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본격적인 싸움이 일어났군. 령은 사라져버린 은호와 적호를 보며 눈을 빛냈다. 나무와 바위가 깨지고 있었다. 저들은 저들만의 전투를 벌이는 거겠지. 청호는 백호와 가온이 막을테고. 령은 검을 쥔 손을 거뒀다. 그리고 냅다 나무 쪽으로 달려갔다. 누리가 그곳에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모두를 뒤로 하고서 그들은 앞으로 달렸다. 저 앞의 나무를 향해서... 오로지 그곳만을 향해서... 뒤에서 쫓아오는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나무까지 가는 것이 그렇게 어렵거나 하진 않았다. 그들이 도착한 거대한 나무는 투명한 녹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지금도 주변에서 수많은 녹색의 무언가를 흡수하면서 그 투명한 녹색 나무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잎을 맺고 있었고, 뿌리를 강하게 뻗고 있었고 줄기를 더욱 크고 깊게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투명한 녹색 나무 속에는 누리가 눈을 감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다가가려고 했다면 다가가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무언가 벽 같은 것이 투명하게 막고 있었으니까.
ㅡ....싫어...
ㅡ....고마워...
ㅡ...생명을 뺏고 싶지 않아.
ㅡ하지만 나는 죽음의 여우. 그렇게 태어난 존재. 나의 운명. 벗어날 수 없는 운명.
ㅡ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나의 운명. 그러니까...어쩔 수 없어.
모든 것을 체념한 목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투명한 녹색 나무 속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방울 같은 것이 조용히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조용한 노랫소리는 계속해서 울려왔다. 그것은 슬프고 어둡고 조용한 노랫소리였다. 이어 더욱 나무는 커지고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때때로, 그 녹색 나무에서 어디론가 두 줄기의 빛이 저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은호들이 전투를 하고 있는 바로 그곳이었다.
누리 님을 생각하여 계속해서 달려나갔다. 태어나서 처음 사용해보는 고속이동 신통술은 참으로 힘겨운 것이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 했던 속도의 바람. 그러나 그것을 애써 버텨내며 나무를 향해 달려나갔다.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전부.
그리고 이내 투명한 녹색으로 반짝이는 나무 가까이에 도착하자 보이는, 그 안에 웅크리고 있는 누리 님의 모습.
"누리 님!"
그에 누리 님의 이름을 부르며 급히 다가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내 투명한 벽 같은 것에 쾅, 부딪히면서 저지 당해버렸다. 털썩, 자신도 모르게 뒤로 엉덩방아를 찧어 흙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리 님! 누리 님!"
누리 님의 이름을 부르며 쾅, 쾅, 주먹 쥔 두 손으로 벽을 두들겼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하고 슬프고 어두운 노랫소리 역시도 들려왔다. 그에 나무는 더더욱 성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나무에게서 날아가는 두 줄기의 빛이 향하는 곳은... ...전투를 하고 계신 곳...?
누리의 간절한 목소리, 그리고 아사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 그런 목소리가 들린 것일까. 웅크리고 있던 누리는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려 모두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무 속에서 나오진 않았다. 멍하니, 초점이 사라져버린 눈빛으로 모두를 바라보는 것과 동시에, 누리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조용히 울려왔다.
ㅡ...왜 온 거야? ...여긴... 돌아가... 나는, 돌아갈 수 없어. 이제와서 돌아갈 수 없어.
ㅡ나는 죽음의 여우. 숨겨왔지만 그 사실이 맞아. 엄마를 죽이기 위해서, 호은골을 없애기 위해서 만들어진 존재. 너희들도 생명력이 뺏겨봐서 알잖아. ...잘 알잖아. 내가 가진 힘이 어떤 것인지... 지금 이곳도 생명력을 빼앗기고 있어. 나에게서.
ㅡ이런 나에게 왜 온 거야. 이런 위험한 곳에...
누리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그 목소리가 조용히, 조용히 머릿속으로 울려왔다. 공허하고 슬픈 목소리. 자신이 그들에게서 생명력을 뺏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숨겨온 정체, 그리고 자신의 운명. 그 모든 것이 한번에 터진 것일까. 고통스럽고 죄스러운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 치듯 울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딘가에서 적호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려왔다.
