것도 있답니다! 물론 누리님이 바라는 '즐거운 내일'을 위해서...그리고 은호님의 보좌로서 다른 이들을 돕는 것도 있습니다만..! 얼마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해주십시오! 비나리의 관리자로서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 나는 차가운 바람에 흔들리는 내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했다. 조금씩 추워지는 공기는 아직도 그 냉기를 잃지 않고 있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난 리스 씨에게 제안했다.
"리스 씨는 추위에 약하지 않으셨습니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지금 라온하제에는 '딸기'가 전부 사라져서 곤란한 지경인만큼...유람선 내부에서 확보하고 있는 딸기라도 드셔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권유를 하면서 나는 리스 씨를 바라보았다. 일단...딸기 사건도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할텐데...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참으로 막막하기 그지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