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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작은 생명이 내려앉자 리스는 잠시 믿을 수 없다는 듯 새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내 친밀감의 표현일까요, 리스는 새를 꼭 끌어안고 볼을 부벼댔습니다. 새 또한 리스의 손길이 나쁘지 않았는지 조그만 두 날개를 살짝 푸드덕대며 재잘댔습니다. 카제하는 그런 리스와 새의 모습을 조용히, 흐뭇한 미소를 띄우며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순박한 두 생명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리스 공도 본인에게 있어선 하나의 고귀한 생명이오. 생명은 그 자체로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본인은 생각한다오. 리스 공이 다른 이들을 '신 님'이라 부르며 존중하는 것처럼 말이오. 그러니 너무 괘념치 마셨으면 좋겠소."
카제하는 무릎을 굽혀 리스의 눈높이를 맞추어, 온화한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상대에게 본의 아니게 설교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지요. 카제하는 이어진 리스의 대답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습니다. 할로윈과 은호랜드, 얼음 동상... 하지만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리스의 말 속에는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였습니다. 그동안 라온하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카제하는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말합니다.
"하하하... 어쨌든 지루할 틈은 없었겠구려."
그래도 라온하제도 라온하제대로 나름 잘 굴러가고 있는 것 같았기에 다행이었지요. 카제하는 먼 곳의 풍경을 바라보다 리스에게 넌지시 질문했습니다.
"그나저나 그대는 이 가리에 어인 일로 오신 것이오?"
다솜의 주민인 리스가 가리로까지 나올 정도라면 특별한 일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단순한 산책일 수도 있었지만요.
작은 새는 작디작은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연신 종알종알, 귀여운 목소리로 지저귀기 시작했다. 그러한 새의 모습이 귀엽기 그지 없어 자신도 모르게 볼을 부비부비, 계속 비비면서 그 저저귐에 "...네. 네. 그러셨나요? ...대단해요." 하고 간간이 대답을 해주었다. 배시시 웃는 그 모습은 사랑스럽다는 감정을 솔직하게 마음껏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다 카제하 님께서 직접 무릎을 굽혀 자신과 눈높이를 맞추어주자 몇 박자 늦게 놀란 듯, 멍한 두 눈매가 동그랗게 뜨여졌다. ...'신' 님께서... 지금 저를 하나의 고귀한 생명이라고 말씀해주신 건가요? 정말로요...? 믿기지 않았다. 그 다정하고 온화한 말씀도, 이렇게 직접 눈을 마주쳐주시는 몸짓도. ...제가... 환각을 사용한 걸까요?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사용해버린 걸까요...?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아래로 떨구었다.
"......"
알 수 없었다. 그저... 시선을 다시 천천히 들어올려 카제하 님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그리고 이내 입꼬리를 천천히 올려 희미하게,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릴 뿐.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카제하 님." 하고 덧붙여지는 목소리는 진심이었지만, 동시에 희미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자신의 대답을 고개까지 끄덕이여 경청하던 카제하 님께서는 결국에는 멋쩍은 웃음을 흘려보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야 자신의 말은 그만큼 정신 없고 횡설수설한 것들이었으니. ...비록 그것들이 전부 다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하더라도.
"...네. 그래도 정말로 재밌었어요. 카제하 님께서도 다음 번엔 같이 즐기실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말이예요..."
그럼 카제하 님께서도 즐거워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작게 덧붙여진 목소리는 조금은 아쉬운 듯이 시무룩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것도 이내 들려오는 카제하 님의 질문에 다시 천천히 희미한 미소로 바뀌어버렸지만.
"...저는 저의 '신' 님을 찾으러 다니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산책하듯이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이 가리의 들판의 풍경이 너무 예뻐서 그만..."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바라본 알록달록한 풍경은 여전히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때맞춰 불어오는 가을 바람 역시 기분 좋은 선선함을 품고 있었으니, 그로 인해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살며시 매만지며 그 선명한 풍경 속에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어우러지다가 이내 다시금 천천히 카제하 님 쪽을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똑같은 물음을 공손히 되물으며 고개를 살짝 갸웃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