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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르륵. 딸기가 사라진 이후로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나버렸다. 덕분에 주식이었던 딸기를 제대로 먹지 못해 거의 굶다시피 지내고 있던 자신이었다. 물론 다른 과일들을 먹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그러고 있자 문득 누리 님의 목소리가 텔레파시를 통해서 머릿속에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딸기 씨가 사라지신 이유를 찾으려고 하시는 걸까요? 저번에 가온 님과 만났을 때 드렸던 의지의 다짐도 있었으니, 고민할 것 없이 곧바로 분홍색 날개를 천천히 펼쳐냈다. 그리고 서서히 공중으로 날아올라 비나리 광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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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리 광장에는 몇 명의 '신' 님들께서 이미 와계셨다. 그에 천천히 땅에 맨발로 살며시 내려앉고는, '신' 님들께로 다가가선 공손히 두 손을 앞에 모으고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올렸다.
그 애.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입고 있던 여름옷마저 벗어던지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그 애는 전에, 딸기가 사라졌다는 다른 이들의 웅성거림을 들었습니다. 그 애는 딸기가 올려진 사각거리는 팥빙수라던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딸기 아이스크림의 맛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딸기가 없어졌다는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애가 가장 좋아하는 얼음 조각상이 유람선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그 애는 미리내에서 단 한 발짝도 움직이고 싶어 하지 않았을 것이었습니다.
그 애는 따스해지는 날씨 덕분에 그늘을 찾아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의 작은 발은 아무런 기척도 남기지 않으며 환하게 비치어오는 밝은 햇살을 피해 자꾸만, 자꾸만 그늘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 애의 머릿속에 들려왔습니다. 딸기가 없어진 이유에 대해서 현재까지도 아무런 단서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 애의 청명한 눈동자가 앞을 내다보았습니다. 그 애에게 그 앞은 화염에 휩싸인 불길 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야 한다는 것을 그 애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 애는 발바닥까지 뚫고 들어오는 따스한 온기에 발걸음을 조금 빨리했습니다. 결국, 그 애는 비나리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주저앉았습니다. 끄응, 하는 그 애의 막힌 숨이 토해지면 그 애는 털썩 주저앉은 몸을 일으켰습니다. 허리를 푹 숙이고 있던 그 애의 작은 몸통이 앞에 있던 다른 이들에게 인사했습니다. 그 애는 안녕하세요? 하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모인 신들 중에서 주저앉는 이가 보이자 누리님은 크게 놀라 그 소아라는 이름의 표범 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신통술을 사용하더니, 그 신의 머리 위에 하얀 눈이 내리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 눈은 땅에 떨어져도 쌓이지 않았고 그저 그 근방의 기온만 낮추는 것 같았다. 누리님 나름대로의 배려이자 신경을 쓰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리스 씨의 인사에 누리님은 모두를 바라보면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모두에게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 다름이 아니라 지금 나와 가온이는 얼마전부터 완전히 없어져버린 딸기의 행방을 찾는 중이었거든! 어떤 특정 요인으로 인해서 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아. 가온이가 가지고 있던 딸기는 모두 재배한 것이거든. 즉..지금 이건 누군가가 일부로 손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가온아!"
"아! 네!"
나는 누리님의 말씀에 크게 외친 후에 한 손에 딸기 3개가 들어있는 접시를 올리고서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뒤이어서 계속해서 내 말을 이어나갔다.
"보다시피 저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딸기 3개입니다! 일단 이 딸기가 누군가에 의해서 사라지는 것일지 확인을 해보려고 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가져간다면 그 신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냥 먹고 싶어서 가져가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의심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나름의 목격증언이 있는데.. 딸기가 열려있는데 갑자기 뭔가가 빠르게 지나갔고 그 순간 딸기가 없어졌다는 말도 있었거든. 그래서..일단 이 딸기로 시험해볼 생각이야. 혹시 질문이 있니? 없으면 모두들 근처에 숨어주겠어?"
처음 뵙는 듯한 한 '신' 님께서 흐물흐물 녹아내려 주저앉자 한 박자 늦게 깜짝 놀란 듯이 황급히 그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누리 님께서 하얀 눈을 내리게 해주시는 것과 처음 뵙는 '신' 님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어디 다치신 걸까요...?
그러다 누리 님의 인사와 함께 가벼운 설명이 들려오자 그것을 경청해 들었다. 그리고...
"...?"
이어서 가온 님께서 보여주시는 딸기 3개가 든 접시. 그 딸기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괜히 침을 작게 꼴깍, 삼켰다. ...꼬르륵. 괜히 배를 슬쩍 가리며 들려오는 누리 님의 물음에 고개를 한 박자 늦게 느릿하게 도리도리 저었다.
