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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신 님을 만나는 건 언제나 기쁘고 행복한 일이었다. 물론 자신의 구원자이셨던 그 '신' 님의 흔적은 쉽게 찾을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낯선 신 님들과의 만남은 자신에게 있어서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디 소중한 것이었기에.
그러나 령 님께서 치맛자락을 잡고 무릎을 굽혀 순간적으로 자신과 눈높이를 똑같이 맞춰주시자, 안 그래도 멍했던 두 눈이 더욱 멍한 빛을 띄면서 커져버렸다. 아무리 순간이라고는 하나, 그리고 예의를 갖춘 인사일 뿐이었다고는 하나, 아주 잠시, 신 님과 시선이 동등하게 맞춰졌다. 그것도, 신 님께서 직접 시선을 맞춰주셨다. ...이, 이거... 꿈은 아니겠지요...? 설마... 제가 지금 신통술을 무의식적으로 쓰고 있던 걸까요...?
더군다나 이어서 들려오는 조곤조곤한 령 님의 말씀 역시도 그러한 자신의 멍함을 더욱 깊게 만들기에는 아주 충분했고, 그에 안 그래도 한 박자씩 느릿하게 나오던 대답이 더더욱 느려져버렸다. 그러나 도리도리, 좌우로 세차게 젓는 고갯짓은 꽤나 재빨랐다.
"...그,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흔하디 흔한 플라밍고일 뿐이예요. 령 님 앞에서 '아름답다.'는 말을 걸 수 없는 존재랍니다. ...그래도... 말씀은 정말로 감사합니다, 령 님. 친절하신 인사도 정말 감사해요."
령 님께서는 다정하신 신 님이시라는 생각이 들자, 밝은 미소가 희미하게 더욱 꽃피웠다. 이미 경계심 따위는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자신은 그 모든 존재들을 전부 다 경계하지 않았으니. ...하물며 제가 감히 어떻게 신 님을 경계할 수 있겠나요.
하지만 령 님의 눈빛에 순간 슬픔이 어리자 잠시 멍한 눈빛으로 령 님을 바라보았다. 물론 신 님의 깊으신 생각을 감히 자신이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걱정이 되었기에. 령 님의 그 눈빛이. 하지만 이어지는 령 님의 말씀들은 다시 우아함을 되찾았고, 그에 다시금 희미한 미소를 띄우면서 입을 열었다.
"...저야말로 령 님과 이렇게 이어지게 되어서 무척이나 영광이예요. 령 님과의 이 소중하디 소중한 인연, 저야말로 잘 보살펴 흠집 하나, 먼지 하나 쌓이지 않게 고이 품 속에 품어 간직하겠습니다. ...노래도 좋아하신다니 무척 기뻐요."
헤실헤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령 님과 새로운 공통점이 또 하나 늘었어요. 이것으로 령 님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 ...령 님의 노랫소리도, 아마 령 님처럼 무척 아름다우시겠죠? ...언젠간 저도 들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은 겉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문득 또 다른 궁금증이 스쳐지나가 살짝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령 님께서는 혹시 어디에 살고 계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 다솜에서는 한 번도 뵌 적 없는 것 같아서..."
그는 기나긴 복도를 거닐며 가온에게 호의를 표하는 말을 내뱉었다. 참으로 긴 복도였다. 결이 좋은 붉은 카펫이 바닥에 깔려있고, 수 많은 문에 벽에 장식되어있는 서구풍 그림들과 날붙이 그리고 갑옷들. 마치 인간세상에서 유명한 드라큘라 백작의 저택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었다. 허나 그와는 반대로 벽에 장식되어있는 횃불따위가 있기도 하였지만 복도를 밝혀주는건 천장에 메달려있는 나름대로 어두운 빛을 내뿜어내는 전등이었다.
- 밤프 씨가 가지고 있는 가장 맛있고 달콤한 토마토를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렇게 걸어가던 도중 가온이 말을 내뱉었다. 이곳에 온 것은 다름아닌 밤프가 갖고있는 토마토들중 가장 맛있고 달콤한 것을 원한것이었더라는 그 말에 그는 커다란 나무 문 앞에 선 채 문고리에 손을 얹고 그에게 되물었다.
"은호의 딸이 토마토를 먹고싶다고 했다라, 못 줄거야 없지만. 반대로 그대는 나에게 무얼 해줄 수 있는지 궁금해지는군 카캇."
작게 웃음을 흘리며 문을 열어제끼자 타닥타닥 불타고있는 화로 앞에 푹신해보이는 의자가 놓여있는 거실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냥 주기엔 재미도 없고하니 어디보자, 뭘 하는게 좋을까?"
그가 씨익 입꼬리를 올리자 특유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났다. 거실 내부로 발걸음을 옮기며 탁자에 올라가있는 반질반질한 붉은 토마토를 손에 쥐고서 한 입 베어문 뒤 의자에 앉은 그는 가온을 돌아보며 들어와도 좋다는듯 손짓했다.
역시 공짜로 줄 수는 없다는 것일까? 하긴 갑자기 찾아와서 가장 맛있고 달콤한 것을 달라고 한들, 순순히 줄 순 없겠지. 다들 입장이 있고 신으로서의 체면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이 있으니 말이야. 그렇기에 무엇을 바라는지를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일단 협상의 여지가 있다면 협상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을테니까. 그렇기에, 난 거실로 보이는 곳 내부로 들어온 후에 의자에 앉은 밤프 씨를 바라보았다.
"그건 그렇고 밤프 씨는 이런 곳에서 사시는군요. 상당히 뭐라고 해야할까? 뭔가 분위기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근처에 이런 느낌의 저택은 본적이 없다. 아니, 이곳은 성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그렇기에 나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뭔가 신기한 느낌이었으니까. 내가 사는 집은 그냥 과수원 근처에 있는 작은 2층 집일 뿐이라서 그런것일까? 아무튼 잠시 그렇게 둘러보다가 나는 다시 밤프 씨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가온의 감탄사에 그는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그리곤 한 입 베어문 토마토를 마저 우물우물 씹어 삼키고선 다리를 꼰 채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뭐, 내 모습도 있으니까 말이지. 이... 흡혈귀 처럼 생긴 자가 평범한 집에 살고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방문자들의 기대를 배신하는게 아니겠나."
가문비나무로 이루어져있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슥 훑어보더니 마치 성냥개비처럼 검지손가락 끝자락에 불이 붙었다. 그는 그것을 후 하고 불어 화로로 날려보내 단번에 화로의 화력을 키웠다. 인간계는 분명히 푹푹 찔 정도로 뜨거운 여름이었지만 이곳 가리 지역은 그런게 덜했기에 화로를 태워도 괜찮다는 것일까?
"물론, 나의 희망사항도 있었지만 말이야. 카카카캇!"
그가 덧붙였다. 요컨데 이 저택, 성은 다른 무엇도 아닌 그의 사심과 취향이 듬뿍 들어간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하에는 토마토를 보관하는 창고가 적어도 다섯개는 있을 수 있었겠지.
"조건이라, 그래. 무엇이 좋을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가 은빛 동전을 꺼내들었다. 그것은 신계에서 유통되는 화폐도 아니었고, 인간계에서 유통되는 화폐도 아닌 다른 모양새를 띄고있었다. B라는 이니셜이 박힌 앞 면과 P라는 이니셜이 박힌 뒷 면을 드러내보이며 그는 말을 이었다.
"이 동전을 던져서 앞 면, B가 적힌곳이 나오면 원하는 토마토를 마음 껏 가져갈 수 있게 해주지!" "허나 반대로 뒷 면이 나오게 된다면..."
"그렇습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밤프 씨가 그런 거라면 그런 거지 않겠습니까! 개인적으로는 완전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아, 물론 저는 그냥 평범한 2층 집이 편하기에 과수원 근처의 2층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성도 상당히 근사하고 멋지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내가 사는 집이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에 이런 성은 정리하기도 힘들 것 같으니까. 밤프 씨의 취향이 9할 쯤 된다고 봐도 좋을까? 응. 그러게 보도록 하자. 일단 은호 님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면 지는 것이라고 했었으니까.
이어 들려오는 밤프 씨는 은색 동전을 꺼내들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이곳에서 사용되는 동전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일까? 상당히 멋지다고 생각했기에 작게 감탄을 하다가, 밤프 씨가 말하는 조건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오르간이 울리는 소리에 나는 나도 모르게 꼬리를 바짝 세웠다. 놀랄 때 나도 모르게 나오는 버릇 아닌 버릇이었다. 이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보면서 귀를 쫑긋 세웠다.
"방금 것은 신통술입니까? 그리고 참고로 말하는데 안 놀랐습니다! 아, 아무튼... 그거 별 차이 없는 거지 않습니까? 원하는 토마토를 마음껏 가져갈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면, 제가 특제 토마토를 요구하면 주는 것 아닙니까?"
대체 무슨 차이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기에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면서 고민을 해보았다. 하지만 역시 잘 알 수 없었기에 좀 더 끄응 거리다가 아! 하는 소리를 내면서 박수를 쳤다.
멍한 빛을 띄면서 커져버린 눈동자를 바라보며 령은 생각에 잠겼다. 이 신은 다른 신들에 비해 자신을 한없이 낮추고 있다. 이건 바람직한 걸까? 령은 무언가가 잘못되었단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령은 색이 다른 리스의 두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문득 아름다운 눈이란 생각에 빠졌다. 그렇구나. 너는 이런 눈빛을 지니고 있구나. 리스가 도리질을 했다. 그 기색에 령은 아주 잠깐 놀랐는지 순간 눈을 크게 떴다.
"리스"
령은 리스를 불렀다. 그 목소리가 나긋나긋하면서도 어딘가 우아한 기색이 있었다. 령이 다시 무릎을 굽혔다. 령과 리스가 다시 동등한 시선을 유지했다. 령은 빙긋 웃었다. 아까의 미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아까의 미소가 어딘가 온화한 느낌이었다면 지금의 미소는 친근한 기색이 있었다. 령은 리스의 손을 잡고 가슴께 높이까지 들어올렸다. 령의 시선은 여전히 리스의 눈으로 향했다.
"그대는 충분히 아름답다는 말을 들을 가치가 있는 신이랍니다."
령의 목소리가 분명하고 또렷하게 들렸다. 말을 마친 령이 다시 무릎을 폈다. 령은 치맛자락을 갈무리하였다. 아까 잡은 리스의 손은 따스했다. 령은 리스에게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무엇이 이자에게 있어 신이란 자각도 느끼지 못하게 하였는가?
리스는 령과의 인연을 잘 보살펴 고이 품 속에 품어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령은 그 말에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기뻤다. 누군가가 자신과의 인연을 아껴준다니 당연히 기쁠 수 밖에 없었다. 령은 다시 리스의 손을 잡았다. 따스한 온기가 잘 느껴지도록 깍지를 끼었다.
"저와의 인연을 잘 간직해주겠다니 이쪽에서 감사할 따름이랍니다. 정말 고마워요, 리스. 그대와 이렇게 연이 닿아 기쁩니다."
리스가 웃는다. 령도 웃었다. 령의 입꼬리가 팽팽히 당겨졌다. 이렇게 마음 놓고 웃는 게 얼마만이던가? 령은 마치 단 꿀물을 먹은 듯했다. 리스는 그런 사람이었다. 령 자신에게 달디 단 인연을 맛보게 해주는 사람.
그리고 제아무리 놀란것을 숨긴다하여도 내 눈에는 다 보이느니라, 같은 흡사 은호가 내뱉을 것 같은(?)말을 하고선 그는 팔짱을 낀 채 웃었다. 앞 면이던 뒷 면이던 별 차이가 없지않겠냐는 가온의 물음에 그는 턱을 짚으며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하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허나 그러다가도 혼자서 의욕이 붙어선 제멋대로 해석을 해버리고 승부하겠다는 가온의 말에 그는 다시 크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카, 카카캇! 당연하지 않은가! 자, 덤벼라!"
긴장감이 흐르는 이 순간, 그는 손에 들려있는 동전을 튕겼다. 그리고 그것은... .dice 1 3. = 2
나도 모르게 꼬리가 바짝 위로 솟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뒤이어, 나는 밤프 씨가 돌리는 동전에 주목했다. 뱅글뱅글 도는 그 동전을 바라보며 나는 제발 B가 나오는 것을 기도했다. 역시 한 개보다는 여러 개가 좋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정말로 간절하게 빌었다. 여기서 어설프게 신통술을 쓰면 큰일날테니까... 무엇보다 반칙이니까 그런 것은 하지 않으며 그저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뒤이어 보이는 면은 뒷면. 그에 나도 모르게 꼬리가 아래로 축 쳐졌다. 물론 표정은 절대로 티를 내지 않았지만...
"유, 유감입니다! B가 아니라니! 조..좋습니다! 그럼 특제 토마토 한 개를 받아가겠습니다!"
그래도 일단 특제니까 한 개라고 해도 엄청 맛이 좋을 거라고 확신하며, 나는 가만히 밤프 씨를 바라보았다. 그 특제 토마토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일단 조용히 기다려보기로 했다.
"아.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뒤이어 나는 손가락을 가볍게 퉁겼고 내 구슬에 보라색 빛이 멤돌게 했다. 그러자 내 손에는 내가 직접 재배한 신과가 담겨있는 바구니가 소환되었다.