ㅡ착한 척 위선을 떠는 약한 존재들이여. 끈질기군.
ㅡ그 아이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선택했다. 아무리 뭐라고 한들... 그 아이의 태생, 그 아이가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운명은 변하지 않아.
ㅡ그리도 무서운가? 생명력을 뺏는 힘이? 너희들의 고향을 없애버릴까봐 무서운가? 그렇다면 너희들이 살아가는 그 땅은 없애지 않겠다고 한다면 포기하겠는가?
ㅡ은호도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강한 힘을 뺏기니까 무서워하고, 그 강한 힘을 되찾으려고 하지. 위선이라는 가면을 쓰고서...
ㅡ자신의 목숨을 뺏으려고 만들어진 자를 품어줘? 죽음을 상징하는 신을 보듬어줘? 그런 위선 따위 그 아이에겐 필요없다.
ㅡ사라져라...!
뒤이어 그 근방에 검은색 번개가 강하게 몰아쳤다. 물론 직접적으로 떨어지진 않았지만 위협용으로는 충분한 일이었다. 검은색 번개가 계속해서 주변에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노랫소리가 조용히 울려왔다. 더욱 주변에서 많은 생명력을 끌어모으는지 나무는 더욱 더 성장하고 있었다.
ㅡ...나를 버리고 돌아가줘. ...나는... 나는....운명을 벗어날 수 없어.
ㅡ왜, 왜 여기까지 온 거야. 위험한데.
ㅡ돌아가. 돌아가. 너희들을 건들지 않을테니까..제발 돌아가...
//자...이제 여러분들의 감정을 폭발시킬 차례..마음껏 터트려주세요! 마침 적호의 목소리도 들려오겠다..!
령의 어둡고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령의 빛이 없는 눈동자는 고요히 누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령은 검을 검집으로 넣었다. 누리를 공격할 의사는 없는 게 분명했다. 적호의 목소리가 들린다. 검은 번개가 몰아쳤다. 령의 드레스가 펄럭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령은 자세를 바꾸기는 커녕 눈 하나도 깜짝하지 않았다. 령은 잠자코 적호와 누리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말이 끝나자마자 입을 열었다.
"두렵지 않아."
령의 검은 눈동자가 누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애초에 두려웠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어. 누리, 말해봐. 네가 원하는 게 뭐지? 저딴 놈이 말하는 알량한 개소리 말고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거 말이야. 너는 라온하제에서 우리와 행복하게 지내는 걸 원하는 거 아니었나? 정말 죽음의 여우로서 지내는 게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듣자듣자 하니까." "죽음을 상징하면 뭐 어때. 죽음은 탄생을 낳는다는 말도 못 들어봤어 돌대가리야." 생명의 순환에서 죽음이 없으면 탄생도 힘들어 이 빨강아. 죽음을 상징하는 신이 좋은 성격이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 생명력 빨게하는 건 니가 시켜서 그런 거고. 라는 말도 무척이나 차분한 목소리입니다.
"강한 힘인 줄은 우리는 지금까지 몰랐는데?" "알게 된 건 빨강이 너 때문이지." 강한 힘을 욕심냈더라면 이미 생명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은데 그냥 뒀겠어? 이용한다는 건 그런 거야. 네가 하고 있는 짓이지.
"누리야. 죽음을 상징하는 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 두렵다...라곤 생각한 적 없어." "사실 고위신이라고 생각하니까 뭐 불행의 신이나 재앙신같은 거라도 납득하고 잘 지낼 수 있겠는걸. 저기 적호도 재앙이기도 하잖아? 죽음의 여우 정도야 그냥 평범하네." 설마 그거 때문에 떠난다던가 그런 거 걱정했던 거야? 운명을 벗어나려 발버둥친 거일 뿐이었어? 아니야. 발버둥친 게 아니라 저건 그냥 살아가다 보니 만난 방해물에 불과해. 적호에 대한 평가가 무척 박합니다만은.
"이미 한 번 했다면 두 번은 전혀 어렵지 않아." 이미 한 방 먹여준 적 있었다면서? 라고 말합니다. 물론 그때처럼 걸라는 말은 아니야.
