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라온하제 공용 게시판 - http://linoit.com/users/ho3fox/canvases/Houen3
"왜 까치까치 설날이 아니냐고 물었느냐? 당연히 여긴 내가 다스리는 땅이니 여우여우 설날이니라!"
오늘은 가온 님의 일을 도와드리기로 결정한 날. 지금까지 다른 '신' 님들에게 계속해서 찾아가며 혹시 도와드릴 일이 없는지 여쭤보고는 했지만, 실제로 도울 수 있게 된 건 가온 님 뿐이었다. 이것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여쭤보면서 힘들게 얻은 허락이었지만.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긴장되는 마음을 숨기기 힘들었다. ...작은 실수라도 해서는 안 돼요. 만약 제가 그랬다가는 다시는 '신' 님을 도와드릴 수 없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가온 님께 커다란 피해도 입히고서 말이예요. ...그것만큼은 절대로 안 돼요, 네!
흐읍, 애써 숨을 들이마시고는 두 주먹까지 불끈 쥐며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마치 스스로에게 힘을 주입하려는 듯이. 그리고는 한 번 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은 후, 나름대로 비장한 모습으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신과 과수원 안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는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손나팔을 하고선 가온 님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가온 님...? 혹시 계신가요? 저 리스예요! 오늘 가온 님의 일을 도와드리려고 왔는데..."
사실 난 어지간하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하진 않는다. 정말로 일이 바쁘고 그럴 때라면 모를까. 웬만하면 나는 혼자서 일을 처리하는 편이다. 사실 이건 다른 관리자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나는 비나리의 관리자. 그리고 은호님의 보좌이자 누리님을 지키는 자이다. 그런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는 참 애매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지금까지는 어지간하면 백호 선배 이외에는 그다지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백호 선배는 나의 전임자이기에 나보다 일을 잘하기도 하고, 나보다 노하우가 뛰어난 선배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오늘은 리스 씨에게 조금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사실 그렇게까지 일손이 바쁜 것은 아니지만, 리스 씨는 이전부터 계속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했으니, 가끔은 이렇게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하에 내린 행동이었다. 힘든 일이 아니라 간단한 일 정도라면 그녀에게 부탁해도 될테니까. 절대로 힘든 일은 시키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며, 그냥 가벼운 자잘한 일을 부탁하리라고 다짐하면서 나는 리스 씨를 기다렸다.
그리고 입구 쪽에서 리스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바로 신통술을 사용한 후에 리스 씨의 앞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당연히 그 근방에는 강한 바람이 불다가 사라졌다.
"오셨습니까! 리스 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단 도와주고 싶다고 해서... 도움을 받긴 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절대로 무리해서 일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는 것입니다. 그 점을 꼭 명심해주셨으면 합니다!"
일을 돕는 것은 좋지만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그것은 큰일이었기에 그 점을 확실하게 한 후에 나는 두 손으로 깍지를 낀 후에 하늘을 향해 쭉 뻗다가 팔을 풀어 내려놓았다.
"어려운 일은 시키지 않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농사와 관련된 일입니다. 가볍게 몸을 푸는 것을 권장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몸을 많이 써야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니까요!"
조심스럽게 비나리의 신과 과수원 안에 들어서며 가온 님을 부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한 바람이 갑자기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에 잠시 두 눈을 꽉 감으며 휘날리는 옆 머리카락을 잡고 있자, 이내 곧 멈춘 바람. 그에 한 박자 늦게 천천히 두 눈을 떠보자, 자신의 앞에는 가온 님이 서 계셨다.
"...안녕하세요, 가온 님. ...죄송합니다. 기다리고 계신 줄 알았으면 더 빨리 올 걸..."
허리를 살짝 꾸벅, 숙이며 인사를 건네고는 살짝 시무룩한 듯이 두 어깨와 날개를 살짝 아래로 처지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이어지는 가온 님의 주의를 주는 목소리에 시무룩했던 어깨를 다시 올리고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절대로 다치지도 않고, 무리하지도 않을게요. 그리고 최대한 도움이 되어드리겠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오늘의 최종 목표. 두 눈까지 의지로 반짝반짝 빛내며 나름대로 강하게 자신의 포부를 밝히고는 이내 이어지는 가온 님의 권장에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몸을... 풀어요? 으음, 그러니까...
"...으으으..."
잠시 고민하는 듯이 머뭇거리다가 이내 천천히 가온 님을 따라하듯 두 손을 깍지 끼며 느릿하게 하늘을 향해 팔을 쭈욱 뻗었다. 그리고 다리도 쭈욱, 허리도 쭈욱, 등도 쭈욱. 온 몸을 천천히 잡아당기는 그 모습은 조금 어정쩡해 살짝 넘어질 듯 위태로워 보였지만, 다행히 넘어지지 않은 채 천천히 팔을 내려놓았다.
"아니! 더 빨리 안 오셔도 됩니다!! 애초에 제 집은 바로 이 과수원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보다 더 빨리 온다고 해도 기다리는 결과는 변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엄청 오래 기다린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시무룩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리스 씨가 시무룩해하는 모습에 나는 아차 싶었다. 리스 씨는 묘하게 다른 신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만큼, 지금 것에 대해서 아무래도 폐를 끼쳣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전혀 폐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하면서 나는 두 손과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그리고 꼬리도 힘껏 영 옆으로 흔들면서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주었다.
아무튼 리스 씨는 도움이 되겠다는 의지로 다시 기운을 냈는지 두 눈을 반짝이는 모습을 보였고, 나는 그 모습에 한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뒤이어 리스 씨는 방금 내가 한 것처럼, 온 몸을 푸는 모습을 보였다. 뭔가 넘어질 것 같아서 아슬아슬했지만 다행히 넘어지지 않았기에 나는 또 다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몸이 생각보다 유연한 것일까. 저런 어정쩡한 자세로도 넘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야.