"...저는... 질문 씨는 없답니다. 그럼... 네, 알겠습니다. 한 번 숨어있을게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먼저 딸기 씨 하나로 시험을 해보는 것이 좋을까요? 저 딸기 3개들마저 금방 사라져버릴까봐 조금 불안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조금 우물쭈물, 손가락들을 꼼지락거리면서도 조심스럽게 누리 님의 말씀대로 근처 풀숲에 들어가 쏙, 숨어보았다.
그 애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영 상태가 좋지 않은 얼굴로 조그마한 얼굴을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돌연히도 그 애의 머리 위로 하얀 눈이 내리었습니다. 그 애가 너무 힘들어한 게 티가 날 정도로 과했나 싶었습니다. 그 애는 조막만 한 얼굴에 연분홍빛 홍련이 나타났습니다. 그 애는 계면쩍은 듯 소태를 내비쳤습니다. 그 애의 작은 손이 둥글게 말려 들어갔습니다. 아무래도 부끄러워 도망가려던 것을 억지로라도 막아보려 하는 게 틀림없었습니다.
그 애는 어쨌든, 애써 신통술을 사용해주신 누리 님께 감사의 인사를 건네려는 듯 재차 고개를 꾸벅 숙였습니다. 아직 그 애가 원하는 추위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 더위를 쫓는 것만으로도 한시름 놓았습니다. 그 애는 부지런히 푸릇한 눈동자를 요리조리 움직여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괜스레 부끄러워 그 애는 자꾸만 도망가고 싶어지는 것을 우물쭈물하며 최대한 막아내고 있었습니다.
그 애는 갑작스럽게 다가온 모르는 이에 그 나직한 인내심마저도 끊어져 버릴 듯 화들짝 놀라버렸습니다. 그 애의 하늘을 향해 쭉 올라간 파아란 눈동자가 동글동글 떠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애는 부끄러운 듯 황급히 그 작은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시금 주저앉아버리고 싶어지는 기분을 억누르며 그 애는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 애는 괜찮으세요? 하는 물음에 얼굴을 손바닥에 푸욱 가린 채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습니다.
진정한 그 애는 누리 님의 이야기를 깊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후에 나타난 가온 님의 손에 들린 접시 위에 딸기 3개를 바라다보았습니다. 그 애는 빤히 딸기 3개를 보다가 천천히 가온 님과 누리 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질문이라. 그 애에겐 크나큰 난제가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일단은 하자는 대로 해보고 후에 질문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 애는 겁이 나 도망갈 때처럼 재빠르게도 근처에 숨어버렸습니다.
딱히 질문은 없어보였기에 나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와중에 리스 씨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 것 같았기에 나는 리스 씨를 바라보았다. 괜찮은 것일까? 그런 의문이 들어 나는 리스 씨를 잠시 바라보았다. 하지만 일단은 지금은 작전이 더 중요시했기에 나중에 먹을 것을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돌아가려고 했지만, 역시 신경이 조금 쓰이는 것도 사실이었기에 나는 신통술을 써서 리스 씨의 손에 신과를 조심스럽게 올려주면서 윙크를 날렸다.
한편 저 소아라는 이름의 신은 뭔가 눈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신일까. 잠시 생각을 하다가 누리님의 말에 나는 다시 누리님을 바라보았다.
"그럼 슬슬 시작하자! 다 숨은 것 같으니까! 가온아! 우리도..!"
"네!"
이어 누리님은 근처 나무위로 올라가서 숨었고 나는 딸기가 든 접시를 광장에 내려놓은 후에 풀숲 뒤로 숨었다. 과연 딸기를 가져간다는 그 빠른 무언가는 나타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기다리는 도중이었다.
갑자기 어딘가에서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갈색의 무언가가 빠르게 질주하듯이 지나갔다. 살짝 보이는 것은 고양이과가 가지고 있을 법한 길다란 갈색 꼬리였다. 깜짝 놀라 밖으로 나와보니 접시채로 딸기는 사라지고 없었다.
"......!"
"우와아..."
나는 물론이고 누리님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접시가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말 그대로 그냥..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상황이었다.
앗, 놀라셨나봐요... 어, 어쩌지요...? 처음 뵙는 '신' 님의 깜짝 놀라신 듯한 반응에, 색이 다른 이질적인 두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쩔쩔매었다.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듯이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거리며.
"...저어... 노, 놀라셨다면 정말로 죄송합니다, '신' 님..."
두 손을 모으곤 허리를 꾸벅, 숙이며 사과를 전했다. 더군다나 자신보다도 작으신 '신' 님이신데 깜짝 놀라시게 해버리다니... 저, 어쩌면 좋죠...? 우물쭈물하는 표정에는 죄송스러움이 가득했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손에 뭔가가 나타나자 얼떨결에 그것을 두 손으로 받아들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커다란 신과 하나. 갑자기 나타난 신과의 모습에 순간 멍하니 그것을 내려다보다가 문득 가온 님 쪽을 바라보자, 가온 님께서는 윙크를 날리셨다.
