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어느 때와 다를바 없는 라온하제. 그곳은 정말로 평화로웠다. 조용하고 고요한 그 특유의 분위기는 라온하제를 가득채웠고, 수많은 동물은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고, 식물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고, 신과는 오늘도 붉게 물들어있었다. 하지만 신들은 마냥 한가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들은 각 지역의 대청소를 하고 있었다. 1년에 딱 하루 있는 그 대청소 날은 말 그대로 라온하제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날이었다. 모두가 그룹을 이뤄서 자신이 사는 구역 여부를 떠나서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날은 은호와 누리, 백호, 가온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곳은 다솜의 벚꽃나무 숲 부근. 그 근방을 신들은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었다. 은호와 백호는 다른 곳의 청소를 하고 있었기에 그곳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가온과 누리였다. 둘은 정말로 열심히 청소를 하면서 벚꽃나무 숲 구석구석의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한참 청소를 하고 있는 도중, 잠시 쉬는 시간이 된 것일까. 누리는 모두를 불렀다.
"모두들 수고가 많아! 조금만 쉬었다가 하자! 가온아!"
"네! 알겠습니다!"
누리의 말에 가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가락을 퉁겼다. 그의 신통술의 영향으로 신과가 가득 들어있는 바구니가 그의 앞에 놓여졌다. 그리고 그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큰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들 싱싱한 신과 먹으러 오세요! 잠시 쉬었다 합시다! 누리님이 쉬었다 하자고 하십니다!"
"응! 쉬었다가 하자. 충분히 많이 청소했잖아? 그러니까 쉬자! 알았지?"
가온의 말에 누리는 쉬어서 신과를 먹으라는 듯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바구니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라온하제의 나날은 언제나 평화로웠다. 그 어떤 두려움도, 불안도, 위협도 없는 곳.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신은 감사했다. 그렇기에 오늘의 대청소 날에도 최선을 다해 임했다. 더군다나 '신' 님들이 사는 곳이니만큼 더더욱 이곳저곳을 꼼꼼히, 열심히 청소를. 썩어버린 낙엽들을 줍는 손길은 조심스럽고도 확고했다.
그리고 지금은 다솜의 벚꽃나무 숲. 자신이 맡은 범위를 비롯하여 다른 '신' 님들께서 청소하시는 범위 역시도 도와드리면서 청소를 하고있자, 이내 쉬는 시간이 되었는지 누리 님과 가온 님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에 한 박자 늦게 천천히 아래로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하게 웃어보았다. 뒤이어 느릿하게 쪼그려 앉아있던 무릎을 펴고 섰다. 그리고 그 때까지 두 손에 꼬옥 붙잡고 있던 쓰레기 봉투는 조심히 옆에 내려놓은 채, 천천히 '신' 님들께서 모이신 장소로 걸어갔다. 그곳에 멈춰서서는 신과에는 손 대지 않으면서, 그저 작은 미소로 다른 '신' 님들께 수고 많으셨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령은 말없이 정해진 구역을 쓸고 있었다. 대청소라 힘들긴 하지만 자신도 라온하제의 주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하니 어쩔 수 없긴 했다. 령은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힘들다고 징징대봐야 청소에서 빠지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다들 열심히 하고 있잖은가? 한참을 청소에 열중하던 령은 신과라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신과라..."
마침 지쳐있었으니까 상관없겠지. 령은 바구니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신과의 달곰씁쓸한 맛에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응! 나도 먹을 거야. 그러니까 다들 먹어! 아이온도 리스도! 봐. 령은 벌써 먹고 있잖아?"
"정말로 잘 익은 것들만 따온 겁니다. 그러니까 먹으시면 됩니다. 맛있게 말입니다."
이어 누리와 가온은 보란듯이 각각 잘 익은 신과를 하나씩 들어서 먹기 시작했다. 그 달콤하고 싱싱한 맛이 마음에 들었는지 둘의 꼬리는 천천히 양옆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게 다들 각자 휴식을 취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도중, 갑자기 그 근방에서 파직- 하는 소리가 모두의 귓가에 들렸을지도 모른다. 그 소리를 들은 누리는 귀를 쫑긋 세웠고 가온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어 가온은 모두를 바라보며, 특히 누리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금방 올테니 기다려주십시오."
