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라온하제 공용 게시판 - http://linoit.com/users/ho3fox/canvases/Houen3
아사 : 025 캐릭터의 연애관은? 아마 없지 않을까.. 라곤 해도...음...음... 서로의 프라이버시 존중 및 거짓말 안하기.. 정도일까.. 024 캐릭터의 가치관을 한 줄로 정의해주세요.(좌우명) 아사: 日新日日新又日新... 정도? 물론 지식적 면일까. 084 글을 쓸 때의 버릇 아사: 딱히 없어. 깔끔하게 쓰기 정도? 이건 버릇이라기엔 그런가..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오늘도 어김없이 비나리 광장에 세워진 누리님과 은호님을 모델로 한 얼음상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요새는 날씨가 추워졌기에, 여름때와는 다르게 얼음상이 녹아내릴 걱정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방심하면 안되지만... 적어도 여름때보다는 나은 상황이다. 아무튼 그 얼음 동상을 뒤로 하고서 나는 은호님이 준 각본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신계 스트림 사이트에 올릴 동영상을 만드는 것이 나의 일이다. 은호님 말로는 인간계에서 하는 막...막...뭐시기가 엄청 재밌으니 우리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각본을 써봤다고 했는데 이거 이대로 정말 괜찮은 것일까. 나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은호님이 하겠다고 한다면 나는 그것에 따를 뿐이었다. 난 비나리의 관리자이니까.
아무튼 각본을 바라보면서 열심히 그 내용을 익혔다. 아직 손을 봐야 할 곳이 많으니, 모두에게 각본을 주진 않고 나에게만 보라고 주신 것이기에 그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얼음 동상을 뒤로 한 채,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아 나는 각본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기왕이면 완벽하게 하는 것이 좋을테니까. 오로지 그것만을 떠올리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계절은 어김없이 바뀌며 겨울은 다시 찾아온다. 해가 갈수록 길어지는 계절에도 별다른 감흥은 들지 않은 채로, 세설은 찬 기운이 가만히 내려앉은 비나리의 길을 걸었다. 잇새로 조금 새어나왔던 숨결이 흰 안개가 되어 공중으로 흩어지는 것은 가만히 눈으로 좇더라니, 흥미는 없는 듯 다시금 제 갈길을 재촉한다. 얼음상이 있던 광장. 딱히 목적지는 정하지 않은 채였지만 그리 되어버렸더라.
목도리와 품이 넓은 코트가 어울리는 계절에 목도리와 코트의 옷자락들이 펄럭이었다. 겨울이라고 해보았자 사시사철이 눈의 계절인 미리내보다는 온화한 수준이라 길거리 위에는 여러 신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지. 그 와중에도 어김없이 아는 얼굴은 있기 마련이였다. 좀 더 정확하게는, 익숙한 얼굴.
"무슨 일을 벌일 작정인가 보네?"
기척을 줄이고 벤치 뒤로 다가가 들고있는 종이를 흘긋 넘겨다본더니, 이게 또 내용이 터무니 없어 헛웃음과 섞어 내뱉은 말이였지. 눈썹 하나가 치켜올려지는 표정은 영 고까워 보였다. 세상에. 조금 더 순화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하는 걸까.
"...누가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개연성도 엉망이고, 표현은 왜이리 과격한건지. 시청률은 잘 나올지는 모르지만 프로그램의 질적으로는 완전히 떨어질거야. ...폐기하고 다른 각본가에게 맡기는 게 좋을 것 같군."
정말 누가 쓴건지 몰라서 하는 말인지의 여부는 모른다. 실은 짐작을 하고있으면서 이죽거리는 듯한 한마디를 던지고 있는 것인지.
각본을 조용히 읽는 도중 바로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각본을 내려놓고 뒤를 돌아보니 설 씨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이 곳 비나리에 놀러온 것일까? 잘 모르겠지만, 코트에 목도리까지 하는 모습으로 보아 추위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 추측을 하며 나는 각본을 덮은 후에 내려놓았다. 하긴, 날짐승들은 추위에 약하던가. 나 같은 털이 있는 짐승의 경우는 겨울이라고 해도 그렇게 춥지는 않지만... 그건 신이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일을 벌인다고 해야 할 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은호님의 지시입니다. 아무튼 안녕하십니까."
은호님의 지시라는 것만 이야기를 한 후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설 씨에게 인사를 했다. 뒤이어 들려오는 말, 누가 쓴 건진 모르겠지만이라는 그 말에 나는 침묵을 지키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은호님의 지시입니다. 아마 이대로 하게 될 겁니다. 설 씨가 끼이건, 끼이지 않건 그건 자유입니다만... 일단 저는 은호님을 보좌하는 이로서 이 각본을 숙지할 의무가 있습니다."
확실하게 이야기를 한 후에 크게 기지개를 켜며 이죽거리는 설 씨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설 씨를 바라보면서 물어보았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겨울이니, 미리내의 힘이 강해질 시기로군요. 혹시 미리내에 커다란 얼음이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조각을 할 만한 크기 정도로 말입니다."
인간계에는 막장드라마라는 것이 있다. 나는 그것이 무슨 재미인진 모르지만 엄마는 그 드라마가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가끔씩 인간계의 막장드라마라는 드라마를 집에서 보시고는 하니까. 물론 나는 그게 무슨 재미인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엄마는 재밌다고 하시니까 취향은 존중해줄 생각이다.
하지만 갑자기 이런 일이 시작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좋다. 우리도 한번 찍어보자꾸나!"
"엄마?"
어느 날, 엄마는 가온이를 불러와서 그렇게 이야기했다. 우리도 찍어보자고...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건 가온이 역시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엄마는 정말로 재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꺼운 책 비슷한 것을 가온이에게 내밀었다.
"이것이 일단 각본이니라. 요즘 드라마를 보면서 핫한 요소는 다 넣어봤느니라. 일단 좀 더 손을 봐야겠지만 대충 이런 느낌으로 흘러간다는 것만 알아두거라."
"저, 정말로 찍으실 참입니까?"
"나는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지 않느니라. 찍어서 신계의 스트림 홈페이지에 올릴 것이니라. 그러니까 확실하게 알아두도록 하라."
신계의 스트림 홈페이지. 말 그대로 동영상을 모두가 볼 수 있게 올린다는 이야기였다. 엄마가 저렇게 말을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한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고, 가온이와 백호 언니도 알고 있을 것이다. 저 각본엔 대체 무슨 내용이 쓰여있는 것일까?
"나름 재밌지 않겠느냐. 이것도. 그럼 준비는 맡기도록 하마. 가온아."
"아... 네!"
이어 가온이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준비를 위해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의 표정은 상당히 흐뭇하고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렇게 기분이 좋아보이는 모습은 꽤 오랜만에 보기에, 물론 나는 태어난지 1년 정도밖에 안 되었으니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내 기준으로는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후후..후후후..후후후후..."
이어 웃고 있는 엄마의 표정에 살짝 소름을 느끼는 것은....나만 그런 것일까? 그 표정에 나도 모르게 묘하게 몸이 부르르 떨렸다.
솔직히 아사는 이 두 반응이 둘 다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신에 따라서지만.. 아래쪽 반응은 가망이 없고..
아사는 극도로 위험한 SSS+급 마왕이다. 인조적 마법을 쓰며 사물에 손을 대면 말라 비틀어지는 능력이 있다. 옷감이 풍성한 여왕 드레스를 입고 있으며 벚꽃 무늬를 새긴 일본도를 무기로 사용한다. #마왕이_되었다 https://kr.shindanmaker.com/719292
아..아사야..?
아사: 008 지금까지 꾼 꿈 중에서 가장 끔찍했던 꿈은? 아이온: 꿈은 내 꺼니까. 끔찍하진 않아. 142 수학적인 머리는 어느정도일까요? 아사주: 솔작히 돌머리라도 40만년동안 살면서 매일 30분씩만 해도 20만시간×365인데요. 근데 머리 괜찮잖아? 251 눈치가 빠른편인가요? 아사주: 아사의 설정상으론 그렇습니다. 아사주가 눈새라서 글치.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아사의 TMI: 손가락을 뒤로 많이 꺾을 수 있음. #자캐의_TMI_진단 https://kr.shindanmaker.com/821858
미리내 쪽에 살면서도, 추위에 그리 강한 편은 아니였었지. 지금과 같이 겹겹이 입고 있는 것도, 바깥과는 대비되도록 항상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 가게도 나름대로 미리내의 혹한에 적응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지. 추위에 약하면서 무슨 이유로 미리내에 머무려고 하는건지
"은호의 지시였었나... 나랑 상관은 없는 일이 되겠네. 뭐 좋아."
그 벌이는 일마다 꾸준히 참여했었다는 것 치고는, 꽤나 시큰둥한 반응이였다. 어차피 설정값때문에라도 미래의 설은 막장드라마 제작에 참여하게 될읍읍....
"...빙해쪽으로 가서 유빙을 건져가도 괜찮아, 염분기가 있는 것이 싫으면 호수나 폭포 쪽으로 가는 편이 좋을거고. 슬 폭포도 얼어붙어서 빙벽이 형성될 시기니. ...그건 왜?"
그 짧은 의문엔 조각을 할만한 크기의 얼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의 의미는? 이라는 질문이 담겨있었던가. 여전히 처음 본 그 상태 그대로였던 얼음 동상쪽을 바라보았다. 여름에 만들어져 계절이 지나 추워졌다지만 여전히 상온을 유지하고 있는 비나리에서 동상은 녹거나 깨진 흔적조차 없었다. 그만큼 이 비나리의 관리자는 철저한 거라는지, 그 열정적인 면이 가끔 이상한 센스로 표출되는 것 빼고는 관리자로서는 본받아할 태도였다. 그래. 특히 성질머리 더러운 까치 말이야. ㅡ 뭔가 정신머리가 사나워서 글이 이상합니다... 하루 지나서 올린 거 죄송해요ㅠㅠㅠㅠ
애초에 은호님이 기획한 일 치고 지금까지 혼자서만 하던 일이 어디에 있었는가. 저렇게 말을 하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도 참가하는 이가 바로 설 씨가 아니던가. 아. 이건 그것인건가? 전에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 그러니까 뭐였지? 그러니까 그게... 고개를 갸웃하면서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설 씨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혹시 설 씨는 그겁니까? 츠...츤...어쩌고 하는 것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겁니까? 그리고 그렇습니까? 답변 감사합니다."
그럼 일단 조각을 할 정도의 얼음은 있다는 것이라는 이야기.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생각을 한 후에, 늑대 발톱 중 하나를 꺼내서 내 머리카락을 천천히 정리하면서 설 씨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냥 조각을 하나 해볼까 해서 물어본 겁니다. 기껏 갔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조금 그렇지 않겠습니까? ...무엇보다 또 다시 물에 빠져서 얼음 동상이 되고 싶진 않습니다."
다신 체험하고 싶지 않은 그 경험을 떠올리며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물론 은호님이 녹여주겠지만, 그거...영 하고 싶지 않은 체험이란 말이지.
