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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버섯이 아니라 여우니라! 그러니까 전혀 다른 것이니라!"
"엄마. 누구에게 말하는 거야?"
-누군가에게 항변하는 것 같은 어느 한 고위신과 그 고위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어느 한 여우신의 모습.
"네, 전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가온 님. 손을 뻗는다는 걸 그만 깜빡해버려서..."
당황한 듯이 자신에게로 다가와 자신의 이마를 바라보는 가온 님의 모습에 드물게 곧바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반응했다. 안심시켜 드리려는 듯이 헤실헤실 웃는 모습도, 마지막에는 결국 희미한 창피함에 묘하게 시선이 어긋나 버렸지만.
아무튼 이어서 자신이 자신의 '신' 님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들려드리자, 가온 님께서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가온 님의 목소리. 이번에는 자신이 그 말씀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다가, 이내 한 박자 늦게 조금 난감하다는 듯이 "...아..." 하고 중얼거렸다.
"......말씀은 정말로 감사합니다, 가온 님. 하지만... 어쩌면 은호 님께서 저를 구원해주신 저의 '신' 님이실지도 몰라서... 직접 그렇게 여쭤보는 것은 조금... 아직은 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가온 님. 기껏 도와주셨는데..."
묘한 두려움인 것일까. 만약에 은호 님께서 자신의 '신' 님이 아니시라면, 자신은 자신의 강력한 '신' 님 후보 분들 중 한 분을 잃어버리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것은... 전... 무의식적으로 왼쪽 눈가를 매만지는 작은 손가락 끝이 미묘하게 떨려왔다. ...죄송스러움과 묘한 두려움이 희미하게 이질적인 하얀색 눈동자 너머로 삼켜졌다.
그리고 이어서 잠시 고민을 하시는 듯 하던 가온 님께서는 이내 비밀 한 가지를 들려주셨고, 그것에 귀를 기울이면서 한 글자, 한 글자, 놓칠세라 열심히 들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목소리를 잃은 채, 그저 바들바들 떨리는 두 손을 힘겹게 들어올려 자신의 입가를 가렸다. 충격에 젖어 커져버린 살짝 흔들리는 눈동자 역시도, 가온 님을 멍하니 올려다보면서.
......속죄. 그리고 누리 님의 죄, '태어난 것'. 유난히도 그 단어들이 자신의 마음 속을 깊숙히 찔러오기 시작했다. 푹, 푹. 하지만 아프지 않았다. 눈물마저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그저, 한낱 평범한 홍학인 자신이 알고 있기에는 너무 큰, '신' 님들의 비밀을 알아버렸다는 것을 직감했을 뿐. 그리고... ...가온 님과 누리 님께 감히 자신 역시도 공감과 이해를 할 수 있었을 뿐.
'죄악'. 예전에 은호 님께서 자신에게 하셨던 말씀이 다시금 스쳐지나갔다. 푹. ...누리 님... 그리고 가온 님... 태어나신 것이 죄가 되어버리신 누리 님과, 은호 님 덕분에 두 번째 삶을 살게 되신 가온 님. ...이것은 정말로... ......저의 '신' 님. 운명이란 것은 이렇게도 끔찍하고 아름다운 것일까요. 삶과 생명이란 것은 원래 이렇게 슬프고 행복한 것일까요. 동전의 양면. 그러나 그것이 누리 님과 가온 님께 보인 면은 서로 달랐다. ......그렇다면... 저의 동전은 과연 어떤 면인 걸까요.
"......네, 알겠습니다. 목숨을 함부로 말하지 않으려 노력하겠다, 했지만... 제가 다시 죽을 때까지, 저의 모든 것을 다 걸고 비밀을 지키겠습니다. ......다만... ...슬퍼요. 누리 님께서도, 가온 님께서도, 아무런 잘못이 없으실텐데 어째서 태어나신 것만으로도 죄가 되고, 그에 속죄를 하셔야 하는 거죠...? ...저는... 저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래도..."
......마음이 너무 아파요. 조용히 덧붙여진 목소리. 그러나 여전히 눈물은 나오지 않았고, 표정 역시도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멍한 표정이었다. 다만 심장 부근의 옷자락을 꾸욱 움켜쥔 두 손과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 묘하게 더 어두워진 얼굴은 그 말이 거짓 없는 진심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 그리고 떡밥 개방+진지한 분위기에 답레 길이는 결국 다시 폭발해 버렸습니다...ㅋㅋㅋㅋㅋ(시선회피) 이것은 예전의 그 떡밥이군요! 오오...! 아무튼 답레와 함께 다시 갱신합니다! :)
"잔혹한 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라온하제에는 악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악신은 이 결계를 절대로 뚫고 들어올 수 없습니다. 정말로 막강한 신이 아닌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 라온하제의 밖에는 사악하고 나쁜 신도 가득합니다. 그들 중에서는 정말로 잔혹한 방법을 써서 재앙을 만드는 이도 존재합니다."
