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라온하제 공용 게시판 - http://linoit.com/users/ho3fox/canvases/Houen3
비나리의 명소, 무지개가 피어나는 폭포에서 일어난 일은 리스가 텔레파시로 은호에게 알렸기에 은호와 누리, 그리고 백호도 사태를 파악하고 폭포까지 찾아왔다. 일단 간단하게 일어난 일을 들은 은호는 이상하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상하도다. 이 라온하제에는 남을 해치고자는 마음이 있는 이는 들어오지 못하느니라. 그것은 신이건 다른 무엇이건 상관이 없느니라. 그런데..어찌하여 그런 이들이 이 안에 들어올 수 있었단 말이더냐."
"결계에 구멍이 뚫린 곳이 있는 것이 아닐까? 엄마?"
"그럴리가 없느니라. 그럼 내가 모를 턱이 없고, 더 나아가 가온이가 모를 턱이 없느니라."
그것은 틀림없이 맞는 말이엇다. 결계를 만드는 수정과 연결이 되어있는 가온은 물론이고, 결계를 직접 만든 은호가 결계에 이상이 생겼다면 모를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가온이를 해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이들은 어떻게 결계 안으로 들어온 것일까. 원래라면 결계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억지로 들어오려고 하면 소멸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마루....나는..."
"아아. 가온아. 말 들리니? 여보세요? 하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가온을 바라보면서 백호는 그에게 말을 걸어보았지만 가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 일이 상당히 충격이었던 것일까?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은호는 한숨을 내쉬면서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아무튼 다들 수고가 많았느니라. 다치지 않아서 큰 다행이 아닐 수가 없구나. 일단 가온이는 다친 것 같지만...누군가 치료를 해준 모양이구나. 이 또한 정말로 다행이로다."
다행히 텔레파시 신통력이 제대로 통했는지 은호 님에 이어 누리 님과 백호 님께서도 폭포까지 찾아와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의문점들. '신' 님들의 대화를 들으면서도 그저 아직도 두려움에 뚝, 뚝, 떨어지는 눈물을 애써 훌쩍이며 흰 겉옷의 소매로 닦았다. ...그런 일은, 다시는 겪지 않을 거라고 믿었었는데...
역시 '죽음'은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일까. 라온하제의 결계에 대한 생각과 동시에 그런 생각으로 머릿속도, 마음속도 온통 뒤숭숭했다. 그렇지만... 역시 지금 가장 충격을 받으신 건 가온 님이시겠지요...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가온 님을 잠시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가족이 나를 공격하고 증오하는 일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무튼 이어지는 은호 님의 말씀. 다행이라는 그 말씀에 아무 생각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뭔지는 몰라도 애증이라도 된 거 아니야?" 아니면 그냥 묻고만 싶었는데 어딘가 삐끗해서 악의나 해치고 싶은 것..까지는 아니지만 원망으로 치달았다거나. 대수롭잖게 말하면서 개인적으론 청..청.. 아 그래 파랭이가 어딘가 감정을 좀 툭 건드렸다는 거가 가능성 높다고 생각해- 라고 말하려 합니다.
"가온아. 그래서 마주하면 죽어줄 거야?" 죽길 원하는 게 맞는지부터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라고 생각하며 눈을 깜박깜박하는 모양입니다.
"응 다행이야. 본의 아니게 사정을 알아버리기는 했지만." 고개를 끄덕입니다. 가족에게 공격이라.. 글쎄. 당한 적 있을까?
눈물을 훌쩍이는 리스를 바라보던 누리는 리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손수건을 꺼내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하였다. 한편 그와는 별개로 은호는 다른 두 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뒤이어 리스의 말에도 그녀는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무언가를 생각하듯이 은호는 침묵을 지켰다.
한편, 가온은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말을 한 아사를 바라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만약, 마루가..그리고 저의 무리들이 저를 원망하고 제가 죽기를 원한다면..그래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원한을 씻어줄 수 있는 방법이라면..."
