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령은 리스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다정하고 친절하다라... 자신에게 이러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는 게 이질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어색함이 싫지는 않았다. 령은 대답대신 환하게 웃어보였다. 리스가 자신을 좋게 보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끼며.
"저에 대해서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군요. 고마워요, 리스. 리스야말로 정말 친절한걸요."
령은 환히 웃으면서 상자를 바로잡았다. 몸을 흔드는 바람에 방울이 다시 한 번 흔들리면서 딸랑딸랑 소리를 내었다. 령은 방울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다정하고 친절하다라... 그 말에서 오는 온기에 령은 괜스레 제 몸이 따스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리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령의 시선이 리스로 향했다. 밤하늘을 담은 듯한 망막에 리스의 모습이 맺혔다. 나도 아름다우니 나의 검술도 아름답다라... 령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리스에게 신뢰받고 있구나... 하고 느꼈던 순간이었다. 비록 지금의 령은 상자를 들고 있어 제대로 된 감사인사조차 드리지 못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꾸벅 몸을 숙이고 싶었다. 령은 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군요. 칭찬 감사해요, 리스. 다음에 언제 한 번 리스에게도 검술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마지막 말은 뭐라고 했는지 듣지 못했지만 어쨌든 리스가 자신의 검술을 보지 못했다니까 한 말이었다. 령은 상자를 들고 가다가 수라간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러다 리스가 수라간 문을 열자 속으로 자신이 열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조금 했다. 음, 부뚜막 옆이라. 령은 리스가 말한 곳에 상자를 놓았다.
령 님께서는 자신에게 웃어주셨다. 되려 자신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되돌려 주시면서. 하지만 '친절'이라는 단어가 령 님이 아니라 자신에게 되돌아오자, 그것에는 작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친절함'이라는 것은 령 님께 어울리는 단어랍니다. 그 단어가 지닌 따스한 온기는 령 님께서 저에게 주셨던 것과 똑같으니까 말이예요. ...그래도 저야말로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령 님."
헤실헤실, 조금은 바보 같아 보일 정도로 한껏 풀어진 웃음이었다. 만약 이곳이 야생의 세계였다면, 제일 먼저 표적이 되어 잡아먹혔겠지. ...그 정도로 신뢰와 믿음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랑곳 없이, 그저 령 님께 다시금 진심 가득한 칭찬을 건넸다. 지금의 자신에게는 이렇게 령 님과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고 기쁜 일이었으니. 그렇기에 들려오는 말씀에, 살짝 놀란 듯이 멍한 두 눈동자를 크게 떴다.
...제 중얼거림이 들린 걸까요? 아니면 령 님께서는 '신' 님이시니까 제 생각이나 마음 정도는 쉽게 아실 수 있는 걸까요? 어느 쪽인지는 자신이 감히 알 수는 없었다. 그저, 령 님의 그 말씀에 진심을 담아 기쁜 듯한 미소를 희미하게 지으며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일 뿐.
"...네...! 저도 령 님의 아름다운 검술, 꼭 보고 싶어요. ...볼 수 있게 된다면 좋겠어요."
조용한 중얼거림 속에는 다짐 어린 마음이 묘하게 섞여들었다. 아무튼 이내 도착하게 된 수라간. 낑낑거리면서 문을 열곤 령 님께서 상자를 놓아주시는 것에 따라 자신 역시도 상자에 그 때까지도 소중히 품고 있던 음식 재료들을 하나하나 조심히, 정성스럽게 옮겨 담았다. 그리고는 다시 살짝 흙투성이가 된 옷자락을 두 손으로 탁, 탁, 털고는, 령 님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면서 작게 손가락들을 꼼지락거렸다.
"......그래도... 령 님께 도움을 받아버렸는 걸요. 그러니 저도 령 님을 도와드리고 싶어요. ...령 님께서는 원하시는 것이나 하시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혹시 있으시다면 제가 최선을 다해 이루어리고 싶어요. ...괜찮을까요, 령 님...?"