그가 자신에 손아귀에 들어온 동전을 훔치더니 검은 연기가 희미하게 피어올랐다. 꼬리가 아래로 축 쳐진 모습을 보지못했는지 그는 특제 토마토 '한 개'만 받아가겠다는 가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신통술을 사용하려는듯 붉은 구슬에 빛났다.
- 신과입니다. 제가 직접 비나리에서 기른 맛있는 녀석들입니다.
가온이 먼저 신과가 가득 든 바구니를 자신의 앞에 내밀자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보며 두 눈을 깜빡이다 하나를 집어들었다.
"뭐, 준다면야 사양않고 한 입 먹어보지."
하지만 그것을 입에 집어넣기 전에 그는 그 신과 역시 신통력을 사용하여 어디론가 보내놓고선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그러자 새까만 박쥐들이 떼를지어 이 방 안을 가득채우듯 날아다녔고, 그의 가슴팍에 박혀있는 붉은 구슬이 밝게 빛나기 시작하자 이내 박쥐들 사이에서 거대한 '특제 토마토 한 개'가 떨어졌다.
ㅡ턱
수박의 두 배정도의 크기는 되보이는 토마토를 받아든 그는 그것을 들어보이며 자신있게 외쳤다.
"특제 토마토다! 보통은 크기가 커질수록 맛이없다고들 하지만 이 토마토는 꿀보다도 달콤함을 자랑할것이야 카카캇!"
이어 나는 바구니를 탁자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두었다. 혹시나 깨지기라도 하면 안되니까. 신과는 신들이 먹는 과일. 인간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곳 특유의 과일이다. 토마토를 정말로 좋아하시는 것 같지만 신과도 좋아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이내 떨어지는 거대한 특제 토마토 한 개를 바라보았다.
"....네?"
저것은 정말로 토마토인가?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봐도 수박보다 2배는 커보이는데? 저건 정말로 토마토가 맞나? 신계에서만 자라는 토마토인가? 정말로 멍하니, 멍하니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두 눈을 비비면서 다시 바라보았지만, 분명히 그것은 크기가 엄청 큰 토마토였다. 정말로 멍하니 그 토마토를 바라보다 나는 밤프 씨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체 어떻게 만든 겁니까? 그 토마토?! 정말로 그것은 토마토가 맞습니까?! 시, 신의 힘으로 기른 것입니까?!"
아무리 봐도 내가 아는 토마토와는 차이가 있었기에 정말 제대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 정도 크기의 토마토를 가져가면 누리 님은 분명히 좋아하실 거라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는 밤프 씨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니까 맛은 장담해도 좋을거라며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혼자서 먹으려고 만든 토마토는 아니었기에 어떤 식으로라도 이렇게나 맛있는 토마토의 맛을 다른누군가에게 알려줄 수만 있다면 뭔들 안괜찮으랴. 그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자신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가온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령 님의 말씀 하나하나. 그 우아하고 부드러운 동작 하나하나. 그 모든 것들에는 전부 다 나긋하고 따스한 친절이 담겨있었다. 자신으로서는 과분하기 그지 없을만한 친절이. ...제가 과연 이것을 받아도 되는 것일까요...? 그런 생각이 저절로 자신의 머릿속을 가득히 채울 정도였다. 행복했다. 너무 행복해서, 자신은...
그러나, 령 님께서는 이내 자신의 이름을 부르셨고, 그 우아한 부름에 순식간에 모든 상념들이 사라졌다. 색이 다른 자신의 멍한 두 눈동자의 앞에는 다시금 령 님의 칠흑같이 깊고 아름다운 눈동자가 자신을 마주보고 있었기에. ...령 님께서 다시 시선을 마주해주고 계세요. 지금, 저는 무려 '신' 님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온 몸이, 온 사고가 살짝 멈추어버렸다. 그래서 멍한 그 눈동자를 차마 다시 거두지 못 했다. 그 대신, 령 님께서 자신의 손을 잡고 가슴께까지 들어올려주시는 것을 멍하니 따를 뿐.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령 님의 또렷한 목소리마저, 그 말씀마저, 잡혀진 손의 따스한 온기마저, 그저 멍하니 크게 뜬 두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신통술. 제가 신통술을 쓴 것이 분명해요. 그렇죠? 그렇지 않다면... 저는... 이것은...
두 손에 느껴지던 따스함이 점차 멀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따스함이 사라지고 나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려냈다.
"......가, 감사합니다, 령 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저, 너무 기뻐요. ...너무 기뻐서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할 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두 손을 자신의 가슴께에 소중히 꼬옥 가져가면서 다시금 령 님에게 허리를 꾸벅, 숙였다. 벚꽃마냥 밝은 미소가 얼굴 가득히 피워졌다. 행복했다. 너무 행복했다. 두 손에 닿았던 따스함이 그저 경건하고 마냥 소중하기만 했다. '신' 님의 따스한 호의. 령 님을 향한 존경심과 숭배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 ...물론, 자신이 '신'이라는 것에는 감히 대답을 드릴 수 없었지만.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령 님의 이 따스한 말씀 한 마디, 한 마디와, 이 소중하디 소중한 인연은, 자신이 평생을 바쳐 꼬옥 간직하기로. 령 님이 다시 손을 잡아주시면서 깍지까지 끼어주시자, 멍한 눈동자가 다시금 커졌다. ...영광을 넘어선 영광이었다. 느껴지는 따스함이 자신의 환각 같은 착각 마냥 느껴져, 손이 감사함에 살짝 떨릴 정도였다.
"...저야말로 그렇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령 님."
헤실헤실, 부드럽고 순수해보이는 웃음이 저절로 새어나왔다. 물론, 감히 령 님의 손에 똑같이 깍지를 끼지는 못 했지만. 그렇지만... 움찔, 움찔, 작게 꼼지락거리는 손가락에서는 령 님께 그저 감사하고 소중하다는 마음이 가득히 들어있었다.
"...령 님께서는 미리내에 살고 계시는군요. 미리내는 춥다고 들어서 아직 가본 적이 없어요. ...혹시 령 님께서 괜찮으시다면... 나중에 제가 령 님을 종종 찾아뵈어도 될까요? ...령 님께 아주 작은 것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하늘을 바라보아도 분홍의 구름이 넘쳐난다. 피어난 구름에서는 분홍색이 감도는 하얀 꽃잎이 나풀나풀 떨어진다. 가랑눈과는 유사하였지만 미세하게 다른 가벼움이였다.
숲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서 벚꽃을 멍청히 바라보는 청년은 퍽 이질적이였다. 따뜻한 계절과는 어울리지 않는 두터운 목도리와, 피부가 보일새라 겹겹이 입은 옷. 제일 사랑스러운 색 한가운데에 뚝 떨어져있는 무채색. 그러나 그저 조용히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였다.
청년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벚꽃 떨어지는 소리와 다른, 사뿐이 꽃잎을 즈려밟는 소리였다. 나타난 누군가는 섞여있는 붉은색이 인상적인 여인이였다.
"..."
아. 뻔히 기억하고 있었겠지. 정확히 65년하고도 94일 전에 처음 만났던 그녀를 말야. 무려 생명의 은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그녀였다. 반가웠을까? 글쎄, 그랬더라면 첫 환영식때에 그녀를 아는 체 하지 않았으려나. 미세하게 눈을 깜박이는 것을 시작으로, 천천히 거동을 옮겼다.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어 등을 보인다.
이 자는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구나. 령은 그 생각이 들어 조금 씁쓸해졌다. 그래. 이 사람은... 이 신은... 다른 이들을 모두 신으로 보고 숭배하고 있었지. 그 감정이 과연 바람직할까? 올바른 것일까? 자신이 감히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되었다. 령은 그리 생각하면서 애써 상념을 떨쳐내려고 했다.
리스의 눈동자는 색이 달랐다. 령은 리스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그 멍한 눈동자에는 놀라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령은 자신이 혹여 이 자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본다. 잘못된 게 하나라도 있다면 이 작은 신은 울상을 지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는 안된다. 령은 자신의 행동을 꼼꼼히 복기해본다. 아무것도 잘못된 게 없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것입니까?
아아, 자신이 잘못 생각한 거였다. 령은 리스가 입을 열고나서 그걸 깨우쳐냈다. 리스는 마음이 상한 게 아니라 기쁜 것이었다. 그렇구나. 앞으로 자주 눈을 맞춰줘야겠네. 령은 자신이 한 행동이 잘못된 행동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안도한다.
"기쁘다니 다행이군요. 혹여 제가 취한 행동이 당신에게 실례되었을까봐 노심초사 했답니다."
령은 빙긋 웃었다. 다시 그 예의 친근감 어린 미소가 나타났다. 령이 눈꼬리를 휘었다. 동시에 검은 눈동자가 자취를 감췄다가 나타났다. 정말로 감사하다라... 자신은 해준 것도 없는데 이 수인 신은 그것마저도 감사함을 느끼는구나. 령은 문득 자신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움찔움찔 움직이는 손가락에서는 따뜻한 온기가 가득 새어나왔다
"미리내가 비록 춥기는 하지만 새하얀 눈과 아름다운 별은 감상할 만하답니다. 물론이지요. 흑조의 깃털이 낭자한 곳으로 찾아오세요. 그곳에 제가 있을 것입니다."
령은 기품있는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아, 그나저나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는가? 슬슬 미리내로 돌아가봐야 했다. 령은 입을 열었다.
"아쉽게도... 저는 슬슬 가봐야 할 것 같군요. 미리내로 돌아갈 때가 다가와서 말이죠. 리스, 당신과 만나서 매우 즐거웠어요."
령 님은 비록 오늘 처음 만나뵈었던 신 님이셨지만, 그럼에도 령 님에 대해서 아주아주 조금 쯤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령 님께서는 무척이나 다정하고 상냥하신 신 님이시라는 것.
직접 무릎을 굽혀 자신과 눈높이를 맞춰주시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손을 살짝 잡아주시는 것만으로도, 령 님의 따스한 마음이 가득히 묻어나와 자신의 마음 속을 순수한 기쁨과 존경심으로 가득히 채워주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 행복하게. 그러나 자신 특유의 멍한 분위기는 그 기쁨에 솔직하게 마구 방방 뛰는 분위기로 바뀌지는 못 했다. 물론 예전의 자신이었다면 그랬었겠지만, 지금은...
상념을 떨쳐내며, 령 님의 말씀에 황급히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저었다.
"아닙니다...! 실례라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에게는 너무 과분한 영광인 걸요."
드물게 대답이 곧바로 나왔다. 물론 헤실헤실, 마냥 령 님을 신뢰한다는 호의 가득한 미소는 여전했지만.
그러다 이어서 들려오는 령 님의 말씀과 기품 가득한 허락에, 이미 피어있던 미소가 더욱 기쁘게 살짝 피어났다. 비록 령 님께서는 곧 아쉬운 기색을 보이시며 작별의 말씀을 주셨지만, 그 다음을 기약해주시는 말씀만으로도 자신은 그저 행복했다. '다음'이 있다는 것. 다시 재회가 있다는 것. 그것은 희망이자, 살아가는 신비였으니. 그렇기에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부드럽게 입술을 열었다.
"...그렇군요. 미리내 역시도 무척 아름다운 곳이군요. 그렇다면 다음에 꼭 령 님을 찾아가겠습니다. 흑조의 깃털이 낭자한 곳, 반드시 기억할게요. ...저도 령 님을 만나뵈어 이렇게 대화를 나누게 되어서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부디, 다음에 또 령 님을 만나뵐 수 있기를 바래요."
따스함이 피어올랐다. 벚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지는 것은 한 눈동자로밖에 볼 수 없었지만, 령 님의 방울과 그 딸랑거림은 두 눈동자와 두 귀로 소중히 간직하면서. 령 님과의 짧디 짧은 만남의 끝에 새겨진 것은, 새로운 행복감이었다.
/ 이렇게 막레를 드리겠습니다! 함께 일상 돌려주셔서 감사해요, 령주! 수고 많으셨습니다! 령이 너무 아름답고 예뻐요...!ㅠㅠㅠㅠ 마음씨도 따뜻해...!ㅠㅠㅠ(야광봉)
>>67 ㅋㅋㅋㅋㅋㅋ 어엌ㅋㅋㅋㅋㅋㅋ 리스가 너무 귀여워요!! 그리고 아니요. 은호 님도 당연히 적용이 됩니다. 이후에 등장하게 될 새로운 NPC 백호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그냥 이런이런 AU를 다음에 하고 싶어요...! 라고 한다면 그것도 됩니다! 말 그대로 소원권이에요!
그닥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본디 입력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더 힘들었던 머리였지. 별 수 없이 기억에 남겨두게 되었지만, 떠올리지만 않으면 되려니. 그러나 지금 그때와 관련이 있던 여인과 마주친 것을 기점으로 떠올리게 될 수 밖에 없었다.
말을 걸어오는 소리에 그의 발걸음이 멈춘다. 더 이상의 몰라보는 척도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세하게 한숨을 쉬며 그녀를 향해 다시 발걸음을 돌려내었다. 체구보다 더 넉넉한 두루마기가 그 움직임에 따라 너울거렸다. 그 무거운 입을 떼어 여인 앞에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다.