이러니저러니 말을 하면서도 참여하잖아. 은호님이나 누리님이 호출하면 또 뭐야? 하면서 올 거잖아. 그런 느낌으로 빤히 설 씨를 바라보았다. 그저 가만히, 뚫어져라...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거 보니까 정말로 맞나봐. 저 튕기는 모습 봐봐. 속으로 그렇게 정의를 내렸다. 사실 설 씨가 어떤 타입이라고 하더라도 딱히 문제가 되는 건 없다. 관리자로서의 자질. 그것만이 중요할 뿐이지.
아무튼, 곧 은호님과 누리님을 거론하는 설 씨의 물음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만들어도 좋긴 하겠지만, 이번엔 딱히 그런 것은 아니었으니까...
"은호님과 누리님의 동상을 정말로 크게 해서 세우는 것도 좋겠지만 은호님이 강력 거부를 하기에 만들진 않을 생각입니다. 애초에 이번엔 커다란 것이 아니라 그냥 손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조각입니다. 그냥 선물용입니다. 그 이외의 용도는 없습니다."
그저 선물. 그런 것을 확실하게 하면서 나는 곧 들려오는 설 씨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방은 무척이나 깔끔했습니다. 모노톤과 금속성의 광택, 그리고 가죽과 나무 특유의 질감이 느껴지는 방 안에서 아이온은 업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다 마친 듯 얄썅한 만년필의 뚜껑을 잘 닫고 케이스에 넣고 무테안경을 벗어서는 안경집에 넣었습니다. 눈이 좋은 건 맞지만. 가끔 근거리가 애매할 때가 있어서 말이지요. 스트레칭을 위해 날개와 팔을 쭉 폅니다.
"아.. 이 시기인가..." 생각보다 꽤 늦었네. 라고 말하면서 날개를 운동시키듯 푸드덕 털어내니 깃털이 사방팔방으로 흩날렸습니다. 그래도 커다란 깃털은 한두개만 날리고... 나머지는 다 솜털이로군요. 아니 사실 솜털 날리는 게 더 청소하기 어렵지 않나요?
"그리고오... 마지막이 이건가.." 라고 중얼거리면서 바보털(이지만 실상은 거의 깃털)을 톡 건드립니다. 나중에 마지막으로 다 털고 나서는 한동안 바보털 없이 지낼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작은 깃털만 나면 괜찮으니까 말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습관적으로 바보털을 잡고 꾹꾹 잡아당기다가...
'툭' 하는 소리가... 어디서 들린 거지...?
"......." 긴 바보털이 동강났어! 약간 어어하는 표정이긴 하지만 금방 진정합니다. 어차피 빠지고 다시 날 거니까. 괜찮은 겁니다. 응.. 좀 약해져 있어서 그런 거겠지..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만. 미묘하게 기분이 저기압스러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정하게도 딱 잘라 말해버렸다. 의외로 할건 다 한다는 둥, 묘하게 순종적이라는 둥, 그런 말들을 영 마음에 들어 하는 편은 아니라는 듯 강하게 부정한다.
"흐응... 별일이 다 있네. 은호나 누리가 아니라... 누구에게 선물할건데?"
세설이 어떤 타입의 신이였던것인지는 중요한 것은 아니였지만, 적어도 가온의 이미지는 그런쪽으로 확실히 굳혀버린것이 틀림없었다. ...뭐 그런 가온에게도 은호나 누리 이외의 다른 이야기가 있을지도, 아니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세설이나 그외 기타 신들에겐 그런 면이 드러나지 않는것이겠지.
"...더 이상 말하면 그냥 빙해에 빠뜨려 버린다."
호수쪽으로 간다면 어떻게든 호수 얼음 밑에 가둬주마. 조용히 입속에서 되새기며 얼음 호수의 시린 푸른색과 같은 눈동자로 가온을 째릿 쳐다보았다.
말을 해도 상관은 없지만, 기왕이면 서프라이즈로 준비를 하고 싶었기에, 그것에 대해서는 비밀로 하기로 했다. 일단 그렇게만 대답을 한 후에 나는 조만간에 미리내로 찾아가기로 했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나는 은호님과 누리님에게만 뭔가를 주는 이미지로 박혀있는 것일까? 아니, 물론 그런 것도 없진 않지만... 그래도 묘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괜히 설 씨를 바라보며, 은호님과 누리님만 챙기진 않습니다! 그렇게 항변하듯 이야기했다. 그것이 사실이니까. 아무튼 그렇게 작게 투덜거리는 톤으로 이야기를 했다가 곧 나를 위협하는 듯한 목소리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 설 씨에게 이야기했다.
"설 씨가 저를 빠뜨릴 수 있다면의 이야기입니다. 그건!"
애석하게도 늑대라는 종족이 그렇게 허술하진 않다. 내가 미끄러진다면 모를까. 뒤에서 빠뜨린다고 해서 빠질 것 같으면 늑대를 못하지. 늑대는 이래보여도 천연의 사냥꾼이니까. 그렇기에 소용없다는 듯이 확실하게 이야기를 한 후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는 것을 멈추고 발톱을 다시 손 안에 쏘옥 집어넣었다.
설마, 아주 예전에 스탬프 할 때의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일단 그건 내가 아니라 다른 이가 한 것으로 이야기가 되어있을텐데. 적어도 그러할텐데. 역시 그 정도 변장으로는 속지 않는 것일까. 아니, 당연하다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은 내가 아니라고 우기는 것 뿐이었다. 물론 지금의 설 씨의 반응을 보면 전혀 먹히지 않을 것 같지만...
일단 이 주제를 계속 이어가도 좋을 것은 없었기에 다른 주제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슬그머니 나는 다른 주제로 바꾸는 것을 시도했다.
"아아! 그러고 보니, 설 씨가 운영하는 카페 말인데... 거기서 제일 많이 취급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언제 한 번 시간이 되면 찾아갈까 하는데..!"
그렇기에 빠르게 설 씨가 운영하는 카페 쪽으로 화제를 바꾸었다. 그리고 설 씨를 바라보면서 가벼운 질문을 툭 던졌다.
"카페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뭐가 있습니까? 그냥 음료만 팝니까? 아니면..."
다른 뭐라도 하나? 그런 것이 조금 궁금하기도 했기에 그런 질문을 하면서 나는 설 씨를 빤히 바라보았다. 좋아. 이 정도라면 주제를 바꾸는 거 대성공이야! 그런 거 맞겠지?
아무튼 음.. 크로스오버 날짜는 다시 또 12월 말에 일정을 잡겠지만..1월 초~중순 사이가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동화학원의 마법사들이 라온하제로 오는 수순이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들은 인간들을 맞이하도록 합시다. 신만이 할 수 있는 왕게임을 준비해보도록 하죠..크하하하하하! (씨익(사악(흑막미소(나쁜레주포스)
역시 이 정도로 말을 돌리는 것은 무리였던 모양이다. 다시 답해주길래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더니, 그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여러 의미로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시선을 돌리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아무튼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결국 주제를 돌리는 것은 실패했다는 것이었으니 그것이 중요한 것 아닐까?
일단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를 생각하다가 그냥 태연하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야기하는 것을 택하기로 했다. 그것이 좋을테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지. 이어 나는 늑대 발톱 하나를 꺼낸 후에 손으로 다시 머리를 긁적이다가 다시 쏘옥 발톱을 집어넣었다.
"따, 따, 따, 딱히 주제를 돌리고자 물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그 사이에 바뀔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지금은 겨울이니까!"
그렇게 우기면서 나는 괜히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참 스스로가 생각해도 구차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었다. 아무튼,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곧 설 씨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아무튼, 얼음 조각에 대해서는 비밀입니다. 알겠습니까? 비밀입니다!"
조금 거리를 가깝게 하면서 설 씨를 빤히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비밀이라고. 아무리 그래도 서프라이즈인데 알려지는 것은 뭐하잖아.
//토맛 토마토 맛 바꾸기..(동공지진) 그리고..와아아아! 멋진 세설이다..! 와아아아! (야광봉)
기꺼해야 얼음 호수에 빠뜨린다니. 단번에 잡아다가 같이 빠질테다. 둘 다 나란히 얼음 동상이 되고 말테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설 씨에게 이야기했다. 물론 설 씨가 정말로 빠뜨릴리는 없겠지만...그래도 지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은 해둬야 안심이 될 테니까. 더 이상 얼음 늑대 동상이 되고 싶진 않아. 그래도 늑대인데, 은호님의 보좌인데!
아무튼, 설 씨는 내가 부탁한대로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그에 조금 안심하며 꼬리를 천천히 흔들다가 꼬리를 멈추면서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일이 있으니 가보겠습니다. 슬슬, 신과나무가 얼어죽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 할 시간입니다."
신과 나무도 식물. 이런 추위에는 상당히 약했다. 그렇기에 지금 이런 시기에는 얼어죽지 않도록 더욱 신경을 써야만 했다. 슬슬 가서 손을 봐줄 필요가 있겠지. 고개를 끄덕인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설 씨를 바라보면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보자고 이야기를 한 후에 나는 과수원으로 향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서...
전 대체 왜 여기에 온 것일까요? 갑자기 빛에 흽싸이고 여기로 오게 되었고, 여우 꼬리와 귀가 달린 이가 자신은 신이라고 하면서 이번만 일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아차. 이게 아니지. 아니에요. 지금부터 여러분. 신들이 사는 세계, 라온하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라온하제는 참으로 평화롭고 즐거운 내일을 꿈꾸는 세계랍니다.
볼까요? 이곳은 라온하제의 중심인 비나리에요. 오늘도 중앙 광장에는 참으로 크고 웅장한 얼음 동상이 세워져있네요. 그리고 중앙 광장에선 모두가 각자의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각자가 무슨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는 지켜보도록 할까요? 자. 여러분! 우리 라온하제의 신들의 일상을 지켜보도록 해요! 과연 무슨 말들이 오가고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요?
아. 저 얼음동상은 아무리 봐도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요? 괜찮아요. 여러분! 비나리의 관리자인 가온이 알아서 감당할 일이지. 우리가 감당할 일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사소한 문제는 그냥 넘어가도록 해요. 지금은 신들의 모습을 지켜보도록 해요!
//배경은 비나리의 광장입니다. 그곳에서 각자 시간을 보내는 일상을 적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자유롭게 써주시면 되겠습니다! 8시까지 받습니다!
비나리의 광장, 중심부에서 다소 떨어진 곳. 령은 그곳에서 밴치에 앉아 한가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지나가는 신을 구경하기도 하고, 중간에 사온 신과 주스를 마시기도 하면서 나름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아아, 좋구나. 령은 다소 풀어진 표정으로 다른 신들을 바라보았다. 물론 검술을 연마하는 것도 좋고 바쁘게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평화로운 것도 좋지 않을까?
