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라온하제 공용 게시판 - http://linoit.com/users/ho3fox/canvases/Houen3
"크리스마스라는 날이 곧 찾아오는구나. 그렇다면 이런 날을 그냥 넘길 수 없지 않겠느냐. 받도록 하라."
"그래. 나는 지금은 아사야." 반갑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위태로운 미소가 나타났다 사라진 것을 딱히 신경쓰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그런 감상마저도 오래 전에 그만뒀으니까.
"신이 된 것만으로도 보잘것 없던 건 벗겨졌겠지." 용문을 올랐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니 아사 당신하고는 케이스가 좀 많이 다르죠. 그 때엔 용문이니 뭐니 하는 문명적인 말이라고는 존재하지도 않았다고요. 그저 신력을 쌓아서 신이 되었으니까요. 그림을 그리는 리샤오린을 바라보는군요. 영광이라는 말에 마땅히 해야 하는 일에는 영광은 포함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라고 짤막하게 덧붙입니다.
"신계나 인간계나 살아가는 장소니까." 다르긴 다르겠지만 근본은 다르지 않겠지. 라고 냉정하리만치 딱 잘라 말하는군요. 물론 라온하제가 살기 어렵다거나 사탄도 이건 좀..이라고 말하는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곳은 아닙니다만(애초에 악의를 지닌 신이 들어오지 못하는 점에서 많이 다르다) 그래서였을까요. 작은 목소리로 그래도 라온하제는 꽤.. 살기 좋은 곳이기는 하니까.. 라고 덧붙이는 건가요?
"적어도 보잘 것 없지는 않게 되었지. 그래도... 신이란 건 대체 뭘까?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 채 강을 헤엄치던 시절이 더 나았던 것 같아."
샤오린은 딱히 대답을 바라지 않는 듯 중얼거립니다. 그 옛날 불현듯 밀려왔었던 무기력한 우울함과 회의감. 그녀는 한동안 상념에 잠겨있다 벚꽃잎 풀장에서 발을 뺍니다. 손에는 방금 전까지 그리던 그림을 스케치북에서 찢어낸 것이 들려져 있었습니다. 앵화영장과 주변 숲의 풍경을 흑백으로 담담히 묘사해낸 풍경화였습니다. 샤오린은 아사를 돌아보며 천진난만하게 묻습니다.
"이 그림, 여기 걸어놔도 될까?"
허나 샤오린은 대답도 듣지 않고 제멋대로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선 앵화영장 위로 드리운 나뭇가지에 실을 묶어 그림을 달아놓았습니다. 이제 앵화영장의 한가운데서도 그 그림이 잘 보일테지요. 그것은 분명한 그림일테지만 그 안에는 다솜의 눈부신 색채와 향긋한 벚꽃잎 향이 담겨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그녀가 그 그림에 약간의 신통력을 담아두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겠죠. 그림을 매달아두고 나서야 샤오린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강을 헤엄치는 것이 나았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때 다른 선택을 했을까? 라는 의문을 하나 혼잣말하듯 중얼거리고, 아냐. 나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라고 이유는 말하지 않은 채로 덧붙입니다. 감정적인 것과 이성적인 것 모두가 닳아서 사그라듬에도 끊임없는 욕망은 닳는다 해도 무언가가 새로이 생기기에 끊임이 없을 테니. 다행인 점일까?
무표정하게 그람을 보다가 걸어도 되냐는 물음에 상관없이 걸려고 해도 별 제지는 하지 않습니다.
"그런 걸 크게 제지하지는 않아." 더럽히려는 그런 것만 아니면. 이라고 덧붙입니다. 그래도 나중에 언젠가는 액자에 담겨져서 건물 안에 걸릴지도 몰라. 라고 말하려 합니다.
"잘 그렸네." 담백한 칭찬을 합니다. 아사도 그림을 그렇게 잘 그릴 수 있으려나요.. 뭐.. 한동안 맹연습을 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아사: 002 첫사랑은 언제인가요? 첫사랑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ㅋ...ㅋㅋㅋ.... 놀랍게도... 있긴 있었습니다. 막 특별한 건 아니고.. 아르겐타비스 사이에서 매력적인 아르겐타비스요. 첫사랑이라기보다는...쟤는 아르겐타비스 사이에서 매력적인 번식상대다.. 라는 느낌에 가까웠지만요..
여담이지만 아사는 아르겐타비스 사이에서 인기짱이었습니다. 118 본인이 느끼는 성격과 남들이 보는 성격은 다른가요? 차이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본인이 느끼기에는 그냥 적당히 직설적인데 남들은 팩폭러에 독설가라고 느끼지요..(아사 램지..) 081 씻는 빈도 아침에는 간단하게 씻고 저녁에 샤워 한 번씩 정도요? 땀흘리면 더 씻습니다.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원하는 사람 한 명을 되살릴 수 있다면 누굴 살릴래?" 아사 : 사람이라고 해도 없을 거고 신이라고 해도 없겠지. 너무 많이 보내면 무던해지니까.
"과거vs현재vs미래. 가장 중요한 것은?" 아사 : 미래...라고 생각하지만 현재도 중요하지. 응..
"어떠한 것에 놀라?" 아사 : 딱히 놀랄 만한 건 없는 것 같아. 놀람같은 건 꽤 일찍이 갈려나간 느낌?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심해진다면 상담 받는 것도 좋지마는.. 어차피 먹는 약 부작용 중 하나가 얕고 짧은 잠이라서요... 음.. 그게 아니라 해도 상담은 좋겠지요.
액자에 걸려서 전시된다고요? 아사의 말에 샤오린은 놀란 듯 고개를 갸웃했고, 차분한 목소리가 그 뒤를 잇습니다. 언뜻 들으면 무감정한 목소리였으나 그녀의 표정과 몸짓에선 들뜬 감정이 여과없이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고마워."
담담한 칭찬에는 가벼운 감사로 응수해주었습니다. 이 앵화영장에 약간의 기여를 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였습니다. 샤오린은 풀장에 드러누워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새파란 하늘에 순백색 구름이 동동 떠다니고 있군요. 샤오린은 그 구름에서 어떠한 신호라도 읽은 듯, 흘러가며 중얼거렸습니다.
"어느새 떠날 시간이 되었구나."
샤오린은 마치 물고기가 헤엄치듯 자연스레 풀장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녀는 아사를 향해 휘적휘적 손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바로 코앞이 되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만인의 축제라고도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가 오는 만큼 인간계는 물론이고 신계 역시 뭔가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되었다. 물론 인간계와는 다르게 우리 신들은 즐길 이들만 즐기는 정도지만 아무렴 어떨까? 이 또한 즐거운 내일을 위한 일인걸. 아무튼 비나리 광장에 도착한 나는 가온이가 꾸민 그 인테리어를 바라보았다. 상당히 정성을 들인 것이 절로 보여서 만족스러웠고 나와 함께 온 엄마도, 그리고 백호 언니도 마음에 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호오. 꽤 짧은 시간인데 이렇게까지 만들었느냐?"
"제법인걸? 내 후배."
"천만의 말씀입니다! 은호님의 지시가 있다면 이 정도 쯤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기분이 좋은지 가온이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아주 기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확실히 이것은 칭찬을 받아야 했다. 다른 이들도 이곳의 모습을 보면 엄청나게 좋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럼 누리야. 이번엔 네가 모두를 불러보거라. 너도 500년 후면 이곳을 지배하게 될 신. 그러니까 슬슬 이런 것도 배워둬야 하느니라."
"그렇습니다! 누리님! 누리님도 한 번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그래요. 누리님. 멋지게 한번 해보세요."
이어 엄마의 말을 시작으로 가온이와 백호 언니도 나에게 직접 다른 이들을 불러보라고 이야기를 해왔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구슬에 신통술을 불어넣어 모두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것은 모두를 부를 때 자주 사용하는 바로 그 신통술이었다.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있을 신들에게 나는 텔레파시를 보냈다.
ㅡ모두들 듣고 있어? 비나리의 광장으로 찾아와줘. 크리스마스가 곧 시작되잖아? 그래서 우리 나름대로 자리를 만들어봤어. 후훗. 실망하진 않을 거야. 아. 참고로 비나리 광장은 지금 막혀있으니까 그 막힌 곳 바로 앞에 있으면 돼. 곧 열릴테니 말이야.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고서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모두들 잘 찾아올까? 지금 이 분위기를 즐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령은 집에서 코코아를 마시며 창문 밖으로 휘몰아치는 눈송이를 구경하고 있었다. 몸이 따끈하니 기분이 좋았다. 령은 저절로 미소짓고 있었다. 그때였다. 제 머릿속에 텔레파시가 들렸다. 누리인가... 령은 그리 생각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나리의 광장으로 가라고 했지. 령은 구슬을 이용해 신통술을 사용해서 광장 바로 앞으로 순간이동을 했다. 이렇게 막힌 곳 앞에서 기다리면 된다고 했지? 령은 팔장을 끼고 대기했다.
벽 너머에서 누군가가 벽을 건드리는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는 것은 아마도 밖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겠지? 환한 기대감을 가지고 나는 가온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가온이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신통술을 사용했다. 그러자 비나리 광장을 가로막고 있는 벽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비나리 광장에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벽 너머에 있는 이들의 눈에는 확연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비나리 광장의 모퉁이를 따라서 만들어진 라온하제의 신들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거대한 얼음 동상들이... 이곳에 살고 있는 신들의 모습을 본따서 만든 얼음동상들이 각각 자신의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아름답고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상당히 아름다울텐데, 비나리 광장에는 수많은 음식들이 뷔페처럼 놓여있었다. 말 그대로 자유롭게 먹을 수 있었고, 하얀색 천이 깔린 테이블과 의자들도 확실하게 마련되어있었다.
아름다운 색색의 조명이 곳곳을 빛내고 있었고, 광장의 중앙에 있는 나와 엄마를 본따서 만든 얼음동상 부근에는 정말로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놓여있었다. 그 크리스마스 트리는 가온이가 직접 만든 것이다. 과수원에 있는 신과나물 하나를 통째로 가지고 와서 심은 후에 장식한 것이었다. 정말로 아름답게 장식되어있는 나무의 가장 위에는 커다란 황금 별이 놓여있었다.
"모두들 어서 와! 다들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 슬슬 크리스마스잖아? 그래서 지금부터 당분간 비나리 광장을 파티의 장으로 쓰려고 해! 모두들 당분간 이곳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마음껏 즐겨줘! 놀고 싶은 이들은 놀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이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먹고 싶은 것이 있은 이들은 마음껏 먹고..! 그렇게 신나게 노는 거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온이 앞으로 한 걸음 다가와서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모두 감사합니다! 모두들 마음에 드십니까? 이 인테리어? 은호님이 직접 저에게 지시해서 만들어봤습니다! 나름대로 신경써서 만들긴 했는데 다들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당분간 이곳에서 파티를 관리하고 이것저것 요리를 만들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춤도 추고, 음식도 먹고, 게임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친분도 쌓고! 그렇게 즐거운 내일의 크리스마스를 즐기시길 바라겠습니다!"
기분이 좋은지 꼬리를 크게 흔들다가 꼬리를 멈추던 가온이의 목소리는 보통 힘이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간만에 힘을 내서 만들었기에 그런 것일까? 뒤이어 엄마가 앞장서서 걸어왔다. 그리고 엄마는 손가락을 퉁겼고 근처에 있는 테이블 위에 여러 장식물이 들어있는 상자를 놓으셨다. 그 후에 엄마는 말을 이어가셨다.
"크리스마스지 않느냐. 너희도 트리를 장식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 그 안에 어지간한 장식물은 다 있느니라. 마음에 드는 것으로 트리를 장식해보도록 하라."
광장의 벽이 사라지고 들어올 수 있게 되었으니 종종걸음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들어가니 보이는 것은 화려하게 장식된 것들. 응. 그래. 그랬던가..?
"파티는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 걸 굳이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니까. 괜찮을지도.." 중얼거리듯 광경을 바라보려 합니다. 무엇보다. 신상이니까 적당히 감안할 수 있어.
"그러게. 크리스마스네." 나름 신상 기념일. 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려 합니다. 잊고 지낸 건 아니지만 항상 봄인 곳에 오래 있으니까 어쩐지 계절 감각이 약간은 둔해진 기분이었던 걸까.. 라고 하기엔 그냥 아예 그딴 걸 기르지 않는 수준인가..? 그것도 아니면 알지만 신경안쓴다? 오 이게 좀 가능성 높을지도?
광장 안으로 들어온 령은 화려하게 장식된 내부에 감탄을 하였다. 각종 얼음 동상에, 음식에, 크리스마스 트리까지... 령은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있다 한참 후에서야 정신을 차렸다. 아름다워라... 그래. 저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면 된다고? 령은 상자 안에서 장식물 하나를 꺼내 트리를 장식해보았다.
모두가 각자 장식을 달아서 트리에 달자 트리에서는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크리스마스 캐롤이었다. 아이 위시 유얼 메리 크리스마스~ 아이 위시 유얼 메리 크리스마스~ 바로 그 멜로디였다. 그 또한 가온이가 준비했는지 가온이가 만족스러워하는 미소가 보였다. 아무튼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도중에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제로 참여하라고 하진 않느니라. 크리스마스에 약속이 있는 이도 있을터. 자유롭게 하면 되느니라. 하지만 기왕 즐거운 내일을 꿈꾸는 곳인데 이런 파티 하나 있어도 나쁘지 않지 않느냐."
뒤이어 엄마는 손가락을 가볍게 퉁겨서 신통술을 하나 더 발휘했다. 이어 모두의 손에는 각자 자신에게 보내는 선물이 놓여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엄마는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니라. 너희들이 각자 보냈던 것들이 지금 이렇게 분배되느니라. 그리고...이건 나의 선물이니라."
뒤이어 엄마는 다시 한 번 신통술을 사용했다. 그리고 곧 모두의 옷깃에는 직접 손으로 만든 투명하고 하얀, 크리스탈제 뱃지가 걸렸다. 그것은 각자의 모델을 테마로 한 뱃지였다. 토끼는 토끼 모양의 뱃지, 고양이는 고양이 모양의 뱃지. 그렇게 각각 모두에게 부여된 뱃지는 주변의 조명을 받아 알록달록한 색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가온이가 백호 언니를 말리면시 진정하는 동안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 앉아 자신이 마시고 싶어하는 음료수를 잔에 따르는 모습이 보였다. 이내 겨우 진정한 백호 언니도 자리에 제대로 앉았고, 가온이도 자리에 앉았다. 참고로 우리 엄마는 붉은 와인, 나는 신과 주스, 가온이도 신과 주스, 백호 언니도 붉은 와인을 따랐다.
이어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모두에게 선언하듯이 이야기했다. 그 모습은 한 지역을 지배하는 당당한 고위신의 모습 그 자체였다.
"크리스마스 주간이 되어 우리 라온하제 역시 크리스마스를 축복하리니, 올 한 해가 가기 전 마지막 축제를 즐기도록 하라. 나, 축복을 내리는 여우, 은호가 너희들을 축복하리라! 건배!"
그것은 정말로 짧고 간결한 엄마의 건배사였다. 역시 이런 자리에서는 건배를 하는 것이 맞을테니까. 글라스를 나와 짠~ 하면서 부딪치는 소리가 작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는 다른 이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였으니 한 마디라도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가볍게 건배사를 이야기를 하면서 술을 짠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10시 10분까지 받겠습니다!
각자의 건배사가 들려오고 짠하는 소리가 가볍게 울려왔다. 그 소리가 너무 경쾌해서 절로 두 귀가 쫑긋 세워졌다. 하지만 그 소리도 묻혀버릴 정도로 아름다운 멜로디가 주변에 울러퍼진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기분이 좋았다. 말 그대로 즐거운 내일을 상징하는 것 같았기에.. 그렇기에...
"후후. 모두의 말 잘 들었느니라. 일단 머지 않아 새로운 해가 찾아오겠지. 그런만큼 올 한 해의 마지막. 이 파티로서 마음껏 즐기길 바라느니라."