"무슨 바보같은 소릴 하는 거야! 가온아!! 그런 약한 마음 먹으라고 너에게 자리 물려준 거 아니거든?!"
"하지만...."
백호의 질책에도 가온은 정말로 죄책감이 큰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은호 역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생각이 끝난 것일까. 아니면 일단 입을 연 것일까.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그녀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입을 열어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손에는 투명한 구체가 들려져있었다. 이어 그녀는 힘을 준 후에 그것을 터트려버리면서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어쩌면 좋을지는 간단하지 않겠느냐. ...그 늑대들을 일제히 토벌하겠느니라. ...영원히 그 혼 조각도 남지 않도록 없애버리겠느니라. 내 땅에 들어와 내 보좌를 건드린 죄는 매우 크니 내 직접 심판하리라. 아이온. 너의 말에 일리가 있긴 하지만 그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느니라. 어느 쪽이건 없애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니라."
"...아..안됩니다! 은호님..!!"
그와 동시에 가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은호를 바라보면서 다급한 목소리로 정말로 빠르게 이야기했다. 그것은 절대로 안된다는 마음이 담긴 필사적인 목소리였다.
"안됩니다! 차라리..제가...제가..한 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어떻게 해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제발... 마루와 저의 무리는 건드리지 말아주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너의 말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느냐?"
"제발...한번만...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그 애들이 소멸한다는 것은... 그러니까...그러니까...!"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가온의 목소리는 보통 다급한 것이 아니었다. 그만큼 절실한 마음이 가득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령은 울고 있는 리스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손수건 한장을 건네어 주었다. 흰색에 아무런 무늬가 없는 손수건에는 한쪽 귀퉁이에 한자로 방울 령 자가 새겨져 있기만 했다. 령은 손수건을 건내주고 가만히 그들의 말을 들었다. 자책하는 가온, 리스를 달래주는 누리, 그들을 토벌하겠다는 은호... 령은 잠시 눈을 깜박였다 다시 떴다. 그리고 앞으로 한발짝 나가 가온을 바라보았다. 령의 표정이 단호했다.
"가온 씨. 가온 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 일은 가온 씨의 잘못만이 있는 건 아닙니다. 가온 씨 대신 무리의 알파늑대가 된 마루인지 뭔지 하는 늑대가 제대로 통솔만 했어도 무리의 늑대들이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되살아나고 청호의 말에 이용당해 형이 사는 곳까지 와서 닥치는대로 해치려 하다니 이 무슨 민폐입니까? 그리고 가온 씨, 우리는 신입니다. 자연의 섭리를 따라야 합니다. 죽은 자는 원래대로 흙 속에 돌아가야 합니다. 게다가 그들이 또 다시 여기로 온다면 가온 씨만 피해를 입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타겟은 가온 씨였지만 나아가 비나리 전체를 해칠 마음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합니까? 그것을 그대로 보아야만 합니까? 전 그 꼴 못 봅니다. 내가 사는 라온하제는 내 손으로 지켜야겠습니다. 가온 씨의 동생이라고 해서 제가 봐줄 의무는 없습니다. 가온 씨는 대화로 풀자고 했지만 상대는 지금 우리의 말을 들을 준비조차 안됐습니다. 저는 대화를 하지 않겠습니다."
령은 단호히 말을 하였다. 발음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가온을 갈기갈기 찢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화가 많이 난 모양이었다.
"...정말로 감사해요, 누리 님, 령... 저, 또다시 죽는다고 생각하니까 무서워서..."
작게 훌쩍이면서도 의외로 누리 님과 령의 손수건을 얌전히 받아들였다. 다정한 둘의 마음 덕분에 눈물이 천천히 그쳐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무거운 토론. 가온 님께서는 이미 죄책감에 온 마음이 물든 것인지 아예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고, 그 대답에 다시금 조금 가라앉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죽음'. 그것도 '신' 님의 죽음. 가족들의 손에 의하여, 그들의 바람을 위하여,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슬펐다. 너무나도 공감이 갔기에, 마음이 너무나도 아파왔다. ...어째서... 어째서......
