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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라는 날이 곧 찾아오는구나. 그렇다면 이런 날을 그냥 넘길 수 없지 않겠느냐. 받도록 하라."
"그래. 나는 지금은 아사야." 반갑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위태로운 미소가 나타났다 사라진 것을 딱히 신경쓰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그런 감상마저도 오래 전에 그만뒀으니까.
"신이 된 것만으로도 보잘것 없던 건 벗겨졌겠지." 용문을 올랐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니 아사 당신하고는 케이스가 좀 많이 다르죠. 그 때엔 용문이니 뭐니 하는 문명적인 말이라고는 존재하지도 않았다고요. 그저 신력을 쌓아서 신이 되었으니까요. 그림을 그리는 리샤오린을 바라보는군요. 영광이라는 말에 마땅히 해야 하는 일에는 영광은 포함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라고 짤막하게 덧붙입니다.
"신계나 인간계나 살아가는 장소니까." 다르긴 다르겠지만 근본은 다르지 않겠지. 라고 냉정하리만치 딱 잘라 말하는군요. 물론 라온하제가 살기 어렵다거나 사탄도 이건 좀..이라고 말하는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곳은 아닙니다만(애초에 악의를 지닌 신이 들어오지 못하는 점에서 많이 다르다) 그래서였을까요. 작은 목소리로 그래도 라온하제는 꽤.. 살기 좋은 곳이기는 하니까.. 라고 덧붙이는 건가요?
"적어도 보잘 것 없지는 않게 되었지. 그래도... 신이란 건 대체 뭘까?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 채 강을 헤엄치던 시절이 더 나았던 것 같아."
샤오린은 딱히 대답을 바라지 않는 듯 중얼거립니다. 그 옛날 불현듯 밀려왔었던 무기력한 우울함과 회의감. 그녀는 한동안 상념에 잠겨있다 벚꽃잎 풀장에서 발을 뺍니다. 손에는 방금 전까지 그리던 그림을 스케치북에서 찢어낸 것이 들려져 있었습니다. 앵화영장과 주변 숲의 풍경을 흑백으로 담담히 묘사해낸 풍경화였습니다. 샤오린은 아사를 돌아보며 천진난만하게 묻습니다.
"이 그림, 여기 걸어놔도 될까?"
허나 샤오린은 대답도 듣지 않고 제멋대로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선 앵화영장 위로 드리운 나뭇가지에 실을 묶어 그림을 달아놓았습니다. 이제 앵화영장의 한가운데서도 그 그림이 잘 보일테지요. 그것은 분명한 그림일테지만 그 안에는 다솜의 눈부신 색채와 향긋한 벚꽃잎 향이 담겨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그녀가 그 그림에 약간의 신통력을 담아두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겠죠. 그림을 매달아두고 나서야 샤오린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강을 헤엄치는 것이 나았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때 다른 선택을 했을까? 라는 의문을 하나 혼잣말하듯 중얼거리고, 아냐. 나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라고 이유는 말하지 않은 채로 덧붙입니다. 감정적인 것과 이성적인 것 모두가 닳아서 사그라듬에도 끊임없는 욕망은 닳는다 해도 무언가가 새로이 생기기에 끊임이 없을 테니. 다행인 점일까?
무표정하게 그람을 보다가 걸어도 되냐는 물음에 상관없이 걸려고 해도 별 제지는 하지 않습니다.
"그런 걸 크게 제지하지는 않아." 더럽히려는 그런 것만 아니면. 이라고 덧붙입니다. 그래도 나중에 언젠가는 액자에 담겨져서 건물 안에 걸릴지도 몰라. 라고 말하려 합니다.
"잘 그렸네." 담백한 칭찬을 합니다. 아사도 그림을 그렇게 잘 그릴 수 있으려나요.. 뭐.. 한동안 맹연습을 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