"혹시 리스 씨는 몸이 유연한 편입니까? 만약 그렇다면 조금 부럽군요! 저는 그렇게 몸이 엄청 유연하고 그러진 않다보니 말입니다! 아무튼.. 도와줄 일은 그리 힘들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니까... 저기 저 나무와 여기 이 나무, 그리고 요기 요 나무의 신과를 따서 바구니에 담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일단 신과는 이 크기를 기준으로 해서 이것과 비슷하거나 크면 따고, 이것보다 작으면 그냥 두시면 됩니다."
이어 나는 근처 바구니에 있는 신과 하나를 신통술로 내 손바닥으로 이동시킨 후에, 리스 씨에게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시 바구니 속에 집어넣은 후에, 나는 리스 씨를 다시 바라보면서 물어보았다.
왠지 모르게 완강하게 부정하는 가온 님의 모습에도 여전히 조금만 더 일찍 나올 걸, 하는 작은 후회는 가지고 있었지만, 이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신' 님께서 더 빨리 안 와도 된다고 하셨어요. 그렇다면 그 말씀이 맞겠지요. ...'신' 님의 말씀이신걸요.
그렇기에 대신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힘을 내었다. 두 눈까지 반짝반짝이며. 그리고는 먼저 온 몸을 풀라는 가온 님의 말씀에 조금은 어정쩡한 모습으로 느릿느릿하게 몸을 다 풀어내었다. 그러자 들려오는 가온 님의 목소리. 그에 잠시 가온 님을 멍한 눈동자로 바라보다가 이내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느릿하게 도리도리 저었다.
"...말씀은 정말 감사하지만, 몸이 유연하다기 보다는... 중심을 잘 잡는 편이랍니다. 저는 홍학이니까요. ...그리고 늑대 씨들은 유연하시니까 가온 님께서도 충분히 유연하시다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아무튼 이내 이어지는 가온 님의 설명을 들으며, 가온 님께서 보여주시는 신과를 유심히, 물끄러미, 열심히 관찰하듯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두 눈을 천천히 감고 두 손을 구슬에 살며시 가져다대었다. 그러자 이내 환하게 빛나기 시작하는 구슬. 그리고 이내 곧 자신의 손에는 가온 님이 보여주셨던 신과와 똑같이 생긴 신과가 환각 능력으로 인하여 들려졌고, 그것을 희미하게 웃으며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갸웃하며 가온 님께 질문했다.
"...혹시... 이 신과 씨와 비슷하거나 큰데, 벌레 씨들이 계신 신과 씨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늑대인 시절에는 물론 유연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이 모습으로 지낸 시간이 훨씬 길다 보니...그리고 늑대들도 마냥 유연하지는 않습니다! 개인 차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확실히 홍학은 중심을 잘 잡겠군요! 납득했습니다!"
아무래도 물에 들어가서 한쪽 다리를 들고 있을 경우가 많으니 중심을 잘 잡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그래도 역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늑대의 유연성...나는 아무래도 신으로서 지낸 시간이 길기에 조금 그런 것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조만간에 다시 늑대로 변해서 돌아다니고 그래야 그 유연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아무튼 리스 씨에게서 질문이 하나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벌레가 있는 신과는 어떻게 해야하냐는 것이었다. 확실히 벌레가 있는 신과는 상품으로서 내놓을 수가 없다. 벌레가 들어있는 과일을 먹게 할 순 없지 않은가. 그랬다간 신과 과수원의 명예가 와르르 쏟아질테고, 은호 님도 나에게 큰 꾸중을 내릴 것이 분명했다. 일단 그런 점을 캐치한 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나는 두 손을 모아 박수를 친 후에 그 물음에 대답했다.
"좋은 질문입니다! 리스 씨! 벌레가 있는 신과는 일단 상태를 확인한 후에, 혹시 벌레가 그 안으로 들어갔거나, 나온 흔적이 있다면 딴 후에 바구니에 넣지 말고 나무 밑둥에 두시면 됩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그 신과는 거름이 되어 신과 나무를 키우는 양분이 될 겁니다! 그 안에 있는 벌레들도 충분히 배를 채울 수 있겠죠! 기본적으로 신과는 자연의 섭리에 맞춰서 기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미 벌레가 먹은 것은 벌레에게 양보할 생각입니다! 다만, 아직 먹지 않았는데 벌레가 올라온 상태라면 그냥 떼어내신 후에, 바구니에 넣으면 됩니다."
설명을 마치고서 나는 또 질문이 있으면 얼마든지 질문을 하라고 이야기를 했고 다시 한 번 몸을 천천히 풀었다. 팔에, 어깨, 목까지 확실하게 돌리며 일을 준비한 후에 나는 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시작하도록 하죠! 우선 방금 제가 이야기한 나무 세 그루만 부탁하겠습니다!"
일단 자신은 홍학이었으니 천적인 늑대에 관련된 것들은 처음 아는 게 당연하겠지만. 하지만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듯, 그저 신기하다는 듯이 멍한 두 눈을 살짝 반짝반짝일 뿐이었다. 물론 뒤이어진 가온 님의 말씀에는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했지만. 당연히 자신은 홍학이었으니 중심을 잘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본능적인 능력들 중 하나였으니.