이어 가온은 어디론가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곳은 벚꽃나무 숲을 넘어 저 편. 밖과 근접해있는 경계선 부근이었다. 이어 누리는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가온이 향한 방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10분, 20분, 30분... 아니, 1시간이 되어도 가온은 돌아오지 않았다. 조금 불안해진 것일까. 누리는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뒤이어, 누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신과의 맛은 마치 커피와도 비슷했다. 그것은 신과를 먹는 주체인 저가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이겠지. 령은 마음껏 신과를 음미했다. 신과의 달곰씁쓸한 맛 덕에 저는 다시 기운을 낼 수 있었다. 중간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가온이 확인하러 갔을 때도 별 일이 아니라고 느꼈다. 하지만 가온은 돌아오지 않았다. 령은 이 일이 심상찮다고 느꼈다.
"나도 갈래."
같이 가자, 누리. 령은 벌떡 일어서서 누리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짐승 특유의 감이 영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기 때문인가.
누리 님과 가온 님께서 직접 먹으라고 말씀해오시자 한 박자 늦게 반응을 보였다. 멍한 눈동자를 돌려서 령 님과 아사 님의 모습을 확인하다가, 제일 늦게 느릿한 동작으로 가장 작은 신과 하나를 두 손으로 조심히 집어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신과를 깨작깨작 먹으며 그 맛있음에 희미하게 웃던 중, 갑자기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하나. 그에 본능적으로 재빨리 몸을 작게 움찔, 하며 고개를 팍 치켜들었다. 두리번두리번, 소리가 들려온 곳을 찾는 눈동자는 이곳저곳 움직였고, 누리 님께서 벌떡 일어나시자 그대로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어서 어디론가로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하는 가온 님. 그 모습에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이며 조심히 다녀오시라는 말을 천천히 덧붙였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가온 님. 그런 가온 님의 부재에 누가봐도 안절부절 못하며 불안해보이는 듯한 누리 님께 옆에서 괜찮을 거라고 위로를 건네며 어떻게든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누리 님. 그리고 이어지는 누리 님의 말에, 잠시 누리 님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다가 덩달아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섰다.
"...그럼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저도 가온 님이 걱정되기도 하고... 누리 님께서도 위험하실까봐 걱정 돼서...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괜찮을까요, 누리 님...?"
비록 이것이 무례한 행동이라고 할 지라도. 멍한 두 눈동자에 서린 걱정되는 마음이 더욱 크고 강력했다. 하지만... 만약 누리 님께서 남아있으라고 한다면, 그 뜻에 따를 터였다.
"안 먹는단 소리는 안했어." 흥흥 거리면서 신과를 잡아서 먹으려 합니다. 오물오물거리며 먹으려 하는데... 어디선가 들린 파직. 이란 소리에 삐쭉 섰습니다. 무슨 일이지..? 가온이가 갔고... 안 오네. 그리고 누리도 간다라고 말하려 합니다. 그러자 고개를 갸웃합니다.
"가온이가 안 와서 가려는 거야?" 같이 가야 하는 게 아니려나? 라고 파닥거리며 말하려 합니다.
"하필 경계선이잖아." 음. 예전 일을 꺼내긴 그렇지만 새끼줄놈도 다솜 경계선 근처에서 나타났는걸? 라고 덧붙입니다. 당연히 새끼줄놈은 악신입니다.
"만일 가온이에게 진짜 무슨 일이 생겼다 해도, 그러면 더더욱 혼자 못 보내지." "가온이는 누리의 호위랬잖아? 그럼 가온이가 무슨 일이 생겼으면 은호님의 옆에 갔으면 하겠지. 오는 걸 원하지 않고." "솔직히 가온이 성격(?)상 오라고 하면 그게 더 거짓말 같은 거 아니야?" 라온하제의 지배자가 될 거라고 했잖아? 아무래도 걱정이 많아지네. 라고 느릿하게 말하려 합니다.
