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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말을 들으면서 누리는 겨우 고개를 들었다. 자책하지 마라고 말을 하고 잘못은 없다고 말을 들으며 그녀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역시 죄책감은 크게 느껴지는 것일까. 좀처럼 다가가지 못하는 가운데 은호는 계속해서 다가왔고 누리의 앞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조용히 그녀의 머리 위에 자신의 손을 내려놓고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었느냐?"
"...엄마...?"
"...없어보이는구나. 물론 혹시나 다친 이들이 있을까 싶어 내 힘으로 너희들의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기력을 채워넣었으니 문제는 없을지도 모르나 무리는 하지 말도록 하라. ...돌아가자꾸나. 모두 다 같이 말이다."
말을 마친 은호는 천천히 뒤로 돌아서 앞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누리는 깜짝 놀라 은호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 목소리와 눈빛에는 믿을 수 없다는 마음이 강하게 담겨있었다.
"엄마. 아무런 말도 안하는 거야?"
"......."
"나, 이렇게...일 저지르고... 결국 나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데... 애초에, 난... 난... 난... 엄마를 죽이려고 만들어진 존재인데... 이번에도 정말로 큰 일 저지를 뻔 했고... 나 때문에 엄마의 땅이 공격받을 뻔 했고, 많은 이들이..."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지어다. ...그것으로 충분하도다."
"......"
"죽음을 상징하는 존재는 다른 이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지 않느니라. 그것이 내 생각이니라. 네가 무사하고 다른 이가 무사하면 그걸로 된거니라. 돌아가도록 하자꾸나."
말을 마친 은호의 눈빛은 상당히 부드럽기 짝이 없었다. 그것은 분명히 자신의 딸을 보는 어머니의 눈빛이었다. 사랑스러운 이를 바라보는 그 눈빛을 받으며 누리는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면서 몸을 크게 움찔거렸다. 그녀의 아래로 무언가 투명한 것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미안해..엄마... 미안해... 나... 나... 다시는 이렇게 바보같이 행동 안할게. ...멋대로, 그러지 않을테니까... 다들 미안해..."
"몇 번의 시행착오를 하는 것은 좋으니라. 하지만, 절대로 혼자서 희생하려고 하지 말지어다. 너는 죽음을 상징하는 여우가 아니니라. 너는 즐거운 내일을 상징하는 여우니라. 돌아가자."
"응...! 응...!"
이어 누리는 은호에게 달려가서 그 품에 와락 안겼다. 그리고 은호는 누리를 꼬옥 안아주면서 웃어보였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너희들도 수고가 많았느니라. 돌아가자구나. ...즐거운 내일. 그것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
저벅이는 발걸음 속, 모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것은 개개인만이 알 일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하나였다. 즐거운 내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누구도 빠지면 안된다는 것...
죽음을 상징하는 여우는 그곳에 없었다. 정해진 운명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극복하도록 하는 이들의 도움은 생각보다 컸다.
랩소디의 멜로디는 처음엔 어두웠을지도 모르지만, 점점 조용히, 잔잔하게 흘러갔다.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새로운 운명을 연주하며 멜로디는 천천히, 천천히 이어지고 있었다.
작년의 일이다. 호은골에서 그 소동을 피운 죽음의 여우. '누리'를 데리고 난 내 영토로 데리고 왔다. 그 모습을 본 가온이와 백호는 크게 놀라면서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연했다. 나야 더 이상 이 작은 여우가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데리고 오긴 했지만 그 둘에게 있어서는 방금 전까지 적대하고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으니까.
ㅡ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은호님. 이건 조금...
ㅡ그렇습니다! 또 다시 은호님의 목숨을 노릴지도 모릅니다! 딸이라니!
반대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백호도 정말 크게 반대를 했었으니까. 그 정도로 그 둘에게 있어서 누리의 존재는 용납하기 힘들었겠지. 오로지 나를 제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존재가 바로 이 아이니까. 솔직히 말을 하자면 나도 조금 경계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적호 녀석이 무슨 함정을 팠을지도 모르고 갑자기 내 생명력을 뺏기 위한 노래를 부를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ㅡ확실히 나를 죽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아이가 바로 이 아이니라. 누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잔혹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이니라. 하지만, 그럼에도 이 아이라고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겠느냐.
ㅡ은호님.
ㅡ원래대로 따지자면 다 내 업이자 죄니라. 나와 적호의 싸움으로 인해서 만들어진 이 작은 생명을 버려둘 수도 없느니라. 무엇보다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적호에게 대항하고 자신의 운명을 거역하고자 한 이 어린 것이 대견하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느니라. 지금부터는 내가 이 여우, 누리를 키우겠느니라. 내 딸로서... 그래. 500년 정도 교육을 하고 키운 후에 내 영토를 맡기고 나는 이제 은퇴를 생각해보겠느니라.