아무튼 환각 능력으로 가온 님께서 보여주셨던 신과 하나를 만들어내어 그것을 바라보고 있자 문득 떠오른 질문 하나. 그것을 가온 님께 여쭤보자, 가온 님께서는 왠지 모르게 박수를 짝짝, 쳐주었다. 그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멍한 두 눈동자를 크게 뜨고선 깜빡깜빡이고 있자, 가온 님께서는 다시금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것을 귀기울여 듣고는 이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벌레 씨들도 행복해지실 수 있는 방법, 정말로 멋진 것 같아요. 대단하세요, 가온 님...! 자연의 섭리에 맞춰서 이 많은 신과 씨들을 기르신다니..."
진심으로 감탄하며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었다. 과수원을 가득 채운 신과 나무들을 조용히 둘러보며. ...벌레 씨들도, 신과 씨들도, 모두 다 '행복'한 곳. ...그래서 신과 씨가 맛있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이제는 질문도 다 했으니 일을 해야할 시간. 가온 님의 말씀에 고개를 세게 끄덕끄덕이며 나름대로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맡겨주세요! 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접혀져있던 분홍색의 두 날개까지 펼치고 두 주먹까지 불끈, 쥐며 의지를 눈동자에 빛냈다. 적어도 가온 님께 폐가 되지는 않게, 열심히, 빠르게 해낼 생각이었다. 그래서 다른 나무들도 도와드릴 수 있도록.
"모든 것은 은호 님이 기르신 겁니다! 저는 그 과수원을 이어받아서 신과를 키우고 있는 겁니다! 물론 100년 이상을 제가 관리하고 있습니다만, 그 시초는 바로 은호 님이니 제가 아니라 은호 님이 대단한겁니다!"
애초에 나는 이미 다 큰 나무들을 받은 것이고, 그 나무를 맨 처음에 키운 것은 다름 아닌 은호 님이시니, 대단하다는 칭송을 받는 것은 역시 은호 님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나는 확고하게 이야기를 했다. 아무튼 바구니에 있는 신과 중 두 개를 끄집어낸 후에 하나는 나, 다른 하나는 리스 씨에게 내밀었다. 역시 아무것도 없이 그냥 일만 하면 여러모로 심심하지 않겠는가. 입이라도 달콤해야 좋지 않겠냐고 생각을 하면서 나는 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자. 신과입니다! 신과 과수원에 왔는데 이거라도 드셔야하지 않겠습니까? 딴 신과들 중 한두 개 정도는 그냥 드셔도 됩니다! 애초에 먹으려고 따는 것이니까요!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봅시다!"
이어 나는 저 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일단 나무 하나를 누으로 확인한 후에, 나는 점프해서 나무를 단번에 타고 올라갔고 발톱을 끄집어낸 후에 가볍게 신과들을 재배했다. 벌레들이 먹은 것들은 그냥 떨어뜨리고, 먹지 않은 것들은 바구니로 전송하면서 나무를 하나 처리하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처음에는 꽤 힘들고 시간이 걸리긴 햇지만 100년 이상을 하다보니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고, 요령도 생겼기에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다. 애초에 인간과는 다르게 늑대인만큼 민첩성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기도 했으니까.
일단 나무 하나를 가볍게 처리한 후에 나는 다시 나무 아래로 내려왔고 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물어보았다.
"...와아, 은호 님께서 시초이셨던 건가요? 대단해요! 하지만... 그것을 이어받아서 키우시는 가온 님도 그만큼 대단하시다고 생각해요. 그야 지금 신과 씨들을 이렇게나 맛있게, 멋지게 잘 키워내신 분은 다름 아닌 가온 님이신걸요."
'신' 님들을 향한 동경과 존경, 찬양의 마음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렇기에 가온 님의 말씀에도 그저 희미하게 웃으면서 진심 어린 칭찬을 건넬 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곧 자신에게 바구니의 신과 중 하나를 꺼내어 내미는 가온 님의 모습에, 잠시 놀란 듯 가온 님과 신과를 느릿하게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어서 들려오는 가온 님의 목소리. 그에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으면서 두 손으로 신과를 공손히 받아들었다. 그리고 허리를 꾸벅, 숙였다 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가온 님.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더 열심히 도와드릴게요!"
결국 돌아오는 것은 더욱더 도움이 되어드려야겠다는 강한 다짐이었다. 그렇기에 이내 작업에 들어가는 가온 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우선 바로 앞에 있는 '여기 이 나무'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천천히 날아올라서 맨 위에 있는 신과들부터 재배하기 시작했다. 손에 들고있는 신과와 하나하나 비교해가면서.
"...안녕하세요, 신과 씨. 신과 씨는... 괜찮으신 것 같아요. ...앗, 저 신과 씨는... 아직 조금 더 자라셔야 할 것 같아요. ...어라? 신과 씨, 나뭇잎 씨 뒤에도 숨어계셨나요?"
처음 해보는 작업이었기 때문일까, 처음에는 속도가 잘 나지 않아 느릿느릿하게, 꼼꼼히 작업을 했다. 하지만 그만큼 더욱 열심히, 품에 안아들은 예쁜 신과들을 바구니로 내려놓고, 다시 올라가서 재배하기를 반복했다. 그러고 있자 들려오는 가온 님의 목소리. 그에 바구니에 신과들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 벌레 씨들도 안전하시고, 신과 나무 씨에게도 상처내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답니다. ...작업이 끝나면 다른 나무 씨들도 더 도와드릴게요, 가온 님!"
그리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음 '요기 요 나무'에게로 날아갔다. 드물게 재빠른 몸짓이었다.