이어서 은호 님께서 천천히 입을 열어 말씀을 하시기 시작했다. 은호 님의 손에 의하여 부숴져버린 투명한 구체. 그리고 들려오는 그 말씀에, 가온 님처럼 자신 역시도 깜짝 놀라 두 눈동자를 크게 뜬 채 두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다급하고 필사적인 가온 님의 목소리. 그러나 은호 님께서는 이미 단단히 결심을 하신 듯 했고, 그러한 은호 님의 모습에 자신 역시도 덩달아 다급하게 땅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은호 님을 올려다보았다.
"은호 님...! 저도 한 번만 부탁드릴게요! 제발, 제발, 늑대 씨들을 죽이지 말아주세요...! 부디 가온 님께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저도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은호 님! 그 분들은 가온 님의 가족 분들이신걸요...! 어, 어떻게든... 저도 어떻게든 라온하제를 지키고 막을테니까... 제발... 가족들을 죽이지 말아주세요..."
결국 다시 눈물이 뚝,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울먹이면서 말해보지만, 과연 닿을지는 알 수 없었다. 은호 님의 결정과 령의 단호한 분노 역시도 전부 다 이해할 수 있었으니. ...하, 하지만... 가족들은... 가족들은... ...라온하제도, 늑대들도, 그 누구도 피투성이가 되지 않기를 바랬다. ...피투성이는 자신으로도 충분했으니.
"은호님 의견에도 동의하긴 하지만 내 의견은 대화를 한 번쯤은 더 가능할지도. 물론 말을 안 들으면 말 좀 들어라고 좀 폭행을 가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걸 받아들일 수 있다면 한번쯤은 가능할지도. 라고 말합니다.
"제멋대로라고 평했으니까. 쟤네도 조금 폭행한다고 해서 원망하지는 않겠지." "어쩐지 그냥 소멸시키는 것도 저 파랭이의 의도에 말리는 것 같단 말이지." 나쁜 애가 착한 일 한 번 하는 건 그래도 착하구나. 인데. 착한 애가 나빠보이는 일 한 번 하는 게 더 타격이 크다잖아? 란 생각도 합니다.
"물론 쟤네가 하려고 한 짓은 소멸해도 마땅한 일이긴 한데.." "그치만 모르고 소멸하는 것도 안됐잖아." 소멸해도 진의를 알고 끝없이 후회해야지. 따옴표 없는 말은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가온이와 리스에게 손을 내미려는 표정이 묘하게 온화했습니다.
령은 가온이를 혼내듯이 이야기를 했고 리스는 가온과 함께 은호에게 한 번만 더 부탁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아사는 중간에서 타협을 하듯이 일단 이야기를 한 후에 말을 안 들으면 그때 토벌해도 좋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나름대로 그 모든 이야기를 들으면서 은호는 한숨을 내쉬면서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그냥 토벌해버리고 싶지만, 령의 말에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일단 기회를 달라는 말을 했으니, 기회를 주겠느니라. 하지만 만약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때는 토벌을 하겠느니라. 이것은 라온하제의 안전을 위한 것이니 더 말을 하지 말도록 하라."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은 가온도 확실하게 인지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번이 마지막. 만약 안되면 자신의 손으로 끝을 보겠다고 이야기하는 그 모습은 보통 단호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가까이 있는 이는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가온이 자신의 입술을 꽉 깨물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미세하게 몸을 떨고 있다는 것을... 보통 흔들리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 일단 난 돌아가보겠느니라. ...하지만 지켜보겠느니라. 가온아."
"...가온아..."
은호는 그 말을 남기고서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렸고 누리와 백호는 가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아무튼 이어 가온은 자리에서 제대로 일어섰고 저쪽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비나리의 결계 밖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곳으로 천천히 나아가려고 했다.
"...가온아! 어디에 가는 거야?"
