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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자신의 것이겠지. 시무룩해진 누리 님윽 모습에 살짝 당황하여 두 손을 내젓다가, 이내 아사 님의 말씀에 감사합니다, 하고 말하며 옷자락을 두 손으로 꽈악 짜보았다. 그러자 물줄기가 주르륵 흘러나왔고, 그에 조금은 몸이 가벼워짐을 느끼며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누리 님의 말씀에 일단 고개를 끄덕이곤 애써 발걸음을 빠르게 떼었다. ...감기 걱정은 일단 미뤄놓아야겠어요.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자 어느새 도착하게 된 수정. 하늘의 태양빛이 내리쬐는 수정의 모습은 정말로 아름답기 그지 없었고, 그에 작게 감탄하다가 이내 머릿속에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뒤늦게 놀란 듯 반응하며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하지만 공손하고도 확실하게 대답했다.
아이온과 리스의 말에 이어서 나 역시 누군지 모를 목소리의 질문에 대답했다. 사실, 이 답은 내가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이었으니까.
"저는 이 땅의 지배자, 은호의 딸인 누리에요! 축복의 오로라를 펼치기 위해서 여기로 왔어요! 아이온이 말한대로 라온하제의 거주자이기도 하고, 이들은 모두 저를 따라서 온 거예요! 그런데 정말로 누구세요?"
나 역시 리스처럼 누구인지 궁금이 들었기에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웅장하고 무게가 있는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머릿속에 울리기 시작했다.
ㅡ나는 이 동굴에 있는 축복의 수정을 지키고 있는 의지. 그 자체. 오랫동안 은호의 힘을 주변으로 퍼뜨린 존재. 그 자체. 축복의 오로라를 펼치려고 온 것이냐? 드디어 그 시기가 되었구나.
축복의 수정은 저 수정을 말하는 것일까. 그리고 엄마의 힘을 주변으로 퍼뜨린 존재라는 것은... 대체 무슨 의미인걸까. 엄마의 축복의 힘을 주변에 녹아내리게 한다는 것은... 이 목소리의 주인공도 그 정도의 힘이 있다는 이야기일까? 뭔가 조금 불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엄청난 존재를 앞에 두고 있다는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순 없는 일이었다. 모두가 나를 응원했으니까.
"네. 그 시기가 찾아왔어요. 그렇기에 엄마를 대신해서 제가 이렇게 왔어요. 고위신 은호의 딸, 고위신 누리로서, 500년 후에 이 땅을 지배하고 축복을 내릴 존재로서 축복의 오로라를 펼치러 왔어요!"
ㅡ스스로에게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직은 없다고 생각해요. 아직 저는 미숙하니까요. 하지만!! 여기까지 같이 온 친구들이 말해주었어요. 격려해주었어요. 지금은 미숙할지도 모르지만 할 수 있을 거라고! 엄마는 믿으니까 저를 500년 뒤에는 지배신으로 세우려고 하는 것이라고, 저는 반드시 훌륭한 고위신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이 동굴을 나아가면서 모두가 이야기해주었어요! 그러니까...!!"
ㅡ......
"지금은 자격이 부족하더라도 언젠간 자격이 있는 신이 될 거예요! 이 동굴을 같이 나아가면서 저에게 이야기해준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그것은 나의 의지 그 자체였다. 말을 끝낸 후에 나는 고개를 돌린 후에 모두를 바라보면서 해맑게 웃었다. 모두가 해준 말이 여기서 이렇게 떠오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동굴을 나아가면서 모두가 해주었던 말들. 그 한 마디, 한 마디. 따뜻한 말들을 떠올리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기분이 뭉클한 느낌이었다. 아직 부족한 신이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격려를 해주고, 모두가 따스한 말을, 혹은 나를 위한 말을 한 것을 떠올리니 미소가 안 지어질 수가 없었다.
ㅡ그런가? 그렇다면 다른 이들에게 묻겠다.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반응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10시 25분까지에요! 덧붙여서 분기점으로 여러분들이 누리에게 한 격려가 일정 포인트를 넘어섰기에 이 이벤트는 해피하게 끝날 예정입니다!
령은 차분하게 목소리의 질문을 되물었다. 그녀의 검은 눈에 결연한 의지가 돋보였다. 령이 수정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방울은 여전히 딸랑딸랑 울리고 있었다.
"누리는 여기까지 오면서 충분히 모두를 포용할 만한 그릇을 보였습니다. 물에 빠진 리스를 걱정해주기도 했고 길가에 보였던 물에 뭔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모두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누리는 이 라온하제의 주민들 모두의 이름과 종족을 알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그들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저는 누리가 이 라온하제를 다스리게 되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습니다."
령은 짤막하게 제 할 말을 끝내고 다시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포커페이스였다.
