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우리는 버섯이 아니라 여우니라! 그러니까 전혀 다른 것이니라!"
"엄마. 누구에게 말하는 거야?"
-누군가에게 항변하는 것 같은 어느 한 고위신과 그 고위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어느 한 여우신의 모습.
쏴아아, 시원한 폭포의 물소리를 조용히 들으면서 그 물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특유의 그 멍한 눈동자는 여전한 모습으로. 그러나 이번에는 두 눈을 감고 있지 않았고, 고개를 살짝 위로 들어올려 몽롱하게 뜬 두 눈동자 안에 아름다운 무지개를 담아냈다.
한 눈에는 무지개를, 두 귀에는 폭포 소리를. ...자연 씨께서 주시는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요. 폭포 근처의 물가 앞에 앉아있기 때문인지 간간이 튀어지는 물방울들을 맞기는 했지만, 그것마저도 그저 시원하게만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때로 그 물방울들에 두 손을 느릿하게 뻗어, 일부러 두 손을 적셔볼 정도로. 이 곳은... 저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행복했던 장소니까요. 한 쪽에 있는 서약의 제단을 바라보면서 배시시, 행복하게 웃기도 하면서.
그렇게 멍하니 비나리의 명소를 즐기다가, 문득 시선이 저 너머로 닿았다. ...그러고보니, 누리 님께서 저번에 저 쪽으로 가면 과수원이 있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한 번 가볼까요. 느릿하게 무릎을 펴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누리 님께서 알려주셨던 방향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겨보았다.
그러다보니 운 좋게도 헤매지 않고 한 번에 도착하게 된 과수원. 수많은 신과 나무들이 늘어서 있는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와아..." 하고 한 박자 늦은 감탄의 소리를 내었다. ...이 곳이 그 과수원이 맞겠지요...? 왠지 동작이 더욱 조심스러워져, 머뭇머뭇, 천천히 한 걸음을 내딛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혹시 누구 계신가요...?"
/ 아무 생각 없이 비나리의 폭포로 쓰다가 레주의 말을 보고 급히 과수원으로 옮겨 시간이 좀 걸려버렸습니다...ㅋㅋㅋㅋ(시선회피)
오늘도 열심히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이 작은 낙원, 신과 과수원을 가꾸고 있었다. 이것은 은호님이 나에게 준 소중한 장소! 신의 과일이라고 불리는 '신과'를 관리하는 것은 비나리 지역의 관리자가 되기 전에도 내가 계속 맡고 있었던 일이었다. 백호 선배가 관리자의 자리에서 은퇴하고 내가 관리자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이 신과 과수원만큼은 쭈욱 내가 관리하고 있다. 오늘도 신과 나무는 아름답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고 나무마다 붉은 신과는 탐스럽게 열려, 절로 군침이 돌게 하고 있었다. 먹는 이의 입맛에 맞는 단 맛을 내는 과일 신과. 저것이야말로 진정한 신의 과일이 아니겠는가.
잠시 가지치기를 하다가 잠시 쉬는 도중, 갑자기 누군가가 다가오는 발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의 주인은 아마... 내 기억이 맞다고 한다면...
"여긴 무슨 이로 찾아오셨습니까? 신과가 필요해서 온 겁니까?"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 후에, 나는 눈앞에 보이는 플라밍고 수인 신, 아마 이름이 리스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나 못지 않게 은호 님과 누리 님을 신봉하고 있는 존재. 즉, 내 자리를 뺏어가려고 하는 것이 분명한 존재인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무슨 일로 왔냐고 물어보았다. 가끔 내 자리를 뺏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경계심은 들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 찾아오는 것은 자유이고 그녀가 은호 님과 누리 님에게 해를 끼칠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으니까.
나는 근처 나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정확히는 그 나무에 열려있는 탐스러운 붉은색 신과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신과가 필요하면 많이 있으니까 얼마든지 따셔도 됩니다! 이번에도 신과 나무가 아주 잘 자라고 있어서 신과의 맛이 아주 좋습니다! 하하하!"
오늘은 운이 좋게도 한 번에 가보지 못 했던 낯선 장소, 과수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제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예전에 누리 님께서 저에게 방향을 알려주셨던 것이 제일 크겠지요. ...역시 누리 님은 대단하세요. 저보다 많은 것들을 알고 계세요. ...누리 님께서는 '신' 님이시니까 당연한 것이겠지만요.