엄마의 목소리가 끝이 나고 모두가 다시 한 번 더 잔에 담겨있는 것을 마시기 시작했다. 입 안에 가득 녹아내리는 신과의 달콤함에 기분이 좋아 절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고 가온이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야 이 자리를 진행하는 것은 다름 아닌 가온이었으니까.
그리고 백호 언니는 언제나처럼 먹을 것에 푹 빠져있었고, 다른 이들도 나름 즐거운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려오는 평화로운 비나리 광장. 그 비나리 광장에서 나는 소망했다. 이 크리스마스도, 즐거운 내일을 만드는 또 하나의 추억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즐거운 내일을 장식하는 크리스마스는 모두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게 될까?
//진행은 여기까지로 하겠습니다. 이후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면서 즐겁게 노시면 되겠습니다..! 다음주 금요일까지 이어지는 일상형 이벤트입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다음번엔 이런 일이 없도록 진짜 체크를 제대로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로 저의 불찰입니다. 이후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스레주가 약속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난감하고 곤란했을 리스주에게 다시 한 번 큰 사과를 드리도록 할게요. 굳이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이것은 스레주의 불찰이 맞습니다. 변명을 댈 것은 아니지요. 혹시 제가 미처 레스를 못 봤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더 꼼꼼하게 볼 생각이긴 한데... 그래도 혹시 제가 미처 못 봤다고 한다면 한 번 정도 이야기를 해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리스를 그리고 있었고 짤을 그린다니..침착하게 착석하면 되겠습니까? 아무튼 오늘부터 저 파티를 즐겨도 좋고, 크리스마스를 마음껏 즐기시면 됩니다..!
...왜냐하면 다음 이벤트는 조금 분위기가 있는 이벤트니까... 폭풍 전에 푹 쉬셔야...(??
리스 : 령 님…저 달팽이 생각이 너무 나서 못 자겠어요. 어제 저녁 준비할 때 채소에서 달팽이가 나왔거든요… 그래가지고 제가 내일 놔주려고 종이컵에 넣어놓고 랩 씌우고 숨구멍도 뚫어놓고 그 안에 먹을만한 채소랑 물도 조금 넣어놓고 왔어요… 오늘 어차피 또 이따 가서 볼 거긴 한데 숨구멍을 너무 크게 뚫어서 거기로 나갈 것 같기도 하구…물을 너무 많이 넣은 것 같기도 하구.. 죽으면 어떡해요?? ㅠㅠ 얼른 (놔 줄 곳을)알아보고 싶어요.. 령 : 괜찮아 죽었을 거야, 걱정하지 마 리스 : 령 님... 령 : 아니 달팽이를 걱정하는 거였구나;; 살아있을 거야 걱정 마; _____________
청호 : 적호님 저희가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얼마인가요? 적호 : 음, 피프틴 피프틴이네! 은호 : 나머지 70은 우리 거로군. 고맙네. _____________
아사: 전에 리스가 '인간 씨들은 토목공학과를 나오면 진짜 토요일이랑 목요일에만 일해도 되는 건가요?' 라고 물어봤을 땐 좀 당황스러웠을지도 _____________
누리: 가온이가 '사기당하지 않는 법' 이라는 책을 100만원에 사와서 읽고 있어.... _____________
[마법소녀 밸린☆마기카] 밸린: 먼저 예를 들어, 짐이 마법소녀라고 한다면 말이다... 신하: 메이드씨가 옷이랑 소품을 싸 들고 오시겠군요! _____________
아사: 언제 추리 소설을 한 번 써보려고 [살해 트릭] [흉기 종류] [유명한 살인 사건] [시체 처리법] 등의 키워드로 책을 잔뜩 앵화영장에 가져다놨는데. 이후 여러 신들이 단체로 책을 보았는지 나를 이상하게 보네. _____________
세설: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소 돼. 누워 있지 마. 리스: 그러면 소 씨들은...원래 누구였던 건가요? 영영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건가요..? 세설: _____________
가온: 잠깐 인간계에 갔을 때 어떤 가게의 손님이「고객은 신이잖아!!」하며 화를 내고 있었는데 백호가 그 사람에게 50원짜리 동전을 얼굴에 던지고 양손을 비비면서「오오 역병신이여…진정하시옵소서…진정하시옵소서…! 왜 그리 화를 내시는겁니까…!」하며 경을 외우고 있었다. _____________
>>269 으음...사실 저도 돌리고 싶긴 한데 높은 확률로 오랫동안 킵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망설여지네요...(흐릿)(시선회피) 단문+짧게 끝남이라면 괜찮겠지만 제가 안 될 것 같아서...ㅋㅋㅋㅋ 으윽, 죄송합니다, 아사주...저녁 때였으면 괜찮았을텐데 벌써 밤 시간이라서...ㅠㅠㅠ
올 한 해도 슬슬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해의 마지막이 되고 새로운 한 해가 또 시작될 것이다. 그것은 정해진 순리. 정해진 시간의 원리. 하지만 그것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곤하게 낮잠을 자고 있는 누리님의 모습을 나와 은호님은 그저 조용히 바라보았다. 무슨 꿈을 꾸고 계시는 것일까? 참으로 기분 좋게 곤하게 자고 있는 누리님의 모습은 그야말로 보통 평화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 누리님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나는 은호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정말로 올해는 보내실겁니까?"
"물론이니라. 언젠가 이 땅을 지배하고 받게 될 나의 딸이니라. 슬슬 직접 해보고 부딪혀봐야 하지 않겠느냐."
"하지만, 누리님은 아직 태어나신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고위신. 나의 딸이니라. 언젠간 해야 할 것. 올해부터 직접 시키고 익히게 할지니라."
은호님의 목소리는 보통 단호한 것이 아니었다. 누리님을 아끼긴 하지만, 때로는 철저하게 냉정하신 분. 그것이 바로 은호님이었으니까. 하지만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한 해의 축복의 힘을 라온하제에 담는 방법. 그것은...
"축복의 오로라를 누리가 잘 펼칠 수 있는지 나는 지켜볼 것이니라. 힘들어도 언젠간 직접 해보고 느껴야 하는 것. 그렇게 고위신으로서의 힘을 펼치는 것이니라."
축복의 오로라. 라온하제에 한 해의 축복의 힘을 담기 위해서 펼치는 것. 그것을 올해부터는 누리님이 직접 한다고 하니, 조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과연 잘 해내실 수 있을지...
크리스마스 파티는 어떻게든 진행이 되고 있었다. 가온이는 열심히 요리를 만들어서 보충하고 있었고, 백호 언니는 열심히 먹고 있었고 엄마는 열심히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응. 충분히 즐거운 파티라고 생각해. 그렇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그것을 고민하는 중이었다. 모두들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니, 뭘 하면 좋을지 조금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잠시 생각을 하다 난 저 편에서 졸고 있는 아이온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
졸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피곤해보였다. 파티에 힘들게 참가한 것일까? 그럼 돌아가도 좋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가만히 까닥이는 바보털과 함게 꾸벅이는 아이온의 고개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나도 고개를 꾸벅거리기도 하고 바보털의 움직임에 맞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보기도 했다. 천천히 살랑, 또 천천히 살랑.
그렇게 살랑거리는 꼬리를 멈춘 후에 아이온의 얼굴 근처에 손을 까닥여봤다. 지금 자는 것일까? 아니면...?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졸아버린 아이온입니다. 졸리다기보다는 그냥 긴장이 풀려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음. 언제부터 깨어 있었던 걸까..? 아마도 바보털이 까닥일 때 누리가 꼬리를 살랑 흔들 때..? 그보다 좀 후? 아니면 꿈일지도 모르겠다. 멍한 채로 바보털을 까닥입니다.
얼굴 근처에 손을 까닥거리는 누리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졸다 깨서인지 목이 많이 잠긴 듯, 먹소리가 걸직한 느낌입니다.
"얼굴에 손 닿아..?" 약간은 가물가물한 반쯤 감긴 눈을 보니 약간 꿈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손을 까닥거리는 도중 아이온의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봐도 상당히 졸린 것 같은데? 일단 걱정되는 목소리가 절로 나와서 근처에 있는 의자를 가지고 온 후에 그 위에 앉아서 아이온을 마주보았다. 피곤하고 졸리다고 한다면 쉬어도 될텐데. 혹시 이런 파티에는 꼭 끝까지 참가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꼬리를 천천히, 그리고 두 다리도 교차하면서 천천히.
그렇게 천천히 흔들면서 나는 아이온을 바라보면서 물어보았다.
"피곤하면 들어가서 쉬어도 돼. 파티는 이번주 내내 쭉 이어질 거고 참가하는 것도 자유인걸."
굳이 억지로 계속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나는 아이온을 걱정스러운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실제로 조금 불안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저러다가 자버리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잖아. 안 그래?
갑자기 손에 볼을 부비는 것 때문에 간지러워서 나도 모르게 몸을 가볍게 떨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싫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간지로웠을 뿐. 절로 웃음소리를 내면서 몸을 가볍게 떨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완전 간지러운 것은 사실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뿌리치지 않고 아이온이 마음껏 볼을 부빌 수 있도록 하면서 꺄르륵 웃음 소리를 냈다.
그리고 아이온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아이온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때가 많아. 무엇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피곤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봐도 피곤해보이는걸. 그러니까 조는 거 아니겠어? 무엇보다 내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것은 현실성이 어쩌고 하면서 진짜인가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이온. 역시 지금 꿈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아무리 봐도 지금 잠결에 이러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반대편 손으로 다시 한 번 손을 천천히 까닥거리면서 아이온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아무리 봐도...응. 피곤해보여. 그것이 분명해. 그렇게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레어한 장면..? 의외가 아니라 실제로 레어한 장면입니다. 잠결에 그런거 알면 나는 그렇게 안 했어. 하고 부정하지 않을까..? 흥흥거리면서 안 한 거야. 라고 뻔뻔하게 말할 것 같지만 지금은 귀엽게 부비부비대고 있으니 그만둡시다. 그리고 누리가 묻는 말을 듣고는 조금 깨려고 손가락으로 눈가를 살짝 비빕니다.
"꿈 아니려..나...아..." 고개를 기울이면서 눈을 좀 깜박거리더니 좀 정신을 차린 듯이 손가락을 타닥거리려 합니다.
어쩌지. 이 냄새. 아무리 킁킁거리며 맡아도 술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걸. 술을 먹은 것이 분명해보여. 어쩌지. 정말로 어쩌지. 절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멍하니 아이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이온을 바라보면서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가볍게 흔들려고 시도했다.
"아이온. 여기서 신과주를 마시고 취해서 잠들면 정말로 감기 걸려!"
이러면 조금이나마 아이온이 깨지 않을까? 물론 흔드는 것을 회피한다고 해도 계속해서 말을 걸면 어떻게든 깰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구슬을 살며시 손으로 잡으면서 아이온에게 물어보았다.
"아이온. 정 뭐하면 내가 신통술로 집으로 보내줄까?"
역시 조금 걱정이 되어서 그냥 볼 수가 없어. 이렇게 취한 이를 어떻게 그냥 두겠어. 여기는 실내도 아니고 실외, 비나리 광장이란 말이야. 절로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을 수밖에 없었다.
감기 걸려도 괜찮다고 이야기를 하는 말에 나는 두 팔을 붕붕거리면서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응. 절대로 안 괜찮아! 절대로 감기 걸리지 못하게 할 거야! 신통술을 써서 주변을 따스하게 만들어버릴까? 그런 생각을 하지만 자연의 섭리에 너무 간섭하는 것은 곤란했다. 엄마가 그런 것은 고위신이라고 해도 함부로 하면 안된다고 했으니까.
아무튼 나에게 술을 마시기엔 아직 그렇냐고 묻는 물음에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왜 이런 것을 묻는진 모르겠지만,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었으니까.
"신과주? 마실 수 있어. 하지만 많이 마시면 취하니까 많이는 안 마실 거야. 가온이나 백호 언니, 그리고 엄마가 술은 절대로 취하면 안된다고 했거든. 나도 취하는 것은 싫어. 자고 일어나면 머리 아파."
머리가 아픈 것은 싫었다. 어떻게 나으려고 해도 나을 수도 없으니까. 그렇기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떠올리고 싶지도 않아서 나도 모르게 두 손을 올려서 내 머리를 꾸욱 잡았다.
"아이온은 술을 좋아해?"
갑자기 이런 것을 묻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기에 이번엔 내 쪽에서 아이온에게 질문을 해보았다.
"...그렇다고 해도 감기 걸릴지도 모르잖아. 가온이는 미리내만 갔다오면 며칠 감기에 걸린단 말이야!"
물론 그거와 이건 전혀 비교대상이 안된다는 것은 잘 알긴 하지만, 그렇긴 하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밖에서 자면 감기 걸릴 수밖에 없잖아. 그렇기에 조금 단호하게 말을 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나도 모르게 꼬리가 바짝 위로 올라가는 것은 절대로 기분 탓이 아닐거야. 꼬리는 나의 생각과 의지와는 정 반대로 움직이고는 하는걸. 아마 지금도 그런 것의 일환일거야. 역시 여우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그래도 신인데.
괜히 시무룩한 표정을 짓다가 나는 다시 아이온의 말에 집중했다. 일어날 때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역시... 머리가 아파서겠지? 이후에 저렇게 말하는 것도 그렇고 말이야. 뒤이어 가만히 아이온을 바라보다가 나는 아이온에게 물어보았다.
"그럼 왜 굳이 술을 마시는 거야?"
머리 아픈 것이 싫으면 굳이 마실 이유는 없지 않아?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렇게 물었다. 실제로... 그러했으니까. 나라면 그렇게 마시지 않을 테니까.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이해가 안 간다는 식으로 아이온을 빤히 바라보았다.
"가온이는... 그건 빠져서 돌아오니까 그런 게 아닐까..?" 솔-직히 말해서 가온이는 뭔가 허당끼가 좀 있어. 라고 가감없이 솔직히 말합니다. 그렇지만 레이스 때에도 자기가 만든 거에 자기가 걸린다거나 얼음동상이 된다거나. 돌아볼 때에도 하필 자기가 발로 가기로 했다거나..를 보면 없다고 하면 그게 더 비상식적인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듯 나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 기억이 빠진대." 정확하게는 너무 취하면 기억이 빠져서 죽는다라는 말이긴 하지만. 아직은 죽고 싶은 건 아니었으므로. 그건 넘어갑시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그러고 싶어서 마시는 이들도 았고, 맛과 향을 즐기려는 용도로도 마시고. 다양하지. 라고 혼잣말하듯 중얼거립니다. 아주 오래 전에는 자연발효된 과실주도 마시고 헤롱대는 걸 보고 마셨었는데. 라고 농담처럼도 말합니다.
"음...응. 취한 거라고 객관적으로 봤을 땐 그런 거겠지." 안 취했다고 말하고 싶으니까 취한 거야. 라고 말하면서 느릿느릿하게 동의합니다. 아마도 좀 있다가 이동해서 자야할지도 모르겠어. 라고 덧붙인 다음 놓인 신과주 한 잔을 더 마실까말까 하는 듯 고민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신과주를 바라보는 것 같았기에 나는 신과주 병을 집어서 내 쪽으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 절대로 주지 않을 생각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취했다고 말을 했는데 술을 더 먹일 수는 없었다. 이건 내가 나중에 알아서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절대로 주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리 술을 즐기고 싶다고 해도 안되는 것은 안 되는 거야.
"500년 뒤에 라온하제의 지배자가 될 고위신으로서 이건 안돼. 차라리 다른 것을 먹어. 다른 요리 많잖아. 저기 가온이가 만드는 요리라던가."