처절한 목소리가 다행히 누리 님께 닿은 것일까. 누리 님께서는 이내 고개를 천천히 들어 자신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눈빛은 초점이 풀려있었고, 이내 들려오는 누리 님의 힘 없는 목소리에 다시금 입을 열어 소리쳤다.
"저희는 누리 님을 구해드리기 위해서 온 거예요! 누리 님과 함께 돌아가려고 온 거예요! 저는 누리 님의 힘은 전혀 두렵지 않아요! 그저, 그저, '즐거운 내일'을 언제나 꿈꾸며 행복하게 웃으시던 그 누리 님을 다시 되찾고 싶을 뿐이예요...!"
투명한 벽에 가져다댄 두 손바닥이 이내 쥐어뜯듯이 움켜져, 그대로 주먹을 쥐었다. 공허하고 슬픈 감정이 넘실거리도록 느껴졌다. 이 죄책감, 고통, '죄'. ...아니야, 아니예요. 누리 님께서는...! 눈물이 들어찬 두 눈동자를 꽈악 감으며 투명한 벽에 이마를 맞대었다.
그리고, 적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갑고 서늘하게 누리 님과 자신들을 한껏 비웃는. 이내 그 목소리의 끝에 검은색 번개가 강하게 주변에 몰아쳐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조용한 노랫소리. 나무는 성장하고 있었다. 누리 님께서는 여전히 괴로운 운명에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었다. ...하지만...
"......당신이... 당신이 뭘 알아요."
여전히 고개를 숙여 드리워진 그림자에,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이로 새어나오는 목소리는 평소의 그 희미하여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듯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하여 그 존재를 더욱 뚜렷이 터뜨렸다. 고개를 치켜들어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고여있던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뒤로 한 채, 목소리만이 들려오는 적호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두 눈을 꽈악 감은 채 악을 쓰듯이 목이 터져라 소리질렀다. 절규와도 같이. 금방이라도 갈라질 것만 같았다. 목소리가? 마음이?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깨져버렸다. 아주 조금이나마 존재했던 작은 신뢰마저도, 무참히 깨져버렸다. 적호는 '신' 님이 아니었다. 저 자는... 저 자는...!! 다시 고개를 내리고 쾅, 쾅, 두 주먹으로 벽을 치기 시작했다.
"누리 님! 누리 님! 저는 두렵지 않아요! 죽음따위, 저는 두렵지 않아요! 그러니까 누리 님과 함께 돌아가고 싶어요! 같이 돌아갈 거예요! 함께 운명에 맞서 싸워드릴게요! 누리 님의 운명에서 누리 님을 꺼내드릴게요! 은호 님, 가온 님, 백호 님, 아사 님, 령 님, 세설 님, 그리고 저도! 모두가 누리 님을 걱정하고 있어요...!"
아파왔다. 그러나... 멈출 순 없었다. 아니, 멈추고 싶지 않았다.
"누리 님의 그 노랫소리를 바꿔드릴게요! 함께 다른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누리 님! '죽음'의 노래가 아니라, '라온하제'의 노래를...!"
파직 파직, 검은 번개가 떨어지든 말든 투명한 벽에 주먹을 쾅, 박아 넣었다. 피가 흐른다. 그럼에도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다만... 정말 웃겨서가 아니라 어이가 없는 듯이.
"... 네가 지금 그렇게 나약한 소리 지껄여봤자 우리가 돌아갈 거라고 생각해? 이성적으로 생각하더라도 당장에 위험하다고 피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인데. 하하... 애초에, 너를 그냥 내버려 두고 온다면 네 어머니가 가만히 있을까? 응?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아니면, 약한 신이라고 무시하는 건가? 그렇다면, 너도 저 불여시랑 다를 바 없는 고위신이구나."
하, 답답해 죽겠네 진짜. 더이상 웃을 기력도 없다는 듯이 얼굴을 굳혀버렸다. 이래서 어린 신들은 세상물정을 좀 배워야하는데. ...으르릉 거리며 화를 내는 목소리가 매섭다. 가려진 머리카락 사이로 빛이 새 나왔던가.