아무튼 이곳에 도착해보니 보이는 것들은 온통 새빨갛고 탐스러운 신과들이 달려있는 나무들이었다. ...비나리의 과수원은 신과 씨만 재배하는 곳인가봐요. 뭔가 모두 다 예쁘게 생겼어요. 절로 꼴깍, 침이 넘어가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것은 두 손으로 입을 막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숨겼다. 그리고 그 대신 혹시나 누군가가 계실까, 싶어 목소리를 내어보자 들려오는 대답. 그에 잠시 제자리에 멈춘 채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가온 님...?
"...아... 안녕하세요, 가온 님. 만나뵙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그게..."
순간 한 박자 늦게 두 손을 앞에 모아 허리를 꾸벅, 숙였다. 이 곳에 찾아온 이유를 물으시는 말씀에는 그저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슬쩍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지만. 하지만 가온 님께서 아예 신과를 가리키면서 하는 말씀에, 드물게 곧바로 고개를 들어올려 세차게 좌우로 저어 대답했다.
"시, 신과 씨 때문에 온 것은 절대 아니예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냥... 전에 누리 님께서 과수원 얘기를 해주신 적이 있어서 궁금해서 찾아온 것이랍니다. ...혹시 방해가 되었다면 나가볼게요, 가온 님. 죄송합니다."
다시금 두 손을 모아 허리를 꾸벅, 숙였다. 그렇지만... 역시... 이내 다시 들어올린 고개를 천천히 움직이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래도 이렇게 예쁜 신과 씨들을 봐서 영광이예요. 모두들 정말로 예쁜 붉은색이예요."
/ 앗, 아니요! 괜찮습니다! 어차피 폭포에서 이어질 수도 있었고, 오히려 새로운 장소에도 가보게 되어서 전 좋아요! XD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것입니까? 마치 당신은 신과를 먹을 수 없다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만... 신과는 모든 이들이 먹을 수 있는 과일입니다! 물론 통째로 너무 많이 먹으면 그건 곤란합니다만, 그냥 한두 개 먹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보다 신과 씨입니까? 신과는 과일입니다!"
신과 씨라니. 신과를 높이는 그녀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아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신과에게 씨라니. 그런 신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기에 조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 특유의 말버릇일까? 사실 그보다 누리 님에게 과수원 얘기를 들어서 찾아왔다는 그 말에 나는 근처 나무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내 손에 감춰진 늑대의 발톱을 꺼내서 그것을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아래로 신과 두 개가 떨어졌고 나는 빠르게 그 두 개를 잡은 후에 그 중 하나를 그녀에게 가볍게 던져주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내가 들어서 입에 넣어 한 입 베어물었다. 달콤한 꿀 맛이 입 안 가득 퍼져나갔고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누리 님의 소개를 받아서 왔다고 한다면 더욱 그냥 보낼 수는 없습니다! 손님으로 왔다고 한다면 편안하게 있다가 가시면 됩니다! 방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지금은 일을 끝내고 쉬는 중입니다! 가지 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만, 누군가가 찾아왔으면 대접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겁니다. 저는 비나리 지역의 관리자. 비나리 지역을 찾아온 이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해서 일을 하고 있으며, 손님은 대접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다만 지금은 이 신과밖에는 대접할 수 없기에 그것이 유감입니다!"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어서 먹으라고 말을 한 후에 나는 다시 신과를 베어 먹었다. 달콤함이 입 안 가득 번져 나도 모르게 기분 좋게 웃으면서 귀를 쫑긋 세웠다.
"...하지만 신과 씨는 '신' 님들의 과일 아닌가요? 물론 저도 예전에 누리 님께서 주셔서 먹어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저는 '신' 님이 아니니까 스스로 신과 씨를 먹으려고 여기 온 건 절대 아니예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말버릇이 그만..."
가온 님의 말씀에 믿어달라는 듯이 고개까지 작게 끄덕끄덕이면서 하던 말은, 이내 입가로 가져온 손가락들을 꼼지락꼼지락거리는 것으로 바뀌어 버렸다. 당연하게도, 시선은 아래로 떨군 채. ...그러고보니 누리 님께서도, 은호 님께서도 이걸 지적해주셨던 것 같은데... 역시 아직 입에 배어있는 걸까요...?
그렇게 조금은 멋쩍게 그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자, 이내 가온 님께서 근처 나무로 뛰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휘둘러지는 가온 님의 발톱. 그에 순간 놀란듯이 멍한 두 눈동자를 크게 뜨고, 가온 님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자신과는 다른 재빠르고 날카로운 동작. 왠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드는 건... 그저 저의 착각인 걸까요.
