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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 언니는 조금 자제할 필요가 있어. 크리스마스 파티 때도 혼자서 음식 대부분을 먹었단 말이야. 물론 먹는 것을 좋아하는 언니이니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 자제를 할 필요는 있어."
군고구마를 입으로 우물우물 씹으면서 나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응. 언니는 조금 자제할 필요가 있어. 그렇게 확신을 하게 된 것은 바로 크리스마스 파티 때였다. 그때는 정말로 백호 언니. 엄청 먹었으니까. 그러다가 살이 찌기라도 하면 포동포동한 여우가 되버리고 말 거야. 그 모습을 떠올리면서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종을 바라보던 리스는 종에 호기심을 가졌는지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묘하게 귀엽기 그지 없었다. 분명히 리스도 나보다는 언니일텐데 이런 모습을 보면 나보다 조금 어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그만큼 리스가 순수하고 맑다는 이야기겠지만! 아무튼 종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는 리스를 바라보면서 나는 군고구마를 다시 우물거리면서 대답했다.
"응! 가온이가 울리게 할 거야. 듣고 싶다면 마음껏 들어도 괜찮아. 여기에 있으면 들을 수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힘들지도 모르지만, 가온이의 일은 그런 거니까. 관리자들 중에서도 비나리의 관리자는 가장 업무가 많고 중요한 일을 하니까. ...그냥 가온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가온이는 좋아하지 않을까?"
적어도 내가 아는 가온이라면 그 정도로도 좋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가온이는 일을 하는데에 있어서 보람을 많이 느끼는 타입이니까.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리스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가끔 가온이에게 격려차 찾아가주는 것도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후훗. 리스는 정말 자상하구나."
"...그래도 그 모습이 바로 백호 님의 모습이신 걸요. 물론 누리 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게 맞겠지만... 저는 백호 님은 지금의 그 모습 그대로도 좋다고 생각해요. ...감히 제 생각을 말씀 드리자면요."
작게 배시시 웃으면서 대답했다. 물론 자신이 '신' 님의 모습에 대하여 이러쿵 저러쿵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백호 님은 그렇게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자신은 그럴 수가 없었으니까.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으니까.
아무튼 군고구마를 천천히 한 입 냠, 오물오물 먹으면서, 이내 들려오는 누리 님의 말씀에 저 위에 있는 거대한 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저 거대한 종 씨가 새해가 되면 울려지는 걸까요? 그 소리는 얼마나 예쁠까요? ...저도 꼭 들어보고 싶어요. 두근두근, 기대감에 가슴이 살짝 설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걱정되는 마음도 살며시 올라오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사 님께서도 늘 일 때문에 바빠보이셨는데, 가온 님께서도 바쁘신 것 같아서 걱정 돼요. 그러고보면 밤프 님께서도 토마토 씨를 농사하시고, 세설 님께서도 카페 일까지 하시는 걸 보면... 관리자 님들은 전부 다 바쁘실 수밖에 없는 걸까요? 묘한 가설과 추측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조용히 으음, 하는 소리를 한 박자 늦게 내었다.
"...관리자 님들께서는 전부 다 바쁘신 것 같아서 정말 걱정이예요. 그런데 비나리의 관리자 님은 가장 업무도 많으시고 중요한 일을 하신다니... 그런데도 감사하는 마음만으로도 정말로 좋아해 주실까요...?"
직접 도움이 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확신 없이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누리 님께서 그렇다고 하신다면, 그게 맞겠지요.
"...그럼 누리 님의 말씀대로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가끔씩 가온 님께 찾아가서 응원과 함께 도와드릴 것이 없는지 여쭤봐야겠어요. 물론 지금도 그러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는 더욱더요. 그리고 저보다는 누리 님께서 더욱더 자상하신 '신' 님이신 걸요. 지금만 해도 저에게 이렇게 조언도 자상하게 해주셨으니까요. ...정말로 감사해요, 누리 님."
부드러이 두 눈을 접으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듯 머뭇거리다가, 이내 론을 더욱 꼬옥 안으면서 조심스럽게 누리 님께 여쭤보았다.
"...누리 님께서는 혹시 종 소리... 들으실 건가요?"
괜찮으시다면 저도 같이 들어도 될까요? 하는 부탁까지는 나오지 못 했다. 누리 님께서 안 들으실 수도 있었으니.
"관리자는 기본적으로 각 지역을 관리하는 것이 주 일이니까. 바쁘지 않을 순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비나리는 모든 지역에 축복의 힘을 부여하는 핵심 지역이자 라온하제의 중심. 가장 중요한 지역이야. 이 라온하제를 덮은 결계도 비나리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인걸.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충분히 좋아해줄거야. 가온이는 그런 신인걸."
