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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걸 만든다면 좋을지도 모르겠어." "자수같은 것도 할만하기는 하지만, 바늘은 손 다칠 수도 있으니까.." 보람을 느낀다면 좋은 거야. 라고 말을 합니다. 그렇지만. 아사는 보람을 느끼지 않습니다. 마치..
"그렇구나... 그러면 음... 며칠 뒤에는 정말 하루종일 쉬는 날이 있거든." 그 날 오면 되겠네. 라고 말합니다. 다행히도 그 날 대체 뭘 해야 하나. 라고 고민했던 것이 무색하게 할 일이 생겼습니다. 할 게 없는 게 아니었으니까 다 괜찮은 겁니다. 그리고 실을 들려는 리스를 보고는 왜 그러는 걸까. 라는 표정은 아니고 그냥 빤히 쳐다보다가
"같이 들어..?" 그리고 더 구매할 게 있냐는 것에 아. 아직은 괜찮아. 라고 말하려 합니다. 생기면 다시 오면 되니까.. 라고 말하려 하는군요.
이미 예전에 론을 처응 주웠을 때 거의 누더기나 다름 없던 론을 고쳤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으니. 그 때 수없이 찔렸었던 따끔한 고통이 새삼스럽게 다시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몸을 작게 부르르 떨었다.
"...그래도... 실력이 늘어서 나중에는 아사 님 말씀대로 다양한 걸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자수' 씨도 해보면서요."
그러면 자신 역시도 좀 더 많은 것들을 모두에게 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신' 님들에게도, 또 론에게도. 조금 더, 조금 더, 저는... 두 눈을 깊게 감았다가 느릿하게 떴다. 그리고 언제나와 같은 미소를 희미하게 내비쳤다.
"...그러면... 네. 그 날 찾아뵐게요, 아사 님."
감사한 마음을 담아 맛있는 것들도 함께 들고 찾아뵈어야겠어요. 아사 님께서는 무엇을 좋아하시려나요...? 으음, 고민하듯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그래도 빈 손으로 찾아뵐 순 없었으니 반드시 맛있는 간식이라도 들고 가기로 다짐했다. 그러다 아사 님께서 자신을 빤히 쳐다보다가 한 말에, 고개를 황급히 도리도리 저었다.
"아, 아니예요, 아사 님...! 저 혼자서도 충분히 들 수 잇으니까 괜찮아요. 말씀만이라도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도 뜨개질 바늘은 바느질 바늘에 비해서는 찔려도 크게 아프지 않으니까." 이렇게 끝이 뭉툭하잖아. 라면서 짜다 만 것의 흑단으로 만든 대바늘을 보여주려 합니다. 레이스 바늘은 좀 뾰족한 것 같지만 그것도 바느질 바늘에 비하면 무딘 편이지요.
"바늘에 찔리지 않을 정도로 자수 같은 거에 능숙해지면 재봉같은 것도 해보면 재미있을지도 몰라." 퀼트나 재봉틀로 만들어지는 것도 나름 흥미롭고 할 줄 알지만 지금 핸드니팅만으로도 벅찬 초보자에게는 함구합니다. 스스로 알아서 해보고 싶다면 모를까. 그리고 그 날 찾아온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지만. 내 걸 들고 있는 건 신세지는 것 비슷하니까." 정말 괜찮다면 모르지만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 걸지도몰라..? 라고 말하지만 안아든 것을 보고 차마 뺏지는 못하는지 무거워도 안 도와줄 거니까. 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돌립니다. 물론 무거워하는 기색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도와주겠지.
"그래. 돌아가자." 희멀건 얼굴에 웃는 듯한 표정이 희미하게 덧그려지지만 금방 돌아서서는 다시 온다면 데리고 올 지도 몰라. 라고 말하는 표정은 끝내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군요. 어쩌면 그냥 무표정이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으으.... 무리데시타..이어주시면 내일 이을게요.. 삔 탓인지 열이 나네요.. 항상 반깁스 할 정도로 심하게 삐고 나면 열이 좀 나던데 왜일까..
아사 님께서 보여주시는 대바늘을 신기하다는 듯이 기웃기웃,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바라보았다. 같은 '바늘' 씨라길래 같은 건 줄 알았는데... 다른 거였나봐요. 역시 아사 님께서는 똑똑하세요...! 존경과 동경의 마음이 더욱 커져갔다.
"...재봉... 이요?"