이어 나는 몸을 틀어서 요리를 하고 있는 가온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지금도 가온이는 열심히 이것저것 요리를 하고 있었다. 백호 언니가 그 근방에서 냄새를 맡으면서 다가오는 것은 일부로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그건 가온이가 알아서 잘 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뒤이어 나는 신과주의 냄새를 킁킁 맡다가 다른 테이블에 놓고서 다시 아이온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아이온은 가온이에게 가혹하구나. 물론 가온이가 조금 그런 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안 돼...?" 질문을 하지만 안 된다면 안 되는 거겠지. 라면서 쿨하게 넘기는군요. 단호하군요 누리는! 그리고 가온이가 요리하는 걸 보면서 요리 잘하네. 라고 감상을 내뱉습니다.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으려나..? 라고 중얼거리지만. 지금 했다가는 화력조절 못해서 앞 바보털 태워먹기나 취중요리로 손가락을 썰어버리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르니 금지입니다.
"나는 다른 이들에게 공평해. 딱 느끼는 대로 말하는 거야." 그래도 누리랑 은호는 조금은 특별하긴 하지. 응.. 지배자고 지배자가 될 거니까. 라고 고개를 끄덕이려 합니다. 가온이에게만 가혹한 게 아니라. 극장판이긴 해도 적호에게 팩폭을 막 날리지 않았던가요.
"나는 가혹한 존재는 아니야. 그저.. 가감이 없는 것...뿐..?" 나름 자기자신에 대한 것을 생각은 하고 잇었나 봅니다.
다시 한 번 단호하게 이야기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응. 지금 상태에서 술은 절대로 못 줘. 확실하게, 또 확실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나는 술이 있는 곳을 내 몸으로 막듯이 의자의 방향을 바꾸었다. 이렇게 하면 집고 싶어도 못 집을테니가. 물론 신통술을 사용하면 집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그럼 다시 뺏어버리지 뭐.
그리고 아이온의 말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느끼는대로만 말한다. 그게 곧 팩트 폭력이라는 거 아닌가? 말 그대로 사실만을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폭력같은 데미지를 준다는 이야기잖아. 이어 귀를 아래로 내린 후에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래도 그런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 않을까 싶어."
나 역시 솔직하게 아이온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배시시 웃으면서 아이온을 향해서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그런 아이온이 멋지다고 생각해! 응!"
저렇게 사실만을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나도 배워야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조금 개인적으로 들기 시작했다. 나도 연습을 하는 것이 좋을까? 아무래도?
뭔가 말을 하려다가 만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절로 고개가 갸웃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것일까? 전혀 알 수가 없었기에 고개가 절로 갸웃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물어봐도 좋은 것인지 알 수 없어 어떻게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닐까? 물어도 되는 것일까? 고개를 갸웃, 또 갸웃. 꼬리를 흔들, 또 흔들. 그렇게 천천히 흔들면서 가만히 아이온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들려오는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는 것을 멈추고 웃으면서 아이온의 말에 대답했다.
"가능해! 나도 통찰력은 적지 않다고 생각해! 아...아마도..."
말을 하는 것은 좋았지만 막상 자신감이 조금 없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통찰력이 조금 적을지도 모르니까. 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 그런 것은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며 괜히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꾸물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500년 뒤에는 이 땅을 지배할 존재! 그렇기에 여기서 물러서면 안된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마도 물어본다고 해도 제대로 대답은 안 해 줄 것 같습니다. 아니. 술은 대단하네요. 일단 대화가 제대로 성립이 될 정도로 친절하게 말해주고 있어.. 그리고 아니야 라고 하면서 목소리가 작아지는 누리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합니다. 동작이 큰 건 몸을 가누는 게 힘들어서...는 아니고 멀쩡할 때보다 몸을 가누는 데 힘이 많이 들어가서.. 일 겁니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어."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말 외에는. 이라고 덤덤하게 말하고는 통찰력이 적다고 해도 시간이 가고 많은 경험을 할 수록 늘겠지. 라고 말하려 하는군요.
"사실 백년만이 통찰력이 늘면 좋은 거야." 나는 꽤 오랫동안 겪어서 가능한 거거든. 이라고 합니다. 음.. 대충 500년 정도는 걸렸나..? 라고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술에 절어 있어서 그런 거 뿌옇습니다. 역시 들어가 봐야 하는 걸까.. 라고 생각하면서 손을 휘적휘적 흔드는 것을 눈 앞에서 봅니다.
"....내가 손가락을 몇 개 펴고 있지.." 4갠가. 라고 중얼가립니다. 살제로 펴 진 손가락 수는.. .dice 1 4. = 2 개로군요.
어쩌지. 손가락을 2개 펴고 4개라고 하고 있어. 역시 많이 취한 것이 분명해. 나도 모르게 안쓰러운 눈빛으로 아이온을 바라보았다. 아이온.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술을 왜 이렇게 먹은 거야.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나는 두 손을 모아서 아이온에게 간절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아이온. 정말로 들어가서 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지금 손가락 2개야."
내가 숫자를 잘못 세는 것이 아닌 이상 지금 편 손가락은 2개였다. 그런데 편 손가락의 수도 세지 못할 정도면 얼마나 취한 거야. 절로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가끔.. 생각이 너무 날 때면 많이 마시는 것 같아.." 생각을 말한 건지. 아마도 약간 눈이 흐린 기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언가 먼 기억을 생각하는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그자 먼 기억들이 뿌연 것에 만족하고 있는 것이었을까요... 그건 모를 일입니다. 만일 아이온이 다른 이가 그러고 있고 읽을 수 있었다면 읽었을 겁니다. 참 다행이네요. 그럴 가능성이 없어서.
"손가락 2개야..?" 아. 진짜 이건 문제네. 라고 생각하는 것을 입 밖으로 내고는 허공을 바라보면서 제멋대로인 것 같은 흐느적거리는 것 같은 몸을 느끼는 듯하다가 물을 가져다줄까? 라는 누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가락이 정말로 2개라는 것을 몰랐던 모양이야. 어쩌지. 정말로 걱정되는 눈빛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잖아. 거기다가 몸도 흐느적거리고 있어. 참으로 안쓰럽다고 생각을 하면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을 하다가 물을 마시겠다는 아이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 기다려줘!"
뒤이어 나는 총총 뛰어서 근처에 있는 물을 가득 떠왔다. 술이 깰 수 있도록 얼음도 두 개 정도 띄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역시 시원한 것을 마셔야 술이 빨리 깨니까. 엄마는 늘 그렇다고 했었어. 그러니 맞을 거야. 아무튼 그렇게 다시 총총 뛰어서 아이온에게 돌아온 나는 손으로 잡고 있는 물 컵을 조심스럽게 건네주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응. 괜찮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자. 여기 물 있어!"
정신이 번쩍 들 수 있도록 빠르게 가져다줬으니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비틀거리는 아이온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역시 신통술로 한 번에 집까지 보내줄까? 그쪽이 나을 것 같아."
혹시 저러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 그런 조마조마한 마음에 가만히 아이온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괜찮은 거 맞는 거지?
조마조마하지만 한 번에 집에 갈 수 있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하면 다행일지도 모르는 일일까? 일단은 믿기로 하면서 아이온을 바라보았다. 뒤이어 나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하는 아이온을 바라보면서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이온도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잘 보내!"
선물도 많이 받았잖아? 배시시 웃으면서 아이온이 받은 선물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봤다. 그 정도면 많은 거지. 응. 그러면 아이온의 크리스마스는 즐겁고 행복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응. 그럴 거야. 그럴 거라고 믿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아이온이 돌아가는 모습을 계속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이온이 돌아가는 것을 완전히 확인한 후에 다시 내가 원래 있던 자리로 천천히 돌아갔다.
즐거웠던 축제는 되돌아 볼 틈도 없이 지나갔다. 아직 트리의 철거라던가 하지 않아서 가게라던가 크리스마스 같은 분위기가 이곳 저곳에 남아있었지만 곧 있으면 또다시 1년이 간다는 사실을 감출 수는 없을테지. 몇일 사이에 이미 장식을 신년 풍으로 바꾸어 놓은 가게도 있으니... 음, 부지런한 백성은 본인도 좋아하노라! 올해는 확실히 좋은 한 해 였으니 내년에도 그럴테지. 그러고보니 지상에는 매년을 상징하는 동물들이 있다고 하더구나. 십이지신이라고 하던가? 유명한 만큼 바쁘기야 하겠으나 뭐 1년 일하면 12년정도 휴가일테니 나름 괜찮을테지.
"뭐, 내년의 계획은 연초에 생각하면 되는것이겠지."
지상에 올라온 이후부터 정무를 보는 것과 동시에 꽤나 즐거운 나날을 보낸 것 같구나. 라온하제, 즐거운 내일인가. 좋은 말이다. 아틀란티스에도 명절이나 신년 축제는 있었다만 이곳에서는 처음 맞이하는 새해가 아니던가. 본가로 돌아갔다가 오는 것도 괜찮은 생각인 것 같지만 본인은 아직 수행중. 이대로 본가에 돌아가는 것은 언어도단일테지. 본인은 왕이 될 자로서 그 책임을 다할 수 있게 된 후에야 돌아가기로 위대한 바다의 이름에 걸고서 약조했으니 말이다.
"연말에 보낼 서류들도 다 끝냈고... 메이드장은 또 어디에 간건지... 짐이 한가하지 않더냐!!! 심심하도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오늘은 휴가낸다는 편지만 남기고 사라졌더구나. 휴가를 내려면 최소한 이틀 전에는 말하라고 항상 말했거늘!! 뭐, 지상에 올라온 지도 꽤 됬었고 메이드장도 어느정도 친분이 있는 녀석들이 생기기야 했겠지. 그렇다면 연말에 사람을 만난다던가 하는 것도 있을테지... 오히려 본인이 정무를 한다며 사실상 바깥에 잘 나오지를 않았으니... 누리라던가 은호씨, 가온이를 뺀다면 아는 녀석들이 많이 없기는 했다. 파티도 연말에 보낼 서류를 끝낸다고 제대로 참여하지 못해서 지금 이렇게 온 거니 말이지. 뭐라도 있을까 했었지만 역시 당일이 지나가고 나니 왠만한 노상점포는 다 철수했고 드문드문 크리스마스 같은 느낌이 남아있을 뿐이지. 역시 제대로 계획을 잡았어야 했구나... 트리 주변의 벤치에 앉은채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으음.." 술을 x랄맞게 처마시고 들어간 다음날은 무리였고, 나온 모습은 꽤 괜찮았습니다. 어차피 신년맞이는 이미 할 대로 하는 데다가.. 입던 걸 입고.. 먹을 걸 간단하게나마 먹었습니다.
"안녕" 트리 주위에 앉았던 이를 보고는 다가가서 인사해보려고 합니다. 무척이나 간결한 인사입니다. 라온하제의 파티에 참여하는 걸 보면 여기에서 사는 이겠죠...는 어쩐지 음.. 뭔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인 건.. 뭐려나. 바보털을 까닥이면서 인사 뒤에 무슨 말을 가타부타 붙이지도 않고 물끄러미 바라보려 합니다.
곧 있으면 식을 것 같은 차를 마시고 있자 어디에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적으로 텔레파시인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 목소리와 함께 은은하게 풍겨온 술냄새가 살아있는 신이라는 걸 알게 하기까지 얼마걸리지 않았다. 뭐 파티가 그만큼 성대했었으니 지금까지 취한 신도 있을법하다고 생각되자 딱히 이상할 것은 없었다. 고개를 들어서 앞에있는 자를 올려다보았다. 꼬리깃이 은은한 달빛과 조명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인사후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ㅁ...무슨일이지!! 방금 먹었던 닭꼬치의 소스가 묻기라도 한겐가!!! 아닐테지!!! 본인은 항상 기품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 분명히 본인의 왕의 오오라에 홀려있었던 것이니라!!! 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왕이란 만백성을 매료하고 사랑하는자!!! 이것도 짐의 위광때문일테니 어쩔 수 없지!!!
"무슨일이더냐? 혹시 짐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는것이더냐? 음, 오늘은 기분이 좋도다!! 백성의 말을 들어주는 것또한 왕의 소양일지니!!! 얼마든지 들어주도록 하겠노라!!!"
벤치 위로 올라가 당당하게 말하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잠깐, 이건 역시 왕으로서 어떨까 싶구나... 무릇 왕이란 백성과 함께 하는 자, 이런 상하관계는 좋지 않겠구나...
"나는 아이온이라고 해. 아사라고 불러도 좋아." 그럼 너는 누구야? 라고 물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닭꼬치 소스는.. .dice 1 4. = 3 1. 입가에 묻어있어서 닦아준다 2. 안 묻었다. 3. 떨어진 소스가 신발이랑 치마자락에 묻어있다. 4. 안 묻었다. 그런 걸 잠깐 바라보다가 왕이 백성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에 바보털을 살랑거리다가..
"유감이지만 나는 왕의 밑에 있는 이가 아니야." 개인적 취향이라면 왕에게 말하는 흑막일까나 라고 덧붙이고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나는 내가 있는 곳이 왕정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라고 무표정하게 말하다가...
"아사... 좋노라, 아사여! 짐은 밸린 다윈2세. 밸린이라 부르는 것을 허락하겠다!!!"
아사라고 하는 자였는가... 그러고보니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것도 같구나! 아무리 다섯지역으로 나뉘어 있다고 해도 하나의 땅. 못만나는 것도 이상하니 어디에선가 마주친 적이 있을테지!! 은호씨와 누리덕에 꽤나 축제같은 것들도 있었으니 그와중에 만났을지도 모르구나!!!! ...그런데 왠지 미묘한 시선이로구나? 어디를 보고있는건지 아사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자연스레 치마자락과 신발에 닿을 수 있었노라. 평소대로 아름답고 기품있는 흰색과 금실...!!!! 무언가 다르구나!!!! 음, 본 적 없는 붉은 빛이 섞여 있었도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눈치를 못챘었지만 설마 아까부터 계속인가...!!! 어쩐지 지나가는 이들이 가끔씩 본인을 바라보고 웃으며 지나간다 싶었노라!! 급하게 지팡이를 꺼내어 부분적으로 소스만 뽑아내려 했었지만 역시 오랫동안 묻어있어서인지 조금 자국이 남고 말았다... 음, 나중에 메이드장에게 말해볼까...
"흑막...!!! 괜찮도다!!! 그런자가 생기는 것은 짐의 부덕함때문... 짐이 노력한다면 그대도 얼마든지 충신이 되고싶어질테지!!!"
그때가 되면 짐의 오른팔...아니 오른팔은 메이드장이 있었구나!!! 왼팔로 삼아주겠다고 말하며 항상 하던 것 처럼 활기차게 웃어보였다. 본인이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필시 믿고 따르지 못하는 자들도 생길테니 말이다!! 그걸 위한 수련! 그걸 위한 인생공부!! 좋도다!! 그래도 생겨버린다면... 어느정도는 판단을 해야겠지. 그래도 아사가 농담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보니 역시 나쁜자는 아닌가보구나!!
"ㅇ...알고있었노라!? 뭐, 짐은 아직 모자라지만 그래도 왕의 그릇!! 그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니라!!!"
"....밸린...?" 아틀란티스..? 설마 딸이 있다라던가를 생각하니 본인의 나이가 무척 캄캄해지는 기분입니다.. 큰이모나 큰고모 뻘이라니!는 농담입니다. 아직 말도 안한 거고 선관적인 것도 없으니 그만해두시길. 은 닿지 않는 괴전파니 넘어가고 그래. 밸린이라고 부를게. 아마 밸린 다윈을 만나도 밸린이하고 부를지도 모르겠지만. 이라고 말하고는 지팡이로 얼룩을 빼는 걸 보고는 잘 하는 것 같다.. 라고 하려다가 얼룩이 남은 걸 보고는 손뼉을 탁탁 쳐서 얼룩을 말끔히 없애주려고 합니다.
"부덕하지 않아도 생길 수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나쁘지는 않아." 그리고 왼팔로는 무리야. 나는 어딘가의 머리이면 머리이지 꼬리나 왼팔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라고 해도 막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건 알고 있기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알고 있었다고 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성향 자체는 사실이니까. 라고 말하면서 크리스마스 파티는 잘 즐기는 중이야? 라고 물어보려 합니다. 신과주는 충분히 마셨었으니, 물을 한 잔 들고는 홀짝입니다.