"응. 말이 너무 많았다. 그러니까. 같이 가는 건 같이 가는 거고. 일단 그거 보고 해야 하려나?" 어디 나갈 때에는 뭐라고 하던, 알리고 가는 게 더 안전하잖아?
령과 리스의 말에 이어서 들려오는 아사의 목소리에 누리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히 경계선 쪽은 위험하긴 하지만... 그래도 안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는 듯이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응. 그렇게 말하면 다들 가자. 하지만 절대로 경계선 밖으로 나가기 없기야. 알았지? 그리고 보고는...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경계선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위험한 일도 없을테고, 일단 상황을 본 뒤에 엄마에게 말해도 될테니까."
어차피 요 앞이기도 하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누리는 다 같이 가자는 듯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경계선이 가까운 그 위치를 향해서... 하늘하늘, 벚꽃잎이 떨어지는 숲 안을 천천히 걸어가는 도중에 또 다시 파직- 하는 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왔을지도 모른다. 마치 무언가가 충돌하는 그런 느낌의 소리가...
한편 문제의 포인트에 도착하자 보이는 것은 경계선 밖에 서 있는 가온의 모습이었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뒷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그의 오른팔에선 무언가가 똑, 똑 떨어지고 있었다. 어딘가를 다친 것일까. 붉은 방울이 똑 똑 땅으로 떨어진 모습을 본 누리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경계선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가온아? 거기서 뭐해? 그리고 다친거야? 아무튼 경계선 밖에서 뭐하는거야?"
가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계속해서 자신의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왼손을 들어올려 마치 앞의 누군가에게 팔을 흔드는 것처럼, 팔을 흔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누리는 고개를 갸웃하며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음.. 가온이가 나갔다면 바로 보고해도 좋지 않을까.. 유감스러운 말이지만 밖에서 나나. 령이나 리스가 큰 도움은 안 될 거니까." "아니면 이렇기는 하다. 라고 말한다거나." "다솜의 관리자를 맡고 있기는 하니까... 아무래도 여러가지 신경쓰기는 해." 가온이가 고위신은 아니지만, 다른 이들보다 강한건 사실이니까... 계속 안 온다면 그건 위험한 걸지도. 그리고 파직거리는 소리가.. 그러니까 뭔가 충돌하는 듯한.
"나는 아마 무슨 일이 있다면 바로 보고할 거야. 리스나 령이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난 너무 축약할 것 같단 말이지.." 그건 막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 라고 덤덤히 말하려 합니다. 그리고 가온이가 밖에 있다는 것을 봅니다.
"그만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걸어가는 누리의 앞에 팔을 내미면서 막아서려고 합니다. 가온이라면 말을 하지 않을까나? 라고 생각한 듯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나가버리면 우리가 책임질 수 없어." 그리고 가온이가 손을 흔든 게 물러나라는 뜻일 수도 있잖아? 라고 무표정하게 말하려 합니다.
누리 님께서 다 가자고 하는 말씀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경계선 안쪽이라고는 하나 경계선은 경계선. 특히 저번의 그 악신 사건도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이내 다같이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늘하늘, 벚꽃잎이 수놓은 분홍색의 길. 평소라면 그 벚꽃잎의 색깔을 환각 능력으로 바꾸기도 하면서 걸어갔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지금은.
파직, 또다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자 다시 또 곧바로 흠칫, 몸을 작게 떨었다.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불안감이 가득히 마음 속을 채워왔다.
그렇게 불안감을 안은 채 도착한 문제의 그 곳. 가온 님께선 뒷모습만 보인 채 경계선 밖에 서 있었고, 그 모습에 안심하려던 찰나, 가온 님의 오른팔에 붉은색의 방울이 똑, 똑, 떨어지는 것을 빌견하고는 멍했던 두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동시에 덜덜, 몸을 작게 떨었다. ...저, 저것은...
뭔가, 이상한 느낌.
이어서 누리 님께서 가온 님을 부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누, 누리 님...! 잠시만요!"