이곳은 비나리의 광장. 라온하제의 중심이자 다양한 행사들이 있을 때마다 은호 님께서 저희들을 부르셨던 곳이예요. 언제나와 같이 멍한 두 눈을 느릿하게 깜빡깜빡이면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몇몇의 '신' 님들의 모습. 다들 각자 평화롭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시는 듯한 그 모습은 '즐거운 내일'이라는 의미의 이곳과 정말로 잘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그에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두 손을 앞으로 모아 살짝 허리를 숙여 조용히 인사를 올렸다.
...'신' 님들의 평화로운 시간을 방해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기에 그저 말 없이 인사만 공손히 올리는 것으로 만족하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은호 님의 모습을 하고 있는 커다란 얼음 동상 쪽으로 향했다. 자신이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바로 저 동상이었으니. 그렇기에 그 은호 님의 얼음 동상 바로 앞까지 다가가고 나서야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들어 조각된 은호 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두 눈을 감곤, 두 손을 깍지 껴 가슴께에 모았다. 그리고 조용히 마음 속으로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
비록 여기서는 무릎까지 꿇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 기도의 내용은 분명 진심 가득한 것이었으리라.
어머나. 조류 신 세 명이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라온하제에는 아무래도 새와 관련된 신들이 많은 모양이에요! 정말로 어여쁜 신들이지 않나요? 이런 아름다운 신들이 모여사는 라온하제에 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글쎄요? 저도 빛이 번쩍해서 온 것인지라... 아무튼 라온하제의 신들은 그렇게 각자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있었답니다. 저 신과주스라는 것이 정말로 먹고 싶어요! 저도 어제 먹어봤는데 얼마나 맛있었는지 몰라요.
아무튼 갑자기 비나리의 광장의 동상 옆쪽에 무언가가 쿵하고 떨어졌어요! 그것이 무엇일까요? 저도 너무 궁금해지는 거 있죠? 하지만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라서 아무것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우응. 어떻게 해야 연기가 걷혀질까요? 그래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걷혀진답니다. 아무튼 연기가 걷혀지자 보이는 것은...세상에나! 저것이 무엇일까요?!
//
.dice 1 5. = 5 1.한복 차림의 은호 2.거대한 곰 3.꽁꽁 얼어붙은채로 얼음 속에 갇혀있는 가온 4.무언가 조금 더 성장한 것 같은 누리 5.뭔가 헬쓱한 백호
분명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과주스를 마시고 있던 령은, 갑작스러운 쿵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세상에나. 동상 옆에서 들리는 소리였나? 령은 벌떡 일어나 황급히 소리의 근원을 찾아가보았다. 연기가 모락모락 일고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연기가 걷혀지자 그곳에서 보인 건 헬쓱한 백호였다.
"괜찮아?"
령은 안색이 좋지 않아보이는 백호에게 말을 걸었다. 손을 내미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무슨 일 있는 걸까? 령의 얼굴에 걱정의 기색이 떠올랐다.
조용히, 열심히 기도를 올리던 중, 갑자기 옆 쪽에서 뭔가가 쿵, 하고 떨어지자 드물게 곧바로 깜짝 놀라 고개를 팍 치켜들고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연기. 시야를 가리는 그 연기에 잠시 집중을 하듯이 눈을 살짝 찌푸리며 연기의 너머를 빤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 연기가 걷혀지면서 나타난 건... ...왠지 모르게 뭔가 헬쑥해 보이시는 백호 님...?
"! 배, 백호 님!"
그에 놀란듯이 멍했던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황급히 그 쪽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백호 님의 바로 앞에서 멈춰서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백호 님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조심스럽게 여쭤보았다.
"...괘, 괜찮으세요, 백호 님...? 혹시 어디가 아프신 건가요...?"
'신' 님께서 아프시다면 곧바로 약을 구하러 뛰어나갈 것만 같은 모습으로, 조금은 안절부절 못하듯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 했다.
쿵 하는 소리가 나는 것에 아사는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러고보니 새들은 고개를 좀 많이 돌릴 수 있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한데...는 아사주가 기억이 안 나네요. 그렇지만, 지금은 신의 모습이니까, 적당히 몸과 함께 고개를 돌려서 보면 웬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백호?" 왜 안색이 해쓱한 건지는 모르겠네. 라고 고개를 갸웃하고는
"혹시 떡 먹다가 체했어?" 라고 타당한 추론을 내봅니다. 백호-먹을 것을 좋아한다. 해쓱하다. 체한 것일지도 모른다. 라는 논리적 귀결이었으니까.
우리 라온하제 친구들은 정말 마음씨가 착한 것 같아요. 저기에 있는 령은 괜챦냐고 물어보면서 손을 내밀고 있고, 리스는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고 있고, 아사는 체했냐고 물어보고 있네요. 역시 즐거운 내일이 가득한 이곳에선 착한 이들이 많은 모양이에요. 아무튼 백호는 모두의 말에 꼬르륵 소리를 내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자. 뭐라고 하는지 들어볼까요? 한 번?
"배가 고파..."
저런. 배가 상당히 고픈 모양이에요. 백호는 전부터 먹을 것을 정말로 좋아하던 여우 수인이에요. 아무래도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핼쓱해진 모양이에요. 그러면 백호에게 필요한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그래요! 먹을 거죠! 잘 들어보면 알겠지만 백호는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걸 먹고 싶어. 그러니까...( )"
//
.dice 1 5. = 5 1.너희 셋 중에 한 명이 훔쳐간 나의 밥이야. 2.가온이가 뺏어가버린 내가 먹던 고기야. 3.은호님이 강제로 못 먹게 가져가버린 애플 파이야. 4.오늘 먹을 예정이었던 11번째 식사야. 5.저기 커다란 얼음 동상이야.
배가 고프단 말에 걱정기가 가득하던 령의 표정은 황당함으로 변해버렸다. 지금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령은 내밀었던 손을 거둬들이고는 백호를 바라보았다. 백호는 먹고싶은 것을 얘기하는 중이었다. 다음 순간, 백호는 얼음 동상을 먹고싶다고 얘기했고 령은 다시 한 번 더 당황한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장난하지마, 백호. 저건 가온 씨가 힘들게 제작한 동상이야."
그리고 은호님의 모습이 새겨진 동상이기도 하지. 령은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백호와 얼음 동상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백호 님의 배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나는 순간 굳이 동물의 본능적인 감각이 아니더라도 직감할 수 있었다. ...백호 님께서는 배가 고프셔서 그랬던 것이었군요. 이어지는 백호 님의 대답 역시 그것을 뒷받침해주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백호 님께서는 음식 씨들을 좋아하셨으니까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식량과 허기짐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으니. 생존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 중 하나가 아니었던가. 그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바꾸지 못하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면서 백호 님께서 좋아하실만한 음식들을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네...에...?"
이어진 백호 님의 말씀에 한 박자 늦게 놀란듯이 어벙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천천히 백호 님과 얼음 동상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약한 동공지진이 그 뒤를 뒤따랐다.
"...어어... 배, 백호 님께서 드시고 싶으시다면 드시게 해드리고 싶지만... 저것은 가온 님께서 직접 만드신 멋진 동상 씨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은호 님의 모습이셔서... 어..."
약간은 횡설수설하듯이 이런저런 회유의 말들을 설득하려는 듯 얘기하다가, 결국에는 두 손을 입가로 올려 손가락으로 입가를 가린 뒤, 조심스럽게 부탁을 하듯이 백호 님을 올려다보았다.
"......혹시 저 얼음 동상 씨 말고 다른 음식 씨를 말씀해주신다면 제가 대신 그것들을 구해올테니... 그걸로는 안 될까요, 백호 님...?"
으응. 배가 고파서 그렇구나. 라고 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뭘 먹고 싶다는 말에 들어보려 합니다. 그걸 먹으면 되는데 왜 그러는 걸까나...는
"얼음 동상?" 얼음 동상이 먹고 싶은 거야? 라고 되묻듯 말하면서 백호를 바라봅니다.
"나아는 먹어도 별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얼음 동상 저거 옛날 버전 말고 신버전으로 다시 세우는 것도 주기적으로 하는 게 좋고. 솔직히 신도 바뀌는데 옛날 모습 계속 서 있으니까 부끄러워하는걸지도 몰라. 가온이 배려력 묘하게 부족?이라고 말하는데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군요.
아사: 같은 걸 항상 세워두면 볼 때마다 괴로울 지도 모르니까 특별한 것도 해놔야지. 예를 들자면 주기적으로 바꾸는 거야. 얼음동상. 목조건물. 과자동상. 모래조각 등등으로. 그리고 얼음동상은 아라의 이들에게 제공해주고, 과자동상은 파티를 하고 목조건물은 거대한 캠프파이어로 만들고 모래조각은 대회를 열 수 있...(솰라솰라) 아사주: 뭔 생각이 그리 많아(질림)
얼음동상이 정말로 맛있어보이는 모양이에요. 백호는 지금도 저 얼음동상을 바라보면서 침을 꿀꺽 삼키고 있는걸요? 하지만 령과 리스는 그것을 먹으면 안된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러자 백호의 귀와 꼬리가 추욱 늘어지네요. 저런. 정말로 먹고 싶었나봐요. 혼난 강아지가 지을법한 표정을 바라보면서 둘을 바라보고 있네요. 하지만 아사가 먹어도 별 상관없을 거라고 이야기를 하네요. 그러자 어머나 세상에. 다시 귀와 꼬리가 추욱 올라왔어요. 하지만 어떻게 먹을 거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저도 궁금하네요. 저렇게 큰 얼음 동상을 어떻게 먹을 생각인걸까요? 한 입에 먹기에는 너무 크죠? 얼핏 봐도 훨씬 크고 크고 거대한데.
"역시 내 편은 아사밖에 없어! 아무튼 어떻게 먹을 거냐면... 이렇게 먹을 거야. ( )"
.dice 1 3. = 2 1.그냥 망치로 깨서 먹으려고 생각 중이야. 2.사실 저건 얼음이 아니야. 거대한 설탕으로 만든 거야. 3.시럽을 뿌려서 먹으면 될 거야.
한편 백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빠르게 달려와서 거기에 멈춰섰어요. 세상에. 저것은 저 동상을 만든 가온이에요. 아무래도 지금까지 농사 일을 하고 왔나봐요. 겨울인데 무슨 농사냐고요? 에이. 여긴 신들이 사는 신계잖아요. 그러니까 넘어가도록 해요! 아무튼 가온은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모두들, 백호 선배가 그것을 먹게 하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사실 그건.... ( )"
.dice 1 3. = 2 1.이 라온하제의 국보 제 1호인 얼음 동상입니다. 제가 정했습니다! 2.백호 선배의 안에 있는 먹염룡을 깨우게 되는 봉인의 동상입니다! 3.사실 한 입만 먹어도 배가 부르는 라온하제 비밀의 식재료 덩어리입니다!
//....선택지를 넣으면서도 아무말대잔치가 되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고로 9시까지 받겠습니다!
마치 혼나서 시무룩해진 강아지처럼 귀와 꼬리를 추욱 늘어뜨리는 백호 님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하여 눈에 띄게 동공지진을 일으켰다.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살짝 우왕좌왕, 백호 님 쪽을 향해 살짝 뻗었지만 결국 토닥토닥을 해드릴 자격이 없다는 생각으로 갈 곳을 잃은 채 멈춘, 작게 파들파들 떨리는 두 손은 덤으로.