"시*... 야, 지금 내가 좀 많이 화가 났거든?... 이해 못하는 것 같으니까 친히 큰소리로 설명해줄게. 불여시의 저 나불대는 자체가 비논리의 연속일 뿐인데 그딴 게 운명이라고? 집어 치워! 그딴 운명에 따를 바에는 무슨 결과가 일어나든 억지로 저항해서라도 바꾸면 되는 거야! 운명에 저항할 수 없을 만큼 약한 것도 아니잖아...! 네가 못한다고...? 그래, 내가... 난 바꿀 수 있었어. 약한 신인 나라도... 바꿀 수 있었지. 분명히... 그러니 내가 운명이든 천명이든 뭐든 그딴 얄량한 단어 따윈 당장에 바꿔주마! 두말하게 하지 말고, 이 결계 열어.... 당장! 니가 원래 죽음의 여우였건 뭐건 상관 없어! 그딴 게 알게 뭐냐! 내가 지켜 볼 수 있는 건 은호의 딸 누리로서, 라온하제의 지배자로서의 운명 뿐이니까!"
운명을 바꾸는 것이 무슨 결과를 초래하는 지는...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었을 것이였지? 응?
모두의 말을 들으며 누리는 모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검은색 번개는 계속해서 몰아치고 있었지만, 아무도 물러서는 이가 없었다. 강하게 적호를 부정하고 부정하는 목소리가 그곳에 울렸고, 그 때문에 노랫소리는 끊겼고 더 이상 생명력도 빨려들어가지 않았다. 뒤이어 들려오는 목소리는 다름 아닌 은호의 목소리였다. 적호의 비명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것을 보면 적호를 밀치고 자신이 말을 거는 모양이었다.
ㅡ망설이느냐. 운명이라는 것을...
ㅡ돌아가는 것을 망설이느냐. 운명이라는 것 때문에...
ㅡ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너는 나의 딸이니라. 너의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으라. 그들이 무엇 때문에 여기로 왔는지 눈을 뜨고 바라볼지어다!
ㅡ저들의 기대를 배신할 참이더냐?
ㅡ내 딸아. 나의 딸아. 너의 운명은 확실히 그랬을지도 모른다. 너의 태생은 나를 죽이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니라. 하지만, 나는 너를 거뒀다.
ㅡ너의 친구들의 말대로 너는 더 이상 죽음의 여우 따위가 아니니라. 네가 선택한 즐거운 내일.
ㅡ아무것도 의심하지 말지어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지어다.
ㅡ너에게 말을 걸고 너를 지키고자, 너를 데려가고자 하는 너의 친구들을 바라보아라.
ㅡ내 너에게 확실하게 말하리라. 후회없이, 말하리라. 너는 나의 딸, '즐거운 내일'을 상징하는 여우니라!
ㅡ내 절대로 너를 모욕하는 말들도, 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신을 모욕하는 말들도...
ㅡ결코 용서치 않으리라...!!
은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은색 번개는 사그라들었고, 그곳에 남아있는 것은 고요한 침묵 뿐이었다. 눈앞의 나무는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강하게, 강하게 흔들리는 나무 속에서 누리가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리스를, 다른 이들을 가로막는 벽은 사라지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 벽은 언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ㅡ...자. 손을 잡으라. 내 딸아. ...누리야.
ㅡ너의 운명을 너의 친구들과 바꾸고 가꿔라.
ㅡ미안하구나. ...너에게 좀 더 빠르게 이런 말을 했어야 했는데. ...시간이 흘러 이제는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ㅡ모두 내 잘못이니라...
ㅡ아니야...엄마... 엄마... 모두들...아니야...아니야...아니야...!
이어 누리는 나무 너머에서 팔을 뻗었다. 그리고 모두를 향해서 누리는 분명히 이야기했다. 그것은... 그것은....
"도와줘... 날 도와줘.. 모두들... 미안해..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나무는 더욱 흐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누리는 분명히 팔을 뻗고 있었다. 모두를 향해서... 모두를 바라보며...