내 위치에서는 리스 씨가 지금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보이진 않았다. 아무래도 나무와 나무 사이의 거리가 있었으니까. 보이는 것은 품에 있는 신과를 바구니에 내려놓고 다시 올라가고 다시 내려가고, 다시 올라가고를 반복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신통술을 사용하면 바로바로 보낼 수 있을텐데. 리스 씨는 정말로 신통술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인걸까. 그것이 조금 안타깝다고 생각을 하며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언젠가, 리스 씨가 자신이 신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신통술을 자유롭게 썼으면 좋겠는데... 지금의 그녀에게는 무슨 말을 해도 자신은 신이 아니기에 그 힘은 쓸 수 없다고 이야기하겠지. 좀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리스 씨도 자신이 신이라는 것을 받아들일까...
아무튼 나는 나무에서 내려온 후에, 다른 나무로 올라갔고 발톱을 세워서 신과들을 하나하나 재배했다. 어느 정도 딴 후에 신통술을 사용해서 바구니로 보내고, 또 어느 정도 재배한 후에 바구니로 보내고...그런 행동을 반복하면서 바구니를 가득 채워나갔고 그 중에 하나를 딴 후에 입에 머금고 그 달콤한 과즙을 입 안 가득 즐기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일 한다고 힘들지 않습니까? 리스 씨? 빠르게 하지 않아도 되고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이 과수원의 주인은 다름 아닌 저입니다! 제거 허락할테니, 급하게 하지 말고 느긋하게 하십시오! 어차피 신과는 계속해서 열리고 자라니, 급하게 해봐야 힘만 빠질 뿐입니다!"
빠르게 다 하고 내일은 쉰다는 생각이 불가능 할 정도로 신과는 계속해서 자라나고, 붉게 읽고 크기가 점점 커진다. 그렇기에 빠르게 다 따도, 또 머지 않아 열매가 다시 열리기 때문에 굳이 빨리 딸 필요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마냥 땡땡이를 치는 것은 좋지 않긴 하지만...
"제가 부탁한 나무가 다 끝나면 더 하지 않고 쉬셔도 됩니다! 처음 하는 일인만큼 아직 몸에 익지 않을테니까요!"
다치지 않을까 괜히 걱정하면서 나는 리스 씨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물론 리스 씨는 조류형 수인이니까 땅에 떨어져서 다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아예 안되는 것은 또 아니었기에 나는 나무 하나를 빠르게 끝내고 리스 씨가 있는 곳 근처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에게 맡긴 나무 중 하나를 올라간 후에 그 상태를 빠르게 살펴본 후에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아무래도 태어났을 때부터 몸이 약했던 자신이었으니, 몇 번이고 반복해서 왔다갔다를 하는 것은 조금 힘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통술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신'의 능력. ...'신' 님께서 허락해주지 않으신다면, 저는 사용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예요. 그렇기에 그저 좀 더 힘내기로 하며, 열심히 작업을 계속했다.
그렇게 부탁 받은 나무 하나를 다 끝내어 그 나무의 마지막 신과들을 바구니에 내려놓을 즈음, 들려오기 시작하는 가온 님의 목소리. 그에 거리가 있는 만큼 나름대로 마찬가지로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힘, 들지 않아요, 가온 님! 저는 괜찮습니다! 가온 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조금 속도를 조절, 해보겠습니다...!"
조금 숨이 찼는지 중간중간 텀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마냥 느긋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자신이 맡은 나무 3그루만큼은 재빨리 끝내어 다른 나무들을 더 도와드리고 싶었으니.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온 님. 하지만 괜찮아요! 저, 약속했듯이 다치지는 않을테니까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기에 가온 님의 걱정에도 그저 나름대로 씩씩하게 대답하곤 다음 나무로 재빨리 날아갔다. 드물게 재빠른 몸짓. 이미 한 나무를 끝냈기 때문일까, 두 번째 나무는 아까보다는 조금 더 작업에 속도가 붙은 모습이었다. 더군다나 이어지는 가온 님의 칭찬. ...무려 '신' 님께 칭찬을 받았어요. 저, '신' 님께 도움이 되어드리고 있는 걸까요? 정말로 그런 걸까요...?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이 희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기쁨이자, '행복'이었다. 그래,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 그것은... '신' 님께 보답해드리는 것.
"...감사합니다, 가온 님...!"
순간이었지만 선명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금 작업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진 듯한 건 결코 착각이 아닐 것이었다.
.dice 1 3. = 2 1.그렇게 두 번째 나무도 무사히 클리어했다. 2.작업 중 벌레에게 항의를 들었다. 3.빠르게 작업하다가 나뭇가지에 손이 살짝 찔렸다.
뭔가 텀이 있기도 하고, 쫑긋 세운 귀로 숨을 고르는 듯한 쇠가 들리기도 하고... 묘하게 걱정이 되어서 어떻게 말을 할 수 없었다. 일단 이곳의 일은 대체로 이런 것들인데, 역시 무리하게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리스 씨는 '신'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조금 무리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걱정을 안하겠는가. 저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대부분이 내 책임인데 말이야.
하지만 무리하게 그만두게 하지 않고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대신에 리스 씨와 가까운 곳의 나무로 올라가서 작업을 하기로 했다. 물론 여기서는 발톱을 꺼내지 않았다. 리스 씨는 내 발톱을 무서워하니, 괜히 공포에 떨게 할 순 없었으니까.손으로 하나하나를 딴 후에 재배한 신과를 바구니로 전송하면서 나는 나대로 계속해서 작업에 집중했다.
"천천히 쉬어가면서 해도 됩니다. 아, 그리고 작업을 하다보면 가끔 벌레들이 화를 낼 때가 있습니다만, 그런 것은 적당히 무시하면 됩니다. 벌레를 그냥 두면 신과 나무가 시들게 되니, 이는 어쩔 수 없는 겁니다. 대신에 떨어진 신과는 벌레들의 맛있는 밥이 되고, 영양소가 되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마음이 약한 그녀가 그런 것에 마음이 약해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나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빠르게 나무 하나를 끝내버린 후에 나는 고개만 돌려 리스 씨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무리하지 않는지 지켜보기 위함이었다.