청동기가 끝나갈 무렵, 인류는 전쟁을 멈추지 않았다. 왜 인류는 전쟁을 하는가. 왜 쓸데없는 이유로 스스로의 동족을 아무 가치없게 죽이는가. 생존을 위해서도, 번식을 위해서도 아닌 명예, 국가 등의 시시한 이유로 왜 서로를 죽이는 것인가. 그런 어리석은 인간들은 무수한 '나'가 온 지면을 뒤덮어, 그 어리석음을 깨닫게 하리라.
"퍼져나가거라. 무수한 나여"
씨가 흩날린다. 신통력을 이용한 메귀리 '종'의 복제. 그것은 땅바닥에 심어져 느리지만 서서히 범위가 넓어져간다. 훗날 그녀가 중2병이라 부르는 시기의 시작이다. 메귀리는 인간들의 밭, 길바닥, 전장 그 모든 곳에 심어져 싹이 트고 성장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게 웬 잡초들이야?"
수확을 준비하는 농민들의 낫에 메귀리가 베여나간다. 피는데 걸린 시간보다 빨리 그녀의 분신들은 사라져간다.
"..그들은 이 나들을 보고도 깨닫지 못하는건가?"
입에서 세어나오는 한마디의 한탄. 아마 그 때부터 일 것이다. 그녀가 인류에게 흥미를 완전히 잃은 것은. 인류는 전쟁을 멈추지 않았고 철기로 발전하여 문명이 확실시 되간다. 메귀리 신은 인류에 대한 흥미를 끄고 인류의 첫 시조들이 잇었던 동굴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긴 세월이 지나, '그리스 시대'로 불리는 시대가 접어들기 시작했다
"칭찬 고마워요, 리스. 리스는 늘 저에게 온정 가득한 말을 주는군요. 리스에게 받는 것이 너무나 많아 기쁠 따름이랍니다."
헤실헤실 리스가 미소를 짓자 령도 그녀를 마주보며 웃었다. 이 신은 정말로 순수한 신이구나. 령은 속으로 그리 생각했다. 자신에게 따뜻한 말을 해주고 자신을 좋게 봐주는 존재라. 령은 문득 생각에 빠졌다. 리스는 다른 신들을 모두 '신'이라며 우러러보았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신인 자가 다른 신을 우러러보다니. 령은 복잡미묘한 생각을 하였다. 그게 과연 옳은 것일까? 글쎄다.
아, 불현듯 령은 정신을 차렸다. 다시 자신의 장신구에서 방울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잡생각을 쫓아보냈다. 지금은 리스와의 대화가 더 중요하다. 령은 리스를 보았다. 리스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자신의 아름다운 검술을 꼭 보고싶다고 하며... 령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언젠가는 리스에게 검무를 춰주도록 하지요."
령의 마음속에 희미하게 기쁨이 피어올랐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수랏간에 도착했더랬지. 령은 상자를 내려놓곤 리스가 음식 재료를 옮겨담는 것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리스가 하시고 싶은 일이 있냐고 묻자 속으로 생각에 잠긴다. 하고싶은 일이나 원하는 것이라...
"글쎄요. 지금 당장은 없군요.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제가 훗날 원하는 것이 생긴다면 그때 리스에게 부탁하는 겁니다."
"...아니예요, 령 님. 제가 령 님께 받는 것에 비하면 제가 령 님께 드리는 것은 깃털 끝만큼도 되지 않는 걸요. 그래도... 령 님께서 기쁘시다면 저도 행복해요. ...감히 바라건대, 령 님께서 언제나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령 님을 바라보는 부드럽게 접히는 두 눈동자에 담긴 것은 진심 어린 기도였다. '신'인 자가 누구에게 기도를 올리느냐? 싶기도 하겠지만, 자신은 '신'이 아니었으니 가능한 것이었다. ...저의 기도, 꼭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의 '신' 님.