누리가 황급하게 부르자 가온은 잠시 멈춰선 후에, 뒤로 돌아서 누리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들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그들이 다시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결판을 짓겠습니다. 그러니까..위험하니 따라오면 안됩니다. 누리님."
그 목소리는 보통 단호한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결판을 내려는 것일까..그 목소리는 참으로 진지하고 참으로 무거운 무게감이 가득 느껴지고 있었다.
결국 이야기를 해보는 쪽으로 바뀐 건가? 령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새였다. 내키지 않았다. 저렇게 남 탓만 잔뜩 하고 무리를 죽음에 휘말리게 한 자가 어떤 말로를 걷는지는 오백년을 허투루 산 게 아닌 령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다른 신들이, 특히 리스가 저리 간곡하게 부탁하니 어쩔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혼자 가실 겁니까?"
령은 결계 밖을 나서려 하는 가온을 바라보며 물었다. 위험하다. 가온을 혼자 내보낼 순 없다. 아까 그것들이 한 행동을 보지 않았는가? 가온이 죽게 내버려둘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령은 가온에게 자가갔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하였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당신의 동생이 당신께 무슨 짓을 했는지 아시면서도 혼자 가시려 합니까?"
...아, 정말로 다행이예요. 아사 님께서도 중재하듯 의견을 내주신 덕분에 은호 님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신 듯 싶었다. 온화하게 손을 내밀어주시는 아사 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희미한 미소와 함께 덧붙이며 조심스럽게 그 손 위에 자신의 두 손을 올려놓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바뀐 의견을 받아준 령에게도 그제야 희미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전하며.
그리고 이내 은호 님한테서 마지막 기회를 받은 가온 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입술을 꽉 깨물고, 미세하게 몸을 떨고 있는 가온 님을. ...여전히 슬프고 복잡한 눈빛으로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사라지는 은호 님께 공손히 몇 번이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며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드렸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가온 님...?"
자리에서 일어나곤 비나리의 결계 밖으로 천천히 나아가려는 듯한 가온 님. 그에 조금 놀란 듯이 커진 두 눈동자로 가온 님을 바라보다, 누리 님의 걱정에도 그저 진지하고 단호하게 따라오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을 듣고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
...그렇지만... '신' 님께서 혼자 위험하시게 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죽음'도 각오하셨던 가온 님이 아니었던가. ...아무도... 아무도 죽게 할 순 없어요. 더구나 자신 역시도 마찬가지로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간청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자신 역시도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었다.
"...저도 같이 갈게요, 가온 님. 은호 님께 기회를 달라고 저도 부탁드렸었으니까...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가온 님. ...늑대 씨들을... 가족들을, 괴롭게 할 순 없어요. ...아무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비록 별 도움이 안 될 자신일지도 몰랐지만, 그 진심만큼은 가득했다. 그렇기에... 천천히 가온 님께서 향하시려는 쪽으로 자신 역시도 다가가려 했다. 애써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를 내어. '죽음'을 마주해보자.
가온이 결계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령은 그에게 말을 걸었다. 혼자 가겠냐는 물음과 함께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고 그녀는 가온에게 어떻게 혼자 가려고 하냐고 말했다. 뒤이어 리스가 자신도 같이 가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아사 역시 혼자 보내면 걱정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가온에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누리와 백호 역시 뒤이어 이야기를 했다.
"그래! 가온아! 혼자서는 위험해! 그러다가 정말로 죽으면 어떡해?"
"너, 괜히 잘못되어서 내가 다시 일하게 하려는 거지? 싫어! 나는 먹을 거 먹으면서 보내고 싶단 말이야! 그러니까 나도 가겠어!"
"......."