확고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어느 신도 그러했다. 그 신은 참으로 잔혹하고 잔혹했다. 그렇기에 나는 송곳니를 제대로 들어내면서 적대했었지. 물론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그 이후로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무튼 조금 어두워진 분위기를 느끼면서 나는 끄응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켠 후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하하하! 잊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답을 해야한다고 한다면... 세상의 운명이라는 것은 때로는 매우 잔혹할 때도 있다....정도입니다! 지금의 누리 님은 500년 후에, 이 라온하제를 받으실 분이고, 더 이상 저도 그 분을 적대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쭈욱 저는 신으로서의 생이 끝나기 전에는 쭈욱, 정말로 쭈욱 누리 님을 보좌할 생각입니다!"
단호하게 나의 의지를 강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밝은 분위기를 내면서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면서 두 손을 휘저으면서 안심하라는 듯이 이야기를 했다.
"당신은 정말로 마음씨가 따뜻한 신인 것 같습니다. 당신과는 관련이 없는 이런 일에도 마음이 아프신 겁니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겠습니다. 누리 님도 같은 말씀을 해주실 겁니다. 아파하지 마십시오! 이제는 아무 상관도 없는 과거 이야기입니다! 하하하!"
정말로 괜찮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야...정말로 이제는 지나간 옛 이야기니까.
가온 님의 확고한 목소리를 듣던 눈동자가 서서히 아래로 떨구어졌다. 잔혹한 현실. ...라온하제는 역시 유토피아였던 것일까요. 라온하제의 밖에는 사악하고 나쁜 존재들 역시도 가득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애초에 그 세상 속을 방황하듯이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라온하제에 들어오게 된 자신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자신은 마냥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하고 순수한 존재가 아니었으니. 그러한 세상의 어두운 일면은 이미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다만... 그럼에도, 저는... ......그 모두를 믿고, '사랑'하고 싶은 걸요.
하지만 그러한 자신의 마음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이어진 가온 님의 말씀에 다시금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가온 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을 뿐. 그렇게 일부러이신지, 더더욱 밝은 분위기로 말을 이어나가시는 가온 님의 모습에, 어두웠던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 그럼에도... 조용히 고개를 도리도리, 작게 저어 대답했다.
"......그것은 이미 저도 알고 있는 사실이니, 정말로 죄송하지만 잊을 수 없습니다, 가온 님. ...물론 저는 가온 님도, 누리 님도, 전부 다 믿고 있어요. 하지만...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프고 슬퍼요. ...두 분 다 행복하셨으면 좋겠는데..."
......리스. 저의 행복을 바라듯이, 모두가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저의 '신' 님, 부디 저의 기도를 들어주세요.
"...그래도 그 과거는 가온 님과 누리 님의 중요하고 소중한 이야기예요. 물론 저와는 관련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것은 가온 님과 누리 님의 이야기예요. 그러니 저는 소중하게, 조심스럽게 기억하고 싶어요. 저의 마음씨를 떠나서 말이예요. 그래도... 정말로 감사합니다, 가온 님. ...당연히 비밀은 지키겠습니다."
쉿, 한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는 헤실헤실, 언제나와 같이 희미하게 웃어보이고는, 받았던 신과를 다시 한 입 작게 깨물어 먹었다. ...아이스크림 맛. ...누리 님의 맛이예요. 목을 타고 넘어가는 달콤함에, 자신의 과거 이야기 역시도 조용히 실어 흘려보냈다.
"저로서는 잊어버리고 싶습니다. 그때의 기억은. 하하하! 아무튼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겠습니다!"
굳이 어두운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웃으면서, 늑대로서 무리를 이끌 때, 나의 무리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크게 웃는 것처럼 정말로 크게 웃었다. 그리고 나와 누리 님의 행복을 바라는 플라밍고 수인인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중하고 조심스럽게 기억하고 싶다고 말을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 어째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사실 모르는 것이 그녀에게 있어서도, 그리고 누리 님에게도 좋은 법이다. 그렇기에 확실하게 피식 웃으면서 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두 손을 휘저었다
"억지로 잊으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마음을 아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지금은 그런 것은 없다는 겁니다! 하하하!"
혹시나 누리 님이 어딘가에서 보고 있지 않을까 싶어 말을 끝내면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역시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것에 안심을 하면서 나는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잠시 바라보았다. 슬슬 일을 시작해야 할 시간일까? 어느새 태양은 꽤 움직여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저는 다시 과수원을 가꾸러 가보겠습니다. 신과는 드시고 싶으면 드시셔도 됩니다만, 나무 하나를 통째로 비울 정도로 많이 드시진 마시고, 푹 쉬시면 됩니다! 비나리 지역은 오늘도 평화로우니 말입니다!"
꾸벅 인사를 한 후에, 나는 저쪽의 나무로 다가갔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가며 신통력을 모아 주변 나무로 뿌리듯이, 양분을 뿌리듯이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신과 나무를 관리하는 것은 나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