그러나 아사 님의 허락이 떨어지자 백호 님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런데...
"...설탕... 이요?"
설탕이 무엇인지는 자신도 이제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 동상 씨는 가온 님께서 얼음으로 조각하셨다고 하시지 않으셨...
그러나 자신의 그러한 혼란이 채 해결되기도 전, 누군가가 빠르게 이곳으로 달려와 멈추었고, 그 쪽을 한 박자 늦게 돌아보니 가온 님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인사를 올릴 틈도 없이 들려오는 얼음 동상... 아니, 설탕 동상의 비밀에, 이제는 머리가 핑핑 돌 지경이었다.
"......그,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 거죠...? 백호 님께서는 드시고 싶다고 하시고, 가온 님께서는 안 된다고 하신다면... 은호 님께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요...?"
'신' 님들끼리의 의견 충돌은 자신이 어찌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을 터이니. 그렇기에 일단 혼란스러움을 애써 가라앉히려 노력하면서 여쭤보았다.
아무래도 지금 이 상황을 령은 납득하지 못하는 모양이네요. 하지만 이것은 막장 드라마인걸요. 납득을 하건 납득을 하지 못하건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에요! 원래 막장드라마가 개연성 따지고 보는 그런 것은 아니잖아요? 원래 이런 것은 그런 거 안 따지고 욕하면서 보는 것이 원칙이에요. 세상에. 은호님도 그렇다지 뭐예요? 아무튼 계속 저 이야기를 지켜보도록 해요.
아무튼 리스는 우왕좌왕을 하고 있고 아사는 이 와중에 먹염룡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어요. 그리고 백호는 더욱 굶주린 표정으로 배고파를 외치고 있네요. 아무튼 그 모든 것을 바라보며 가온은 동상쪽으로 간 후에 누리를 본딴 동상의 다리를 살짝 긁어서 약간의 조각을 가지고 오네요. 그리고 모두에게 말해보고 있어요. 한 번 맛을 보라고 말이에요. 세상에. 어머나. 정말로 달콤한 모양이에요. 정말로 설탕으로 만든 조각이 맞는 모양이에요! 저렇게 큰 동상을 설탕이라고 속이고 있었다니! 역시 신들의 세상에서 불가능한 것은 없나봐요!
아무튼 가온이의 설명이 이어지는 모양이에요! 모두들 귀를 기울여서 잘 들어보도록 해요!
"먹염룡은 과거 라온하제를 집어삼키기 위해서 활동했던 거대한 용을 의미합니다. 그 용은 언제나 배고픔에 시달리고, 모든 것을 먹어치우려고 합니다. 그래서 은호님은 과거, 먹염룡의 힘을 빼앗아서 사탕 속에 봉인했습니다만, 그만 그 사탕을 백호 선배가... 그 후로 그 먹염룡은 백호 선배 안에 봉인된 상태입니다. 먹염룡의 힘은 제가 받은 후에 얼음동상처럼 꾸민 저 설탕 동상 안에 봉인을 해뒀습니다. 몰래 비밀로 하려고 했지만 드디어 들킨 모양이군요. 그리고..먹염룡은..."
어라. 가온이가 뭔가를 망설이는 것 같아요. 대체 가온이는 뭐라고 할까요? 일단 들어보도록 해요!
"먹염룡은 사실.... ( )"
//
.dice 1 5. = 1 1.한 대만 맞아도 죽습니다. 2.저의 배다른 동생입니다. 3.먹염룡. 은호님 딸입니다. 4.라온하제의 전 지배자입니다. 5.사실 조류입니다.
편하게 편하게 반응하시면 됩니다! 그냥 막장성과 혼란을 즐기면 되는 거니까요! 9시 30분까지 받을게요!
세상에. 맛을 보니 정말 설탕 동상이 맞았다. 저 크나큰 동상을 어떻게 지금까지 얼음 동상으로 속일 수 있었지? 아무튼 정말로 대단하다. 령은 머리에 매달린 방울 장식을 손으로 톡톡 치며 가온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먹염룡이 라온하제를 침공했는데 그걸 은호님이 봉인하고 백호가 봉인된 먹염룡이 든 사탕을 먹었단 소리구나. 령은 납득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런 3류 신파극같은 스토리가 다 있나 싶었지만 납득은 한 모양이다. 그러나 가온이가 말한 마지막 말에 령은 눈을 치켜떴다.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세상에. 맛을 보니 정말 설탕 동상이 맞았다. 저 크나큰 동상을 어떻게 지금까지 얼음 동상으로 속일 수 있었지? 아무튼 정말로 대단하다. 령은 머리에 매달린 방울 장식을 손으로 톡톡 치며 가온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먹염룡이 라온하제를 침공했는데 그걸 은호님이 봉인하고 백호가 봉인된 먹염룡이 든 사탕을 먹었단 소리구나. 령은 납득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런 3류 신파극같은 스토리가 다 있나 싶었지만 납득은 한 모양이다. 그러나 가온이가 말한 마지막 말에 령은 눈을 치켜떴다.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갑자기 들이닥친 이런저런 일들에 곧바로 적응하지 못한 채, 결국에는 조금 우왕좌왕하며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작게 끙끙거릴 뿐이었다. ...'신' 님들께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은데...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그렇기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어드리려 머리를 열심히 굴려보면서도, 가온 님께서 가져오신 약간의 동상 조각을 공손히 두 손으로 받고는 고개를 살짝 꾸벅, 숙이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덧붙였다. 그리고 조심히 그 조각을 입에 넣어보니 느껴지는 달콤함. 그에 자신도 모르게 행복한 듯이 표정이 나른하게 화아아, 풀리려는 것을 간신히 막아냈다. ...지금 같은 비상 상황에서 풀어질 수는 없어요...!
그렇기에 애써 정신을 다잡고는 이어진 가온 님의 설명을 경청했다. 그러니까... 먹염룡 씨를 봉인했지만 그 봉인된 사탕을 백호 님께서 드셨다는 것일까요? ...백호 님께서는 괜찮으신 걸까요...? 걱정스럽게 백호 님을 바라보다가, 이내 가온 님께서 먹염룡의 비밀(?)을 말씀해주시자 살짝 동공지진을 일으키는 멍한 두 눈동자를 느릿하게 깜빡였다.
"...그... 그래도 이제는 먹염룡 씨도 참회하셔서 예전과는 달리 착해지시지 않으셨을까요? 한 대만 맞으셔도 죽어버리신다니... 그래도 죽이는 건... 조금..."
시선을 피한 채 양 손가락들로 입가를 가린 탓일까. 묘하게 살짝 떨리는 듯한 목소리가 끝으로 갈수록 웅얼거림으로 바뀌어 작게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그래도... ...죽이는 건 싫어요.
여기서 또 의견이 갈라지고 있어요! 아사와 령은 그냥 한 대 치면 안되냐고 그러고, 리스는 그러면 안된다고 말을 하고 있네요! 특히 리스는 정말로 크게 충격을 받은 모양이에요. 목소리가 상당히 떨리고 있는걸요. 그 모두의 말을 들으면서 가온은 일단 백호를 붙잡아두면서 모두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이번엔 또 어떤 충격적인 전개를 보여서 우리에게 팝그작을 시전하게 해줄까요? 어디 한 번 들어봐요! 가온아! 이야기해줘!
"...사실 죽이면 안됩니다. 만약 죽이게 되면 그 이후에 존재하는 다른 룡 3총사가 나타나서 훗. 그놈은 우리들 중 최약체다. 우리 일족의 수치였지. 그런 말을 하면서 나타나게 되니 곤란하다고 은호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봉인을 한 것입니다."
저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전개 같은데 뭐 어때요? 막장드라마가 원래 다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잖아요? 그게 그 이야기이고, 그게 그 이야기인걸! 재벌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만 해도 이건 충분히 다른 개성적인 드라마에요! 네? 끼워맞추기 아니냐고요? 에이. 왜 이러세요. 원래 이 바닥이 다 이래요!
아무튼 백호는 지금도 먹염룡에게 지배당하고 있는지 마구마구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어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온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무언가를 꺼냈어요. 아니...이건 김치...?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먹염룡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것은.. 이 김치입니다. 이 김치를...( )"
령은 기가 찬다는 듯이 말을 하고는 여전히 배고파하는 백호를 바라보았다. 아무튼간에 백호는 지금 먹염룡한테 지배를 당하고 있는 건가? 생각해보니 먹염룡이 한대 쳐도 죽을 정도면 다른 용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그냥 싹 다 쓸어버리면 안될까? 령은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고는 김치를 들어올려 두유 노우 김치라는 괴이쩍은 말을 외쳐야 한다는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저건 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질문 중 하나인 두유 노 김치 아닌가요?! 그렇군요! 먹염룡도 외국산이라서 아무래도 그 질문을 들으면 진절머리가 나는 모양이에요! 그런 원리인 것으로 알도록 해요! 너무 신경쓰면 지는 거니까요! 아무튼 모두가 각각 두유 노 김치를 외치자 백호는 엄청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그리고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네요.
"그 질문 너무 식상해!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그래도 김치는 먹고 싶어! 으아아앗!"
이어 백호가 털썩 주저앉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아무래도 정말로 먹염룡이 퇴치가 된 모양이에요. 우와아! 이렇게 설탕 동상이 깨질 위기는 모면되었어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온은 박수를 치면서 모두를 바라보고 있어요. 모두의 활약 덕분에 기분이 아주 좋은 모양이에요.
"모두 잘하셨습니다! 덕분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 가온은 싱긋 웃으면서 모두에게 무언가 말을 하고 있네요. 이번엔 또 무슨 말일까요? 괜히 궁금해지는 걸요?"
이 이야기가 짜여진 각본이라는 것 즈음은 저번에 가온에게서 보았기 때문에 이미 눈치를 채고 있으렸다. 그렇다고 쳐도, 아무리 조선 적부터 이 땅에서 살아온 본토종 까치라지만 도저히 못 봐줄 광경이였었던 것 같다. 결국 머리가 아파오는 것인지 관자놀이를 꾸욱꾸욱 누르며 고개를 돌린다.
이 와중에 NG성 발언을 하고 있는 세설이의 발언은 모두들 무시하도록 해요. 아직 드라마 끝난 거 아니잖아요? 오프 더 레코드가 아니니까요! 아무튼 김치 워리어가 거론되기도 하고 김치를 신기하게 보는 이가 있기도 하고, 김장의 힘든 점을 말하는 이도 있네요. 그래요. 김장은 정말로 힘드니까요. 아무튼 결론은 우리 땅에서 자란 김치 최고에요. 신토불이 만만세! 어머. 저도 모르게 아무말 대잔치를 하고 있네요.
아무튼 김치를 다시 어딘가로 전송시킨 가온은 백호를 바라보고 있네요. 백호는 아직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아무래도 제대로 정신을 잃은 모양이에요.