황급히 누리 님의 손을 붙잡으려고 하며 누리 님께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려고 했다.
"...일단, 제가 먼저 가볼게요. 저, 뭔가 불안해서..."
누리 님께서 위험하게 할 수는 없었다. 위험해보였다. 애써 덜덜, 작게 떨리는 몸으로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며 가온 님께 말을 걸어보려 했다.
령은 가온을 바라보면서 물어보았고, 아사와 리스는 더 이상 나아가는 누리를 막았다. 그리고 리스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며 가온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하지만 가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팔을 흔드는 행동을 하다가 그는 팔을 내렸고 작게 혀를 찼다. 그리고 마침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목소리의 정체는 가온이 아니었다. 그것은, 좀 더 굵고 낮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방해하기나 하고 말이야. 하긴, 약자들은 눈치가 쓸데없이 좋고 빠르지. 그러니까 살아있는 것이겠지. 그런 낙원을 지칭하는 유약한 땅에서..."
".....!"
그 목소리를 들은 누리는 정말로 크게 놀라는 모습을 보이며 리스에게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것은 정말로 다급한 목소리였다.
"리스! 어서 물러서! 경계선 밖으로 나가지 마!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야!"
"목소리를 듣고서야 알아챈거냐? 섭하지 않나. 여러 의미로 말이야."
이내 가온의 몸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머지 않아 그 일그러짐은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오른팔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붉은 여우 수인 신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까전까진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의 바로 옆쪽에 가온이 쓰러져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비틀거리면서 일어서려고 하는 가온의 몸을 발로 밟으며 그는 고개를 돌려 제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였다. 상당히 잔혹하고 무서운 인상의 붉은 여우 수인 신의 모습에 누리는 몸을 떨면서 뒷걸음질을 쳤고 그 여우신은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누리 이외에는 나를 처음 보나? 이 땅을 직접적으로 찾아온 적은 없으니 처음 보는 것이 당연하겠군. 그렇다면 소개해볼까. 아니, 소개시켜볼까? 내 피조물에게 말이야."
".......!"
"뭘 그렇게 벌벌 떨고 있나? 소개도 못해주나? 한심하군. ...뭐 좋아. 평화에 찌들어있는 신들에게 소개를 못할 것도 없으니까. 잘 기억해둬라. 신들이여. ... 내 이름은 붉은 여우, 적호. ...재앙을 내리는 고위신이다. 내 피조물에게 조금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꺼져주겠나?"
"누리야 아는 신이야...?" 라는 것은 가온의 모습을 띠었던 신이 하는 말에 의해 사라졌습니다. 자기가 소개를 하는데, 그걸 안 듣지는 않습니다.
"시뻘건 여우. 응 알았어. 근데 피조물이란 건 뭔 의미?" "아. 혹시 은호님 남편이었던 거야?" 아닌 것 같습니다만. 전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막장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건가 의심될 만한 말을 툭툭 내뱉는 게 참...
"근데 누리가 보이는 표현 보니까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로 이혼당한 거야? 그럼 위자료나 잘 납부하면서 살지 왜 온 거야.." "애초에 벌벌 떠는 상태의 누리랑 같이 있게 하면 뭘 할지도 모르는데. 그냥 놔두긴 좀 그래." 갸웃합니다. 누리에게 뭔 관계인지는 몰라도 좀 껄끄러운 것 같아서 이렇게 말하긴 했는데.. 라고 속삭이려 합니다. 나름 안심시키려고 한 말이었을지도..?
"그리고 가온을 쓰러뜨리고 말하는 건 협박도 겸하는 거잖아." "협박범에게 넘겨주면 유감스럽게도 약자라서 한 번이 치명적인걸-" 누구라도 일단 보고가 필요할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면서 보고를 하라는 듯 리스나 령에게 눈짓해봅니다. 일단 자신도 보고를 해보려 시도합니다. 아마 보내진다면 다솜 경계선 부근. 조금 전. 적호가 가온을. 상처입힘. 누리를.데려가려는 목적을 지닌 것으로 보임. 혹시 누리 아빠가 쟤예요?
