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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땅과 서방의 땅에서 사악한 그 이름을 날렸던 악신이 있었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영원한 불멸을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그 신의 이름은 이 오랜 시간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존재했다. 한 때는 악마의 모습으로, 한 때는 흡혈귀의 모습으로, 한 때는 새카맣게 물든 숲을 관장하는 숲의 신으로.
"이제 무섭지 않아..."
"더 이상 무섭지 않아..."
고양이의 울음소리.
"왜 사람들을 괴롭히는거야? 너는 신이라면서."
그 날은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그 날도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처음이었지. 자신에게 그런 말을 무던히 내뱉을 수 있었던 인간은.
딱딱한 관처럼 생긴 침대위에 눕혀져있던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것은 한 순간의 스쳐지나가는 꿈.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버린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약 150년 전... 나는 한 무리를 이끄는 '알파'로서 주변을 정찰하고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방심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매번 다니던 그 길목에서 나무 뿌리에 발이 걸려, 그만 나는 골짜기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말 그대로 데굴데굴, 가차없이 온 몸을 암벽에 부딪치며, 높은 곳에서 바위 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온 몸이 아프고,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고, 몸 내부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숨 쉬기도 힘들어지고, 시야가 희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의 기억은 보통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아아. 죽는 것은 그런 것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공포에 떨었다. 죽을 수는 없었다고 생각하면서 몸을 부르르 떨면서 다시 일어서려고 했지만,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ㅡ제발...움직여줘. ...무리에게 가야... 무리에게 가야만 해...
그렇게 소리를 내면서 움직이려고 해도, 이미 부서진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아마 그대로 있었으면 내 목숨은 끊어졌을 것이고, 나는 다른 들짐승들의 먹이가 되어 사라졌겠지. 그리고 내 무리의 늑대들은 나를 찾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였을 것이다. 아마 좋은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겠지.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기적을 보았다.
ㅡ...운이 좋았도다. 너는. 무리를 위해서 살고 싶은 것이냐?
ㅡ...누구?
ㅡ나 말이더냐? 나는 은호. 너를 살릴 신이니라.
그때의 일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15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나를 살린 은호님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만약 그 분이 없었다면 나는 필시 거기서 죽었을 것이다. 사실 죽는 것은 운명이기에, 자연에 사는 이들의 운명이기에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내가 이끄는 무리..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나의 동족들이 걱정할 것이 제일 걱정이었다. 은호님은 나에게 힘을 주어, 나를 신으로서 부활시켜주었고, 내가 다시 무리에게 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ㅡ형님...? 떠나시는 겁니까?
ㅡ그래. 나는 내 은인인 그 분을 모시기로 했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알파는 너다.
ㅡ안됩니다! 형님! 제가 어떻게 형님을 대신해서...!!
ㅡ너는 나와 같은 피가 흐르는 늑대다! 두려워하지 말고 무리를 이끌어서 새로운 알파로 자리 잡아라! 이미 순수한 늑대가 아니라, 신이 되어버린 내가 '알파'로서 설 순 없는 법이다! 지금부터 네가 모두를 지키는 거다! 어머니도, 친구들도, 동족들도..! 전부 네가 지키는거다! 알겠나?!
150년 전. 나는 내 남동생에게 알파의 자리를 물려주었고 이 라온하제로 왔다. 물론 그때는 라온하제가 아니었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리를 저버리진 않았다. 간간히 이곳에서 내 동생과 그 무리를 바라보면서 위험할 땐 직접 내려가서 내가 가지고 있는 이 힘으로 돕기도 했고, 내 동생의 피를 이은 새끼들이 위험할 때는 바람과 함께 등장해서 위협한 이의 목덜미를 물어뜯어버리기도 했으며, 내 동생의 자리를 위협하는 이에게 나타나서 경고를 하기도 하였다.
시간이 지나 이제 더 이상 내 동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늑대의 삶은 그렇게 길지 않다. 하지만 그 핏줄은 쭉 이어지고 이어지고 있다. 내 동생의 피를 이은 후손은 새로운 알파가 되어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있다. 나는 간간히 그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들이 위험할 때, 바람처럼 나타나 그들을 도와주고 바람처럼 사라져버린다.
"...신이 되어버린 나이기에, 알파가 되어 너희를 이끌 순 없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책임은 다 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동생아. 나의 친구야. 나의 동족들아."
하늘에 뜬 달을 바라보며, 나는 150년 전, 그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렇게 말을 해도 돌아오는 것은 그저 조용한 바람소리 뿐이다. 하지만...그럼에도 나는 쭈욱 지켜나갈 생각이다. 내 동생의 피를 이은, 내 친구의 피를 이은, 내 동족들의 피를 이은 무리들이 번성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