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찍혀있는 홍보 내용도 좋고 다 좋은데 왜 쿠키 영상이 1시간이나 되는 것이더냐? 이 홍보 영상."
자꾸만 웃음을 터뜨리는 령의 모습을 지그시 곁눈질하는 이가 있다면 사우 말고는 없었다. 잘 갈아놓은 도끼를 품은 것처럼의 눈빛이 령의 웃음기를 응시하는 것이, 마치 어디를 도끼질할까 궁리하는 미친 나무꾼의 바라봄 같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별다른 말을 뱉어내지 않았다. 그 웃음이 사그라들 때까지 그저 한숨만 한 차례 푹 꺼트렸을 뿐. 무엇이라 말하는 순간마다 웃음을 터뜨린다는 사실을 눈치채었던 것이다. 미끼를 자꾸 던져줄 필요는 없었다. 할 생각도 없었고...
"그래, 자안뜩 고마워해라!"
곧바로 그 다짐을 깨버리는 자신의 멍청한 입을 사우는 원망해야만 하였다. 삿갓을 푹 눌러쓰고선 잠깐동안 신음질을 했다. 그러다가 도로 얼굴을 드러내면서 속에서는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어차피 침묵하고 있었어도 그러는대로 저 흑조 신은 비웃었으리라(어폐였다), 라고.
"아아...그렇다면 약 한 달인가. 인간계의 시간으로 친다면."
눈동자를 위쪽으로 하며 사우는 잠깐 고개를 비뚝였다. 그러다가, 자신 또한 그에 관한 답을 돌려줘야겠다 괜히 여기면서 "난 한 몇 백 년은 됐어. 세진 않았고."라고 첨언해내더라.
그는 눈밭에 파묻혀있던 자신의 얼굴을 빼올리며 느릿한 말소리가 들린곳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여전히 차가움이 얼굴 여기저기에 묻어났기에 손으로 툭툭 얼굴에 묻어있는 눈뭉치를 털어낸 뒤 뻗어진 작은 손을 붙잡고 일어섰다.
"미안하군, 꼴 사나운 모습을 보였으니."
좀 더 주의를 가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거라 덧붙인 그는 자신의 옷에도 묻어있는 눈뭉치를 툭툭 털어냈다.
"아."
그는 춥지 않냐고 물으며 크림색 목도리를 내미는 작은 신을 바라보았다. 자신은 이미 오랜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이 추위에는 적응했다며 붉게 달아오른 코와 귀를 감추지 못하는 작은 신은 그가 보기엔 전혀 추위에 적응한 것 같지 않았다. 적어도 그는 그녀처럼 차가운 바람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지는 않았으니까.
"괜찮다, 이 정도 추위야 추운것도 아니니까."
그녀가 건넨 목도리를 받아들고서 되려 그녀의 목덜미에 감아준 그는 그제야 만족스럽다는듯 웃으며 허리에 손을 얹었다.
"좋군, 그나저나 수시로 이렇게 눈이 쏟아져내린다니. 어디 보강이 필요한 것 아닌가. 분명 이 지역의 관리자는 세설이었을테지..."
턱을 짚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다가도 인사를 건네는 작은 신의 말에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본 그는 저도 특유의 양 팔을 크게 휘둘러 망토를 펄럭이는 자세를 취해보이고선 인사를 했다.
"그래, 인사가 늦었지. 나는 밤프, 가리의 관리자다! 너는 듣자하니 이 곳에 오래 산 주민인 것 같다만 이름을 알 수 있겠나?"
푸흡! 령은 또 위기를 맞았다. 아니 하필 나온 말이 "그래 자안뜩 고마워해라!" 일게 뭐람. 덕분에 령은 다시 팔로 제 입을 막아버려야 했다. 더 이상 웃지 말자, 웃지 말자 했는데도 자꾸만 새어나오는 이 웃음이 원망스러웠다. 사우는 제가 감당해내기엔 너무나도 귀여운 신이었다. 결국 령은 입을 열어 이렇게만 말해야했다.
"너 너무 귀엽다."
저가 잘못한 게 아니라 이 신이 귀여운 것이라고 합리화를 해본들 소용이 없었다. 보나마나 사우는 불쾌해하겠지. 령은 그것을 감내할 수 있었다. 그 정도로 귀여운 걸. 이 꼬마의 모습을 취한 신은. 령은 겨우 제 자신을 추스리고 생각을 갈무리하였다.
몇백년. 령은 그 수많은 세월의 흐름에 숨을 멈춰야만 했다. 신들이 보기보다 나이가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에 해당되는 사례를 실제로 보니 엄청난 시간의 압박에 무릎이라도 꿇어버릴 것만 같았다. 령의 눈이 반사적으로 크게 뜨였다. 몇백년이라... 자신도 그만큼 라온하제에서 길게 살 수 있을까?
"몇백년이라... 대단하구나, 사우는."
령은 저도 모르게 두 손을 공손히 모았다. 저보다 오랫동안 라온하제에 거주한 사람에 대한 예우였다.
저 자신도 새하얀 눈 속에 파묻힐 뻔 했다는 부끄런 이야기는 굳이 꺼내지 않은 채, 그녀가 살풋 미소를 지어내며 대꾸했다.
제 손으로 통해지는 무게감에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 했다만, 그마저도 익숙한 듯 그녀는 태연히 중심을 잡으며 제 자리에서 몇 걸음 비틀댔다. 분명 아주 크고 거대한 나무였건만, 어째서 제 육체는 이리도 작고 나약한지 알 수 없을 길이었다. 되려 제게 목도리를 감아주는 그에게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꾸벅이던 그녀는 보강이 필요할 것같다는 말에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내더니 새하얀 입김을 내뱉었다.
" 이쪽 지역이 아니라면 안전할테지만...,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
다만, 그녀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큰 동작을 내보이며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그의 행동에 연은 두 눈을 두어번 깜빡거리더니 이내 느릿히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나긋히 제 이름을 흘려냈다.
" ...저는 연이에요. 이 지역에서 그렇게 오래살진 않은 것같지만, 아마도... 가리의 관리자님이셨군요. 만나서 반가워요. "
짧게 인사를 건넨 연은 혹여나 다시금 눈사태가 일어날까 새하얀 빛으로 물든 언덕 주위를 몇 차례나 두리번대더니 눈송이가 조금 묻어난 목도리를 고쳐두르며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 다시 눈이 쏟아질지도 모르겠네요. 이왕 오신 거, 이 곳 구경 좀 하고 가실래요? 저는 미리내의 주민이니, 도움이 될 지도 모르니까요. "
어딘가 확실치 않은 말투는 그녀의 버릇이자 특징이었다. 말을 마쳐낸 그녀는 제 발 밑에 한움쿰 쌓인 눈뭉치들을 휘적이며, 밤프의 결정을 기다리기 위해 빤히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모르는 것도 문제는 아니지, 비록 관리자라 하였으나 그 직책을 떠맡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니까 말이야."
걱정스러운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녀를 말 없이 지켜보며 그는 자신의 머리위에 솟아난 더듬이 두 가닥을 가다듬었다. 아무래도 아까전 눈과 함께 쓸려내려올때 조금 망가져버린 것일까? 그러고는 다시 눈이 쏟아져 내릴지도 모르겠다는 연의 말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인가..."
그리곤 확실치 않은 말로 이 곳을 둘러보지 않겠느냐는, 그러면서도 자신이 동행해 길을 안내해주겠다는 투의 말을 내뱉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다! 본디 원래의 목적도 이 곳 미리내를 자세히 조사해보자는 생각으로 이 곳에 온것이었으니 동행인이 한 명 늘어난다해서 나쁠 것 없지!"
아아, 결국 일어나고야 말았다. 사우는 입을 완전히 닫지 못한 채 반사적으로 눈을 커다랗게 뜨더니, 그 희둥그런 모양새를 점차 게슴츠레하게, 눈꺼풀을 내리다가 완전히 접기 직전에 도로 원래의 모양새로 떴다. 다름이 아니라, 무엇이라 반응해야할지 몰라 일단 놀라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하기야 그렇지. 너 너무 귀엽다. 라니. 역린이라면 역린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노성을 지르기에는 상황이 너무도 황당하였던 것이고. 그런데 그 행동이 몹시도 어린아이스러운 것은 명백한 사실이 아니던가? 사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마침내 열었다.
"....아, 아라의 바다를 더이상 못 보는 수가 생긴다!!!"
도대체 세상에.
아무튼 좀 뒤에 사우가 한 손을 살짝이 흔들었던 것은 령이 무심코 두 손을 모았을 무렵이었다. 그러던 손으로 삿갓 챙을 살짝 누르고 숨을 뱉어내듯이 말도 따라 보냈다.
"...대단할 것 없어. 그냥 오래 있었을 뿐이니까. 령이 너도 앞으로 계속 눌러 앉는다면 그 세월 차버리는 건 금방일걸? 게다가 신끼리 세월로 위아래 논할 것도 없잖아."
신격을 정하는 건 고위신이냐, 아니냐 정도이니까. 덧붓이며 고개를 돌려보인 사우의 얼굴에는 어딘지 모르게 소탈한 웃음이 옅게 퍼져 있었다.
아라의 바다를 더는 못 보는 수가 생긴다니. 어찌 이리도 협박까지 귀여울까. 령은 결국 큭큭과 끽끽의 중간쯤 되는 소리를 내며 한바탕 웃어버렸다. 아 너무 귀여워. 수백, 수천년을 산 신이 이렇게 귀여워서야 되겠는가? 령은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하, 진정하자. 진정. 정말로 아라의 바다를 못 보게 되는 건 슬프니까. 그렇지만 이 아이가 귀여운 걸 어떡하라구.
"미... 미안. 네가 너무 귀여워서 자꾸 웃음이 나와."
령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답을 하였다. 아직도 입가에 웃음기가 가지 않았다. 령은 아라로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신하고 친해지고 싶어! 령은 그리 생각하고 다시 표정을 무표정으로 돌려놓았다.
앞으로 오래 살다보면 그 세월이 금방 차버린다라... 일리있는 말이었다. 령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같이 오래 사는 신에게 세월의 흐름은 별 것도 아닌 법이었다. 게다가 고위신이냐 아니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니 나이나 얼마동안 있었다는 사실이 무쓸모하게 변하는 것은 더더욱. 령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정말 그런 것일까?
"네 말이 맞아, 사우. 하지만 한 곳에서 그렇게나 오래 정착한 것도 대단한 일인 걸? 나는 오랫동안 떠돌아다녔거든."
인간계든 신계든 관계없이 말이지. 령이 눈을 내리깐다. 검은 눈동자가 유독 더욱 어두워보였다.
주위에 신경을 쓰지 않으니 모를 법도 했다. 정신은 애꿎은 곳에 가있었으니 제 주변이 바뀌는 것도 모른 채 살고 있었더라. 다만 잡생각도 잠시, 제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는 작은 발걸음을 내딛으며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제 발목까지 쌓인 눈을 푹푹 밟아내며, 새하얀 도화지에 발도장을 찍듯 선명한 자취를 냄겨냈다.
" 사실 이 북쪽 언덕은 밤에 별을 보기 좋은 곳이에요. 정말 아름답거든요. "
흘리듯 나지막히 말을 마쳐낸 그녀는 어느 곳으로 가면 좋을까ㅡ 라는 고민을 머릿 속으로 굴려내기 시작했다. 이 미리내 지역을 한 바퀴 도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만. 눈이 쌓인 그 모습으로도 절경인 곳이었기에 어느곳을 가던 나쁘진 않을 것같았다. 얼음이 얼어 스케이트를 타는 곳으로 가볼까.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다.
