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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스럽기 짝이 없는 물웅덩이를 지나 우리들은 동굴 안 쪽으로 더욱 들어갔다. 어딘가에서 물이 흐르는 것일까? 귀를 쫑긋 세우니 어딘가에서 콸콸콸 거리는 느낌으로 폭포가 흐르는 것 같은 물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코를 킁킁 세우니 어딘가에서 물향기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대체 이 동굴은 얼마나 깊은 것일까? 좀처럼 그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뒤이어 앞으로 나아가는 도중, 동굴 벽면에 붙어있는 보라색 보석 같은 것이 보였다. 무엇인가 싶어서 가만히 바라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자수정이었다. 자색으로 아름답게 반짝이는 그 자수정을 가리키면서 나는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있잖아. 여기에 자수정이 있어! 정말로 예쁘지 않아? 후훗. 가져갈 이는 가져가는 것은 어때? 나름 괜찮을 것 같...아차. 지금 그럴 때가 아니었지. 참..."
순간적으로 지금이 동굴 탐험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축복의 오로라를 치기 위해서 왔다는 것을 잊을 뻔 했다. 그것에 나는 가볍게 꿀밤을 먹이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정말... 왜 나는 항상 이렇게 중요한 것을 자꾸 잊어먹게 되는 것일까. 우으... 이래가지고서는 500년이 지나도 지배자 신이 못 될지도 모르겠어. ...우으.."
나도 모르게 조금 시무룩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꼬리도 축 쳐졌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앞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있잖아. 너희들은 내가 500년 뒤면 정말로 엄마를 이을 수 있는 훌륭한 신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가끔 잘 모르겠어. ...그냥 엄마가 계속 지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지금만 해도 엄마였으면 한눈 팔리지도 않고 잘 갔을테니까.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해줬으면 해."
자수정이라... 정말 예쁜 걸? 령은 자수정 끄트머리를 만지며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들려오는 누리의 목소리에 시선을 그쪽으로 옮겼다. 누리는 아무래도 500년 후, 라온하제의 지배자가 된다는 것 때문에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령은 고개를 저었다. 방울이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아니, 누리 네가 아닌 은호님이 다스리는 것도 한계가 있어. 은호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라온하제는 어떻게 되는거지? 은호님을 대체할 지도자를 뽑을 필요도 있어. 아까 말한 은호님께 무슨 일이 생기는 것도 그렇고... 내가 오랫동안 방랑하면서 느낀 거지만 한 사람이 집단 하나를 너무 오랫동안 이끌면 점점 반감이 생기기도 해. 여러가지 사고가 터지기도 하고. 물론 내가 말한 케이스는 인간들을 지켜보며 내린 결론이라 신인 우리들은 조금 다를 수도 있어.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라온하제를 통치하는 건 은호님도 바라지 않을 것 같아. 게다가 네가 500년 후에 적절한 라온하제의 지도자가 될 수 없었다면 애초에 은호님이 너를 차기 지도자로 세울 리도 없었겠지."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이상한 물웅덩이를 지나서 좀 더 깊숙히 동굴 안으로 걸어나가고 있자, 어디선가 물이 흐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폭포 소리같은? ...그래도 '신' 님들이랑 같이 오니까 두렵지 않아요. 만약에 혼자 왔더라면 사방을 경계해야 했겠지만.
아무튼 좀 더 걸어나가다보니 동굴의 벽면은 새로운 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아름다운 보라색으로? 와아, 한 박자 늦게 작은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그 자수정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았다. ...정말 예쁘게 반짝이고 있어요. 신기한 돌멩이 씨들이예요.
조심스레 톡, 톡, 손가락으로 두드려보고 있자, 이내 곧 시무룩한 누리 님의 목소리가 들려와 뒤늦게 깜짝 놀라며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정말로 고민하는 듯한 누리 님의 모습에, 드물게 곧바로 반응하여 고개를 세차게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누리 님께서도 은호 님처럼 정말 훌륭한 '신' 님이 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 물론 누리 님께서는 이미 엄청 훌륭하신 '신' 님이시지만... 5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에는 더더욱 멋지고 위대하신 '신' 님이 되어계실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정말로요."
...한눈을 판 건 저도 마찬가지인 걸요,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으며 덧붙였다. 그만큼 자수정이 아름다웠으니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저는 누리 님을 믿어요. 누리 님께서도 정말로 멋지고 위대하신 분이시니까요. '신' 님을 믿는 마음은 흔들림 없이 확고했다.