"백호 선배는 제가 집으로 모셔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김치는 처음 봅니까? 먹으면 맵습니다. 그리고 전 홍보 대사가 아닙니다! 그런 일을 한 적은 없습니다! 전 그저... ( )"
.dice 1 3. = 1 1.따, 딱히 김치가 좋아서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착각하지 말아주시죠! 2.여러분들의 활약이 대단해서 말하는 것 뿐입니다! 3.별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말해봤습니다.
아무튼 가온이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저쪽에서 이 땅의 지배자, 은호님이 천천히 걸어오고 계시네요. 그런데 은호님의 모습이..어머. 제가 착각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지금 보이는 것은...
//
.dice 1 3. = 3 1.은호는 PPAP를 추면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2.은호는 그냥 평범하게 걸어와서 멈췄다. 3.은호는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사실 내가 먹염룡이다! 4.은호는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잘 성장해주셨군요. 라온하제의 용사님들이여. 이제 모험을 떠날 때입니다. 5.은호는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김치 최고니라!
세설 님께서는 뭔가를 알고계신 듯한 모습을 보이셨지만, 그에 대해서는 그저 고개를 살짝 갸웃하는 것으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 ...왠지 여쭤보면 안 될 것만 같은, 그런 동물적인 본능의 감각이...
아무튼 백호 님께서는 아예 정신을 잃은 듯이 미동조차 없었기에 걱정스러운 마음은 커져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가온 님께서 백호 님을 집으로 모셔가신다고는 하셨지만... 그래도. ...백호 님께서 빨리 나으시기를 감히 기도할게요. 조용히 두 눈을 감고 자신의 '신' 님께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네. 백호 님을 잘 부탁드릴게요, 가온 님. 그리고 네, 김치 씨는 처음 봤어요. ...역시 매운 맛이군요, 김치 씨는..."
먹으면 큰일 날 거라는 짐작이 들어맞았다. 매운 맛은 자신에게 있어서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너무 크고 괴로운 자극이었으니. 그렇지만... ...가온 님께서는 김치 씨를 좋아하시는 걸까요? 잠시 가온 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납득을 하듯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것이 오해일지도 모른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그러다 은호 님께서 천천히 등장하시자 한 박자 늦게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그런데...
"...네...?"
은호 님께서 먹염룡이시라구요...? 약했던 동공지진이 순간 세차게 흔들리는 동공지진으로 바뀐 듯 했다.
"...으, 은호 님께서 스스로를 봉인하셨던 건가요...? 그리고 지금까지 백호 님과 얼음... 아니, 설탕 동상 씨에게도 봉인되어 계셨던 건가요...? 게다가 한 대 맞으시면 으, 으, 은호 님께서는...?"
양손으로 입가를 가렸지만 그럼에도 목소리가 파들파들 떨릴 수밖에 없었다. 혼란스러움과 당혹감, 그 모든 것들이 뒤섞였으니. 어버버거리는 모습과 동그래진 눈매가 묘하게 얼빠진 듯이 멍청해보이는 순간이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건가요?! 세상에. 은호님이 알고보니 먹염룡이었다지 뭐예요?! 그래요! 이런 생각도 못한 반전요소는 꼭 필요한 법이죠. 억지 아니냐고요? 억지라니요! 원래 이 바닥이 다 그런거랍니다. 아무튼 모두가 은호님에게 한 대 치면 죽냐는 식으로 물어보고 있네요. 리스는 아닌 것 같다고요? 에이. 원래 이런 과장은 기본 of 기본인걸요!
아무튼 은호님은 그 물음을 들으시고는 피식 웃으면서 답을 하네요.
"( )"
.dice 1 3. = 3 1.한대 맞고 죽을 거라고 생각했느냐? 두대를 맞아야 죽느니라! 2.나는 맞아도 죽지 않느니라. 큭. 나의 배고픔이..!! 폭주할 것만 같느니라! 3.어, 어, 어, 어, 어, 어떻게 알았느냐?!
아무튼 그 말을 듣고 있는 가온은 결심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네요. 자. 여기서 가온은 대체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요? 이제 이 드라마 슬슬 시간이 끝나간단 말이에요! 어서 마무리를 지어주세요! 비나리의 관리자 가온님! 아무튼 가온은 당당한 목소리로 모두를 향해서 이야기했어요. 그 대사는 바로...!
"여러분! ( )!!"
.dice 1 3. = 1 1.지금부터 우리는 먹염룡의 편이 되는 겁니다! 2.무기를 들어주세요!! 여러분들의 무기는 바로 이것입니다! 3.지금부터 우리의 모험은 시작입니다! 모두 라온하제를 지킵시다!!
//
만약 2번째가 2번이 나올 시 무기가 지급됩니다. 해당 무기는 이것입니다. 다이스를 굴리고 써주세요.
자신을 포함한 다른 '신' 님들은 모두 은호 님께 한 대 치면 죽냐는 식으로 여쭤봤... 아, 아뇨! 전 안 그랬어요! 저는 은호 님께 그렇게 여쭤보지는 않았어요! 저, 저는 그냥...!
마치 누군가에게 변명을 하듯이 마음 속으로 외치면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그러다가 은호 님께서 말까지 더듬어 가시면서 대답을 하시자, 동공지진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었다. 입가를 가린 두 손마저도 작게 파들파들 떨려왔다.
"...으, 은호... 님...?"
은호 님께서는 고위신 님이 아니셨나요...? 그, 그런데 한 대를 맞으신다면...? 혼란과 당혹으로 인하여 머리가 핑핑 도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가온 님께서 당당하게 하신 말씀을 듣고, 그제서야 멀어져가려는 정신줄을 어떻게든 붙잡았다. 그리고 멍한 눈빛으로 은호 님과 가온 님을 천천히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럼... 은호 님의 편이 되어서 은호 님께서 다치시지 않도록 지켜드리면 되는 건가요...? 아니면 음식 씨들을 가득 가져와서 은호 님께 드리면 되는 건가요...?"
조심스럽게 여쭤보는 물음의 속에는 이러한 난장판 속에서도 어떻게든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다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저런. 누리는 상당히 충격을 먹은 모양이에요! 뭔가 허둥지둥하고 있네요. 일단 심호흡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아무튼 가온은 아사와 리스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네요. 역시 뼛속까지 은호님의 편이라니까요!
"그냥 찰싹 한대를 맞아도 죽게 됩니다. 그리고 둘 다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세상에! 령이 다가가서 은호님을 찰싹 쳤어요!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온이는 경악을 하고 있고 막 깨어난 백호도 경악을 하고 있네요. 그리고 은호님은 당황하면서 뒷걸음질을 치고 있어요.
"어, 어떻게,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단 말이더냐... 네, 네 녀석...네 녀석...
(카페베네 엔딩곡)
...... ...... ......
"...엄마. 이거, 진짜로 낼 거야?"
"이미 냈느니라."
영상을 본 누리는 당황하면서 은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은호는 뭐가 문제냐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미 냈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스트림 홈페이지에 정말로 낸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말에 누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몸을 웅크리고 눈을 감고 두 손을 올려 귀를 막고 꼬리를 축 내리면서 중얼거렸다.
"엄마 바보!!"
-Fin
//
덧붙여서 이 동영상은 .dice 1 10000. = 1028 등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막장드라마 이벤트는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어머니의 긴급한 호출로 잠시 자리를 비우고, 간만에 라온하제에 돌아온 것이 엊그제의 일이였던가요.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라온하제는 변함없이 카제하를 맞이해주었습니다. 가리의 색색이 물든 나무들은 낙엽을 화려히 흩뿌리고 갈대밭 또한 바람에 맞춰 춤을 추었습니다. 이러한 풍경들은 마치 카제하를 다시금 환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가리의 너른 들판, 카제하는 그루터기에 앉아서 늘 그렇듯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생명들에게 감사를 보내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지요. 어느덧 카제하의 주변에는 작고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맴돌고 있었습니다.
"하하하, 그대도 본인을 반겨주는 것이오?"
카제하는 넉살 좋게 웃음지으며 새를 향해 손을 조심스레 내밀었습니다. 새는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 듯 고운 울음소리를 내며, 카제하의 손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카제하는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자박자박, 땅에 흩뿌려진 분홍색의 벚꽃잎들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이어지던 산책을 잠시 멈추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면 멀리 산책을 안 간지 꽤 된 자신이었다. 예전에는 자신의 '신' 님을 찾으려는 겸 이곳저곳 돌아다니고는 했었지만, 최근에는 은호 님이나 누리 님의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감기에 걸려 몸져눕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없던 이유도 컸다. 그치만... 오늘은 나름대로 컨디션도 괜찮았으니.
그렇기에 천천히 접혀있던 분홍색의 날개를 펼쳐내었다. 그리고 날개를 서서히 퍼덕여 하늘 위로 올라갔다. 맑고 푸른 하늘 속에 분홍색의 작은 점이 되는 것처럼.
그렇게 정처 없이 그저 천천히 하늘 비행을 하던 도중, 우연히 도착하게 된 곳은 다름 아닌 가리였다. 시원한 바람이 인도해주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가리 특유의 선명한 색의 낙엽들의 화려함이 눈길을 잡아끌었기 때문일까. 그대로 날아서 스쳐지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왠지 모르게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날갯짓의 속도를 서서히 줄여 가리의 너른 들판에 살며시 두 발을 디뎠다.
그에 붕 퍼졌던 흰 색의 겉옷자락들이 천천히 아래로 가라앉고 나서야, 느릿하게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서, 멍한 두 눈동자를 빛내면서 작게 "...와아..." 하고 감탄의 소리를 증얼거리며. 그렇게 무언가에 홀린듯이 그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가리의 풍경을 눈에 담던 도중, 갑자기 들려오기 시작하는 새의 울음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곧바로 반응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카제하 님...?"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카제하 님이셨기 때문에, 잠시 놀란 듯이 두 눈을 깜빡깜빡였다. 그러나 이내 곧 그 쪽으로 조심스럽게, 천천히 다가가 두 손을 앞에 모으고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카제하 님. 정말 오랜만이예요."
헤실헤실, 희미한 미소가 뒤따라 피어났다. ...아름다운 새 씨도 함께 계셨군요. 이내 새에게도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같은 조류라서 그런 것일까, 왠지 더욱 눈길이 가는 느낌이었다.
/ 괜찮습니다, 카제하주! 저도 오래 걸리는 걸요...ㅋㅋㅋㅋ 천천히 써주셔도 괜찮으니 그냥 편하게 생각해주세요. :D
자신을 보곤 반갑게 인사해주시는 카제하 님의 모습에, 살짝 놀란 듯이 멍한 눈동자를 크게 떴다. 그리고 깜빡깜빡, 두어 번 정도 멍청하게 깜빡이고 나서야 그 인사가 자신을 향한 것임을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자신의 곁을 날아다니며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려주는 새의 지저귐 역시도.
