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우리는 버섯이 아니라 여우니라! 그러니까 전혀 다른 것이니라!"
"엄마. 누구에게 말하는 거야?"
-누군가에게 항변하는 것 같은 어느 한 고위신과 그 고위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어느 한 여우신의 모습.
"......어쩐지 모두가 저에게 같은 말씀을 해주고 계세요. 저는 '신' 님이 아닌데도... ...그래도, 한결같이 감사하고 기뻐요. 모든 신 님들께 정말로 감사해요. 그러니 가온 님께도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나요, 가온 님...?! 저, 에이렐이랑 같이 서약의 제단에 갔었는데..."
희미하게 기쁨이 어린 미소를 짓던 표정은 이내 곧 깜짝 놀란듯이 한 박자 늦게 멍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깜빡깜빡, 느릿하게 깜빡이는 두 눈동자가 미세하게 살짝 동공지진을 일으켰다. 물론 그 뒤에 이어진 신과를 설명하는 가온 님의 말씀에는 그저 고개를 끄덕끄덕이면서 경청해듣고는, "...신과 ㅆ... 신과는 굉장하네요." 하며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었지만.
하지만 이어서 보여진 가온 님의 모습에는 순간 온 몸이 굳을 수 밖에 없었다. ...그야... 매우 작디 작은 움직임. 그러나 가온 님께서는 역시 '신' 님이셔서 그런지 그러한 자신의 작은 움직임마저도 잡아내신 듯 했고, 이어진 가온 님의 물음에 순간 신과를 조심스럽게 매만지던 손가락들이 살짝 멈칫했다. 그리고 시선이 슬쩍 아래로 떨구어졌다. 잠시간의 침묵. 그 끝에 고개를 작게 좌우로 저어 대답했다.
"......가온 님께서는 이상한 행동 같은 거, 전혀 하시지 않았습니다. ...그... 냥... 조금 놀라버려서..."
말끝이 점점 희미하게 사라지듯이 작아졌다. ......그냥... 전... 이내 괜히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왼쪽 눈가를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들어 화제를 신과로 가져왔고, 그에 이어지는 가온 님의 대답과 웃음에 다시금 헤실헤실, 평소와 같이 부드럽게 웃어보였다.
"...그렇군요. 역시 신과... 는 대단하네요. 가온 님께서는 꿀 맛으로 느껴지시는 군요. ...저의 입맛이 달라졌다라... 왠지 신기해요. 모든 존재들에게 있어서 제각기 다 다른 맛을 드릴 수 있다는 게."
솔직하게 감탄 어린 말을 얘기하다가, 문득 주변에 있는 수많은 나무들을 천천히 주욱 둘러보았다. 정말로 수없이 많은 신과 나무들. ...이 곳은...
"...그러면 혹시 이 과수원의 모든 신과 나무 씨들은... 전부 다 가온 님께서 혼자서 돌봐주시는 건가요? ...힘들지 않으세요, 가온 님...?"
"애초에 그 제단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 저입니다. 서약의 제단은, 은호님에게 관계를 약속받고, 축복을 받고자 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신성한 제단입니다. 비나리의 전 관리자인 백호 선배도 그 제단을 관리했고, 지금은 제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제단에 이상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정확히는 무지개가 피어나는 폭포에 위치한, 신성한 수정을 누군가가 함부로 건들지 못하도록 그 근방은 확실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어 나는 손가락을 퉁겨서 내가 가지고 있는 구슬에서 홀로그램이 나오게 만들었다. 거기에는 무지개가 피어나는 폭포 주변의 모습이 떠올랐다. 잠시 그녀가 볼 수 있도록 잠시 둔 후에 나는 손가락을 퉁겨서 홀로그램을 꺼뜨렸다.
아무튼 그와는 별개로 조금 놀라버렸다는 그 말에 나는 내 손을 바라보았다. 내가 뛰어오르고 신과 열매를 따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면, 역시 이 손에 감춰진 늑대 발톱 때문일까. 그런 생각이 들어 잠시 내 두 손을 바라보다가,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린 후에,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제가 늑대라는 것이 두렵습니까? 당신은 플라밍고 수인 신. 본시 저는 당신의 천적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다른 수인 신을 잡아먹거나 하지 않습니다. 물론 고기는 좋아합니다만, 그렇다고 당신을 잡아먹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그 점은 확실하게 하기로 했다. 아무리 그래도 신을 잡아먹을 수는 없었고 그럴 마음도 없었다. 그 점을 확실하게 한 후에, 나는 곧 그녀에게서 들려오는 감탄과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힘들지 않냐는 그 물음에 나는 이번에는 조금 높게 뛰어올라서 발톱을 꺼내지 않고 가볍게 신과 하나를 딴 후에, 그것을 씹어 먹으면서 그 말에 대답했다.
