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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호랜드에서 세설 님을 만나 재밌게 놀고난 어느 날. 어두운 밤 시간이 되자 불꽃놀이를 감상하려 홀로 이리저리 헤매듯 천천히 걷고 있자, 갑자기 방송을 통하여 누리 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라...? '텔레파시'가 아니예요?
조금은 신기한 듯이 고개를 들고 귀를 기울이고 있자, 누리 님의 목소리는 시간이 되는 이들은 은호랜드의 은호 호텔의 1층 홀로 와달라는 부탁을 얘기해왔다. ...맛있는 간식과 달콤한 신과주... 꼬르륵, 배가 작게 울려오는 소리가 들리자 한 박자 늦게 양 손으로 배를 움켜잡았다. ...조, 조금 배고픈 것 같기도 해요... 왠지 모른 뒤늦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살짝 푸욱 숙였다.
...그래도... 일단, 누리 님께서도 다 같이 즐겁게 놀았으면, 하고 바라시는 것 같으니까... 게다가 저도 마침 은호랜드 안이니까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은호 랜드 안에 있다고 하는 은호 호텔을 찾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헤매기 시작했다가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신' 님께 기도를 올리면서 어떻게든 잘 찾아가, 무사히 은호 호텔의 1층 홀에 찾아갈 수 있었다.
어쩐지 감자핫도그 집의 줄이 무척이나 길어진 기분입니다만. 그건 신경쓸 건 아닙니다. 자신 때문이란 건 알아도 신경 안 쓰겠지만.. 그리고 방송이 들리자 고개를 갸웃합니다. 은호랜드에 있는 호텔의 1층 홀. 가보지 않아서 손해되려나. 라는 둥의 계산을 해보기는 했지만, 가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했기에 그냥 갑니다.
"신과주... 맛있으려나." 원시적인 발효로 만들어진 술을 마셔본 적은 있었고 발전하며 나온 여러 술을 알기는 합니다만. 잘 즐기지는 않았지요. 정확하게는 미묘하게 제어가 흐트러지는 기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려나요. 그렇다고 해도 별 주사는 없다는 점은 다행입니다만.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의 은호랜드를 잠깐 날아서 내려다보고는 내려앉아서 호텔로 향하려 합니다. 뒤에 천이 나풀나풀 둥둥 떠 있군요.
각자 어떻게든 호텔의 1층 홀로 도착했으면 아마 여러 맛있는 음식들이 원형 테이블에 올려져있는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고기에 과일에 채소까지. 참으로 다양하게 올려져있었으며, 투명한 글라스에는 달콤한 향을 풍기는 붉은 무언가가 들어있었다. 가장 상석에는 누리가 앉아있었고 그 옆에는 가온이 덩달아 앉아있었다.
모두가 오는 것을 바라보며 누리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아. 모두들 어서 와! 마음에 들지 모르겠네. 가온이에게 부탁해서 만든 요리들이야. 그리고 이건 다름 아닌 가온이가 직접 기른 신과로 빚은 술, 신과주. 그다지 세지도 않고 달콤해서 맛이 좋아. 무엇보다 신과는 먹는 이의 입맛에 맞는 맛을 내니까. 아마 다들 먹어서 후회하진 않을거야."
이어 그녀는 가온을 바라보았고 가온은 고개를 끄덕인 후에 손가락을 퉁겼다. 그러자 벽이 투명한 느낌으로 바뀌더니 무언가를 비추었다. 그것은 바깥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바람이 불거나 하진 않았다. 창문이 아니라 마치 벽 자체가 바깥을 비추는 스크린이 된 것 같은 느낌에 가까웠다. 아무튼 이어 벽에 비치는 바깥 풍경에서 무언가가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그것은 참으로 알록달록, 아름다운 불꽃놀이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모두와 함께 불꽃놀이를 보면서 음식을 먹는 것도 괜찮지 않아? 아무튼 다들 재밌게 놀고 있어? 엄마도 부르려고 했는데 엄마는 은호랜드는 오고 싶어하지 않아하거든. 그러니까 나만 왔어. 당연히 여긴 가온이가 담당하는 지역이니 가온이가 열심히 준비했고. 자. 그럼 우선 가볍게 마셔볼까?"