그렇게 조금은 굳은 듯이 제자리에 꼼짝도 안 한 채 그저 바라보고 있자, 가온 님께서는 떨어지는 신과 두 개 중 하나를 던져주셨고, 그에 순간 한 박자 늦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신과는 잡을 수 있었고, 이어진 가온 님의 말씀을 조용히 경청하다가 이내 희미하게 웃으면서 입술을 열었다.
"...방해가 아니라면 정말로 다행이예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가온 님. 제가 손님... 이라면, 이 신과만으로도 충분히 기뻐요. 이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저어게는 과분한 '신' 님의 대접... 정말로 감사해요, 가온 님.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꾸벅, 다시금 고개를 숙인 후에 두 손을 들어올려 천천히 신과를 입가로 가져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물자 느껴지는... '아이스크림' 맛과 '사과사탕' 맛...? 그에 놀란듯 멍한 두 눈을 크게 뜨고 가온 님을 바라보았다.
"...가온 님, 신과 ㅆ... 아니, 신과가 맛이 달라졌어요...! 예전에 먹어봤을 때에는 딸기 맛이었는데...?"
어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멍한 눈동자가 두 손에 들고 있는 자신의 신과와 가온 님을 천천히 번갈아 바라보았다.
"당신은 신이지 않습니까? 물론 당신이 신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누리 님이나 은호 님에게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신입니다. 플라밍고 수인 신. 이것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일전에 서약의 제단을 쓰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오로지 '신'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제단입니다. 그것이 당신이 '신'이라는 가장 큰 증거입니다. 그리고 '신'님들의 과일이 아닙니다. 신의 과일입니다. 그만큼 달콤하고 맛이 좋고 영양도 좋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망를 듣고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나는 마지막으로 신과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설명했다 확실히 신들이 먹는 과일이긴 하지만 그것은 이곳에 신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신들이 먹는 과일인 것이지, 신이 아닌 이들이 먹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신이 아닌 동물들도 가끔 따먹는 것이 바로 이 신과이다.
아무튼 그녀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굳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나로서는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무엇을 했던가? 그런 생각이 들어 나는 그녀를 향해서 바로 그것에 대해서 확실하게 물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야, 내가 뭔가 실수를 했다면 사과를 하는 것이 당연하니까. 그것이 비나리의 관리자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굳는 이유가 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제가 뭔가 이상한 짓이라도 했습니까? 그저 신과를 따서 줬을 뿐인데. 그리고 신과의 맛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입맛이 달라진 겁니다. 신과는 먹는 이의 입맛에 따라서 좋아하는 달콤한 맛을 내는 과일. 입맛이 달라지만 당연히, 그 맛도 다르게 느껴지는 과일입니다. 덧붙여서 저는 꿀맛이 느껴집니다."
아삭아삭. 천천히 씹으면서 나는 신과 하나를 꿀꺽 삼킨 후에, 입가에 묻어있는 과즙을 털어냈다. 그리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어쩐지 모두가 저에게 같은 말씀을 해주고 계세요. 저는 '신' 님이 아닌데도... ...그래도, 한결같이 감사하고 기뻐요. 모든 신 님들께 정말로 감사해요. 그러니 가온 님께도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나요, 가온 님...?! 저, 에이렐이랑 같이 서약의 제단에 갔었는데..."
희미하게 기쁨이 어린 미소를 짓던 표정은 이내 곧 깜짝 놀란듯이 한 박자 늦게 멍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깜빡깜빡, 느릿하게 깜빡이는 두 눈동자가 미세하게 살짝 동공지진을 일으켰다. 물론 그 뒤에 이어진 신과를 설명하는 가온 님의 말씀에는 그저 고개를 끄덕끄덕이면서 경청해듣고는, "...신과 ㅆ... 신과는 굉장하네요." 하며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었지만.
하지만 이어서 보여진 가온 님의 모습에는 순간 온 몸이 굳을 수 밖에 없었다. ...그야... 매우 작디 작은 움직임. 그러나 가온 님께서는 역시 '신' 님이셔서 그런지 그러한 자신의 작은 움직임마저도 잡아내신 듯 했고, 이어진 가온 님의 물음에 순간 신과를 조심스럽게 매만지던 손가락들이 살짝 멈칫했다. 그리고 시선이 슬쩍 아래로 떨구어졌다. 잠시간의 침묵. 그 끝에 고개를 작게 좌우로 저어 대답했다.
"......가온 님께서는 이상한 행동 같은 거, 전혀 하시지 않았습니다. ...그... 냥... 조금 놀라버려서..."