물론 내가 가온이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안다고 할 수는 없다. 나는 가온이와 그렇게 길게 본 것은 아닌걸.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아직 5년도 되지 않았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다지 가온이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온이를 보면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가온이는 정말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있고 열심히니까. 감사하는 마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물론 가끔 도움을 주거나 그러면 더욱 고마워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리스의 말을 계속해서 들었다. 정말 자상하고 착한 신이야. 이렇게 넓고 자상한 마음에 있는데 왜 리스는 자신이 신이 아니라고 하는 것일까. 이 정도 마음을 지닌 이라면 충분히 신이라고 난 생각하는걸. 리스의 말을 끝까지 전부 들은 후에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리스는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해. 대부분의 신들은 관리자의 일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거든. 리스처럼 관리자들을 생각하는 신은 사실상 적어. 그런 것만으로도 리스는 착하고 자상한걸. 좀 더 자신에게 자부심을 가져도 괜찮아. 고위신인 내가 보장하는 것이니까. 내 보장으로는 부족해? 엄마도 똑같은 말을 할 거라고 생각해. 냠."
말을 마친 후에 나는 마저 군고구마를 냠냠 씹어먹었다. 따뜻한 것이 이렇게 맛이 좋을 수가 없었다. 절로 꼬리가 살랑살랑. 그렇게 흔들리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웃으면서 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당연하지! 같이 들어도 괜찮아! 애초에 난 들으려고 나온거거든. 이런 것은 현장에서 직접 들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리스에게 같이 듣자고 제안했다. 군고구마를 하나 더 먹으라는 의미로 군고구마가 가득 들어있는 봉지를 살짝 열어 내밀기도 했다.
"...으음... 역시 그렇군요. 라온하제는 매우 넓으니까... 확실히 관리자 님들께서 많이 고생하실 것 같아요. 이렇게 평화롭게 '즐거운 내일'을 꿈꿀 수 있는 것도 전부 다 '신' 님들 덕분이니까...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해야겠어요. 늘 그랬듯이 말이예요."
부드럽게 눈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모든 '신' 님들께 직접 도움을 드려서 조금이나마 힘에 보탬이 되어드리고 싶지만... 자신의 몸은 하나였으니.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가끔씩이나마 또 찾아가서 아주 작은 잡일이라도 꼭 도와드리리라, 의지가 강해졌다.
하지만 이어지는 누리 님의 말씀에는 천천히 군고구마를 먹던 동작이 순간 움찔,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그러니까... 지금 '신' 님께서... 정말로, 진심으로 저를 칭찬해주신 건가요...? 무려 은호 님의 이름마저 들려오자 더더욱 깜짝 놀란 듯 동그랗게 떠진 두 눈동자를 멍하니 깜빡깜빡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누리 님. 하지만 역시 저는 저에게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누리 님과 은호 님께서 훨씬 더 자상하고 친절하신 '신' 님이시라고 생각해요. 이건...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신' 님들도 전부 다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 거라고 감히 말씀 드릴 수 있답니다."
묘하게 누리 님의 말을 인용하듯이 살짝 장난기가 묻어나오는 듯한 그 말씀은 정말로 확신에 차 있었고, 그에 희미하게 미소 짓는 그 표정 역시도 흔들림이 없이 확고했다. 그렇지만... 사실이었으니까. 누리 님께서도, 은호 님께서도, 정말로 위대하신 '신' 님들이었으니까.
그렇게 확고히 신뢰의 뜻을 보이기도 하다가 이내 들려오는 누리 님의 승낙의 말씀에, 잠시 멍한 두 눈동자를 깜빡깜빡이다가 몇 박자 늦게서야 순간 표정이 환해졌다.
"...정말로요? 감사합니다, 누리 님...! 그렇다면... 저도 꼭 같이 듣고 싶어요. ...그런데 어떻게 제 생각을 아신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누리 님? 아, 혹시 제 얼굴에 쓰여있었나요...?"
자신은 분명 그런 말은 안 했던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 멍하니 자신의 얼굴 이곳저곳을 한 손으로 더듬더듬, 매만져보았다. ...역시 '신' 님...! 제 생각 정도는 가볍게 아실 수 있으신가 봐요! ...묘하게 '신' 님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커진 듯 싶었다.
"그것이 리스가 자상하고 친절한 이가 아니라는 근거가 되진 않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다른 신들이 자상하고 친절하다고 해서 리스가 아니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조금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엣헴. 그런 식으로 일부로 기침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바로 꺄르륵 웃었다. 나에게 있어서 이런 것은 역시 어울리지 않아.