내 바로 옆에서 불안한듯이 모두를 바라보는 꼬마 여우를 바라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나와 적호의 싸움의 결과로 태어나버린 아이라면, 그 책임 또한 내가 지는 것이 맞을 것이다. 태어난 이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 태어난 이에게 운명을 부여하고 그렇게 하도록 만든 이야말로 죄를 진 이가 아니겠는가. 그 죄의 책임에 대해서는 나 역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것은 나에게 있어서 이 아이에 대한 속죄였다. 500년, 아니 그 이상이라도 상관없다. 나로 인해 태어나고 죽음을 부르는 운명을 짊어진 이 아이에게서 그 짐을 빼고 새로운 운명을 향해 걸어갈 수 있게 이 아이를 키우고자 마음 먹으며 나는 미소지어 이야기했다.
ㅡ지금부터는 내가 너의 어미니라. 누리야.
ㅡ.......
ㅡ...더 이상 적호의 말에 흔들리지 마라. 내 너를 훌륭한 고위신으로 키워 성장시키겠느니라. 내 딸이 되어, 너의 운명을 스스로 벗어던지도록 하라. 나의 털로 만들어진 나의 딸 누리야.
그것이... 내가 이 아이의 어미로서 살아가는 시간의 시작이었다.
어린 것에게는 아무런 죄도 없으며, 태어난 이에게는 아무런 죄도 없다. 500년의 시간. 우리에게 있어선 한순간인 그 시간을 바쳐 나는 이 아이를 키우리라 다짐했다. 죽음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상징하는 신으로서...
ㅡ...엄마...
ㅡ그래. 내 딸아. 나의 딸 누리야.
어느 순간, 즐거운 내일을 꿈꾸고 만들어나가는 자랑스러운 내 딸을 바라보며 나는 오늘도 행복을 느낀다. 저 아이의 운명을 연주하는 멜로디는 대체 어디로 흘러가게 될 것인지... 그것을 지켜보는 것 또한 나의 의무가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에 절로 미소를 지었다.
ㅡ너는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가도록 하라. 그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나는 너에게 뭐라고 하지 않겠느니라.
비나리에 있는 은호랜드. 그것은 내가 은호님을 모델로 해서 만든 비나리의 랜드마크인 놀이동산이다. 최근 조금 문제가 생겨서 이것저것 손 보면서 문을 닫고 있었지만 이번에 제대로 수리하고 손을 보는 것에 성공해서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그 사실을 보고하러 가자 은호님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그...내 모습으로 만든 놀이기구들은...그대로 있느냐?"
"더욱 퀄러티를 높였습니다."
"...아니, 가온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하라. 그거 정말로 열 참이더냐?"
"이미 모두에게 초대권을 보내뒀습니다. 당분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열어둘 참입니다. 많은 이들이 은호랜드로 찾아올 겁니다!"
"가온아아아!!"
어째서인지 은호님은 경악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허리를 편 후에 은호님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럼 전 다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가 묵을 수 있는 시설을 열어둬야하기에.. 나중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아니, 기다리거라! 가온아! 가온아아아아!!"
역시 은호님은 조금 부끄러움이 많은 분이시다. 이곳은 은호님의 영토. 은호님의 모습을 본따서 놀이기구를 만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 이외에 뭘 모델로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튼 모두가 즐겁게 놀 수 있도록 당분간은 공짜로 열어두고, 그 안의 식당도, 숙소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해둘 참이다. 특별히 좋은 것으로만 준비했으니 노는데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이 또한 즐거운 내일을 만들기 위한 방법. 나는 나대로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내일부터 다음주 일요일까지 비나리의 랜드마크, 은호랜드에서 신나게 무료로 마음껏 놀 수 있는 일상형 이벤트가 열리게 됩니다. 자..마음껏 놀면서 마음껏 친해지시면 되겠습니다. 후후후... 참고로...이곳은 모든 놀이기구가 은호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를테면..회전목마의 말의 모습이 은호의 여우 모습이라던가...(??)
아사: 020 운동이나 몸쓰는 것을 좋아하나요? 싫어하진 않지만 즐기지도 않는..? 신통술 못 쓰거나 안 쓰고 후려패려면 어느 정도 해야 하겠지만 그걸 진정으로 즐기지는 않지요. 123 머리가 어느정도 길어지면 어떻게 하나요?(ex 묶기,자르기) 머리가 길어지면 예전에 잘랐던 것이 최대한 많이 잘랐어서 좀 삐죽삐죽했었을 테니 그걸 층 안 내고 단정히 정리해서 기를 것 같습니다! 246 캐릭터가 등장하는 소설이 있다면 그 첫 문장은? 녹아내린 색이 무척 선연하였고, 그 색에 젖은 깃털이 무겁게 흔들거리며 그 색을 튀기고 있었다. https://kr.shindanmaker.com/646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