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라온하제 공용 게시판 - http://linoit.com/users/ho3fox/canvases/Houen3
어머니의 긴급한 호출로 잠시 자리를 비우고, 간만에 라온하제에 돌아온 것이 엊그제의 일이였던가요.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라온하제는 변함없이 카제하를 맞이해주었습니다. 가리의 색색이 물든 나무들은 낙엽을 화려히 흩뿌리고 갈대밭 또한 바람에 맞춰 춤을 추었습니다. 이러한 풍경들은 마치 카제하를 다시금 환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가리의 너른 들판, 카제하는 그루터기에 앉아서 늘 그렇듯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생명들에게 감사를 보내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지요. 어느덧 카제하의 주변에는 작고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맴돌고 있었습니다.
"하하하, 그대도 본인을 반겨주는 것이오?"
카제하는 넉살 좋게 웃음지으며 새를 향해 손을 조심스레 내밀었습니다. 새는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 듯 고운 울음소리를 내며, 카제하의 손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카제하는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자박자박, 땅에 흩뿌려진 분홍색의 벚꽃잎들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이어지던 산책을 잠시 멈추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면 멀리 산책을 안 간지 꽤 된 자신이었다. 예전에는 자신의 '신' 님을 찾으려는 겸 이곳저곳 돌아다니고는 했었지만, 최근에는 은호 님이나 누리 님의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감기에 걸려 몸져눕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없던 이유도 컸다. 그치만... 오늘은 나름대로 컨디션도 괜찮았으니.
그렇기에 천천히 접혀있던 분홍색의 날개를 펼쳐내었다. 그리고 날개를 서서히 퍼덕여 하늘 위로 올라갔다. 맑고 푸른 하늘 속에 분홍색의 작은 점이 되는 것처럼.
그렇게 정처 없이 그저 천천히 하늘 비행을 하던 도중, 우연히 도착하게 된 곳은 다름 아닌 가리였다. 시원한 바람이 인도해주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가리 특유의 선명한 색의 낙엽들의 화려함이 눈길을 잡아끌었기 때문일까. 그대로 날아서 스쳐지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왠지 모르게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날갯짓의 속도를 서서히 줄여 가리의 너른 들판에 살며시 두 발을 디뎠다.
그에 붕 퍼졌던 흰 색의 겉옷자락들이 천천히 아래로 가라앉고 나서야, 느릿하게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서, 멍한 두 눈동자를 빛내면서 작게 "...와아..." 하고 감탄의 소리를 증얼거리며. 그렇게 무언가에 홀린듯이 그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가리의 풍경을 눈에 담던 도중, 갑자기 들려오기 시작하는 새의 울음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곧바로 반응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카제하 님...?"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카제하 님이셨기 때문에, 잠시 놀란 듯이 두 눈을 깜빡깜빡였다. 그러나 이내 곧 그 쪽으로 조심스럽게, 천천히 다가가 두 손을 앞에 모으고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카제하 님. 정말 오랜만이예요."
헤실헤실, 희미한 미소가 뒤따라 피어났다. ...아름다운 새 씨도 함께 계셨군요. 이내 새에게도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같은 조류라서 그런 것일까, 왠지 더욱 눈길이 가는 느낌이었다.
/ 괜찮습니다, 카제하주! 저도 오래 걸리는 걸요...ㅋㅋㅋㅋ 천천히 써주셔도 괜찮으니 그냥 편하게 생각해주세요. :D
자신을 보곤 반갑게 인사해주시는 카제하 님의 모습에, 살짝 놀란 듯이 멍한 눈동자를 크게 떴다. 그리고 깜빡깜빡, 두어 번 정도 멍청하게 깜빡이고 나서야 그 인사가 자신을 향한 것임을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자신의 곁을 날아다니며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려주는 새의 지저귐 역시도.
그러나 이런 반가운 맞이를 듣는 것은 언제나 매우 낯선 일이었다. 적어도 자신에게 있어서 이렇게 따스한 맞이는... 잠시 두 눈을 깊게 감았다가 천천히 뜨고는, 그대로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네, 정말로 오랜만이예요, 카제하 님. 저는 잘 지냈답니다. ...카제하 님께서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카제하 님의 나긋한 안부 인사에 맞추어 자신 역시도 부드러운 안부 인사를. 그러나 카제하 님께서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했던 행동을 그대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해주시자, 당황한 듯 멍했던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여졌다.
"그, 그런 인사는 저에게 해주시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카제하 님! 제가 어떻게 감히 '신' 님께...!"
두 손을 내저으며 황급히 도리도리,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이쪽에서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이러면 저는 2번이니까 괜찮을지도 몰라요. 그런 실없는 생각도 나름대로 진지하게 해보면서. 그러다 이어진 카제하 님의 말씀에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확실히 카제하 님을 그 후로 뵙지 못 하긴 했으니까... 이내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면서도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한 박자 늦게 그 뒤를 따랐다.
"...반가워 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카제하 님. 저도 감히 말씀 드리지만... 정말로 반가워요. 그런데 간만... 이라는 것은... 혹시 그동안 여행이라도 다녀오신 건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카제하는 언제나와 같은 편안한 미소를 만면에 띄우며 리스의 인사에 화답했습니다. 서늘한 가을 바람이 너른 들판을 가볍게 스쳐지나갑니다. 줄곧 지저귀던 새는 급기야 리스의 어깨에 자리를 잡고 앉아버립니다. 동족을 알아보는 것일까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제하는 흐뭇한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그 새는 리스 공이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오."
그러다, 카제하는 화들짝 놀라며 다시금 인사를 하는 리스를 향해 고개를 저어보입니다. 그 틈엔 조그만 웃음 소리도 섞여있었습니다. 리스의 엉뚱하고 순수한 발상을 재밌어 하듯이요.
"하하하, 리스 공의 태도는 여전하시구려. 오히려 본인이 그렇게 예의 차리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대에게 말해주고 싶소."
카제하는 마치 어린 아이를 달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말을 마친 뒤에도 카제하의 입가엔 여전히 웃음기가 가시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뒤 이어지는, 그동안 무엇을 했냐는 리스의 말엔 잠시 뜸을 들인 뒤 말을 꺼냈습니다.
"아아, 본인의 고향에 일이 생겨서 잠깐 다녀왔다오. 그리 큰 일은 아니었다만 꽤 오랫동안 머물러야 했었소."
카제하는 그때의 일을 회상하듯 뒷짐을 지고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러다 카제하는 무언가가 생각난 듯이 리스를 바라보며 덧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