아무튼 종을 같이 들어도 좋다고 이야기하자 리스는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와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안 것인지 물어보았다. 자신의 얼궁레 쓰여있기라도 했냐고 하면서 얼굴 이곳저곳을 더듬더듬 매만지는 그 모습에 나는 작게 웃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 말하지 않았어. 하지만 리스는 파악하기 쉬운걸. 보통 리스가 그렇게 말할 때는 그 말의 의미라기보다는 뭔가 마음 속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난. 혹시 리스는 알아? 나에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할 때마다, 사실은 자신도 하고 싶은데 차마 말을 못 꺼내는 일이 많다는 거. 그래서 나름 추측해서 말한 것 뿐이야. 아무리 그래도 신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니까..이건 어디까지나 추측!"
정확하게 100%인 것은 아니다. 그저 리스와의 대화에서 내가 나름대로 느낀 것을 말해본 것 뿐이니까.
아무튼 뒤이어 가온이 서서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리스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종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어느새 새해가 코앞... 그것을 느끼면서 나는 두근두근 가슴을 울리면서 종을 바라보았다.
ㅡ지금부터 종을 울리겠습니다!!
이어 가온이의 목소리가 광장에 크게 울렸다. 그리고 가온이는 종을 댕, 댕... 커다랗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매우 청량하고 매우 맑았다. 신통술을 이용해서 라온하제 전역에 아름답게 울리게 한 종소리에 나는 절로 귀를 세우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종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리스를 바라보면서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드디어 새해야. 리스. 새해 복 많이 받길 바랄게! 후훗."
//삽입곡은... 나름대로 지금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서 올린 곡입니다..! 애니라면 이 곡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봐주시면...(???) 아무튼..새해가 되었습니다..! 모두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음..스레주니까 뭐라고 인사라도 해야겠습니다. 그냥 넘기긴 뭐해서.... '호은 학교'라는 시리즈의 스레주의 자리에 오르고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사실 호은 학교 시리즈 자체가 제가 세운 것은 아니고 스레주에게 넘겨받은 것이라서.. .아무튼..그렇습니다. 2년 전 스레주라는 자리에 오르고, 1기, 2기를 마치고..3기이자 외전작인 라온하제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참...뭔가...여러모로...네. 기분이 묘하군요. 진짜...많이 부족한 면도 있고, 어쩌면 여러분들에게 있어서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스레주일지도 모릅니다만...그래도 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반드시 엔딩을 보이기 위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모두들...부족한 저를 잘 따라와주셔서 감사하고...2019년...새해도 잘 부탁할게요..!! 모두들 정말로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단호하게 돌아오는 누리 님의 말씀에, 조금 시무룩한 듯이 두 날개와 어깨를 아래로 추욱 늘어뜨렸다. 괜히 론을 더욱 꼬옥 안고 몸을 살짝 움츠렸기 때문인지 웅얼웅얼거리는 목소리가 작게 새어나왔지만, 그래도... 역시 누리 님의 말씀은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그렇게나 좋게 봐주는 존재는 매우 적었기에. 그렇기에... 결국에는 누리 님의 말마따나 히잉, 하던 느낌을 거두고는 느릿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한 희미한 미소를.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알아맞힌 누리 님의 말은 신기할 수밖에 없었기에 그에 대해 되묻자, 누리 님께서는 작게 웃으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누리 님께서 보신 저는 그랬다는 걸까요?
"...저, 그랬었나요? 처음 알았어요... 저는 그랬었군요. 와아... 뭔가 신기해요. 누리 님께서는 추측을 하신 거라고 하시지만, 그래도 정말로 대단해요, 누리 님! 저를 그렇게 이미 다 파악하고 계셨다는 거니까요."
'신' 님이시기 때문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일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신기한 기분과 누리 님이 대단해보이는 시각은 사라지지 않았기에 마냥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그리고 이내 곧 가온 님께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에 종을 가리키는 누리 님. 그 손가락을 따라서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새해는 성큼, 바로 앞으로 다가왔고, 가온 님의 목소리가 광장에 크게 울려퍼진 바로 그 순간,
댕, 댕, 크게 울리기 시작하는 종. 청명하고 맑은 소리가 라온하제 전역으로 울려퍼지는 것이 느껴지자,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찌르르, 벅차오르는 것이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고 종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 적이 있었던가.
목소리마저 제대로 내지 못 하고 그저 멍하니 종소리를 듣다가, 누리 님의 목소리가 섞여들어오자 그제서야 다시금 천천히 고개를 돌려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덩달아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선명하고 부드러운 미소와 목소리를.