" ...스케이트 좋아하세요? "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물음을 던진 그녀는 여전히 그 작은 발을 열심히 휘두르며 길을 걸어나가고 있었다. 이쯤되면 발이 좀 시려워질 만도 하건만, 어째 그리 씩씩하게 발걸음을 떼내는 지도 의문이었다. 연분홍빛 머리칼 위로는 작은 눈송이들이 내려앉아, 꼭 벚꽃 잎 위로 눈이 쌓인 것만 같더라. 그녀는 고개를 한 번 푹 숙여내 제 목소리에 얼굴을 묻어내곤, 다시금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어냈다.
" 가리는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의 지역이죠? 가보고 싶었어요. 천성이 나무이다보니, 한 곳에만 있는 걸 좋아해 미리내를 벗어나본 적이 없어서요. "
아, 따뜻한 코코아가 생각나는 날씨. 그녀가 느릿히 새하얀 입김을 뿜어내며 제 입을 다물어냈다.
이제는 졌다. 령의 목소리가 떨리기까지 하자 사우는 노려보고, 아까의 한숨을 또 푹 내쉬는 것으로만 반응을 다하였다. 정확히는 추스리는 것이었다. 노를 너무 드러내서 그렇게 득을 보는 경우는 없는 쪽이 다수였다.
사우가 웃음기와 함께 건넨 말에는 이내 령의 대답이 위에 얹히어졌다. 이제 그 위에 또다른 대답을 올려놓을 차례인데, 잠깐. 같은 바다를 바라보는 중인 흑조 신의 저 검고 칠흑 같은 눈동자는 원래 저렇게 깊이를 알 수 없으리만치, 바다의 푸른빛도 반사하지 않은 채 아득하였던가? 사우의 눈꺼풀이 빠르게 감겼다 떠졌으나, 끝에 가서 뱀신은 그에 관해 무겁게 여기지 않기로 하였다.
"뭐,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에 가까운 거야. 대단할 것 없다니까 자꾸."
사우는 공중에서 내려와 모랫바닥에 무릎을 세운 앉은 자세를 툭하고 취하였다. 다리는 썩 털털한 자세인데 반해 소매는 또 버릇처럼 가지런히 모으더란다. "오래 떠돌아다녔다라~ 역마살인가?"라며 사우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조용한 사우의 반응에 령은 드디어 웃음을 멈추었다. 기분 상했나봐. 어떡해. 령은 겨우겨우 자신을 추스리고 다시 사우를 바라보았다. 이제 더 이상 귀엽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지. 령은 사우를 보며 다짐을 했다.
어쩌다보니라... 령은 그 수많은 세월이 '어쩌다보니'라는 한마디로 압축되는 게 놀라웠다. 령에게 있어서 수백이란 시간은 결코 짧은 게 아니었다. 그걸 저 뱀신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니... 령은 짧은 순간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그것을 얼굴에서 지워냈다. 뭐 자신도 필요하다면 라온하제에서 수백년동안 지낼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
"그렇구나. 나도 한 곳에서 오랫동안 정착했음 좋겠어."
령은 다정히 말하고는 사우의 역마살이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방랑을 자주 한 령의 행적에 따르면 역마살이라는 말이 무심하지 않을 정도였다. 어쩌면 진짜로 역마살일지도 모르지. 령은 제 행적에 대해 생각하다 그것을 갈무리했다. 지금은 이것을 떠올릴 때가 아니다.
“ 뭐어, 이 지역 놀거리라 하면 단연 스케이트가 먼저 떠오르기도 하고... 재미있거든요. 은근히. “
문득 처음 스케이트를 타보았던 날이 떠오르는 그녀였다. 한껏 무언가를 걸치고 나와 둔해진 몸으로 얇쌍한 철판이 박힌 신 하나에 의지하여 빙판 위를 움직이려다보니 펭귄 마냥 뒤뚱거리다 기어코 바닥에 넘어지길 여러번, 결국에 한 걸음 가량 나아가는 데 십 분이 넘게 걸렸었지. 그녀가 느릿히 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만, 그 미소는 목도리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을게 분명했다.
“ 미리내에 놀러온 김에,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예요. “
느릿히 대답을 마쳐낸 그녀는 뒤이어 돌아온 그의 대답에 두 눈을 깜빡이며 토마토..., 라고 작게 웅얼였다. 가리가 토마토로 유명했던가? 가을하면 토마토였던가. 나쁘지 않은 조합이라 생각하며 그녀가 느려진 발걸음 뒤로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 토마토 농장도 있었군요... 꼭 한 번 가볼게요. 밤프씨가 초대해주신 거니까. “
눈꼬리가 살짝 접혀내려가며 햇빛에 미소가 비추어졌다. 언제나 한 장소에서 세월을 마중보내던 그녀에게 새로운 장소로 떠난다는 사실은 기대되고 두근거리는 감정이면서도 동시에 두려운 감정이었다. 길을 잃어 우물대는 어린아이의 꼴이 되는 것은 무서웠으니. 낯설고 아는 이 없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것이 무서웠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만, 길을 떠나 그곳에 도착했을 때 맞이해줄 이가 있다면 그건 두렵지 않은 일이겠지.
“ 거의 다 온 거같아요. 아까보다는 바람이 덜 한 것같기도... “
아닌가요..., 한 번 거세게 불어온 찬 바람에 다시금 목도리에 얼굴을 묻으며 그녀가 팔을 뻗어 조금 멀리, 꽤 넓은 규모의 빙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사우는 모은 채 가슴쪽으로 끌어당긴 무릎에 얼굴을 잠깐 파묻었다. 의미는 없었다. 그저 말없이 그러다가 도로 고개를 들어올린다. 그게 전부였다. 백지처럼 새하얀 얼굴에 아리송한 웃음기가 천천히 퍼져나갔다.
"했음 좋겠다~ 라니. 마음대로 되지 않는가봐? 흐음..."
이상해. 짧은 틈에 내지르는 가벼운 외침에는 장난스러움과 동시에 힘이 조금 들어간 듯 싶었다. 사우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내다가, 종일 쓰고 다니는 삿갓을 벗어 옆자리에 내려놓았다. 마지막 손가락 끝까지 검은 챙을 떠나면서, 머리카락의 흩날림이 더욱 강해졌다. 역마살일지도 모른다. 라는 수긍이라.
어느 깊고 늦은 밤, 벚꽃나무 숲 속에 있는 작은 오두막집. 모든 것들이 밤의 어둠 속에 잠기어 꽃들도 이제는 고요한 잠 속으로 빠져든 시간. 달빛마저도 구름에 얼굴을 가리어 그저 모든 것들을 조용히 잠재우고 있을 그 때, 유일하게 눈을 감지 않은 한 존재가 오두막집 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 오두막집 안을 떠다니는 반딧불이같은 희미한 빛.
어른어른, 반딧불이의 빛이 내어졌다 꺼뜨려졌다를 반복하며 작디 작은 오두막집을 비춰주자, 그 존재의 모습이 희미하게 어둠 속에서 얼핏 드러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집의 한 쪽 구석에 틀어박혀 무릎을 세워 끌어안은 채 앉아있는 분홍색을. 그 분홍색의 목 부근에 달린, 오묘한 빛을 내보이고 있는 구슬을. 그리고... 그러한 분홍색의 앞에 누워있는 진한 분홍색을.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면 빛이, 다시 또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면 어둠이.
평소와는 달리 묶지 않고 풀어헤친 머리와, 한쪽에 벗어둔 하얀 겉옷자락. 회색의 얇디 얇은 원피스만을 입은 모습에 그동안 가려져왔었던 가냘픈 팔과 다리가 훤히 드러났고, 반딧불이의 빛이 그러한 팔다리에 남아있는 이런저런 잔상처들을 비춰주었다 사라지게 했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몽롱하기 그지 없는 서로 다른 색의 두 눈동자는 그저 계속해서 자신의 앞에 있는 진한 분홍색을 응시했다. 조금의 미동도 없이.
"......론."
분홍색이 한참만에야 느릿하게, 곧 꺼져갈듯이 희미한 목소리로 진한 분홍색의 이름을 속삭였다. 그리고 열려졌던 입술이 다시 천천히 닫혀지며, 그보다 기나긴 침묵이 그 뒤를 이었다. 진한 분홍색은 움직이지 않았다. 희미한 반딧불이의 빛이 깜빡깜빡였다. 빛과 어둠이 반복하여 나타났다 사라졌다.
"......떠나가셨어요. 저의 첫 번째 친구가..."
희미한 반딧불이보다도 더욱 희미한 목소리가 흩어져갔다.
"...아직 아무것도 못 해드렸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사탕도, 노래도, 그 무엇도. 심지어... 작별 인사도 남지 않았어요..."
사탕을 제물로 바치지 않았더라면. 노래를 배웠더라면. 작별 인사를 전했더라면. 그랬더라면... 저는... 후회의 물방울이 똑, 똑,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깊이가 점차 깊어지기 시작하자, 어느새 작은 후회는 깊고 깊은 바다가 되어 자신을 깊숙이 빠뜨리기 시작했다. ......노래가, 기억나지 않아요. 불러드리고 싶은데... 함께 불렀던 노래가 없어요. 친구가 불러주셨던 그 노래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기억나지 않아요...
말을 이어나가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확, 숙여 얼굴을 무릎에 묻으며, 안 그래도 작았던 몸을 더욱 웅크려버렸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모든 빛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구슬의 빛도, 반딧불이의 빛도. 비춰주던 모든 희미한 빛들이 전부 다 사라졌다. 그리하여 이제는 어둠과는 이질적인 두 개의 분홍색만이 남아버렸다. 그마저도 서로 다른 분홍색만이.
금방이라도 어둠 속에 잠겨버릴듯이 희미한 분홍색의 두 어깨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진한 분홍색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작은 깜빡임 하나조차도 없는 인형. 작은 숨소리 하나조차도 없는 인형.
......이게 맞는 거니까요. 저는... 저 같은 분홍색은... ......'신' 님. 저의 '신' 님. ...저는... 저는...
[리스.]
"......지금은... 적어도 지금은 그 이름으로 저를 부르지 말아주세요, 론..."
부탁이예요... 점차 사그라들어가는 목소리가 조금씩 희미해졌다. 마치 금방이라도 사라져 없어질 것만 같이. 두 눈을 감았다 뜨면 한순간에 사라져버릴 허상. 환각. 신기루. 꿈. ......리스. 이질적인 존재가 숨을 쉬고 있었다. 숨을 멈추고 두 눈을 감았다. 하나의 시야밖에 없던 세상마저 이내 촛불처럼 어둠 속으로 꺼져버렸다.
어둠만이 가득한 한밤의 세계가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의 세계였다. 아무도 없는, 아무도 살아있지 않은.
백지처럼 새하얀 얼굴에 피어난 아리송한 웃음기라... 령은 말없이 사우를 바라보았다. 딸랑딸랑 방울이 요동쳤다. 령은 그것을 손으로 잡아 조용하게 만들었다. 그래. 내가 원하던대로는 되지 않았지. 령은 조용히 과거를 회상했다. 어딜가도 만족하지 않던 삶을.