"...!"
다, 다 들으셨던 걸까요...?! 창피함이 순식간에 몰려왔다. 그렇기에 살짝 빨개진 얼굴로 괜히 허리만 꾸벅, 숙여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는 괜히 신과만 손에 꼬옥 쥔 채.
아무튼 이내 딸기를 놓아두고 모두가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바람이 불면서 순식간에 지나간 갈색의 무언가. 길다란 갈색 꼬리가 스쳐지나가자 딸기는 접시 채로 사라져있었고, 그에 자신 역시도 멍하니 있다가 한 박자 늦게 깜짝 놀란 듯 두 눈동자를 크게 떴다.
"...길다란 갈색 꼬리... 씨가 보이신 것 같았는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다른 '신' 님들을 바라보면서 드물게 급히 말을 이어나갔다.
"저, 저기...! 그 분의 냄새 씨가 자리에 남지 않으셨을까요? 그것을 따라가면 되지 않을까요?"
만약 남지 않았다면, 다음에는 자신이 환각 능력으로 딸기를 만들어 한 번 더 그 분을 불러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스쳐지나갔다.
딸기가 제철이라는 소리를 듣고서 월말에는 딸기를 소재로 한 티파티를 열 생각으로 가득이었지만 이상하리만치 딸기가 구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샤를로테를 시켜 진상을 알아보게 하려고 했지만, 이 정도의 일에 움직이게 하는 건 역시 조금 그러니까요. 마침 누리에게 연락이 와서 따라와 보았지만… 역시 이유를 알고 있는 신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나저나 저렇게나 힘들어하다니, 아직 신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분이 섞여있네요. 누리가 알아서 조치를 취한 것 같으니 우선은 그 도둑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아무래도 고양이과의 짐승… 상식적으로 보면 신일 가능성도 있겠네요.”
놀라서 제대로 확인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얼핏 보였던 형체가 고양이처럼 긴 갈색이었기에 적당히 유추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상하기는 하네요… 딸기를 훔쳐가는 고양이, 그것도 유통망에 엄청난 영향을 줄 정도로 위협적이라면 미리 나서서 조치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니까요. 무엇보다, 절도는 범죄! 범죄행위는 최소한 제가 두눈을 뜨고 살아있는 동안은 용서 못합니다!!!
“어느 쪽으로 도망간건지는 알 수 없었으니 우선은 흔적을 더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주위에 덫을 깔고 환각을 써보는 건 어떤가요? 물론 다치지 않게 포획해야 하니 주의할 필요는 있겠지만요!”
그 애는 죄송하다는 사과에 황급히 얼굴을 가렸던 작은 손을 내렸습니다. 그 애의 숫기 없는 태도에 그만 오해를 사버리고 말아버렸습니다. 그 애의 푸른 눈동자가 발그란 플라밍고에 맞추어졌습니다. 그 애의 눈처럼 하얗고 포근해 보이는 기다란 머리카락이 옆으로 살랑살랑 움직였습니다. 그 애는 작은 얼굴을 내저으며 앙 다문 입술을 살금살금 열었습니다.
"... 괜, 찮아요..."
그 애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또다시 오해를 사긴 싫었던 모양인지, 그 애는 다시 고개를 숙인다거나 그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첫인상을 망쳤다는 기분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 애는 몸을 숨기고 나서야 속으로 한숨을 살짝 내쉬고 접시가 있는 곳에 시선을 두었습니다.
재빠른, 고양잇과처럼 생긴 긴 갈색의 꼬리. 그 애의 푸른 눈동자 속에 담겨 있던 홍채가 확장되었습니다. 마치 사냥할 것을 찾는 모습이었지만, 지금의 그 애는 딱히 그런 짓은 하지 않으니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그 애는 이대로 달려가서 범인을 잡아올까 하고 생각한듯했습니다. 그 애는 순식간에 사라진 딸기 3개와 접시가 있었던 곳을 내다보았습니다. 그 애는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왔습니다. 그 애의 하얀 발은 언제나 그렇듯 기척 없이 사뿐히 움직였습니다.
그 애의 작은 머릿속에선 무엇이 떠오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자, 호랑이, 치타, 표범, 삵, 서벌. 어쨌든 갈색 꼬리를 가진 이들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어찌 되었든 달리기라면 그 애에 비견할 이들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 애는 얼떨떨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누리 님과 가온 님께 다가갔습니다.
"...지금 제가 가서, 잡아올까요?"
그 애는 조심스럽게 말소리를 내었습니다. 그 애의 몸처럼 작은 목소리였지만 전처럼 우물쭈물 거리던 기색이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누리님은 다른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셨다. 아무래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탐색하는 것이겠지. 일단 누리님이 어떻게 말을 할 지를 기다리면서 나는 누리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던 누리님은 우선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셨다.