모두가 다 가겠다는 의견을 내자 가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아래로 숙이면서, 조용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차가운 바람이 그곳에 불며 모두를 스쳐지나갔다. 겨울의 기운이 흐르는 비나리는 오늘따라 정말로 매섭고 추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렇게 말한다면...제가 혼자 간다고 해도 쫓아오시겠지요. 누리님을 포함해서 백호 선배도, 령 씨도, 리스 씨도, 아이온 씨도... 그렇다면 같이 가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부디, 부디.. 제 손으로 결말을 낼 수 있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타협을 하면서 가온은 모두에게 부탁했다. 뒤이어 그는 다시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그곳은 결계 밖으로 나가는 길목이었다. 그 길목을 걸어가면서 누리는 조용히 입을 열어 이야기했다.
"...하지만 역시 엄마가 말한 것이 신경 쓰여. 가온이를 정말로 해칠 생각이라고 한다면... 이곳에는 들어오지 못 해. 이 결계는 누군가를 해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이는 들어올 수 없는걸. ...정말로...정말로 그 늑대들은 가온이를 해치려고 한 것이 맞아?"
"저도 그게 신경이 쓰이네요. 누리님. ...저기..모두들 정말로 그랬어?"
아무래도 그 상황을 직접 보지 못한 누리와 백호는 조금 정확히 알고 싶었는지 모두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정말로..어떻게 된 것일까. 그것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자...다시 나온 이 문제...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10시까지 받겠습니다!
결국 모든 '신' 님들께서 다같이 가온 님과 동행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에 두려움으로 가득찼던 마음이 한결 든든해지는 것이 느껴져, 작게 미소를 지었다. ...'신' 님들께서 함께. 결코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저의 '신' 님. 부디 저희들을 굽어살피시어 가호를 내려주세요.
"...네, 물론이예요. 가온 님.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애초에 그들은 가온 님의 가족들. 당연히 마지막 결말은 가온 님의 것이어야만 했다. 그렇게 조금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가고 있자 이내 들려오는 의문점. 그에 잠시 고민하고 생각하다가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그게... 일단 마루 님께서 직접 가온 님과 이 지역을 해치겠다는 식으로 말씀 하시기는 했지만... 왠지 저는 그것이 믿기지가 않아요. 그러니까, 청호가 마지막에 후퇴를 명령할 때, 마루 님께서... 형, 이라고 부르셨던 것 같아서..."
어쩌면 그것이 그저 단순히 자신이 모든 존재들을 호의적으로, 좋게 바라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었지만, 그리고 동시에 울고불고 하느라 잘못 들었던 것일 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그들을 차마 나쁘게 볼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 분들께서는 단순히 조종을 당하여서 청호 님의 말씀을 그대로 따라하셨을 뿐이고... 실제로는 가온 님을, 이 라온하제를 해칠 생각은 없으셨던 것이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결계 부분도 설명이 되긴 할 테니까. 그렇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기에 한없이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이 결계 안으로 들어올 수 없어. 해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자는 들어오지 못하니까."
령의 말을 들은 누리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백호 역시 크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 말에 크게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뒤이어 그녀는 리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믿을 수 없다. 단순히 조종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그 설에는 나름 일리가 있다는 듯이 누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한편 아사의 말에 가온은 고개를 돌려 아사를 바라보았다. 생전에 그들은 어떤 반응이었냐는 물음에 가온은 조용히 생각을 하다가 그 말에 대답했다.
"...마루와 저의 무리였던 그들은, 제가 신이 되어서 떠나는 것을 인정했고.. 저를 순순히 보내주었습니다. 가끔씩 내려가서 그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언제나 저를 반겨주었고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묻고는 했습니다. 그들의 피를 이은 새끼를 돌봐줄때도 고맙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렇기에 더 충격입니다.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그리고 그와 동시에 화가 납니다. 어쩌면 리스 씨 말대로 그렇다고 한다면..저는..."
주먹을 꽉 쥔 그의 팔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지금 상황에선 그러했다. 하지만 백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 상황에서 말을 이어나갔다.
