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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계에서는 지금이 추석 연휴라고 들었느니라. 그렇다면 내가 추석 연휴를 잘 보냈을터니 선물을 주겠느니라."
인간계에서 축제, 호은제가 마무리 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지금 누리님과 나는 비나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누리님이 그 날, 주워오신 고양이 한 마리가 사라진 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평소라면, 고양이가 그냥 자기가 갈 곳으로 가겠거니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 고양이는 라온하제의 밖, 그러니까 정확히는 다솜 지역에 있는 외부와의 경계선으로 자꾸 향하려 하고 있었다.
라온하제는 자고로 비나리 지역의 명소인 '무지개가 피어나는 폭포'에 있는 결계석 수정으로 인해서 결계가 쳐져있기에 사악한 기운은 이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강제로 들어오려고 하면 보통은 소멸하거나 힘을 잃기 딱 좋으니까. 하지만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은 아무런 제약도 없다. 그리고 지금은 이 라온하제의 결계 부근에서 사악한 기운이 자꾸 멤돌고 있는 상태이다.
만약 고양이가 밖으로 나가거나 한다면... 그리고 사악한 기운에 발견이 된다고 한다면... 아마도 그 고양이는...
"가온아!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 어, 어쩌지?!"
"진정하십시오. 누리님. 지금부터 라온하제에 있는 신들을 불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어 나는 내 신통술을 발동시켰다. '텔레파시'의 영향으로 지금쯤 모든 신들의 머릿속에 내 목소리가 전달이 될 것이다. 바로 나는 모든 신들에게 이야기했다.
ㅡ지금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비나리의 광장으로 모여주시지 않겠습니까? 급한 상황입니다. ...물론 강제로 오라고 하진 않겠습니다. 시간이 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비나리의 광장으로 모여주셨으면 합니다.
아마도 내 목소리는 조금 진지한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일단 그렇게 텔레파시를 보낸 후에 나는 누리님을 바라보며 비나리의 광장으로 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비나리의 광장에 내가 세워둔, 누리님과 은호님을 본따서 만든 거대한 얼음 동상의 앞으로...
가신의 말이 맞다면 오늘 중으로 처리해야하는 업무가 있었던 모양이지만 무르도다! 상대를 잘못 고르는 것이 그 아이의 나쁜 버릇이니라! 본인이 매주 초에 일주일분의 일을 해두는 것을! 아쉽지만 그런 건 본인에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흠…”
거리로 나와 잠시 걷고있자니 텔레파시가 느껴졌다. 역시 이런 감각은 좋지 않구나. 본인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불경한 자로다! 언젠가 본인이 직접 이야기 해주어야겠구나! 미리 말로 해주면 좋을 것을!!
“짐을 불러놓고서 별일이 아니라면 용서하지 않겠노라!!”
즐거운 축제가 끝난지 얼마 되지않아서 이런 소집이라니! 위풍당당하게 텔레포트로 비나리의 광장에 등장하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보이는 것은 거대한 얼음 동상. 저것은… 누리가 아니더냐? 음… 그러고보니 참견이 심한 보호자가 있다고 했었지… 그 가온이란 아이의 짓인가 보구나.
평소와 다를 바 없을 어느 날. 그러나 뭔가가 이상했다. 자신의 눈 앞에 떨어지는 벚꽃잎도, 지금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처량하고 불길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 불길하고 불안한 기분은 대체 뭘까요...? 동물의 본능이 자신에게 외치고 있었다. 고요하지만 격렬한 경고의 사이렌을.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자신의 머릿속에 울려오는 가온 님의 목소리. ...급한 상황. 그 단어는 자신의 불안한 직감을 완벽히 완성시켜주었고, 그에 곧바로 분홍색의 날개를 펼쳐냈다. 그리고 잠시 두 눈을 감고 두 손을 꼬옥, 깍지 꼈다. ...저의 '신' 님. 부디... 저에게 힘을 주세요. 저의 이 불안함이 사라질 수 있도록. 작은 기도를 올리는 손이 살짝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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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와 다를 바 없어보이는 비나리의 광장. 그러나 이번에는 왠지 그 분위기마저도 평소와는 조금 다른 듯한 느낌이었기에, 조금은 서둘러서 땅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은호 님과 누리 님의 얼음 동상 앞에. 펄럭이던 겉옷자락도 완전히 아래로 내려앉자, 그제서야 다른 '신' 님들께 두 손을 앞에 모으고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올렸다.