"...기억하지 못하길 바랬지만, 오랜만이야."
본심부터 말하는 것은 어디서 배운 무례한 말버릇인건지. 축하한다라, 그 첫 환영식 때에 그녀도 설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인가. 고마워, 온화하게 축하하는 말에 간단히 감사를 전하였다.
능청스래 이름을 물어보는 여인, 너울 너머에서도 선명한 녹색의 눈과 마주쳤다. 말과 말 사이 잠시 텀을 두었다, 고요하고 어딘가 억양이 부족한 목소리로 이름을 입에 담아내었다.
"...세설."
조용히 잘게 흩날리는 눈. 그 당시였다면 그닥 어울리지는 않는 이름이였지만, 지금은 그 이름에 걸맞은 신이 되었을까?
낙낙한 두루마리가 움직임에 따라서 너울거리는 것에 곰방대를 너울 속의 입가에 가져다대고 불도 붙히지 않은 그것을 가만히 입술로 물었다. 무채색의, 신. 처음으로 듣는 목소리에 후후 하는 나긋한 웃음을 흘리면서 한발짝 상대와 거리를 좁히고는 곱게 눈을 휘어 미소를 지었다.
기억하지 못하길 바랬다, 라.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자신은 자신의 신통력으로 구해낸 이들에 대한 것은 잘 기억하는 편이였다. 꽃 한송이, 나무 한그루. 그리고ㅡ 신까지.
"드디어 목소리를 듣는군요. 네, 60여년 만이던가요? 목걸이 하나 달랑 남겨놓고 훌쩍 떠나서 얼마나 아쉬웠는데."
축하한다는 말에 고맙다는 담백한 말이 떨어지자 곰방대의 끝으로 입가를 톡톡 건드리면서 말끝에 온화하고 나긋한 웃음을 흘렸다. 천만에요. 검은색의 한복 치맛자락을 들어서 인사를 해보인 뒤 가느다란 눈매를 한껏 접어서 미소를 띄운다.
어딘지 아쉬웠단 기색이 느껴지는 처음의 말과는 다르게 소복하게 쌓인 벚꽃잎을 밟고 있는 맨발은 가벼이 움직여서 좁혔던 거리를 살그머니 벌리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휘어진 눈매는 그대로였고 불투명한 너울이 따스한 바람에 흔들린다.
"세설.. 좋은 이름이네. 60여년만에 주고 받는 통성명이라니 재밌구나. 그래도 다시 만나 몹시 반가워."
하오리를 한손으로 추스르고 곰방대를 쥐고 있던 손을 뻗어서 세설의 머리에 손을 대려한다. 혹 그동안 아프진 않았니? 묻는 목소리가 무척이나 다정하기 짝이 없었다.
명도를 쏙 빼닮은 거울 속에 저가 있음에 바라보았다. 수수하기 그지없는 외모와 마주한 채, 지난 일을 그 면에 비추어보았다.
그래, 분명 신내림을 받는다 하였지.
*ㅡ
신이 들러붙는 일이더라도 그것이 무엇인가, 다름 아니라 온세상을 살피는 神을 모셔 무당 스스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과거 인간이 청동을 전신에 두른 자를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채 우러러 바라본 적부터 하여, 마침내 현재까지의 길고 긴 세월을 되짚어보았을 때 언제나 그 모습은 무희 같이 화려하여서 오색찬란한 차림새는 가히 허락되었다. 의문 하나 없이 이어져 온 일이며 항상 그러기 마련이었으니 그 아이의 의식 또한 응당 화려해야 하였다. 반드시 화려해야만 하였지.
자신의 겉모습이 오죽이나 간소한지는 익히 잘 알고 있었다. 처음 신으로 거듭난 뒤로부터 죽 이어진 오래된 모습은 그런 동시에 가장 익숙한 모습이기도 한 것이었지마는, 역시 지나간 시간이 길기만 하였다. 다르게 말해 낡은 모습이다. 지금껏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왔지만서도, 기어이 멀기만 하였던 때가 끝내 목전에 다가서니 생각이 바뀌어버렸다. 그것이라 함은, 낡은 것은 금방 새 것으로 바꾸어내어야지 마땅한 것이 아니겠는가 싶은 고요한 변화였다. 순전히 한 아이만을 위한 사고가 끝에 들어 결심하게끔 만들었다. 지당한 일이다. 고매한 가락 속에서 아름다이 춤추어야 하지 않겠는가.
산듯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흐트려 놓음에도 거추장스레 여기지 않고 하늘을 우러렀다. 구름 한 점 없고 그 자리에 새하얀 빛이 가득한 무구한 자연의 풍경이었다 일러야 맞았다. 무엇과 비슷이 여겨진다 싶었더니, 그 아이 또한 고상한 순백에 가까운 순결함을 갖추고 있지 않았던가. 그래, 고와지려거든 알고 있던 순수함과 비슷한 느낌이 없잖은 이곳에서 이루어야 하겠다고 여겼다. 다른 것을 얻기 위하여 본래의 것을 버리려거든 이런 곳에서 해야지.
더없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ㅡ*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있다. 익힌 옛것을 미루어 새로운 것을 알으라고, 그것은 아마 옛것을 지킨 채 곧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라는 뜻 또한 되지 않겠는가.
몇몇을 제외하고선 전부 과거의 것 그대로였다. 장식으로 매만지어져서 허리 언저리까지 길어졌더라도 결 고운 머리카락은 흑색 그대로였고, 가느다래진 눈썹 아래 색 또렷하고 다채로워진 느낌도 없잖아진 눈이어도 그것은 여전히 녹색이었고, 아름다운 문양이 수놓여지거나 하여 적잖이 꾸며진 옷이지마는 예로부터 내려온 전통을 유지한 동방의 생김새가 그대로였다.
동방의 땅과 서방의 땅에서 사악한 그 이름을 날렸던 악신이 있었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영원한 불멸을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그 신의 이름은 이 오랜 시간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존재했다. 한 때는 악마의 모습으로, 한 때는 흡혈귀의 모습으로, 한 때는 새카맣게 물든 숲을 관장하는 숲의 신으로.
"이제 무섭지 않아..."
"더 이상 무섭지 않아..."
고양이의 울음소리.
"왜 사람들을 괴롭히는거야? 너는 신이라면서."
그 날은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그 날도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처음이었지. 자신에게 그런 말을 무던히 내뱉을 수 있었던 인간은.
딱딱한 관처럼 생긴 침대위에 눕혀져있던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것은 한 순간의 스쳐지나가는 꿈.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버린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약 150년 전... 나는 한 무리를 이끄는 '알파'로서 주변을 정찰하고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방심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매번 다니던 그 길목에서 나무 뿌리에 발이 걸려, 그만 나는 골짜기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말 그대로 데굴데굴, 가차없이 온 몸을 암벽에 부딪치며, 높은 곳에서 바위 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온 몸이 아프고,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고, 몸 내부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숨 쉬기도 힘들어지고, 시야가 희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의 기억은 보통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아아. 죽는 것은 그런 것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공포에 떨었다. 죽을 수는 없었다고 생각하면서 몸을 부르르 떨면서 다시 일어서려고 했지만,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ㅡ제발...움직여줘. ...무리에게 가야... 무리에게 가야만 해...
그렇게 소리를 내면서 움직이려고 해도, 이미 부서진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아마 그대로 있었으면 내 목숨은 끊어졌을 것이고, 나는 다른 들짐승들의 먹이가 되어 사라졌겠지. 그리고 내 무리의 늑대들은 나를 찾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였을 것이다. 아마 좋은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겠지.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기적을 보았다.
ㅡ...운이 좋았도다. 너는. 무리를 위해서 살고 싶은 것이냐?
ㅡ...누구?
ㅡ나 말이더냐? 나는 은호. 너를 살릴 신이니라.
그때의 일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15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나를 살린 은호님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만약 그 분이 없었다면 나는 필시 거기서 죽었을 것이다. 사실 죽는 것은 운명이기에, 자연에 사는 이들의 운명이기에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내가 이끄는 무리..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나의 동족들이 걱정할 것이 제일 걱정이었다. 은호님은 나에게 힘을 주어, 나를 신으로서 부활시켜주었고, 내가 다시 무리에게 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ㅡ형님...? 떠나시는 겁니까?
ㅡ그래. 나는 내 은인인 그 분을 모시기로 했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알파는 너다.
ㅡ안됩니다! 형님! 제가 어떻게 형님을 대신해서...!!
ㅡ너는 나와 같은 피가 흐르는 늑대다! 두려워하지 말고 무리를 이끌어서 새로운 알파로 자리 잡아라! 이미 순수한 늑대가 아니라, 신이 되어버린 내가 '알파'로서 설 순 없는 법이다! 지금부터 네가 모두를 지키는 거다! 어머니도, 친구들도, 동족들도..! 전부 네가 지키는거다! 알겠나?!
150년 전. 나는 내 남동생에게 알파의 자리를 물려주었고 이 라온하제로 왔다. 물론 그때는 라온하제가 아니었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리를 저버리진 않았다. 간간히 이곳에서 내 동생과 그 무리를 바라보면서 위험할 땐 직접 내려가서 내가 가지고 있는 이 힘으로 돕기도 했고, 내 동생의 피를 이은 새끼들이 위험할 때는 바람과 함께 등장해서 위협한 이의 목덜미를 물어뜯어버리기도 했으며, 내 동생의 자리를 위협하는 이에게 나타나서 경고를 하기도 하였다.
시간이 지나 이제 더 이상 내 동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늑대의 삶은 그렇게 길지 않다. 하지만 그 핏줄은 쭉 이어지고 이어지고 있다. 내 동생의 피를 이은 후손은 새로운 알파가 되어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있다. 나는 간간히 그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들이 위험할 때, 바람처럼 나타나 그들을 도와주고 바람처럼 사라져버린다.
"...신이 되어버린 나이기에, 알파가 되어 너희를 이끌 순 없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책임은 다 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동생아. 나의 친구야. 나의 동족들아."
하늘에 뜬 달을 바라보며, 나는 150년 전, 그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렇게 말을 해도 돌아오는 것은 그저 조용한 바람소리 뿐이다. 하지만...그럼에도 나는 쭈욱 지켜나갈 생각이다. 내 동생의 피를 이은, 내 친구의 피를 이은, 내 동족들의 피를 이은 무리들이 번성할 수 있도록...
목걸이, 그런 것을 남기고 왔었다. 그때 가지고 있는 것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시절부터 목에 걸고 있던 그것뿐이였으니. 한때는 신이라는 증거인 구슬도 장식으로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투박한 옥구슬이 꿰어져있는 목걸이에 지나지 않았었나. 아직도 그걸 가지고 있는거야? 중얼거리는 듯한 물음 뒤에는 더욱 선명한 말이 꺼내진다.
"그 정도면 충분할거라 생각했겠지."
세세한 것들은 제법 변했으리라 생각한다. 무려 6번의 강산이 변하고 반 쯤은 더 변해가는 시간이다. 물론 영겁과 가까운 시간을 살아가는 신에게는 그런 시간이 별 의미는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시절과 비교하여 그닥 변하지 않은 것은 특유의 불친절함이였을 것이였다.
일부러라는 듯이 옆으로 고개를 비뚜룸히 기울여 손길을 피하였다. 나름대로의 복합적인 이유가 섞여있는 행동이였지만, 딱히 그 행동에 대하여 구구절절히 변명을 할 생각은 없어뵌다. 다정하게 안부를 묻는 말에도 가벼히 뭉게버리고 역으로 물어보는 것은.
"여긴 어쩐 일로 찾아온거지?"
미리내에서 건너온 이가 다솜의 거주자에게 건낸 질문이라기엔, 다소 어색한 물음이였다. 설은 너울 너머의 온화한 미소를 빤히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여기 숲까지는 어인 일이야?
너에게는 별거 아니라고 해도 나에게는 별거가 아니였거든. 중얼거리는 말에 대꾸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온화했다.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는 손을 피하는 설의 행동에도 온화하고 다정한 기색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고 있었다. 그것에 상처를 받고 뾰로통한 기색을 보이기에는 신으로 보내온 시간이 길고 태생이 온화한 성품이라 변함없는 상대의 불친절함과 변명 한마디 하지 않는 모습에 그저 손을 거둬서 곰방대를 살짝 돌려서 너울 속의 입가에 가져다대곤 톡톡 두드렸다.
"미리내의 관리자가 다솜에 살고 있는 신에게 묻기에는 어색하지 않아? 그래도 어쩐 일이냐고 묻는다면."
고운 벚꽃잎을 거두어 찻잎이라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미소를 빤하게 응시하는 설의 시선에 가느다란 눈매를 여전히 곱게 휘어보이며 다정하고 온화한 기색이 드러나는 목소리로 조근조근하게 대답했다. 다솜에 살고 있는 신에게 어째서 숲에 왔냐고 묻는다니. 그만큼 의미없는 질문이 어디 있는지.
그렇다면 가챠다!!!농장겜이 아니라 가챠로 하는 거라면!!! 가챠로 하는 ccg라면!!!!
캐릭터는 등장하는가? .dice 1 7. = 1 1. 문논. 하지만 2성이다. 2. 상품가치가 없다면 실장도 없는법!!! 3. 4성이상의 금테 캐릭터! 4. 기대되는 5성!!!! 5. 무려 한정캐릭터! 6. 누누히 말하지만 상품가치가 없다면... 7. 실장예정이지만 데이터는 없다.