가온 님의 말씀에 순간 화들짝 놀라며 급히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고개까지 옆으로 돌려 슬쩍 시선을 피하면서. 하지만... 확실히 아직 엄청 힘든 것은 아니었으니까. ...약간 체력이 떨어졌을 뿐.
하지만 그럼에도 애써 빠르게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일까. 벌레가 있던 신과를 조심스럽고도 재빠른 동작으로 땅으로 내려놓은 그 순간, 신과 속에 들어있던 벌레 한 마리가 빼꼼, 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 -!"
"...어어... 네...?"
...항의 받기 시작했다. 물론 벌레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작아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화내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아예 신과 밖으로 나와 온 몸을 흔들며 항의하는 벌레의 모습에, 결국 자신도 모르게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제대로 혼나기 시작했다. 죄송한 마음에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이고, 두 날개와 어깨를 아래로 처진 채.
그러고있자 이내 곧 들려오기 시작하는 가온 님의 목소리. 그에 천천히 고개를 돌려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가, 가온 님, 하지만..."
"--!! --!!"
벌레가 자기 말을 안 듣는 거냐고 외치는 듯이 더욱 거세게 온 몸을 뒤틀자 결국 몸을 움찔, 하며 다시금 사죄하는 듯이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크기는 몇 십 배나 더 크면서 쩔쩔매며 혼나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서로 뒤바뀐 듯한 모습이었다.
뭔가 당황하는 듯한 리스 씨의 목소리가 들려 나는 고개를 리스 씨에게 고정했다. 리스 씨는 지금 땅에 내려와있었다. 어째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앞에는 신과가 놓여있었다. 대체 신과를 앞에 두고 무엇을 하는 것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리스 씨가 무릎을 꿇고 앉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깜짝 놀라 나는 나무에서 내려와 리스 씨에게 다가갔다.
"리스 씨.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무릎은 왜...?!"
하지만 그곳에 다가가자 나는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신과에 벌레가 있었고, 벌레는 뭔가 몸을 비틀고 있었으며 리스 씨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쉰 후에 고개를 내려 벌레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작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벌레에겐 위협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나는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죽인 후에 리스 씨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벌레에게 혼나고 있으면 어떡합니까. 리스 씨. 리스 씨는 너무 마음씨가 착하십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벌레를 그냥 두면 신과 나무가 상하게 됩니다. 그러면 벌레들도 더 이상 신과를 먹을 수 없게 됩니다. 다른 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억지를 부리는 벌레들의 말까지 다 들어줄 필요는 없으니, 이런 것은 그냥 무시하시면 됩니다. 무시하기 힘들면 그냥 미안하다고 말을 하고 끝내면 됩니다."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린 후에 나는 벌레를 다시 한 번 내려다보면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다가 다시 그 소리를 줄였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표정을 푼 후에 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런 착한 마음씨를 저는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것을 확실하게 한 후에, 나는 다시 일을 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일단 리스 씨에게 주어진 일은 다 수행하게 할 생각이었다. 중간에 끝내면 필시, 리스 씨는 도움이 못 되었다고 시무룩해질 것이 분명했으니까.
결국 가온 님께서 넘기듯 설명해주신 일이 일어나버리고 말았다. 벌레가 먹은 신과는 아래로 떨어뜨리라 했는데 자신이 너무 세게 떨어뜨린 것일까? 아니면 잘 살고 있는 벌레를 자신이 괜히 괴롭힌 것일까? 모든 존재들을 '사랑'하고픈 자신에게 있어서는 이렇게 화내고 있는 벌레의 모습 역시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고, 그것은 결국 사죄를 하듯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항의를 듣는 것으로 이어졌다. 죄송하다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의 사과와 함께.
하지만 그런 자신의 모습에 가온 님께서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이쪽으로 다가오셨고, 그대로 벌레를 노려보며 작게 위협적인 소리를 내었다. 그에 벌레는 순간 깜짝 놀랐는지 그대로 구멍 안으로 황급히 쏙, 들어가버렸다. 하지만 자신 역시도 그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살짝 움찔, 하다가 가온 님께서 이내 다시 자신에게 충고를 들려주자 그것을 귀기울여 들었다.
"......그래도, 벌레 씨께서 무척 화가 나 보이셔서... 죄송하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그 말씀은 다 들어드리고 싶어서 그만..."
...죄송합니다, 가온 님... 결국 가온 님께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를 전했다. 조금은 시무룩한 모습으로. 하지만... 이것은 확실히 대처하지 못한 제 잘못이 맞을 테니까요. 그러니 다음 번에는 더 잘 해야겠다고 다짐하던 찰나...
"...--!!"
다시금 신과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뭐라뭐라 말하며 몸을 흔드는 벌레. 하지만 그것도 가온 님께서 한 번 더 위협을 가하자 곧바로 도망치듯 안으로 쏙, 들어가버렸고, 이어서 들려오는 가온 님의 말씀에 잠시 멍한 눈빛으로 벌레와 가온 님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이내 희미하게 두 눈을 접어 웃었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가온 님."
그리고는 다시 일을 하자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무릎을 일으켜 섰다. 그래, 이제는 다시 일을 해야할 시간. ...가온 님께서, '신' 님께서 부탁하신 일을 실패할 순 없어요. 다시금 나무 위로 날아올라 신과를 만지는 속도가 더욱 재빠르고 확실해진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닐 것이었다. 금방 작업량을 끝낼 수 있을 것만 같이.
