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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혀있는 홍보 내용도 좋고 다 좋은데 왜 쿠키 영상이 1시간이나 되는 것이더냐? 이 홍보 영상."
사우는 모은 채 가슴쪽으로 끌어당긴 무릎에 얼굴을 잠깐 파묻었다. 의미는 없었다. 그저 말없이 그러다가 도로 고개를 들어올린다. 그게 전부였다. 백지처럼 새하얀 얼굴에 아리송한 웃음기가 천천히 퍼져나갔다.
"했음 좋겠다~ 라니. 마음대로 되지 않는가봐? 흐음..."
이상해. 짧은 틈에 내지르는 가벼운 외침에는 장난스러움과 동시에 힘이 조금 들어간 듯 싶었다. 사우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내다가, 종일 쓰고 다니는 삿갓을 벗어 옆자리에 내려놓았다. 마지막 손가락 끝까지 검은 챙을 떠나면서, 머리카락의 흩날림이 더욱 강해졌다. 역마살일지도 모른다. 라는 수긍이라.
어느 깊고 늦은 밤, 벚꽃나무 숲 속에 있는 작은 오두막집. 모든 것들이 밤의 어둠 속에 잠기어 꽃들도 이제는 고요한 잠 속으로 빠져든 시간. 달빛마저도 구름에 얼굴을 가리어 그저 모든 것들을 조용히 잠재우고 있을 그 때, 유일하게 눈을 감지 않은 한 존재가 오두막집 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 오두막집 안을 떠다니는 반딧불이같은 희미한 빛.
어른어른, 반딧불이의 빛이 내어졌다 꺼뜨려졌다를 반복하며 작디 작은 오두막집을 비춰주자, 그 존재의 모습이 희미하게 어둠 속에서 얼핏 드러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집의 한 쪽 구석에 틀어박혀 무릎을 세워 끌어안은 채 앉아있는 분홍색을. 그 분홍색의 목 부근에 달린, 오묘한 빛을 내보이고 있는 구슬을. 그리고... 그러한 분홍색의 앞에 누워있는 진한 분홍색을.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면 빛이, 다시 또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면 어둠이.
평소와는 달리 묶지 않고 풀어헤친 머리와, 한쪽에 벗어둔 하얀 겉옷자락. 회색의 얇디 얇은 원피스만을 입은 모습에 그동안 가려져왔었던 가냘픈 팔과 다리가 훤히 드러났고, 반딧불이의 빛이 그러한 팔다리에 남아있는 이런저런 잔상처들을 비춰주었다 사라지게 했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몽롱하기 그지 없는 서로 다른 색의 두 눈동자는 그저 계속해서 자신의 앞에 있는 진한 분홍색을 응시했다. 조금의 미동도 없이.
"......론."
분홍색이 한참만에야 느릿하게, 곧 꺼져갈듯이 희미한 목소리로 진한 분홍색의 이름을 속삭였다. 그리고 열려졌던 입술이 다시 천천히 닫혀지며, 그보다 기나긴 침묵이 그 뒤를 이었다. 진한 분홍색은 움직이지 않았다. 희미한 반딧불이의 빛이 깜빡깜빡였다. 빛과 어둠이 반복하여 나타났다 사라졌다.
"......떠나가셨어요. 저의 첫 번째 친구가..."
희미한 반딧불이보다도 더욱 희미한 목소리가 흩어져갔다.
"...아직 아무것도 못 해드렸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사탕도, 노래도, 그 무엇도. 심지어... 작별 인사도 남지 않았어요..."
사탕을 제물로 바치지 않았더라면. 노래를 배웠더라면. 작별 인사를 전했더라면. 그랬더라면... 저는... 후회의 물방울이 똑, 똑,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깊이가 점차 깊어지기 시작하자, 어느새 작은 후회는 깊고 깊은 바다가 되어 자신을 깊숙이 빠뜨리기 시작했다. ......노래가, 기억나지 않아요. 불러드리고 싶은데... 함께 불렀던 노래가 없어요. 친구가 불러주셨던 그 노래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기억나지 않아요...
말을 이어나가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확, 숙여 얼굴을 무릎에 묻으며, 안 그래도 작았던 몸을 더욱 웅크려버렸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모든 빛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구슬의 빛도, 반딧불이의 빛도. 비춰주던 모든 희미한 빛들이 전부 다 사라졌다. 그리하여 이제는 어둠과는 이질적인 두 개의 분홍색만이 남아버렸다. 그마저도 서로 다른 분홍색만이.
금방이라도 어둠 속에 잠겨버릴듯이 희미한 분홍색의 두 어깨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진한 분홍색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작은 깜빡임 하나조차도 없는 인형. 작은 숨소리 하나조차도 없는 인형.
......이게 맞는 거니까요. 저는... 저 같은 분홍색은... ......'신' 님. 저의 '신' 님. ...저는... 저는...