"뭐 그렇지. 어딜가도 만족스럽지가 않더라구."
그래서 별 수 있나? 떠돌아다녔지, 뭐. 령의 말에는 가벼움이 깃들어있었다. 마치 금새 훌쩍 날아가버릴 듯한. 령이 베시시 웃어보였다. 꾸밈 없는 맑은 미소였다. 이상하다라... 그렇게도 보일 수 있겠군. 령은 제가 떠돌아다녔던 곳을 상기한다. 호수가 있던 잔잔한 숲이든 아라와 같은 바닷가든 저가 만족하지 못했던 건 같았고 그곳에 남은 것은 흑조의 깃털 뿐이었으니.
“ 뭐어, 이 지역 놀거리라 하면 단연 스케이트가 먼저 떠오르기도 하고... 재미있거든요. 은근히. “
문득 처음 스케이트를 타보았던 날이 떠오르는 그녀였다. 한껏 무언가를 걸치고 나와 둔해진 몸으로 얇쌍한 철판이 박힌 신 하나에 의지하여 빙판 위를 움직이려다보니 펭귄 마냥 뒤뚱거리다 기어코 바닥에 넘어지길 여러번, 결국에 한 걸음 가량 나아가는 데 십 분이 넘게 걸렸었지. 그녀가 느릿히 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만, 그 미소는 목도리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을게 분명했다.
“ 미리내에 놀러온 김에,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예요. “
느릿히 대답을 마쳐낸 그녀는 뒤이어 돌아온 그의 대답에 두 눈을 깜빡이며 토마토..., 라고 작게 웅얼였다. 가리가 토마토로 유명했던가? 가을하면 토마토였던가. 나쁘지 않은 조합이라 생각하며 그녀가 느려진 발걸음 뒤로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 토마토 농장도 있었군요... 꼭 한 번 가볼게요. 밤프씨가 초대해주신 거니까. “
눈꼬리가 살짝 접혀내려가며 햇빛에 미소가 비추어졌다. 언제나 한 장소에서 세월을 마중보내던 그녀에게 새로운 장소로 떠난다는 사실은 기대되고 두근거리는 감정이면서도 동시에 두려운 감정이었다. 길을 잃어 우물대는 어린아이의 꼴이 되는 것은 무서웠으니. 낯설고 아는 이 없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것이 무서웠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만, 길을 떠나 그곳에 도착했을 때 맞이해줄 이가 있다면 그건 두렵지 않은 일이겠지.
“ 거의 다 온 거같아요. 아까보다는 바람이 덜 한 것같기도... “
아닌가요..., 한 번 거세게 불어온 찬 바람에 다시금 목도리에 얼굴을 묻으며 그녀가 팔을 뻗어 조금 멀리, 꽤 넓은 규모의 빙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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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어, 나중에 시도해보도록하지. 지금은 노는 것 보단 어찌보면 일을 하러 온 거니까 말이야."
자신의 지역을 발전시키기위해 타 지역을 둘러보고 본받을게 있다면 곧장 따라서 하려하는, 어찌보면 이상적인 관리자가 아닐까 싶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가리, 나아가 온 세상을 토마토로 뒤덮으려 하는 욕망과 사역마들을 마구잡이로 부려먹는-월급이 토마토 한 개다.-모습을 보아하니 꼭 그런건 아니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전혀 추위를 느끼지도 않은 모양인지 그는 차가운 바람에 고생하는 연과는 달리 휘몰아치는 바람에도 아랑곳않고 천천히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창백한 피부와 함께 미루어보아 사실은 박쥐신 따위가 아니라 얼음신이 아닐까 하고 착각하게 만들정도였다.
"언젠간 가리의 명소역시 이 몸의 토마토 밭으로 바뀌게 될 테지. 그럼 그때를 준비해서라도 이렇게 많은 이들이 알 수 있게끔 만드는것이 좋지 않은가. 캇캇!"
특유의 요상한 웃음소리를 호탕하게 내지르며 그는 가슴 속에 품고있는 야심을 은근슬쩍 꺼내어보았다. 그러다가도 거의 다 도착한 것 같다며 말하는 거센 바람에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고 얼음 빙판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연의 행동에 그 역시 빙판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확실히 이 곳은 미리내와는 금시초문이라고 할 수 있는 내가보기에도 규모가 크군. 얼음판이 아니라 초목이 풍성하고 고른 흙밭이었다면 토마토 농장을 지어도 손색이 없겠어, 카카카캇!"
고개를 크개 뒤로 젖히며 팔짱을 끼고서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망토가 조금은 약해진 바람에 펄럭거리며 휘날리자 그는 크게 팔을 휘둘러 어질러진 망토를 다시 가다듬었다.
"뭐어, 나중에 시도해보도록하지. 지금은 노는 것 보단 어찌보면 일을 하러 온 거니까 말이야."
자신의 지역을 발전시키기위해 타 지역을 둘러보고 본받을게 있다면 곧장 따라서 하려하는, 어찌보면 이상적인 관리자가 아닐까 싶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가리, 나아가 온 세상을 토마토로 뒤덮으려 하는 욕망과 사역마들을 마구잡이로 부려먹는-월급이 토마토 한 개다.-모습을 보아하니 꼭 그런건 아니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전혀 추위를 느끼지도 않은 모양인지 그는 차가운 바람에 고생하는 연과는 달리 휘몰아치는 바람에도 아랑곳않고 천천히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창백한 피부와 함께 미루어보아 사실은 박쥐신 따위가 아니라 얼음신이 아닐까 하고 착각하게 만들정도였다.
"언젠간 가리의 명소역시 이 몸의 토마토 밭으로 바뀌게 될 테지. 그럼 그때를 준비해서라도 이렇게 많은 이들이 알 수 있게끔 만드는것이 좋지 않은가. 캇캇!"
특유의 요상한 웃음소리를 호탕하게 내지르며 그는 가슴 속에 품고있는 야심을 은근슬쩍 꺼내어보았다. 그러다가도 거의 다 도착한 것 같다며 말하는 거센 바람에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고 얼음 빙판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연의 행동에 그 역시 빙판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확실히 이 곳은 미리내와는 금시초문이라고 할 수 있는 내가보기에도 규모가 크군. 얼음판이 아니라 초목이 풍성하고 고른 흙밭이었다면 토마토 농장을 지어도 손색이 없겠어, 카카카캇!"
고개를 크개 뒤로 젖히며 팔짱을 끼고서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망토가 조금은 약해진 바람에 펄럭거리며 휘날리자 그는 크게 팔을 휘둘러 어질러진 망토를 다시 가다듬었다.
“ 그렇죠. 이곳은 언제나 겨울이니, 나중에 다시 한 번 오셔서 타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
느릿히 고개를 돌려 밤프의 눈을 보던 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발걸음을 내딛었다. 눈이 멈추지 않고 추위가 녹지 않는 곳이니, 기회는 많겠지. 이곳에서 조금 더 걸어나가면 어디가 나오더라..., 마을 지도라도 있다면 편했을 걸, 제가 사는 곳 주위만을 맴도는 그녀였으니 지역 전체의 지리를 알 리가 만무했다.
사실 임시스레에서 다솜 지역 소개 나왔을 때 앵화영장(그때는 벚꽃잎 수영장이라는 그냥 이름이었다) 콘티와 월묘정자 같은 그런 콘티가 번뜩 떠올랐고 x바. 이건 내 창의력이 열일한거야! 라고 생각하고는 어떤 생물이 봄에 어울릴까.. 하다가 핑크핑크한 아노말리카리스? 하다가 갑자기 새 종류가 끌려서..
아마 다른 이가 다솜의 관리자가 되었어도 관리자에게 이런 거 어때요 라며 앵화영장을 제시했을 거예욤?
ㅋㅋㅋㅋ리스는 괜찮습니다! 다만 일상이 가능한 장소 하나가 당분간 줄어들었을 뿐...(끄덕) 아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
>>194 아아... 사, 사우주...ㅠㅠㅠ(토닥토닥) 건강에도 좋은 물이라도 마시는 게...!(???)
>>197 아사주 어서 오세요! :) 그리고 아사는 그런 비하인드가...! 하지만 역시 아사가 다솜의 관리자가 되어서 정말 잘 된 것 같아요!ㅎㅎㅎ 아사주의 창의력 정말 대단해요! XD(야광봉) 월묘정자도 멋있어요...! 그건 왠지 가리나 미리내 쪽이 어울릴 것 같기도 하지만요.
>>205 달호수정자...!(매우 기대) 진짜 멋있어요...!ㅎㅎㅎ 그렇게 생각해보니 왠지 가리 쪽이 가장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네요. 달이 있고, 호수가 있고, 단풍잎이 날리면 진짜 예쁠 것 같아요! 거기에 밤프의 트레이드 마크인 토마토가 물에 둥둥 떠다니고... :D(???) 아사주의 아이디어, 진짜 대단해요! XD(짝짝짝)
>>206 ...!(두근)(기쁨) ㅋㅋㅋㅋㅋ저야 매우 감사하지요! XD 다만... 리스가 곧바로 친구를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네요. 이미 한 번 사귀었다 떠나보낸지라 지금은 거절할까봐 제가 더 두려워요...(흐릿)(시선회피)
ㅋㅋㅋㅋ리스는 그렇게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언젠간 외롭지 않게 될 거예요. :) 사실 저 독백도 'Lo__ly'가 제목이었으니까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쩌면 'Lonely'가 될수도, 'Lovely'가 될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훈훈한 답변에 저도 기쁘네요.ㅎㅎㅎ 이렇게 다같이 힐링힐링하는 겁니다! XD ...극장판 이야기 빼고요...
령이 방울을 움켜쥠에 따라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정적 같은 조용함. 그 한 가닥이 해변 한 데에 살포시 드리워졌다. 정말로 침묵이 내려앉은 듯이 느껴지다가도 이따금 귀를 간지럽히는 바람의 소리와, 마침내 입을 연 령의 말소리에 아니었음을 이내 깨닫게 된다.
만족스럽지 않았음에 떠돌아다녔다.
그 말에는 마치 풍문으로 주워 들은 남의 이야기, 혹은 아예 전설처럼 떠돌아다니는 이야기의 한 부분을 빌려온 것처럼만 들리게 하는 어느 가벼움이 당연하단 듯 깃들어 있었다. 그 모양새가 퍽도 자연스러워서 까닥하였다가는 그새에 꼭꼭 숨어있는 어색함을 못 잡아낼 뻔하였다. 령이 소리도 없이 천역덕스레 웃어서 무심코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새삼스럽게도 목전의 신이 아름답구나, 싶던 것이었다. 그제야 젖어든 생각이었다. 구슬 같은 눈동자에는 그 좁은 공간 어디 부럽다고 우주가 속에 가득이었고, 검은빛의 비단이 흩날리며 머리카락인 시늉을 하였으며, 전체를 놓고 보니 한 점의 그림 속에 있어야 할 여인이 태연스레 현세로 나와 고고하게 눈을 휘었더라. 과연이지 본래 근원이었을 흑조다웠다. 누가 감히 그 고요하고 잔잔한 우아함을 흉내나 낼 수 있을까. 바람마저 소리를 죽였다. 한동안은 사색에 젖어 있었나. 그 사이 흑조 신이 다시금 입을 열어 정확한 말을 짚어내었다. 방랑을 가리키는 말이었어.