이어 누리는 글라스를 들어올린 후에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즐거운 내일을 위하여!"
그것은 명백한 건배제의였다. 가볍게 건배를 하면서, 신과주를 먹으면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누리 님의 말에 따라 도착한 은호 호텔의 1층 홀. 조심스럽게 그 안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각종 만찬들이었다. 고기에, 과일에, 채소에, 달콤한 향의 붉은 액체까지. 그 만찬들의 모습에 놀란 듯이 멍한 두 눈동자를 깜빡이면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자, 이내 누리 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누리 님, 가온 님. 두 분 다 안녕하세요."
두 손을 앞에 모으고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그러다 누리 님의 시선에 가온 님께서 손가락을 튕기자 이내 벽이 투명하게 바뀌는 것을 한 박자 늦게 깜짝 놀라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너머로 비치는 바깥에는...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불꽂들이 밤하늘을 장식하고 있었다.
"...! 와아아...!!"
그에 두 눈을 휘둥그레, 동그랗게 뜨고 솔직하게 감탄했다. 그리고 드물게 곧바로 다다다, 벽 쪽으로 달려가 두 손을 투명한 벽에 대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펑, 퍼펑! 다양한 색깔들이 자신의 눈동자 속에 박히고 있었다. 반짝반짝, 너무 예뻐요...! 저게 바로 '불꽃놀이' 씨인 걸까요?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불꽃놀이에 마음을 빼앗겨 있던 찰나, 이내 누리 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서야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황급히 종종걸음으로 자리로 되돌아왔다. 죄송스러움에 그저 입가로 올린 양손가락들을 꼼지락꼼지락거리다가, 누리 님께서 건배 제의를 하시자 뭔지 잘 모르겠다는 듯, 멍한 두 눈을 깜빡깜빡였다.
그러나... 다른 '신' 님들께서 하시는 행동을 슬쩍 보고는 눈치껏 잔을 조금은 어정쩡한 자세로 두 손으로 공손히 들어올렸다. ...마시면 되는 건가요...? 이게 뭘까요? 킁킁, 곧바로 마시지는 않고 그저 코를 작게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아보았다. 달콤한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와아, 좋은 향기...! 그 달콤한 향도, 아름다운 붉은색도, 전부 다 너무나도 예뻐보였다.
만약 온다는 보통 철면피는 아닐테지. 한쪽 턱을 괸 채로 중얼거리며 신과가 든 잔을 둥글게 돌려본다. 예쁘고 맑은 붉은색의 술은 레드 와인이라기엔 좀더 맑은 색이였으니, 맑은 물에 섞여들어간 피를 떠올리게도 하였다. 술의 색채를 보던 세설은 누리의 말의 투명해진 벽 쪽에 잠시 시선을 두다,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불꽃놀이에도 금새 관심이 꺼진채, 시선을 앞으로 돌린다.
"...항상 번거로운 일을 잘도 벌려놓는구나."
마찬가지로 조금만 더 크게 말했더라면 흥이 깨질 법한 말이였다. 아니지, 이럴 때는 즐거워야지? 그래야 완벽히 즐거운 내일일것이니까.
건배사는 외치지 않은 채로 가볍게 잔을 들어보인다. 보통이면 즐거운 것을 바라지 않는 이들은 없을테지. 너도 그 보통에 섞여들어가야하지?
"왜 개최를 했냐고 물으면...글쎄? 그쪽이 더 즐거울 것 같으니까? 후훗. 애초에 고생은 가온이가 하는걸. 이 요리도 전부 가온이가 만든 것이고, 여러모로 준비를 하는 것도 가온이고..."
"비나리의 관리자로서 당연한 겁니다. 그리고 번거로운 일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것이 라온하제의 수도, 비나리를 맡은 이가 해야 할 일이라면."
