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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의 영향을 받고 있는 비나리에 슬슬 가을 기운이 깊어지고 있고, 12월이 되면 겨울이 되겠지. 그런 의미에서 그냥 눈밭이 보고 싶어서 난 미리내로 찾아왔다. 오늘 교육해야 할 내용도 끝이 났고, 더 할 것도 없으니 그냥 나름대로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고 싶었던 것이 컸다. 조용히 뽀드득, 뽀드득 발소리를 내니 이렇게 맑은 소리가 또 없었다.
"다음에 겨울이 오면 이 미리내에서 눈싸움이라는 것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으니라."
그런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나는 입에서 나오는 하얀 입김을 내뱉었다. 날씨가 추우면, 이렇게 절로 입김이 흘러나오니, 보통 신기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입김을 다시 한 번 내뱉으며 나는 여기까지 온 김에 미리내의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서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의 관리자는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물론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맡겨두고 있지만 너무 막 관리하면 그것은 조금 문제가 되니 말이야. 그렇기에,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 나는 눈밭을 걸었다. 딱히 나쁜 것은 없어보이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일단 라온하제의 관리자는 나이기에, 어느 정도의 관리감독은 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구석구석 주변을 바라보았다.
신계에는 공무원도 없나. 하얀 입김과 함께 중얼거린 말이였다. 물론 어딘가에는 현대의 공무원 제도를 채택하여 지역을 관리하는 고위신도 있을 것이였다. 따지고 보면 세설도 공무원이라는 분류에 들어갔을지도 모르고. 그리고 설도 종종 지역을 관리하는 고위신들을 몇번 만나봤기에 그 고충은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 고위신이 되는 일이 있더라도, 지배하는 입장은 되지 않으리라고 치기 어렸던 한때에도 그리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가.
여전히 그런 생각을 바꾸지 못하였던 설은 여러 민원때문에라도 떠밀리듯이 밖으로 나서 조용한 언덕길을 밟는다. 어느정도의 선에서는 그들이 직접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이늘. 너무 과한 친절도 안 좋은 것인데. 잡념에 잠겨있던 설은 저 쪽에서 어떤 인기척이 들리자, 태평하게 눈을 밟는 소리에도 예민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물끄러미 점점 커지는 소리의 근원을 바라보니, 눈 언덕위로 드러나는 모습은 라온하제의 지배자인 여우신이였더라.
"...여긴 어쩐일이지."
상대에게 겨우 들릴 정도의 볼륨으로 조용히 중얼거리던 세설은, 무던한 움직임으로 은호에게 다가간다. 그러고보니 은호가 지역을 돌며 관리자들을 감시 한다는 소문이 있었으니, 설도 그 사실 즈음은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질문의 답을 듣지도 않은 채, 은호에게 예의 그 조용한 목소리로 다시 말하였다.
"다른 신들에게 맡겼어도 여전히 바쁘긴 한가보네. 지배자 교육을 시키랴, 다른 관리자들을 감시하는 것도."
주변을 살피면서 걸어가다보니, 미리내를 맡긴 신의 모습이 보였다. 까치 신인 세설이라고 하였던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곳에 살고 있는 신이 아니던가. 아무튼 그 자는 나를 보면서 여긴 어쩐 일이냐고 물어왔다. 그리고 내가 말을 하기 전에, 나를 비꼬듯이 지배자 교육을 시키고, 다른 관리자들을 감시한다고 바쁘다는 식으로 말을 해왔다. 참으로 당돌하기 그지 없는 자였다.
"참으로 재미있는 자로다. 그대는."
싱긋 웃으면서 나는 저벅, 저벅, 뽀드득, 뽀드득 발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까치신의 앞에 선 후에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이런 당돌한 자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표현에는 조금 주의를 하지 않으면 곤란한 법이지.
"내가 내가 지배하는 영토를 거니는데, 어쩐일로 왔냐는 소리를 들어야하더냐? 다른 관리자들을 감시한다? 진정 감시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체험하고 싶은 것이더냐? 허나 나는 당돌한 것을 좋아하니, 그냥 넘어가겠노라.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을 물었느냐? 산책을 나온 김에, 이곳의 분위기는 어떤지 살피고 있었느니라. 감시라고 하였느냐? 내 영토가 제대로 관리가 되는지, 그리고 거기에 살고 있는 신들이 잘 살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확인하는 것이 감시라고 한다면 내 기꺼이 감시자가 되어주겠느니라."
말을 마친 후에 나는 팔짱을 끼고 눈앞에 있는 까치 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아니면 내가 여기를 돌아다니면 곤란한 일이라도 있는 것이더냐? 미리내의 관리자인 세설. 나는 당돌한 것을 좋아하지만, 표현에는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니라. 너희가 일을 하는 것을 하나하나 전부 체크하고 지적받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