"비나리 지역의 관리자에게 주어진 일을 힘들다고 느끼진 않습니다! 당연하지만 이 과수원은 제가 관리하고 있고 제가 키우고 있습니다! 은호 님이 저에게 준 일이자 지금도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이제 저에게 있어서 일상입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힘들거나 하진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때때로 신과를 먹을 수도 있으니,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신과 나무 씨입니까? 당신은 그런 말이 편한 모양이니 굳이 고칠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편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와아... 가온 님께서 서약의 제단을 관리하고 계셨었군요. 전혀 몰랐어요. ...비나리 관리자 님은 정말로 많은 일들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특히나 더요. ...그래도 관리자 님들은 전부 다 대단하세요, 정말로. 존경스러워요. 가온 님, 아사 님, 사우 님, 밤프 님, 세설 님, 모두 다요."
헤실헤실, '신' 님들을 향한 존경과 신뢰, 숭배의 마음이 가득히 담긴 미소가 작게 지어졌다. 그러다 가온 님께서 비나리의 무지개 폭포 주변의 모습을 보여주시자, 잠시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그 홀로그램을 향해 한 손을 뻗다가, 홀로그램이 사라지자 그제서야 한 박자 늦게 정신을 차리고 "...아..." 하는 소리를 작게 내었다. 멋쩍게 희미한 미소를 보이면서 손을 가슴께로 다시 가져오고는 작게 꼼지락거렸지만.
하지만 이어진 자신의 대답에 가온 님께서는 자기 자신의 손을 바라보셨다. 그리고 이어서 조심스럽게 들려오는 가온 님의 목소리. 그에 잠시 멍한 두 눈동자로 가온 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어진 잠깐 동안의 침묵. ......그렇지만... 저는...
"아니요, 두렵지 않아요. 저는 가온 님이 두렵지 않아요. 왜냐하면... 가온 님께서는 '신' 님이신 걸요. 그러니까 저는 가온 님이 두렵지 않아요. 만약 저를 잡아먹으신다고 하시더라도, 저는 두렵지 않아요. 만약에 가온 님께서 그렇게 하심으로써 행복하시다면... 저는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수 있어요. ...물론 가온 님께서는 그러시지 않을 테지만요."
부드럽게 접혀지는 두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신' 님을 향한 믿음, 그리고 존재를 위한 호의. 이미 한 번 죽음을 겪었던 자신에게는 이제 더이상 죽음은 두렵지 않았다. 그저... '신' 님께서 행복하시기를, 기쁘시기를 원할 뿐.
하지만 이어서 가온 님께 걱정스레 여쭤보자, 가온 님께서는 이번에는 발톱을 꺼내지 않고 신과 하나를 따내셨다. 그 따스한 배려가 그저 감사하게만 느껴져 기쁜듯한 미소를 희미하게 짓다가, 이내 들려오는 가온 님의 말씀에 대답했다.
"...힘드시지 않으시다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가온 님 혼자서는 일이 너무 많아 보이셔서... 과수원, 각종 행사, 은호 님과 누리 님을 지켜드리기, 서약의 제단 관리, 비나리 폭포의 수정 지키기..."
천천히, 오른손을 이용해 왼손의 손가락을 한 손가락씩 접어가면서 조용히 읊는 일들은 역시 많게만 느껴졌다. 그렇기에 이어진 가온 님의 말씀에도 그저 고개만 작게 끄덕이면서 손가락들을 꼼지락거리며 신과를 매만지는 등, 머뭇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가온 님을 올려다보았다.
"......가온 님. 혹시 저도 뭔가 도와드릴 일이 없을까요...? 저, 가온 님께 이렇게 신과도 받고 여러모로 많이 도움을 받아서 저도 보답해드리고 싶은데... 저는 비나리 지역을 홍보하는 일도 좋아요...!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까... 조금이나마 저도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안 될까요...?"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당신에게는 서약을 맺은 친구가 있지 않습니까? 그 친구가 들으면 슬퍼할 말이고, 은호 님은 물론이고 누리 님, 그리고 백호 선배도 슬퍼할 말이며, 저 역시 그런 말은 슬픕니다.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셨으면 합니다! 죽으면 정말로 모든 것이 끝입니다. 신이건, 동물이건, 식물이건, 인간이건..."