음 음!! 확실히 이해하노라!!! 그럴 수 있는것이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니 그런것이니라! 뭐, 엄청 오래 살았던 신이라 아바마마나 어마마마를 알고 있다던가 하는 일도 신계에선 있을 수 있는 일이지!!! 그나저나 남은 얼룩이 신경쓰이던 찰나에 아사가 손뼉을 쳐서 옷에 묻은 얼룩을 말끔하게 없애 주었다. 오오... 엄청난 실력이 아니더냐!!! 지상의 언어로 은둔고수? 라고 하던가!!!
"왼팔로는 무리인가... 음!!! 짐은 그런 투쟁심이 있는 신하는 좋아하노라!!! 하지만 그대의 뜻이 그러하다면 어쩔 수 없는것일테지!!! 원하지 않는 일을 시키는 것은 짐의 왕도에 맞지 않노라!!!"
어딘가의 머리인가!! 확실히 이런 강대한 야망을 품은자라면 배울 것이 있을테지!!! 뭐, 나와 같은 처지일 수도 있는 것이니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좋지 않을테지!!!! 그리고 지금은 아니더라도 본인이 제대로 된 왕도를 보여준다면 스스로 신하를 자청할 일이 있을수도 있지 않던가!!! 뭐 그것도 그때가서 생각해봐야겠지!!!
"성향말이더냐... 확실히 그대는 우두머리가 어울리는구나!!! 짐의 어휘력이 좋은 편이 아닌지라 무어라 표현은 할 수 없으나... 뭐 그런것이니라!!!!"
한 번 웃고서는 트리쪽을 바라보았다. 파티는 얼마 있으면 끝날테지. 즐기기 위해 나온자리이지만 친ㄱ... 아니 아는 이들이 없어 즐기더라도 절반정도가 아니더냐!!!
"확실히 즐겁도다!! 아틀란티스의 연말파티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야!!! 그대는 본 적이 있더냐? 이곳이 그냥 크리스마스라면... 나의 고국은 메가 크리스마스라고 할 수 있을테지!!! 신과주는 없는 것이라 신기하다만..."
취기가 오르면 정무에 지장이 가니 가볍게 한 잔 정도만 마셔보았다. 달콤한 맛에 약간의 쌉싸름함이 조화된 승리의 미주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이런것일테지. 한해와 싸워서 이긴 승리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술이었느니라!!!
"다들 대단하지. 나도 대단하지만." 대단함에 말을 잊은 건 아니지만 대단하다고 여기는 이에게 동의는 할 수 있었습니다.
"왕도...라.. 어떤 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어쨌거나. 난 머리가 되었으면 되었지. 꼬리나 왼팔 가지고는 안 돼. 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다만 라온하제에 속한 건 그런 취지가 아니었으니 넘어갑시다. 어휘력이 좋은 게 아니라는 말을 듣고는 고급스러운 어휘를 많이 알아야 할 건데..? 란 느낌으로 밸린을 바라보는군요. 뭐지. 왕실 언어는 약간 다르다던가. 라는 느낌?
"크리스마스는 내 입장상 무척이나 신상 기념일이라서 파티란 파티는 많이 참석해 봐서 화려함은 딱히 자랑할 만한 곳은 많이 못 봤어." 화려함은... 상상적인 것이 더욱 놀라웠고. 라고 말하면서 메가 크리스마스라. 아마 한번쯤은 보았을지도 모르겠네. 라고 하고는 신과주가 없다는 것에 물 속에서 물을 마신다는 건 애매하니까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는.. 다행히도 중얼거리지는 않았군요.
"근데 물 속에서 물을 먹는 건 애매하니까 그런 거려나?" ..취소. 대놓고 물어보는 성향이었죠.
"그건 그렇지만... 오늘은 령 님도 함께 가는걸요. 무려 '신' 님과 함께 가는 건 처음이라서..."
[괜찮아. 그냥 평소처럼 행동하면 돼. 공손하게, 예의 바르게. 알겠지?]
"......네."
품 안에 안긴 론을 더욱 꼬옥 끌어안으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다솜에 있는, 인간계로 내려가는 결계의 앞. 문득 저번의 할로윈 때가 생각나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그 때의 그 '할로윈' 씨가 생각나네요. 그 때도 이렇게 있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 자신은 론과 함께 있고, 복장도 평소에 비해서는 두툼해졌다는 것일까. 아사 님께서 주신 스웨터에, 하얀색 목도리. 그리고 평소와 달리 제대로 신은 낡디 낡은 신발. 선물로 받았던 양말과 향수까지 살짝 뿌린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추위에 단단히 대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감기에 걸려버릴지도 모르니까요.
목도리 안으로 은은하게 올라오는 희미한 라벤더 향을 맡으면서 작게 배시시 웃어보였다. 역시 '신' 님들께서는 모두들 정말 친절하세요. 저에게 이렇게 다양한 선물들도 주시다니... ...따뜻해요. 꼬옥, 마찬가지로 겨울 추위 대비를 한 듯이 엉성한 크림색 니트를 입은 론을 더욱 끌어안으며 조용히 령 님을 기다렸다. 희미하게 캐롤을 흥얼거리면서.
/ 일단 이런 식으로 선레를 써보았는데 혹시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씀해주세요, 령주! :D
"오오!! 더더욱 짐의 마음에 맞는 말만 하는구나!!! 역시... 놓치기 어려운 인재로다!!!"
조금 더 거대한 세상을 보는 이들과 함께 할 수있다면 최고겠지만 역시 본인의 의지가 없다면 어려울테지... 음, 아쉽구나 아쉬워!!!!
"좋은 질문이구나!!! 짐의 왕도란 민중의 왕도!!! 패왕같이 앞장서는 것은 내 이후의 대를 생각하기 어렵지!!! 하지만 먼저 나서서 백성을 지키는 것 또한 국력을 낮출 뿐이다!! 짐 혼자 짊어지는 것은 왕도가 아니니라. 짐은 국가의 노예가 아니니 말이다. 백성들과 함께 걷고 모든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짐의 이상성!! 짐의 왕도!!! ...뭐 그래도 아직은 승계하지 못한 어리숙한 왕녀에 불과하니라. 언젠가 짐이 고위신이 되어 백성들의 앞에 설 때가 짐의 왕도를 펼칠 기회인 것이다."
아틀란티스가 인계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역시 위험할테지. 신이란 인간의 입장에서는 방관자. 만민을 사랑하되 간섭해서는 안된다는것 또한 아바마마의 가르침. 훌륭한 것은 그대로 이어가되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는 것을 아껴서는 안되겠지. 생각해보니 이 아사라는 자가 신하로 있는 것은 조금 어렵겠구나. 짐의 것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
"오오, 그대도 꽤나 오랜 세월을 살아온 모양이구나. 짐도 뭐 그대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오랫동안 살아왔지. 인간들의 신의 축일이니 미묘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구나."
깨달음을 얻었다는 각자, 그리고 모두를 구세한 성자. 말 그대로 이상과 같은 신이다. 뭐 그들이 태어난 날이 축제가 된 것은 미묘하지만 아틀란티스에선 아바마마와 어마마마의 탄신일이 축일로 되어있으니 그런건 넘어가도록 해야겠지. 음. 어쩔 수 없다. 대체로 축제라는 것은 비슷한 양상이니 말이다.
"...그대는 아틀란티스에 온 적이 없는 것 같구나!!! 아쉽지만 타차원의 바다에 있는 것 말고는 거대한 돔형태이니라. 신과주가 없는건 그저 숙성의 문제이니라. 필적할만한 술이라면 있으나 이것은 여기에서 자가적으로 발전해온 조주방식. 아틀란티스에서는 자력으로 발전하는 것들에 가치를 두지. 이렇게 스스로 실패를 겪으며 발전한 것이 아틀란티스의 과실주보다는 더 가치있게 느껴지는구나."
령은 거울을 보며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점검했다. 할로윈 때 샀던 나비모양 반지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나비모양 귀걸이가 완벽한 짝을 이루었다. 검은 겨울용 원피스도 털이 복실복실한 것이 따뜻하게 보였다. 모든것이 완벽했다. 좋아. 됐어. 령은 신통술을 써 다솜의 경계로 순간이동했다.
리스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령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멀리서 익숙한 분홍머리가 보였다. 더 정확히는 밑부분이 빨갛게 그라데이션이 진 머리카락이겠지만. 아무튼 령은 리스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어떡해. 긴장된다. 떨려. 령은 두 손을 파르르 떨었다. 침착하자. 평소처럼만 하면 된다.
"리스?"
령은 리스를 부르며 다가갔다. 그러고보니 할로윈 때도 이런 일이 있었지. 령은 순간 웃음이 터져나올 뻔했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크리스마스가 닥쳐오다니... 신기했다. 령은 시간의 흐름에 대해 떠올리곤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눈 앞에 리스의 모습이 보였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춥진 않으셨나요?"
령이 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리스는 다행히 옷을 잘 갖춰입은 걸로 봐서 춥지는 않아보이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령은 잠시동안 걱정스러운 표정을 해보였다. 만약 추워한다면 자신이 신통술을 써 따뜻하게 할 작정이었다. 리스가 추워하는 건 바라지 않으니까.
"슬슬 갈까요?"
령이 리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 잡고 가는 건 좀 그런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손을 내밀어버렸다. 여기서 손을 거두기도 좀 그렇고... 령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이내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 손을 리스에게 내민 채로 그대로 두었다.
"나는 옳은 쪽에 가까워." 말을 좀 직설적으로 하긴 하지만. 이라는 건 말을 아끼고는 왕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듣습니다.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좋다고 생각해." 미리 해두지 않으면 언젠가의 일에 대처할 수 없을 테니까. 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해봅니다. 다만 그 경우에는. '부딪치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것도 있겠지. 미묘한 의문같은 것을 담은 표정으로 밸린을 바라보다가 오래 살았다는 말에. 그러게...라고 흩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그리고는 아틀란티스에 온 적 없었겠다. 라는 말에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글쎄.. 간 적이 없을까나.. 있을까나. 그건 비밀." 말끝을 살짝 흐리는군요. 있어도 없는 듯 했을 것이고, 가 본 적 없어도 빠삭하게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가치란 상대적인 거니까. 그렇지만 확실히 신과주는 맛있지." 갖고 간다면 맛있을 거야. 라고 말하면서 벚꽃이나 버찌주..나.. 가리 쪽의 과실주도 마실 만해. 라고 덧붙입니다.
작은 캐롤이 울려퍼졌다. 분홍빛으로 가득한 그 속에서 벌써부터 울려퍼지는 캐롤이 꽤나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마치 자신의 존재처럼. ...론은 노래하지 않았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자신이 가려는 곳을 떠올리면서 혼자서 캐롤을 흥얼흥얼거리고 있을 무렵,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와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령 님의 모습. 복실복실한 검은 원피스와 나비모양 반지와 귀걸이. ...와아, 령 님께서는 역시 오늘도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이세요. 감탄 섞인 동경과 존경의 마음이 다시금 샘솟았다.
헤헤, 목도리에 반쯤 가려진 입꼬리가 희미하게 위로 올라와 미소를 지었다. 꾸벅, 하고 습관적으로 숙여지려던 허리는 어정쩡하게, 어색한 모습으로 간신히 참아냈지만. 그래도 역시 '신' 님께서 걱정해주신다는 건 언제나 기쁜 일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령 님께서 자신에게 손을 내밀자 잠시 느릿하게 두 눈을 깜빡이며 령 님의 얼굴과 손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1초, 2초, 3초. 정확히 3초가 지난 후에야 상황을 파악한 듯 멍했던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여졌다. 지금... '신' 님께서 저에게 손을 내밀어주셨어요...?! 마음 한 구석이 찌릿, 손이 작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믿기지 않았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어쩌면 자신이...
"...네, 령 님."
그러나 목도리에 가려진 구슬을 만질 수는 없었다. 그 대신, 한 팔로는 론을 꼬옥 끌어안은 채 다른 손을 뻗어서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자신에게 내밀어진 령 님의 손 위에 살며시 올려놓았다. ...긴장감에 작게 떨리는 손을. 그렇지만 애써 큰 용기를 내어 아주 살짝 령 님의 손을 잡고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어보이고는, 이내 함께 경계를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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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계는 역시 차가운 공기가 가득했다. 미리내와도 같은 날씨. 그러나 두꺼운 옷들을 입은 사람들의 표정은 한껏 즐거운 감정만이 가득해보였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 찬 거리 역시 형형색색의 등불들과 각종 빨간 양말들, 트리들이 가득해 더욱 활기차보였다. 그 시끌시끌한 거리를 령 님과 함께 천천히 걸어가면서 조용히 목도리에 반쯤 파묻힌 입을 열었다.
"...역시 크리스마스 씨에는 인간 씨들도 정말로 행복해보여요. 반짝반짝, 예쁜 빛들도 가득하고..."
그러다 작게 아, 하는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돌려 령 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눈웃음을 지었다.
"...혹시 추우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령 님. 이 목도리 씨, 정말 따뜻하거든요."
춥지 않다니 다행이었다. 그제서야 령의 표정이 풀어진다. 령은 미소를 지으며 리스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신통력을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긴 리스의 복장을 보아하니 단단히 껴입고 나와서 춥지는 않을 것처럼 보였다. 령이 입을 열었다.
"춥지 않다니 다행이네요. 추울까봐 걱정을 많이 했답니다."
방금 나왔다면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령은 리스의 색이 다른 눈동자를 보고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리스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않아 다행이었다. 만약 다음이 있다면 그때는 조금 일찍 나와야지. 령은 마음속으로 복기를 하고는 리스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손을 내밀자 리스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반응이 조금 느리긴 했지만 저건 분명 저의 행동 때문일 것이다. 어째서지? 제가 실례되는 행동을 한건가? 아니면 설마 '신'님이 자신한테 손을 내밀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건가? 자신을 '신'으로 떠받들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령은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리스가 손을 잡기를 기다렸다.
아, 리스가 자신의 손을 잡았다. 령은 베시시 웃어보이고 작은 리스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리스의 손은 너무나도 따뜻했다. 령은 리스의 손을 잡고 경계를 넘어갔다. 인간들의 세계가 저만치 보였다.
역시 인간들의 세계는 크리스마스 준비로 인해 활기찼다. 각종 장식들과 트리 덕에 눈이 즐거워졌다. 령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구경했다. 인간계가 라온하제에 비해 조금 춥긴 하지만 그걸 감안할 만큼 엄청나게 예쁜 장식들이었다.
"맞아요. 다들 크리스마스라서 그런 것 같아요. 축제 땐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령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고는 부드럽게 눈웃음을 짓는 리스를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리스. 하지만 지금은 춥지 않으니 그 목도리는 리스가 하고있는 게 낫겠지요."
령이 부드럽게 말했다. 게다가 그 목도리는 리스와 잘 어울리니까요. 라는 말이 생략되었다.
'신' 님께서 자신을 걱정해 주신다는데 어떻게 추위를 느낄 수가 있을까. 절대로 그럴리는 없었다. 오히려 그 따스함에 자신의 마음마저 이렇게 찌릿, 하고 아파올 정도로 따뜻하게 채워져오는데. 이렇게나 아플 정도로 '행복'한데, 그런데...
이내 령 님께서 자신에게 손을 내밀자 느릿하디 느린 놀란 반응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내 큰 용기를 내어, 자신을 향해 내밀어진 령 님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올려놓고 살짝 잡아보았다.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날. 그것이 자신에게 크리스마스의 기적과 용기를 불어넣어준 것일지도 몰랐다. 더군다나 자신이 손을 잡자 령 님의 씁쓸한 미소가 기분 좋은 듯한 미소로 바뀌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이 선택에 맞았음을 짐작하며 덩달아 희미하게 배시시 웃어보였다. 함께 손으로 연결된 채 경계 너머로 넘어가는 발걸음이 조금 가벼워보이는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닐 것이었다.