나온다면 성능은? .dice 1 6. = 4 1. 무엇을 숨기랴 애정이 없다면 못키운다! 2. 중하위권이지만 아예 못쓰는 건 아니다 3. 평-타 4. 중상위권. 하지만 쓸데가 적다. 5. 누구나 인정하는 사기캐. HOXY 당신은 없찐...? 6. 초반에만 좋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쓰기 어려워진다. 평-타
>>394 앗, 요령주께서도 저 노래 아시는 군요!ㅎㅎㅎㅎ 저도 저 노래 정말 좋아해요! 임형주 씨 버전도 좋아하고, MC 스나이퍼 버전도 좋아하는데 목소리는 저 영상 속 목소리가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아서...ㅎㅎㅎ 앗, 요령주 슬슬 주무실 생각이시군요! 미리 안녕히 주무세요, 요령주! :)
>>396 앗...레주...(흐릿)(토닥토닥) 그, 그래요! 낮엔 더워서 머리도 안 돌아가는 게 맞는 거예요!(끄덕) 아직 공부 중이신가요? 레주, 고생이 많으세요...ㅠㅠㅠ 부디 화이팅입니다...!
찻잎으로 만든다라, 벚 자체는 아름다웠으나 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라 과연 어떻게 만들지도 궁금하였지. 아, 이건 순수히 카페를 운영하는 신으로서의 호기심이였다. 벚꽃맛이라는 것도 실은 딸기향이나 복숭아 향을 첨가하는 경우가 많았었고...
되돌려받은 질문에 답을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여 순간적으로 눈썹이 치켜 올라가긴 하였지만... 다정하고 온화한 기색이 여전한 얼굴을 보고 금세 누그러진듯 하였다. 요령이란 여인은 그러하였다. 첫 만남에서도, 그리고 현재에 와서도 여전히 알아볼 수 있는,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을 듯한 온후함. 그저 단편적인 모습을 본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너울 너머 표정에 신경을 두면서, 순순히 목적을 말하였다.
"...버찌 따러. 잼이랑 술 담궈야지."
그런 것 치고는 오랜동안 벚꽃에 신경을 빼앗겨 있던 것 같다마는. 하늘에서 눈 대신에 따뜻한 색채의 꽃잎이 떨어지는 풍경을 보는 것이 너무 오래된 일이라서 그랬던 것이라 하겠다. 딱히 싫어하는 것도 아니였지만 다솜에 오는 일도 별로 없었지 아마. 다시 떨어지는 벚꽃잎 하나에 시선을 빼앗겼다가, 땅에 떨어짐과 동시에 무언가 말을 꺼내었다.
"... 지금은 미리내에서 카페를 열었으니까... 시기는 제법 오래되었지만."
직접적으로 나서서 말하는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본디 사람이 많이 오면 수익이 많이 나는 구조긴 했지만, 설은 카페가 붐비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기에. 뭐... 요령에게는 나름대로의 특별대우를 하는거라 해두겠다. 배푼 은혜에 비해서는 사소하고도 퉁명스럽기까지 느껴졌지만. 곧바로 이어 말하였다.
>>438 ...네...?(동공대지진) 리스의 신념과 신념이 부딪히게 되는 걸까요...?(흐릿) 그리고 극장판 시나리오의 그 ???에게 리스의 분노는 예약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 없군요.ㅋㅋㅋㅋㅋ 모든 것을 사랑하고픈 리스가 분노하는 유일한 존재가 될 지도 모를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나쁜 존재이길래...ㅋㅋㅋㅋ
>>443 ......(동공대지진) 으음...으음... 아까 풀렸던 그 정보와도 연결이 되는 걸까요? 누리야...ㅠㅠㅠ(안쓰러움) 누리가 앞으로는 행복한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은호 님이랑 가온이는 충격이네요. 약간 제 안에서의 이미지가 바뀌어버렸어...(흐릿)
>>444 후후후...하이하이에요! 세설주! 떡밥은 떡밥이지만... 떡밥이 아닐 수도 있고, 떡밥일 수도 있고...
>>445 그 정보와도 조금 연결이 됩니다. 누리는 지금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 가온이의 보호를 받고 은호의 사랑을 받으면서요! 그리고 그 둘이 그랬던 이유는...언젠간 밝혀진다고 합니다. 언젠간... 참고로 누리는 그것에 대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460 아닠ㅋㅋㅋㅋㅋ 밤프가 은호 님한테 깐족깐족거리는 거 왜 이렇게 귀엽죠?!ㅋㅋㅋㅋ 그런데 밤프의 본명도 리스에게는 충격인 건가요...?!(동공대지진) 아아... 밤프야...ㅠㅠㅠㅠ 그, 그래도 리스는 밤프 선생님을 믿을 거예요...! 왠지 밤프의 본명이 더 궁금해졌네요.ㅎㅎㅎ 과연 무엇이려나요?
(컴이랑 사이트가 말을 안 들어서 -들을 존재도 아니지만- 분노와 화병날 것 같은 기분을 격하게 느끼는 중이라 카더라) (아니 와이파이가 왜이리 엉망인가...) (나도 셀피 좀 만들자!) (포기함)(50분동안 안 뜨면 그건 어쩔 수 없..)(아 모바일 핫스팟으로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그런가..)
토마토의 개발을 위해 아라지역이 잠시 발을 내딛었던 그가 누군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고양이 신이 밤프를 보며 노발대발 잔뜩 화난듯한 표정을 짓고서 그를 향해 삿대질을 하고있던 것이었지.
"음? 나 말하는건가?"
자신을 가르키며 그가 되물었다. 그러자 그 고양이는 믿을 수 없다는듯이 자신의 가슴을 툭툭치며 말을 이었다.
"당연하다냥! 너 같은 위험한 녀석을 이 곳에 들이다냥! 정말로 믿을 수가 없냥!"
위험한 녀석, 그는 처음에 그 고양이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짜고짜 위험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니 그에게 있어선 난데없이 들이닥친 마른하늘의 날벼락과도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러다가도 온갖 끼워맞추기를 통해서 자신의 어떠한 점시 위험한지 어림짐작해본 그는 손가락을 튕기며 확신한다는듯한 말투로 말을 내뱉었다.
"아, 이 땅을 토마토밭으로 만들어버릴까 두려운거였나. 안심해라, 그런 일은 없을테니! 카카카캇! 나는 그 정도로 욕심쟁이가 아니라고!"
"......"
고양이의 시선은 이미 두려움을 넘어선 경멸의 경지에 다다랐다. 밤프는 그런 고양이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혼자서 이상한 웃음소리나 잔뜩 흘리다가 그 고양이를 뒤로한채 앞으로 나아갔다.
"......"
어느정도 멀어졌을까, 주변의 인적이 드문것을 확인한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주눅들어있다거나 죄책감을 느끼는듯한 그런 표정이 아닌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듯한 표정이었다. 하늘도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이내 먹구름이 낀 하늘에서 비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손바닥을 위로 한 채 정도를 가늠하였다. 새하얀 손바닥 위로 굵은 빗방울이 투두둑 떨어진다. 이내 살짝이 옆으로 기울이며 아래로 떨어뜨리고선 눈앞에 가까이 했다.
"굵기도 하지. 소나기인가."
본디 비는 싫어하지 않았다. 마루를 의미없이 밟으며 돌아다니다가 걸음을 나서기로 하였던 것도 그 이유에 있었으나, 비에 폭삭 젖은 쥐새끼 꼴은 피하고 싶었기에 어딘가에 끼워넣은 우산을 쓰고 가기로 하였다. 공기가 감싸지듯 울리는 소리와 함께 검은 우산이 펴지고, 넓은 면을 위로 하였다. 나막신 소리를 달그락달그락 내다보면 물웅덩이와 마주해 피하지 않고 냅다 밟아도 본다. 첨벙. 그 시원함이 좋았던 것이다. 마치 폭포 속으로 들어간 듯한 착각과 함께,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처럼 개운하였다. 하늘이 조금 우중충할 뿐이지. 우산을 뒤로 젖히고 잠깐 먹구름을 쳐다보면서도 표정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정처도 없이, 얼마나 걸었을까. 눈치채고 보면 조금 인적이-신적이라고 해야 옳을까?-없다시피 한 곳에 다다라 있었다. 아니, 완전히 없진 않았지. 당장 저 앞 약간 떨어진 곳에 어느 박쥐 신이 우산도 없이 비를 향해 손을 뻗고 있지 않은가......잠깐, 박쥐신이라니.
"...아."
그래, 그랬었지. 썩 분위기가 닮은 어느 악신이 기억속에 있었기에 항상 의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 박쥐 신이었다. 잠깐 함구한 채 눈매를 이지러뜨리며 미묘한 표정을 짓다가 끝내 그쪽으로 발길을 돌리었다. 우산이 없지 않은가. 관리자로서 방문자에게 우산 하나쯤 못 줄 것이야 없지. 아니, 그닥 호의는 아니다. 규태여 따지자면 부정적인 측의 연민에 가깝다.
"야, 거기."
말이 곰살궂진 못하였다. 아무튼 그러니까...눈을 잠시 감으며 무엇이라 운을 뗄까, 싶다가 다시 뜨고선.
Q. 앵화영장은 놀라고 만든 겁니까? A. 반은 맞습니다. 일단 앵화영장이 그렇게까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느끼면서 아사는 앵화영장 한가운데에 거대한 유니콘 튜브보트 위에는 벚꽃빵이랑 벚꽃엑기스와 신과로 만든 에이드랑 탕후루를 올려두고 자신은 끝도 없이 펼쳐진 것 같은 벚꽃잎 위에 떠 있었습니다. 마치 벚꽃잎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 같이. 모자 위의 천은 길게 늘어지고 늘어져서 앵화영장 바깥에까지 늘어진 듯한 느낌이고(실제로는 아니지만) 바닥에 선다고 해도 발이 닿기는 할까요?
"전설이 내려온답니다. 아주 오래된..." 그것을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마치 노이즈가 낀 듯 지글거리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붉은색이라는 것에서 떠올렸다는 듯 아. 합니다.
"아예 다양한 꽃을 다 넣은 화영장도 만들까..." 꽃길을 만드는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한가로이 떠 있었습니다. 흘러가다 보면 벚나무에 닿을지도 모르지요..? 날개가 살짝 휘저어져 마치 물에 뜬 새의 물 속 다리처럼 휘저어져서 살짝 이동하게 하던가요..
근데. 눈 감고 미동도 없으면 누가 사건현장이다. 라고 농담처럼 말할.. 아. 짧은 바보털이랑 긴 바보털이 움직이는구나.
오늘의 정보, 다솜에는 수영장이 생긴 모양이다. 그것도 벚꽃을 보면서 놀 수 있다던가? 솔직히 벚꽃을 보면서 하는거라면 꽃놀이를 즐기면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정도였지만... 새로운건 언제나 좋지! 거기에 무엇보다 미리내보다 먼저 관광명소가 생긴건 두고보지 못할 일이지! 그러고보니 저번에 아사가 관리인이 됬었나... 응, 아는사람의 특권으로 무료로 해달라고 하자.
그렇게 미리내에서 소식을 듣고 여기까지 오는데에 1분, 그리고 물어물어 여기까지 찾아오는데에 10분... 대충 생각나는 곳으로 이동한 것 치고는 의외로 목적지에 가까운 곳에 도착했고 들어가는 것도 어렵지는 않았다.
"역시 삽은 못들고 들어가겠지..."
들고온 삽을 대충 집으로 보내놓고 느긋하게 입장했다. 생각보다 좋은 퀄리티에 마치 고향집이 생각나는 풍경이 조금 섞여있었지만... 역시 봄에 수영장은 오픈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땅의 영향인지 평소에 놀 수 있을만한 넓은곳은 대형온천정도밖에 없었다. 그런점에서 여기는 조금 괜찮아 보였다. 구태여 말하자면 인간들이 만든 워터파크같은 느낌? 물론 다른점은 있었다. 수영장이라고 들었지만 들어차있는건 전부 벚꽃잎이었다. 역시 소문은 믿을만한게 못된다니까... 아니 반은 맞은건가? 어찌되건 수영장을 개조한 느낌이니... 뭐 반은 맞겠지.
"호오... 생각보다는 괜찮은데!!!"
이미 선객이 있었던건지 중앙에는 익숙한 유니콘모양 튜브가 떠있었다. 그 위에는 간단한 간식까지... 생각보다 훨씬 휴양지였던 모양이다. 조금 시선을 돌리니 무언가의 시체가 보였다. 시체? ...?! 살신현장인건가?!
"야!! 거기!!! 살아있어?!!!"
다급하게 소리치며 그 물에 떠있는 시체를 향해 뛰어들었다. 멀리서 볼때는 몰랐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꽤 익숙한 얼굴인것같기도 한데... 이거 아사아니야? 아니 아무리 간이 커도 관리자를 살해하는 정신이 이상한놈이 있을리ㄱ... 뭔가 움직였다. 더 정확히는 흔들렸다고 보는게 맞겠지. 머리위에 달린 그거. 흔히 말하길 바보털이라 부르는 그것이 바람에 흔들린것 같았다. ...정정해야겠네. 확실히 움직이고 있잖아 이거. 아무리봐도 살아있잖아.