"쓸쓸하구나."
받았던 감상을 구태여 마음 속에만 담아놓지 않았다. 말을 듣고 받아들이자마자 툭, 어딘가에 떨어뜨리듯이 말한 뱀 신의 눈빛에는 어느 감정이 절실하게도 물들어 있었다. 앉은 자세에 힘이 줄어들더니 사우는 얼굴을 원래 방향으로 휙 돌렸다. 어쩐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정수리를 짚어낸 오른손이 머릿결을 따라 내려가서는 눈두덩을 지그시 눌렀다. 얼굴 반쪽을 슬며시 가려낸 것 같은 보임새가 자연스레 만들어졌다가, 손가락이 조금 더 내려가 눈 바로 밑을 가로로 쓸었다. 비 내리는 숲의 색을 띤 검은자위가 해변의 모래 위로 시선을 떨구었고, 금세 다시 들었다. 힘을 풀어낸 눈이 표현하기 어려운 다름의 두 푸른빛 한복판을 아득하게 바라보았다. 수평선이었다.
"이런 이야기로 넘어온 건 필시 내 탓이니까 책임은 지겠어. ...야. 이곳은 부디 마음에 들길 바라."
알겠어? 어쩐지 조금 따지는 듯한 목소리로 들렸더라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다시 령을 향한 그녀의 얼굴이 마치 쏘아보는 인상을 강하게도 띠고 있었다더라. 하기야 이 뱀 신이 스스로 어느 일을 내 탓이요 인정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보니까 현재 이렇게라도 자존심을 챙겨들려고 하는 뒤늦은 움직임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사우는 작아서 무슨 말인지 모를 불만어린 소리를 툴툴거리더니, 옆에 내려놓았던 삿갓을 집어 머리 위로 푹 눌러썼다. 양쪽 챙을 소매에 가려진 손으로 잡고선 폴짝 일어나는 움직임을 봐서는, 아마 얼른 돌아가려는 것이다. 낯간지러운 일에 약했더라지.
"기후는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못하지. 아니, 분명히 추위를 느낀다만 내가 이렇게 버틸 수 있는건 전부 토마토덕이다!"
또 한 번 그는 양 손을 휘둘러 망토를 크게 펄럭이고선 목소리를 높였다. 말 끝마다 토마토, 토마토. 아마 처음보는 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말이지 토마토에 미쳐있는 것으로 보일것이다. 허나 실제로도 토마토에 미쳐있기에 그리 생각한다 한들 딱히 반박할 거리가 없었다(...).
"하얀 설원이라. 덕분에 미리내는 라온하제의 전 지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외관을 갖고있지 않은가."
큰 외침 이후 숨을 고르던 그는 온통 새하얀 눈밭들 뿐이라 아쉬워하는듯한 그녀를 향해 돌아보며 침착하게 내려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새하얀 세상의 몽환은 그 어느곳과 비교해보아도 뛰어난 미를 품지 않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제 아무리 가리나 비나리일지언정 미리내의 몽환적인 풍경의 아름다움은 이길수가 없다며 그는 작게 웃었다.
쓸쓸하다라... 령은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에 빠진다. 자신이 쓸쓸했나? 쓸쓸한 적이 있었나? 아,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자신이 어딜 가든 꼭 제 옆에 붙어있던 친구가 있었다. '고독'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친구는 밤마다 저를 괴롭혀댔지. 너는 그 어느 무리에도 속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네 흉내조차 못 낼 우아함은 그들이 다가올 수 없는 벽을 만들어 낼 것이며, 네 고고한 몸짓은 그들과 너 사이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령은 두 눈을 들어 사우를 보았다. 뱀신은 제 생각보다도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렇게 느껴지니?"
령은 다정히 물었다. 쓸쓸함과 고독은 마치 망토처럼 저에게 둘러져 있었다. 령은 그것들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도망가려 할수록 저들은 진득하게 자신에게로 붙어왔으니까. 그것은 이 라온하제에 온 후에도 해당되었지. 령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하다. 자신은 어여쁜 흑조의 후예, 하지만 어디에도 소속될 수 없는. 령이 고개를 들어 사우를 바라보았다. 사우는 이미 제 쪽에서 고개를 돌린지 오래였다.
쓸쓸하다라... 령은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에 빠진다. 자신이 쓸쓸했나? 쓸쓸한 적이 있었나? 아,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자신이 어딜 가든 꼭 제 옆에 붙어있던 친구가 있었다. '고독'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친구는 밤마다 저를 괴롭혀댔지. 너는 그 어느 무리에도 속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네 흉내조차 못 낼 우아함은 그들이 다가올 수 없는 벽을 만들어 낼 것이며, 네 고고한 몸짓은 그들과 너 사이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령은 두 눈을 들어 사우를 보았다. 뱀신은 제 생각보다도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렇게 느껴지니?"
령은 다정히 물었다. 쓸쓸함과 고독은 마치 망토처럼 저에게 둘러져 있었다. 령은 그것들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도망가려 할수록 저들은 진득하게 자신에게로 붙어왔으니까. 그것은 이 라온하제에 온 후에도 해당되었지. 령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하다. 자신은 어여쁜 흑조의 후예, 하지만 어디에도 소속될 수 없는. 령이 고개를 들어 사우를 바라보았다. 사우는 이미 제 쪽에서 고개를 돌린지 오래였다.
"괜찮아, 사우. 난 여기가 마음에 들어."
령은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수수한 미소야말로 그녀가 안정을 되찾았단 증거가 아닐까? 령은 붙잡은 방울을 놓아주었다. 방울은 딸랑거리며 울려퍼졌다. 다시 령이 자유분방해진 것처럼.
다시 울리기 시작한 방울의 소리가 마치 풍경 같았다. 종을 축소시킨 것 같은 특이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모양새를 가진 그 작은 물건이, 처마끝에서 대롱거리며 울리던 소리란 어찌도 청아했던 것인지. 바람결 따라 같이 기울다 돌아오는 모습이 눈동자에 맺힌 듯, 금속끼리 맞부딪치는 울림이 아직도 귓가에서 맴도는 듯, 머지 않은 것처럼 익숙한 느낌이었다.
일어나서 뒷모습을 보이던 사우는 삿갓을 잡은 양 손 중 하나를 떨어뜨리듯 내리더니, 뒤를 비스듬히 돌아보았다. 령의 대답에 섞였던 온화한 웃음기가 정말이었는지 확인하는 듯 그녀의 얼굴을 잠시간 살피다가, 부루퉁한 뱀 신의 얼굴이 점차 풀리고 결국엔 김샌 웃음을 토해내더라. 푸흐흐하는 소리는 항시의 그 능청스런 웃음소리였다.
"어이쿠야, 그러십니까? 이런. 괜히 걱정해주는 척 했네! 역시 착한 척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어...그리고 나는 아무래도 그러는 재능이 없는 모양이야."
새초롬한 무표정인 채 소매로 입을 슥 가려내었지만, 이내 눈을 접으며 단숨에 빙긋 미소지었더라. 얼굴에 깃든 기운이 썩 시원시원하였다.
"아무튼 나는 이제 좀 더 돌아다녀보련다! 령이 너는 바다를 마저 구경하든지, 돌아가든지 마음대로 해. 역마살이잖아? 그럴수록 자유분방한 법이지. 아무렴."
뭐, 사족이었고, 이만 나는 가본다? 장난스런 웃음을 머금은 채 뱀 신이 그리 고하였다. 그러고선 대답도 채 듣지 않고, 기세 좋게 몸을 돌려 총총거리며 가던 것이다. 발걸음이 그리도 가벼울 순 없었다. <clr linen>가벼웠다니. 정말로 그랬을까.clr>
"응.. 이건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 "강에 살고 있는 물고기의 번식과 관련해서..말이지.." 다솜 지역의 관리자로써, 아사는 여러가지 조정을 마치었었습니다. 앵화영장을 만든다거나, 월묘정자는 아마도 북쪽과 접해 있는 쪽 근처에 하는 게 괜찮아 보일지도 모릅니다. 라고 생각하고는 언제나 하는 듯 자신이 맡은 강의 관리도 하였습니다. 인간계에 잠깐 나갔다 온 걸지도 모릅니다. 동물축제는 별로..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는군요.. 다솜에 들어와서 앵화영장 위에 보트를 띄워놓고는 그 안에 인간계에 나갔을 때 사온 몇가지(기껏해야 길거리 음식같은 겁니다.)를 넣어두고는 벚꽃 뚱카롱을 하나 들고는 바삭쫀득한 걸 느끼면서 앵화영장 안에 가라앉으려 합니다.
요즘 나는 라온하제를 가만히 계속해서 둘러보고 있다. 요즘 라온하제 외부에서 자꾸 묘한 기운이 느껴지기에 더욱 그러했다. 어차피 사악한 기운이 있는 이들은 이 안으로 들어올 순 없다. 억지로 들어오려고 하면, 어지간한 강한 힘이 아니라면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보통은 소멸해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보통 사악한 이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이번에 느껴지는 기운은 자꾸 근처에서 돌아다니고 있었고 이것이 묘하게 거슬렸다. 그렇기에 직접 제거를 해버릴까 싶어서 찾아보지만, 묘하게도 기운을 쫓아가면 어느새 그 기운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다. 무슨 숨바꼭질을 하자는 것인지...
일단 그렇기에 나는 각 지역의 관리자를 찾아다니면서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우선 다솜에 있는 이 관리자부터였다. 앵화영장. 다솜에 있는 명소라면 명소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 도착한 나는 그 안에 가라앉아있는 관리자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쪽의 관리자. 다솜을 잘 관리하고 있느냐? 검사하러 온 것은 아니니까 긴장하지 말지어다.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시간이 있느냐?"
없다고 한다면 다음에 올 생각이었다. 갑자기 찾아왔으니, 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그게 은호님인지는 빠져나온 다음에 알았다나) 머어엉한 정신을 차리고는 위로 떠올라서 벚꽃잎이 잔뜩 달라붙은 머리카락과 속눈썹과 작게 줄여놓은 날개를 살짝 털어내려 합니다. 그리고 은호님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기울입니다.
"안녕.....하세요" 응 역시 존댓말은 익숙하지 않아. 라고 중얼거리고는 응 다시할게..요. 응... 은호님 안녕. 이라고 다시 말한 다음에 다솜을 잘 관리하고 있느냐는 은호님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갸웃하지만 바보털은 쭉 뻗은 것이 약간 느낌표같이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은호님 질문 의도 모르겠어. 일단 다솜 전체 관리라면 지금은 행정적으로 별로 큰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고, 원래 살던 이들도 필요한 게 갑자기 생기는 일이 드무니까. 필요한 부분에 대한 민원을 받아 처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 대형의 조작하는 건 지금은 앵화영장 뿐이고" 다른 걸 대형으로 만들 계획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처럼도 들립니다만. 그걸 묻지 않는 이상은 말을 아끼려 하겠지요? 그리고 시간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시간이 남아도는 건 아니지만, 의외로 아사의 계획은 널널한 시간을 두는 편입니다.
"시간은 있어. 은호님이랑 얘기나누는 건 나쁘지 않을 거니까." 라고 말하면서 앵화영장에서 빠져나와서는 은호님이랑 나랑 앉을 곳으로 안내할까? 라고 물어보려 합니다.
"별 의도는 없느니라. 그래도 관리자를 만났으니 이런 것을 물어야 하지 않겠느냐. 물론 이런 것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일단 형식상이니라."