인간계는 역시나 크리스마스에 가득히 물든 모습이었다. 화려한 불빛들과 각종 장식들이 매달려있는 트리. 그리고 희미하게 들려오는 듯한 캐롤까지. 크리스마스로 가득한 그 분위기 속에서 기쁜 감상을 조용히 말하며 령 님께 걱정 섞인 물음을 조용히 드리자, 령 님께서는 사양의 뜻을 부드럽게 전해왔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도 전 괜찮으니까... 언제든지 추우시면 말씀해주세요, 령 님."
만약 령 님께서 춥다고 하신다면 라벤더 향이 희미하게 묻어나오는 이 목도리를 드릴 것이었다. '신' 님께서 춥지 않으셨으면, 하고 바랬으니까.
뚜벅뚜벅, 거리를 걸어가는 발걸음은 느릿했지만 결코 멈추지는 않았다. 가고싶은 목적지가 있기 때문이었을까. 북적이는 사람들 속을 조심스럽게 헤쳐가면서 걸어가는 거리는 여전히 크리스마스 등불들로 반짝였지만, 사람들은 점차 안 보이는 거리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더욱 인적이 드문 골목길 안으로 천천히 령 님을 이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거리에 울리던 캐롤 소리가 멀어지는 듯 하더니, 새로운 캐롤 소리가 희미하게 저 너머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에 령 님께 거의 다 왔다고 얘기하며 조금 더 속도를 내서 캐롤 소리를 향하여 앞으로 걸어가니, 골목길이 끝나고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그리고 자신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바로,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화려한 외형의 성당. 첨탑들이 하늘 높이 솟아있는 성당의 모습은 거대하고 웅장해, 그 아래에 서 있는 존재가 더욱 작아보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크리스마스의 마법이 깃들었는지, 성당의 주변 역시도 거리만큼이나 화려한 전등들이 벌써부터 반짝반짝이고 있었다.
"...령 님, 이쪽이예요."
잠시 그 아름다운 불빛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천천히 령 님의 손을 잡고 입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서고 조금 어두운 복도 위를 천천히 나아가 도착한 커다란 문. 그 문의 손잡이를 익숙한 듯이 천천히 잡고 앞으로 밀자,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성당의 내부가 자신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거대한 외형과 마찬가치로 크고 넓은 내부. 천장과 벽에는 스테인드 글라스가 쏟아지는 빛들을 받아 성당의 안을 찬란한 무지개빛으로 비춰주고 있었고, 2층에서 들려오는 것으로 추정되는 성가대들의 합창 소리는 캐롤을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어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길쭉한 성당 미사 의자들과 맨 앞에 있는 제단까지. 그 모든 것들이 성스럽고 따사로운, 포용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가운데, 천천히 령 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부드러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이 그 미소를 비춰내렸다.
"...이곳이예요, 령 님. 제가 말씀드렸던, 제가 가끔씩 찾아오고는 했다던 곳. 크리스마스 씨에 찾아오고는 했던 장소."
/ 묘사를 하려다보니까 엄청 길어졌네요...(흐릿) 길이는 신경 쓰지 마시고 편하게 이어주세요, 령주! :) 이렇게 독백에 쓰려던 장소와 노래가 밝혀졌네요.ㅋㅋㅋㅋ 아, 그리고 이 답레에 나오는 노래는 저 노래가 좀 더 느리게, 천천히 들려오는 거라고 생각해주세요! :D
령이 잠시동안 리스를 쳐다보다가 대답하였다. 자신의 걱정으로 인해 리스가 따뜻해질 수 있다면 백만번도 더 걱정해줄 수 있었다. 령은 베시시 웃어보이고는 리스의 손에서 나오는 온기에 몸이 녹아내림을 느낀다.
인간계는 화려했다. 할로윈 때도 물론 화려하긴 했지만 크리스마스는 그것보다 더 아름다웠다. 할로윈과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일까? 령은 속으로 생각하며 검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름다운 트리, 반짝이는 불빛들, 그리고 캐롤... 령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떴다. 이토록 아름다운 곳에서 리스와 함께 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리스가 점점 자신을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안내했다. 령은 리스의 손에 이끌려가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점점 사람의 손길이 끊기고 있었다. 대체 리스는 자신을 어디로 안내하는 것인가? 령은 리스의 손을 붙잡은 채로 그녀가 이끄는 곳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이윽고 자신의 눈에 비춰진 건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화려한 성당이었다. 령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자아냈다.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단순히 '아름답다'라는 수식어로 칭하기에도 아까울 만큼 웅장하고 화려한 곳이었다. 령은 자신이 이곳에 와도 될까 싶었다. 물론 자신은 신이니 어찌보면 인간들의 신앙의 결정체나 다름없는 성당에 들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리스가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간다. 령도 따라 들어갔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무지갯빛이 반짝이는 스테인글라스였다. 2층에서는 합창단이 부르는 캐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 이곳이 리스가 말한 장소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령은 입을 벌리며 성당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상당히 아름다운 곳이구나.
령 님과 함께 도착한 인간계는 거의 언제나 아름다웠고, 화려했고, 활기찼다. 할로윈과 크리스마스라는 축제의 특성 때문이었을까. 형형색색의 빛들이 반짝이는 거리는 언제 봐도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더군다나 크리스마스는 자신이 거의 유일하게 알고 있는 인간들의 기념일이기도 했으니. 자신도 모르게 캐롤 하나를 작게 흥얼흥얼거리면서 령 님의 손을 꼬옥 잡은 채 앞으로 나아갔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를 지나,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따스함과 북적이는 인파들이 가득한 거리와는 반대로, 노랫소리도 거의 들려오지 않는 차갑고 삭막한 골목길. 자신에게 더욱 어울릴 법한 그 장소에서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 령 님을 천천히 이끌었다. 저 멀리에서부터 들려오기 시작하는 희미한 노랫소리를 따라서. 빛을 찾아 나아가는 어둠 속의 방황자처럼.
그리고 이내 곧 령 님과 함께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성당. 상당히 거대하고 웅장한 성당의 화려한 모습에 령 님께서는 감탄사를 자아냈고, 그에 기쁜 듯이 희미한 미소를 배시시 웃으면서 그 안으로 령 님을 이끌었다. 그리고 커다란 문을 열고 그 내부로 들어서자 보이는 아름다운 광경. 자신이 전에 설명드렸던 대로 무지갯빛이 찬란히 쏟아져내리고 성가대들의 캐롤과 오르간 소리가 조화롭게 울려퍼지는 성당 내부는 말 그대로 성스럽기 그지 없었고, 령 님께서는 그에 입을 벌린 채 성당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들려오는, 흥분한 듯이 평소보다 높아진 령 님의 목소리. 그 차이를 감지해내고는 그저 기분 좋은 미소를 헤실헤실 흘리면서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끄덕였다.
"...네. 이곳은 저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특별한 장소거든요. 정말로 특별하고 소중한 장소예요. 이곳에서는 인간 씨들도 다 같이 '신' 님께 기도를 드린대요. '신' 님을 찬양하는 찬송가를 부르기도 하고 말이예요. 그리고... 자신들이 지은 죄를 '신' 님께 고해하고 용서를 받기도 한대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앞으로 느리게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살랑, 살랑. 머리카락이 살며시 그 움직임에 부드러이 흔들렸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던 발걸음이 이내 곧 멈추었다. 그리고 맨 앞에 유난히도 크고 아름답게 빛나는 스테인드 글라스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무지개빛이 자신의 하얀 눈동자마저 색으로 물들어주는 듯 했다. 이질적인 존재가, 희미한 존재가, 순간 선명해지는 듯 했다.
"...그래서... 저도 크리스마스 때나, 혹은 다른 때에 가끔씩 이곳에서 저의 '신' 님께 기도를 드리곤 했었어요.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제일 처음 알게 되었거든요. ...'신(God)'이라는 단어를."
말을 마치고 천천히 뒤로 돌아 다시금 령 님을 바라보았다. 부드럽게 휘어진 두 눈동자에, 미소를 띈 얼굴에, 스테인드 글라스의 아름다운 빛이 쏟아져내렸다. 그 빛들이 작디 작은 존재 앞에 서있는 '신'의 커다란 석상이 그 앞의 분홍빛 작은 존재를 굽어살피는 듯한 착각을 자아냈다. 성가대의 합창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론은 침묵했다.
/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작은 비설 하나가 이렇게 밝혀졌네요. 리스가 '신'이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인간계에서 였습니다! :)
아사: 240 동거인이 동물을 데려왔다면? 동거인이 없으니 상관없다...를 넘어서 일단 본인부터 동물신이다. 297 기쁨을 숨기는 방법 그냥 평소 표정으로 있는 건 둘째치고, 기쁨을 크게 느낄 일이 별로 없다. 158 특별히 애정을 가지고있는 책이 있나요? 모든 책은 애정대상에 가까움
"자고 싶은데 잠이 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 아사 : 안 자는데.
"어린아이가 달려온다면?" 아사 : 나에게? 왜?
"다 죽어 가는 식물을 발견한다면?" 아사 : 하나 정도라면 생명력을 나누어 줄 수 있지 않을까.
리스는 이곳이 저에게 있어 소중한 장소라고 했다. 과연 그럴만했다. 이렇게나 아름답고 신성한 장소라면 자신이라도 소중히 여기겠지. 령은 눈을 이곳저곳 굴려서 아름다운 성당의 내부를 관찰하고 있었다. 라온하제와 비견될 정도로 아름다운 그 모습이 마치 홀릴 것 같았다.
스테인글라스에서 찬란한 무지개빛이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령은 그 아름다운 빛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무채색인, 검은색 투성이인 자신과는 다르게 스테인글라스의 빛은 각양각색이었다. 인간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어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령은 진심으로 감탄하며 스테인글라스를 바라보았다.
"한마디로 신을 찬양하기 위한 곳이라는 거군요."
과연. 령도 성당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들은 적은 있지만 신을 찬양하기 위한 장소라는 것은 처음 들었다. 령이 눈을 굴려 성당 안을 바라보았다. 신을 찬양하기 위한 장소라... 그렇다면 자신은 신이니 이곳에 올 자격이 되는 건가?
령은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인간들이 모시는 신은 여러 종류가 있다고 들었다. 그럼 저 자리는 자신을 위한 장소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자신은 인간들에게 신앙의 대상이었던 적이 없으니. 신이되 군림하지 않는 신, 그것이 령이었다. 그러면 여긴 누굴 위한 장소인가? 령은 그들이 숭배하는 신에 대해서 알고싶어졌다.
기도... 기도라. 령은 리스의 말을 듣고 생각에 빠졌다. 리스의 '신'은 과연 누구인가? 령은 고개를 들어 눈을 떴다. 눈 앞에 거대한 석상이 자신과 리스를 굽어 살피고 있었다. 저것이 리스의 신이구나. 리스가 그리도 숭배하던. 령은 리스를 바라보았다. 이 존재 때문에 리스는 자신이 신임을 부정하게 된건가?
"더 이야기 해줄 수 있나요? 리스가 왜 그 '신'을 믿기로 선택한 것인지. 리스는 '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부 다..."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선택은 리스의 몫이니까요. 령은 친절하게 덧붙이고 잠자코 기다렸다. 리스가 어떤 말을 할지.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은 무지개색으로 잘게 부서져내렸다. 그리고 그 아래에 서 있는 령 님과 자신. 찬란하고 성스러움이 가득한 성당 안에서는 누구나 한없이 작디 작은 존재가 되어 몸가짐이 경건해질 것만 같았다. ...물론 진짜 '신' 님이신 령 님께서는 다르게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네."
령 님의 말씀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 님을 찬양하기 위한 곳. 이곳보다 더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장소가 있을까? 아니, 이곳보다 더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가 과연 있을까?
캐롤 소리는 여전히 울려퍼졌다. 웅장한 오르간 소리가 성당 내부를 더욱 거대하게 채워주고 있었다. 빛이 쏟아져내리는 곳. 거대한 석상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석상과 같이 감각이 없는 하얀색 눈동자에도 무지갯빛이 쏟아져 빛을 흩뿌렸다. ...비록 하얀색 눈동자로는 그것을 볼 수는 없었지만.
이어서 령 님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에 천천히 고개를 옆으로 돌려 령 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대답은 곧바로 이어지지 않았다. 다만, 몽롱한 눈동자는 미세한 깜빡임도 없이 령 님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고, 그 모습은 너무나도 흐릿해보여 쏟아지는 빛들 사이에 섞여 금방이라도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저는..."
한참만에야 천천히 입술이 하얀색 목도리 사이로 열렸다.
"예전에 한 번 죽었었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저를 되살려주셨어요. 그렇게 약한 존재에게 자비를 베풀고, 삶과 죽음을 관장하시는 존재를, 인간 씨들은 '신' 이라고 부른대요. ...그리고 실제로 은호 님께서도, 누리 님께서도, 삶과 죽음을, 생명을 다루시는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그러므로, '신' 님. 그 한 단어가 자신에게, 자신의 이 생명에게, 자신의 이 목숨에게, 자신의 이 존재에게 미친 영향은 매우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저는 저를 되살려주신 저의 '신' 님께 보답해드리고 싶어서 저의 '신' 님을 찾고 있어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모든 '신' 님들은 저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아름다우시고, 멋지고, 위대하신 존재세요. 그렇게 한낱 미물인 저에게도 기회를 주시고, 이것저것 베풀어주신 '신' 님들이신 걸요."
령 님처럼 말이예요, 작게 헤실헤실 웃으면서 덧붙이는 목소리에 거짓됨이라고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령 님께 부드럽게 두 눈을 접어 웃어보이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석상을 바라보았다.
"...사실 저도 저의 '신' 님이 누구신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인간 씨들도 그렇대요. 그래서 인간 씨들은 '신' 님의 모습을 상상을 통해서 이렇게 만들어놓은 거래요. 저도... 저의 '신' 님을 상상만 하고 있어서... 가끔씩 여기에 와서 '신' 님께 기도를 올리곤 했어요. 게다가 크리스마스 씨는 인간 씨들의 '신' 님께서 탄생하신 날이라고 하셔서, 거의 매년 여기서 기도를 올리곤 했어요. ...그래서 오늘도 그러고 싶어서 여기 왔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린 건데..."
자연스럽게 말 끝을 흐리면서 다시금 고개를 돌려 령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그래서... 잠시 기도만 하고 나가도 괜찮을까요, 령 님?"
아직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기지 못 했으니.
/ 너무 리스의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서...(시선회피) 같이 크리스마스도 즐겁게 즐겨야죠! XD 아무튼 령주 어서 오세요! :D 그런데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ㅠㅠㅠ(토닥토닥)
누군가가 죽었던 자신을 되살려주었다. 그 말 한마디로도 령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음을 느꼈다. 자신이 너무 섵불렀다. 리스와 가까워지기 위해 신에대해 물어봤던 자신이 무지하게 느껴졌다. 죽음이라는 경건한 일에 대하여 고분고분 대답해주는 리스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리스는 자신이 아닌 라온하제의 그 누가 물어봤더라도 반드시 대답해줬을 것이다. 왜냐하면 리스에게 있어서 그들, 아니 우리들은 위대하신 '신'님이니까.
"...리스."
리스의 말이 끝난지 얼마나 되었을까? 한참 후에야 령은 입을 열었다. 령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자세한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좋지 않은 표정을 지었을 게 뻔하였다. 그야 령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기 때문이지.
"미안합니다."
령이 사과를 하였다. 몇 초 전의 자신이 보여왔던 무구함과 어리석음에 대한 사과였다. 리스의 '신'님에 대한 간절함, 그녀의 생사, 그리고 기도에 대해 자신이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무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 령이 고개를 들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 촉촉하게 젖은 검은 눈동자가 리스의 눈을 바라보았다.
