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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심해엔 아무래도 인간의 문명이 들어오기 힘드니 말이다. 독자적인 기술은 발달했지만 아무래도 인간의 것을 일부러 모방할 필요는 없다고 다들 생각하는 것 같더구나.”
하얀 신이 건낸 붕어빵이라는 것을 받아들고서 조금 생각해보았다. 침착하자. 이미 늦은 것 같지만 본인은 아틀란티스의 위대한 왕족, 체통을 지키는 것은 왕족의 기본중의 기본이 아니더냐. 이런 음식에 현혹되는 것은 왕족으로서의 수치… 수치가 아니더ㄴ… 손에 전해지는 이 따스함과 은은히 올라오는 동방의 향기. 아틀란티스에서도 향신료는 흔한 것이거늘 이리도 감미로운 향신료의 배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냐! 인간의 문명도 마냥 얕잡아 볼 만한 것은 아니구나… 확실히 예전엔 인간계에서 향신료가 화폐처럼 거래되었다던가… 음, 이런 맛을 본다면 누구라도 매료되는 건 당연하겠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독을 넣었을 거라 생각하느냐…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그렇다. 짐의 역할은 백성들의 보호와 통치. 일어날 수 없는 가능성 따위는 없느니라. 수억분의 일의 확률이더라도 그보다 더 작더라도 수많은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왕의 책임. 백성이 피를 흘려서는 안되지 않더냐. 끔찍하더라도 이해하도록 하거라. 짐은 어디까지고 지키는 자. 아무리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한들 짐은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왕의 자리는 신하의 의견을 윤허하고 그들의 책임을 묻는 자리라고 선생이 그랬던가. 왕으로서 태어난 자, 결단을 내려서는 아니된다. 확신을 가져서는 안된다. 본인의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본인의 책임이고 본인의 잘못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안전하더라도 그 안전마저 긍정해서는 안된다. 백성을 지키는 데에 사적인 감정을 가져서는 안되지 않던가.
말을 마치자 마자 들고있던 붕어빵의 머리를 덥썩 물었다. 이렇게 과격하게 식사를 하는 것도 어릴적말고는 없었구나… 지금껏 맛보지 못했던 바삭한 빵의 식감과 그 사이에서 빛을 발하는 매운 듯 하면서 약간 다른 수십가지의 맛이 느껴지는 향의 강이 자그마한 빵을 가르면서 흘렀다. 이것이 카레 붕어빵인가… 음, 확실히 맛있구나!! 맛있어!!! 본인이 먹어본 과자류중에서는 상위권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구나!! 아니, 과자류라고 할 수 있는건가? 분명 카레는 일품요리라고 들었다만 그것과 빵이라… 식사류로 봐야 하는 것인가…!!
“음!! 음음!!! 확실히 맛있구나!!! 이 경험은 성공이다! 굉장히 성공적이라고 짐이 보장하도록 하마!!! 마음만 같아서는 이런 맛을 알려준 그대에게 상이라도 하사하고 싶다만… 그래, 지금은 딱히 줄 것이 없구나. 후일 지금의 거처를 알려줄 터이니 오도록 하는 건 어떤가? 지상의 맛을 알려주었으니 짐이 바다의 맛을 보여주도록 하마!!!” ////
>>798 밸린은 그런 말을 듣고도 네 맞워요! 할만한 성격이라... 어떻게 될지는 직접 만난후에...?
"너무하네.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 아. 그리괴 내 이름은 백호. 가리에 살고 있어. 그리고 전 은호님의 보좌이자 전 비나리의 관리자. 물론 지금은 은퇴하고 쉬고 있지만 말이야."
그래도 언젠가 다시 돌아갈지도 모르지? 그때가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러다가 다른 지역의 관리자로 들어갈지도 모르고... 물론 나로서는 이대로 푹 쉬면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최고긴 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내 소개를 하면서 나는 이 아이가 붕어빵을 먹는 것을 바라보았다. 상당히 맛이 좋은지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였다.
이어 그녀에게서 맛이 좋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뭔가 상을 하사하고 싶다니, 거처를 알려줄 터이니 어쩌고 저쩌고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을 들으면서 처음에는 거절을 하려고 했다. 딱히 뭔가를 바라고 한 행동은 아니었으니까. 조용히 붕어빵을 먹으면서 거절을 하려고 하는 순간, '바다의 맛'이라는 말에 나는 멈칫했다. 바다의 맛? 바다의 맛?
"...맛있는 것을 대접해준다는 거지? 그거?"