"뭐야... 간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급격하게 긴장이 풀려서 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점점 아래쪽으로 들어가게 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뭐 그부분은 신통력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무슨 생각을 그리 하길래 비가 오는데도 비를 피하려고 조차도 하지 않는건가. 미묘하게 찡그린 표정으로 손바닥을 타고 내려가는 빗방울을 바라보았다.
- 야, 거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곱지는 못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듯한 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 너는 바보같이 우산도 없냐?
아, 이번에도 들려왔다. 검은 우산을 쓴 채 녹색의 두 눈동자와 작은 체구가 눈에 띄는 작은 소녀의 모습에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모습에 그는 작은 소녀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턱을 짚었다. 검은색과 붉은색의 두 눈동자가 두어 번 깜빡였고 그는 이내 피식 웃음을 흘리며 팔을 휘둘렀다.
"카캇, 우산이라. 가끔씩은 이런 비를 맞는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그가 팔을 휘두르는것에 맞춰 그의 옷이 망토가 되어 흐물흐물 거리는 모습으로 휘날렸고, 이내 액체 처럼 흐물거리던 것들이 모여 동그란 우산의 모습을 한 채 그의 머리위에 씌워졌다.
타닥, 타닥.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억해보면 그 때도 비가 내리는 날이었지.
"너는 분명히, 이 아라의 관리자인 사우라고 했던가. 이 몸은 밤프다!"
부정적인 생각과는 별개로 그는 당당히 자기소개를 하며 양 팔을 쭉 펼쳐올렸다. 그러자 그의 옷이 펄럭였고, 비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굵은 소나기는 짧은 시간이었지만서도 그칠 생각을 하지않는듯 더욱 세게 쏟아부었던 것이다.
"으음, 이건 곤란하군. 이렇게 계속 쏟아진다면 옷이 다 젖게될테니 말이야. 어디 비를 피할 곳이라도 알려 줄 수 있나?"
큰 바보털 그거 꼭 붙잡아 뽑고 싶게 마구 움직일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만 그거 뽑으면 어딘가의 모 기사왕처럼 흑화할지도(※악신화 아닙니다, 사악해지는 거 아닙니다. 농담입니다) 마구 흔들리는 바보털이 조금 멈출 때. 아사가 눈을 뜨고는 가라앉으려는 스미레의 머리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홍해의 기적은 조금 그런데에.." 벚꽃잎을 갈라지게 하자..? 라고 고개를 갸읏거리며 바로 서서는 스미레를 둥실둥실 띄우려고 시도합니다. 빤히 스미레의 얼굴을 쳐다보는 아사의 눈은 아무 감정도 없다는 듯 평소같았지요. 사실 의외로 깊기는 한데. 그래도 벚꽃잎이라 숨을 못쉬거나 그렇진 않다나요. 그리고 신통술을 사용하면 벚꽃잎이 있지만 투명하게 하늘을 볼 수 있을지도.
"미요시양.미요시씨. 긴장 풀리면 벚꽃잎에 질식사할지도 몰라." 라고 말하면서 벚꽃 에이드를 입이랑 코에 부어야 할까. 라고 고민합니다. 잠깐만. 그거 익사..아니 탄산사시키려 하는 것인가..?
둥실 하고 힘이 빠졌던 몸에서 미묘한 외부의 힘이 느껴졌다. 빠져서 질식 할지도 모르는 순간에 누군가가 구해준 걸 보면… 아사겠구나. 애초에 다른 신은 보지도 못했으니까 말이야.
“이게 뭐… 오아아어아아아”
아사의 신통력인건지 가라앉기 시작했던 몸이 점점 떠오르기 시작했다. 으… 역시 이런 감각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니까. 역시 코요테는 땅을 밟고 살아야해. 그때의 기억이 없기야 하지만… 뭐 신이 된 이후로도 입욕할 때 말고는 땅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으니 더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네. 뭐 비행기정도라면 탈 수 있겠지만!!!
“너무 딱딱한 건 조금 그러니까 그냥 스미레로 불러. 우리끼리 그렇게 격 차릴 사이도 아니잖아?”
얼굴과 귀에 붙어 나온 벚꽃잎을 털어내면서 가볍게 기침을 했다. 다행히도 벚꽃잎이 기도를 침식하는… 최악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은 모양이다. 다행이야. 아직 온천을 오픈도 못하고 죽을 수는 없잖아!! 모처럼 엄청나게 깊이 파냈는데 말이지!!! 역시 시추기따위로는 신의 손을 못이기는 법이야!!
“소문 때문에 와봤더니… 딱히 장사를 하지는 않는거야? 잘만 하면 관광 수익은 엄청나게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아까 전에 했던 홍해의 기적은 또 뭐야. 뭐가 되는거지. 갈라지는건 벚꽃잎만 그런거겠지…? 응, 아사가 그 정도도 못하지는 않으니까 안심은 되지만 엄청나게 유능하고 천재적이고 실천적인 내가 여기서 죽는다면 전 세계적인 손실이니까 말이야! 응, 공포에 대비해야 한다 이거야.
턱을 짚으며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것은 이쪽에 대해 의문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러하다면 외려 더 확신할 수 있다. 여태껏 동일신일지 모르겠다 의심하였는데, 정말일지도 다른 사실일지도 몰라도 어느 모로든 연관점이 존재할 것이다. 과거 마주하였던 악마나 다름없었던 악신, 고위신의 손에 처치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진상을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으므로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실제로 분위기며 목소리 따위가 절묘하리만치 닮은 신이 바로 목전에 있고 게에 박쥐이기까지 하는데, 어찌 연관이 없다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가 눈을 몇 차례 깜박이더니 이내 웃음을 흘리며 팔을 휘두른다. 옷이 일렁이더니 액체처럼 떨어져나가 머리 위에서 우산의 형태를 띠었다. 의복을 신통술로 자유로이 조작한다라, 갈아 입는 데 외에는 제대로 이용해본 적이 없어 조금은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언젠가 저 또한 저런 식으로 활용할 일이 생길까 하며. 특이한 웃음소리와 함께 건네져오는 견해에는 "나쁘다고 한 적은 없다"라고 눈썹에 힘을 준 채 은근한 실소를 흘리며 대꾸하였다.
"모르던 사이에 유명인사가 되어버렸네. 영광이야."
말하는 새에 밤프, 라는 이름을 속내로 곱씹다가 이내 그 악신의 이름을 몰랐다는 사실을 새삼 눈치채었다. 파이라고 하는 동생을 마주하면서 물을 생각을 도통 않았는가보다. 한쪽 눈매를 찌푸리다가 곧바로 그 통성명에도 대답을 돌려주었다. 밤프, 알겠어.
옷자락이 거칠게 나부꼈다. 어느새 비바람이 거세진 것이다. 소나기는 짧은 듯하면서도 실제 그 속에 있으면 마냥 길게만 느껴지기 일쑤였다. 문득 시선을 올리다가 오, 그러는 태평한 감탄사를 흘리며 우산대를 어깨에 걸치다가 곤란하다는 말이 들려와서 다시 녹안을 그쪽에 향했다.
"곤란하긴 무슨, 시원하기만 한데!"
하! 거리는 웃음을 짤막하게 내뱉으면서 부린 것은 심술과도 비슷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내 무표정히, 이번에는 똑바로 말을 이었다.
"비를 피할 곳이야 많지. 먹을 것 또한 존재하는 곳을 찾는다면 따라오지그래?"
비 뚫는 산책은 이쯤으로 해야겠다. 생각하는 동시 기세 좋게 휙 돌아, 그가 따라오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행선지는 집이다.
둥실둥실 떠오르고 오아아아아거리는 스미레를 봅니다. 뭐가 문제려나요. 풍덩풍덩해도 엄청 깊으 것까지는 아니라. 진짜 수영장처럼 한 2미터가 가장 중앙의 깊은 데고... 깊어봐야 150 정도?
"응. 미요시씨." 스미레라고 노력은 해보겠지만 잘은 안 될지도. 라고 말하다가 눈을 깜박깜박거립니다. 아마 장사라는 부문을 듣고는.. 였을겁니다.
"장사 하고 있어. 벚꽃 에이드라던가. 벚꽃빵이라던가. 탕후루라던가. 팔고 있고, 벚꽃 노트로 자기 본연의 향을 돋구어주고 자연스럽게 꾸며주는 자기만의 방향제나 향초 만들기 같은 체험도 있으니까. 그리고 앵화영장에 들어오는 것도 소정의 시간당 요금을 받으니까." "그 외에도 여러 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많으니까. 진달래의 꿀을 조금씩 모은다거나... 장미로 장미수나 장미 오일을 만든다거나." 돈을 벌려면 많이 벌 수도 있지. 물론 다솜 거주자들은 시간당 요금은 안 받고 사먹는 거나 체험도 할인이 들어가지만. 이라고 마치 CEO스러운 느낌으로 말합니다.
사실 그 외에도 보트에 올려진 플래너에 빼곡히. 그것도 작고 반듯한 글씨로 적힌 여러가지가 끝없이 나올 수 있습니다만. 그건 넘어가도록 합시다. 스미레에게 탕후루를 건네주려고 하는군요.
음… 확실히 만난지도 오래됬고 이정도의 거리감이 우리에겐 맞는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처음 만난것도 내가 제멋대로 끌고 나간거였으니… 응, 이렇게 되도 어쩔 수 없는걸!! 천천히 나가면 되겠지.
“오오.. 체험형위주로 하고 있는거구나. 확실히 다솜은 항상 봄이니까 그렇게 할 수 도 있겠는걸…!!!”
향초만들기에 방향제… 온천에서 하는 걸로 한다면… 탁구에 음료? 숙박시설은 당연히 넣어야겠지만 역시 이렇게 하는 것 보다는 온천을 중심으로 상권을 아예 발달시키는게 맞겠지… 하나를 독점하는 것 보다는 상권을 통제하는게 확실히… 요즘 세상에 신은 건물주라고도 하니까 주변에 건물을 만들고 거기에 임대를 해버리면 엄청나게 벌어들일 수 있을테지. 관리까지 해야하니 업무량은 엄청 늘어날 테지만… 뭐 그 정도는 감안해야겠지.
“중요한 건 직원 관리란 말이지… 여기는 작은 편이지만 내가 노리는 건 온천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상가거든. 역시 혼자는 못하려나…”
잠시 중얼거리면서 고민을 하고 있자 아사가 가볍게 탕후루를 건냈다. 분명이 중화권의 음식이었지?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조금 궁금하기는 했다. 이걸 가지고 갈 수는 없겠지… 아니다 생각하면 안된다 미요시 스미레. 오늘은 그냥 노는거야!! 어차피 하루정도 땅을 느긋하게 판다고 온천이 안터지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지!! 가볍게 내 뺨을 치고서 탕후루를 받아서 반정도를 한입에 넣었다. 상상하고는 약간 다른 맛이지만 그런대로 맛있었다. 말 그대로 과일이란 느낌이라.
“오오, 생각보다 괜찮은데? 아사가 만든거야?” ------- 아니애오... 전 못하는게 맞는 거시애오... 다른 금손들이 많은거시애오...(쭈글
"응. 신들에게 신통력이 있으니까. 아무리 오래 머물러도 괜찮으니까. 밤벚꽃도 예쁠 거야." 보름달이 뜬 밤에 호수와 벚꽃은 참 아름다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스미레의 말에 고개를 갸웃합니다.
"작은 편? 그렇게 작은 편은 아닐텐데. 공간의 효율성을 생각한 것도 있긴 해." "이 앵화영장의 실제 크기에 비해서 과할 정도로 넓어보이는 것도 있으려나." 무던한 말투와 목소리로 말하고는 있지만, 미요시씨가 큰 걸 노리고 있다고 이걸 폄하하는 건 아니지? 라는 의문 한 자락 정도는 품고 있는 말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한들. 무조건 큰 걸 노리다가는 난개발이 될지도 모른다는 느낌도 있었을까요? 물론 커다란 호수 한 가운데의 섬에 커다란 누각을 짓는다는 계획같은 것도 있고, 번화가를 상당히 효율적이고 물욕을 자극하도록 하는 방안도 많기는 하지만.. 그걸 굳이 말할 필요는 없지요.
"아니이..라고 해야할까." 일단 기본적으로는 이런 만드는 건 여러 신들에게 맡기고 있거든. 거래처는 내가 뚫고, 그걸로 싸게 공급받은.. 그런 느낌일지도. 라고 말하면서 미요시씨는 온천을 중심으로 한다고 했는데. 그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 온천을 운영할 건지부터 잡아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걸 말해봅니다.
"크게 운영하려면 기본적으로 시설이 크게 필요하고. 그에 따르는 편의시설도 크게 필요하니까." 정작 온천은 좋은데.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면 아무래도 신이 신통력으로 이동이 가능한 걸 감안하면. 이라고 말합니다.