"리스와 가까워지고 싶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리스가 저를 '신'님으로 경외하듯 바라보는 게 마음에 걸렸어요. 저는 리스가 저를 대단한 존재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동등한,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그런 대상으로 바라보았으면 했습니다. 근데... 저는... 제가 리스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그런 사정이 있는 줄도 모르고 감히 궁금증을 채우려고 들었고 리스의 '신'과 '신앙'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얕봤었습니다. 저는... 저는..."
령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두 눈을 가렸다. 가린 손 안에서 뜨뜻한 눈물이 흘러나왔다. 리스와 보냈던 그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나왔다. 나는 그 시간들을 모두 좋아했었는데. 잠시나마 당신과 내가 동등한 존재로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희망을 품었는데.
내가 너무 어리석었지.
"좋아했습니다. 네, 저는 리스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더 가까워지고 싶었고 신이란 위치를 버리고 당신께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좋아해서 미안합니다. 령은 고개를 푹 숙였다. 내려간 손에 흘렸던 눈물이 묻어있었다. /내가... 내가 뭘 쓴거지. 어... 일단 리스주 죄송합니다. 아으... 수습을 해야하는데... 흐...
'죽음'. 그것은 자신에게 있어서 벗어날 수 없는 공기와도 같았다. 호흡을 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산소처럼, 숨을 들이쉴 때에는 죽음의 향기가, 내쉴 때에는 죽음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 듯 했다. 그것은 생전에도 그러했고, 되살아난 지금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춤을 신청해오는 '죽음'. ...당신과 함께 춤추게 된다면, 저는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하겠죠.
하지만 그렇게 자신과 가까이 있는 '죽음'인 만큼, 그것을 언급하는 것은 담담할 수밖에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부드러운 미소까지 자아낼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담담히 과거를 조용히 읊던 자신의 말이 끝나고도 령 님께서는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왜 그러실까요? 령 님, 표정이 보이지 않으세요... 걱정스런 마음이 몰려왔다. 그러한 걱정을 숨기지 못 하고 표정에 드러낸 채 안절부절 못 하다가 결국 령 님을 조심스레 부르려던 바로 그 순간, 되려 자신의 이름을, 그리고 사과를 얘기하는 령 님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아 들려오기 시작했다.
"......네...?"
그에 자신도 모르게 멍해진 표정으로 한참만에야 입술을 열었다. 동그랗게 떠진 두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령 님께서... 어째서 저에게 사과를 하시는 거죠...? 그러나 그렇게 떨리던 눈동자는, 령 님께서 이내 고개를 들자 더욱 세차게 떨릴 수밖에 없었다.
"!"
령 님께서... 울고 계세요...? 너무 놀라면 온 몸이 딱딱하게 굳어진다고 했던가.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이 촉촉하게 젖은 검은 눈동자는 다른 의미로 자신의 목소리를 앗아가버렸고, 그저 애꿎은 론만 꽈악 끌어안으며 멍하니 입술을 벌린 채 령 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 하는 작은 탄식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한 시야 안에 령 님을 담으며, 이어지는 그 목소리를 들었다.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 너무나도 절절하여, 금방이라도 마음이 찢어질 듯한, 그 목소리를.
"......"
그러나 령 님께서는 차마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한 채, 두 눈을 가려버렸다. 그리고 그 아래로 뚝, 뚝, 떨어지기 시작하는 투명한 눈물. '좋아했습니다.' 령 님께서는 몇 번이고 그렇게 말씀하곤 그대로 다시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침묵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어느샌가 들려오던 캐롤 역시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이 이질적으로 자신들을 비춰주고 있었다. 석상이 무감정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굽어살폈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는 더욱 깊어진다고 했던가.
"......령 님."
천천히 령 님께 한 걸음 다가갔다. 그리고 조용히, 고요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는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사랑 받지 못했어요. 그 누구에게도 말이예요."
담담했다. 그 내용은 쓸쓸하기 그지 없는 상처가 가득한 것이었지만, 그 말을 말하는 모습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부드러운, 악이라곤 하나도 존재하지 않을 법한 순수하지 그지 없는' 미소를. 이내 천천히 론을 아래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느릿하게 두 손을 뻗어, 그대로 천천히 령 님의 두 손을 잡았다. 따스한 온기를 전하려는 듯이. 그 눈물을 멈추고, 진정시켜주려는 듯이. 론은 탐탁치 않은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사과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령 님.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정말로 따스하고 고결한 거예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령 님께 감사해요. 저를 좋아해주셔서 말이예요. 그 따스하고 고결한 마음을, 저도 느낄 수 있게 해주셔서 말이예요. 저는... 저는 사랑 받고 싶었어요. ...정말로, 사랑 받고 싶었어요. ......누구에게든지."
'소망'이자 '소원'을 얘기하는 목소리가 차츰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눈물은 차마 나오지 않았다. 쓸쓸한 미소가 얼굴에 금방이라도 시들듯이 꽃피워났다. 외톨이. 론이 미소지었다.
"...그러니까... 부디 울지 말아주세요, 령 님. 저도 령 님의 그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 했는 걸요. 저는 령 님께서 저의 간절한 마음을 얕보셨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절대. 그러니... 부디..."
잠시 령 님을 슬프고도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깊게 두 눈을 감았다. '신' 님께서 울고 계셨다. '신'이란 위치를 버리고 자신에게 다가오려 하셨다. 하지만... 저는...
석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신들을 지켜보았다.
/ 길이가 너무 길어지기도 하고 령이의 말이 고백인건지, 아니면 친구로서 좋다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시선회피) 일단 여기까지만 써서 올릴게요...!
>>832 아사가 걸렸는데 인정을 안 할 수가 없잖아요!ㅋㅋㅋㅋ 으음...근데 진짜로 저는 리스가 고백을 받을 거라곤 전혀 생각 안 해봐서 신기할 정도네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제가 해보고 싶은 캐릭터를 했을 뿐이라 매력 같은 거 잘 모르겠는데...ㅋㅋㅋ(시선회피) 아, 아무튼 감사합니다...?
>>838 일상을 돌리다보면 이런저런 상황이 벌어지기 마련이니까요! (끄덕) 그리고 비설이라.. 사실 특별한 비설은 없지만 말이에요! 이 스레는 제가 힐링하고 싶어서 만든 스레인지라 NMPC도 특별히 비설이 있고 그렇진 않답니다. 일단 누리에 대한 것은 풀었으니..남은 것은 가온이 정도려나요. 물론 백호도 조금 있긴 하지만...이건 좀 이후에 푸는 것으로..!
ㅋㅋㅋㅋㅋㅋㅋ 은호와 누리와는 다르게 악한 캐릭터로 만든 것이 바로 적호&청호니까요! 만들어진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그리고 언젠간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런저런 캐릭터를 하면 말이에요! 아무튼 스레주는 슬슬 자러 가볼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리스주!
령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끝없이 나오는 눈물 때문에 시야가 부옇게 흐려졌다. 령이 눈물을 닦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야는 금방 다시 흐릿해졌다. 리스가 자신을 보고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령은 얼굴을 가렸다. 어느새 2층에서 들려오는 캐롤 소리도 뚝 끊겼다.
신성한 이 성당에서, 자신의 리스에 대한 마음을 고백한 것이 과연 잘한 일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령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쉬이 내놓을 수 없었다. 령은 리스를 좋아했다. 그 사실 하나는 명백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고백한 게 잘한 일인가? 모르겠다. 령은 그저 리스한테 사과를 하고 싶을 뿐이었다. 배려없이 죽음에 관한 말을 꺼내게 하여 미안하다고.
리스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자신은 이때까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단 그 말이 저를 더 아프게 했던가. 령은 흐느끼는 것을 멈췄다. 리스의 말에 어느새 나오던 눈물도 멈췄다. 령은 얼굴을 가리는 손을 내렸다. 리스의 이야기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리스가 자신에게 고맙다고 했다. 자신은... 자신은 과연 그 말을 들을 자격이 있었나?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는 알 수 있었다. 리스가 자신이 우는 걸 바라지 않다는 것을. 령은 씩씩하게 남은 눈물을 훔쳐내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고결한 것이라... 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황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리스. 저는... 저는 당신의 외로움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어요. 이루 헤아릴 수도 없겠죠. 제가 당신이 아닌 이상 함부로 말할 수도 없고... 다만 저는 당신이 더 이상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할 수만 있다면 제가 대신 외로움을 겪지 않게 했으면 좋겠어요."
령이 결연한 눈으로 리스를 바라보았다. 색이 없는 검은 눈동자에 굳은 마음이 비쳤다. 령은 리스가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랬다. 리스가 외로움을 겪지 않기를. 자신이 아니어도 좋으니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 행복해지기를.
"저는 리스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꼭 제가 아니어도 좋으니 곁의 누군가에게 충만할 정도의 사랑을 받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리스는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요."
령은 말을 끝내고는 다시 석상을 올려다보았다. 웅장한 석상이 자신들을 내려다보았다. 령은 자신이 한낱 피조물이 된 것 같단 느낌을 받았다. 단순한 석상 때문일까?
축복의 오로라. 그것은 이 땅에 한 해의 축복의 힘을 담아 펼치는 나름의 고위신으로서의 축복의 힘이다. 원래대로라면 엄마가 펼쳤겠지만 올해부터는 나에게 펼치라는 그런 말이 나왔다. 덧붙여서 가온이와 백호 언니는 나와 동행할 수 없는 듯 했다. 가온이와 백호 언니가 있으면 모두 다 도와줄 것 같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여러모로 보통 고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가온이와 백호 언니는 정말 든든한데, 그 둘이 없다고 한다면...
아무튼 나는 지금 비나리의 명소인 무지개가 피어나는 폭포에 와 있었다. 정확히는 나 혼자가 아니라 엄마와 같이 있는 상태였다. 뒤이어 엄마는 텔레파시를 이용해서 모두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ㅡ지금 시간이 되는 신들은 모두들 비나리의 명소, 무지개가 피어나는 폭포로 오도록 하라. 시간이 되는 신들 한정이니라. 자세한 것은 그곳에서 말해주겠느니라.
이어 엄마는 텔레파시를 끝을 냈다. 그리고 나는 가만히 폭포를 바라보았다. 조금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잘 할 수 잇을지..그것이 조금 걱정이었으니까. 말 그대로 가장 든든한 백호 언니와 가온이가 지금은 없으니까.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그저 꼬리를 추욱 아래로 내리면서 나는 앞을 바라보았다. 내 마음과는 다르게 아름답게 피어난 무지개가 괜히 얄궂었다.
비나리의 명소인 무지개가 피어오르는 폭포에 시간이 되는 신들에게 오라는 텔레파시가 왔어서 왔습니다.
"절묘하네.. 나 일 멈추고 가진 않을 텐데." 어째 절묘한 타이밍인 느낌이네. 일 없는 시간을 딱 맞췄는걸. 왜 그런 걸까나. 라는 것은 모니터 너머의 사정이란 괴전파가 닿지는 않겠군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시간이 되는데도 무시하는 성정은 아니기에, 잠깐 총총 뛰다가 순식간에 이동했습니다.
그렇게 비나리의 명소에 와서 본 건 아마 누리와 은호님일 겁니다. 안녕. 이라고 간단한 인사를 하려 합니다.
무지개 폭포라... 령은 텔레파시를 받자 자리에서 일어서 그대로 신통술을 사용해 무지개 폭포로 순간이동을 했다. 오른손에 먹다 남은 핫초코와 파란색 머그컵이 그대로 들려있었다. 아무래도 집에서 핫초코를 타먹던 순간 이곳으로 온 것이겠지. 령은 남은 핫초코를 홀짝이곤 은호를 바라보았다.
머지 않아 엄마의 연락을 듣고 온 신들이 하나 둘 씩 도착했다. 모두 낯익고 친한 신들이다. 적어도 내 기준에선 친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이들은 과연 어떨까? 아무튼 그런 것을 생각하는 도중, 엄마가 모두를 바라보면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했다.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맙느니라. 모두들 안녕하느냐. 한 해 잘 마무리하고 있느냐? 아무튼 부른 이유는 별 거 없느니라. 일단 이것부터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너희들은 이 땅이 어떻게 축복의 힘이 깃들고, 그 축복의 힘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느냐?"
아마도 엄마는 '축복의 오로라'를 이야기하려는 것 같았다. 그것을 말하지 않으면 지금 이 상황이 설명 자체가 안되는 것이었으니까. 일단 엄마의 말에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엄마의 설명은 계속해서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축복의 오로라'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라온하제에는 매년 이 시기에 축복의 힘을 담은 오로라를 라온하제 전역에 펼치느니라. 그 오로라의 이름은 '축복의 오로라'. 축복의 오로라는 라온하제를 뒤덮으며 라온하제 전역에 고위신의 축복의 힘을 부여하느니라. 한 해동안 유지되는 축복의 힘을 말이니라.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나는 그렇게 이곳에 오로라를 펼쳤느니라. 하지만 올해부터는 누리에게 맡겨보고자 하느니라. 500년 뒤면 내 뒤를 이어서 이곳을 지배하게 될 이. 이런 것도 슬슬 경험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웃음소리를 내면서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개를 모두를 향하면서 모두에게 이곳으로 부른 진짜 이유를 이야기했다.
"축복의 오로라를 펼치기 위해서는 조금 길을 걸어야 하느니라. 그 길이 마냥 편하고 좋은 길은 아니니라. 하지만 나도 귀신은 아니기에, 너희들에게 누리와 동행을 할 것을 부탁하고 싶은데 괜찮겠느냐? 무리라면 말을 하도록 하라. 내 억지로 부탁하진 않겠느니라. 이번에는 가온이도, 백호도 함께 하지 않기에, 말 그대로 누리와 너희들만 향하는 것이니, 그 점도 참고하도록 하라."
이야기를 마친 후에 엄마는 답을 들려달라는 듯이 모두를 바라보았다. 갈 것인지, 가지 않을 것인지를 묻는 무언의 물음이었다.
"응. 잘 마무리하고 있어." 여러가지 계산할 게 많기는 해도. 라는 말은 하지 않으면서 대충 해야 할 걸 적당히 툭툭 머리 한 켠으로 밀어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은호님의 질문에 바보털은 왠지 물음표 모양처럼 구부러졌고, 그와 함께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곧 설명이 이어지기에 잘 들으려고 합니다. 모르는 건 알아야 하니까 말이지.
"아하 그렇구나." 지식 뱅크에 지식이 +1 되었습니다. 라는 건 괴전파니 무시하고, 같이 갈 거냐는 물음에는 잠깐 고민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습니다. 안 가서 얻는 것보다는 가서 얻는 게 더 많을 것 같았거든. 이란 말은 하지는 않았습니다.
비나리의 폭포에 도착하니 여러 신 님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에 모두에게 공손히 인사를 드리고, 이어지는 은호 님의 말씀을 경청했다. 아니, 정확히는 질문을.
"...아..."
오히려 예상치 못하게 질문을 받자, 대답하지 못 한 채 그저 놀란듯 크게 뜨여진 두 눈만 느릿하게 깜빡깜빡였다. 그리고 대신 이어지는 은호 님의 설명을 계속해서 들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결국에는 축복의 힘을 담은 오로라를 라온하제 전역에 펼치는 일을 원래 은호 님께서 하셨는데 올해부터는 누리 님께 맡겨보겠다는 것. 그리고 그 길에 자신들이 동행했으면 좋겠다는 것.
가온 님도, 백호 님도 함께 하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걱정스러울 만도 했지만, 자신에게 있어서 대답은 이미 정해져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네, 저도 꼭 함께 하고 싶어요. 무려 은호 님의 부탁이신 걸요. 게다가 누리 님 혼자서는 위험하실 수도 있으니까... 꼭 함께 가고 싶어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곤 헤실헤실,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마냥 편하고 좋은 길은 아니라고 해도 상관 없었다. 이미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 역시도 그런 길은 아니었기에. 두렵지 않았다.