사실 어느 정도 소식은 들려오고 있다. 나도 그냥 맡겨만 두는 것은 아니니까. 일단 누리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하니까 아무리 나라도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파악하고 있고 알고 있다. 아무튼 이런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는 넘기고, 나는 그녀가 몸을 담그고 있는 앵화영장을 잠시 바라보았다. 말로만 들었는데 되게 아름다웠다. 벚꽃잎을 모아서 만든 풀장인가. 참으로 흥미로운 것이었다.
"아니. 굳이 이동할 것은 없느니라. 거기에 계속 있어도 되느니라. 오래 있을 수는 없고 그냥 어디까지나 확인을 위해서 온 것이니라."
안내를 말하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예의가 좋은 것은 좋지만, 지금은 마냥 한가하게 앉아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일단 나는 내 앞에 있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대. 혹시 다솜을 관리하면서 사악한 기운을 느껴본 적은 없느냐? 이 안이 아니라 다솜의 바깥 경계선 쪽에서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느냐고 묻는 것이니라. 혹시 알고 있다면 나에게 가르쳐주지 않겠느냐?"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진지해지고 가라앉은 톤이 되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조금 진지한 내용이었으니까.
"그런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응 나름 열심히 관리중이야." 사실은 왜 맡겼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아사는 자신이 된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그렇게 둡시다. 그리고 이동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 은호님은 그래? 라고 의문문인 듯한 평서문으로 말하며 보트를 끌어와서는 안의 접시에서 뚱카롱을 하나 건네려고 합니다.
"자아. 은호님. 하나 먹어. 만일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스트레스에는 단게 제일 좋아." "음. 스트레스를 호쾌하게 풀 수도 있다지만.."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악한 기운이라는 말에 반응하고 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악한 기운이라는 말에 고개를 기울입니다.
"잘 모르겠어. 여기는 결계로 사악한 이들이 못 들어온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도 밖에서 뭔가 움직이고 있다는 거야? 그럼 정말 끈질긴 놈 아니면 은호님이 예전에 원수질 만한 사악한 이들일지도? 목록을 뽑아서 그거랑 대조를 하는 건 어때..? 아니면.. 음... 이라고 잠깐 고민합니다.
주는 것에 대해서는 거절을 할 이유가 없기에, 건네주는 것은 제대로 받았다. 일단 대화가 끝난 후에 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나는 이어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결계로 사악한 이가 못 들어온다는 것을 거론하면서 그녀가 하는 말들을 들으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는 자신은 잘 모른다는 것이 아닌가. 사실 몰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나조차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사악한 기운이 바로 지금의 이 기운이니까. 마치 나와 만나는 것을 피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결계 부근을 돌아다니는 것은 영 내키지 않고 거슬리는 일이었다.
"아니. 들을 것은 들었느니라. 아무래도 들키지 않게 주변을 돌아다니는 녀석이 분명하도다. 슬슬 거슬리는 참이라서 만나게 되면 제거해버리려고 생각하고 있느니라. 하지만 신기하게도 딱히 공격을 하거나 하진 않기에 그것은 신기하다고 할 수 있느니라. 보통 사악한 힘을 가진 이들은 결계를 깨려고 별의 별 짓을 다 하는데 이 기운만큼은 그냥 주변을 멤돌기만 하고 있느니라."
대체 목적이 무엇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새롭게 침투하기 위한 수단인 것일까. 도저히 알래야 알 수가 없었다.
"고마워 은호님. 나름 잘 만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뚱뚱한 마카롱은 맛있어." 달콤하고 쫀득하니까. 라고 덧붙이고는 들을 건 들었다는 것이랑 다른 말에 대해서 잠깐 고민합니다. 응 사악한 기운이 맴도는 건.. 왜일까나.
"그건 예상하기 힘들겠지. 막 예언의 신통력이라던가 있다고 해도 그런 건 잘 보기 힘들지 않아?" "은호님을 피한다는 건 은호님을 알거나 은호님 기운 느끼는 거 아니야?"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이라고 고개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주변을 맴돌기만 한다는 것에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걸지도 몰라?" "은호님을 피한다니 은호님은 아닐 거고, 누리나..는 잘 모르겠고..가온이나 아니면 최근 들어온 주민 중에 하나?" 그 누군가랑 만나서 좋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적을지도? 라는 건 단점이지만? 이라고 하며, 가온이를 보낸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판단하기에는 아무런 근거도, 단서도 없다. 그렇기에 이 지역을 지배하는 나로서는 그냥 둘 수가 없었으니까. 애초에 그 사악한 기운을 풍기는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이상, 어떻게 말을 할 수도 판단할 수도 없기에, 일단 정말로 가온이를 보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며 나는 곧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꼭 그럴 필요는 없느니라. 이 정도의 사악한 기운. 가온이 혼자서도 충분하느니라. 애초에 가온이는 좀...덤벙거리는 모습이 있긴 하지만, 실력은 좋으니라. 괜히 비나리를 맡긴 것이 아니니라."
자고로 늑대의 발톱은 매우 날카로운 법이다. 가온이에게 혼자 맡겨도 충분하겠지. 그렇게 확신을 하며 마카롱을 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가능성일 뿐이니까." 그치만 정말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한다고 해도 사악하니까 힘드려나? 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데 바보털이 살랑살랑 흔들려서 속내를 반은 꺼내주고 있는데요?
"덤벙거리는 모습이 있긴.. 있지. 응 그건 어쩔 수 없어" 그래도 확실히 이 라온하제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덤벙거리진 않을 거야. 라고 덧붙인 다음에 그래도 원경같은걸 줘서 그 시야로 볼 수는 있으려나? 라고 말해보려 합니다.
"신통력이 좀 들어가기는 했지만(반죽이나 그런 거에 최적으로 되기 위해서) 응. 직접 만든 거야." 그리고 마카롱이 맛있다는 말에 맛있다니 다행이다. 라고 말합니다. 나 인간계에 나가서 도서관에서 제과 책 다 외웠거든. 이라고 말하려 합니다. 도서관에서 마카롱으로 유명한 곳의 레시피집이 있더라고. 라고 생각하면서 에헴. 이라고 뿌듯해합니다.
"인간계라. 확실히 그곳은 맛이 좋은 것이 맞느니라. 가끔 백호가 내려가서 가져오는 것이 있는데 맛이 좋은 것이 많지. 누리가 참 좋아하느니라."
내가 먹은 이것도 누리가 먹으면 참 좋아하지 않을까? 상당히 달콤한 것이 참으로 맛이 좋았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나는 시선을 돌려, 앵화영장을 바라보았다. 참으로 아름다운 풀장이었다. 내가 직접 지역을 통치할 때는 저런 것을 만들 여유가 없었기에 지금 이 체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후후. 상당히 아사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느껴지는구나. 좋다. 잘 관리하는 모양이니, 내 너에게 선물을 주겠느니라. 사실 관리자들은 다들 자신의 일을 확실히 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이런 것도 가끔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바라는 것이 있느냐?"
뭐든지 말해보라. 들어줄 수 있는 것은 다 들어줄터이니. 그렇게 말을 하며 나는 아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대체 그녀는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구슬을 손으로 문지르듯이 만졌다.
무엇을 말한다고 하더라도, 정말 말도 안되는 것이 아닌한, 이 힘으로 생성시킬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저 조용히 답을 기다릴 뿐이었다.
"응. 맛있는 거 많아. 그래서 도서관에서 레시피 책 같은 걸 다 외워서 다 적어둔 다음에 보관해두고 있어" 나 중국 만한전석 음식도 외운 적 있는걸. 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걸 보면 의외로 그런 걸 취미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바라는 것이라는 것에 눈을 깜박입니다. 뭘 빌지 고민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무엇을 빈다라는 것을 잘 생각해본 적 없다는 게 더 어울릴지도..
"바라는 거? 잘 모르겠어. 난 간절하진 않은 것 같아." 누군가..에 비하면 역시 뭔가 바라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응 역시 모르겠네. 라고 말하면서 소원이라는 말에 난색을 표합니다. 역시 소원이라는 건 애매모호하려나요..
"으음.. 농담이지만 인간계의 신분..?" 아하하 하고 웃음을 흘리며(말만 아하하지 웃는 표정은 아니었다지만) 정말 농담이라고 말하면서 소망이라는 것에 조금 고민하는 것 같았지만 역시나 별 게 생각 안 나는 모양인지.
그 말을 믿을 수가 없기에, 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들어주겠다고 했는데, 고위신이 직접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는데도 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킵을 해두면 안되냐고 묻는 그 말에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장 바라는 것이 없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서 좋은 말로 할 때 소원을 내놔.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느니라. 다음에 내 힘이 필요하면 말하도록 하라."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이 없다고 한다면...낸들 어떻게 하겠는가.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나는 피식 웃으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준비를 마쳤다. 다시 사악한 기운을 추적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다시 찾으러 가보겠느니라. ...다솜에 살고 있는 신들에게 전하도록 하라. 절대로 바깥 경계선으로 넘어가지 말라고 말이다."
그곳을 넘어섰다가 사악한 기운에 삼켜지기라도 하면 곤란한 일이었기에 확실하게 금하라고 이야기를 한 후에, 나는 가보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욕심이 없는 건 아냐. 욕망이 없었으면 여기 있지도 않았겠지..?" 좀 더 기계같은 면이 없잖아 있기는 해도, 아사는 일단 생물체였다. 뭐 어딘가에서는 생물은 다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 기계체제 비스무리한 거라고들 하지만. 은호님이 말하는 것에 진짜로 지금 당장 바라는 것이 없는 걸..? 이라고 덧붙이고는 나중에 힘이 필요하다면 말하라는 은호님의 말에
"정말 필요할 때에는 말할게." 필요할 때에도 말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다솜에 살고 있는 신들에게 전하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응 알았어. 다솜의 신들에게 공지해둘게. 음. 텔레파시와 공고문이면 되려나." 라고 말하려 하고는 가려는 은호님에게 손을 흔듭니다. 잘가. 라면서요. 아마 돌아보면 바보털도 같이 흔들릴 걸요?
아무튼...위에 올라온 여러분들의 탐정 설정은 잘 봤습니다! 저도 조금만 풀자면...아마...은호님은 커다란 탐정사무실의 소장으로서 자기가 직접 사건을 해결하는 일은 잘 없지만 그래도 해결하러 가면 무조건 잡아내는 거의 해결률 100%의 명탐정이지만...최근에는 자신의 딸인 누리에게 소장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서 경험을 쌓게 하고 자신은 은퇴를 준비하는 그런 탐정입니다. 누리는 자신의 조수인 가온이를 데리고 사건을 해결하러 다니지만, 아직은 경험이 부족해서 헛다리도 자주 잡는 그런 느낌의 탐정이고 가온이는 나름 실력은 있지만 자신이 일선에 나서진 않고 누리를 서포트하는 조수 역할. 백호는 사무실에서 먹방을 찍고 있는 먹순이지만 한번 움직이면 날카롭게 사건을 해결하는 그런 부드러운 탐정입니다. 해결률은 85% 정도.