땅에 가볍게 스며든 물이 작게 찰팍이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따라오고 있음을 알았다. 게다가 큰 보폭으로.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순식간에 발걸음을 따라잡힌 채 거의 나란히 걷게 되었다. 그것은 제 걸음걸이가 짧은 까닭도 적잖이 있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별로 저의 신장에 원망을 가지거나 하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정한 그 어리디 어린 외형은 일부러 그래보이게 하였던 것이니. 재앙은 만만히 보이기에 더욱이 공포스런 법이다. 문득 생각에 깊이 잠길 뻔하였으나 그가 다가온지 순식간에 말을 건 바람에 우산을 잡은 손에 슬쩍 힘을 주며 곁눈질하였다. 기대에, 토마토라.
"두고 봐라. 뭘 대접해주는지."
두 눈매를 일그러뜨리며 입꼬리를 올리어서 사악한 미소를 보였다. 사실 아직 무엇을 대접해주어야 마땅할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괜히 그렇게 짓궂은 말을 하고 싶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 말을 지키는 의미에서 끔찍하리만큼 맛없는 풀떼기들을 모아서 만든 죽을 대접해줄 수도 있었지만 굳이 하였던 말을 따를 이유는 없었다. 도착하였을 때에 기분에 따라 정말 진수성찬을 대접해주는 수도 있지. 집에 도달해 우산을 접기 전까지는 깊은 생각을 않기로 하였다. 그나저나.
"아니, 이 자식."
강조의 말이 들려온 탓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그에게로 휙 돌리며 거친 말을 던졌다. 황당한 표정이 얼굴에 번졌다. 토마토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라? 어디선가 풍문으로 토마토 광신도가 이 땅에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듯도 하나 그것이 진실인지는 꿈에도 몰랐다. 더군다나 그것이 또 바로 눈앞에 있는 이 박쥐 신일 줄은.
"토마토가 그리도 좋더냐?"
황당한 표정은 그대로, 매한가지 황당한 목소리로 툭 던지는 물음이었다. 녹안을 가늘게 접어내다가 다시 제대로 뜨며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또 키는 어찌도 크던지.
//으아아아아아악 저는 완전 글을 늦게 쓰는 데 달인인(??) 완전 느린 사우주이니까 밤프주는 머리박으시면 안 돼오!!! ;ㅁ; 으아아앙 밤프주의 소중한 머리!!(???)(머리박)
“아, 혹시 이상하게 들렸다면 사과할게! 여기도 딱히 작은 건 아니니까 말이야. 어디까지나 지금 계획안과 비교를 했을 때를 이야기하는 거야.”
그 계획안이 어디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거고 아직은 제대로 된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확정되기까지는 아직 많이 남아있단 말이지. 음... 확실히 파고있는 건 거대한 온천 하나니까 주변의 수맥을 조사해서 관광지를 만들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왜 마케팅은 원래 성공한 사람들의 일례를 어느정도 카피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어디사는 누군가가 그랬던 것 같으니까 말이야. 확실히 아직까지는 거의 파놓기만 하는거구만.
“호오, 결국은 사온거라는 거구만. 일단 거래처로 잡아둔 후보는 있어. 내가 직접 관리하는 건 전부를 관리하는 건 내 시간이 조금 모자라니까 호텔 같은 숙박 사업이 되려나. 여기에 들어가는 식재나 가구 인테리어까지 각각 후보만 20군데 이상이라니까… 온천의 퀄리티는 내가 직접 맡을거니까 문제는 없지만…”
최근에는 고향의 관리보다는 이거 때문에 더 바쁜 느낌이 들었다. 인형들의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말이지. 여러모로 힘들어. 손도 왠지 조금 물집이 잡혀서 아프기도 하고. 가능하면 편하게 하고 싶지만 그것도 힘들어서… 역시 입대에 손을 대야겠지…
“편의시설은 걱정하지마!! 산지 하나를 통째로 관리하고 있는 이 미요시 스미레가 그런걸 실패할거라고 생각하는거야?!!! 당연히 NO!!! 단언하건대 내가 담당하는 이상 온천에 대한 것 만큼은 누구도 날 이길 수 없다고 자부하겠어!!!!”
하늘을 향해서 높게 손을 뻗고서 크게 소리쳤다. 광고료도 엄청들겠지만 이후의 기대수익이 더 크다면 문제는 없다!!!! 언젠가 완공이 되고 나면 아사를 부르는게 맞겠지! 뭐 가온이하고 한 약속도 있고 하니 은호씨랑 누리를 먼저 들여 보내야 하지만.
“뭐, 아직 머나먼 얘기니까!! 공사에 착수해서 완공까지는 인간계 기준으로는 3년이상 걸리는 대형 작업일거거든. 신통력이 조금 더해진다면 이야기는 다르기야 하겠지만!!!”
지루한 사업얘기는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며 천천히 유니콘튜브의 주변으로 다가갔습니다. 역시 이 위에 무언가가 있으니까 뒤집거나 올라가면 안되겠지…?! 느긋하게 튜브의 꼬리부분을 잡고 끝을 향해서 천천히 유영했다.
"번화가 정비도 필요하니까.." 할 일이 많기는 해. 낡아떨어진 것들은 보수하고.. 그래야 하고. 새로이 들어올 것은 정비하고. 전통적인 것이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멋스러워야지. 낡고 더러워보이면 안 되잖아? 라고 말하면서 서양적과 동양적이 어우러지는 계획안을 대략 생각해봅니다.
"그런 뜻이라기보다는 인계의 그거 생각났거든." 뭐지. 스파였나? 그런 걸 생각해버렸네. 라고 말하면서 온천에 관한 건 이길 수 없다는 것에 으흐음..좀 더 연습해서 온천 쪽에 해볼까. 라고 농담으로 말합니다만, 아사는 가지가지 다양하다 못해 이런 것까지? 랄 정도로 신통술과 아는 것이 많지요... 실로 산업스파이로 적절한 인.. 아니 신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형 작업.. 그건 그렇겠네. 그런데. 세설.. 그러니까 관리자 씨에게 허락은 받았어?" 잘못하다가는 기껏 판 거 다시 메워야 할지도. 라는 원론적인 걸 말합니다. 농담에 가까운 말이기는 했지만, 진짜 안 받았으면 허락을받으라고 말할 생각이었나요? 신통력이 더해진다면 좀 빨라지거나 쉬워질지도. 라는 것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튜브를 잡고 유영하는 걸 따라가려 합니다.
"그러고보니 한 일주일간 한 15시간정도 잔 기분이야." 지나개는 듯한 말로 말하며 고개를 끄덕끄덕합니다.
“인계의 그거라… 확실히 내 쪽 에서는 호텔이나 여관을 운영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완전히 스파에 집중한 건 역시 없네… 뭐 이건 지역 특색이라는 거지!”
가볍게 말하고서는 아사가 말하는 것에 대해 빠르게 대꾸를 했다. 음, 온천을 시도한다라… 그래도 역시 몇 천년을 온천이랑 붙어있는 나랑은 경험에서 차이가 나기 마련이니까 문제는 없을테지!!!
“뭐, 한다면 좋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지역 특색을 살리기 위한거니까 말이야! 미리내는 확실히 겨울의 경관이 좋기야 하지만 단적으로 말한다면 온기가 부족하거든. 아, 신과 신간의 그런건 아니고 물리적인거 말하는거야. 말 그대로 너무 추운 게 문제야. 소문으로는 가온이가 강에 빠져서 얼음조각이 될 정도인 걸!! 그러니까 온천! 몸은 따듯하게 풍경은 아름답게! 눈꽃이 핀 걸 보면서 따듯하게 데운 술을 한잔!!! 최고잖아?!”
한껏 기분이 들떠서 마음껏 떠들어 버렸지만 결국은 그거다. 내 욕망에 충실해야 살아 있는거지! 신이라고 하더라도 욕망이 0이라면 그건 살아있다고 하기 어려우니까 말이지!! 어쩔 수 없는 희생이야!!
“아, 그건 걱정마. 애초에 가온이한테 말해둬서 아마 지금쯤이면 은호씨 귀에 들어갔을텐데 별 반응이 없는 걸 보면 문제는 없는 것 같으니까 말이지. 그리고 세설씨하고는 언제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야! 다른 지역에 내놓을 만한 관광지가 늘어나는 걸 관리자로서 무조건 안된다고 하지는 않으시겠지!!!”
애초에 아사 너도 관리자잖아? 라고 되물어보며 이 앵화영장을 가르켰다. 단적으로 말한다면 갑자기 생기는 일에는 누구도 반응하기 힘들단 말이지!!! 거기에 오늘만 45m를 조금 넘게 판 것 같으니 온천이 터져버리면 어쩔 수 없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컸다. 그리고 당연히 그렇게 되겠지. 천연자원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인걸!! 원유가 터지면 더 대박이지만!!! 그럴리가 없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걸…
“난 평소 업무 때문에 벌써 나흘째 무수면 상태야. 고향에 재개발이니 뭐니 하고싶다는 인간이 있어서 말이야…”
가능하면 땅을 나누어 주고 싶었지만 애초에 내가 진짜 토지신도 아닌지라 완전히 결정할 수는없는 사안인데다 이번에 나누어주면 축복이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을 테니 말이야. 멀쩡히 영업하는 여관 들을 밀어버리겠다는 걸 그대로 둘 수도 없고… 일을 할때마다 몸 상태가 개판이라고 느긋하게 말하면서 수영장의 표면으로 둥둥 떠올랐다. 아 어째 노곤한게 좋은 느낌인ㄷ…아!! 여기서 자면 확실하게 죽잖아!!!!
"확실히 온천같은 따뜻한 게 있다면 좋을 것 같기도 해." "다솜은 계속 봄날씨니까. 아무래도 봄에 할 수 있는 건 다 시도해볼지도?" 봄날씨라서 좋은 건... 좋지? 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별 문제 없을 거라는 것에 다행이네.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일종의 약간 정당한 늘어짐 같은 건 있으니까." "온천.. 응.. 한... 170...(갑자) 정도는 그런 거에 빠졌었을지도. 그런 걸 시도해본 경험이 있지는 않았을까?" 모두 농담이야? 라고 하지만서도 갑자라는 단위를 뺀다던가를 포함해 정확하게는 말하지 않으려는 걸 보면..온갖 분야에 뭔가 하려고 한 것이 많았을지도 모릅니다. 온천이 포함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 나타나기 전에는 진짜 할 거라고는 자연이나 그런 동물들 대상이 끝이었을지도.
"평소 업무.. 응. 많이 열심히 하는구나." "잠 안 자면 위험해." 아사가 할 말은 전혀(강조) 아닙니다만..나는 어쩐지 그다지 열심히 안하는 느낌이 들어. 라고 덤덤하게 말하지만...당신 쓸데없이 성실해서 자신의 지역관리도 극단적으로 열심히 한 다음에는 다른 일도 생글생글한 낯으로 너무나도 열심히 도와드리려고 하잖아요? 안 그런가요? 강박과 편집이 가끔... 잠든다고 해도 꿈에서 깨어있다면 그건 잠든 것일까요?
"노곤노곤해도 안 죽어.. 기본적으로 벚꽃잎이고, 뜨니까." 잠들어도 안전하다는 게 수영장에 비해서는 장점이야? 라고 말하면서 파도풀처럼 출렁이게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780 맞아요, 정말 예쁠 것 같아요! 벚꽃나무 숲!ㅎㅎㅎ 벚꽃이 너무 예뻐서 당연히 앵화영장도 예쁘겠지만요! XD 물론 아라도, 가리도, 미리내도, 비나리도 전부 다 예쁘지만... 한 곳에서 밖에 살 수가 없었기에...(끄덕) 앗... 저 '사랑'의 의미는 일단 모든 존재들을 향한 사랑이기에...! 레주께서 팝그작하실 그 사랑이 언젠간 생길지는 장담하기 힘드네요...ㅋㅋㅋㅋ(흐릿)
>>782 레주께서 엄청 심혈을 기울이셨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전부 다 예뻤답니다!ㅎㅎㅎ 라온하제 너무 예뻐요... 저도 가고 싶어요...ㅠㅠㅠㅠ 그리고 트로피인 것인가...!(두둥) ㅋㅋㅋㅋ그럼 5개 지역을 다 돌아다녀 봐야겠네요! 우선 다솜과 아라는 가봤고, 가리랑 미리내랑 비나리...(끄덕)
옛날옛날. 푸른 새의 날개를 지닌 아름다운 공주님은 아주 오래 전부터 꿈결 너머에 있는 나라의 아무도 깨어있지 않은 성에 있었답니다. 그녀는 모두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혼례복을 만들기로 하였답니다. 모두의 손가락에 걸린 실로 만들어진 그것은 모두를 달콤한 꿈 속의 꿈에서 깨워내겠지요. 마법 물레에서 실을 자았답니다. 마법 물레가 돌아가면 어떤 실이라도 최고로 아름다운 실로 탈바꿈되었지요. 공주님은 태양빛과 달빛으로 금과 은의 실을 자았고, 은하수를 누에에게 먹여 새하얀 비단실을 자아냈답니다.
바람이며 시냇물의 가는 소리와 거미줄로는 얇디얇은 베일과 레이스를 만들었지요. 하지만, 혼례복에는 단추*가 부족했어요. 심장에 가장 가까운 단추는 붉은 색으로, 허리의 단추는 물과도 같이 푸른색으로, 베일에 매달린 단추는 태양을 담아 밤에도 빛날 빛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별님의 눈물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었답니다. 그래서 공주님은 단추를 구해오는 이를 구혼자로 대우하겠다는 방을 거미의 실에 붙치어 비단실에 날려보냈답니다.