/ ...왠지 이러고 은호 님이랑 가온이랑 백호가 몰래 뒤따라올 것 같기도 하네요. 흡사 5살 아이에게 심부름를 보내고 지켜보는 부모님처럼...?ㅋㅋㅋㅋ(???)(아님)
일단 모두가 나와 같이 간다고 말해왔기에 나도 모르게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정말로 혼자 가면 어떻게 될 지 두려웠는데 이렇게 모두가 같이 가준다고 하니 정말로 보통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긴장이 조금 풀리고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하지만 곧 바로 옆에서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뻣뻣한 자세가 되었다.
"그렇게 긴장할 것은 없는데 말이다. 아무튼 그럼 지금부터 가는 길을 알려주도록 하마."
이어 엄마는 크게 기합을 외쳤다. 그러자 엄마가 가지고 있는 구슬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고 폭포의 물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것은 폭포 뒤쪽에 있는 동굴의 입구였다. 그 입구를 밖으로 선보이게 한 후에 엄마는 손으로 그 동굴을 가리키면서 이야기했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되느니라. 저 안으로 가서 목적지까지 무사히 가면 수정이 하나 있느니라. 그 다음부터는 누리가 방법을 알고 있으니 맡기면 되느니라. 다만 동굴 안에서는 신통술을 사용할 수 없으니 특히 조심하도록 하라. 동물의 형태로 변할 수는 있더라도 다른 특별한 힘은 사용할 수 없으니 그것은 꼭 기억하거라. 알겠느냐?"
"아. 응. 엄마! 꼭 기억할게."
"그래. 잘 다녀오도록 하라."
이어 엄마는 웃으면서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다가 바람을 일으키고 모습을 감춰버렸다. 이제는 완전히 돌아가버렸고 남은 것은 나와 여기로 온 이들 뿐이었다. 동굴의 입구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다가 나는 앞을 제대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모두를 향해서 말했다.
누리 님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자 희미했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누리 님, 기분 좋아보이세요. 다행이예요, 정말. ...물론 그것 역시 이내 곧 은호 님의 시선에 뻣뻣하게 굳어져 버렸지만.
아무튼 은호 님께서는 이내 크게 기합을 외치셨고, 그러자 은호 님의 구슬이 환하게 빛나며 커다란 폭포가 둘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러난 것은, 그 뒤쪽에 있는 한 동굴로 보이는 것의 입구. 그 입구를 밖으로 밀어낸 은호 님께서는 다시금 설명을 해주셨고, 그에 와아, 하고 작게 감탄하던 것을 멈추고 그것을 경청해 들었다.
수정... 그리고 신통술을 사용할 수 없다. 그것은 자신에게 있어서 꽤나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제한 조건이었다. 물론 동물의 형태로 변할 수는 있다지만... 자신이 그럴 일은 절대로 없었으니. 저번에 갑자기 모두가 동물의 형태로 바뀌어져버린 그 대혼란 속에서도 자신은 그저 집 안 이불 속에 틀어박혀 벌벌 떨지 않았던가.
자신의 동물 모습은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 누구에게도. 잠시 두 손으로 구슬을 무의식적으로 매만지다가, 이내 은호 님께서 사라지시자 그제서야 정신을 붙잡고는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드렸다. 그리고 이내 들어가보자고 외치는 누리 님의 말씀에,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들어가봐요."
...부디 모두를 지켜주세요, '신' 님. 자신의 '신' 님께 조용히 기도를 올리고는, 이내 천천히 발걸음을 떼어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뭔가 고마워할 것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아이온을 바라보면서 난 그렇게 대답했다. 저것은 TV에서도 자주 보이는 흥, 따, 딱히 그런 것은 아니야. 그런 거 아닐까?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면서 모두와 함께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 안에는 횃불이 여기저기에 놓여있었기에 딱히 어두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마냥 밝은 것은 아니었다. 일단 모두가 충분히 걸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안은 상당히 넓었다. 물론 입구는 조금 좁긴 했지만...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와 우리의 발걸음 소리가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바람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 겨울이라서 그런지 조금 싸늘하긴 했지만, 그래도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이 안에 축복의 오로라를 만들 수 있는 수정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여기로 직접 온 것은 나도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조금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여긴 처음 와. 조금 기분이 묘해. 이런 동굴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 솔직히. 길은 스스로 알아내라고 엄마가 그러셨는데..어디가 길인 것일까. ...우으... 뭔가 내가 미숙한 신이 된 것 같아서 조금 슬퍼."
괜히 그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앞으로 걸어가는 도중, 곧 두 개의 갈림길이 보였다. 왼쪽은 바닥에 녹색 이끼가 살짝 끼여있었다. 얼핏 봐도 미끄러울 것 같은 길목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반대편 길은 이끼는 보이지 않지만 뭔가 잔돌멩이가 많은 느낌의 길이었다. 어느 쪽이건 그렇게 편한 길목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디로 가야할까? ...어디라고 생각해?"
일단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나 혼자서만 온 것이 아니라 모두 다 같이 온 것이었으니까.
"아니? 츤데레라기에는 숨기는 건 없으니까." 굳이 분류하자면 쿨뷰티나 순수 쿨이래. 라고 아무렇자 않게 답하고는 처음 와본다는 것과 길을 알아서 찾아내라는 것에 고개를 기울입니다. 일단 동굴이 커서 완전 끼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건 조금 안심이네. 그래도 탱거인 건 변하지 않을 것 같아서 조금 기분이 묘해졌다.
"그건 어느 쪽으로 가도 갈 수 있다는 것일지도 몰라?" 라는 분명 진담이라기보다는 농담에 가까운 말을 하고는 미숙한 신이라는 것에 누리가 미숙한 신일 순 있지만 미숙할 때만 가능한 것도 꽤 많거든. 이라고 덧붙이려 합니다.
"어디로 가는 게 좋으려나." 바보털이 마치 레이더처럼 움직이는 걸 보면 저건 신통술이 아닌데 말입니다.. 바보털이 가리킨 곳은.. .dice 1 2. = 2 1. 이끼 2. 잔돌멩이 로군요. 나는 여기로. 라고 말하려고 하나 봅니다.
누리도 이 동굴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단 말인가? 령은 어쩐지 불안해져가는 걸 감출 수 없었다. 신통술도 쓰지 못하는데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냐. 설마 그런 일은 없을 터였다. 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앞을 바라보았다. 아, 갈림길. 령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한쪽은 이끼, 한쪽은 돌맹이로 가득 찬 길이라...
모두와 함께 들어간 동굴 안은 생각보다 엄청 어둡지는 않았다. 여기저기에 놓여져있는 횃불 덕분인 걸까. 물론 완전 밝은 것은 아니었지만, 야생에서 자랐던 자신에게 있어서 이 정도의 밝기는 아주 밝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덕분에 꽤나 수월하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물론 추위를 잘 타는 자신의 특성 상, 바람이 불 때마다 살짝 싸늘함이 느껴져 두 팔을 교차해 붙잡고 살짝 몸을 부르르 떨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 외에는 크게 내색하지 않고, 꿋꿋이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러다 누리 님께서 긴장한 듯한 목소리를 내자, 드물게 곧바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누리 님께서는 미숙한 신 님이 아니세요. 제가 감히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는 걸까, 싶긴 하지만... 누리 님께서는 아직 신 님이 되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으니까 헷갈리시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태어난 이후로 모든 것에 대해서 엄청 헤매고 서툴렀는 걸요."
심지어 눈을 뜨고 날개를 퍼덕이는 것조차도. 그것을 말하며 헤실헤실 웃어보이는 모습은 마냥 순진해 보였지만... 지금처럼 그것을 해내기 위해서는 끝없는, 수많은 노력과 시도와 실패가 있었겠지.
아무튼 앞으로 계속 나아가다보니 눈 앞에 나타난 두 개의 갈림길. 녹색 이끼가 깔린 왼쪽 길과 잔돌멩이가 많은 오른쪽 길을 느릿하게 번갈아 바라보다, 누리 님께서 어느 길로 갈지를 물어오자 "...으음..." 하고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만에야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저는... 감히 말씀 드려보자면 오른쪽 길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왼쪽 길은 이끼 씨가 깔려있어서 미끄러울 것 같거든요. 그런데 아사 님이나 령 님이나 저는 날면 되지만 누리 님께서는 그것이 어려우실테니까..."
물론 이것은 그냥 자신의 추측일 뿐이었지만. 그래도 발이 좀 아프다고 하더라도, 미끄러져 넘어지는 것보다는 더 나을 것 같았다. 미끄러져 넘어지게 된다면 더욱 크게 다치게 될테니까.
아이온은 오른쪽 길, 령은 왼쪽 길, 그리고 리스는 오른쪽 길을 택했다. 나는 어디로 가면 좋을까. 일단 잠시 생각을 하다가 결심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여기서는...
"응. 나도 오른쪽 길이 나을 것 같아. 왼쪽 길은 미끄러워보이기도 하고.. 이끼는 오랫동안 발길이 없는 곳에 생긴다고 하잖아. 엄마는 매년 여기로 왔으니까 이끼 길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 무엇보다...습기가 넘칠 것 같아서 싫어."
그러니까 여기서는 오른쪽 길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나는 앞장서서 오른쪽 길로 향했다. 잔돌멩이가 많은 것 때문에 조금 가는 것이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가볍게 방해가 되는 돌멩이를 발로 차면서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면서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고마워. 리스. 하지만 아직 미숙한 것은 맞는걸. 가온이가 없으면 난 밖에 쉽게 다닐 수도 없고, 백호 언니의 조언이 없으면 아직 모르는 것이 많기도 하고... 그리고 엄마는 500년이나 나를 교육시키려고 하는걸. 내가 능숙한 신이라면,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조금 시무룩한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도중, 이번에도 두 갈래 길이 보였다. 잠시 길을 확인하기 위해서 나는 각각의 길을 확인해보았다.
왼쪽 길은 특별한 특징이 없는 어두컴컴한 길이었다. 말 그대로 안에 무엇이 있는지도 잘 보이지 않는 길목이었다. 그리고 오른쪽 길은 환한 횃불이 여기저기 들어와있는 길이었지만 입구 부근에 거미줄이 가득 쳐져있었다.
"...왼쪽 길은 아무것도 없고 어두운 길. 오른쪽 길은 거미줄이 있는 횃불이 들어온 길. ...어느 쪽 길이 맞을까. 이번엔?"
"500년의 교육은 그다지 길다고 생각하지 않아." "가온이랑 백호가 같이 다니는 건.. 살아온 시간이 다르니까. 걱정되는 거겠지. 경험치가 다르니까?" "게임으로 치면 가온이나 백호가 누리를 보는 건 좋은 장비를 가진 초보자를 보는 기분일지도." 어디까지나 아사의 기준이고 진지하지 않은 말입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500년이 짧다는 것도 아니지요. 그건 말을 하지 않은 채로 조용히 따라가려 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또 갈림길이네." 무어라 말하려 하던 찰나에 이번에는 어디로..? 라는 갈림길이 또 나타나자 흐흥.. 거리며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습니다. 어디가어디가 좋을까나.
"음..음.. 거미줄은 의외로 빨리 생기니까 횃불이 있는 쪽이 괜찮다고 생각해" 거미줄은 2주만 놔둬도 생기던데. 여기 1년에 한번씩이면 잔뜩 생기고도 남으려나..? 어두운 곳도 나쁘진 않겠지만. 간다면 횃불을 하나 들고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누리 님께서도 오른쪽 길을 선택하셨고, 그대로 먼저 앞장 서서 나아가는 누리 님의 뒤를 쫓아 졸졸, 병아리 마냥 뒤따라갔다. ...역시 맨발에 잔돌멩이들이 밟히는 건 조금 아팠지만. 그래도 날카로운 것들이 없어서 다행인 걸까요, 하는 생각도 해보면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갈 무렵, 누리 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조금은 시무룩한 목소리가.
"...아니요, 누리 님께서는 미숙하시지 않아요. 누리 님께서는 아직 태어나신지 1년 밖에 되지 않으셨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그래서 가온 님도, 백호 님도, 은호 님도, 누리 님을 걱정하셔서 그렇게 이것저것 알려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혼자서 능숙해질 수 있는 존재는 없으니까요. ...아, 물론 '신' 님께서는 다르시겠지만... 그래도... 제가 감히 '신' 님의 생각을 추측해보자면... 모두들 누리 님을 위해서 그러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누리 님께서도 마음을 조금 더 편하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소망을 담아 누리 님께 희미하게 미소지어 보였다. 그래, 애초에 1년만에 혼자서 모든 것에 능숙해지는 존재란 없었다. 그랬다면 왜 '교육'이라는 것이 있겠는가.
그래도... 모두들 누리 님을 가족이라고 생각하셔서, 누리 님을 소중하게 생각하셔서, 그렇게 행동하시는 걸테니까요. ...저는... 저는... 부러워요, 누리 님. 잠시 무례하고도 씁쓸한 감정이 피어나려했지만, 그것은 그저 미소에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대신 또다시 나타난 갈림길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아무것도 없이 어두컴컴한 왼쪽 길과, 입구에 거미줄이 쳐져있지만 횃불이 있는 오른쪽 길. 잠시 고민을 하다가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저는... 이번에도 오른쪽 길이 좋을 것 같아요. 일단 횃불 씨가 있다는 건 누군가가 이쪽 길을 예전에 가셨었다는 것일테니까요. 거미줄 씨는... 한동안 안 오셔서 자연스럽게 생겨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정답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자신의 '신' 님께서 알려주신 것일지도 몰랐다.
아이온과 리스는 이번에는 둘 다 오른쪽 길을 택했다. 거미줄이 있는 쪽이 맞을 거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나도 그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했다.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면서 나는 오른쪽 길을 바라보았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거미줄은 금방금방 생겨나는걸. 일단 횃불이 있는 곳이야말로 올바른 길이 맞다고 생가해. 그리고..."
이어 나는 아이온과 리스를 바라보았다. 둘 다 나를 위로해주는 것일까? 살아온 시간이 다르다, 그리고 혼자서 능숙해질 수는 없다. 모두들 나를 위해서 그러는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을 곱씹으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이야기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나, 하루 빨리 아주 멋지고 능숙한 신이 될게! 물론 아직 갈 길은 멀지만...그래도, 모두를 위해서 '즐거운 내일'을 만들고 싶은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야. 호은골에 아주 멋진 오빠가 있는데, 그 오빠가 늘 그랬거든. '기왕이면 즐거운 것이 최고'라고 말이야. 나에게 있어서는 아주 소중한 오빠야. 그러니까 나도 즐거운 내일을 만들고 싶어. 이 땅에 말이야."
그러기 위해서 더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거미줄을 헤치고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횃불이 닿는 그곳을 향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선 계속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바람 소리, 그리고 우리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는 도중, 저 앞 쪽에 무언가 물이 고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 물웅덩이를 바라보았다. 물을 마시고자 하다면 가볍게 축일 수 있을 정도의 양이 되었다. 계다만, 제접 크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생명체는 아무것도 없었다. 풀 한포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투명한 물만이 보일 뿐이었다. 이끼조차도 보이지 않는 그 물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나는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살아온 시간이 다르니까. 아무래도 먼저 간 입장으로는 흔들리지 않게 하고 싶겠지." 아마 그럴지도. 라고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홱 돌립니다.
"호은골에 소중한 오빠?" 잘은 모르는 일이지만 더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뿐인 거고. 라고 생각하면서 즐거운 내일이라는 것에 현대니까.. 동의할 수 있어. 라고 조용히 말합니다. 만일 고대였다면.. 글쎄요. 더욱이었을 수도, 괜찮았을 수도 있었겠지. 무표정하게 입을 다물고 걸어가다가 물웅덩이가 이상하지 않냐는 말에
"글쎄.. 나는 잘 모르겠어." 왜 물웅덩이가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지만 아무것도 없다는 듯한 물웅덩이를 보면서 이상하려나.. 라고 작게 중얼거리면서 바보털을 까닥입니다.