누리 님을 대신하여 가온 님께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지만, 가온 님께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내 팔을 내리고 작게 혀를 차며 들려오는 목소리는, 가온 님의 것이 아니었다. 가온 님보다 굵고 낮고 차가운 목소리...
불안감과 두려움이 혼란스러움의 형태로 떨리던 찰나, 갑자기 누리 님에게서 아주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 목소리에 흠칫, 몸을 작게 떨며 앞으로 걸어나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다행히 경계선 밖으로 나가기 전이었다. 하지만... 이내 가온 님의 몸이 일그러지더니 점차 형태가 바뀌어갔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붉은 여우 수인 '신' 님의 모습...? 그리고...
"...! 가온 님!"
그 옆에 쓰러져있는 가온 님의 모습. 그에 크게 떠진 두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입가로 가져간 두 손이 덜덜, 작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온 님의 몸을 밟으며 고개를 돌린 붉은 여우 수인 '신' 님. 잔혹하고 무서운 인상에 작게 떨리던 몸이 순간 더욱 흠칫, 떨었다. ...저, 저 눈빛은...
이내 붉은 여우 수인 '신' 님의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리 님과는 이미 서로 알고 있던 사이였던 것일까. 그러나 그 말은 결코 호의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었고, 다른 '신' 님을 짓밟는 '신' 님이라는 것에 혼란을 느끼며 적호 님과 가온 님을 번갈아 바라보던 눈동자와 정신이 이내 꺼지라는 말에 뒤늦게 제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반응을 보였다.
바들바들, 몸을 떨고 있는 누리는 령의 물음에 어떻게든 대답했다. 하지만 정말로 무섭다고 느끼는 것일까. 누리는 적호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어 들려오는 아사와 리스의 목소리에 적호는 피식 웃으면서 비웃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누가 일족을 배신한 녀석의 남편이라는거냐?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하는군. 그리고 뭔가 신통술을 써서 은호를 부를 생각이라면 포기하는 것이 좋아. 그 녀석 쪽에는 지금 내 밑의 부하가 가 있으니 말이야. 아마 여기로 쉽게 오진 못할거다. 그 녀석이 무섭진 않지만 그 녀석을 불러서 좋을 것은 없거든. 그리고...그쪽의 홍학.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하지? 그러니까 이렇게 밟지 말라는 말을 내가 왜 들어줘야하지?"
뒤이어 그는 보란듯이 가온의 등을 힘껏 짓밟고 발을 비비기 시작했다. 꽤 아프게 밟았는지, 가온은 크게 비명을 질렀고 일으키려는 몸이 다시 땅에 쿵하고 부딪히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비웃듯이 이야기했다.
"피조물이 아니라고? 내가 만든 이인데 왜 피조물이 아니지? 내가 만들었으니까 내 피조물인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 너희들... 그 꼬맹이가 은호의 딸이라고 진정으로 믿고 있는 것이냐?"
뒤이어 그는 주먹을 쥔 후에 결계를 힘껏 쳤다. 그와 동시에 결계가 크게 흔들렸다. 파직- 하는 소리가 강하게 울린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 때문에 나는 소리인 듯 보였다.
"하하하하! 그렇군! 그런거였어! 은호도, 그 계집애도, 여기 이 늑대 나부랭이도 아무것도 말을 하지 않았나보지? ...그렇다면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도록 하지. ...내 피조물을 되찾으러 왔다. 내가 내것을 다시 가지러 왔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너희들에게 막을 권리라도 있나? ...죽음의 여우를 지켜야 할 이유가 있나?"
"....싫어...그런 거...싫어...."
듣고 싶지 않다는 듯이 누리는 두 손으로 자신의 귀를 꽉 막았다. 그리고, 적호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크게 비웃기 시작했다.
"일족이 있었어?" 근데 그 일족이 다 그런 성격이면 좀 많이 그렇겠다. 라고 일족을 다 디스해버립니다. 아니면 시뻘건 여우 니가 배신을 때린 건데 자기가 옳다고 한다거나? 라고 말하려 합니다.