자신의 '신' 님은 언제나 자신을 향해 따스히 웃어주실 것이었다. ...그 모습은 어쩌면... 령 님의 저 따스한 미소 같으실지도 몰라요.
딸랑딸랑, 령 님의 방울소리에 상상 속 자신의 '신' 님의 모습도 점차 안개처럼 흩어졌다. 그리고 그 대신, 지금 바로 자신의 옆에 계신 령 님의 목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들려오는 령 님의 약속. 그에 기쁜 마음이 얼굴에 희미하게 가득히 꽃피워졌다.
"...네! ...기쁜 마음을 소중히 품고 천천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령 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비록 자신의 시야로 볼 수 있는 세상은 하나였지만, 그럼에도 령 님의 아름다운 검무는 똑바로 담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저도 령 님처럼 아름답게 춤출 수 있다면 좋겠어요. 검무는 한 번도 본 적 없으니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예요.
그렇게 기대의 마음을 품고, 수라간에 들어서서 령 님께서 내려놓으신 상자 위에 천천히 음식 재료들을 옮겨담았다. 그리고 그것이 끝마쳐지고 령 님께 드린 질문에, 령 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한 령 님을 조용히 기다려드리고 있자 이내 들려오는 령 님의 대답. 그에 기쁜 듯이 배시시, 행복한 웃음을 살짝 흘렸다.
"...그래주신다면 저야말로 정말 영광이예요...! 네, 저는 언제든지 준비가 되어 있으니 앞으로 령 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생기신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최선을 다해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그것은 나름대로의 다짐이 섞인 각오였다. 그것을 표현하듯, 두 손을 꼬옥 주먹 쥐며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언제나 행복했으면 좋겠다라... 령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동안이나 그 말을 복기하였다. 자신에게 이런 축복을 내려주는 자도 있었다니... 리스의 고운 마음씨에 령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꼭 리스의 말대로 되었음 좋겠다고 생각하며 령은 미소지었다.
"감사합니다, 리스. 리스도 하루하루가 행복한 나날을 보냈으면 좋겠군요."
령은 고요히 웃었다. 딸랑딸랑 방울소리가 기분좋게 울려퍼졌다. 그러고보니 자신에게 이 장신구를 줬던 인간 아이는 어찌 되었으려나. 그날 흑조들한테 쪼여서 상처를 입은 뒤로는 무서워서 자신과의 교류도 끊어버린 그 애가... 령은 새삼 자신을 떠나간 사람을 생각하다가 울컥 뭔가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러면 안돼. 아직 리스와 대화중인걸. 령은 애써 그 마음을 꾹꾹 눌러담았다.
"감사할 게 뭐 있나요.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건 검무 뿐인걸요."
리스의 말에 령은 온화하게 웃으며 답하였다. 자신이 익힌 유일한 재주는 검술이었고 이 검무는 그에 따른 연장전이었다. 령은 문득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지는 것을 느꼈다. 제가 검 말고 다른 것을 배웠더라면 더 리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아니,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령은 고개를 저었다. 만약일 뿐인 가정은 안하는 것이 나았기에 령은 그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려 하였다.
리스는 행복하게 웃었다.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저리도 좋았을까? 령은 리스를 따라 웃었다. 행복함이 잔뜩 베어나오는 미소였다. 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리스에게 부탁드리도록 할게요."
아, 그러고보니 어느새 시간이 이리 되어버렸다. 너무 농땡이를 부리는 것은 좋지 않다. 어디선가 또 침입자가 이 궁 안에 들어올지도 모르니. 령은 리스와 눈을 맞추고 다정하게 말하였다.
"리스, 저는 시간이 다 되어 이제 가봐야 한답니다. 혹여 들기에 버거운 짐이 있다면 저를 부르세요. 언제든지 달려가서 도와드리겠습니다."
령은 그 말을 하고는 일어서서 수라간을 나갔다. 자, 이제 일을 해야 할 시간이다. /막레 드리겠습니다. 리스주 수고하셨어요. 리스 너무너무 귀여워서 돌리는 내내 힐링되는 기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