"아마 그렇게 빠르면 가서 잡아오는 것은 힘들 거라고 생각해! 어디로 도망쳤는지도 알 수 없잖아. 그리고 냄새로 따라가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아주 재빠르게 사라졌으니 그 냄새가 남아있을 가능성도 극히 드물 것 같아. 그러니까...이럴 때는...."
이어 누리님은 신통술을 사용하더니 바닥에 끈끈이 같은 것을 설치하셨다. 길게 일직선으로 쭈우우욱..점프하지 않는 한 사실상 통과하기 힘들게 길게 늘여놓으신 누리님은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럼 밸린이의 말대로 해보자! 리스가 환각을 쓸 수 있었지? 그러면 리스가 저 끈끈이 위에 딸기를 올리고 그 끈끈이가 근처 바닥처럼 보이게 해 줘! 그리고 무언가가 잡히면 그때 밸린과 소아, 가온이가 덮쳐서 잡는 거야! 다른 좋은 생각이 있으면 얘기해줘! 만약 없으면 지금 바로 시작하자! 할 수 있겠지? 리스? 그리고 모두들?"
"물론입니다!!"
너무 빠르면 따라잡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아니라면...충분히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명색이 늑대니까. 난...
아무래도 도움이 되기는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 애는 할 수 없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애에게 비나리 전체를 탐색하는 건 딸기 팥빙수를 먹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지만 다른 이들의 이야기도 듣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애는 바로 시작하자는 누리 님의 말에 고개를 슬며시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거리를 벌려 아까처럼 숨었습니다. 그 애의 신통들은 남들보다 더 멀리, 더 높이 뛸 수 있는 능력이었으니까 여차하면 단번에 붙잡을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처음 뵙는 '신' 님께서는 괜찮다는 대답을 들려주셨다. 손으로 가렸던 얼굴까지 드러내어주시며. 하지만... 여전히 죄송스러운 마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처음 뵙는 '신' 님이신데 처음부터 이렇게 무례를 범해버리다니... 푸른 눈동자와 하얀 머리카락을 조금 죄송스러운 듯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살짝 시선을 떨구었다.
아무튼 그 '누군가'는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셨다. 미처 전체적인 모습은 보지 못하였지만 유일하게 목격했던 단서 하나를 기억하며,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여 들어보았다. 그리고 이내 그것들을 전부 다 듣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밸린 님의 의견을 채택하시는 누리 님. 누리 님께서는 이내 곧 신통력을 이용하여 바닥에 끈끈이를 설치하셨고, 이어지는 누리 님의 지시에 드물게 곧바로 고개를 세게 끄덕끄덕였다.
"네! 열심히, 최선을 다해볼게요, 누리 님!"
두 손까지 불끈, 주먹을 쥐며 의지를 불어넣고는, 이내 곧 그 두 손을 살며시 목에 매여진 목걸이에 달린 구슬로 가져갔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자 서서히 빛나기 시작하는 신통력 구슬. 그러자 끈끈이는 마치 바닥에 흡수되듯이 사르륵, 감쪽같이 사라져 감춰졌고, 그 위에는 탐스러운 딸기들이 하얀 접시 위에 5개씩이나 예쁘게 담겨진 모습이 나타나게 되었다.
자신이 배가 고파서 그랬던 것일까. 물론 가온 님의 신과 덕분에 다행히 꼬르륵 소리는 안 났지만, 딸기를 먹고 싶다는 간절함이 만들어낸 딸기 환각은 누구나 침을 꿀꺽 삼키게 될 것만 같은 붉은색의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가서 잡아 온다니… 방금 전의 상태가 거짓말인 것처럼 생각보다 훨씬 건강하신 분 같았습니다. 아직 말에 힘이 없으신 걸 보면 성장 중인 것 같기는 하네요. 이대로 계속 하신다면 언젠가 더 나아가실 수 있는 건 당연한거겠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어려워 보이시는데다 조금은 심약해보이시니까요, 그분께 다가가 조금 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조금 더 큰 소리로 하셔도 상관없어요! 의견을 말할 때는 자신감 있고 큰 목소리로 해야합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누리는 슬슬 덫을 깔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끈끈이 인 것 같네요… 확실히 효율은 좋을 것 같기야 하지만 그 정도의 속도를 가진 분이라면 도망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제 나름대로 보조를 해두도록 할까요. 끈끈이가 끝나는 곳에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사이즈의 철창을 만들어 내고는 보이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 일단은 일국의 지배자가 될 몸이니 직접 몸을 쓰는 것은 아무래도 국민들의 앞에서 하기에는 부끄럽습니다!!! 오늘은 샤를도 동반하지 않았으니 최대한 몸을 사려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