의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사 님에 이어서 누리 님 역시도 대답을 하셨고, 그에 자신 역시도 조용히 목소리의 대답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위를 바라보면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자 다시금 머릿속에 울려오기 시작하는 웅장한 목소리. 그 정체는 동굴에 있는 축복의 수정을 지키고 있는 의지였고, 그 정체가 범상치 않음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더더욱 범상치 않음을 느껴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역시... 저 분은... 잠시 조용히 동굴 안과 수정 주위를 느릿하게 두리번거리면서 가만히 '의지'와 누리 님의 대화를 경청했다. 그럴 자격. '자격'. 누리 님께서는 충분히 그 자격이 있는 '신' 님이었다. 그것만큼은 정말로 확신할 수 있었다. 올곧고, 바른 길로 나아가려 하며, 방금 전처럼 자신 같이 작은 존재도 걱정해주는 존재. 진정한 '신' 다운 '신' 님.
누리 님께서 해맑게 웃어주시는 것을 따라서 조용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화답했다. 그래, 모두의 '즐거운 내일'을 바라는 '신' 님이시라면...
'의지'의 목소리는 이번엔 자신들에게로 그 질문의 방향을 돌렸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있어서 그 질문은 이미 대답이 정해져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기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곤 입술을 열었다.
"네, 그렇게 생각해요. 누리 님께서는 언제나 '라온하제', '즐거운 내일'을 바라시던 '신' 님이신걸요. 누리 님께서는 모두가 즐겁게 지내시기를 바라시는, 이미 훌륭하신 '신' 님이세요. ...그러니까... 축복의 오로라 씨도 잘 퍼뜨리실 수 있으실 거라고 저는 믿어요."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었다. 신뢰와 믿음이 가득한 미소였다. 이 대답은 언제나 변함 없을 것이었다.
/ 령주 어서 오세요! :D 그리고 해피 엔딩, 와아! 어어... 그러면 배드 엔딩도 있었던 건가요...?(흐릿)
령도, 아이온도, 리스의 말에도 나는 그저 감사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가 미숙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말해주는 모습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나의 편을 들어주고, 응원하고 격려해주고, 나를 믿어주는 모두의 따스함을 느끼면서 나는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ㅡ과연. 다음 고위신은 다른 이들의 격려와 응원에 힘을 입어서 성장하려고 하는가. 그것 또한 좋지. 좋다. 지나가도 좋다. 신들이 믿는 너의 존재, 너의 성장을 이곳에서 난 지켜보겠다.
이어 목소리는 천천히 사라졌다. 그리고 저 앞에 있는 수정이 은빛으로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이곳으로 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그리고, 동굴이 가볍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굴의 천장의 일부가 마치 문이 열리는 것처럼 양옆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늘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넓게, 넓게... 그 덕분에 근방은 매우 환한 빛으로 가득 차올랐다.
"......."
침을 꿀꺽. 모두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조용히 끄덕인 후에 나는 수정으로 다가갔다. 수정은 내가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욱 아름다운 환한 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수정의 바로 앞에서 멈춘 후에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수정을 향해서 내 소망을 가득 담았다. 엄마가 말한대로, 나의 소망을 가득 담아, 축복을 내리겠다는 마음을 가득 담아...
이내 내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힘이 팔을 통해서 수정으로 주입되는 것이 느껴졋다. 살며시 눈을 떠보니, 내 몸에서 은색 빛이 수정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었고, 그것을 담은 은색 수정은 하늘을 향해서 강한 하얀색 빛줄기를 쏘았다.
뒤이어 하늘 위에서는 아름다운 오색찬란 무지개빛 오로라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았던 오로라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동굴의 천장 구멍을 다 채울 정도로 매우 거대하게 퍼져나갔다. 그러고도 점점 더 주변을 향해서 퍼지기 시작했다. 무지개빛 오로라는 마치, 비나리의 폭포에서 피어오르는 무지개와 다를바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일곱빛깔을 내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무지개빛은 동굴안에도 가득 비치기 시작했고, 나와 함께 여기로 이들을 비추었다. 그것은 어떤 기분일까.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엄마의 말로는 정말로 기운이 솟아오르는 그런 느낌이라고 하지만, 나는 알 수 없었다. 적어도 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저 빛을 직접 쬐는 내 친구들 뿐이었으니까.
누리가 다가갈수록 수정은 빛을 더욱 강렬하게 내었다. 령은 그 장면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답다. 그렇게 생각할 무렵, 누리가 기도를 하고 있었다. 아마 라온하제에 관한 기도겠지. 령이 누리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누리에게서 어떠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령은 그저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오로라가 전신에 퍼져나갔다. 전 영역에 오로라가 펼쳐지면서 무지개빛이 잔뜩 나타났다. 령은 감탄을 하며 무지개를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빛이다. 대단해. 령은 무지개를 바라보면서 우와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왠지 기운이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령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격려하고 응원하는 거야." "나는 사실만 말하지 근거없는 비난 및 인신공격은 안하거든." 나는 지켜보겠지. 아마도. 현대이기에 가능하도록. 또한... 앞으로도 계속. 그 뒤엔 어쩌려고? 어떻게든 되지 않으려나. 기도하는 모습. 그리고 은빛과 수정. 여러 아름다운 광경을 보아왔지만 이 광경 또한 상당히 아름다웠음에 틀림없었습니다.