아아. 그리하여 산을 넘고 바다를 넘고 큰 강과 평야에서 온 수많은 구혼자들이 단추를 들고 왔지만, 혼례복의 천자락에 수없이 많은 자들이 혼례복에 대한 모독을 단추가 끼친다고 생각해 단추를 해자에 던져 해자가 가득히 차버리고 말 정도였답니다.
그렇게 혼례복은 단추만을 남긴 채 한숨으로 실을 자아 숄을 하나 더 만들 정도로 오래도록.. 완성의 끝이 보이지 않았답니다.
바로 옆이었지만, 땅이 갈라져 바다가, 꿈의 저편의 현실이 그들을 가른 섬나라는 심장이 없고, 붉은 보석으로 대신되는 나라였답니다.** 산호, 적색 수정, 파이어 오팔, 카넬리안, 마노, 석류석, 루비, 헬리오트로프, 스피넬, 붉은 다이아몬드... 심장없는 나라의 왕자는 그들에게 저주내린 악령에게서 잃은 것을 되찾기 위해 이웃 나라였던 이름도, 국민도 없는 공주님만이 남은 나라로 단추를 찾고 구혼하기 위해 향했답니다.
악령은 어째서 이런 저주를 나렸던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는 그저 선대를 이은 것뿐이었으니까요. 그의 선대는 나라에 원을 지닌 인간이었으나, 이교도의 신과 계약하고 인간의 감성으로 모두에게 저주를 내리었지요. 그러나. 인간의 감성으로 모두에게 저주를 내리었더라도, 신의 면모는 자비롭게 방법을 제시하여야 한답니다. 그것은 오래된 맹세였으니까요. 악령이 된 그는 그것을 받들어 구혼자들에게 절망을 불어넣었고, 아름다운 해자는 절망의 단추들로 가득 차버렸답니다.
바다를 건너기 위해 달의 눈물을 모았고, 반짝이는 자갈들을 하나 둘 들어올려 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달의 눈물에 녹여마시면 몸이 너무나도 가벼워져서 허공을 밟으며 아름다운 다리의 궤적을 남기며 꿈결에 도달하였답니다.
태양을 받아들여 빛날 베일에는 태양과도 같이 선명한 임페리얼 토파즈 단추를. 물과도 같이 푸르고 아름다운 허리에는 물방울 라리마 단추를. 그리고 심장과 가장 가까운 맹세의 단추는 피와도 같은 붉은 코런덤 단추로...
꿈결과 비탄의 바다를 넘어 안개섬에 간다 한들. 그는 불을 찾아다니다가 그 불에 스스로를 내던지겠군요. 불이 붙어버린 집은 결국 그 향이 오래도록 빠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기억하세요 파란 날개의 공주님. 절망의 해자에는 이미 코런덤이 한가득이랍니다. 이 몸의 넓고 넓은 시야에는 당신이 한숨으로 커튼을 만드는 것까지도 보이니까요. 그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죠. 악령이 읊조리듯 노래하는 말처럼 몸을 내던지어 구해야 할 필요성은 없었답니다. 그건 나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였으니까요.
(중략)(사실 별로 안 중요함)
반짝이던 산호는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네. 눈물이 떨어지네. 아가씨는 기뻐할까. 나는 그것에 묶여버렸네. 오오 비참하도다. 나를 떨어뜨리는 모두들 기억하길 바라오. 꿈의 가장 밑바닥에는 떠올리기도 싫은 것들이 가득하니, 그 중의 하나로 나를 만들어낸 뒤엔 열리지 않기를 바라길 바라노라.
신랑은 그의 신부가 될 아름다운 공주가 만들던 혼례복을 바라보았습니다. 완성을 눈앞에 둔 혼례복에는 아직 단 하나의 단추. 심장에 제일 가까운 붉은 산호 단추만이 남았으나, 그것을 빼앗으려던 악령과 같이 다시는 찾을 수 없는 저 심해의 심연 속으로 떨어져 버리었습니다. 그래서 신랑은 완성을 위해 그의 심장을 대신했던 붉은 보석을 떼어내었고 신부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붉게 빛나는 보석은 마치 타오르는 불과도 같이 박동하며 빛났고, 비둘기의 피만큼이나 고귀했습니다. 그 단추를 달아 비로소 혼례복은 완성되었고, 서로의 영혼은 붉게 뛰는 보석에 결속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신부와 신랑이 혼례복을 입고 신성한 맹세를 신 앞에서 하자. 모든 이들이 악령의 저주가 심연에 삼켜진 듯 활기를 띠었고 왕은 왕관을 그들에게 하사하며 결혼식을 열었답니다. 결혼식은 사흘 밤낮을 치러졌고, 나는 그 자리에서 맥주를 3통이나 마시고 소시지를 열두줄이나 먹어치웠으니. 그야말로 좋은 일이 아닌가.
-그래서 아직도 이 근방의 우리 지역은 베일에는 노란 장식, 허리에는 푸른 장식, 가슴께에는 붉은 장식을 하는 것이 내려온다고 한단다. 라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이 이야기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들어온 나와, 어린 시절에 듣지 않았음에도 그 이야기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녹아든 그는 가까우나 가깝지 못했지요. 너는 항상 공주님을 가여이 여기었고, 나는 왕자님에게 떨리는 손으로 산호 단추를 건네준 아가씨를 가여이 여기었으니까. 그런 의견차이가 있고 나서부터는 자연스럽게 화제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나와 그는 어른이 되고도 한참은 지났었지.
"...그러고보니 그런 이야기 한 적 없었던가.." 그는 어릴 적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눈은 마치 고목의 세월을 담은 듯 깊었기에 여러 일이 있었다고 짐작만 할 뿐이었지요. 그래서 나는 그 이야기 한 적 없었다고 부추기며 말을 이어나갔지. 술도 조금은 일조를 하였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마치 아주 멀고 먼 옛날을 생각하득 턱을 괴었어.
"그러니까. 나는 소피아라는 이를 만났었어." 밑도끝도없이 그걸로 시작된 이야기는 그것은 현실이 아니라 꿈이었기는 하지만 그건 분명 실체를 가지고 있었던 거야. 꿈과 환상이 나를 물들여 지금처럼 만들었지...라는 이상한 말들이 가득했습니다. 마치 환상처럼요. 검푸른 머리카락의 아가씨에게서 너는 네가 느낀 것을 진실로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느꼈어. 너는 호소할 듯 경애하면서도 정복과 기학을 느끼고 있었구나. 전통적으로 레이스를 짜올리던 나는 엉망진창으로 이어지는 생각에 레이스마저도 엉망이 된 것 같은 기분에 한숨지으며 그만두었다. 내가 네게 향한 감정은 이미 첫번째가 아니기에 크나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것이었을까?
시간은 흐르고, 그는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지. 그것이 무슨 사진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어. 그 사진은 소실되었으니까.
(중략)
"그것은 질투와 동경이 함께한 감정이었던 것이었을까..?" "속삭여. 끊임없이 속삭여..." 꿈에 홀려버린 이야기는 달뜬 열이 차갑게 식어버리었기에 이제 끝나버렸다. 내게 남은 것은 진리를 부르짖던 메아리와 돌덩어리 뿐...아니. 그 예복은 남아있지. 미완이었던 것이 완성되어가는 것에 눈물이 북받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비참해서? 기뻐서?
"용서해줘. 네가 손에 쥔 붉은 보석을 혼례복에 사용했어." "그것이 네가 원한 것이었다고 해도, 이건 아무도 입을 수 없을 거야." 내 부질없는 야망은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체념의 결과와 함께하여 깊은 곳에서부터 통곡을 끌어올렸다. 이제야 깨달았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외면하던 것을 직시하였던 것이었을까.
....그러나 잔혹하게도, 모든 일은 그저 한 순간의 꿈과도 같을 뿐. 다만, 의미가 없지 않기를 바란 것은 이루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혼례복은 사라졌으니까.
*장식용 단추(stud)를 말함. 단추라기보다는 보석으로 보아도 좋을 듯하다. **심장이 없다는 것은 영혼이 없고 구원받을 수 없다. 라고 비유되기도 한다.
(동공대지진) 갱신하자마자 이 분위기 엄청나는 독백은 무엇이란 말입니까...(흐릿(동공대지진) 와아..묘사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이건...그냥..(동공지진) 너무 멋진 독백입니다...거짓말 아니고 너무 멋있어...우와...!! 쓰신다고 정말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사주!!
묘사력에 그저 감탄했습니다. 다만...음...말 그대로 묘사적인 부분이 많아서...일단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은 느낌 아닌 느낌이로군요. 이거..
>>823-824 ...와아... 아사주, 글 솜씨 정말 대단해요...!(감탄)(박수) 뭔가 되게 심오하고 어려우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이예요! 중도작성이라고 해도 엄청 대단해요!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사주! XD 치킨 맛있게 드세요!ㅎㅎㅎ
그리고... 치야주께서 시트를 내리셨군요. 으음...귀여운 치야와 함께 좀 더 대화도 나눠보고 싶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치야주께서 치야라는 캐릭터가 힘드셨다면 치야주의 선택을 존중해드리고 싶어요. :) 전 괜찮답니다!ㅎㅎㅎ 부디 치야주께 앞으로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바래요! :D
안녕하세요 레주! 음.. 딱히 비밀이야기는 아닌데. 아사가 깨어있을 때 인간 모습으로 누구를 만났다가 그 누구가 아사에게 반해서 하악하악거린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누군가가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그 지역 널리 퍼진 민담처럼 혼례복을 만들었다.. 라는 별거아닌 독백입니다..? 그 민담에 아사가 살짝 관여를 했을지도 몰라? 라는.. 늑김도 약간 넣고..
아사: 그런 일 있었어? 아사주: ㅇㅇ. 너는 본의아니게 한 사람...아니 두 사람?을 죽임. 아사가 쏘아올린 작은 공처럼. 아사: (?!)
모두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와중, 갑자기 은호의 '텔레파시'가 모두의 마음속으로 울러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예기치 못한 일종의 호출이었다.
[모두들 잘 지내고 있느냐? 내 나름대로 재밌는 것을 해보고자 하니, 혹시 시간이 되는 이가 있으면, 비나리의 광장으로 오도록 하라! 참가하고 말고는 자유니라. 하지만 와서 심심하진 않을 것이니라!]
그것은 일방적인 나름의 통보였다. 올 거면 오라는 식. 무언가 재밌는 것을 하고자 하니, 오라는 그 말을 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참으로 유쾌하기 그지 없었다. 일단 갈 신들은 가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무엇을 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은호가 남에게 해가 되는 것을 시킬리는 없을테니까 더욱 그러했다.
오늘도 비나리의 광장은 전에 가온이가 만들어서 세워둔 얼음 동상이 그 자리를 지키면서 서 있었고, 만약 비나리 광장에 도착하면, 은호가 그 얼음동상 옆에 서서 얼음동상의 포즈와 똑같은 포즈 ㅡ두 다리를 살짝 벌리고 생각하는 사람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ㅡ 를 취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신들의 자유라고 할 수 있었다.
오늘도 역시 벚꽃나무 가지 위에 걸터앉아 벚꽃들을 지켜보던 중, 갑자기 '텔레파시'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 목소리는... 은호 님...!
잠시 은호 님의 말씀을 경청하여 듣다가 곧바로 접혀져있던 분홍색의 날개를 펼쳐내었다. 은호 님께서 뭔가 재밌는 것을 해보고 싶어 하고 계세요. 그럼 저도 가서 뭔가 돕거나 참여를 해야...
펄럭, 커다란 두 날개가 서서히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고, 이내 곧바로 자신 나름대로는 최대한 빠른 속도를 내어 비나리의 광장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광장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은호 님 모습의 커다란 얼음 동상. 그리고 그 옆에 은호 님께서 동상이랑 똑같은 포즈를 하고 계시는 것을 보면서 천천히 날갯짓의 속도를 늦추어 맨발을 사뿐히, 광장 위에 딛었다.
물론 은호 님의 현재의 그 포즈가 어찌 보자면 웃기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눈에는 그저 마냥 멋있고 늠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존경스러운 마음이 가득할 정도로. 그렇기에 공손히 두 손을 모아 은호 님께 다가가면서 꾸벅, 허리를 숙여 예의 바르게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은호 님.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혹시 저도 작은 도움이 될까, 싶어 찾아왔습니다."
"흥, 재미있다고 해도 그게 얼-마나 재미있겠어? 다름아니라 그 은호 녀석이 계획한 건데, 그 은호 녀석이."
...라 툴툴대었긴 하였으나 결국에는 두 소매를 마주모은 채 부루퉁한 얼굴로 그녀가 통보한 곳으로 순간이동해 왔다. 비나리의 광장. 여전하다, 생각하는 것도 잠시 당장 보이는 광경에 경악스러운 기색을 감추고자 모은 소매를 들어올려서 입을 가렸다. 금방 푸하하하핫, 하고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한 손은 끝내 내리고 남은 소매로 여전히 입을 가리면서도 그 꼬리를 내리지 못한 채 혀까지 날름거렸다. 아이 같기만 한 사뿐한 동작으로 그쪽까지 걸어간 뒤.