바다의 맛. 그것은 어떤 맛일까? 아라에서 주로 나오는 해산물의 맛, 그런 것일까? 괜한 기대가 생기고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체면이라는 것이 있으니...
"딱히 뭔가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닌데. 후훗. 그래도 여기서 내가 거절하면 너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겠지? 좋아. 그럼 다음에 시간이 되면 찾아갈게. 바다의 맛이 뭔지 조금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야. 아. 그리고 이것은 지상의 맛이라고...하기에는, 여기서는 참 별의 별 음식이 다 있으니까 꼭 이 맛만 있는 것은 아니야. 다양하게 먹어보는 것은 어때?"
“그러게나 말이다. 경계할 필요가 없다고 한들 경계를 하게 되는구나. 짐의 안좋은 버릇이니 잊어버리도록 하라.”
백호라 하는 이름인가. 분명 지상에 올라오기 전에 읽었던 책에 적혀있던 사신수의 하나가 이런 이름이었던 것 같구나. 뭐, 실제로도 방위를 수호하는 동물신이라는 점에서는 어느정도 들어맞는 것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만… 은호의 예를 봤을 때 여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터. 한자는 역시 익숙해지지가 않는구나.
“맛있는 것! 그렇다, 위대한 바다 아틀란티스의 궁정요리장이 직접 그대를 위한 요리를 할 것이다! 수천 수백만 가지의 해양 식재와 지상의 것에도 절대 지지않는 훌륭한 곡물! 모든 방식을 동원해 그대의 위장 뿐만 아니라 정신마저 혼미해 질 정도의 만한전석을 약속하도록 하마!! 이 짐이 직접 말이다!!!!”
뭐 이정도라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편안하게 내릴 수 있는 상일 터. 분명히 아틀란티스까지 이동은 할 수 있을테고 식재를 가지고 올 수 도 있을 테니 이곳에서 대접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뭐 무엇보다 왕실의 식탁을 책임지는 자가 지금 나와 함께 있으니 식재를 조금 가져온다 한들 문제는 없을 것이다. 어찌보면 외교로서의 노릇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니 문제는 없고.
“애써서 돌려 말할 필요는 없도다! 미식은 모든 생명의 태생적인 욕구, 이해하느니라! 아, 다음에 올때는 그 누리와 은호님도 데리고 오거라. 제대로 된 인사를 하지 못하였으니 그때라도 날을 잡아 인사를 나누고 싶구나.”
별의 별 음식이라… 확실히 조리법에 따라 모든 재료는 다른 맛을 낸다고 했었지. 이 카레라는 것도 기본은 향신료의 배합인 것 같다만 그에 들어가는 재료들에 따라 수많은 맛을 내는 것에 틀림이 없구나. 신선한 식재를 가지고서 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 시키는 조국의 음식과는 달리 지상의 것들은 이리도 복잡하게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것인가…
“아, 그러고보니 오늘은 메이드녀석이 부탁한 일이 있도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여기서 작별해야 할 것 같느니라.”
미식에 대한 고찰이 끝나자 어깨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장바구니… 그러고보니 부탁한 게 있었지… 지금부터라면 늦지 않을지도 모른다. 해가 기울기 시작했으니 곧 있으면 닫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어쩌지. 지금 꺼 진짜 혹했어. 아틀란티스라고 하면 저 바다 깊게 있는 그 곳 아니야? 거기 음식을 맛보여주겠다고 하는 거야?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어쩌죠. 은호님. 저 진짜 너무 혹했는데요. 이 제안. 하지만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일단 어떻게든 그 생각을 떨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좀처럼 떨쳐지지 않기에 나도 모르게 다시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이어 들려오는 말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누리님과 은호님도? 응! 얼마든지! 그런데 비나리의 관리자인 가온이는? 걔는?"
물론 가온이는 오지 말라고 하면 오지 않겠...지? 아마? 그것만은 나도 어떻게 확신을 할 수 없었기에 뭐라고 말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가온이...어쩐다...?
잠시 생각을 하다가, 뭔가 부탁받은 일이 있다고 하면서 가봐야 한다고 말하는 그 아이를 바라보며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바쁘다고 하는데 붙잡을 수는 없으니까.
"응! 잘 가!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잘 하고..!"
남아있는 붕어빵 중 하나를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면서 나는 나대로 나의 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제 이 간식거리들을 보관해서 틈틈히 먹는 일만 남았으니까. 아...조만간에 또 운동 집중해야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