말끝이 점점 희미하게 사라지듯이 작아졌다. ......그냥... 전... 이내 괜히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왼쪽 눈가를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들어 화제를 신과로 가져왔고, 그에 이어지는 가온 님의 대답과 웃음에 다시금 헤실헤실, 평소와 같이 부드럽게 웃어보였다.
"...그렇군요. 역시 신과... 는 대단하네요. 가온 님께서는 꿀 맛으로 느껴지시는 군요. ...저의 입맛이 달라졌다라... 왠지 신기해요. 모든 존재들에게 있어서 제각기 다 다른 맛을 드릴 수 있다는 게."
솔직하게 감탄 어린 말을 얘기하다가, 문득 주변에 있는 수많은 나무들을 천천히 주욱 둘러보았다. 정말로 수없이 많은 신과 나무들. ...이 곳은...
"...그러면 혹시 이 과수원의 모든 신과 나무 씨들은... 전부 다 가온 님께서 혼자서 돌봐주시는 건가요? ...힘들지 않으세요, 가온 님...?"
"애초에 그 제단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 저입니다. 서약의 제단은, 은호님에게 관계를 약속받고, 축복을 받고자 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신성한 제단입니다. 비나리의 전 관리자인 백호 선배도 그 제단을 관리했고, 지금은 제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제단에 이상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정확히는 무지개가 피어나는 폭포에 위치한, 신성한 수정을 누군가가 함부로 건들지 못하도록 그 근방은 확실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어 나는 손가락을 퉁겨서 내가 가지고 있는 구슬에서 홀로그램이 나오게 만들었다. 거기에는 무지개가 피어나는 폭포 주변의 모습이 떠올랐다. 잠시 그녀가 볼 수 있도록 잠시 둔 후에 나는 손가락을 퉁겨서 홀로그램을 꺼뜨렸다.
아무튼 그와는 별개로 조금 놀라버렸다는 그 말에 나는 내 손을 바라보았다. 내가 뛰어오르고 신과 열매를 따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면, 역시 이 손에 감춰진 늑대 발톱 때문일까. 그런 생각이 들어 잠시 내 두 손을 바라보다가,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린 후에,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제가 늑대라는 것이 두렵습니까? 당신은 플라밍고 수인 신. 본시 저는 당신의 천적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다른 수인 신을 잡아먹거나 하지 않습니다. 물론 고기는 좋아합니다만, 그렇다고 당신을 잡아먹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그 점은 확실하게 하기로 했다. 아무리 그래도 신을 잡아먹을 수는 없었고 그럴 마음도 없었다. 그 점을 확실하게 한 후에, 나는 곧 그녀에게서 들려오는 감탄과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힘들지 않냐는 그 물음에 나는 이번에는 조금 높게 뛰어올라서 발톱을 꺼내지 않고 가볍게 신과 하나를 딴 후에, 그것을 씹어 먹으면서 그 말에 대답했다.
"비나리 지역의 관리자에게 주어진 일을 힘들다고 느끼진 않습니다! 당연하지만 이 과수원은 제가 관리하고 있고 제가 키우고 있습니다! 은호 님이 저에게 준 일이자 지금도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이제 저에게 있어서 일상입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힘들거나 하진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때때로 신과를 먹을 수도 있으니,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신과 나무 씨입니까? 당신은 그런 말이 편한 모양이니 굳이 고칠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편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와아... 가온 님께서 서약의 제단을 관리하고 계셨었군요. 전혀 몰랐어요. ...비나리 관리자 님은 정말로 많은 일들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특히나 더요. ...그래도 관리자 님들은 전부 다 대단하세요, 정말로. 존경스러워요. 가온 님, 아사 님, 사우 님, 밤프 님, 세설 님, 모두 다요."
헤실헤실, '신' 님들을 향한 존경과 신뢰, 숭배의 마음이 가득히 담긴 미소가 작게 지어졌다. 그러다 가온 님께서 비나리의 무지개 폭포 주변의 모습을 보여주시자, 잠시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그 홀로그램을 향해 한 손을 뻗다가, 홀로그램이 사라지자 그제서야 한 박자 늦게 정신을 차리고 "...아..." 하는 소리를 작게 내었다. 멋쩍게 희미한 미소를 보이면서 손을 가슴께로 다시 가져오고는 작게 꼼지락거렸지만.
하지만 이어진 자신의 대답에 가온 님께서는 자기 자신의 손을 바라보셨다. 그리고 이어서 조심스럽게 들려오는 가온 님의 목소리. 그에 잠시 멍한 두 눈동자로 가온 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어진 잠깐 동안의 침묵. ......그렇지만... 저는...