"무엇이야, 은호. 이게 무엇이야? 왜 도대체 왜 그 얼음 동상의 흉내를 내는 거야? 응? 언제 도는까 싶더니 드디어 미쳐버렸구나!! 아하하하하하하핫!"
검은 삿갓을 푹 내리면서 깔깔깔깔, 간드러지게만 자꾸 웃었다. 정확힌 비웃었다 일러야 옳겠지. 그러고 보니 모습을 바꾼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오. 왔느냐. 왔느냐. 어서들 오거라! 그리고 이거 말인더냐? 철거고 뭐고, 이 지역을 관리하는 것은 가온이고, 그 관련은 맡겨뒀기에 어쩔 수 없느니라. 그리고 뭘 하고 있냐고 하면...미친것이 아니니라. 그냥 나름 바로 옆에 얼음동상이 있어서 한번 따라해본 것이니라. 꽤 닮은 것 같지 않느냐? 내 보좌가 참으로 잘 만들었느니라. 좀 묘하지만 말이야. 그리고 잘못 찾아온 것 아니고 도움이고 뭐고 그런 거 아니라 그냥 즐겁게 놀아보자고 부른 것이니라. 물론 너희들이지만 말이다. 하하하! 그리고 갑자기 모습을 바꾼 너에겐 듣고 싶지 않느니라. 뱀."
모둘르 바라보며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은호는 일일히 모두의 말에 대답을 했다. 그리고 그녀는 뒤이어, 모두를 바라보면서 웃으면서 손가락을 탁 퉁겼다. 그러자 허공에서 뭔가 종이 같은 것이 떨어졌고, 그 순간 빠르게 어딘가에서 가온이 등장했고 그 종이가 떨어지기 전에 잡았고, 그 위에 뭔가 도장 같은 것을 콕 찍었다. 도장이 찍힌 곳에는 여우 모양의 보라색 문양이 찍혀있었다.
"자! 스탬프 종이입니다! 받으십시오!"
가온은 그것을 모인 신들에게 내밀었다. 모두에게 딱 맞는 숫자의 종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은호는 말을 이어나갔다.
"...후후. 인간계에서는 명소마다 스탬프를 모아서 선물을 주는 그런 릴레이를 한다고 들었느니라. 그것이 재밌어보여서 나도 하기로 했느니라. 다만...우리들은 우리들의 방식대로 하도록 해야지. 순서에 맞게, 각 지역의 명소에 가면 스탬프를 얻을 수 있느니라. 끝까지 하면 예쁜 선물을 주도록 할것이니, 관심이 있는 이들은 참가해보도록 하라. 참가는 자유니라. 그럼 가온아..."
"네!! 여기에!"
이어 가온이 자신의 구슬로 신통술을 발휘했다. 그러자 허공에 다음과 같은 글씨가 떠올랐다.
[바람이 불어요. 바람이 불어요. 모든 것이 떨어지게 만드는 참으로 하렴없는 바람이 불어요. 하지만 그 바람 뒤로 보이는 것은 너무나 풍성한 풍요로움이네요.]
"...그 문구가 의미하는 지역의 명소로 가도록 하라. 이렇게 하나하나 진행하면 마지막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니라. 후후. 그럼... 행운을 빌겠노라."
정색을 하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하지만 평상시에 늘 기행을 일삼고있는 그가 내뱉기엔 전혀 경우가 맞지않았다. 그러다가도 스탬프를 받으라며 나눠준 종이를 곰곰히 바라보다 설명해주는 말을 들었다. 그러니까 라온하제 내의 온갖 명소를 들리며 이 스탬프를 찍고다녀 끝까지 성공하게된다면 선물을 준다는 그 말이었다.
"훗, 지고의 토마토가 선물리스트에 포함되어있다면 해볼만하겠군!"
손가락을 딱 튕겨 들려있던 스탬프 카드를 작은 개인 서랍장 안에 집어넣은 뒤 그는 허공에 떠오른 글씨를 바라보았다.
다솜-비나리 지역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지역. 이 지역은 언제나 봄의 기운이 흐르고 있다. 그렇기에 꽃을 많이 볼 수 있으며, 따스한 기운이 가득하다. 가끔은 차가운 바람이 불기도 하지만 그럴 때는 극히 적으며, 봄의 기운이 흐르고 있는 만큼, 봄의 특징을 많이 볼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 숲이다. 수많은 벚꽃나무가 피어있는 이곳에선 사시사철 벚꽃잎이 아름답게 떨어지고 있으며, 개나리, 민들레 등등의 다양한 꽃이 있어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아라-비나리 지역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지역. 이 지역은 언제나 여름의 기운이 흐르고 있다. 그렇기에 조금 덥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지만 그만큼 물이 많은 지역이다. 어딜 가나 쉽게 강을 볼 수 있으며, 물과 관련된 놀거리는 대체로 이 지역에 모여있고, 여름의 기운이 흐르고 있는 만큼, 여름의 특징을 많이 볼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남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 바닷가. 황금빛 해변이 반짝이고 있고, 녹색 에메랄드 빛 푸른 파도가 철썩이고 있는 이 곳은 라온하제의 신들이 물놀이를 하기 위해서 찾아오는 곳 중 하나이다.
가리-비나리 지역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지역. 이 지역은 언제나 가을의 기운이 흐르고 있다. 시원한 바람이 늘 불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풍요로운 열매가 상당히 많이 열리는 지역이며, 대부분의 먹거리는 바로 이 가리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만큼 먹거리 문화가 상당히 발전한 곳이며 가을의 기운이 흐르고 있는 만큼, 가을의 특징을 많이 볼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 산이다. 정말로 아름다운 붉은색으로 물들어있는 이 산은 낙엽 구경을 하러 갈 때 딱 좋은 포인트이다.
미리내-비나리 지역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지역. 이 지역은 언제나 겨울의 기운이 흐르고 있다. 그러다보니 조금 추운 날씨가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눈이 많이 내리고 있으며 그로 인해 하얗게 덮여있는 지역이 많으며, 얼음을 아주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스케이트나 썰매, 스키를 타기에는 이곳만큼 좋은 곳이 없다. 겨울의 기운이 흐르고 있는 만큼, 겨울의 특징을 많이 볼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북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 언덕이다. 이곳은 밤이 되면 정말로 아름답게 별이 반짝이는 곳이다. 라온하제 지역에서 가장 별이 아름답게 반짝이기에, 별을 보고 싶다면 이곳으로 오면 딱 좋다.
스탬프를 찍은 종이가 날려오고, 여우 모양이네요. 라고 갸웃한 뒤에 들려오는 것은 바람이 불어오고 풍요로움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지금 참가한다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생각해버리기는. 보상은 탐나지는 않지만.. 아니 탐나나요? 아니요. 탐나지 않.. 자. 근본적으로 기억해둡시다.
"...가리일지도요.." 바람이 부는 게 특징이고 가을의 풍요로움이라는 것은.. 아마도 그렇지 아니할까요? 라고 생각하면서 붕 뜬 것마냥 아사는 가리로 향하려 했답니다. 서쪽 끝산에는 단풍이 낙엽이.. 그 곳일지도요? 그래. 향합니다.
령은 종이를 받아들고 미소지어 보였다. 흥미로운 게 생겨났구나. 령은 아무래도 이 놀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령은 문구를 읽었다. 바람과 풍요로움... 그녀는 직감적으로 그 지역이 가리임을 알아챘다. 가리의 명소는 서쪽 산이지. 령은 제 목에 걸린 구슬을 부여잡고 신통술을 써 가리의 서쪽 산으로 이동하려고 했다.
아무튼 하늘에서 종이가 떨어지고 가온이 도장을 찍더니 모두에게 내밀었다. 마찬가지로 그 종이를 받았다. 비나리를 상징하는 여우의 모양을 띤 도장이 찍혀 있었고, 순서에 맞게 각 지역의 명소에 들르면 좋은 선물을 줄 것이라 한다...... ...순간적으로 종이를 콱 찢어버릴 뻔했다.
"재미없을 게 분명하구만!!!"
그것은 사이가 좋은지 나쁜지 모를 친우를 향한 심술이었을 것이다.
여하튼 문제. 바람에, 떨어지는 것에, 풍요로움이라. 그 정답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가리."
그 박쥐 녀석이 관리하는 곳.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가리의 서쪽 산으로 순간이동하였다. 낙엽이 아름다운 곳.
그녀를 만난지 얼마 안 된 이가 보기엔 나르시스트 여우일 뿐이지. 아무래도. 여러 신들에게 대꾸를 해주는 은호를 보고 조용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한 까치신이 있었다.
"...번거롭게 하고 있네."
시간이 너무 남아서 관심을 기울인 것 이상을 되지 않았으니, 확실히 이런 뜬끔없는 사건은 그저 귀찮을 분이였다. 왔다갔다하는 것은 순식간이니, 다시 미리내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은호가 말한 한 단어에서 그 행동을 멈춰버린다. 선물, 예쁜 선물이라... 그렇다면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구나.
...그렇다면 한번 풀어보도록 하지. 너무 꼬아서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저 시가 가르키는 대상은 딱 한 곳 뿐이였다. 생명이 지고, 무르익어 가며 풍요로움이 더해지는 계절. 그리고 대응하는 지역은...
모두가 향한 것은 가리의 서쪽 산이었다. 그곳은 오늘도 어김없이 낙엽이 붉게 물들어있었고, 그 산은 멀리서 보면 말 그대로 붉은 산이라고 해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붉고 아름다운 산이었다. 낙엽은 바람에 천천히 흔들리며 떨어지고 있었고, 그 광경은 말 그대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붉은 비와 다를 바가 없는 무언가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보이는 것은 긴 길이의 하얀색 테이블의 모습이었다. 거기엔 가온이 자리에 앉아있었고, 그 위에는 수많은 가을 과일과 가을 채소가 담겨있는 접시가 놓여있었다. 이어 모두가 오는 것을 바라보며 가온이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인사를 올렸다.
"아! 어서 오십시오! 여러분! 제대로 찾아오셨습니다!! 1번째 미션은 바로 이 가리입니다! 가리는 자고로 풍요로운 것이 특징입니다! 그런만큼, 1번째 미션은..."
뒤이어 그는 신통술을 발동시켰고, 접시는 정확하게 50개, 50개로 나뉘었다. 그리고 그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저보다 더 빠르게 이 접시를 비우는 것입니다! 보다시피 접시에는 가을의 과일과 야채가 있습니다! 각자에게 배분된 이 접시를 가장 빨리 비우는 쪽이 승리하는 겁니다! 그리고 승리하게 되면 이곳의 스탬프를 받게 됩니다! 자..도전하실 분은 앞으로 나와주십시오! 1명만 받겠습니다!"
가온은 어서 올 테면 오라는 듯이, 자세를 잡았고, 누군가가 만약 와서 앉았다면 바로 음식을 먹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것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였다. 정정당당하게 먹어서 승부를 하려면, 정말로 빠르게 먹을 수 있는 누군가가 나오거나, 혹은...뭔가 술수를 쓴다거나...둘 중 하나밖에는 없지 않을까? 적어도 평범한 방법으로는 가온이의 먹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어보였다.
//자...누군가가 1명이 나와서, 가온이를 이기면 되는 겁니다..! 힌트는.... 접시를 비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 상의한 후에, 나올 사람 1명이 반응레스를 쓰면 됩니다.
그들이 향한곳은 가리의 붉은 산, 가리의 지역이었기에 누구보다도 빨리 도착한 그는 기다란 하얀색 테이블에 앉아있는 가온의 모습을 보게되었고, 이어 하나 둘 씩 따라오는 신들을 돌아보며 그가 하는말에 귀를 기울였다. 요컨데 단순히 명소를 들르는 것만이 아닌 명소에서 이런 아이들과 작은 미션을 하나 통과해야만 한다, 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이번의 미션은 가리의 명물인 다양한 음식들이 놓여진 100개의 접시를 정확히 반으로 나눈뒤 가온과 승부해 먼저 먹는 쪽이 이긴다는 그런 간단한 승부였다.
그는 몇몇 접시에 놓여진 토마토를 바라보다 작게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카카캇! 여긴 가리지역이니 이 몸이 나서도록 하지!"
망토를 펄럭이며 그가 팔을 뻗었다. 그리곤 규칙을 설명해준 가온을 바라보며 의도치는 않았지만 특유의 송곳니를 드러내며 사악하게 웃었다.
"정정당당히라는 말은 없었다. 그렇다면 즉슨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좋다는 거겠지?"
그는 저벅저벅 비장하게 발걸음을 옮겨 가온의 옆에 놓인 의자를 바라보았고, 50개의 접시를 가소롭다는듯이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가온이 음식을 먹기시작하자, 그의 가슴팍에 박힌 구슬이 은은하게 빛나더니 그의 망토가 액체처럼 늘어나 기묘하고도 기분나쁜 짐승의 얼굴을 형성했다. 늘어져있는 수 많은 검은 이빨들과, 흐느적거리는 촉수로 보이는 무언가.
"하!"
그가 외치자마자 망토가 뻗어나가더니 접시 50개에 놓여져있는 음식들이 그 게걸스러울정도로 거대한 입 안으로 털어넣어졌다. 그래, 순식간에.