"시뻘건 여우의 피조물인데. 은호랑 닮은 건 왜야?" 빨강 유전자는 어디 가고 은여우인 거야? 라고 물어보려 합니다. 물론 빨간 여우가 만들었다고 다 빨간 여우여야 하는 건 아니지만 왜 은여우지? 라고 갸웃합니다.
"응. 문제 많다고 생각해" "내가 내 것을 가지고 간다라는 건 피조물의 의사를 무시한 건 둘째치더라도" 애초에 기본적으로 뭔가 부탁을 할 때에는 친절하고 예의바른 게 필요하거든. 일단 이쪽의 인사를 상처입혀버렸으니까 감정이 좋아질 리가 없잖아? 생글생글 웃는군요.
"게다가 싫어하는 걸 억지로 하게 하려는 태도는 협상에서 마이너스야." 강하다고 그런 식으로 하면 인간 모습인 게 뭔 소용이야. 그냥 동물 모습으로 물어뜯으면 동물이니까 라고 관대하게 보이기라도 하지 인간 모습으로 그러면 솔직히 별로지. 물론 인간 중에도 동물보다 못한 것들도 많은데 그걸 따라한 거면 마이너 카피인 것 뿐이잖아? 라고 피식 웃었습니다.
적호 님께서는 피식 웃으면서 자신들을 한껏 비웃었다. 은호 님을 부르는 것조차도 차단시켜버리며. 그에 은호 님 쪽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으나, 지금은 이쪽이 더욱 급한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누리 님을 지키면서 가온 님을 데려오는 것이 중요할 터였으니. 하지만...
"...!"
적호 님께서는 자신의 부탁에 오히려 가온 님의 등을 더욱 짓밟고 발을 비비기 시작했다. 크게 떠진 두 눈동자가 눈에 띄게 떨려왔다. 입가를 가린 두 손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가온 님께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 하고 고개를 푹 숙이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괴로운 비명소리가 가득히 들려왔다.
"그만해주세요...!!"
고통스런 절규와도 같은 목소리였다. '신' 님께서... '신' 님께서... 이어서 적호 님께서는 다시금 자신들을 비웃고는 주먹으로 결계를 힘껏 쳤다. 파직, 하는 소리에 숙였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것이었다. 불안의 정체가. 동물적인 본능이 알리는 위협의 정체가.
"...그게 무슨...?"
적호 님께서 만든 피조물이신 누리 님. 누리 님께서는 은호 님의 따님이...? 동그래진 눈동자가 멍해졌다. 그에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려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누리 님께서는 두 손으로 귀를 꽉 막은 모습이었다. 무척이나 불안해보이는 모습. 그에 두 눈동자가 살짝 떨려왔다. 그러나... 이내 조용히 누리 님께 괜찮다는 메시지를 텔레파시로 보내보려 했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적호 님을 바라보았다.
"......누리 님께서 원하시지 않고 있으세요. 그렇다면, 저는 막을 거예요. 누리 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해드리는 것. 누리 님께서 '행복'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 그것이 바로 적호 님께서 누리 님을 데려가시게 둘 수 없는 이유예요. ...설령, 이것이 무례한 일이라 하더라도."
'신' 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크나큰 죄라 하더라도. ...저의 죗값은...
"누리 님께서는 죽음의 여우도, 피조물도 아니예요. 누리 님께서는 누리 님. 은호 님의 따님이시자 저희들을 위해주시는 따스한 '신' 님이세요. ...그러니까... 이 이상 누리 님도, 가온 님도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저의 '신' 님. 부디 저에게 용기와 힘을 주세요. 애써 떨리는 몸을 바로잡았다. 그러나 자신의 '신' 님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아사: 싫어. 일단 상사로써의 성격이 무척이나 4가지 없어보이니까 부하를 굴릴 것 같단 말이야. 음.. 아냐. 부하를 굴리기만 하면 말도 안해. 일하는 거 좋아하니까. 근데 화풀이 샌드백이 되고 싶진 않거든. 게다가 난 이미 다른 데도 관리하고 있거든. 아사주: 사실 잊어먹고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