>>665-666 아사주...ㅠㅠㅠ(토닥토닥) 모기는 진짜 보이지는 않는데 소리가 마구 들려와서 힘들죠...잠은 잘 주무셔야 할 텐데... 앗, 레주께서 어제부터 계속 일상을 구하고 계셨는데...! 으음... 4시 반까지도 아무도 안 계신다면 제가 찔러봐도 괜찮을까요? :) 저는 지금 다른 일도 같이 병행 중이라 텀이 조금 걸릴지도 모르겠지만요...ㅠㅠㅠ
부드러운 크림슈. 이걸 만든 이가 오늘 상태가 많이 좋지 못했던 모양이다. 크림 슈의 미묘한 크림의 밀도차와 슈의 바삭함이 시간과 크림의 눅눅을 감안하더라도 조금 신경을 덜 쓴 듯한 티가 나는 듯하다. 라는 생각을 하며 느긋하게 차를 홀짝입니다. 여러 임무건을 훑어보기는 하지만 아사에게 걸맞는 사건은 없었습니다. 뭐.. 기회를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나누어주는 것도 필요하며 동시에 감을 녹슬지 않게 하기 위해 사건을 맡기는 맡아야하지 않겠습니까.
"발소리..." 누구지. 라고 생각하는 찰나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아 오른쪽보다 왼쪽을 향할 때 좀 더 머뭇거림이 있고, 나아간다 해도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왼쪽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듯한데. 발의 걸음이 괜찮은 소리를 내는 걸 보니.. 눈 쪽인가?
"들어오시길.." 파이프를 들고 있기는 하지만 담배를 피진 않으니, 편안한 소파에 앉아서는 모자를 살짝 기울이려 합니다.
뒤적뒤적, 무언가를 찾는 듯이 평소와는 다르게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 손가락 끝은 확연히 떨리고 있어, 누가 봐도 무척이나 초조해하고 불안해하고 있다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멈칫. 한순간, 모든 움직임이 전부 다 멈춰져버렸다. 아래를 향해 떨구어진 고개에 얼굴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없어요..."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멍한 목소리는 드물게 확실히 느껴지는 떨림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야... 아무데서도 보이지 않았으니. 자신의 집 안이며, 집 근처며, 전부 다.
"......론..."
존재를 부르는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사그라들 것만 같았다.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있던 분홍색이, 갑자기 자리를 벌떡,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황급히 집을 뛰쳐나갔다. 쾅, 잘 보이지 않는 왼쪽 눈에 의하여 왼쪽 다리가 문에 세게 부딪쳤지만 전혀 개의치 않은 채.
자신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다솜에 있는 탐정 아사 님의 사무실. 자신이 알고 있는 탐정 님들 중에서도 가장 가까이 살고 있는 아사 님이었으니만큼, 자신도 모르게 가장 먼저 떠오른 아사 님에게로 달려갔다. 맨발인 발에 잔상처가 생기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지만... 역시 약한 몸으로 오래 달리는 것은 무리였던 것일까. 이내 숨을 작게 몰아쉬면서 달리던 속도가 늦어져갔다. 그리고 동시에 그제서야 아사 님께 실례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올라와, 사무실로 향하던 발걸음이 머뭇머뭇, 조심스러워졌다. ...하지만... 애초에 자신은 탐정 님이 아닌 그저 한낱 조수였을 뿐이니까...
이내 두 손을 들어올려 똑똑, 하고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들어오라는 허락의 대답이 돌아오자,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미처 묶지도 못 한 채 마구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흐트러진 옷가지는 얼마나 다급했는지 아주 여실히 보여주는 몰골로.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사 님..."
미세하게 흔들리는 서로 다른 색의 두 눈동자가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목소리가 희미하게, 아니, 확실하게 떨려왔다.
>>673 >>676 앗...! 하지만 덕분에 엄청 멋진 탐정 아사를 볼 수 있게 된 걸요! 뭔가 홈즈 같아서 멋져요! XD(야광봉) 퀄리티도 아주 높다고 생각해요! 원래 리스는 조수지만... 지금 상황은 의뢰인 역할이 더 좋을 것 같아서 일단 저런 상황으로 답했답니다.
약간 숨을 몰아쉰 듯한 몰골일지도..? 라는 생각으로 마저 마신 다음 박수를 쳐 다 치우고는 다과를 다시 대접용으로 꺼내려 합니다. 이래뵈도 의뢰인을 생각 안하는 건 아니라서 대접용이 좀 더 좋은 겁니다. 그리고.. 올 신이라고는.. 조수를 자처하는.. 그리고
"리스..?" 들어온 이는 자신도 아는 이였습니다. 조수라는 걸 듣긴 했던 것 같은데.. 뭐가 그리 급했는지. 생각보다 많이 엉망인 행색에 일단은 머리카락을 살짝 정리해서 넘겨주려 한 다음 흐트러진 옷과 다친 발을 바라보려 합니다.
"무엇을 도와달라는 거니?" 나름대로 의뢰인에게 친절하려 노력한다지만 절대 그건 친절해 보이는 말 아니었습니다. 츤츤인가..? 다친 발을 보고는 이래서야 의뢰 받기는 글렀구나. 라고 말하면서 구급상자를 뿅 나타나게 하려 합니다. 좀 따끔거리겠지만 발을 좀 씻고, 약부터 바르자. 라고 하면서 물이 담긴 대야를 앞에 놓아주고, 약들을 휙휙 공중에 띄워놓고는 바르라고 합니다. 무엇을 하던간에 도와달라는 이가 엉망이면 제대로 된 증언을 듣기는 어려우니까 그런 거야.
결국 실례와 무례를 무릅쓰고 아사 님의 사무소까지 직접 찾아가버렸다. 마구 흐트러진 몰골도 미처 정리할 생각조차 하지 못 한 채. ......'신' 님께 이런 모습을 보여드릴 수는 없는데... 하지만... 전... 그러나 아사 님께서는 그러한 자신을 경멸하거나 쫓아내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의 머리카락을 살짝 정리해서 넘겨주었다. 자신의 머리카락이 넘겨지는 따스한 손길. 그에 멍한 눈동자가 놀란듯이 살짝 커졌다.
더군다나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 역시, 자신에 대해서 결코 부정적이라고는 느낄 수 없는 목소리였다. 아니, 오히려 무척이나 친절하고 호의적으로 느껴지는 모습. 물이 담긴 대야와 약들을 띄워주는 아사 님의 배려에, 손가락들을 꼼지락거리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사 님... ...갑자기 이런 몰골로 나타나서 정말로 죄송해요..."
결국 허리를 꾸벅, 숙이면서 감사와 사과의 인사를 동시에 올렸다. 그리고 의자에 조심스럽게, 천천히 앉아 다친 발을 내려다보았다. ......아... 저, 다쳤었군요. ...날아왔더라면... 괜찮았을까요? 그제서야 어느 정도 돌아가기 시작하는 머리에 괜히 스스로를 속으로 책망하기도 하다가, 이내 천천히, 아주 느릿하게 발을 들어올려 대야에 담긴 물에 발끝부터 넣기 시작했다.
따끔따끔, 그제서야 확연히 고통이 몰려와, 멍했던 두 눈이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꽈악 감겨졌다. 하지만 이내 어떻게든 참아내면서 발을 대충 씻기 시작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겨우 이렇게 다친 자신의 발이 아니었으니.
"...저의 소중한 존재인 '론'이 사라졌어요... 진한 분홍색의 플라밍고 인형... 어디 갔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마지막 기억으로는 분명히 제가 아까 전까지 제 품에 안고 벚꽃나무 숲 속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횡설수설, 말을 이어나가는 목소리는 조금은 제 정신이 아닌 듯, 약하게 떨려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고 아사 님께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하려 노력했다.
"......저의 환각 능력으로 함께 놀기도 하면서 천천히 산책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앵화영장 쪽을 지나쳐 집으로 돌아왔는데, 정신을 차려보니까... 저는 혼자였어요..."
마지막 말은 희미하게 새어나왔다. 대야에 담긴 물의 색이 천천히, 조금은 붉게 물들어갔다. 고개가 아래로 떨구어졌다. 무릎에 올려진 손가락은 꼼지락거리던 것을 멈추었다.
경멸하거나 쫓아낸다는 생각을 읽지는 않지만, 그런 걸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다솜 지역에 살고 있는 신에게 누가 그러겠나요. 친절하고 호의적이다... 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친절하려고 노력한 걸지도 모릅니다.
"이런 몰골로 나타나서 죄송하기는. 급하면 그럴 수도 있기는 하지." 정작 아사는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둘 순 없다라며 철저히 한다는 게 개그인..건 아니네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리스에게 일단 사정을 듣고 움직이자고 생각하는군요.
"정신을 차려보니 혼자였다는 것은..." 여러가지 가능성은 있겠지. 라고 말합니다. 가장 간단한 거로는 누군가 환각에 간섭했거나, 혹은 물리적 상해를 입혔거나 하는 것도 이해될 수 있겠지. 혹은 복합적이거나. 일단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는 거슬러 올라가는 걸 해보자. 라고 말을 천천히 하면서 간단하게 신통력으로 사이코메트리를 할 수 있으면 해보고, 그것에 방해가 들어온다면 그거야말로 누군가의 개입을 의심할 수 있지. 라고 하면서 물이 살짝 붉게 물든 걸 봅니다.
"약을 바르고 있어." "아 그리고 그 동안 론의 모습을 환각으로 구현해 볼 수 있어?" 나갈 준비 할 테니까. 그으리고.. 신발은 음.. 이라고 하다가 만들어 주면 되려나 하고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꾸벅, 다시금 두 손을 모아 허리를 숙였다. 론의 생각으로 가득찬 그 와중에도 무의식적으로 새어나온 '신' 님에 대한 숭배의 마음. ...이렇게 작디 작은 존재인 저의 마음마저도 이해해주시는 아사 님께서는, 역시 위대하신 '신' 님이신 것 같아요. 탐정 님으로서의 아사 님도 분명히... 아사 님을 향한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
아사 님의 말씀에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물론 가능성은 매우 많았다. 방해, 누군가의 개입. 론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다시금 올라와 표정이 미묘하게 어두워졌다. 떨구어진 고개에 보여지는 대야 속의 살짝 붉게 물들어버린 물 역시도 불안했으니.
"...네, 물론이예요. 아사 님. '론'은 이렇게 생겼답니다."
약을 천천히 두 손으로 잡아들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바로 한 손을 구슬에 살며시 가져다대어 구슬을 빛내며, 그대로 론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무척 낡아 여기저기 엉성하게 기운 흔적이 남아있는 진한 분홍색의 플라밍고 인형을.
"...여기저기 상처가 많은 아이예요. 꼭 찾았으면 좋겠어요... 혼자는 많이 무서울 거예요. 그러니 혹시 제가 또 도움이 될만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아사 님."
조수라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었으니. 물론 지금의 자신은 조수이자 의뢰인이었지만. 아무튼 약도 대충 발에 발라내고서는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작게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희미하게 웃으면서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전 괜찮아요, 아사 님. 날아가면 되니까요. 계속 나는 건 조금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할 수 있어요. '론'을 위해서 할 거예요. ...신경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짐과 의지가 멍한 눈동자 속에 굳게 어렸다. 이까짓 상처 쯤이야 익숙했으니까.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사 님과 함께 가기 위해서.
끄덕, 아사 님께 '론'을 보여주면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진짜 '론'을 찾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으니. ...비록 '론'은 저의 '신' 님은 아니지만요. 하지만 이어진 아사 님의 말씀에는 조금 놀란듯이 멍한 두 눈동자를 크게 떴다. ...아주 중요한 임무... '신' 님이자 '탐정' 님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과, '론'을 찾아낼 수 있다는 희망이 희미하게 피어나 기쁘게 다가왔다. 그렇기에 다시금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평소의 그 모습으로.