역시 리스 씨는 너무나 착하고 순수한 신이다. 이런 벌레의 말조차도 무시하지 못하고 말을 다 들어주고 싶다고 하다니. 정말 상상 이상이라고 해야 할 지. 그래도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아마 내 목소리는 상당히 진지한 톤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려면 이런 톤이 확실하지 않겠는가.
"리스 씨. 방금도 말했다시피, 저는 리스 씨의 그런 따뜻하고 자상한 마음씨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이들의 억지까지 모두 들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정말로 상대를 위한다면 때로는 안된다고 확실하게 말을 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벌레의 말을 들어주면 신과 나무가 말라죽습니다. 그렇다면 신과 나무는 리스 씨를 원망할겁니다. 그러니까 부디 벌레의 말에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확실하게 이야기를 한 후에, 나는 나대로 다른 나무로 빠르게 올라갔다. 혹시나 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어, 리스 씨 근처의 나무로 올라간 후에, 나는 계속해서 작업에 집중했다. 대충 보기만 하고, 어떤 것을 따고, 어떤 곳을 따면 안되는지를 확실하게 확인하면서 쑥쑥 나는 바구니로 신과를 전송했다. 그와는 별개로 리스 씨도 제법 속도가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고개가 끄덕여졌다.
"실력이 조금 늘어나신 것 같군요. 그 페이스로 계속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다음에도 부탁하는 것을 생각해보겠습니다!"
다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도움을 요청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나는 계속해서 일에 몰두했다. 중간에 벌레가 있는 것은 땅에 그냥 떨어뜨리고, 아직 덜 익거나, 다 자라지 않은 신과는 그냥 내버려두고... 100년 이상 이 일을 하니 이젠 전문가가 안 될 수가 없었기에 재빠르게 나무에서 내려왔고, 나는 나무에 손을 대고 신통술을 발동했다. 신과 나무가 좋아하는 영양소를 신통술로 제공하는 작업이었다. 이것은 오로지 나와 은호님, 그리고 백호 선배와 누리님만이 가능한 일이었기에 그 누구에게도 부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와 함께 자신의 뜻을 말씀 드리자, 가온 님께서는 왠지 모르게 상당히 진지한 목소리로 자신에게 충고를 해주기 시작했다. 그에 자신도 모르게 덩달아 진지한 모습으로 그 말씀을 귀담아 들었다.
"...정말로 상대를 위한다면... 때로는 안된다고 확실하게..."
가온 님의 말씀을 조용히 따라하듯 중얼거려가며. 그러다 신과 나무가 말라죽으면 자신을 원망할 거라는 말에, 드물게 곧바로 화들짝 놀라며 멍했던 두 눈동자를 크게 떴다. 그리고 황급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 그건 안 돼요! 신과 나무 씨께 원망 받고 싶지 않아요...! 저는... 신과 나무 씨도, 벌레 씨도 모두 다 잘 대해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네. 알겠습니다, 가온 님. 가온 님의 말씀대로 저, 마음 단단히 먹을게요. ...충고 정말로 감사합니다, 가온 님."
허리를 꾸벅, 숙였다 펴며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었다. ...역시 가온 님께서는 위대하시고 자상한 '신' 님이세요. 이렇게 저를 도와주시고, 이런 저도 좋게 봐주시다니... 정말로 영광이예요. ...그러니... 저도 힘내야겠어요. 좀 더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도록...!
짝짝, 양손으로 자신의 두 볼을 살짝 때리면서 정신을 차리고 힘을 주입했다. 흐읍...! 그리고 다시금 나무 위로 날아올라 작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조금 더 빨라진 속드로 그렇게 작업을 하고 있자 이내 들려오는 가온 님의 말씀. 그에 뿌듯한 미소를 희미하게 지어보이면서 대답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거든요. 다음 번에도 꼭 도와드리고 싶으니까 더 열심히 할게요!"
의지가 차올랐다. 그렇기에 두 번째 나무도 재빨리 끝내고 이제 세 번째 나무로 날아가려 할 즈음, 문득 가온 님의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가온 님께서 나무에 손을 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에 신기한 듯이 천천히 그 쪽에 있는 나무를 멍한 두 눈을 반짝반짝이면서 바라보았다.
신통술을 나무에게 주입하는 모습이 리스 씨에게는 호기심 있게 전달된 모양이었다. 어차피 이 나무에게는 다 공급했으니 손을 떼어내면서 나는 가볍겟 손을 털어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일단 긍정의 의사를 보였다. 그야 리스 씨가 생각한 것이 그대로 맞았으니까. 물론 약간의 이유가 있긴 했지만...그것은 내가 바로 설명하면 될 일이었다.
"신통술을 이용해서 나무에게 영양소를 제공하는 겁니다! 인간계에서는 신과 나무는 볼 수 없는데, 그건 이 신과 나무가 저희 신들이 만드는 신통술을 영양분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없으면 신과 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주기적으로 신통술을 주입해야 합니다. 다만 이것만큼은 저와 은호님, 누리님, 그리고 백호 선배 이외에는 할 수 없기에, 리스 씨에게는 부탁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부탁하지 않는다고 섭섭하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확실하게 말을 한 후에, 나는 근처 나무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눈을 감으면서 신통술을 부여했다. 그 작업에 집중을 하면서 리스 씨에게 말을 이어나갔다.
"이렇게 신통술을 주입하면 나무들이 기뻐하는 것이 절로 느껴집니다. 오늘도 잘 돌봐줘서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 일의 가장 큰 보람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호쾌하게 웃으면서 나는 다시 집중해서 신통술을 부여했다. 그리고 주입을 마친 후에 다시 손을 떼어내면서 가볍게 손을 탈탈 털어냈다.