그것은 내가 뼈저리게 느끼는 사실 중 하나이다. 인간계에서 살아가던 내 동생 늑대는 이제는 죽어서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죽음이란 그런 것이다.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것. 목숨은 쉽게 내놓을 것이 아니다. 동물들도 자신이 잡아먹힐 것 같으면 필사적으로 도망쳐서 살려고 하지 않는가. 목숨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기에 다신은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을 말하면서 나는 신과를 아삭아삭 씹어먹었다. 달콤한 꿀맛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뒤이어 나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손가락으로 내가 하는 일들을 세면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던 그녀는 나에게 뭔가 도와줄 것이 없냐고 물어왔다.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을 하며 보답하고 싶다고 말을 하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나는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당신은 다솜에 살고 있는 신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저보다 다솜의 관리자인 아이온 피아사. 그 신을 돕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관리자들은 각각의 지역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즉, 당신이 살고 있는 다솜의 관리자 역시 일을 하고 있고, 저보다는 그 아이온 씨를 돕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것에 대해서 납득하지 않겠지요. 당신이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을 리가 없을테니까."
그렇기에 나는 그 대신 나에게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그녀에게 부탁하듯이 말했다.
"정말로 저를 돕고 싶다면 다솜 지역에 벚꽃잎으로 만든 풀장? 앵화...뭐라고 하더라. 아무튼 그런 것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서 파는 먹거리가 있으면 저에게 가져다 주었으면 합니다! 혹은 그냥 가끔 와서 말동무를 해도 괜찮습니다! 비나리는 라온하제의 중심이자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중심부. 이곳을 관리하는 신은 일이 많은 것이 당연합니다! 이것은 은호 님과 누리 님이 저에게 주신 일이니 굳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부탁할 것은 그 정도입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일을 하거나 지금처럼 쉬고 있을 때, 누군가가 옆에서 말동무라도 해주면 그것만큼 기분이 좋은 것도 없다. 혼자서 일을 하는 것과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일을 하는 것은 천지차이였으니까.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은 후에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가온 님의 말씀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물끄러미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슬프다.' ...에이렐, 은호 님, 누리 님, 백호 님, 가온 님. ...모두 슬퍼해주실까요? 저의 첫 번째 친구와 '신' 님들께서, 모두 슬퍼해주실까요? ...저의 '신' 님. 당신은...... 제가 죽는다면 슬퍼해주실 건가요?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위대하신 자신의 '신' 님께 있어, 자신의 목소리는 그저 하나의 작은 신기루일 뿐이었으니. 닿지 않는. 잡으려 해도 잡힐 수 없는. 환상이자 환각.
"......'죽음'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한 번 죽었다가 되살아난 존재이니까요. ...그래도... 가온 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노력해 보겠습니다. ...저는 신 님들께서 슬퍼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신 님들, 동물 씨들, 식물 씨들, 인간 씨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바로 자신이 바라는 것. 헤실헤실, 부드럽고도 희미하게 미소는 꽃 피어났다. 하지만 결국 확답의 약속을 드리지는 못 했다. 그저 노력하겠다, 정도로 대답했을 뿐. 지키지 못 할 약속은 거짓말이예요. ...'신' 님께 감히 거짓말을 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아직은 친구가 있으니까요. 저의 '신' 님께도 보답해드려야 하니까요. 그러니까... 괜히 시선을 살짝 아래로 떨구면서 두 손으로 신과만 매만지다가, 이내 천천히 다시 야금야금 신과를 먹었다. ...아, 이번엔 딸기 맛이예요.
그러다 다시 걱정스러운 말과 함께 선의로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을 조심스럽게 밝히자, 가온 님의 대답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맞습니다. 그래서 이미 아사 님께도 종종 찾아뵈면서 혹시 도와드릴 건 없는지 계속 여쭤봤었는데... 아사 님께서는 딱히 도움을 받을 건 없으신가봐요. 사실 다른 신 님들께도 보답을 해드리고 싶은데 오히려 찾아뵐 때마다 계속 저만 도움을 받고 그래서..."