광장에 도착하자 이미 도착해있는 신들이 있었다. 처음 보는 이도 있고, 이미 이전에 본 이도 분명히 있었다. 일단 내 옆에서 불안해하는 누리님을 잠시 바라본 후에, 나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당당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일단 소개부터겠지? 처음 보는 이도 있을테니까.
"처음 보는 이도 있으니까 일단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비나리 지역을 관리하고 담당하고 있는 늑대 신, 가온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와주신 분들에게 참으로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뒤이어 나는 내 신통술을 사용해서 모두의 앞에 홀로그램 하나를 띄웠다. 그것은 주황색 털이 참으로 아름답게 반짝이고, 크기가 참으로 작은... 그러니까 태어난지 그렇게 시간이 오래 되어보이지 않는 아기고양이의 모습이었다. 그 홀로그램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확실하게 띄운 후에, 나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물어보았다.
"혹시 이 아기 고양이를 보신 분이 계십니까? 다솜의 경계선 부근에서 누리님이 주워서 데리고 온 고양이입니다. 일종의 보호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 고양이는 자꾸 경계선 밖으로 나가려고 했으니까요. 아무튼 이 고양이가 지금 사라졌습니다. 경계선 밖으로 자꾸 나가려고 한 고양이인만큼,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 찾고 있는 중입니다. 혹시 보신 분들은 얘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다솜 부근에 사시는 분들은 기억을 잘 떠올려주셨으면 합니다. 다솜의 경계선 부근으로 자꾸 나가려고 한 고양이입니다."
"응. 갑자기 이렇게 불러서 미안해. 그래도 잘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지금 결계 밖...그러니까 경계선 부근에는 사악한 기운이 계속 돌아다니고 있거든. 그래서..."
누리님은 불안한 목소리를 내며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침묵을 지키다 다시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광장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보였던 건 불안해하시는 듯한 누리 님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 자신 역시도 불안함과 안타까움을 느껴, 한 박자 늦게 "...아..." 하는 소리를 내었다. ...누리 님... 그렇기에 이내 천천히 누리 님 쪽으로 다가갔다. 마음 같아서는 꼬옥 안아주면서 등이라도 토닥토닥 두드려드리고 싶지만... 감히 '신' 님께 그럴 수는 없는 걸요... 그렇기에 그저 곁에 있어드렸다. 그것이 자신이 누리 님께 해드릴 수 있는 전부.
그리고 이내 이어지는 가온 님의 짧은 소개와 설명. 홀로그램으로 띄워진 주황색 아기 고양이의 모습을 보면서 잠시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냈다. 곰곰히, 곰곰히. 그러다 누리 님께서 긴장한 표정으로 불안한 목소리를 내시자, 다시금 "...아..." 하는 안타까운 소리를 흘리며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머뭇머뭇, 망설임을 담던 손이 천천히 올라가 누리 님의 새끼 손가락 하나를 꼬옥 잡았다.
"...괜찮을 거예요, 누리 님. 아기 고양이 씨는 분명 무사할 거예요. 그러니... 불안해하지 말아주세요."
비록 토닥토닥은 해드릴 수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자신 나름대로의 작은 위로를 건넸다. 애써 불안한 직감을 억누르고 희미한 미소까지 지어보이면서. 그리고는 이내 다시 잠시 조용히 생각에 잠기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저 아기 고양이 씨... 예전에 우연히 다솜에서 한 번 만났었던 것 같지만 최근에는 전혀 만나지 못 했었어요. 그래서... 저도 지금 저 아기 고양이 씨가 어디 계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 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고개를 다시 떨구었다. 꼼지락꼼지락, 손가락이 불안감과 죄송스러움에 작게 꼼질거렸다. ...다솜에 살고 있으면서도 '신' 님께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 하다니... 저는...
