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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가 감탄하는 걸 본 령의 시선이 따뜻함을 띄고 있었다. 령은 다시금 웃었다. 역시 와플을 사오길 잘했다. 령은 와플을 다시 한 번 베어물었다. 크림이 흘러나오면서 제가 좋아하는 달곰씁쓸한 맛이 더욱 올라왔다.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리스가 좋아할 성 싶어 사왔는데 사오길 잘했나봅니다."
령은 다소곳하게 말하곤 다시 한 번 와플을 베어물었다. 너무 맛있었다. 딸기주스도 먹어볼까? 령이 쇼핑백 안에서 딸기주스를 꺼내 한모금 마셔보았다. 딸기의 상큼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아, 하마터면 몸을 부르르 떨 뻔했다. 앞으로 조심해야지. 령은 자기자신에게 되새기고는 딸기주스를 한모금 더 마셨다.
이야기해버렸다. 이를 어쩐다. 아마 거절당하겠지. 령은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자는 얘기를 한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원래는 그런 얘기를 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래. 이왕 그렇게 된 거 그냥 거절의 말이나 듣고 끝내자. 령은 다짐한다. 하지만 리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말 자신과 크리스마스를 보내도 괜찮겠냐는 것. 령은 눈을 크게 떴다.
"네. 물론이죠."
리스와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좋은걸요. 그 말은 삼키기로 했다. 령은 와플을 다시 베어물면서 초조함을 삼켰다. 그 다음으로 들려올 말은 승낙일까? 아니면 거절일까? 령은 할 수만 있다면 눈을 질끈 감고 싶었다.
아, 수락했다. 리스가 좋다고 말했다! 령은 뛸 듯이 기뻤다. 할 수만 있다면 리스를 껴안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참자. 참아야 한다. 령의 눈이 크게 떠졌다. 분명 놀라서 그런 것이겠지. 아, 리스의 얼굴에 미소가 꽃피워진다. 당신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저... 그... 수락해줘서 고마워요, 리스."
반쯤은 거절당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령은 얼굴에 홍조를 띄며 말했다. 이럴수가... 정말 자신이 크리스마스 날 리스와 시간을 보내게 될거란 말인가? 너무 기뻤다. 기뻐서 날아오를 것 같았다. 령은 베시시 웃고는 리스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보였다. 감사인사였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령 님. 령 님 덕분에 매번 이렇게 맛있는 음식 씨들도 먹어볼 수 있어서 정말로 기쁘고 죄송해요."
두 가지의 복합적인 감정이 담겼지만, 그럼에도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꼬옥, 두 손에 쥐고있는 신과크림 와플이 왠지 모르게 더욱 가치롭게 느껴지는 듯해, 무의식적으로 조금 더 힘주어 와플을 잡았다. ...저도, 역시 령 님께 뭔가 해드리고 싶어요. '신' 님을 기쁘게 해드린다면, 그렇게 해드리려면...
딸기주스와 와플의 달콤한 향이 맴도는 것을 느끼며, 이어지는 령 님의 제안에 적잖이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깜빡깜빡였다. 그러나 믿기지 않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정말이냐고 되물어봐도, 령 님께서는 오히려 더욱 확고한 답변을 들려주실 뿐이었다. ...저, 정말로 저와 크리스마스 씨를 같이 보내셔도...
잠시 침묵을 지키며 입술을 다물었다. 손 끝으로 매만지는 구슬은 꿈을 꾸듯 희미하게만 느껴졌다. ...그래, 이 '행복'이 금방이라도 사라질 신기루라면 차라리. 행복한 미소를 희미하게, 아니, 선명하게 얼굴에 환히 꽃피워냈다. 자신으로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제안. 되려 수락해줘서 고맙다며, 아예 고개까지 꾸벅 숙여오는 령 님의 반응에 놀란 듯 두 손과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가며 황급히 대답했다.
"저, 저에게 고개 숙이시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령 님...! 감사인사는 오히려 제가 해야 하는걸요. 저에게 먼저 제안해주셔서, 그리고 론도 함께 와도 괜찮다고 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사실 크리스마스 씨에는 론이랑 같이 인간계에 종종 내려가곤 했었거든요. 제가 가끔씩 찾아가곤 했던 곳이 있어서..."
예전에 자신이 신세를 지기도 했었던 곳. 그 때문일까, 아니면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일까. 오랜만에 다시 찾아가볼까, 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하지만...
"...령 님께서는 크리스마스 씨에 하시고 싶으신 것이 있나요? 령 님께서 괜찮으시다면 그 곳에 잠깐 가도 괜찮을까요? 아, 물론 령 님을 귀찮게 하지 않게 저 혼자만 잠깐 다녀와도 괜찮아요! 빨리 갔다올 수 있거든요, 저."
재빨리 덧붙이면서 령 님에게 조심스럽게 여쭤보았다. 물론 령 님께서 하고 싶으신 것을 함께 해드릴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 그곳에는 꼭 다녀오고 싶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