"설마 막 뛰어들면 수정이 있어요.. 는 아닐거야..?" 확신 없는 말을 하면서 쪼그려 앉아서 손끝으로 물을 콕콕 건드려 보려 시도합니다.
이번에도 오른쪽 길을 선택하자, 누리 님 역시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함을 표현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감사 인사. 누리 님의 씩씩한 다짐을 조용히 듣고는, 이내 부드럽게 두 눈동자를 접으며 웃어보였다. 그래, 아주 일순간이었지만 흐릿하지 않고 선명했던 미소를.
"...네, 누리 님. 누리 님께서는 꼭 멋지고 능숙한 '신' 님이 되실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지금도 엄청 멋지시지만... 앞으로는 더더욱이요. 누리 님께는 하실 수 있어요."
열심히 응원해드릴게요...! 두 손까지 작게 꼬옥, 주먹 쥐어가며 고개를 세게 끄덕끄덕였다. 누리 님께서는 '즐거운 내일'을 만드실 수 있을 것이었다. 분명, 그럴 것이었다. 은호 님 만큼이나 멋진 '신' 님의 모습으로.
아무튼 이내 곧 거미줄이 있는 오른쪽 길을 향해 다 같이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헤쳐지는 거미줄과 그 주인일 터인 거미에게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하는 것도 잊지 않고.
아무튼 그렇게 나아가다보니 저 앞에 보이기 시작하는 물웅덩이 하나. 동굴 안에 물이 고여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 웅덩이는 어딘가 모르게 조금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래, 제법 커다랗고 깨끗해보이는 투명한 물이었지만... 그 주변에 생명체라고는 하나도 없었으니.
그리고 이상함을 감지한 건 누리 님 역시도 마찬가지였던 듯 싶었다. 그렇기에 누리 님의 말씀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네, 왠지 모르게... 조금 불안해요. 너무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 씨가 살지 못 한다고들 하시던데..."
...이 물 씨도 그런 것일까요? 잠시 고개를 돌려 물웅덩이를 물끄러미 지켜보다 이내 천천히 그 쪽으로 걸어가서 살짝 몸을 숙여 그 안을 들여다보려 했다. 거미줄까지 쳐져있던 이 어두운 동굴 속에서 왠지 모르게 혼자만 너무나도 깨끗한 물웅덩이. 그 이질적인 분위기에 왠지 모르게 몸이 살짝 움츠러드는 듯한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똑같이 이질적인 자신 역시도.
내 말 때문인지, 모두가 물을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아이온도 그렇고 령도 그렇고 리스도 그렇고...모두들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이내 령이 물에 검을 담궜지만 검에는 딱히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온이 손 끝으로 물을 건드려보지만 역시 이상한 변화는 없었다. 혹시 몰라 리스처럼 물을 바라보았지만 역시 맑은 물만이 보일 뿐이었고, 특별히 이상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덧붙여서 냄새를 맡아보지만... 역시 이상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오히려 맑은 물의 냠새였다. 특별히 무언가가 섞인 것 같지는 않았다.
"....? 아무리 봐도 그냥 물 같긴 한데..."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조금 이상함을 느끼면서 아주 살짝 혀를 내밀어서 물에 담가보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눈이 번뜩 떠질 수밖에 없었다. 너무 맑고 시원하고 맛있는 느낌이 혀를 향해서 전달되었다.
"....! 맑아. 그리고 시원해. 그리고 맛있어."
어째서 이런 물에 아무것도 살지 않고, 다른 무언가도 살지 않는거지? 영문을 알 수가 없어서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이 물. 마셔도 되는 걸까? 일단 아주 살짝 맛을 보긴 했지만...너무 맑고 시원하고 맛이 좋아서 오히려 의심스러워. 괜찮은걸까? 이거?"
아무리 봐도 수상하다는 느낌을 떨치지 못하고 나는 가만히 그 물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이상해. 부자연스러워. 내가 너무 민감한 것일까?
"딱히 이상하다고 볼 만한 건 아닌데." 굳이 그걸 마셔야만 할 이유가 있을까? 라고 중얼거립니다.
"그 물 자체에 신경을 쓴다는 것이 그다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목적은 동굴을 통과해서 가는 거니까." "귀물은 사람을 홀리게 하기도 하니까." 물론 저 물이 귀물이냐 아니냐.. 라는 건 불확실하지만. 이 안에서 신통술을 못 쓴다는 것은 저 물이 수상한 건 신통술과 관계없으려나.. 란 생각으로 물을 미심쩍게 바라봅니다.
"아니면 누군가가 자진해서 다 마신 다음 반응을 볼 순 있겠지." 냉정한 말이라고 생각할 순 있지만. 적당히 말하려 합니다.
물웅덩이 내부를 빤히 지켜보았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냄새 역시도 그저 평범한 물의 냄새였을 뿐이었으니. 하지만... 뭔가...
"...! 누, 누리 님...?!"
그러나 누리 님께서 아예 혀를 내밀어 물을 마시자, 순간 깜짝 놀라 두 눈동자를 크게 뜨고 당황한 듯이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누리 님께서는 다행히 별 다른 이상 없이 그저 시원하고 맛있다고 놀랐을 뿐이었고, 그에 깜짝 놀란 마음을 애써 안도하듯이 가라앉히면서 작게 휴우, 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혹시 나중에라도 어딘가 이상해지시는 것 같다면 부디 꼭 말씀해주세요, 누리 님."
시간 차로 후에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때로는 있었으니. 걱정스런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결국 그렇게 얘기하다가도 잠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그러한 불안감이 없었다면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도 없었을 것이었다. 용기와 대담함도 중요했지만, 그만큼 신중함 역시도 중요했으니. 잠시 아무 말 없이 그 물 속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저 물 속에 들어가봐야 하는 걸까? 그러면 미끼가 된 듯이 무언가가 나타난다거나...
그런 생각도 해보다가, 이내 령 님과 아사 님의 말씀을 조용히 듣고는 천천히 한 손을 들어올리며 입술을 열었다.
"...그렇다면 제가 다 마실게요. 만약 이 물을 마셔야 한다거나, 이 물 속에 들어간다거나, 해야 한다면 말이예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하고 싶어요."
누리 님께서는 축복의 오로라를 둘러야 했고, 령 님께서는 검으로 모두를 지켜주실 수 있었으며, 아사 님께서는 지혜롭게 지식을 사용하실 수 있었다. 그러니... 그런 역할은 자신이. 당연하다는 듯이 그런 생각을 해보다가, 이내 천천히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누리 님, 은호 님께서 축복의 오로라를 두르실 때에도 혹시 이런 물 너머로 가셨던 건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그래, 애초에 아사 님의 말씀대로 자신들의 목적은 이런 물웅덩이가 아니라 축복의 오로라를 두르는 것이었으니. 이 물웅덩이 속에 입구나 길 같은 것이 있는 것이라면 모를까, 조금... 이상했다.
령과 아이온은 물을 마신다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인 느낌으로 이야기를 했다. 령은 확실하게 부정적인 입장이었고 아이온은 애초에 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냐고 말해왔다. 그리고 리스는...
"응?! 아니야! 아니야! 꼭 물을 마실 필요는 없어! 들어갈 필요도 없고! 그냥...그냥..조금 궁금했을 뿐이야! 이렇게 맑은 물인데 뭔가 조금 이상하니까. 아무것도 살지 않고 이끼도 안 보이고... 그리고 이상하고 그러진 않아. 솔직히 맛은 괜찮았거든. 그리고... 굳이 이 물 너머로 갈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 엄마는 물을 건너야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굳이 들어가진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애초에 다 들어갈 정도로 깊지도 않고 그냥 가볍게 목을 축일 수 있을 정도의 웅덩이일 뿐이니까. 아무튼 역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응. 조금 이상해서 본 것 뿐이지만 굳이 마실 필요는 없으니까. 아이온의 말대로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걸."
그러니까 다른 곳으로 가자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저쪽 방향의 길로 걸아가기로 했다. 이 물을 굳이 마셔야 한다거나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 역시 조금 수상하기도 하고. 하지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누가 여기에 인위적으로 물을 만들었다는건데..대체 누가?
영문을 알 수가 없기에 일단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지금 당장은 갈림길이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쭈욱 나아가는 길목이었다. 이대로 쭈욱, 쭈욱 나아가면 뭐라도 나올까?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남은 부분은 내일 하도록 할게요! 반응 레스를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저 당연하게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하려 했을 뿐인데, 누리 님께서는 깜짝 놀란 듯이 황급히 아니라고 얘기해왔다. 그에 조금 떨떠름하게 멍한 두 눈동자를 깜빡깜빡이며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굳이 이 물 너머로 갈 필요는 없을 거라며, 굳이 들어가진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이는 누리 님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다가 이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누리 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누리 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굳이 물을 마신다거나 웅덩이 속에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이었다. ...다만... ...역시, 조금 묘한 느낌이기는 해요. 자연적인 물웅덩이라면 하다못해 작은 이끼라도 있어야 할텐데, 그런 것도 없이 그저 완전히 깨끗한 물이라니. ...누군가가 일부러 물을 만드신 거라면...
잠시 조용히 생각에 잠기다가, 이내 다같이 다시 길을 걸어나가자 천천히 뒤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금부터는 갈림길이 나오지 않고 그대로 쭈욱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 길이었기에 한결 수월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신' 님. 부디 저희의 앞 길을 비춰주세요. 자신의 '신' 님께 가호를 부탁드리는 기도가 마음 속에 조용히 울려퍼졌다.
"그렇습니다!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 동굴을 통과하다보면 분명히 목이 마를 겁니다! 그렇기에 일부로 비나리에서도 가장 깨끗한 물만 모아서 거기에 있는 비어있는 웅덩이에 가득 담아뒀습니다! 하하하! 혹시나 먹는데 방해가 될지도 모르니 그 근방도 아주 깨끗하게 정리를 했습니다! 아마 그 물을 보면 정말로 맛있게 드실 겁니다!"
비나리 광장. 그곳에서 백호와 가온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가온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자랑하듯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백호는 그것을 들으면서 흐응...스러운 표정으로 가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물을 못 보면 아무런 의미도 없지 않아?"
"그럴리가 없습니다! 통과하는 구간에 만들어뒀으니 보기 싫어도 못 볼 수가 없을 겁니다! 따라가진 않지만 이 정도 도움은 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말로 자신만만하게 웃으면서 가온은 몸을 옆으로 틀었고 동굴이 있는 곳을 향해서 크게 외치듯이 이야기를 했다.
령 님께서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뚝, 뚝, 손으로 눈물을 닦아보지만 령 님의 눈동자는 다시금 촉촉히 젖어들어갔고, 결국에는 얼굴을 손으로 가려버렸다. 성스럽게 들려오던 캐롤 소리 역시 끊겨버렸다.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 줄기와 무감정한 석상만이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좋아한다. 자신이 평생 들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말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을 사랑해주는, 자신을 좋아해주는 누군가가 있었던가? ......없었다. 그런 존재는 없었다. 적어도 자신에게는. 론이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목소리는 쉬이 나오지 못했다. 령 님께서 눈물을 흘리실 거라고,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실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눈물을 그치게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몸이 천천히 움직여졌다. 령 님께 다가가 그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맞잡으려고 하면서. 자신의 온기로 조금이나마 진정시켜드리려는 듯이.
그리고 그제서야 천천히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담담한,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목소리가. 눈물도, 분노도 묻어나오지 않는 그 목소리와 얼굴 표정은 약간의 쓸쓸함을 제외하면 멍하고도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 격한 감정 변화의 물결 하나 없이 그 모습 그대로 자신의 과거를 조용히 읊고는, 이내 천천히 령 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래, 자신은 그저 고마울 뿐이었으니까. 자신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령 님께서 자신에게 일부러 상처를 주기 위하여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령 님께서는... 언제나 자신을 따스하게 대해주었으니까. ...그러니까, 부디 울지 말아주세요. 저의 '신' 님, 부디 령 님의 눈물을 가져가주세요.
천천히 손을 들어 령 님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지만, 그 전에 령 님께서는 씩씩하게 남은 눈물을 훔쳐내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자신을 마주 바라보았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마주쳐진, 령 님의 결연한 눈동자. 깊은 밤하늘과도 같은 검은색의 눈동자를 마주하다, 이내 부드러이 두 눈을 접어 웃었다.
"......그 말씀만으로도 충분해요, 령 님. 령 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걸 듣는 것만으로도, 저는 외롭지 않을 수 있어요."
자신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지금까지 있었던가. 과거를 떠올리면 지금은 말 그대로 천국과도 같았다. ...자신이 천국에 갈 수 있을리가 없었지만. 론이 함박웃음을 보였다.
"저도 령 님께서 꼭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령 님께서도 충분히 사랑 받으실 수 있는 존재이시니까요. ...령 님. '행복'을 바라실 때, 부디 언제든지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제 이름은 '행복'의 뜻이니 령 님께도 꼭 행복을 가져다드릴 거예요."
부드러이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리스, 리스.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리스'. 자신은 '행복'을 위하여 스스로 이름을 붙였었다.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스스로의 이름을 지었었다. 그것이 정말 '행복'이었을까? 너의 이름은 정말로 '행복'이었을까? 잠시 두 눈을 깊게 감았다 천천히 떴다. 그리고 령 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색이 다른 두 눈동자와 한 시야. 그 안에 령 님의 모습이 담겨왔다. 스테인드 글라스의 무지개빛이 내리쬐는, 우아하고 깊은 검은색으로 가득한 령 님이.
령 님은 자신을 좋아한다, 하였다. 자신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 어디에서도 자신이 상상하던 '신' 님의 모습은 없었다. 그것은 '신' 님이 아니라... '령' 님의 모습이었으니까. 혼란스러운 마음을 품에 안고, 잠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시선을 하얀 석상에게 두었다. ......'신' 님, 저는... 저는... 잠시 두 눈을 감았다. 자신도 령 님을 좋아했다. 령 님께서 행복하시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령 님의 것과는 다른 것일지도 몰라요.
"......저는... 령 님께서 원하시는 '사랑'을 드릴 수는 없겠지만... 대신 령 님께 다른 '사랑'과 '행복'을 서로 주고받는 '친구'... 가 되고 싶어요. ...괜찮을까요?"
한참만에야 느릿하게 감았던 두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령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눈동자를 부드럽게 접으며 선명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흐릿하여 금방이라도 빛 속에 사라질 것만 같은 미소가 아니라, 빛을 받아 더욱 따스하게 빛나는 듯한 미소를.
태어나고, 죽고, 다시 되살아났던 시간. 길지 않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이 누군가에게 먼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던가. 애초에 '친구'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자신이었다. 처음으로 친구가 생겼었지만, 그 친구 역시 이내 머나먼 곳으로 떠나가지 않았는가. 외톨이에게 '친구'란 있을 수 없었다. 론은 조용히 지켜보았다.
...하지만... 처음으로. 그래, 처음으로... '신' 님이 '신' 님으로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위대한 존재가 아니라, 순간이었지만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보여졌다. 그리고... 함께 외로움과 눈물을 떨쳐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피어났다. 그래, '신' 님이 아니라...
'령'과 함께.
/ 그리고... 령이의 말이 너무너무 예쁘고 우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엄청 갈등했는데... 리스의 성향 상 우정이라면 모를까, GL은 좀 힘들 것 같아서...(시선회피) 정말로 죄송합니다, 령주...!ㅠㅠㅠㅠ 그래도 리스를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965 >>967 ㅋㅋㅋㅋ그게... 리스는 '야생에서 자람 -> 번식을 하려면 이성 짝을 만나야 함 -> 성향은 HL이겠네!'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정해서...(시선회피) 물론 야생 동물들 사이에서는 동성애도 꽤 있다고 하지만 리스는 이성애를 가지고 있을 것 같아서 말이예요. :) 예상하셨었군요... 그리고 길이는 너무 이입하다보니 쓰고 싶은 게 많아져서...ㅋㅋㅋㅋ(창피) 오래 걸렸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