살짝 고개를 들어 홀로그램을 바라보았다. ...저 주황색 아기 고양이 씨는... ...어째서 다솜의 경계선 밖으로 나가려하셨던 걸까요. 몽롱한 눈동자가 아기 고양이의 관점의 상상을 조용히 담기 시작했다.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하는 말에, 누리님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미묘한 기분이라는 아이온 씨의 말에 대해서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쪽의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그와는 별개로 사악한 기운에 대한 물음이 나오자 나는 그것에 대해서 대답했다.
"사실은, 라온하제의 경계선 부근, 그러니까 결계막 부근을 얼마 전부터, 사악한 기운, 그러니까...악신의 기운을 가진 무언가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마치 라온하제의 빈틈을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기본적으로 결계가 있으니 들어올 수는 없습니다만, 그것 때문에 지금은 경계선 밖으로 나가는 것은 조금 위험합니다. 괜히 악신의 희생양이 되어서 좋을 것은 없을테니까요. 싸울 수 있는 이라면 대처가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신들은 잘못하면 역으로 먹힐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다들, 가능하면 경계선 밖으로는 나가지 말아주십시오."
"...아니야. 난 가볼래."
"네?!"
조용히 말을 듣고 있던 누리님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가보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누리님을 바라보니 누리님은 이미 결정했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 고양이가 경계선 밖으로 나갔을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확인을 해야겠어. 다솜의 경계선 밖으로 나가볼게."
"위, 위험합니다! 누리님! 지금 밖은..."
"그 아기 고양이도 위험할지 모르잖아! 태어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그 사악한 기운에게 먹혀서 소멸하기라도 하면?! 괜찮아. 나는 고위신이니까, 그렇게 쉽게 당하거나 하진 않아."
"......"
누리님이 이렇게 나올 경우에는 어지간하면 고집을 꺽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다면 역시 어쩔 수 없을까...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같이 가겠습니다. 누리님을 지키는 것은 제가 해야 할 일. 그러니까 말려도 동행하겠습니다."
"그치만 이런 건 확실히 하고 가자." 먼저.아기 고양이가 이미 먹혔으면 이건 은호님에게도 제대로 알려야 하겠지. 먹히지 않고 악한 기운도 만나지 않거나 만난 다음에 위기에서 찾는다면 바로 들어와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나간다면 그런 걸 겪고도 나간다는 건 그 고양이에게 뭔가 꿍꿍이가 있을지도 모르지. 뭔가 싸워야 한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까.. 또 솔직히 이런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그 고양이가 악한 기운이 아끼는 거라던가. 하면 그건 어쩔 수 없지. 고양이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말하려 합니다. 악신이 아끼는 게 없다는 것도 편견이지. 라고 느릿하게 생각합나다. 아 그러고보니 생각이 말로 나온 것도 있었겠네요.
"그런 건 확실히 해둬야지." 고위신이라고 해도 주의할 건 주의해야지. 수행을 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려 합니다.
가온 님의 대답을 조용히 경청하여 들었다. 얼마 전부터 악신의 기운을 가진 무언가가 라온하제의 경계막 부근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것이 자신이 이토록 본능적인 불안감을 느꼈던 이유인 걸까요? 그렇다고 한다면 모든 것이 설명이 되었다. ...그래, '죽음'과 관련된 것에 대하여 자신이 모를리가 없으니.
하지만... 가능하면 경계선 밖으로 나가지 말아달라는 가온 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누리 님께서는 가보겠다고 얘기했다. 그에 자신 역시도 한 박자 늦게 놀란듯이 멍한 두 눈동자를 크게 뜨고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누리 님...?"
누리 님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다. 아기 고양이를 걱정하는 누리 님의 목소리가 자신의 귓가를 파고들어왔다. ...아기 고양이 씨의 소멸을 걱정해주시는 누리 님께서는... 역시 진짜 '신' 님이세요.