[리스.]
"......지금은... 적어도 지금은 그 이름으로 저를 부르지 말아주세요, 론..."
부탁이예요... 점차 사그라들어가는 목소리가 조금씩 희미해졌다. 마치 금방이라도 사라져 없어질 것만 같이. 두 눈을 감았다 뜨면 한순간에 사라져버릴 허상. 환각. 신기루. 꿈. ......리스. 이질적인 존재가 숨을 쉬고 있었다. 숨을 멈추고 두 눈을 감았다. 하나의 시야밖에 없던 세상마저 이내 촛불처럼 어둠 속으로 꺼져버렸다.
어둠만이 가득한 한밤의 세계가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의 세계였다. 아무도 없는, 아무도 살아있지 않은.
백지처럼 새하얀 얼굴에 피어난 아리송한 웃음기라... 령은 말없이 사우를 바라보았다. 딸랑딸랑 방울이 요동쳤다. 령은 그것을 손으로 잡아 조용하게 만들었다. 그래. 내가 원하던대로는 되지 않았지. 령은 조용히 과거를 회상했다. 어딜가도 만족하지 않던 삶을.
"뭐 그렇지. 어딜가도 만족스럽지가 않더라구."
그래서 별 수 있나? 떠돌아다녔지, 뭐. 령의 말에는 가벼움이 깃들어있었다. 마치 금새 훌쩍 날아가버릴 듯한. 령이 베시시 웃어보였다. 꾸밈 없는 맑은 미소였다. 이상하다라... 그렇게도 보일 수 있겠군. 령은 제가 떠돌아다녔던 곳을 상기한다. 호수가 있던 잔잔한 숲이든 아라와 같은 바닷가든 저가 만족하지 못했던 건 같았고 그곳에 남은 것은 흑조의 깃털 뿐이었으니.
“ 뭐어, 이 지역 놀거리라 하면 단연 스케이트가 먼저 떠오르기도 하고... 재미있거든요. 은근히. “
문득 처음 스케이트를 타보았던 날이 떠오르는 그녀였다. 한껏 무언가를 걸치고 나와 둔해진 몸으로 얇쌍한 철판이 박힌 신 하나에 의지하여 빙판 위를 움직이려다보니 펭귄 마냥 뒤뚱거리다 기어코 바닥에 넘어지길 여러번, 결국에 한 걸음 가량 나아가는 데 십 분이 넘게 걸렸었지. 그녀가 느릿히 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만, 그 미소는 목도리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을게 분명했다.
“ 미리내에 놀러온 김에,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예요. “
느릿히 대답을 마쳐낸 그녀는 뒤이어 돌아온 그의 대답에 두 눈을 깜빡이며 토마토..., 라고 작게 웅얼였다. 가리가 토마토로 유명했던가? 가을하면 토마토였던가. 나쁘지 않은 조합이라 생각하며 그녀가 느려진 발걸음 뒤로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 토마토 농장도 있었군요... 꼭 한 번 가볼게요. 밤프씨가 초대해주신 거니까. “
눈꼬리가 살짝 접혀내려가며 햇빛에 미소가 비추어졌다. 언제나 한 장소에서 세월을 마중보내던 그녀에게 새로운 장소로 떠난다는 사실은 기대되고 두근거리는 감정이면서도 동시에 두려운 감정이었다. 길을 잃어 우물대는 어린아이의 꼴이 되는 것은 무서웠으니. 낯설고 아는 이 없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것이 무서웠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만, 길을 떠나 그곳에 도착했을 때 맞이해줄 이가 있다면 그건 두렵지 않은 일이겠지.
“ 거의 다 온 거같아요. 아까보다는 바람이 덜 한 것같기도... “
아닌가요..., 한 번 거세게 불어온 찬 바람에 다시금 목도리에 얼굴을 묻으며 그녀가 팔을 뻗어 조금 멀리, 꽤 넓은 규모의 빙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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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어, 나중에 시도해보도록하지. 지금은 노는 것 보단 어찌보면 일을 하러 온 거니까 말이야."
자신의 지역을 발전시키기위해 타 지역을 둘러보고 본받을게 있다면 곧장 따라서 하려하는, 어찌보면 이상적인 관리자가 아닐까 싶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가리, 나아가 온 세상을 토마토로 뒤덮으려 하는 욕망과 사역마들을 마구잡이로 부려먹는-월급이 토마토 한 개다.-모습을 보아하니 꼭 그런건 아니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전혀 추위를 느끼지도 않은 모양인지 그는 차가운 바람에 고생하는 연과는 달리 휘몰아치는 바람에도 아랑곳않고 천천히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창백한 피부와 함께 미루어보아 사실은 박쥐신 따위가 아니라 얼음신이 아닐까 하고 착각하게 만들정도였다.