"아름답네." 기운이 나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는지 아닌지 모를 표정으로 무지개빛의 축복의 오로라를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걸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모두들 누리 님을 응원해주었다. 각자 표현하는 방식과 그 말은 달랐지만, 그 마음은 아마 한 뜻이었을테니. 그리고 그러한 자신들의 말을 듣던 '의지'는 자신들이 지나가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감사합니다."
그에 공손히 두 손을 앞에 모으고 수정을 향해 허리를 살짝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물론 수정이 이러한 자신의 감사 인사를 본다는 확신은 할 수 없었겠지만, 그럼에도.
그리고 이내 목소리가 사라지자 수정은 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고, 동굴이 흔들리며 그대로 천장의 일부가 양 옆으로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든 변화들에 순간 몸을 움찔, 하며 고개를 위로 들어올리자 보이는, 환한 빛으로 가득한 광경.
그리고 누리 님께서 수정으로 천천히 다가가자, 수정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더더욱 아름다운 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축복을 내리려는 듯이 눈을 감는 누리 님. 그 모든 과정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자 이내 누리 님의 몸에서는 은색 빛이 빠져나와 수정으로 향했고, 수정은 그대로 하늘을 향해서 하얀색 빛줄기를 강하게 쏘아올렸다.
그리고 열려진 하늘 위로 펼쳐지기 시작하는 무지갯빛의 오로라. ...저것이 축복의 오로라 씨인 걸까요? ...너무... 아름다워요. 마치 마음을 뺏긴 듯이 멍하니, 정말로 멍하니 하늘 위에 가득히 펼쳐진 오로라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동굴 안에도 가득히 비치기 시작하는 무지개빛. 모두를 비춰주는 그 무지갯빛을 천천히 고개를 내려서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물을 담아올리듯이 두 손을 모아 손바닥 위에 빛들을 담아보았다.
"......"
...따스해요. 자신의 손에 담겨진 채로 일렁이는 작은 오로라 조각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느낀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왠지 모르게 기운이 솟아오르는 듯한 따스함. ...마음이... 포근해지고 있어요.
천천히 두 눈을 감으며, 오로라 빛의 조각을 담은 두 손을 천천히 가슴께로 모아 가져갔다. ...공허함이 무지갯빛으로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목에 걸린 구슬은 빛나지 않았다. 대신 빛나는 오로라를 맞이했다. 모든 추위들을 전부 다 잊어버리고. 빛을 향해.
축복의 오로라는 하늘 높게 솟아오르고 또 솟아올랐다. 그것은 라온하제 전역을 덮을 정도로 거대하고 또 거대한 오로라였다. 그 아름다운 오로라는 라온하제의 전역에 축복의 힘을 부여했다. 이것으로 또 1년 동안 라온하제에는 축복의 힘이 깃들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은호가 아니라 누리가 직접 뿌린 축복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모든 의식을 마친 뒤에 누리는 웃으면서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오른손 검지로 V를 그리면서 이야기했다.
"후훗. 어때? 제대로 된 것 같지 않아? 정말 예쁜 오로라가 펼쳐져서 나도 정말로 기뻐!"
정말로 기분이 좋은지, 누리는 환하게 웃어보였고 모두를 꼬옥 안으면서 기분 좋게 웃기 시작했다. 그것은 정말로 기분이 좋고 행복한 모습 그 자체였다. 그야 그럴 것이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일이 끝난 것에 대해서는 모두의 도움이 있었기에...라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모두가 없었으면..어쩌면 난 못했을지도 몰라. 모두가 격려하고 응원해줬기에 할 수 있었어! 정말로 고마워! 응! 너무 고마워!!"
정말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누리는 배시시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말을 건네면서 이제 돌아가자고 제안했다. 언제까지나 이 동굴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모두가 돌아가고 수정이 있는 그 공간의 천장이 다시 닫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정이 다시 한 번 은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뒤이어 모두의 머릿속에 울렸던 그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동굴 안에 조용히 울리기 시작했다.
ㅡ새롭게 자리를 이을지도 모르는 고위신, 그리고 그 고위신의 친구인 이들이여.
ㅡ너희들에게 언제나 끝나지 않는 행복과 축복을...
-Fin
//이벤트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어요! 그리고.. 이벤트에 참가하신 분들에겐 브론즈 트로피 [축복의 오로라]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