그러나 이런 반가운 맞이를 듣는 것은 언제나 매우 낯선 일이었다. 적어도 자신에게 있어서 이렇게 따스한 맞이는... 잠시 두 눈을 깊게 감았다가 천천히 뜨고는, 그대로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네, 정말로 오랜만이예요, 카제하 님. 저는 잘 지냈답니다. ...카제하 님께서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카제하 님의 나긋한 안부 인사에 맞추어 자신 역시도 부드러운 안부 인사를. 그러나 카제하 님께서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했던 행동을 그대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해주시자, 당황한 듯 멍했던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여졌다.
"그, 그런 인사는 저에게 해주시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카제하 님! 제가 어떻게 감히 '신' 님께...!"
두 손을 내저으며 황급히 도리도리,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이쪽에서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이러면 저는 2번이니까 괜찮을지도 몰라요. 그런 실없는 생각도 나름대로 진지하게 해보면서. 그러다 이어진 카제하 님의 말씀에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확실히 카제하 님을 그 후로 뵙지 못 하긴 했으니까... 이내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면서도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한 박자 늦게 그 뒤를 따랐다.
"...반가워 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카제하 님. 저도 감히 말씀 드리지만... 정말로 반가워요. 그런데 간만... 이라는 것은... 혹시 그동안 여행이라도 다녀오신 건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카제하는 언제나와 같은 편안한 미소를 만면에 띄우며 리스의 인사에 화답했습니다. 서늘한 가을 바람이 너른 들판을 가볍게 스쳐지나갑니다. 줄곧 지저귀던 새는 급기야 리스의 어깨에 자리를 잡고 앉아버립니다. 동족을 알아보는 것일까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제하는 흐뭇한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그 새는 리스 공이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오."
그러다, 카제하는 화들짝 놀라며 다시금 인사를 하는 리스를 향해 고개를 저어보입니다. 그 틈엔 조그만 웃음 소리도 섞여있었습니다. 리스의 엉뚱하고 순수한 발상을 재밌어 하듯이요.
"하하하, 리스 공의 태도는 여전하시구려. 오히려 본인이 그렇게 예의 차리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대에게 말해주고 싶소."
카제하는 마치 어린 아이를 달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말을 마친 뒤에도 카제하의 입가엔 여전히 웃음기가 가시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뒤 이어지는, 그동안 무엇을 했냐는 리스의 말엔 잠시 뜸을 들인 뒤 말을 꺼냈습니다.
"아아, 본인의 고향에 일이 생겨서 잠깐 다녀왔다오. 그리 큰 일은 아니었다만 꽤 오랫동안 머물러야 했었소."
카제하는 그때의 일을 회상하듯 뒷짐을 지고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러다 카제하는 무언가가 생각난 듯이 리스를 바라보며 덧붙입니다.
기쁜 마음을 담아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신' 님의 무사한 안위와 행복은 곧 자신에게 있어서도 기쁨으로 돌아왔으니.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살짝 흩날리는 분홍빛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매만지다 작은 새가 자신의 어깨에 자리를 잡고 앉자 한 박자 늦게 멍한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그대로 눈동자를 깜빡깜빡이며 새와 카제하 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정말로요? ...정말로 이 작은 새 씨는 제가 마음에 드신 걸까요? 왠지 모를 간질간질함과 낯선 행복감이 자신의 마음에 가득히 들어차는 것이 느껴졌다. 그에 선명하게 화아, 밝은 미소를 꽃피우며 솔직하게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그대로 부비부비, 자신의 어깨에 앉은 새와 함께 서로 볼을 부비적거리는 얼굴에는 배시시 피어난 미소가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다 이어진 카제하 님의 말씀에 살짝 시선을 옆으로 피하면서 입가로 가져간 손가락들을 작게 꼼지락거렸다.
"...하지만 카제하 님께서는 '신' 님이신 걸요. 그러니까..."
공손하게 인사해야 한다는 생각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카제하 님께서 자신을 달래주시려는 듯이 말씀해주시는 것에 그저 영광스러움을 느끼며.
"...그래도 큰 일은 아니셨다니 정말로 다행이예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안도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고향에 다녀올 수 있다는 건 조금 부러운 것 같기도 했다. ...그러고보면... '신' 님들의 고향은 따로 있으신 걸까요? 한 가지 궁금증이 문득 들어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다가 이어진 카제하 님의 질문에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아, 네...! 정말로 다양한 일들이 많았어요. 막막... 할로윈 씨도 있었고, 은호랜드 씨도 새롭게 개장하셨고, 또... 아, 혹시 비나리의 광장에 가온 님께서 조각하신 은호 님의 모습을 한 커다란 얼음 동상 씨를 알고 계시나요? 저는 그것이 얼음 씨인 줄 알았는데 알고봤더니 설탕 씨였대요. 그런데 백호 님과 그 설탕 동상 씨에 먹염룡 씨가 봉인되어 있었는데... 사실 은호 님께서 먹염룡 씨였대요. 그런데 한 대 맞으시면 주, 주, 죽는다고 하셔서..."
손가락을 하나하나 느릿하게 접어가며 대답하던 목소리는 어째 끝으로 갈수록 횡설수설하는 흐릿한 목소리로 변해가는 듯 했다. 혼란스러움에 묘하게 안색이 어두워진 듯해 보이는 것은 착각이었을까.
>>707 음...일단 리스의 집에는 TV도 없고 그게 뭔지도 모르지만, 만약 보게 된다면 '...은호 님의 정체와 약점(한 대 맞으면 죽음)이 모두에게 드러나고 있어요...?! 은호 님께서 위험해요...!' 하고 동공대지진 하면서 곧바로 은호 님께 날아가 황급히 경고해드릴 것 같네요. :)(???)
어깨에 작은 생명이 내려앉자 리스는 잠시 믿을 수 없다는 듯 새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내 친밀감의 표현일까요, 리스는 새를 꼭 끌어안고 볼을 부벼댔습니다. 새 또한 리스의 손길이 나쁘지 않았는지 조그만 두 날개를 살짝 푸드덕대며 재잘댔습니다. 카제하는 그런 리스와 새의 모습을 조용히, 흐뭇한 미소를 띄우며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순박한 두 생명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리스 공도 본인에게 있어선 하나의 고귀한 생명이오. 생명은 그 자체로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본인은 생각한다오. 리스 공이 다른 이들을 '신 님'이라 부르며 존중하는 것처럼 말이오. 그러니 너무 괘념치 마셨으면 좋겠소."
카제하는 무릎을 굽혀 리스의 눈높이를 맞추어, 온화한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상대에게 본의 아니게 설교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지요. 카제하는 이어진 리스의 대답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습니다. 할로윈과 은호랜드, 얼음 동상... 하지만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리스의 말 속에는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였습니다. 그동안 라온하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카제하는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말합니다.
"하하하... 어쨌든 지루할 틈은 없었겠구려."
그래도 라온하제도 라온하제대로 나름 잘 굴러가고 있는 것 같았기에 다행이었지요. 카제하는 먼 곳의 풍경을 바라보다 리스에게 넌지시 질문했습니다.
"그나저나 그대는 이 가리에 어인 일로 오신 것이오?"
다솜의 주민인 리스가 가리로까지 나올 정도라면 특별한 일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단순한 산책일 수도 있었지만요.
작은 새는 작디작은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연신 종알종알, 귀여운 목소리로 지저귀기 시작했다. 그러한 새의 모습이 귀엽기 그지 없어 자신도 모르게 볼을 부비부비, 계속 비비면서 그 저저귐에 "...네. 네. 그러셨나요? ...대단해요." 하고 간간이 대답을 해주었다. 배시시 웃는 그 모습은 사랑스럽다는 감정을 솔직하게 마음껏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다 카제하 님께서 직접 무릎을 굽혀 자신과 눈높이를 맞추어주자 몇 박자 늦게 놀란 듯, 멍한 두 눈매가 동그랗게 뜨여졌다. ...'신' 님께서... 지금 저를 하나의 고귀한 생명이라고 말씀해주신 건가요? 정말로요...? 믿기지 않았다. 그 다정하고 온화한 말씀도, 이렇게 직접 눈을 마주쳐주시는 몸짓도. ...제가... 환각을 사용한 걸까요?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사용해버린 걸까요...?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아래로 떨구었다.
"......"
알 수 없었다. 그저... 시선을 다시 천천히 들어올려 카제하 님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그리고 이내 입꼬리를 천천히 올려 희미하게,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릴 뿐.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카제하 님." 하고 덧붙여지는 목소리는 진심이었지만, 동시에 희미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자신의 대답을 고개까지 끄덕이여 경청하던 카제하 님께서는 결국에는 멋쩍은 웃음을 흘려보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야 자신의 말은 그만큼 정신 없고 횡설수설한 것들이었으니. ...비록 그것들이 전부 다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하더라도.
"...네. 그래도 정말로 재밌었어요. 카제하 님께서도 다음 번엔 같이 즐기실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말이예요..."
그럼 카제하 님께서도 즐거워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작게 덧붙여진 목소리는 조금은 아쉬운 듯이 시무룩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것도 이내 들려오는 카제하 님의 질문에 다시 천천히 희미한 미소로 바뀌어버렸지만.
"...저는 저의 '신' 님을 찾으러 다니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산책하듯이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이 가리의 들판의 풍경이 너무 예뻐서 그만..."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바라본 알록달록한 풍경은 여전히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때맞춰 불어오는 가을 바람 역시 기분 좋은 선선함을 품고 있었으니, 그로 인해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살며시 매만지며 그 선명한 풍경 속에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어우러지다가 이내 다시금 천천히 카제하 님 쪽을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똑같은 물음을 공손히 되물으며 고개를 살짝 갸웃해보였다.
사실 아무래도 좋은 설정. 원래 라온하제는 호은 학교 Tri로 열릴 수도 있었답니다. 하지만...스레주가 1기와 2기에서 워낙 많은 일상물 이벤트를 써먹어버린고로...더 좋고 참신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기에...(시선회피) 라온하제로 바꿨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름 괜찮은 것 같아요. 이런 신들의 이야기도 말이에요!
>>815 ㅋㅋㅋ사실... 그냥 제가 기수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라는 이유도 있었지만요. :) 그치만 라온하제는 뭔가 독립된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해서 시트를 내기로 결정한 거였답니다. 하지만 호은 학교 Tri였어도 레주께서는 분명 잘 진행하셨을 거예요. 지금도 잘 진행하시고 계시잖아요? :D
아사는 모래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했었습니다. 음. 누가 보면 그냥 모래가 쌓인 곳에 천이 하나 더 있는 수준이었겠지만 아사는 나름 만족한 모양입니다. 모래를 옷에서 다 털어내고는 잠깐 동물의 모습으로 변해서(물론 크기는 줄였습니다) 모래목욕을 한 다음 털이 거칠어진 걸 느끼고는 오랜만에 비나리로 날아가볼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안해." 아이스 바를 하나 사서 할짝거리면서 잠깐 걸으면 금방 비나리입니다. 편한 걸 놔두고 굳이 할 생각은 없어. 라고 생각하지만. 아이스크림은 조금 그랬나? 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는 잠깐 공중에 떠서 거리를 바라보다가 누리가 있는 걸 아주 멀리서 발견합니다. 다가가서 말을 걸어야 하나? 라고 잠깐 망설이기는 하지만.