"아니요, 두렵지 않아요. 저는 가온 님이 두렵지 않아요. 왜냐하면... 가온 님께서는 '신' 님이신 걸요. 그러니까 저는 가온 님이 두렵지 않아요. 만약 저를 잡아먹으신다고 하시더라도, 저는 두렵지 않아요. 만약에 가온 님께서 그렇게 하심으로써 행복하시다면... 저는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수 있어요. ...물론 가온 님께서는 그러시지 않을 테지만요."
부드럽게 접혀지는 두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신' 님을 향한 믿음, 그리고 존재를 위한 호의. 이미 한 번 죽음을 겪었던 자신에게는 이제 더이상 죽음은 두렵지 않았다. 그저... '신' 님께서 행복하시기를, 기쁘시기를 원할 뿐.
하지만 이어서 가온 님께 걱정스레 여쭤보자, 가온 님께서는 이번에는 발톱을 꺼내지 않고 신과 하나를 따내셨다. 그 따스한 배려가 그저 감사하게만 느껴져 기쁜듯한 미소를 희미하게 짓다가, 이내 들려오는 가온 님의 말씀에 대답했다.
"...힘드시지 않으시다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가온 님 혼자서는 일이 너무 많아 보이셔서... 과수원, 각종 행사, 은호 님과 누리 님을 지켜드리기, 서약의 제단 관리, 비나리 폭포의 수정 지키기..."
천천히, 오른손을 이용해 왼손의 손가락을 한 손가락씩 접어가면서 조용히 읊는 일들은 역시 많게만 느껴졌다. 그렇기에 이어진 가온 님의 말씀에도 그저 고개만 작게 끄덕이면서 손가락들을 꼼지락거리며 신과를 매만지는 등, 머뭇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가온 님을 올려다보았다.
"......가온 님. 혹시 저도 뭔가 도와드릴 일이 없을까요...? 저, 가온 님께 이렇게 신과도 받고 여러모로 많이 도움을 받아서 저도 보답해드리고 싶은데... 저는 비나리 지역을 홍보하는 일도 좋아요...!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까... 조금이나마 저도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안 될까요...?"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당신에게는 서약을 맺은 친구가 있지 않습니까? 그 친구가 들으면 슬퍼할 말이고, 은호 님은 물론이고 누리 님, 그리고 백호 선배도 슬퍼할 말이며, 저 역시 그런 말은 슬픕니다.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셨으면 합니다! 죽으면 정말로 모든 것이 끝입니다. 신이건, 동물이건, 식물이건, 인간이건..."
그것은 내가 뼈저리게 느끼는 사실 중 하나이다. 인간계에서 살아가던 내 동생 늑대는 이제는 죽어서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죽음이란 그런 것이다.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것. 목숨은 쉽게 내놓을 것이 아니다. 동물들도 자신이 잡아먹힐 것 같으면 필사적으로 도망쳐서 살려고 하지 않는가. 목숨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기에 다신은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을 말하면서 나는 신과를 아삭아삭 씹어먹었다. 달콤한 꿀맛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뒤이어 나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손가락으로 내가 하는 일들을 세면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던 그녀는 나에게 뭔가 도와줄 것이 없냐고 물어왔다.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을 하며 보답하고 싶다고 말을 하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나는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당신은 다솜에 살고 있는 신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저보다 다솜의 관리자인 아이온 피아사. 그 신을 돕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관리자들은 각각의 지역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즉, 당신이 살고 있는 다솜의 관리자 역시 일을 하고 있고, 저보다는 그 아이온 씨를 돕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것에 대해서 납득하지 않겠지요. 당신이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을 리가 없을테니까."
그렇기에 나는 그 대신 나에게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그녀에게 부탁하듯이 말했다.
"정말로 저를 돕고 싶다면 다솜 지역에 벚꽃잎으로 만든 풀장? 앵화...뭐라고 하더라. 아무튼 그런 것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서 파는 먹거리가 있으면 저에게 가져다 주었으면 합니다! 혹은 그냥 가끔 와서 말동무를 해도 괜찮습니다! 비나리는 라온하제의 중심이자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중심부. 이곳을 관리하는 신은 일이 많은 것이 당연합니다! 이것은 은호 님과 누리 님이 저에게 주신 일이니 굳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부탁할 것은 그 정도입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일을 하거나 지금처럼 쉬고 있을 때, 누군가가 옆에서 말동무라도 해주면 그것만큼 기분이 좋은 것도 없다. 혼자서 일을 하는 것과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일을 하는 것은 천지차이였으니까.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은 후에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