조금은 시무룩한 듯이 두 어깨와 날개가 살짝 아래로 축 처졌다. 꼼지락꼼지락, 작게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아래를 향해 떨구어졌던 시선이, 이내 들려오는 가온 님의 말씀에 다시 멍하니 떠진 채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잠시 동안 아무런 말도 못 한 채 그저 느릿하게 두 눈동자를 깜빡깜빡이다가, 이내 기쁜 듯이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었다.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저으면서.
"...아니요! 절대로 힘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와드릴 수 있게 되어서 기뻐요, 정말로. 앵화영장... 네, 알겠습니다. 거기에는 분홍색의 맛있고 예쁜 음식들이 정말로 많아요. 꼭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가온 님. 말동무도 얼마든지 해드릴게요. ......사실 앵화영장은 직접 보시는 편이 더욱 아름다운데... 가온 님께서는 아무래도 많이 바쁘실테니까 대신 먹거리들이라도 많이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잠시 자신의 환각 능력을 이용해서 앵화영장을 보여드릴까, 하는 생각도 해보다가 이내 그 생각은 조용히 지워버렸다. ...아무래도 가온 님께서 나중에 직접 보시는 것이 더욱 감동적이실 테니까요. 그렇기에 그저 다시금 두 손을 앞에 모아 허리를 꾸벅, 숙였다 올리고는 희미하게 배시시 웃어보였다.
"......이렇게 맛있는 신과도 주시고, 발톱도 숨겨주시는 배려에 정말로 감사합니다, 가온 님. 이렇게나 친절하신 가온 님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게 되어서 정말 영광이예요."
/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레주...!ㅠㅠㅠㅠ 여러가지 일을 하다보니... 아무튼 답레와 함께 갱신이예요! :) ㅋㅋㅋㅋ그리고 진짜로 이미 도와드리려 했지만 거의 아무도 도와드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의 선관이었기에...(끄덕)
"앵화영장이라고 합니까? 그 곳? 사실 다른 지역에도 가끔 가긴 하지만, 아무래도 비나리 지역을 떠나는 일이 잘 없다보니, 이름까지는 확실하게 알지 못했습니다. 분홍색의 맛있고 예쁜 음식이라. 딸기 같은 겁니까? 아니면 벚꽃잎으로 뭘 만든 겁니까? 잘 모르겠습니다만, 가지고 와주신다면 감사합니다! 그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물론 태생이 늑대다보니 채식보다는 육식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채식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지금의 나는 늑대가 아니라 늑대 수인이니까. 신으로서 살게 되면서 채식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육식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간 먹지 못한 것들을 먹을 수도 있게 되었고... 이것이 신에게 허락받은 것인지, 아니면 수인이나 화인 특유의 특성인진 모르겠지만 그 분홍빛의 음식들은 참으로 맛이 좋을 거라고 확신하며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앵화영장에 대한 것은 언젠가 다솜에 제대로 가게 되면 그때 꼭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솜에 사는 당신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확실히 아름다움이 가득하겠지요! 추천 감사합니다! 그리고 역시 발톱이 무서운 거였습니까?"
내 두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두 손을 슬그머니 아래로 내렸다. 역시 플라밍고로 살던 습관이나 공포는 남아있는 것일까. 내 발톱을 무서워하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일단 그녀의 앞에선 발톱을 최대한 내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나는 곧 들려오는 말에 해맑게 웃으면서 한 손으로 내 가슴을 가볍게 치면서 이야기했다.
"하하하! 모든 것은 은호 님과 누리 님이 바라는 것! 또한 이 라온하제를 평화롭고 아름답고 '즐거운 내일'로 만들기 위해서 당연히 관리자로서 해야하는 것! 저는 그저 제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입니다! 모든 감사는 저에게 이런 기회를 준 은호 님과 누리 님에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튼, 비나리 지역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뭐든지 말만 해주십시오! 비나리 지역의 관리자로서 찾아온 손님은 정중하게 대접할테니 말입니다!"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다시 손을 내렸다. 뒤이어, 바람에 떨어지는 신과를 빠르게 잡은 후에 다시 그것을 입에 쏙 집어넣었다. 응. 맛있어. 맛있어.
//그리고 답레와 함께 스레주가 갱신하겠습니다! 하이하이에요! 리스주!! 여러가지 일이라니...괘...괜찮으신가요?! 그리고 답레는 그냥 편하게 편하게 쓰시면 되는 겁니다!