"안녕 누리양. 표정이 추워서 그런 거려나. 파냐냥다★ 하라는 거야." 뭔 생각인지 모를 무표정으로 귀여운데 쓸데없는 말을 붙이는 겁니까. 동강난 바보털이라서 움직이지도 않는군요.
비나리에 추운 겨울이 찾아왔다. 슬슬 계절이 겨울이 되긴 한 모양이었다. 물론 나는 여우 수인. 이런 추운 겨울에도 무난하게 버틸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추운 것보다는 따스한 것이 좋긴 하기에 따스하게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눈이 안 내릴까? 그렇게 생각하며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저 위에서 낯이 익은 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목소리는 아이온의 목소리였다.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천천히 다가간 후에, 아이온을 바라보면서 인사를 건넸다.
"안녕! 그런데, 그거 무슨 말이야?"
파냐냥다? 그게 뭐야?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인거지? 내가 모르는 신조어?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가득 지으며 아이온을 잠시 바라보다가 웃으면서 물어보았다.
"있잖아. 그거 무슨 말이야? 파냐냥다."
알려주면 안돼? 그렇게 말을 덧붙이며 나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을 아이온에게 보내면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인사를 건네는 누리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아사도 겨울용 옷을 마련해야 할 텐데 말이지요. 등을 훤히 드러낸 건 날개 때문에라곤 해도 다리와 팔이 훤히 드러난 건 영 그렇잖아요. 비슷한 디자인 많을 텐데. 그리고 누리의 질문에는 바보털을 손으로 잡고 팔랑팔랑 흔들면서
"안녕- 응. 라오스어로 힘내다가 파냐냥이고 힘내가 파냐냥다라고 하더라고." 그냥 말해봤어-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합니다. 귀여운 말인데 리스같은 귀여운 애가 말해야 사는데 무표정하게 아사가 말하니 귀여워보이지 않아... 라는 아사주는 넘기고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호기심 가득한 눈을 바라봅니다.
"추운 건 별로 안 좋아해서?" "옷 바꿔야 하는데.. 생각이 잘 안 나네.." 힘내라는 말을 한 거였지만 끝을 툭툭 잘라먹기는 참 우스운 일 같습니다.
엄마라면 알지도 모르지만 난 인간계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것을 아는 것으 아니다. 해봐야 엄마가 은혜를 내린 땅, 호은골 이외에는 잘 모르는걸. 태어난 지 1년밖에 안 되었고. 덕분에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익혀야 할 것도 많았다. 물론 그것이 쉽진 않지만 500년 뒤에는 나도 이 땅을 물려받아서 다스려야 하니... 500년. 느리게 가면 안될까? 벌써 도 1년이 지나가고 있단 말이야. 괜히 투정을 부리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가 다시 입술을 집어넣었다.
"아. 그건, 비나리는 각 계절이 다 나타나는 지역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비나리는 시기에 따라서 계절이 바뀌게 되거든. 그래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나타나.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옷?"
그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하지만 답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야 내가 좋아하는 옷의 종류라고 하면... 하나밖에 없잖아. 안 그래? 작게 웃으면서 나는 아이온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난 하늘하늘한 옷을 좋아해. 예쁜 여성복도 좋아해. 엄마는 한복을 좋아하지만 난 그것보다는 요즘 시대의 옷을 좋아하는 편이야. 요즘 옷, 정말로 예쁘잖아. 물론 한복이 안 예쁜 것은 아니지만 내 취향은 이런 옷들이야."
지금 내가 입고 있는 귀여운 느낌의 겨울옷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나는 싱긋 웃어보였다. 이런 것이 내 취향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표현하면서...
엄마에게 직접 물어보진 않았지만 엄마는 한복을 입는 것을 좋아하시니까. 물론 가끔 정장 같은 것도 입긴 하지만 라온하제에 있을 땐 대부분 한복을 입고 지내시잖아? 그러니까 개량한복도 좋아하지 않을까? 이어 나는 아이온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어째서 갑자기 이런 것을 묻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혹시...?
"엄마에게 개량한복 선물해주려고?"
역시 갑자기 그런 것을 묻는 이유는 나로서는 그것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렇게 질문을 하면서 아이온을 바라보았다. 절로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엄마는 받으면 엄청 기뻐하겠지. 그럴 거야. 응. 그렇고 말고!
"아이온이 어떤 한복을 선물해줄지 나도 궁금해져. 후훗. 언제 선물할 생각이야? 조만간에? 아니면 좀 더 나중에?"
그렇게 되물으면서 나는 아이온을 빤히 바라보았다. 어서 대답해달라는 눈빛을 강하게 비치면서...
아이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아이온을 빤히 바라보았다. 흥흥거리는 콧소리를 내지만, 아무리 봐도 어색한 것 같아. 뭔가 일부로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느낌이 강하게 나는걸. 애초에 그렇지 않고서야 뜬금없이 엄마에게 개량한복을 주면 좋아할까? 라는 물음을 던질리가 없잖아. 응. 아무리 봐도... 거기다가 크리스마스를 말하려고 한 것도 그렇고 말이야. 응. 수상해. 수상해.
"그래? 엄마에게 선물을 하는 것은 아니야? 갑자기 생각나서 말하는 거야? 정말로?"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나는 꼬리를 다시 한 번 천천히 양 옆으로 흔들었다. 기분이 좋거나, 묘하게 신이 날 때 나도 모르게 나오는 일종의 버릇이자 행동. 그 모든 것을 유지하며 나는 빤히 아이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흐응. 소리를 내다가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좋아. 그럼 그런 것으로 칠게. 너무 질질 끌어도 별로 재미없으니까. 후훗. 그건 차후에 두고 보면 아는 거잖아? 엄마가 갑자기 한복을 선물받으면, 아이온이 보낸 것으로 알게. 그럼 된 거 아니겠어?"
싱글벙글 웃으면서 나는 나대로 크리스마스를 어쩔지 생각해보았다. 선물.. 어쩐다. 지금부터 슬슬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지? 역시?
"....은호님에게 알리지만 않는다면?" 아 대놓고 말하니까 묘한 느낌입니다. 물론 항상 아사는 그러긴 했으니까. 이상한 건 아니지만서도..
"글쎄.. 누구에게 주느냐에 따라서 달라지지 않으려나." 사실 가온이 같은 신이라면 누리의 털로 만든 양모펠트같은 것도 엄청 좋아하지 않으려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든 모양입니다. 그래서 꼬리가 살랑대는 걸 조금 빤히 쳐다보았던가요.
"누리야. 꼬리 털 잘라내도 금방 다시 자라려나.." 아무렇지도 않게 의문을 말해보는군요. 유감스럽게도 아르겐타비스의 깃털은 더럽게 커서 깃펜을 만들기엔 미묘합니다. 날개깃 중 상당히 작은 깃털이라면 모를까요. 사람만한 크기의 깃털로 깃펜을 만든다니. 그것도 은근... 장식품으로는 유용할지도..
아무래도 그것은 예의가 아니잖아? 선물을 주려는 이를 실망시킬 수도 있으니까. 그렇기에 절대로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고 확실하게 말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말을 해서 무엇하겠어? 응. 절대로 말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절대로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듯, 내 입에 지퍼를 잠그는 시늉을 했다. 이 정도면 믿지 않겠어?
"역시 그렇겠지? 누구에게 줄지는 조금 생각해봐야겠어. 다 주고 싶기도 하지만... 그런데 응?"
갑자기 내 꼬리 털을 거론하는 아이온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째서 꼬리 털을? 내 꼬리 털을 말하는 것일까? 물론 자른다고 해도 다시 자라나겠지만...그건 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이온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대로 침묵을 계속 지킬 수도 없었으니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는 아이온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물론 자라날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그건 왜?"
혹시..?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아직 확실하게 거론하진 않으면서 나는 아이온을 빤히 바라보았다. 꼬리털..꼬리털...설마? 에이.. 설마...
지퍼를 잠그는 듯한 시늉을 하는 누리를 잠깐 보면서 이정도면 괜찮지 않으려나. 라고 생각하는 듯 고개를 갸웃하다가 다 주고 싶기는 하지만.. 이라는 것에 모두에게 주기는 힘들겠지. 라고 동의합니다. 아사 그 자신도 기껏해야 각 지역마다 한두명이 고작일 거 아닙니까. 그리고 꼬리털에 대해 대답하는 누리의 털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해봅니다.
"그거 가지고 양모펠트처럼은 안 만들어지려나." "윤기가 좀 자르르 흘러서 안 되려나...음.. 그러면 그건 되려나. 열쇠고리의 동그란 퍼..?" 궁금한 걸 묻는 듯 말해봅니다. 물론 그냥 호기심 계열이지만 표정이 언제나 진지해서 구분하기 어려울지도..
"나 사모예드 털로 속 채워넣었다는 거 듣기는 했거든." "고양이 털을 빗기면 고양이 한 마리가 나온다는 말도 알고."
역시 내 꼬리털을 자를 생각이었어! 그런 생각이 들어 두 손을 뒤로 하여 내 꼬리를 절대로 넘겨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손으로 감싸쥐었다. 그리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어째서 내 꼬리털로 뭘 하려는거야. 그건 싫어! 고개를 강하게 도리도리 젓는 것을 반복하다가 뒷걸음질을 치면서 아이온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털을 쓸거면 아이온의 털을 쓰면 되잖아! 신통술로 크기도 바꿀 수 있으니까! 내 꼬리는 안돼!"
아무리 그래도 내 꼬리털을 잘라서 쓴다니. 그건 좀 그렇잖아. 무엇보다 털 뽑히면 아프단 말이야. 일부를 잘라내면 아프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괜히 꼬리털이 삐뚤삐뚤해지면 곤란하기도 하고. 얼마나 예쁘게 관리하고 있는건데.
"응. 절대로 안 돼. 내 꼬리는 절대로 안 돼."
혹시나 달려들면 바로 도망칠 주닙를 하면서 나는 아이온을 주시했다. 절대로 꼬리는 넘겨줄 수 없다는 듯이 아이온을 빤히 바라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잘라서 만들어도 되는 거야?" 만들면 예쁠 거 같기는 하지만. 이라고 말하고는 눈을 깜박입니다. 은여우 털로 만든 부드러운 목도리..라던가도 나쁘지 않을지도.. 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깃털로 만드는 건 한계가 있는걸?" 그렇다고 나 아르겐스다운 만들기는 애매해. 라고 덤덤히 말하는군요. 음.. 확실히 깃털로 만드는 건 약간 애매해보일 수도 있겠군요. 일단 유전적으론 오히려 비늘에 가깝다니까 말이지요. 그치만 아르겐스다운. 만들면 한 마리로도 롱패딩 두 개는 족히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란 괴전파가 수신되지 못했네요.