//클라이맥스 부분이 되겠군요. 자....반응레스를 받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일단 중요한 파트는 빠르게 진행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남은 부분은 다음주에 마무리 짓겠습니다. 남은 부분이라고 해도 마무리 정도니까....! 아무튼..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부모님 마음이란 건 그렇지." "...또 딸 마음도 그렇고." 나에게는 전자와 후자 둘 다 지금은 옅기는 하지만. 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확실한 거는 둘 다 서로를 위하고 있잖아? 라고 말하려 합니다. 누리가 은호를 정말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런 고민을 할 리가 없었잖아.
"흔들리고서야 꽃이 핀다고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서도 꽃이 피길 원하는 게 아닐까?" 아디까지나 추측일 뿐인 말이지. 라고 느릿하게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사라진 벽을 넘어서 누라에게 다가가려 합니다.
"팔을 뻗는 이에게 팔을 내밀지 않는 매정한 신으로 생각했어? 유감이야." 내민 손을 잡아주는 정도도 못하지는 않아. 라고 속삭이는 듯 말하면서 팔을. 손을 잡으려고 시도합니다.
검은색의 번개가 계속 몰아쳤지만, 그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의 자신에게 있어서는 눈 앞에 있지만 닿을 수 없는 '신' 님, 아니, 누리 님이 더더욱 중요했으니. 절박하게 벽을 쾅, 쾅, 내리치던 손길이 이내 들려오는 적호의 비명소리에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것은...
"...은호 님...?"
눈물 고인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은호 님께서는 계속해서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죽음, 운명, 그리고 딸. 즐거운 내일. 친구들. 모든 것들이 누리 님을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은호 님께서는 확실하게 말씀하셨다. 누리 님은... 누리 님께서는...
은호 님의 딸이자, '즐거운 내일'을 상징하는 여우.
은호 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검은색의 번개는 사그라들었다. 그러자 찾아온 고요한 침묵. 거대해져가던 나무는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저 나무는 금방이라도 사라지리라. 존재가 희미하게 지워지리라. 지금 이 순간, 그것은 자신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리 님에게 가는 것을 가로막던 벽이 사라졌다. 그에 순간 중심을 잡지 못 하고 비틀, 그대로 앞으로 넘어져버렸다. 그러나 흙 투성이가 된 몰골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곧바로 몸을 일으켜 섰다. 그리고 넘어질 듯, 말 듯, 곧장 누리 님께 달려갔다. 벽이 사라진 이상, 더이상 주저하거나 망설일 것은 없었다. 오로지... 오로지...
은호 님의 사과의 끝, 누리 님께서는 이내 나무의 너머에서 팔을 뻗었다. 그리고 도와달라고 외쳤다. 미안하다고 외쳤다. 누리 님께서는 울고 계셨다. 마찬가지로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두 팔을 뻗었다.
"누리 님... 이제 다시 돌아갈 시간이예요. 함께 돌아가요, 라온하제로. ...'즐거운 내일'을 상징하시는, 여우 '신' 님."
눈물방울을 뚝, 뚝, 흘리면서도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누리 님의 한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잡은 채, 그대로 밖으로 꺼내려고 했다.
'신' 님, '신' 님. 죽음의 노랫소리를 그치고, 생명을 앗아가는 나무의 존재를 지우며, 이제는 다시 '즐거운 내일'을 향해.
생명력을 흡수하던 나무가 사라지고 있었다. 불길한 기운도 흩어져 가는구나. 설은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본다. 결계가 깨어졌음에도, 다른 이들이 잡아주는것을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한다. ...적어도 자신이 나설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역시 솔직하지 못하구나. 세설 너는...
"이제 그만.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고 1절만 해. 잘못했다고도 하지 마. ...이제 네가 할 일은 운명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뿐이니까. ...그건 순전히 네 몫이다."
여전히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곤 누리를 똑바로 쳐다본다. ...은호한테 딸 교육 좀 잘 시키라고 해야겠네. 이렇게 나약해서야 앞으로 라온하제를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야. ...세설 너는 정말... 답이 없네....
"...네가 순응하려던 그 운명은, 이렇게 뒤집기 쉬운 것이였어. 그러니까, 다시는 멍청한 소리 하지말라는 소리야."
일으켜 세워진 것까지 보고는 휙 돌아서서 등을 보였다. ...어라, 희미하게 웃음을 보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