깜빡깜빡, 두 눈을 멍청히, 멀뚱멀뚱히 깜빡였다. 어쩐지 모르는 단어들이 수두룩하게 나오고 있으니... '뜨개질'이라는 거, 엄청 어려운 건가 봐요. ...끄응, 조금 걱정스러운 마음이 살짝 스멀거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사 님께 무려 직접 가르침을 받는 거니까, 저도 최선을 다할 거예요. 반드시, 꼭...! 불끈, 투지의 다짐이 가득했다.
"괜찮아요, 아사 님. 제가 아사 님께 해드릴 수 있는 게 많이 없으니까... 이런 작고 사소한 거라도 꼭 도와드리고 싶어요."
헤실헤실, 마냥 희미하게 웃는 그 표정에선 악함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로지 '신' 님을 향한 진심 어린 마음만이 있을 뿐.
"...아사 님께서 원하신다면 저는 얼마든지 따라갈거예요, 아사 님. 그러니까 언제든지 편할 때 불러주세요."
비록 아사 님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괜찮았다. 표정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 외의 것들로도 충분히 그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마냥 즐거운 듯 희미한 미소를 꺼뜨리지 않았다. 천천히 가게를 나서서 아사 님의 뒤를 졸졸, 종종걸음으로 열심히 쫓아가면서도.
"응. 달라."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재봉이라는 것이 익숙지 않은지 멀뚱히 깜박거리는 눈을 보고는 조금 애매한가.. 라고 생각합니다.
"뭐든지 깊이 파고들면 어려운 게 한두가지는 있으니까." 그래도 뜨개질만 한다면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을거야. 음.. 날아다니는 거랑 비슷한 느낌일지도. 라고 덧붙이려 합니다. 처음 날개짓을 하는 거랑 당연하게 여기게 된 것이라던가. 라는 비유로 나름 설명을 해주려 하는 모양이로군요.
"작고 사소한 것이지만.. 그래도.." 애매한 듯 맘대로 해도 좋지만. 이라고 중얼거립니다. 아냐. 언젠가 모두는 날 버려두고 저 멀리로 가버리겠지. 그 위협감과 어긋나버린 것을 말하지는 않으며 걸어가려고 합니다. 악이라고는 하나 묻어나지도 않는 얼굴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러면 놔두고 헤어지자." 집에 그것들을 놔두고 헤어지고 나면 편집과 강박에 삼켜지지 않게 도피해야겠다는 생각이 얼음조각이 온 몸에 들어찬 듯 꽉 채워지는군요. 어디로 도피할 건가요? 도피할 곳이 존재하긴 하나요? 있다니 다행인가요 불행인가요?
처음 알았어요, 아사 님의 말씀에 희미하게 웃음을 덧붙였다. 그것도 인간 씨들의 문화인 걸까요? 역시 인간 씨들은 신기한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것들을 다 알고 계신 아사 님 역시도 대단하시지만요!
"...아하...!"
이어지는 아사 님의 설명을 멍한 두 눈동자를 느릿하게 꿈뻑꿈뻑이며 들었다. 그리고 몇 박자 늦은 반응으로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날갯짓으로 비유가 된다면 자신 역시도 쉽게 이해할 수가 있었으니. 나름대로의 눈높이 교육이 제대로 효과가 있던 듯 했다.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사 님. 꼭, 꼭, 도와드릴게요. 그러니까...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그 어떤 잡일이라도 좋으니까 편하게 불러주세요."
순간 선명하고도 밝은 미소를 환하게 내비쳤다. ...저는 언제까지나 여기에 있을테니까요. 이 라온하제에, 이 다솜에. 저의 '신' 님을 찾기 전까지. 그리고... ...'죽음'이 저와 춤추기 전까지. 그러나 그것까지는 굳이 입에 담아올리지 않았다. 지금은, 지금은, 그저... ...언제나 다솜의 벚꽃나무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스'로서.
조용히 아사 님과 함께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던가. 이어지는 아사 님의 말씀에 한 박자 늦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사 님의 집에 아사 님의 실들을 조심스럽게 천천히 놓아두고는 다시금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그럼... 아사 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제가 언제든지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어한다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아사 님. 며칠 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마치 신신당부를 하듯 한 번 더 자신의 마음을 언급하고 나서야 허리를 천천히 꾸벅 숙이며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따스한 색의 두 눈동자가 접혀져 부드럽고 희미한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자신이 지닌 따스한 색들이 아사 님의 생각에 박힌 얼음조각을 조금이나마 녹여줄 수 있었을까? ...알 수 없었다. 다만... 언젠가는. 그래, 언젠가는.
크림색의 두꺼운 실들과 침묵을 지키는 론을 꼬옥 끌어안은 채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언제나 변함 없이 그 자리에 있는, 벚꽃나무 숲 속의 자신의 작은 오두막집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