"...네. 그 곳은 '앵화영장'이라고 한답니다. 벚꽃잎들이 마치 물처럼 커다란 구멍 속에 가득히 들어있는 곳이거든요. 저는 나중에 '장미영장'으로 바뀐 모습을 보았지만요. ...음... 아사 님께서는 벚꽃잎... 으로 만드셨던 것 같아요. 저도 벚꽃 에이드 씨를 마셔보았거든요. 정말로 예쁘고 맛있었으니, 가온 님의 입맛에도 꼭 맞으셨으면 좋겠어요."
애초에 먼저 은혜를 입은 쪽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신과도 받고, 도움을 드리는 것도 허락 받을 수 있었으니. 그렇기에 보답을 해드리기 위해서라도 꼭 최고로 맛있는 앵화영장의 음식들을 가져오리라, 마음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네, 나중에 꼭 다솜에 와주세요, 가온 님. 앵화영장의 벚꽃나무 숲 안에 있답니다. 정말로 아름다운 곳인데다가 가온 님이시라면 금방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혹시 못 찾으시겠다면 저를 불러주세요. 곧바로 날아가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희미하게 웃던 것도 잠시, 가온 님께서 두 손을 슬그머니 내리시는 모습에 조용히 말 끝을 흐렸다. 자신도 모르게 슬쩍 시선을 옆으로 피하면서. ...그렇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들어 가온 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두 눈을 접으면서 고개를 작게 좌우로 천천히 저었다.
"......무섭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냥 편하게 드러내주셔도 괜찮아요, 가온 님. 아까는 그저... 조금 놀랐을 뿐이니까요. ...가온 님께서도 원래는 알파 늑대 씨이셨다고 은호 님께 전에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발톱을 드러내시는 게 더 편하실테니 부디 그렇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정작 열린 입술에서 나온 것은 또다시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신' 님을 위한 말이었다. ...그렇지만... 저는 정말로 괜찮으니까요. 물론 가온 님의 배려는 정말로 감사하고 영광이지만요. 그리고 이어진 가온 님의 해맑은 웃음과 말씀에, 그저 조용히 경청하여 듣다가 이내 희미하게 헤실헤실 미소 지었다.
"...은호 님과 누리 님께는 이미 계속해서 감사해하고 있었답니다. 그러니 저는 가온 님께도 감사해요. 결국 그 모든 일들을 혼자 도맡아 해주고 계시니까요. 이 '라온하제'의 비나리 관리자 님으로써 언제나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해주시고 계시니까요."
...덕분에 자신 역시도 '라온하제'를 꿈꿀 수 있게 되었으니.
"...가온 님께서는 언제나 은호 님과 누리 님을 위해 일하시는 것처럼, 저 역시도 가온 님을 포함한 다른 신 님들을 위해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러니... 저야말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가온 님. 저는 손님이 아니라 일손으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은호 님과 누리 님을 위한 일은 저도 돕고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그 많은 일들을 혼자 다 하시다보면 나중에는 가온 님께서 많이 힘드실지도 모르니까요."
...'신' 님께서는 아프시면 안 돼요. 그렇기에 그 전에 조금이나마 거들어드리고 싶은 선의 뿐이었다.
"은호 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확실히 저는 무리를 이끌던 늑대였습니다. 은호 님의 가호로 지금은 이렇게 신이 되어서 여기서 살고 있었습니다만... 발톱은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내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 점은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일손으로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이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이 라온하제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일손으로 생각해달라는 그 말에는 조금은 단호하게 거절의 의사를 보였다.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딱히 나 혼자서 다 일을 해야한다는 고집은 아니었다. 나도 피곤을 느끼고 지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를 일손으로 쓰는 것은 역시 무리였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에 나는 입가에 남아있는 신과를 마저 깔끔하게 먹어치우면서 꿀맛을 목구멍에 통과시키면서 얘기했다.
"확실히 저나 관리자들은 은호 님의 명으로 각 지역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각 지역에 자율권을 주고 관리자들에게 자유롭게 지역을 관리하라고 맡긴 것. 물론 일이라고 할 순 있겠지만 은호 님은 그냥 맡기기만 했지. 그곳을 어떻게 하라는 지시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즉, 너희들부터가 이미 은호 님의 지시와는 별개로 자유롭게 이 지역을 관리하는 겁니다. 자고로 일손이라는 것을 일을 하는 존재. ...아름다운 내일이 가득할 이 라온하제에는 어울리지 않는 존재입니다. 서로 돕고 돕는 이라면 모를까. 일손이라는 것은 일방적으로 일을 하는 존재가 아닙니까?"