"안 돼? 그러면 어쩔 수 없지.. 가온이가 할 법한 일이긴 하지만 한올 한올 빠진 거 주워모을까.." 가온이가 명예훼손당해요... 꼬리털을 바라보고는 그래도 하기 싫어하는 걸 할 생각은 없는지 그냥 동강난 것만 만지작거립니다
그것도 싫었기에 강력하게 부정하는 의사를 보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내 빠진 꼬리털을 가져가서 대체 뭘 하려는 거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행위를 좀 더 반복하면서 볼을 강하게 부풀렸다. 정말... 남의 꼬리털을 뭐로 아는 거야. 애초에 가온이가 그런 거 할 리도 없잖아.
"가온이는 그런 일 안 해! 아무리 그래도, 떨어진 털을 모아서 좋아하고 그러는 이는 아니야!"
확실하게 가온이에 대한 변호를 해준 후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아이온에게 한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거라면... 충분히 문제가 없을테니까.
"인공적으로 만든 털이 있잖아. 그런 것을 쓰면 안 돼? 은호랜드에도 그런 가짜 털을 이용해서 만든 여우 귀라던가 그런 것들이 있는걸. 그런 것을 구입해서 쓰면 되잖아."
그럼 굳이 내 꼬리 털을 사용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더 부드러울 수도 있고... 물론 내 꼬리 털보다는 덜 부드럽겠지만, 그래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아이온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도 절대로 내 꼬리를 내지는 않았다. 이것을 넘겨줄 마음은 추호도 없으니까. 응. 절대로 안돼. 내가 꼬리털을 얼마나 소중하고 정성스럽게 관리하는데...
"애초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지 않아?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하잖아. 물론 마음만 너무 중요시 해서 별 거 아닌 것을 가져오며 그건 좀 섭섭하겠지만..."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잡은 꼬리를 놓긴 했지만 그래도 경계하는 눈초리는 없애지 않았다. 저러다가 갑자기 내 꼬리를 노릴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경계를 해서 나쁠 것은 없잖아. 안 그래? 그렇기에 괜히 빤히 바라보면서 나는 아이온을 경계하는 태도를 없애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아이온의 말에는 공감했다.
"응. 마음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허술한 것을 가지고 오면 그건 실망스럽잖아. 그러니까 그 부분은 적당히 잘 조율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 너무 비싸지도 않고 너무 허술하지도 않은 거. 그리고 거기에 정성 가득.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난 생각해."
이렇게 말하는 나도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는 알 수 없었다. 정말로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 조금 고민을 하긴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끄응 소리를 내며 생각에 빠졌다. 정말로 뭐가 좋을까. 뭐가 좋을까. 뭐가 좋을까.
가볼 곳은 닥히 없지만 정해놓은 시간이 조금 가까워진 것이 맞다니. 무슨 의미인 것일가? 영문을 알 수가 없어서 가만히 아이온을 바라보았다. 아이온은 가끔 뭔지 모를 철학적인 소리를 해서 어려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지금처럼... 그렇기에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잘 알 수 없기에, 그냥 질문에 대한 대답에 답하기로 했다.
"잘 모르겠어. 난 태어난지 1년밖에 안 되었거든. 하지만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은 맞대. 가온이도 그렇고, 백호 언니도 그렇고, 엄마도 그랬어."
고작 1년의 삶을 산 내가 시간이 빠르고 느림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것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잘은 모르겠지만, 즐거운 시간은 정말로 빨리 흐른다고 생각해. 언제나, 언제나 말이야. 그러니까..시간이란 빨리 흐르는 것이 아닐까? 잘 모르겠지만..."
언제나 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그래서일까? 라온하제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것이 참으로 묘하게 신기하다고 느끼며 나는 꼬리를 살랑살랑 양 옆으로 흔들었다.
"많이 다르네. 나는 시간이 영겁과도 같이 흐르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 같아. 지금은 조금 괜찮지만, 언젠가는.." 또다시 전혀 흐르지 않는 것처럼 될까?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라고 묻는 듯 혼잣말을 하는 듯 느리게 말하다가 시간이 빨리 흐르는 건 나쁜 건 아니야. 라고 덧붙입니다.
그건 그저 느끼기에 따라 다를 뿐이고, 그런 이들은 매일매일이 항상 새롭다는 거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아까 전 말이 무슨 의미냐는 물음에 아. 라고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그건 내 계획같은 느낌일까. 나 일하는 거랑 쉬는 시간이랑 구분이 엄격하거든." 쉬는 시간이 끝나가서 그런 거야. 라고 고개를 끄덕여 말합니다. 자유시간에 뭘 하던 상관없지만 할 일은 다 끝내놔야지. 라고 말합니다.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엄격하다니. 가온이도 그렇게까지 하진 않을텐데. 완전 철저하게 하는구나. 엄마가 관리자는 정말로 잘 뽑은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아이온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언젠가 내가 이 땅을 물려받게 되면 나도 저 정도로 일을 하게 될까? 물론 엄마를 보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엄마도 자잘하게 이런 일, 저런 일을 하긴 하니까. 일단 축복의 힘도 제공하고 있고...
"그러면 남은 시간은 푹 쉴 수 있게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쉬는 시간이 곧 끝난다면 말이야."
혹시나 내가 쉬는 시간을 방해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조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방해가 된다고 한다면 너무나 미안한걸.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아이온을 바라보면서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더 남겼다.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하는 거라면 좋은 선물을 마련할 수 있길 빌게. 엄마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은 축복을 내릴 수 있어. 그러니까 그 축복을 내릴게."
웃으면서 살며시 눈을 감고 아이온에게 축복을 걸어보았다. 엄마만큼의 힘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면 나도 가능하니까.
"철저하다면 철저하지만. 쉬는 시간을 안 정하다가 한 번 엄청 혼난 적이 있어서 만들고 있어." 24시간 내내 하다가는 뺍니다. 그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이헤하고 있으니까.
"몇 마디 나누고 돌아간다면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 일은 양과 질을 보니까. 좀 더 채찍질헤서 완수해내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라고 고개를 끄덕끄덕 방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입니다. 방해는 아닙니다. 일할 때 방해하는 게 싫은 거지. 쉴 때에는 꽤 너그럽지요? 그리고 축복을 걸어주는 것에
"축복은 고마워. 선물 같은 거 준비할 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그래도 많이 쉬기는 했으니까 일은 해야겠지. 라고 말하면서 옷은 다음에 사야겠다.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조용히 넘어간 그 때는 빼고 말이지요. 그렇죠?
대체 얼마나 일을 하고 싶은 거야?! 아이온은?! 가온이도 그 정도는 하지 않고 엄마도 그 정도는 하지 않아. 혹시 일 중독 비슷한 것이 아닐까. 그런 걱정이 들어 나는 아이온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조만간에 엄마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그러면 엄마가 어떻게 해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곧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래도 엄마에게 부탁하는 것은 뭔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슬슬 옷은 다음에 사야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아 아이온이 돌아가려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판단하고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러면 다음에 꼭 사. 알았지? 그럼 나도 다시 가던 길을 가볼게. 너무 무리하진 마. 알았지? 그리고 내 꼬리 털은 절대로 안되는 거 잊지 말고."
아직 경계심을 완전히 죽인 것은 아니기에, 풍성하고 아름다운 내 은빛 꼬리 털을 꼬옥 잡으면서 다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아이온은 일을 하러 갈 생각인 듯 보이니, 나도 가던 길을 가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며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즐겁게 대화하자고 웃으면서 나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갈 채비를 했다. 역시, 아이온과의 대화는 재밌어. 오늘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별개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은 슬슬 생각하는 것이 좋을까? 역시?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리스의 감사 인사에 카제하는 아무런 말 없이 싱긋 웃기만 하였습니다. 무릇 모든 생명들은 소중하고 또 고귀한 법입니다. 카제하는, 이 가여운 홍학 신이 부디 자신의 가치를 너무 낮게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지루한 설교는 이쯤 하고 화제를 이만 돌려볼까요, 카제하는 낮추었던 자세를 일으키며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러길 바라야겠소. 분명 좋은 추억이 되겠구려."
이어지는 리스의 말엔 카제하 역시도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살며시 끄덕입니다.
"그러셨군, 확실히 매력적인 경치라오. 본인 또한 오랜만에 방문하는 이 가리의 풍경에 매료되어 있었다오."
갖가지 색으로 화려하게 물든 단풍, 푸른 가을 하늘, 먼 발치로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호수까지 실로 이상향에 가까운 풍경이었습니다. 카제하가 말을 끝맺기 무섭게 다시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나무들이 세차게 흔들리고 낙엽이 우수수 흩날렸습니다. 카제하는 눈을 감고 불어오는 바람을 조용히 만끽했습니다. 그의 머리칼과 옷깃도 바람에 부드러이 나부꼈습니다.
"헌데, 리스 공의 '신 님'이란 것은 누구를 말하는 것이오?"
카제하가 문득 리스에게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카제하는 평온한 미소를 띤 채 리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희미하게 부드러운 미소를 짓다가 이내 작은 새에게 동의를 구하듯이 말을 걸었다. 그러나 당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듯이 지저귀며 날개를 파닥파닥이는 작은 새. 그 귀여운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똑같이 두 날개를 파닥이며 작게 웃다가 이어진 카제하 님의 말씀에 다시금 천천히 시선을 돌려 가리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속삭이듯이 작은 목소리로 이루어진 중얼거림이 가만히 그 뒤를 따랐다.
"...네, 정말로 아름다운 풍경이예요. 무척이나 깨끗한 풍경이예요."
가을 바람이 만들어낸 가리의 풍경은 선명했다. 붉고 노란 단풍과 낙엽들에게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이 희미한 색은 없었으며, 그것은 높푸른 가을 하늘과 청명한 호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희미하고 흐릿한 자신과는 대비되도록 그 아름다운 존재감을 웅장하게 드러내는 가리. 때맞춰 불어오는 바람에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그 모든 것들에 감탄을 담아 받아들였다. 비록 한 시야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큰 마음으로 자신 역시도 그 중 하나의 풍경으로써 스며들어가며.
그러다 카제하 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한 박자 늦게 느릿한 동작으로 고개를 돌려 카제하 님을 바라보았다. 평온한 미소. 그것을 멍한 두 눈동자로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부드럽게 접어 웃으며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저의 '신' 님은... 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저는 예전에 목숨을 잃어서 죽었던 적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저의 '신' 님께서 그런 저에게 친히 자비를 베풀어서 저를 구원해주셨어요. 그래서 꼭 보답을 해드리고 싶어서 저의 '신' 님을 찾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못 찾아뵙고 있네요... 덧붙여지는 목소리는 약간은 시무룩해진 것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겨우 이것으로 포기할 자신이 아니었다. 꼭, 반드시 찾아뵈어 은혜를 갚으리라. 자신의 구원자를 향한 다짐은 나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었으니.
/ 앗, 아뇨아뇨! 저도 이렇게 텀이 엄청 느리기도 하고 전 레스 길이는 크게 신경 안 쓰니까 괜찮아요, 카제하주! 그러니까 죄송해하시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XD(토닥토닥) 저는 오히려 텀이 느린데도 이렇게 계속 이어주셔서 감사한 걸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