"일단 직접 가서 묻지 않는한 모르겠지. 아무래도...? 확실한 것은 청호가 있다는 것에서 마음에 걸리네. ...애초에 청호는 뭐 때문에 이런 일을 꾸민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째서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하고 있었는지..번거로운 일을 해야만 했는지... 그런 와중에 결계가 있는 곳까지 도달했고 가온은 조심스럽게 결계 밖으로 나갔다.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것은 수많은 살기의 기운이었다. 어딘가에서...무언가들이..정말로 많은 것들이 자신들을 노리고 있었다. 가온은 다른 이들을 바라보면서 결계 밖으로 나오지 마라는듯이 손을 뻗었고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나갔다.
"......."
뒤이어 그는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앞으로 천천히, 또 천천히...그리고... 그 와중에 또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청호의 목소리였다.
ㅡ그렇게 단체로 몰려오다니. ...전쟁이라도 벌이려고 오신겁니까? 그것도 재밌겠지요. 시간을 넘어 살아돌아온 이는 당신의 말살을 바라고 있으니까요. 가온.
"그렇다면 너도 배신당했다고 말해보지 그래? 겉으로는 반겨주고 고맙다고 했으면서 그런 생각을 속에 품고 있었다니.. 그거야말로 기만하고 배신한 게 아니야? 차라리 그 때 말했다면.. 적어도.. 이라던가. 아. 덤으로.. 역으로 상처입은 듯한 눈도 더한다라던가." 어디까지나 반응을 보기 위한 것이겠지만. 이라고 덧붙입니다.
"아. 가온이 연기 못하니까 못하려나." ....잘할 수도 있지만 그건 넘어갑시다. 번거로운 일.. 뭔가 트랩이라도 걸어둔 걸지도 모르지? 라고 말하려 합니다.
"파랭이가 조종한 거일수도 있고 아니면 사기계약을 한 걸지도 모르지." 계약서는 잘 읽어야 한다니까. 라고 아주 평온하게 말합니다.
"전쟁을 왜 해?" "머릿속에 그런 거나 들어서 그렇게밖에 판단 못하는 거야?" 그런 거 벌여봤자 지킬 게 많은 이쪽이 불리한데. 라고 생각하면서 흐응. 하고 고개를 갸웃합니다. 살기에도 개의치 않습니다. 그런 살기 같은 것은 위협적이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그것을 공격으로 전환한다면야.. 도망 못 가도록 하겠지만.
여러 '신' 님들의 생각과 의견들을 경청하여 들었다. 하나 같이 전부 다 그럴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진실은 알 수 없었지만... 조금 복잡해진 생각에 잠긴 채, 이어지는 가온 님의 말씀을 들었다. 그 말씀을 들으니, 더더욱 그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것이 모두를 '사랑'하려는 자신의 어리석은 눈 멀음이라 할 지라도... 저는...
"......"
차마 뭐라고 입을 열지 못한 채, 그저 슬픈 눈빛으로 침묵만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가온 님의 팔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으니. ......가족. 참으로 마음 아픈 울림이었다.
그 와중에 청호의 이름이 들려오자 살짝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신' 님이 아닌 둘 중 하나. 청호. ...당신은...
그러나 조심스럽게 천천히, 다같이 결계 밖으로 나가려 한 순간,그러한 생각은 멈춰져버렸다. 그야 가온 님께서 갑자기 나오지 말라는 듯이 손을 뻗었으니. 그에 자신도 모르게 결계의 바로 앞에 멈칫, 하고 멈춰선 채, 놀란 듯이 커진 두 눈동자로 앞으로 걸어나가는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청호의 목소리.
"...! 당신...!"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드물게 분노에 가득찬 표정을 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외쳤다. 만약 가온 님께서 공격 당하실 것 같으면 애써 용기를 내어 금방이라도 결계 밖으로 뛰쳐나갈 듯이. 두려움에 살짝 떨리는 두 손은 목에 매단 구슬에 갖다대며.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가온 님의 말살은 그 누구도 바라고 계시지 않아요! 오직 당신만이 바라고 있는 그 끔찍한 소망을 함부로 다른 분들께 덧씌워 더럽히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