애초에 태어나기를 평범한 홍학으로 태어났으니, 신통술 자체를 자주 보아온 것도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렇기에 두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며 가온 님께서 신통술을 주입하신 듯한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자, 이내 가온 님의 설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신통술로 나무에게 영양소를 제공한다는 것. ...와아, 그래서 '신' 님들의 과일 씨라고 하셨던 거군요. 신통술을 영앙분으로 삼아서 열매 씨들을 맺는 것이니까... 이제야 모든 것들이 이해가 되었다. ...신과 씨는 이렇게나 '신' 님들께서 정성을 들여 키우시는 열매 씨였군요. 잠시 두 손에 들린 신과를 존경과 감탄 어린 마음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러다가 이내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느릿하게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요,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가온 님. 그건 당연한 걸요. 저는 '신' 님들의 능력이신 신통술을 함부로 사용할 수도 없으니까 말이예요. 오히려... 그런 힘을 가지신 은호 님과 누리 님과 백호 님과 가온 님께서 무척 대단하게 느껴져서 존경스러워요. 역시 '신' 님들께서는 대단하세요. ...물론 이 신과 씨도요!"
헤실헤실, 희미하게 웃으며 신과를 품에 소중하게 꼬옥 끌어안았다. 애초에 자신의 위치는 자신이 제일 잘 알았으니 섭섭하다고 할 것도 없었으니까. 그래도... ...가온 님께서도, 신과 나무 씨들도 모두 다 기뻐하시는 것 같아서 정말로 다행이예요. 흐뭇하고 훈훈한 따스함이 마음을 채워오는 것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자신 역시도 조금 더 힘내기로 결심했다.
"...이 나무 씨를 끝내고 나서도 가온 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조금만 더 도와드리고 싶어요.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다는 게 기쁘고 뿌듯하기도 하고... 신과 씨들을 이렇게나 많이 보는 게 재밌기도 하거든요."
"늘 이야기하지만, 리스 씨도 저희와 같은 신입니다. 리스 씨는 자신이 홍학이라고 합니다만, 저도 그렇게 따지면 늑대고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이야기할 사안을 입에 담으면서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지만 전혀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리스 씨가 홍학인 상태에서 신으로 각성한 것처럼, 나 역시 늑대인 상태에서 신으로 각성한 케이스다. 대체 그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녀가 신이 아니라고 한다면 나도 신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신이니까 그녀도 신이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이상의 말은 더 하지 않으면서 나는 또 다른 나무에 영양소를 제공했다. 신통술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서 맛있는 신과 열매를 맺으라는 나름의 격려도 하면서 나무에게서 전해지는 감사한 마음도 느끼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리스 씨는 괜찮다면 조금만 더 도와주고 싶다고 나에게 요청을 해왔다. 그 말에 나는 고개만 옆으로 돌려 리스 씨를 바라보았다. 왜 저리도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것일까. 물론 그것이 삶의 보람이라고 한다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니면 누군가를 돕는 것이 이번이 처음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리스 씨가 피곤하지 않고 조금 더 할 수 있다면 상관은 없습니다만... 그렇게 계속 저를 도우면 저의 보좌로 보이고 그러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물론 저는 이미 은호님의 보좌라서 따로 보좌를 둘 순 없습니다. 그 점이 조금 아쉽군요. 리스 씨라면 누구나 보좌로 삼고 싶어할텐데 말입니다."
일을 열심히 하기도 하고, 긍정적인 모습에서 다른 이들에게 힘을 주기도 하고... 그녀가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내면서 쭈욱 기지개를 켜면서 근처에 있는 신과 하나를 딴 후에 그것을 천천히 먹고, 과즙을 꿀꺽 삼키면서 리스 씨에게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우선 그 나무부터 끝낸 후에 다른 일을 생각해보겠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가온 님께서는 다시금 자신에게 똑같은 '신'이라고 말씀해주셨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차마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그저 가온 님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색이 다른 멍한 눈동자를 느릿하게 깜빡이며.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가온 님. 하지만 가온 님께서는 진짜 '신' 님이신 걸요. 저와는 다르게 말이예요."
한참만에야 나오는 목소리는 여전히 흔들림 없이 확고했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비록 똑같이 탄생은 평범한 동물이었다고는 하지만, 가온 님께서는 진짜 '신' 님. 그에 반해 자신은... ...가짜였으니까. 모든 것들이 다 가짜였으니까. 하지만 희미한 미소는 여전했다. 가온 님의 저 말씀 역시, 자신을 생각해주는 의미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역시 가온 님께서도 정말로 자비롭고 자상하신 '신' 님이신 것 같아요. 이런 저에게도 저렇게 늘 말씀해주시니까 말이예요.
그렇기에 그런 가온 님께 조금이라도 더 힘이 되어드리고파 그것에 대하여 허락을 구하자, 가온 님께서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들려오는 칭찬. 그에 잠시 놀란 듯 크게 떠진 두 눈동자를 깜빡깜빡이다가 순간 기쁜 듯한 미소를 선명하게 보였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로 기뻐요...! 저는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신' 님들께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보좌까진 바라지도 않으니... 그냥 작게나마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그래도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가온 님."
...꼭 보좌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도움은 되어드릴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더욱 의지를 불태우며 이어지는 가온 님의 말씀에 크고 씩씩한 목소리로 "네!"하고 곧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훨씬 더 빨라지고 안정적인 모습으로 마지막 나무의 작업을 시작했다.
-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의외로 이번 나무는 수확할만한 신과가 많이 없었기에 작업이 금방 끝나게 되었다. 그렇기에 천천히 땅으로 내려앉아 품 안에 소중히 안아든 신과들을 조심스럽게 바구니에 내려놓곤, 이마에 살짝 흐르는 땀을 소매로 살짝 훔쳐냈다. 그리고는 가온 님을 바라보며 뿌듯한 표정을 희미하게 지어보였다.