잠시 생각에 잠겨있자, 이어서 가온 님께서도 같이 가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에 조용히 홀로그램 속 주황색 아기 고양이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려봤다. ...'신' 님들께서 걱정하고 계세요, 아기 고양이 씨. 당신의 존재와 생명은 정말로 소중하디 소중한 것. ...부디... 당신에게서는 '죽음'이 피해가기를.
...도와주세요, 저의 '신' 님. 아기 고양이 씨를 지켜주세요.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누리 님이랑 가온 님께서 위험한 일에 빠지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비록 큰 힘은 없을지 몰라도... 그래도, 적어도 짐이 되거나 폐를 끼치지는 않을게요. 그러니... 부디..."
허락을 구하는 듯한 말이었지만, 그럼에도 드물게 '신' 님의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제법 강하게 표현했다. 똑바로 고개를 들어 보이는 두 눈동자는 제법 의지의 빛이 빛나고 있었다.
악한 기운인가. 흠, 놀랍구나. 고위신이 관리하는 구역에 이빨을 드러내려 하는 이가 있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하지 않겠지. 생각해보면 악신이라는 것은 대체로 미치지 않은 자가 없을테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누리는 움직였다. 자신은 고위신이니 쉽게 당하지는 않는다며 소문의 경계로 발걸음을 옮겼다. 본인은 어찌 해야할까. 일부러 위험에 나서는 것은 좋지 않겠지. 나의 선택은 백성 모두의 총의가 되어야 하는 법. 전 국민의 마음에 부응하는 것이야 말로 이상의 왕. 본인의 상처는 국민의 출혈. 그럼에도 지키는 자로 있는 것이 나의 왕도. 선택의 여지가 없구나.
“그렇다면 짐도 가는 것이 맞겠지. 짐이 자랑하는 군은 기용할 수 없으나 짐도 나름대로 도움은 될 터이다. 허나 이런 류의 사항은 보고가 먼저다. 이곳의 지도자인 은호에게도 알리도록 하라. 가온 그대는 알고 있지 않은가? 왕녀가 사지에 직접 발을 옮기는 것이다. 자신의 자식이 그런 곳에 간다고 홀로 정한다 한들 인정할만한 자는 없다. 그 의지를 막을 수 없다면 부왕에게 알리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거기에 직접 고위신이라고 한 만큼 누리는 곧 이곳을 다스리게 될 터. 짐이 몇 년이 걸릴 지 모르는 직위를 곧 얻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더 위험한 곳은 피할 필요가 있다. 순하고 부드러운 성격은 좋다만 자신의 위치를 망각한다면 자질은 없겠지. 당사자의 앞에서 할만한 이야기는 아니다만.
“선 보고 후 행동. 기본이 아니더냐. 혹시 모를 일에는 최대한 대비해두어라. 모두를 대비하는 것은 무리일지언정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것이 가신의 기본이다. 힘을 써서라도 잘못된 것은 막아야겠지. 일이 터지고 난 후에는 막을 수 없으니 말이다.”
"...알고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누리님이 밖으로 나간다고 한다면, 은호님에게 보고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입니다."
새로 보는 이에게서 보고를 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그에 대해서 나는 크게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보고는 들일 생각이었다. 출발하기 전에 보고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난 다른 이들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따라오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난 이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따라온다고 하는 이들을 말린다고 한들, 저렇게 말하면 어떻게든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차라리, 내가 노력해서 모두가 위험하지 않도록, 어떻게 하는 것이 맞겠지. 그것이 라온하제의 지배자가 될 누리님을 보호하기 위한 호위역이자, 라온하제의 중심인 비나리를 맡은 자의 의무이니까.
"아이온 씨의 의견도 일리가 있습니다. 일단 그것은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그리고 따라오겠다고 하시는 분들은 말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멀리 가지 말고 혼자서 움직이지 마십시오. 만일의 경우가 생기면 저에게 얘기를 해주십시오."