누리의 말에 가온이가 덧붙이듯이 이야기를 하면서 신과주를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그 맛이 달콤한지, 먼저 마셨던 누리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이어 가온은 다른 이들을 바라보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누리는 싱긋 웃으면서 잠시 식사를 즐기다 트럼프 카드를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그런고로 간단한 게임이라도 해볼까? 밥 먹으면서 잡담을 해도 좋지만, 뭔가 하면 더 재밌을 거 아니야. 안 그래? 그러니까...인간계의 소설에서 착안한건데, 예를 들면...이런 식이야. 가온아. 하나 뽑아볼래?"
"네!"
누리의 말에 가온이는 그 중 카드 하나를 뽑았다. 그러자 나오는 것은 클로버 10이었다. 이어 누리가 뽑자 나오는 것은 하트 K였다. 이어 누리는 두 어깨를 으쓱하며 이야기했다.
"보다시피 내가 K고 가온이는 10이잖아. 그럼 내가 이긴 거야. 그럼 승자는 패자에게 무언가를 하나 시킬 수도 있고, 무언가를 하나 질문할 수도 있어. 기본적으로 질문을 먼저 하는데, 만약 질문을 거부하면 시키는 것을 해야만 해. 그것이 무엇이라도 말이야. 둘 다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해. 그런가 높은 숫자를 뽑은 이가 낮은 숫자를 뽑은 이에게 질문을 하거나 뭔가를 시킬 수 있는 거야. 그리고 낮은 숫자는 둘 중 하나를 해야만 하고. 간단하지?"
이어 누리는 트럼프를 다시 섞은 후에 모두의 앞에 차르륵 깔아놓으면서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럼 지금부터 해볼까? 하나씩 뽑아봐!"
//
누리 - .dice 1 13. = 7 가온 - .dice 1 13. = 5
간단하게 1~13의 범위로 다이스를 돌린 후에 가장 높은 숫자가 나온 이가 그 외의 이들에게 질문을 하거나 행동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수행해야만 합니다. 그런고로 모두 다이스를 굴리면 되겠습니다. 따로 반응레스는 올리지 않아도 됩니다!
동영상을 본 가온과 누리는 살짝 경악했다. 그리고 둘 다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둘은 잠시 후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머지 않아 누리는 옷을 갈아입었다. 그것은 완벽한 닭의 모습을 한 분장이었다. 이어 가온이가 한숨을 내쉬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리 역시 열심히 춤을 추면서 마치 닭인 양 행동하고 있었다. 하얀 깃털이 하늘로 날아오를 정도로 열심히 춤을 추는 와중에 가온이는 노래까지 불러야만 했다.
"꿍칫꿍칫꿍칫꿍칫꿍칫꿍칫 꼬꼬댁!"
"셔치셔치셔치셔치셔치셔치 꼬꼬댁!"
"꼬꼬 꼬꼬댁! 꼬꼬꼬꼬댁!!"
그 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보며 누리는 열심히 동영상에 나오는 춤을 추면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둘의 모습은 참으로 안쓰러울지도 모를 일이었다.
카드의 숫자가 가장 높은 분은 다름아닌 아사 님. 어떤 지시를 내리실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두근두근, 아사 님께서 말씀을 하시기를 잠시 기다리고 있자, 아사 님께서는 이내 동영상을 제일 먼저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들려오는 것은 이상한 말들로 가득한 노래와 춤. 꼬꼬댁...? 꼬댁꼬댁? 멍한 눈동자를 더욱 멍하게 뜬 채 그 동영상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아사 님의 지시는 다름 아닌 두 명은 노래와 춤, 다른 두 명은 의상과 춤, 한 명은 박수치기. 자신의 역할은 그 중에서... 다행히 박수치기였다.
"...하하."
안심이라면 안심인 것일까. 어차피 자신이 하는 것보다는 다른 '신' 님들께서 하시는 것이 더욱 멋졌을테니. 이내 두 눈동자를 기대감에 반짝반짝이면서 열심히 음악에 맞춰 아사 님과 함께 박수를 짝짝, 치기 시작했다. '신' 님들, 전부 다 엄청 멋지세요...! 이상한 방향으로도 숭배와 찬양의 마음이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