나의 생각을 확실하게 밝히면서 나는 근처에 있는 나무그늘로 천천히 걸어들어간 후에, 신통력을 나무에 주입하면서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은호 님과 누리 님의 보좌는 저입니다. 그 일을 누군가에게 대신 부탁하면, 보좌로서 실격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당신은 이미 저에게 도움을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그 벚꽃 에이드라는 것으로 말입니다. 하하하! 이런 작은 도움은 도움이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도움이라는 것은 크고 작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법입니다."
그렇게 웃다가 나는 아. 하는 소리를 내면서 그녀를 바라보면서 확실하게 단언하듯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은호 님과 누리 님에 대한 충성심은 절대로 당신에게 지지 않습니다! 제가 훨씬, 훨씬, 훨씬 도움이 될 겁니다!!"
...가온 님께서도 은호 님의 가호로 신이 되셨던 거군요... 뭔가 새로운 깨달음의 빛이 안개로 자욱한 자신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느낌이었다. 그에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저의 '신' 님은 역시...
......하지만 아직 속단은 일렀다. 그렇기에 애써 마음을 차분히 진정시키려 노력했고, 동그랗게 뜨여졌던 두 눈동자 역시 예의 그 몽롱한 듯이 멍한 눈동자로 돌아왔다. 그리고 뒤이어지는 가온 님의 조금은 단호한 말씀에 그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아무래도 저의 단어 선택이 잘못 되었었나봐요. 감히 '신' 님께 이런 실수를 저질러 버리다니... 앞으로 모은 두 손과 조금은 시무룩한 듯이 살짝 추욱 쳐지는 두 어깨와 날개. 아래를 향해 떨구어진 시선까지. 다른 신 님께서 본다면 완벽하게 혼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천천히 기어들어가는 듯이 작은 목소리를 내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가온 님... 저의 생각이 너무 짧았어요. 그런 뜻으로 드린 말씀은 아니었는데... 혹시 불쾌하게 만들었다면 정말로 죄송합니다. ...저는 그저..."
'신' 님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홍학일 뿐인 자신은 손님보다는 일손인 편이 더 잘 어울리고 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있기는 했었기에. 하지만 차마 그것까지는 말하지 못 하고 숨긴 채, 괜히 입가까지 올린 손가락만 작게 꼼지락꼼지락 거렸다.
그렇게 그저 죄송스러운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자, 이내 다시 가온 님의 목소리가 들려와 느릿하게 떨구었던 고개를 살짝 들어올렸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 그 말씀을 조용히 똑같이 중얼거려보다가, 이내 다시 덧붙여지는 가온 님의 말씀에 두 눈을 한 박자 늦게 깜빡깜빡였다.
"...하, 하지만 저도 위대하시고 아름다우신 은호 님과 누리 님께 도움이 되고 싶어요, 가온 님...! 이미 은호 님과 누리 님께 받았던 은혜들도 많아서... 물론 그만큼 가온 님도 도와드리고 싶지만요. ......그런데... 정말로 무례한 말씀이라는 걸 잘 알지만, 가온 님... 혹시, 혹시 말이예요..."
묘한 긴장감에 머뭇머뭇, 손가락을 꼼질꼼질거리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아니. 불쾌하지 않습니다! 신마다 생각은 다 다른 법! 그냥 그것은 저의 생각일 뿐입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저는 당신을 일손으로 볼수는 없다는 겁니다!"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확실하게 나의 생각을 밝혔다.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을 바꿀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말을 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적어도 난 누군가를 일손으로 쓸 마음은 없었다. 서로 힘들 때 돕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것은 알파로서의 나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나는 알파였기에, 다른 늑대들보다 앞에 섰었으니까. 알파란 자리는 절대로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모두를 이끌어야하고 힘든 일은 앞장서서 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나는 그 날...
.........
잠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그 당시의 일을 머릿속에서 지워냈다. 그러는 순간, 갑자기 그녀에게서 말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말은 나는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네...?"
라이벌 의식? 어째서 그런 것을 나에게 묻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이건 뭐라고 해야 하지.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나는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올려 그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그렇습니다! 당신은 가만히 바라보면 저보다 더 은호 님과 누리 님에게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보좌인 저의 일입니다!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히 좋은 것입니다만, 절대로 당신에게 뒤지지 않을 겁니다! 저의 충성심은 절대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비나리 광장의 얼음 동상도 그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서 세운 것입니다!"
뒤이어 나는 손을 내린 후에 미소를 올리면서, 두 손으로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