모두의 목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령은 조금 단호한 느낌이고 아이온은 조금 조용한 느낌이었고 리스는 자상한 느낌이었다. 그 3명의 말은 모두 나를 위로하는 느낌이었다. 잘할 수 있을 거다. 못 될 것은 없다. 정말로 믿고 있다. 그런 말들에 나는 조금 가슴이 뭉클한 것을 느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 나는 자수정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거기서 자수정 3개를 뽑은 후에 모두에게 각각 내밀었다.
"다들 말 고마워. 오늘은 뭔가 위로만 받는 것 같네. 사실 이런 말은 잘 안하는 편이야. ...엄마나 가온이, 그리고 백호 언니 앞에서 이런 말을 하면 뭔가 믿음을 저버리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어쩌면...이 동굴에는 엄마도, 가온이도, 백호 언니도 없으니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 ...다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이건 내가 주는 선물이야."
3개 정도는 괜찮겠지?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니까. 그렇게 스스로 합리화 아닌 합리화를 하면서 나는 동굴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래. 일단 고민은 나중에 하자. 지금은 오로라를 펼치지 않으면 안되니까.
일단 일직선인 동굴을 계속해서 나아가는 도중, 곧 커다란 호수 같은 곳이 눈앞에 보였다. 동굴 안에 고여있는 커다란 호수의 부근에서는 어딘가에서 콸콸콸 쏟아져내리고 있는 폭포도 보이고 있었다. 바깥처럼 커다란 무지개가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풍경은 상당히 웅장하고 멋진 느낌이었다. 마치 동굴 안의 계곡을 보는 것 같았다.
"와아아..."
작은 감탄사를 내뱉다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구경을 하는 것은 지금은 적절하지 못하니까. 그렇기에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도중, 길이 막힌 것이 보였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징검다리였다. 물살은 상당히 빨랐기에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간단하게 징검다리를 깡총깡총 뛰어서 가는 것 외에는 답이 없었다.
"모두들 빠지지 않게 조심해! 알았지?"
//반응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9시 10분까지 받을게요!
단...이 반응레스를 쓰기 전에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1~2의 값입니다! 1은 통과 성공, 2는 통과 실패입니다! 그에 맞춰서 반응레스를 써주세요! 2가 걸리면 물에 빠지는 묘사를 넣어주면 되겠습니다!
아, 누리 님께서 기운을 차리신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예요. 비록 누리 님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동물적인 본능으로 그 미세한 변화를 감지해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누리 님께서 이내 자수정을 건네주시자 잠시 받아도 되는지 고민하고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그리고 허리를 꾸벅, 숙였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누리 님. 소중하게 간직할게요. ...누리 님께서는 정말로 잘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언제나 믿고 있어요. ...모두들 누리 님을 믿고 계실 거예요."
부드러이 두 눈을 접어 웃었다. 누리 님은 혼자가 아닐 것이었다. 앞으로도, 모두가 함께.
아무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다보니, 곧 커다란 호수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쏟아져내리고 있는 폭포 하나. ...아까 들었던 그 물소리의 주인은 저 폭포 씨였던 걸까요? 꽤나 웅장하고 멋진 폭포의 모습에 덩달아 작게 감탄하기도 하면서, 다시금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이내 곧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징검다리와 상당히 빨라보이는 물살. 징검다리를 깡총깡총 뛰어서 건너야 함을 직감하고는, 누리 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 깡총, 두 깡총, 조심스럽게 점프를 하면서 마지막 순서로 징검다리를 건너며 거의 다 도착한 그 때...
"...아ㅇ...!"
비명은 느렸고, 미끄러지는 발과 넘어지는 몸은 빨랐다. 풍덩! 하는 시원하고도 거센 입수 소리에 자신의 비명은 가볍게 묻혀져 버렸으니.
"......아..."
잠시 멍하니 물 속에 앉아있다가, 이내 황급히 쫄딱 젖어 무거워진 몸을 애써 힘겹게 일으켜 나머지 다리를 건넜다. 푹 숙인 고개에, 두 손으로 얼굴을 살짝 가렸지만 그 사이로 얼핏 보이는 홍조는 매우 부끄러움을 알려주는 듯 했다. ...죄송합니다, 하는 뒤늦은 사과가 덧붙여졌다. 뚝, 뚝, 떨어지는 물방울들은 덤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