"언젠간 가리의 명소역시 이 몸의 토마토 밭으로 바뀌게 될 테지. 그럼 그때를 준비해서라도 이렇게 많은 이들이 알 수 있게끔 만드는것이 좋지 않은가. 캇캇!"
특유의 요상한 웃음소리를 호탕하게 내지르며 그는 가슴 속에 품고있는 야심을 은근슬쩍 꺼내어보았다. 그러다가도 거의 다 도착한 것 같다며 말하는 거센 바람에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고 얼음 빙판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연의 행동에 그 역시 빙판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확실히 이 곳은 미리내와는 금시초문이라고 할 수 있는 내가보기에도 규모가 크군. 얼음판이 아니라 초목이 풍성하고 고른 흙밭이었다면 토마토 농장을 지어도 손색이 없겠어, 카카카캇!"
고개를 크개 뒤로 젖히며 팔짱을 끼고서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망토가 조금은 약해진 바람에 펄럭거리며 휘날리자 그는 크게 팔을 휘둘러 어질러진 망토를 다시 가다듬었다.
"뭐어, 나중에 시도해보도록하지. 지금은 노는 것 보단 어찌보면 일을 하러 온 거니까 말이야."
자신의 지역을 발전시키기위해 타 지역을 둘러보고 본받을게 있다면 곧장 따라서 하려하는, 어찌보면 이상적인 관리자가 아닐까 싶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가리, 나아가 온 세상을 토마토로 뒤덮으려 하는 욕망과 사역마들을 마구잡이로 부려먹는-월급이 토마토 한 개다.-모습을 보아하니 꼭 그런건 아니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전혀 추위를 느끼지도 않은 모양인지 그는 차가운 바람에 고생하는 연과는 달리 휘몰아치는 바람에도 아랑곳않고 천천히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창백한 피부와 함께 미루어보아 사실은 박쥐신 따위가 아니라 얼음신이 아닐까 하고 착각하게 만들정도였다.
"언젠간 가리의 명소역시 이 몸의 토마토 밭으로 바뀌게 될 테지. 그럼 그때를 준비해서라도 이렇게 많은 이들이 알 수 있게끔 만드는것이 좋지 않은가. 캇캇!"
특유의 요상한 웃음소리를 호탕하게 내지르며 그는 가슴 속에 품고있는 야심을 은근슬쩍 꺼내어보았다. 그러다가도 거의 다 도착한 것 같다며 말하는 거센 바람에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고 얼음 빙판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연의 행동에 그 역시 빙판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확실히 이 곳은 미리내와는 금시초문이라고 할 수 있는 내가보기에도 규모가 크군. 얼음판이 아니라 초목이 풍성하고 고른 흙밭이었다면 토마토 농장을 지어도 손색이 없겠어, 카카카캇!"
고개를 크개 뒤로 젖히며 팔짱을 끼고서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망토가 조금은 약해진 바람에 펄럭거리며 휘날리자 그는 크게 팔을 휘둘러 어질러진 망토를 다시 가다듬었다.
“ 그렇죠. 이곳은 언제나 겨울이니, 나중에 다시 한 번 오셔서 타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
느릿히 고개를 돌려 밤프의 눈을 보던 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발걸음을 내딛었다. 눈이 멈추지 않고 추위가 녹지 않는 곳이니, 기회는 많겠지. 이곳에서 조금 더 걸어나가면 어디가 나오더라..., 마을 지도라도 있다면 편했을 걸, 제가 사는 곳 주위만을 맴도는 그녀였으니 지역 전체의 지리를 알 리가 만무했다.
사실 임시스레에서 다솜 지역 소개 나왔을 때 앵화영장(그때는 벚꽃잎 수영장이라는 그냥 이름이었다) 콘티와 월묘정자 같은 그런 콘티가 번뜩 떠올랐고 x바. 이건 내 창의력이 열일한거야! 라고 생각하고는 어떤 생물이 봄에 어울릴까.. 하다가 핑크핑크한 아노말리카리스? 하다가 갑자기 새 종류가 끌려서..
아마 다른 이가 다솜의 관리자가 되었어도 관리자에게 이런 거 어때요 라며 앵화영장을 제시했을 거예욤?
ㅋㅋㅋㅋ리스는 괜찮습니다! 다만 일상이 가능한 장소 하나가 당분간 줄어들었을 뿐...(끄덕) 아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
>>194 아아... 사, 사우주...ㅠㅠㅠ(토닥토닥) 건강에도 좋은 물이라도 마시는 게...!(???)
>>197 아사주 어서 오세요! :) 그리고 아사는 그런 비하인드가...! 하지만 역시 아사가 다솜의 관리자가 되어서 정말 잘 된 것 같아요!ㅎㅎㅎ 아사주의 창의력 정말 대단해요! XD(야광봉) 월묘정자도 멋있어요...! 그건 왠지 가리나 미리내 쪽이 어울릴 것 같기도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