"모든 신들에게라. 쉽지 않은 일이군요. 저도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려고 하는 것은 좋지만, 부디 자신의 몸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몸이 성하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법입니다!"
나름대로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나대로 일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 리스 씨는 또 다시 자신이 신이라는 것을 부정했다. 하지만 나는 신이 맞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대체 무엇이 그녀를 저렇게 만든 것일까. 무엇이 그녀를 저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일까. 이미 수인의 형태를 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녀는 분명한 신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왜 저렇게까지 부정하는 것일까. 언젠가 정말로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다고 생각을 하며 나는 일단은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 이후에는 나도 그렇고 리스 씨도 그렇고 일에 집중했다. 나는 영양분을 신통술로제공했고, 리스 씨는 신과를 재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리스 씨는 마지막 신과를 재배한 모양이었고 다시 땅으로 내려와 바구니에 내려놓았다. 땀을 흘리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나는 집의 냉장고에 있는 신과 주스 캔을 손에 올려둔 후에, 그녀를 향해서 내밀었다. 일을 했으니 이런 보상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일단 목이 많이 타실 것 같은데 음료수라도 드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신과로 만든 신과 음료수입니다!"
피식 웃으면서 나는 편하게 앉으라는 의미로 손을 아래로 내리는 손짓을 했고, 바로 나도 자리에 앉았다. 이런 농사일을 마치고 난 후에는 편안하게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제일 좋은 법이었다.
"이후의 일 말입니다만...사실 더 시킬 일이 그디자 없으니, 그냥 가벼운 심부름 하나만 시켜도 되겠습니까? 저쪽으로 가면 제 집이 있습니다. 그곳을 보면 바구니가 여러개 있는데 그것을 좀 갖다주시면 됩니다! 아무래도 바구니가 좀 더 필요할 것 같으니 말이죠!"
"......쉽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생각이예요. 그것이 제 생명의 보답이기도 하니까 말이예요. ...그래도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온 님."
본디 이것은, 자신의 이 생명은, 이 삶은, '신' 님으로부터 받은 것. 그러므로 자신의 삶 또한 자연스럽게 이 생명의 무게만큼 '신' 님들께 보답을 해드리려 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저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으면서 가온 님의 말씀에 그저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할 뿐이었다. 진짜 '신' 님에게.
아무튼 이제는 일을 마저 이어서 할 시간. 다행히 마지막 나무는 생각보다 수확할 신과가 그리 많지 않았고, 벌레들이 먹은 것도 거의 없이 그저 신과의 크기가 조금 작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생각보다 작업을 빨리 끝내면서 마지막 신과들을 품에 안아들고 땅으로 내려왔다. 그리고는 바구니 속에 조심스럽게 넣으며 일이 끝났음을 가온 님께 뿌듯한 모습으로 알렸다.
그러자 웬 물건 하나를 자신에게 내미는 가온 님. 그 정체불명의 물건과 가온 님을 놀란 듯한 눈동자로 번갈아 바라보고 있자, 가온 님께서는 가벼운 설명을 덧붙이며 앉으라는 듯이 손짓을 했다. 그에 그제서야 한 박자 늦게 두 손으로 공손히 그 물건을 받아들고는, 허리를 살짝 숙이며 "...감사합니다, 가온 님." 하는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느릿한 동작으로 가온 님을 따라서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품이 넉넉한 흰 겉옷자락이 과수원 땅 위에 넓게 펼쳐져, 무릎을 꿇은 자신의 다리를 자연스럽게 가려주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캔의 모습에 그저 신기한 듯이, 딸 줄 모르는 듯이 그저 캔을 이곳저곳 바라보고 있자, 이내 곧 들려오는 가온 님의 부탁 하나. 그에 기쁜듯이 미소를 짓고는 곧바로 고개를 세게 끄덕끄덕이며 대답했다.
캔을 받은 리스 씨는 좀처럼 따질 못하고 캔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혹시 캔을 따는 방법을 모르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잠깐 실례하겠다고 이야기를 한 후에 리스 씨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서 아주 가볍게 캔을 따서 그 뚜껑을 열어주었다. 만약에 처음 본다면 따는 것이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런 도움은 당연히 줘야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것은 이렇게 따면 됩니다. 방금 거기에 힘을 줘서 딱 하면 열리거든요! 마셔보세요! 시원할 거예요! 열심히 일을 하셨으니 이런 보상은 있어야죠."
그렇게 캔 뚜껑을 딴 후에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내 몫의 음료수 캔을 내 손으로 전송한 후에, 나는 그것을 아주 가볍게 따면서 꿀꺽꿀꺽 마셨다. 시원한 달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져 보통 좋은 것이 아니었다. 이런 맛에 신과를 재배하고 신과를 먹지. 그렇게 생각을 하는 도중, 리스 씨가 지금 다녀와도 되겠냐는 식으로 말을 해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스 씨가 괜찮다고 한다면...상관은 없습니다! 힘들면 쉬신 후에 조금 있다가 가셔도 되고, 아니면 빨리 갔다오고 싶으면 빠르게 갔다오셔도 됩니다. 하지만 정말로 오늘 시킬 일은 이 정도입니다. 다른 나무들은 오늘은 더 재배를 하지 않을 생각이거든요. 저도 전체적으로 신과 나무를 둘러본 후에 돌아갈 생각이고요."
너무 많은 일을 한 번에 해도 좋을 것이 없었기에 그 정도로만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정말로. 그렇기에 리스 씨에게는 편한대로 해도 좋다는 것을 확실하게 했다. 지금 출발해도 좋고, 나중에 출발해도 나쁠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