확실하게, 진지하게 이야기를 한 후에, 나는 신통술을 써서 은호님에게 보고를 올렸고,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까지 가는 것은 금방이었다. 텔레포트를 이용하면 아주 쉽게 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머지 않아 도착한 다솜의 결계 그 너머. 지금 밖의 계절은 가을이기에 주변은 낙엽이 물든 붉은 나무로 가득했고 가을꽃이 가득 피었다. 일단 당장은 뭔가가 있을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풀숲이 많고, 숲이 우거진 곳이기에, 쉽사리 탐색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 모두들...부탁할게. 주변을 탐색해줘. 고양이가 없는지 확인 부탁할게."
누리님은 그렇게 모두에게 부탁을 하고서, 자신도 탐색을 시작했고, 나 역시 고양이가 혹시 없는지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경계는 늦추지 않았다. 만일의 경우에는 손에 숨겨둔 늑대 발톱을 꺼내야만 하겠지.
//반응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9시 25분까지 받겠습니다! 그리고 다이스 1~100도 돌려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아기 고양이의 운명은... 일단은 비밀입니다!
다른 신 님들의 의견 역시도 조용히 경청해 들었다. 역시 '신' 님들께서는 달랐다. 감정에 치우치는 자신과는 달리, 때로는 이성적인 판단도 앞세우실 수 있는 존재들. 새삼스럽게 다시금 존경심이 샘솟아 오르는 것을 느끼며, 자신 역시도 굳건한 의지를 다졌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한들, 자신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죽음'이나 '소멸'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들.
"...네, 알겠습니다."
가온 님의 주의에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허락을 해주셔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그리고... 이내 가온 님의 텔레포트 능력을 따라서 다함께 장소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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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내 도착한 곳은 다솜의 결계 너머. 가을이 가득한 풍경은 평소라면 그저 그 아름다움에 감탄을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렇기에 이어진 누리 님의 부탁에 걱정 말라는 듯이 고개를 다시금 끄덕였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누리 님."
...전부 다 괜찮을 거예요. 희미하게 웃으면서 덧붙인 그 말은, 누리 님을 향한 것이었을까, 아기 고양이를 향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스스로에게도 향한 것이었을까. 아무튼 이제는 제대로 아기 고양이를 찾을 시간. 그렇기에 우거진 풀숲을 제일 먼저 탐색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느릿하게 움직이던 몸 동작이 이번에는 제법 재빨랐다. 아까부터 계속 사라지지 않던 묘한 불안감이 더욱 동력원으로써 작용하여.
결계를 너머 도착한 곳엔 붉게 물든 나무와 형형색색의 꽃들이 맞이해 주었다. 그런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구나. 일반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자신의 기척을 숨기는 데에 능한거겠지. 위험하다고 한들 어쩌겠느냐. 이곳은 인간계. 본인의 위광을 드러낸다면 오히려 더 큰 위험이 될 터. 역시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엔 지상의 신들이 맡아야 하는 거겠지.
“그렇다면 짐도 슬슬 움직여야 어느정도는 수지가 맞겠구나.”
누리가 탐색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번 몸을 풀었다. 역시 인간체로 오래 있으면 지친단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본체로 활동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품에서 지휘봉을 꺼내 적당히 신통력을 운용해 방금 봤던 홀로그램을 다시 한번 띄워 보았다. 특징은 알고 있으니 재현은 그리 어렵지 않지. 어깨에 두른 케이프를 다시 고치고는 수풀속을 향했다. 애초에 지상의 동물들은 너무 작단 말이다!!
혼자 보내는 것은 불안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같은 이들은... 아닙니다. 밖은 가리와도 비슷한 가을이었군요. 그 사이에서 주황색을 찾는다니. 난이도가 높은 건가. 라고 생각하지만 고양이가 있는지 확인하려 합니다. 그 고양이를 본 기억을 기반으로 좀 색이 다른 것을 확인한다거나 그런 식으로 말이지요.
"냥냥" 오.. 맙소사. 그런 소리를 내면 나올 거라고 생각한 건가요? 머리 위에 고양이 귀는 또 어떻습니까. 만들어봤다고 하지만 정말 그걸로 나올 거란 확신을 한 건 아닐 겁니다. 아니어야 합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