"...네. 새로운 날을 맞이하게 되었어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누리 님. 누리 님께서도 부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언제나 '행복'과 라온하제'가 가득한 나날들을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래요."
맑게 울리는 종소리. 가온이가 직접 힘껏 울리고 있는 종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두 귀를 쫑긋 세웠다. 아. 종소리가 너무 맑아. 신통술의 힘으로 이제 이 종소리는 라온하제 전역에 울리겠지. 또 한 해가 시작되었다. 나이를 먹었다는 것에 만족하며 나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슬쩍 리스를 바라보니 리스는 멍하니 종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종소리에 정신이 홀린 것일까? 그렇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아무튼 내 새해 인사에 대해서 리스는 나에게도 새해 복을 많이 받으라고 이야기해왔다.
"응! 물론 그럴 거야! 올해도 '즐거운 내일'은 계속해서 이어지게 할 생각이야! '행복'과 '라온하제'는 언제나, 언제나 쭈욱 영원할거야! 500년 뒤에 내가 지배신의 자리에 오르더라도 말이야! 쭈욱, 쭈욱! 모두가 즐거운 내일을 보낼 수 있는 이 땅은 끝까지 유지할 거야!"
나의 꿈, 나의 이상을 당당하게 표현하면서 허리를 쭈욱 펼치면서 엣헴. 소리를 내지만 곧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을 느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역시 나에겐 이런 것은 어울리지 않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나는 리스를 바라보면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올 한 해에는 리스가 더 좋은 일이 가득하길 바랄게. 엄마만큼은 아니지만, 축복을 내려줄게. 내 친구이기도 한 리스에게 말이야."
그게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말을 하며 나는 오른쪽 눈을 감으면서 윙크를 리스에게 환하게 날렸다.
댕, 댕, 종소리는 계속해서 울려퍼져나갔고, 자신이 들었던 성당의 종 소리와는 또다른 그 종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귀를 기울였다. ...너무 아름다워요. 론, 듣고 있나요? 이것이 바로 '신' 님들께서 들으시는 라온하제의 종 소리예요. ...저의 '신' 님께서도 어디선가 이 종 소리를 듣고 계실까요?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는 소망 하나를 조용히 마음 속에 품으며, 이내 곧 들려오는 누리 님의 새해 인사에 덩달아 새해 인사를 웃으며 전했다. 그러자 이어서 들려오는 누리 님의 당당한 말. 허리까지 쭈욱 펼치면서 엣헴, 하는 누리 님의 모습은 정말로 자신감이 넘쳐 위풍당당, 멋있기 그지 없었고, 그에 끊임없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네, 누리 님께서는 분명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언제나, 언제나, 쭈욱, 쭈욱, 말이예요. 멋지신 누리 님의 꿈을 제가 꼭 응원하고 도와드릴게요!"
주먹까지 작게 꼬옥, 쥐어가며 의지를 보였다. 누리 님의 모습에 덩달아 나름대로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그러다 누리 님께서 윙크와 함께 들려주는 말에, 순간 미소가 사라지며 멍하니, 정말로 멍하니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평소의 그 몽롱하던 눈매 역시 동그랗게 뜨여진 채.
"......"
......'친구'. 그 한 단어의 울림이 자신에게 가져오는 무게는 너무나도 큰 것이었다. 애초에 자신의 '친구'는 이제야 겨우 한 명이 새롭게 생겨날 정도였으니. ...그런데... 누리 님께서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을 '친구'라고 불러주었다. 그에 마음 한 구석이 왠지 모르게 찌르르, 아파오는 것이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살짝 아래로 떨구어 피해버렸다. ...하지만...
"......제가 감히 누리 님의 '친구'가 되어도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말씀만이라도 정말로 감사해요, 누리 님. 누리 님의 축복은 은호 님의 축복만큼이나 성스럽고 위대한 걸요. 그러니... 저도 두 분 만큼은 절대 아니겠지만, 부디 꼭 즐거운 일들만 누리실 수 있길 바랄게요, 누리 님."
천천히 누리 님을 바라보면서 한 시야밖에 보이지 않는 두 눈동자를 부드러이 접어 미소 지었다. 그러다... 한 박자 늦게 에잇, 하는 소리를 내며, 누리 님을 따라서 나름대로 어정쩡함이 제법 사라진 윙크를 해보였다.
"...누리 님이랑 백호 님께 배운 새로운 기도법도 함께요."
...윙크가 일종의 소망을 바라는 것으로 조금 어긋나게 생각하고 있는 듯 싶었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기 때문인지, 은근히 묘하게 뿌듯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