두 손을 꼬옥 주먹 쥐면서 고개까지 작게 끄덕끄덕였다. ...아사 님을 위해서. 그리고, '론'을 위해서. 자신의 눈보다는 이 카메라가 더욱 도움이 될 것이었다. 그렇기에 두 손으로 카메라를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아사 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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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내 잠시 후에 도착하게 된 장소. 그곳은 다름 아닌 자신의 집이었다. 벚꽃나무 숲 속에 있는 작은 오두막집 하나.
"...제가 정신을 차렸던 곳은 이 곳이었어요. 저의 집. 하지만... 제 집과 이 근처는 제가 전부 다 찾아봐도 '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요... ...어쩌면 제가 제대로 찾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조금은 시무룩한 듯이 두 어깨가 미묘하게 아래로 처졌다.
"...론을 품에 안고 환각 능력으로 벚꽃을 단풍잎이나 눈꽃으로 바꾸어 놀기도 하고, 환각 다람쥐 씨를 우연히 만나서 론과 함께 다같이 놀기도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었어요. 그런데... 집에 와서 정신을 차려보니 '론'이 사라졌어요..."
집에 와서야 환각 능력을 사라지게 했었으니. 그 순간, 같이 한순간에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론'의 모습은... 휙휙, 한 박자 늦게 고개를 저어 끔찍했던 충격을 애써 떨쳐냈다. 그 대신 아사 님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여쭤보았다.
"...그렇게 된다면... 무척 기쁠 것 같아요. ...저도 아사 님처럼 멋진 탐정 님이 된다면 말이예요."
아사 님의 농담기 어린 말씀에 희미한 미소가 조금 더 짙게 피어났다. 자신을 생각해주시는 아사 님의 말씀은 그저 따뜻하게만 느껴졌기에. ...아사 님의 말씀을 받들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임무를 수행해야겠어요. '아주 중요한 임무'를. 다짐이 더욱 깊어졌다.
"...네. 제가 집에 왔을 때에는 이미..."
말끝이 흐려졌다. ...제가 환각을 좀 더 빨리 떨쳐냈다면... ...'론'은 저와 함께 있어주었을까요. 후회의 마음이 울려왔다. 물론 겉으로는 큰 변화가 없어보였지만.
그래도 이어진 아사 님의 말씀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쯤은 이미 각오하고 있던 일이었으니.
"......네. 그래도... 론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정도 쯤은 괜찮아요. ...괜히 저 때문에 이렇게 귀찮게 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아사 님. ...보답은 꼭 해드릴게요. 그럼 전..."
정말로 죄송한 마음을 담아 아사 님께 꾸벅,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는 카메라를 품에 꼬옥 안은 채 날개를 펄럭여 벚꽃나무의 위로 올라갔다. 분홍색이 푸른 하늘 속에 새겨졌다. ...'신' 님을 이 이상 더 귀찮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천천히, 하지만 조금은 초조하게. 날개가 느릿하게 움직이면서 자신이 아까 지나쳤었던 숲길을 다시금 거슬러 올라갔다. 손에 들린 카메라로 그 부분들을 찍으면서. 언제나 멍했던 눈동자가 처음으로 또렷하게 뜨여졌다. 두리번두리번, 비록 한 시야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살펴보는 고개 역시 평소에 그 느릿했던 모습은 간데 없이 황급했다.
...작은 솜 뭉치들 몇 개가 분홍빛 벚꽃잎들이 쌓인 그 위에, 마치 론이 사라진 방향을 알려주는 것 마냥 떨어져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고 있다는 것도 미처 발견하지 못 한 채.
"그렇게 될 수도 있지." 가능성을 아예 안 두진 않아. 라고 말하고는 이미라는 말에 확실히 집 안에는 없을 것 같다. 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면 적어도 집 안은 쥐잡듯 뒤지지 않았겠나요.
"그럼 나가볼까.." 라면서 리스가 날아간 방향의 모든 것을 대략 부감하여 여러가지 찾아보려다가 화면의 작은 것을 놓치지 않는 듯합니다. 역시 검독수리계. 눈 좋군요.
"리스 잠깐만. 3시 방향으로 동일한 속도로 20초 정도 뒤로 나아가서 카메라를 줌인.. 아니다 확대버튼을 두 번 눌러줘" 화면으로 보며 잠깐 지나간 것을 살짝 보다가 솜뭉치 같은 이질적인 것이 보인 것 같아서 그 쪽을 비추게 될 것을 대략 계산 후리스에게 지시하려고 합니다. 지시상의 시간로스도 고려한 것이지요.
"그쪽을 보니 솜뭉치같은 게 보이는 것 같은데. 일단 그쪽으로 향해서 솜뭉치의 방향을 발견하는 등 조사하고 회수를 하도록 할게." 비추어지자 그쪽으로 향하려 합니다. 리스도 내려앉을 거고. 솜뭉치의 조사를 그동안 마치려고 합니다.
분홍색의 두 날개를 퍼덕퍼덕이며 날아가는 그 모습은 여느 때와는 달리 꽤나 초조함이 묻어나오는 모습이었다. 멍한 눈동자 역시 그 몽롱한 눈매가 아닌, 조금은 아래로 쳐진 동그란 눈매를 유지하면서 또렷이 이곳저곳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하지만 역시 한 시야의 한계이자 마음이 편안하지 않기 때문인 것일까. 열심히 날아가던 와중에 카메라에 뭔가가 잡히는 것도 미처 눈치채지 못 한 채 그저 그대로 멀리 날아갈 뻔... 하다가, 이내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아사 님의 목소리에, 순간 놀라면서 한 박자 늦게 멈추어섰다.
"...네? 아..."
잠시 자신의 위치에서 3시 방향을 확인했다. 그리고 "...잠시만요, 아사 님." 하고 덧붙이면서 아사 님의 지시를 따라 20초 정도 다시 뒤로 되돌아 날아갔다. 그리고는 카메라의 화면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확대 버튼이... ...아, 이것일까요? 이내 확대버튼은 두 번 누르자, 화면에는 줌인된 화면이 커다랗게 잡혔다. 그러자 보이는... 이상한 하얀 뭉치...?
"...!"
이어서 들려오는 아사 님의 말씀에 그제서야 확실히 보이는 증거. 저것은 분명, '론'의 솜뭉치일 것이었다. 그렇기에 "...네!"하고 아사 님의 말씀에 대답하면서 이내 날갯짓의 속도를 천천히 늦춰 땅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솜뭉치는 어딘가로 향한 것 마냥 일정하게 북서쪽으로 띄엄띄엄 떨어져있었다. 마치 '헨젤과 그레텔'의 동화 속 빵조각 마냥. 이것은 론이 남긴 흔적인 것일까, 아니면...
이내 맨발을 완전히 땅에 딛었다. 순간 따끔, 하고 상처가 아려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저 잠깐 얼굴만 찡그릴 뿐, 작은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은 채 그대로 솜뭉치의 조사를 하는 듯한 아사 님께로 향했다.
"...이, 이건... 역시 '론'의 흔적일까요, 아사 님...?"
걱정이 점차 불안이 되어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가슴께에 모은 작은 두 손 역시도 희미하게 떨렸다.
"너무 급하진 않아도 괜챊을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소중한 거니까. ㅂ발리 찾아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보인 것이 있던 장소로 와서 솜뭉치의 떨어짐의 빈도와 방향을 제일 먼저 확인하고 론의 솜과 대충 대조를 해보려 합니다.
"일단 환각상으로 보았던 론의 솜이랑 거의 비슷하기는 해. 그리고 원본을 재현해보았을 때..." 솜뭉치 중 가장 작은 것으로 원본을 잠깐 재현해보려 합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보여주며 북서쪽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혹시 리스가 환각을 보이면서 이쪽으로 걸어왔을지도. 라고 덧붙입니다.
"일단 이 솜뭉치가 이어진 곳으로 가면.." 벚꽃잎이 엄청 쏟아지는 쪽이라서. 앵화영장 안에 있을지도 모르겠네. 라고 말하려 합니다.
희미한 목소리가 더욱 늘어져 희미해졌다. 아래로 살짝 떨구어진 시선과 괜히 꼼지락꼼지락, 작게 움직이는 손가락들.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달래려는 듯,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움직이던 손은 이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왼쪽 눈가로 향했다. ......'신' 님께서 그렇다고 하신다면... 그런 것이겠지요.
이내 이어지는 아사 님의 추리를 조용히 경청해 들었다. ...'론'의 솜이랑 거의 비슷하다니... 그렇다면... 표정이 미묘하게 울상인 표정으로 천천히 바뀌어졌다. 아사 님의 추리라면 정확할 거예요. 그렇다면... '론'은...
"...그... 런 것 같아요. 저도 그저 풍경을 바꾸면서 걸어오는 데에만 집중했지, 방향은 전혀 생각도 안 해서..."
아사 님의 추리를 듣고나니 과거의 자신의 행동이 더더욱 후회되었다. 자신 때문에, '론'은 혼자 남겨져버렸다. ......자신과 똑같이.
아사 님의 말씀을 따라 시선을 틀었다. ...앵화영장. 그 곳에 간다면, '론'이. 이내 다시금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네, 그러면... 일단 앵화영장으로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사 님, 저와 같이 가주실 수 있나요...?"
지금의 자신은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신' 님께. '신' 님과 함께. 부탁을 드리는 목소리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웠고, 금방이라도 똑같이 분홍빛 속에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아사 님의 말씀을 경청하던 끝에 나온 목소리가 희미하게 흩어져갔다. 다시 멍해진 눈동자는 아래로 천천히 떨구어져, 이런저런 생각을 담았다. ...혼자라도 누군가 찾아온다는 걸 알고 있으면 괜찮은 걸까요. 기약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기약이 있다면, '혼자'라는 것을 이겨낼 수 있는 걸까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지금은 그저 '론'을 찾는데 집중을 하려 마음을 먹으면서, 이어진 아사 님의 말씀에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날개를 펼쳐 살짝 떠올랐다. 맨발이면 발이 갈린다. 하지만 이미 죽음을 겪어본 적도 있는 자신이니 만큼, 그렇게 다치는 것 쯤은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은 '신' 님의 말씀이니까요.
"...앵화영장으로 고속이동을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이 솜을 따라간다면, 론도 분명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아사 님의 말씀처럼 말이예요."
아사 님에게로 향한 미소에서 희미한 희망의 빛이 반짝였다. ...'신' 님.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론은 분명, 앵화영장의 아름다운 벚꽃잎 풀장 속에 파묻혀져 있을 것이었다. ...왠지 그런 믿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지만 기약을 두고 너무나도 길게 된다면 그건 버려졌다는 것일까?" "버려졌다는 것을 부정하기 위해서 나는 그저 기약을 기다린다라고 생각하게 되곤 할지도." 그렇지만 론은 이렇게나 리스가 찾고 있잖아. 론이랑 리스랑. 론-리스.이렇게 이어져 있으니까. 혼자는 아니야. 론도 알거라고 생각해. 라고 말하려 합니다. 본편보다는 좀 더 말이 부드럽군요.
"그러니까. 힐리스(바퀴 달린 신발)잠깐 만들어줄게." 일회용이란 점에서는 나쁘지 않아. 어지러울지도 모르니까. 라고 말하며 짝짝으로 힐리스를 주려 합니다. 어차피 일회용이라서 브담갖지 않아도 된다고 하며 신기를 기다립니다.
"앵화영장 안에 있다면 찾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그거 의외로 내 신통력이 많이 들어가 있으니까. 그래서 분실물도 바로바로 찾아주는걸. 이라고 말하려 합니다.
기약이 너무 길어진다면, 그건 버려지게 된 것일까요. 스스로 기약을 기다린다고 생각한다면, 버려지지 않게 된 것일까요. 아사 님의 말씀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조용히 올라왔다. 멍한 눈빛 너머로는 생각들과 몽상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론-리스. ...론도 알아줄까요. '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저는...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사 님. 왠지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 것 같아요. ...아사 님께서는 역시 멋진 탐정 님이시자 위대하신 '신' 님이세요. ...정말 고마워요."
희미하지 않은 환한 미소가 순간 확실하게 얼굴에 꽃피워났다. 아사 님께서 피워주신 작은 희망. 그것을 소중히 마음 속에 간직하면서, 이내 아사 님께서 짝짝, 하고 '힐리스"라는 것을 만들어주신 것을 신기한 듯이 지켜보았다.
"...이 신발 씨는... 신기하게 생기셨네요. 저랑 비슷한 이름의 신발 씨. ...그럼... 감사히 잘 신겠습니다, 아사 님.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예의 바르게 인사를 올리고는 천천히 힐리스를 신어보았다. ...신발은 역시 답답해요. 하지만... 무려 아사 님께서 직접 만들어 주셨으니까... 기뻐요. 소중해요. 그렇기에 이어진 아사 님의 말씀에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든든해요, 아사 님. 역시 아사 님께 의뢰를 부탁드리길 정말 잘 했ㅇ... ...꺅...?!"
그러나 이어지던 말은, 이내 천천히 몸을 일으키다 그만 힐리스의 바퀴가 뒤로 쭈욱 미끄러지자 한 박자 늦은 비명으로 바뀌어버렸다. 낯선 신발에 아직 적응하지 못 해서일까, 결국 그렇게 중심을 잡으려 아등바등, 파닥이던 두 팔과 활짝 펼친 날개가 무색하게 그대로 앞으로 넘어져버렸지만.
"......"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차라리 이대로 죽은 척을 해버릴까요, 하는 생각도 스쳐지나갔지만, 이내 몸을 느릿하게, 조심스럽게 일으켰다. 그리고 멋쩍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시선을 슬쩍 옆으로 피했다. 귀 끝이 묘하게 붉어진 것 같기도 했다.
"...이, 이 신발 씨는 처음이라 조금 어렵네요... 금방 익숙해지겠습니다, 아사 님..."
아사: 일단 앵화영장의 청소를 도맡아하는 내 시급은 관리자 급여로 산정하고 시급을 계산했어. 또한 신통력으로 청소하는 대신 수동으로 청소하는 것으로 시간을 산정했지. 그리고 그것을 청소하는 시간동안 앵화영장을 운영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일어나는 수익금의 손실과(그래도 이건 딱 책정가만 해줄게) 번화가에 내놓고 판매하는 상품들의 피해보상..(중략) 정신적 피해보상금까지. 아사주: 이 무시무시한 손배소..
아사 님의 말씀에는 대답하지 못 했다. 아마 이런저런 생각들이 가득히 뒤덮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것 역시도 이내 이어서 처음 신게 된 '힐리스'라는 것에 의해 다시 사라졌다. 그야, 바퀴가 달린 신발이라는 것은 전혀 익숙하지 않았으니. 아니, 애초에 신발을 신고있다는 것 자체 역시도.
하지만 애써 부끄러움을 멋쩍음으로써 잠재우고 있자, 이내 아사 님께서는 자신의 손을 잡아주었다. ...'신' 님께서 저의 손을 잡아주셨어요. 영광스러움과 감사함에 잡힌 손가락이 살짝 떨려왔다. 손가락은 굽혀질 듯, 말 듯, 작게 움찔거리다가 결국에는 굽혀지지 않았다. 그저 어정쩡하게 손이 잡힌 채 "...감사합니다." 하고 희미하게 웃으면서 아사 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을 뿐.
그리고 이어진 아사 님의 말씀에도 그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순순히 날개를 접었다. 발이 미끄러지면서 불어오는 바람이 묘한 느낌이었다. ...발이 이상한 기분이예요. 그래도... 아사 님의 손은 따뜻해요. 그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자신이었다. '신' 님의 작은 따스함.
-
이내 정말로 빠르게 앵화영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자신이 곧바로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앵화영장의 풀장. 벚꽃잎이 가득한 그 곳에는 훨씬 더 많은 솜 뭉치들이 하얗게 군데군데 떨어지거나 묻혀져있었다. 그리고... 그 벚꽃잎들의 가운데에서 도움을 청하듯이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다람쥐 한 마리와 진한 분홍색의 무언가.
"......저 다람쥐 씨는...?"
순간 멍하니 중얼거렸던 것도 잠시, 이내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황급히 론의 이름을 부르며 날개를 펼쳐 꽃잎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이내 다시 날갯짓으로 인하여 벚꽃잎을 여기저기에 흩뿌리면서, 벚꽃잎 속에서 론과 다람쥐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아들고 원래 자리로 천천히 돌아왔다. 다람쥐의 이빨과 몸 여기저기에는 솜들이 하얀 눈처럼 묻혀져있었고, 론은 여기저기 뜯긴 듯이 너덜너덜해진 채 솜이 전부 다 빠져나가 홀쭉한 모습이었다.
"......아사 님, 이 다람쥐 씨께서는..."
멍한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다. 애써 사실을 부정해보려는 듯 했으나, 명탐정 아사 님께서는 아마... 이미 눈치채셨겠지. 이 사건의 전말을. 자신이 환각이라고 착각했던 이 다람쥐는 사실 진짜로 살아있는 동물이었음을.
헤실헤실, '신' 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는 모습은 언제나 순수한 숭배의 마음이 가득했다. 기쁨의 빛이 희미하게 반짝이는.
하지만 이내 앵화영장의 벚꽃잎 풀장 속에서 론과 다람쥐 한 마리를 발견하여 구출하고는, 평소보다도 멍한 표정을 좀체 지우지 못 했다. 그야, 그야, 전... 이 다람쥐 씨가...
이어서 들려오는 아사 님의 작은 중얼거림은, 그러한 자신의 혼란스러운 머릿속에 쐐기를 박아버렸다. 환각과 현실의 괴리감. ......제가... 환각 능력을 너무 오래 사용했나봐요. ...머리가 아파요... ...피곤해졌어요.
그제서야 묘한 두통이 올라오는 듯 했다. 멍한 눈동자가 더욱 몽롱히 변했다. 얼굴 표정 역시도 조금은 어두운 빛이 서렸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자신의 품 속의 론과 다람쥐는 처참한 몰골이었다. 특히 론은...
"......네..."
아사 님의 말씀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자신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멋진 탐정이신 아사 님의 의뢰인으로서는 '역할'이 끝났겠지. 그렇기에 아사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애써 희미하게,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듯한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꾸벅, 숙였다 폈다.
"...찾는 걸 도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사 님. 역시 아사 님께 의뢰를 부탁드리길 정말로 잘 한 것 같아요. ...아사 님께서는 멋진 명탐정 님이세요, 정말. ...의뢰 완료 보상으로 혹시 뭔가 원하시는 것이라도 있으신가요? ...제 힘이 닿는 한, 저도 아사 님의 이 은혜에 꼭 보답해드리고 싶어요."
두려움. 아사 님의 다정한 목소리가 담아낸 글자가 자신의 마음을 파고들어왔다. ...저는 지금,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요.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냥, 피곤해요. 피곤해졌어요. 론도, 저도, 다람쥐 씨도...
"...잘 모르겠어요, 아사 님. 그냥... 두렵다기 보다는 조금 피곤한 것 같아요. ...능력을 너무 오래 사용했더니 부작용이 일어났나봐요."
애초에 자신은 '신' 님이 아니었으니. 그런데도 신통력을 그리 오래 사용했다면,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이 당연했다. 천천히 다람쥐에게 붙은 솜들을 떼어주면서 조용히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자신을 걱정해주시는 듯이 물어오는 아사 님의 말씀은 따스하디 따스했기에, 그것에 힘입어 얼굴에 드리웠던 어둠을 서서히 걷어냈다. 그리고 부드럽게 두 눈을 접어 웃어보였다.
"...걱정도, 응원도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사 님. ...네, 자랑스러워할게요. 무려 위대하신 탐정 아사 님의 멋진 지시를 직접 받았으니까요."
일부러인지 "...흐읍...!"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어깨와 두 날개도 한껏 과장하듯이 느릿하게 위로 치켜올렸다. 나름대로의 당당한 모습. 헤실헤실, 동시에 희미하게 웃어보이던 것이, 이내 이어진 아사 님의 말씀에 이내 사라져버렸다. 그 대신, 놀란듯이 멍한 눈동자가 크게 뜨여졌을 뿐.
순간 아예 목소리까지도 잃어버린 양, 그저 두 눈동자만 멍하니 깜빡깜빡이다 이내 한 박자 늦게 환히, 희미하지 않은 미소를 얼굴에 가득히 꽃피웠다.
"...정말로요...? 정말로 제가 아사 님의 조수가 되어도 괜찮나요? ...네! 아사 님을 도울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사 님.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꾸벅, 허리를 숙였다 폈다. 어두웠던 마음이 다시 걷혀졌다. ...비록 론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은 무척 마음 아팠지만... 그래도 다시 찾을 수 있었으니까요. ...제가 고쳐줄게요, 론. 론에게 조용히 속삭이고는, 이내 아사 님의 말씀에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리고 솜을 다 뗀 다람쥐를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놓아주었다. 그러자 다람쥐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더니, 이내 재빨리 숲 속으로 달려가 사라져버렸다. 그 뒷모습에 대고 조용히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이내 자신에게로 내밀어진 아사 님의 손. ...감히 제가 '신' 님의 손을 잡아도 될까요...? 조금 머뭇머뭇, 망설이는 듯이 손가락을 작게 꼼지락거렸다. 하지만...
이내 천천히 론을 안고 있지 않은 쪽의 자신의 손을 살며시, 조심스럽게 느릿한 동작으로 아사 님의 손에 올려놓아 살짝 잡았다. 희미한 미소가 아사 님을 향했다.
아무튼...이번 이벤트는...잠시 주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추석 연휴기에 원래 하려던 이벤트는...제가 일요일에 시골로 내려가야해서..아마 하루만에 끝내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기에..... 그렇기에 이번에는 추석 특집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말 그대로 놀자판 이벤트입니다!! 와아아아!!
>>947 라온하제는 이 바쁜 나날 속에서 여유롭게 상황극을 즐길 수 있는 스레를 목표하고 있답니다. 그렇기에 딱히 정해진 스토리도 없고, 특별한 설정도 없어요. 그저...있는 것은 수인 신, 화인 신들의 일상 이야기 이것 뿐이니까요. 썰을 마음껏 풀고, 잡담도 마음껏 하고, 캐릭터 이야기도 많이 하고, 우플 연플을 쌓으면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그런 느낌의 스레를 목표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